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yo Black Prince RAW novel - Chapter 401
401화
15장 흔적을 발견하다
마포이의 불안 어린 예측은 옷치긴 왕가 입장에서는 매우 유감스럽게도 그대로 들어맞았다.
동요국에서 올라온 보고에 지금은 황후에서 태후가 되고, 권세도 다소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적지 않은 권위를 누리던 태후 퇴레게네와 이제 막 몽골제국의 황후가 된 오굴 카미시들은 일전에 자신을 불안하게 만든 옷치긴 왕가의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고려와 동요는 우리의 충실한 신하들인데, 동요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날 뻔했다니 끔찍하구나. 이번 일에 대해선 즉시 알아봐야 할 것이다.”
‘테무케 그 늙은이도 갔는데 아직까지 옷치긴 왕가에 위협이 되고 있으니…. 여기서 저들의 기세를 꺾어둬야 해.’
본래라면 고작 속국에 불과한 저들에게 무슨 일이 터지든 전혀 알 바 없고, 오히려 지금으로선 부담까지 되는 고려 경우에는 아예 피해가 가는 것은 환영할 일이었으나, 그렇다고 잔존 옷치긴 왕가의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이 손거울은 황금빛을 띠는데, 금치고는 너무나 가볍구나. 금이 아닌 것이냐?”
“그렇습니다. 그 손거울의 금칠은 황금이 아니라 황칠나무에서 나오는 황칠을 바른 것인데, 이 황칠은 예로부터 고려의 땅에서만 나는 것이라 예로부터 많은 중원의 황제들도 얻고자 했던 비보입니다.
황제들 중에는 그 당 태종도 자신의 갑옷을 백제에 보내 황칠로 칠하여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무겁지도 않고, 옷칠과 다르게 사람의 몸에는 해가 없는데, 벌레가 같은 미물들까지 쫓아내니 여러모로 좋은 것입니다.”
“대카툰. 고려에 있는 우리 아이(왕검)가 이리도 효심이 깊습니다.”
오굴 카미시는 퇴레게네에게 고려에서 보낸 선물을 늘어놓으며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동요국의 일에 대해 고려는 역모 모의가 있었으나 우연히 벌어지기 전에 맹수들에게 죽었다는 식으로 보고했는데 그녀들도 이것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다.
그러나 고려는 칸 사후로도 카툰들에게 꼬박꼬박 예물을 보내며 예전부터 몽골 조정과 척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고 있었다. 이번 일도 자신들은 몽골에 반하지 않을 테니 맡겨달라는 것이었고, 또 다른 당사자인 동요국 또한 고려에 동조하며 알아서 처리하고 싶다고 피력한 것이다.
“대카툰. 저희들은 정말 억울합니다. 같은 예케 몽골 울루스가 아니라 고려를 신뢰하신단 말씀이십니까?”
“그러니 그것을 확인한다는 말이 아니더냐! 진상규명을 알아내는 것이다. 순순히 응하는 것이 의심을 덜어내는 길이거늘 어찌 그리도 말이 많아!”
그녀들에게 옷치긴과 고려의 분쟁은 반길 문제이지 말릴 문제는 아니었다. 몽골 조정이 개입만 안 해준다면 고려가 옷치긴과 알아서 분쟁하여 해결하겠다는 뜻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 훨씬 이득이었던 것이다.
* * *
예상한 조정의 대응에 테무케와 지부겐 형님이 사라진 상황에서 옷치긴 왕가를 담당하던 카시다이는 입술을 깨물며, 게르 밖의 부하들에게 외쳤다.
“말포이! 말포이는 아직도 안 온 것이냐!”
고함이 떨어지기 무섭게 게르 밖에서 마포이가 들어오며 대답했다.
“마. 포이. 지금 왔습니다.”
“그래. 네 말대로 카툰들이 고려 놈들을 허락했다. 이번 일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데 이걸로 우리가 받는 피해는 어느 정도지?”
“이대로 관망할 시 아무런 일 없이 넘어갈 것이라곤 기대하기 힘들 것입니다.”
“이번 일은 우리와는 무관한 일인데도 말이냐?”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대카툰과 카툰들께선 지난번의 일들로 우리를 좋게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이 기회에 우리의 힘을 더욱 깎으려는 것이지요.”
