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yo Black Prince RAW novel - Chapter 6
6화. 6장 고려의 참된 영웅.
“크악! 이. 이 간악한 고려 놈들. 대칸께서 너희 고려 놈들을 결단코 용서하시지 않을 것이다!!”
원통에 찬 목소리로 마지막까지 저주를 내뱉으며 다루가치의 목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이것으로 인근 지역에 있는 다루가치는 전원 처리하였는가?”
“일부 도주한 자를 제외하면 전부 다 죽였사옵니다. 전하.”
‘예전에서 황성에서 보았을때는 이러한 분이 아니셨던 것 같았는데…’
서경안무사 민희는 고개를 숙이며 답하면서도 이 사태에 대해 속으로 적잖케 당황하고 있었다. 서경의 열렬한 환호 속에 입성한 왕자가 가장 처음에 내린 명령이 근방 지역에 있는 모든 다루가치를 신속히 처리할 것을 재촉한 것이다.
다루가치 처리 자체야 민희 또한 벼르고, 조정에서도 내린 명령이 있었던 일인 만큼 문제는 없었으나 자신의 생각대로라면 이 일은 자신이 제의를 하거나 유도를 하는 것이었지, 약관(20살)도 되지 못한 어린 왕자가 직접 나설 것라곤 상상조차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경안무사로서 당황하면서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어찌되었든 다루가치 처리하라는 명이 조정에서 내려온 것은 사실이 였으며, 자신도 벼르고 있었던 일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시작한 다루가치 처리는 여태 것 고민 한 것이 바보였던 것처럼 신속히 진행 되었다. 첫째 왕자가 서경에 들어온 시점에서 이미 서경 사람들에게는 고려 왕실이 자신들을 몽골군에게서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몽골군들에 대한 공포보다 더 크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안타깝군.”
“예? 아. 예. 그렇습니다. 하온데 사실이옵니까?”
“그렇네. 그는 몽고적들을 보이면 단기필마로 귀신같이 달려들어 닥치는 대로 베어죽이고, 멀리서라도 다루가치를 보이면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보듯이 노도와 같이 화살을 쏘아댔으며, 가까이 다가온 몽고적은 검을 꺼내들어 사생결단을 싸워 죽였네. 그런 영웅이 비열하게 숨어있던 다루가치의 사격에서 과인을 구하고자 몸을 던져 막고는 화살에 박힌 상태에서도 기어코 그 다루가치에게 달려들어 죽이고 고려의 안녕을 기도하는 유언을 남기며 최후를 맞이 하였다니… 과인이 살아오면서 서경낭장같은 영웅은 그리 보지 못하였네. 안무사는 그 영웅의 장례를 반드시 그에 걸맞게 대우하게.”
다루가치들 대부분은 자신들을 죽이려고 하는 걸 알고는 격하게 저항을 하였고, 이들의 저항에 다친 자는 물론 죽은 자도 몇 나왔다. 그러나 그런 자들은 대부분 품계가 낮거나 혹은 병졸들 뿐이었는데, 딱 한사람 죽은 이 중 정6품직에 달하는 자가 있었다.
“알겠사옵니다. 하오나 정말, 정말로 그… 서, 서경낭장이 그러했습니까?”
그의 사망소식은 민희에게 있어서 진심으로 의외였다. 자신이 알기로 서경낭장은 공공연연하게 서경 사람들에게 몽골과 싸우게 되면 전부 죽는다는 듯이 선동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서경낭장에 대해서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고, 그렇기에 이번 다루가치 처리 문제에 그가 활약하여 전사한 것은 의외 그 자체였다. 자신이 아는 그라면 나서기 보다는 어떻게든 다루가치의 눈을 피하려는 자였기 때문이다.
‘전하께서 말씀하시는 서경낭장이 정녕 내가 아는 홍가가 맞단 말인가? 너무 괴리감이 심하여 믿을 수가 없는데 허나, 황자 전하와 호위 무장들은 하나 같이 그가 용감하게 맞서 싸웠다고 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잠깐. 그러고보면 전하께서 친히 나서실때 그를 콕집어서 동행하셨지. 그리고 홍가 놈의 사인은 분명 뒤에서 날아온 화살에…. 설마?!’
