Koryo Black Prince RAW novel - Chapter 362
362화
3부 외전 후일담(4)
감국 구유크의 권유를 받아들인 제왕들과 장군들의 관리로 쿠릴타이를 기다리면서 신성로마를 치는 이들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서정군을 비롯한 몽골은 예케 쿠릴타이가 개최되기만을 기다리며 외부에 대한 군사 작전을 전부 중지하였다.
예케 쿠릴타이는 본래, 초원의 심장부인 카라콜룸 일대, 혹은 상도(上都)에서 이루어졌고, 오고타이칸 또한 카라콜룸에서 개최한 쿠릴타이에서 선정되었다.
이러한 예케 쿠릴타이에서 추인된 대칸이 진짜 몽골제국의 주인임을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예케 쿠릴타이를 하기 위해서는 칸을 인정하고 선정하는 이들이 참여해야 했는데, 드디어 동방에서 기다리던 이가 서쪽에 당도하였다.
“어, 어디서 오는 이들이시오?”
“이런 멍청한 놈. 나도 못 알아보는 놈을 길목에 배치한단 말이냐!”
쿠릴타이가 개최되는 곳으로 가는 길목을 지키던 젊은 회화인 병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규정대로 물어본 것에 불과했지만 일행의 책임자로 보이는 노인은 그 질문에 무척 화를 내며 호통을 쳤다.
“진정하십시오. 아버지.”
자식으로 보이는 중년 사내는 노인을 진정시키고는 젊은 병사에게 준엄하게 꾸짖듯 말했다.
“우리는 동방에서 왔으며, 이분이 바로 선대 칸의 동생이시자 현 칸의 숙부이신 옷치긴 테무케이시다. 칸께서 서정을 가신 동안 카라콜룸과 예케 몽골 울루스의 좌익을 수호하다가 예케 쿠릴타이를 개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참가하고자 왔으니 속히 소식을 전하고 길을 열어라!”
“시, 실례했습니다.”
병사는 급히 몸을 깊이 숙이며 테무케에게 사과하고 길을 비키자 테무케도 화를 삭이며 길을 지나갔다.
“끄응.”
“진정하십시오. 아버지.”
옷치긴 왕가가 드디어 예케 쿠릴타이에 참가하기 위해 왔으며, 그의 참가로 예케 쿠릴타이의 시작되었다. 참석할 이가 전부 모인 것 같자 감국을 맡은 구유크는 쿠릴타이가 개최하고는 이 사태에 대해 다시금 자초지종을 고했다.
모든 설명을 끝낸 구유크는 이윽고, 다음 대칸에 자신이 올라야 한다고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오고타이가 총애하던 황자 쿠추가 죽었을 때 많은 몽골 사람들은 이미 구유크가 야심을 드러낼지 모른다고 짐작은 한 바라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 * *
“지난 서정 이상으로 천재일우(千載一遇 천 년에 한 번 만날 기회로 좀처럼 얻기 힘든 행운이란 의미)구나!”
기어코 칸에 이어, 테무케마저 서쪽으로 떠났다. 떠나기 전 보내온 서찰들의 내용은 그저 혼란한 상황에 예케 몽골 울루스를 치지 말라는 경고가 섞인 내용이었으나, 그가 떠난 이유는 십중팔구 카라콜룸이 아니라 서쪽에서 쿠릴타이가 개최되는 것 때문일 것이다.
서쪽에서 쿠릴타이가 개최된다면 테무케의 이러한 행동이 전부 이해가 되는데, 옷치긴은 이미 상도를 점유하면서 사실상 그 야욕을 보인 이상 이대로 대흥령 산맥 동쪽 본진으로 돌아가도 본전도 못 챙길 것이 뻔하다.
이대로 돌아간다 한들, 쿠릴타이가 끝이 나면 죽거나 제한을 받는 것은 매한가지고, 몽골 조정의 진압에 대항하고자 쿠릴타이와 서정이 끝나는 동안 조금이라도 힘을 기르자면 빈집인 동방을 차지하는 것밖에 없다.
그런데 옷치긴이 그렇게 나설 경우 우리 고려는 옷치긴을 합법적으로 칠 수 있게 되고, 실제 그렇게 되면 칠 것이다.
그리고 그 노회한 노물도 자신이 동방 경략을 하려 들면 우리가 자신을 칠 것쯤은 이미 간파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고려와 싸우는 것도 저어될 것이다.
물론 테무케 본인은 우리를 못 이긴다는 생각보다는, 고려와 총력전을 벌여 승리한 이후 소모된 상태에서 동방경략과 쿠릴타이가 끝나고 진압하러 올 몽골 조정 군대를 맞서 싸울 시기를 어림짐작 후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본다.