카시다이 또한 요전에 아버지 테무케가 군대를 이끌고 카라콜룸으로 가서 그녀들을 겁박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말에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다시 입을 열었다.
“너도 알다시피 아버지께서 군대를 끌고 간 지금 우리에겐 고려를 칠 만한 군대가 없다. 하지만 저들 스스로 저들은 모두 맹수들에게 죽었다는 것을 본다면 우리와 칼부림까지 할 생각은 없지 않겠느냐? 그러니 이 일을 적당히 넘어갈 수 있게 할 수 없겠느냐?”
자존심은 상하지만 여기서는 고려에게 말을 걸어 저들이 요구하는 것을 적당히 들어주는 것으로 적당히 무마하자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 카시다이의 뜻이었고, 마포이도 그것을 이해는 했으나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지금 고려는 그럴 마음이 없는 듯합니다.”
“무슨 말이냐?”
“소인이 여기에 온 것은 그 일로 온 것입니다. 소인이 방금 들은 보고에 의하면 지금 고려 태자가 갈라전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뭐라?!”
* * *
북갈라전 연길성.
“어서 오십시오. 전하.”
갈라전의 병마사 완안자연이 연길성 서문 밖에서 마중을 나와 극진히 맞이해 주었다. 언제나처럼 나도 그를 살갑게 맞이하며 금 황족으로서 위신을 적당히 세워주곤 옷치긴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완안자연에게 있어서도 언제나 거슬리고 위협이 되던 옷치긴 왕가를 상대하려는 나의 제안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할 듯 말했다.
대화 중 그가 말하길 동하국이 멸망한 이후 수차례, 지속적인 규합과 통치 시도 덕분에 갈라전을 비롯한 남만주는 상당히 고려의 영향권 상태가 안정되어 있었다.
즉, 테무케가 사라진 옷치긴 왕가의 군대 정도면 갈라전만으로도 수비가 가능할 것이라는 말이었다. 허풍과 과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쁜 말은 아니었다.
“하면 수분하를 건너기 위한 준비를 해주게.”
“전하? 설마 직접 건너가실 생각이십니까? 굳이 전하께서 친히 움직이지 않으셔도….”
“아니, 이번 일은 저 북왕가(北王家 옷치긴 왕가)의 길고 긴 문제를 일단락하려는 문제다. 아조와 저들 간의 길고 긴 악연은 끝내는 일은 내가 하고 싶구나.”
“알겠습니다.”
사실 악연을 따지자면 지금은 멸망한 동하국을 포함하여 요동과 한반도에 있는 동요국, 동하국, 고려 3국 모두가 옷치긴 왕가와 악연이 있다.
넓게 잡으면 3차 여몽 전쟁, 짧게 잡아도 2차 여몽 전쟁까지는 옷치긴 왕가가 주도하고 고려에 간섭하려고 했고, 동하, 동요국에 이르러선 위치가 위치다 보니 고려 이상으로 간섭 당했고 말이다.
그것에 반발한 동하국의 포선만노가 적대한 것이지만 몽골과의 연계를 끊지 못하고 이웃국과는 협력을 얻을 수 없어서 패했다.
‘요동을 얻기 위해선 옷치긴 왕가의 완전히 무력화가 선결이다. 이걸 처리한 뒤 고려는 요동을 얻는다!’
일부러 군대를 이끌고 분쟁지인 수반하 이동까지 건너가서 저들을 자극한다. 이런 방침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완안자연과 나눌 이야기는 일단락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옷치긴 왕가의 문제 외에 그에게 물을 것이 생겼다.
“그런데 병마사. 이 일은 북왕가와는 무관한데, 내가 오늘 연길성 거리를 지나다 본 것이 있어 이것이 궁금하여 묻고 싶네.”
“소장이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답하겠습니다.”
마중 나온 완안자연의 안내를 받아 연길성 거리를 지나며 궁으로 들어가던 중 우연히 발견한 것. 그것은 내게는 익숙한 형태였지만 그렇기에 이 시기 고려에선 무척이나 생소한 것이었다.
“거리에서 기다란 나무토막에 앞뒤로 바퀴가 한 개씩 달려 있고, 몸체의 앞부분 위에는 다소 튀어나와 있었으며 그 튀어나온 부분의 좌우로 뿔처럼 또 튀어나와 손잡이를 형성하고 있는 수레 같은 것을 몰던 사람들이 종종 보였소. 그것이 무엇이오?”