“안무사. 서경낭장은 고려국의 자랑스러운 무인답게 몽고의 다루가치와 장렬히 싸우다 전사를 한것이네. 알겠는가? 몽.고.적.과. 맞서 싸우다가 죽은 낭장을 반드시 후하게 장례를 치르도록 하게!”
“저.전하의 명을 받잡아 몽고적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서경낭장 ‘홍복원’의 장례를 부족함없이 치르겠나이다.”
민희는 더이상 파고 들지 않기로 결심했다. 13살 불과한 어린 아이라곤 생각할수 없는 고저 없는 언성과 함께 모공의 끝까지 떨게 만드는 차가운 시선에서 민희의 이성과 직감이 이 문제에 대해서 더이상 파고들지 말 것을 경고를 한 것이다.
“아. 안타깝군. 안타까워. 참된 영웅이 죽었어.”
왕자의 입에서는 참으로 감정이 깃들지 않은 탄성이 흘러나왓다.
* * *
고려가 몽골이 설치한 다루가치들을 내쫒거나 죽였다는 소식은 얼마 가지 않아 예케 몽골 올루스의 대칸이 있는 카라콜룸에도 전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려의 왕이 개경을 떠나 강화도에 들어갔다는 소문까지 전해지자 서둘러 사신을 보내 고려왕의 출륙을 다그쳤으나, 고려에서는 명확한 답을 보내오지 않았다. 그 대응에 대칸은 입가를 비틀었다.
“살리타이. 아무래도 저 고려 놈들은 푸른 늑대의 힘을 다시금 체험하고 싶은 듯 하구나.”
“대,대칸이시여. 소장을 다시 보내주신다면 저 신의라곤 없는 고려를 반드시 멸망시키고 왕을 포박하여 끌고 오겠나이다!”
살리타이는 식은 땀을 흘리며 답했다. 그로서는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지난 전쟁에서 고려의 항복을 받은 이후 그는 이제 고려의 문제는 신경쓸 것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는데 고려에서 철수한지 1년도 안되서 고려가 다시 반발을 한 것이다. 만약 대칸이 이를 걸고 자신에게 죄를 문책한다면 죽은 목숨이나 진배없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는 다행스럽게도 오고타이 칸은 그렇게까지 화가 나있지는 않았으며 살리타이에게 죄를 문책할 생각도 없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다. 우리가 먼저 멸 할 것은 주르첸(여진)이지. 고려가 아니다. 그들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아직 우리에 대해 무지하고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아니겠느냐. 그렇다면 그것을 다시 알려주면 될 뿐이지.”
“……”
“살리타이. 다시 고려로 가라. 그리고 그들에게 위대하신 푸른 늑대의 후손이자 선대칸께서 이룩하신 우리 예케 몽골 울루스의 힘을 다시금 확인시키고 그들로 하여금 다시 스스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도록 하라.”
“대칸의 명을 받잡겠습니다!”
고종 19년 8월. 몽골 태종 4년. 송나라 소정 5년. 금나라 천흥 원년.(1232년) 8월.
살리타이는 다시 군대를 끌고 고려를 치기 시작했다.
* * *
살리타이의 군대가 침공해온다는 소식은 강화에 있는 조정까지 순식간에 전해졌다. 그러나 조정은 살리타이의 침공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이어 날아온 보고에 또다른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충주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니? 충주의 반란은 그들에게 상을 주어 불만을 달래면서 무사히 끝이 났다고 하지 않았더냐?”
지난해 고종 18년(1231년) 1차 여몽 항쟁 때 몽골군이 충주읍성을 침략해왔는데 이때 당시 충주 부사[副使] 우종주(于宗柱)를 비롯한 지방관들과 양반별초[兩班別抄]는 몽골군이 두려워 모두 도망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양반별초와 책임자들이 도망쳤을때 노비와 잡류들로 이루어진 노군잡류별초[奴軍雜類別抄]들은 성에 남아 몽골군과 맞서 싸웠고 심지어 격퇴까지 하는 쾌거를 보였다. 지방관도 책임자도, 심지어 부대조차 사라져 온전하지 않은 성에서 남아 싸운 그들의 승리는 그들의 능력과 승전을 찬사하고 큰 상을 주고도 남을 일이라 할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사 오호통재라, 목숨을 바쳐 힘껏 싸워 성을 지킨 노군잡류별초들에게서 돌아온 것은 찬사도 사과도 아닌 의심과 누명. 그리고 살의였다. 몽골군이 떠나자 돌아온 양반별초 및 지방관들은 관청과 민가의 은기가 사라진 것을 빌미로 노군들을 의심하고 벌을 주려했으며, 나아가 노군의 우두머리인 노군도령 지광수와 승려 우본을 죽이려고 까지 획책 한 것이다.