그러나 뭐가 되었든 동방에 있어봤자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 뽑아 든 칼을 그냥 집어넣거나 우리 고려를 향해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결국 그 노구를 이끌고 참석하여 칸 위를 노리거나 혹은 최소한 목숨이라도 구명하기 위해서 간 것이다.
쉽게 말해 동방에 있는 것보다는 서방에 직접 가는 것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간 것이다.
‘구유크가 어떤 심산으로 서방을 택하였든 간에 지금 상황이 우리에게 있어서 최고의 기회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노왕이 주력군들을 이끌고 모조리 사라졌구나. 이제 이 해동에서 우리 고려를 막을 자는 없어졌구나. 이제 다시 움직여야 할 시간이구나.”
“노왕의 자리를 비운 지금 노왕의 세력을 치자는 말씀이시옵니까?”
노왕이 자리를 뜨자마자 경고를 무시하고 치자는 말이냐 묻는 유갑수에게 씨익 웃었다.
“그렇다. 하지만 노왕의 본진을 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처리할 것은 송화강 이북이 아니라 압록강 이서, 바로 요동이다.”
이번에 온 서찰은 언뜻 본다면 그저 경고 목적의 내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후 사정과 테무케의 행동, 그리고 답서를 본다면 그가 떠나기 전 내놓은 서찰들은 단순히 경고의 목적이 아니라 경고의 탈을 쓴 거래에 가깝다.
당장 떠나기 전 내가 내놓은 답서에 요동에는 동요국이 있다며, 동요국에 대해 동요국은 몽골의 번국이되 몽골과는 다른 외국이라는 점에 대해선 긍정을 하고 갔다는 점이다.
즉, ‘나는 서쪽 일이 바빠 떠난다. 지금까지 일들은 전부 눈감아줄 테니, 예케 몽골 울루스의 동쪽을 쳐서 자신을 부르는 일을 한다면 절대 용서치 않겠다.’
-는 테무케의 뜻에 나는
‘지금까지 벌인 일들을 이것만으로 넘기는 것은 수지가 안 맞지만 몽골을 치지는 않겠다. 그러나 요동에 있는 동요국은 몽골의 번국이긴 하나 타국이란 것은 인정하는가?’ -라고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테무케는 몽골 ‘본토’만 치지 않는다면 되도록 자신은 눈을 감아주겠다고 뜻을 밝힌 것이다.
“이장용. 몽고 황후에게 서찰을 보내라. 만에 하나라도 노왕의 잔당들이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황후의 숨통을 더욱 터놓아 줄 터이니 요동의 외교에 간섭하고자 한다고 말이다.”
물론 이 말 그대로 전하진 않을 것이고, 이장용이 알아서 포장하여 보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몽골에는 소르칵타니 등 똑똑한 여인들은 물론 다른 현인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이상, 내 뜻대로 쉽게 흘러갈 것이라곤 생각지 않으나, 그걸 감안하여도 테무케가 완전히 떠난 지금, 동요국을 반쯤 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이점이다.
이 상황에서 내가 먼저 뜻을 밝혔으니 몽골에서도 동요국에 대해 어느 정도 양보는 할 것이라 생각하고, 아니더라도 요동에 고려의 영향력을 더욱 크게 할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직할령… 은 아직은 조금 힘들려나? 몽골에서도 거기까지는 허용하지 않을 거고, 고려 내부로도 재원과 인구를 더 확보하고 나서야 온전히 고려의 힘만으로 무리 없이 지킬 수 있는 듯하고….’
요동을 정벌하는 방법에는 무조건 전쟁을 벌여 차지하는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전투를 벌이지 않고, 동요국 정부를 손에 넣어 희생을 최소화하여 간단히 정벌하는 것도 한 방도이고, 이게 고려의 국고에도 훨씬 이롭다.
‘어쨋든 이번 기회에 요동 내에, 아니, 동요국 내에 있는 친 옷치긴 파들과 덩달아 친 몽골파 놈들을 숙청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후 우리가 요동으로 진출할 때 한결 쉽게 달성하게 되는 준비가 된다.’
* * *
유구도(오키나와).
경감한 방물 가운데 팔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이미 보고하였습니다. 현재 아조에서 유구에 있는 넘어온 것들 중 팔린 것과 관아에 사용된 것을 모두 포함하여 가장 많은 것은 백면지(白綿紙)로 2천5백 권입니다. 이 중 1천 권은 용강상단에게 주어 가격을 적절하게 정하여 시중에 팔도록 하였습니다.
나머지 1천5백 권은 관부에 보냈는데 벌써 동이 날 것 같다고 하옵니다. 이는 유구인들은 종이를 만들 줄을 몰라, 종이를 쓰기 위해선 바다 밖에서 구하는 것 말고는 길이 없어 그런 것이고, 종이의 사용은 유구인들보다는 아조의 사람들이 더 많이 사용하는 중이라고 하옵니다.