설명이 다소 조잡한 것 같지만 어찌 무사히 전달되었는지 완안자연은 뭔가 짐작 가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대답했다.
“소장이 잘못 이해한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전하께서 보신 것은….”
뜸을 들이는 완안자연의 다음 말을 나는 긴장하며 경청했다. 오늘 내가 본 것은 내가 알던 것과 모습이 약간 달랐지만 분명 ‘그것’과 같았다.
“자전거(自轉車)입니다.”
“음….”
내가 생각한 것과 똑같은 대답을 해주는 그의 말에 내 입에서는 절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내가 거리에서 본 것은 자전거다. 비록 오늘날 체인이 걸린 자전거는 아니었지만, 19세기가 돼서야 드라이지네(Draisienne) 수준의 목제 자전거는 되었다.
그러나 자전거는 19세기가 돼서야 발명되어 사용되었고, 실제 활용되었는지 의심스러운 다빈치의 그림을 포함해도 15세기에서야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12세기 동아시아 고려에서 사용되고 있단 말인가?
처음 봤을 때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심지어 이름마저 같다는 것이 지금 밝혀졌다. 이게 단순히 내가 고려 시대로 떨어진 이후 생겨난 나비효과로 생긴 일뿐이라면 그냥 감탄만 하고 넘어가도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 다른 이유로 생긴 것이라면….
“이 자전거가 어떻게 하여 연길성에서 사용하게 되었는가?”
“예? 그, 그게 무슨….”
“어떻게, 언제부터 사용하게 되었는지 지금 물었네!”
다소 언성에 힘을 줘서 말하자 완안자연도 깜짝 놀라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소장이 알기로는 남갈라전의 이안사의 병사들 일부가 사용하는 것을 보고 성내에서 일부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안사의 병사들이?”
설마 여기서 이안사의 이름이 언급될 줄은 몰랐다.
“하면 이것은 이안사, 아니, 이안사의 땅에서 만든 것인가?”
“송구합니다. 그것은 소장도 모르겠습니다.”
“…이안사에게 이것이 어쩌다가 그곳에서 사용되었는지, 혹은 그쪽에서 만든 것이라면 어떻게 그것이 만들었는지 알아보게.”
“전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만약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어째서 그러한 조잡한 도구에 그리 관심을 가지시려는지 알 수 있겠사옵니까?”
완안자연은 그렇게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아무래도 내가 고작 자전거 하나에 이렇게 과민반응하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 지금 연길성에 있는 자전거는 페달조차 없이 발로 직접 땅을 치고 가는 킥보드 같은 자전거다. 속도나 사용처도 말들에 비하면 쓸데없고, 수레에 비하면 적재량도 떨어지는, 그 말마따나 조잡한 기구에 불과한데 일국의 태자가 이렇게 관심을 주니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자전거가 미국에서 도로가 정비되는 데 자동차보다 큰 역할을 한 발명품이라는 것은 현대의 일반인들도 잘 모른다.
거기다 자전거가 사실 적재량과 속도가 말이나 차에 비해 떨어지긴 해도 적어도 직접 메고 걷는 것보다는 많은 짐을 나를 수 있어서 실제 베트남 전쟁에서 베트남군들이 그 운반 효과를 증명했다는 것도 말이다.
나는 그런 자전거의 유용성을 알기에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고려는 조선 시대 이상으로 길이 포장되어 있지 않고, 험하여 어느 정도 길을 보수하거나 만든 후 도입시키려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늘 연길성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경은 이것의 가치를 어떻게 보는가?”
“예? 그, 그야. 없는 것보단 나으나 굳이….”
언행을 보면 연길성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길이 다져진 성내 거리에서만 쓰는 정도 같다.
‘하긴, 여기 있는 이들은 대부분 개인 말들을 가진 자들이다. 하물며, 저번처럼 몽골군이 약탈하러 온다면 도주를 하거나 맞서 싸워야 하는데, 이런 발로 밟아 전진하는 구식 자전거는 미덥지 못하고 장난감 비슷한 취급을 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지금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이 자전거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다. 완안자연에겐 적당히 갈라전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쓸모 있음을 말하며, 이것을 만든 이를 만나보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완안자연도 납득하며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이 자전거는 우연의 산물인가. 아니면 나와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