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
…복구합니다…^_^;;;
출판사와 협의 완료…복구합니다…
디네스 펜터 호리스는 약간 깊게 숨을 들어 마시면서 자신의 금발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그녀는 올해 16살이었다. 16살에 하사 계급장을 달고 있는 군복을 걸친 군인이었다. 기본학교를 15살에 졸업을 한후 상급 학교에 진학하기를 포기해 입대한 결과였다.
그렇지만 자신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을 위해서는 군대 문제를 해결해 놓아야 했다. 그녀는 아직 나이가 어렸지만 자원병 제도를 이용해서 군대에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달리 다른 것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단지 군인이라는 것을 언젠가는 마쳐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고, 파일럿을 지원한 것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과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갸름한 얼굴형에 푸른색 눈동자를 지닌 디네스는 매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6주간의 기본적인 군사 교육 이외에 6개월 간의 파일럿으로서의 교육도 함께 받았을때에는 정말로 죽고 싶을 만큼 살도 쭉빠지고 많이 말라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도 마음이 다소 느긋해 졌는지 체중이 조금씩 불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디네스는 아직까지도 자신이 군인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어느사이 지금 입고 있는 몸에 꼭 맞는 파일럿슈트가 익숙해 졌다고 믿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뿜어내고 있는 긴장감이라고 하는 끈아래에서 그것은 더할 수가 없이 무겁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지금 자신들은 전투장으로 달려 나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이제까지는 마음이 느긋할 여유가 없었는데, 전쟁이라는 것을 실제로 겪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어딘지 모르게 기대가 되기도 했다. 무엇이든 아주 막연하게만 생각 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누군가 깊게 숨을 들어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디네스에게는 너무 크게 들려왔다. 디네스는 정체를 알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자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자신이 타고 있던 전함의 파일럿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지금 자신이 겪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더욱 긴장감을 고조시켰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막연하게 기대를 하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우스웠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지닌 파일럿들 모두 그녀와 함께 자리에 앉아 있었다. 디네스 자신을 비롯한 그들 대부분이 신병들이었다.
디네스의 시선은 조금 앞쪽에 앉아 있는 비슷한 나이의 갈색 머리카락의 소위로 옮겼다. 아마 크라우프 페트릴이라고 했을 것이다. 나이는 많아봐야 열 대여섯살 정도로 보였지만 소위계급장을 달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적어도 20세는 되었을 것이다. 그도 전쟁 경험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위는 긴장감이 없어보이는 얼굴로 옆에 앉아 있는 검은 머리카락의 중사와 즐겁게 떠들고 있을 뿐이었다. 아주 여유가 만만한 얼굴이었다. 디네스는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숙였을때 자신도 모르게 손을 부르르 떨고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그때 비상벨이 요란하게 울려왔다. 그러자 그 떨림이 신기하게도 멈추었다. 그렇지만 떨림이 멈춘 손과는 반대로 깜짝 놀란 파일럿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포격이 시작되었다. 출격이다. 출격!”
관제실의 방송이 들리면서 파일럿들은 모두 대기하고 있던 장소에서 뛰어 나가기 시작했다.
파일럿들은 복도를 따라서 격납고쪽으로 차례대로 달려갔다. 그들이 격납고에 도착했을 때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잘 정비돼 격납되어 있는 바리스타에 차례대로 올라타기 시작하는 중이었다. 정비병들과 관제요원들이 차례대로 파일럿들을 유도해 주기 시작했다. 갈색과 푸른색이 절묘하게 혼합되어 있는 색으로 도장되어 있는 바리스타 자카운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바리스타는 인간형의 병기로서 이 시대의 최고의 병기다. 값싼 병기로서 일격에 거대 전함을 격침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리스타에 대한 투자는 대폭적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중요 병기로서 인식하게 되었다. 오랜 전쟁으로 바리스타는 그 성능이 대폭적으로 향상되었고 그것의 운용성에 대해서도 비약적인 발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디네스도 자신의 바리스타에 올랐다. 자카운라는 정식 명칭이 붙어 있는 이 바리스타는 앞으로 자신의 땀냄새가 배어 있을 곳이다. 이것의 콕핏은 등에 장착된 추진장치가 뒤로 젖혀지며 콕핏이 드러나게 되어 있었고, 뒤쪽으로부터 탑승하는 방식이었다. 디네스는 자신의 기체의 목과 로켓추진장치가 조금 젖혀지면서 그 사이로 드러나 있는 공간으로 탑승했다.