이러한 사태에 아조에서 설치한 관인들과 주거하는 이들은 종이가 부족하여 불편한 일들이 많다고 하옵니다.
그뿐 아니라 아직 일반 백성들은 적으나 각 지역의 성주들과 호족들은 점점 종이를 사용하는 이들이 많으니 지금 같은 양이면 더욱 동이 날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한, 유구의 풍토가 덥고 습하여, 아조의 사람들보다는 탐라 사람들이 더 잘 버티는데, 그들도 독사들과 독충들이 많아 괴롭다고 호소하고 있사옵니다. 내려오기에 앞서 많은 약재들과 의원들을 대동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상으로 고난을 겪었을 것이니 과연 천자의 위엄과 혜안은 변방까지 친다 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하여, 약재와 의원은 물론, 종이를 만드는 기술자들을 더욱 내려보내 주시고, 당분간은 종이를 더욱 내리시거나 혹은, 상인들에게 종이를 더욱 가져오게 하여 팔도록 한다면, 유구에 있는 모두가 많이 편해지리라 생각되어 이 때문에 공문을 올립니다. 두루 잘 알아서 거행하여 문제가 생기는 폐단이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거기까지 다 적은 김구는 글을 마치고는 공문을 봉투에 넣어 밀봉한 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에게 물었다.
“계절에 따른 바람을 타지 못하면 곧바로 아조로 가는 것보다는 왜국으로 우회하여 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하였던가?”
“그렇사옵니다.”
“그런데 내 듣자 하니 근래 왜국을 오가는 상인들이 말하길, 왜국이 많이 어수선하다고 들었는데 그대도 아느냐?”
“그런 말을 듣기는 하였을 뿐 자세한 것은 모르옵니다. 왜 그러시옵니까?”
“왜 그러기는, 밀무역을 하는 왜인들을 엄중히 관리하라는 조정의 명을 잊었더냐? 왜국이 어수선해지면 다시 밀무역을 하는 이들이 나와 아조의 바다를 어지럽힐지 모르는데 어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단 말이냐?
하물며, 이곳 유구는 아조와 직접 오가는 것이 쉽지 않아 왜국을 거쳐 가는 경우도 잦다. 왜국의 해안을 지날 때 해구(海寇)들이라도 나타나 아조의 상선과 배를 건들기라도 한다면 그 또한 문제가 생기는 일이다.
그대는 지금 당장 포구로 가서 왜국의 상인이나 혹은 왜국을 자주 가는 상인들을 불러 왜국의 상황이 어떠한지 듣도록 하라.”
“그리하겠사옵니다.”
비서가 자리를 뜨자, 김구는 고려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김구는 왕검이 어째서 남송과 일본의 직무역을 막고, 유구를 경략했는지도 알고 있었다.
‘남조의 물품과 아조의 물산들이 왜에서는 잘 팔리고, 그로 인해 아조는 많은 이득을 들일 수 있다. 그러나 왜가 혼란스러워진다면, 밀무역도, 밀무역이나, 그 이상으로 왜국으로 오가는 장삿길이 막히는 것이 더 큰 일이다. 아조가 남조나 요동에서 귀한 재물과 진귀한 물건들을 구한다 한들, 왜가 그것들을 구입하지 못한다면 수익에 큰 영향이 갈 터인데….’
유구에 있기에 여러 의미로 왜국의 혼란이 불안한 김구로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할 방도가 없으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 * *
“저것은 지난번의 거선(巨船)이 아닌가? 어째서 이곳에? …아, 아니다. 이곳은 고려의 동경. 저러한 거선을 배치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대마도의 아비루의 가신인 하지메 사토루는 동경(김해) 해안에 순찰하는 판옥선을 보며 놀라 중얼거렸다.
지난번 유구경략을 끝내고 귀환하던 송문주의 함대가 큐슈를 지나 고려로 돌아왔을 때, 대마도도 거쳤는데 그때 대마도주의 직을 받은 아비루와 하지메 사토루는 연안을 메우는 고려 함대 속에서 판옥선을 본 적이 있었다.
‘다시 봐도 새삼 놀랍구나. 주군께서 종종 세상에서 제일가는 수군은 고려의 수군이라 하셨는데 저 거선을 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어. 저 거선이 있는 고려 함대가 우리 쓰시마보다 갑절은 큰 유구국을 정벌하였다는데, 만일 고려가 우리를 치고자 한다면 이곳 동경에 있는 함대부터 우리를 치러 오겠구나.’
그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자신에게 달린 일에 대한 무게를 자각한 사토루는 동경총관을 만나기 위해 관아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