“몽고군이 침입하였을 때는 싸우기가 겁나 달아났으면서 우리가 격퇴하고 나니 이제와서 돌아와 적이 약탈해 간 것을 우리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는 죽이려 하는데 어찌 참으란 말이냐!”
당연히 이런 무도한 폭거에 결국 노군들도 1232년 1월에 분노가 폭발하여 누명을 씌운 호족과 관리들을 죽이며 난을 일으켰다. 이들의 반란 소식을 들은 최우는 곧바로 재추회의(宰樞回議)를 소집하고 진압을 위한 군사 출동까지 염두하였으나 이때 판관 유홍익이 군사 출동을 막아섰다.
“상국. 저들이 비록 감히 조정의 관리들을 향해 창칼을 들이미는 패악무도한 짓을 벌이곤 있으나 진정으로 황실에 역심을 품고 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아무리 보아도 시시비비를 확실히 알아보지 못하고 노군에게 누명을 씌우고 몰아세운 충주 지방관들과 양반별초들의 탓이 더 크기 때문이옵니다. 부디, 몽고군을 격퇴한 그 공과 능력을 높이사서 우선 저들 마음에 진정으로 조정에 대한 역심이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만약 저들에게 역심이 없다면 아량을 베풀어 저들을 어루어 달래며 위무를 하고. 그것으로 저들을 설복시킬수 있다면 장차 전국의 백성들과 병사들에게도 동향(動向)이 될것이라 믿사옵니다.”
최우는 이런 유홍익의 위무책[慰撫策]을 받아들여 안무별감을 보내어 우두머리인 지광수와 우본에게 상을 주자 정말로 충주의 난을 무사히 수습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수습되고 더이상 일이 없어야 할 반란이 지금 다시 터진 것이다.
“충주대원사 주지. 우본이 올해 봄에 난을 일으킨 노군을 다시 규합하여 반란을 일으켰다고 하옵니다!”
“어허. 염려하던 일이 터졌습니다. 북에서는 몽고적이 남하하고 있다고 하는데 충주에서 반란이 일어나다니… 속히 진압해야 합니다.”
“이자성 상장군이 황자 전하와 몽고군을 막기 위해 서경으로 향하였습니다. 누구를 보내야 빠르게 진압을 할수 있단 말입니까?”
이자성의 군대가 서경으로 올라간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기에 강화 조정에선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그때 길고 아름다운 수염을 한 노인이 나섰다.
“제가 가겠습니다!”
그러나 최우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안되오. 김 시중은 자중하시오.”
거절은 하였으나 최우는 노인장의 군재(軍才)라면 충주의 노군 반란쯤이야 능히 진압을 할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장을 섬 밖으로 보낼수가 없었다. 충주 반란을 진압하는 것 이상으로 대몽골 외교에 필요한 ‘김취려’를 강화에서 함부로 보내내는 것이 꺼러졌기 때문이다.
“병감. 충주의 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기강이 흔들리고 나아가 겨우 진압된 전 황도(개경)와 서경까지 혼란이 번질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아조는 몹시 힘들어질 것입니다.”
“알고 있소. 하지만 문하시중 외에도 진압을 할 자를 보내면 되는 것 아니오?”
“누굴 보내실 것입니까?”
최우의 회피성 답변에 김취려는 인상을 구기며 반드시 지금 당장 답을 듣고 말겠다는 듯이 추궁하였다. 외우내환의 사태가 지속되는 것이야 말로 망국의 조짐이거늘, 병감께서 원하시는 것이 정녕 그런 것이냐는 질책의 시선을 보내오자 최우는 잠시 고민한 끝에 결국 입을 열어 답하였다.
“죽주의 ‘그’를 보내도록 하겠소.”
그 말을 듣는 순간 김취려의 표정은 단번에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