조종석은 전방향 풀스크린 모니터로 채워져 있었다. 이것을 타고 우주 공간에 나서면 파일럿은 마치 자신이 우주공간에 홀로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트의 앞쪽으로 메인모니터가 작동되고 다른 보조 모니터들이 차례대로 작동 되었다. 그리고 정면 모니터에는 여러 가지 꼭 중요한 정보가 출력되고 있었다. 시트에 앉으면 양팔 부분에 조종간이 있었고, 시트의 오른쪽과 왼쪽으로 몇 개의 모니터와 계기가 위치해 있었다. 아래 가지랑이 사이로 콕핏 자체가 바디에서 이탈해 버리는 탈출 포트를 작동시킬수 있는 비상손잡이가 있었고, 그 앞쪽에는 페달이 4개 있었다. 가운데 2개는 역추진이었고 바깥쪽 2개는 정면으로 추진을 할 때 쓰는 것이었다. 지상에서는 양쪽 두개를 밟고 있으면 입력된 프로그램의 동작에 따라 바리스타가 걷는 동작을 했다.
디네스는 훈련받은 대로 바리스타의 계기를 작동시켰고 이상 상황이 없는지를 체크했다. 개인용 시동키를 콕핏의 옆쪽에 꽂아 넣으면 그것이 인식되면서 바리스타는 정상 작동됨과 동시에 파일럿이 입력한 동작을 인스톨하는 것이다. 디네스는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높이의 공중에 떠 있는 헬멧으로 지금 이곳이 무중력 상태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녀는 헬멧을 잡으면서 통신기를 통해서 관제실의 지시를 받았다.
“바리스타부대는 즉시 출발 준비를 갖춰라!”
관제실의 지시가 다시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디네스는 양쪽 어깨로 교차하는 안전 벨트를 잡아 멘 다음 헬멧을 머리에 눌러쓴 후 완전 밀폐했다. 그리고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 마셨다. 출격 준비를 완전히 끝마친 다음 헬멧의 라디오를 재조정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시트 밑에 있는 서바이벌세트에 손을 뻗었다. 정사각형의 가방이 잡히자 안심이 되어 시트에 등을 기댔다. 모든 것이 정위치해 있었고 이상도 없었다.
서바이벌세트는 파일럿이 불의의 사고 등으로 귀환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시에 필요하게 되어 있는 모든 장비들이 들어 있었다. 소형 무전기와 자기위치표시기, 칼슘제와 영양제, 2일 정도 분량의 완전 영양식품, 각성제와 해독제, 전투약, 탄창이 삽입되어 있는 권총 1정과 예비 탄창 1개 등이 기본 품목으로 들어 있었다. 그녀는 이런 것을 사용하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바로 그때 자신이 타고 있는 전함이 크게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은 근접한 거리에서 무엇인가 큰 폭발이 일어 났음을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고 이 충격은 파일럿들을 매우 불안하게 만들었다.
“충격파가 대단한데……”
통신기를 통해서 누군가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은 정말로 손이 덜덜 떨리는데 누구는 얄밉게도 너무나도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디네스는 기분이 조금 상했다.
디네스는 자신도 모르게 왼손의 손목에 차여져 있는 시계를 내려보았다. 리하르트황제력 260년 3월 10일 목요일 14시 32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에이센 표준력으로 제작되어 있는 이 시계에 표시되어 있는 시간은 에이센 수도의 시간을 기준으로 하여 설정되어 있었다. 자신이 죽게될 시간이라도 보려던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자 디네스는 얼른 시게에서 눈을 돌렸다. 그때 다시 한번 크게 배가 흔들렸고 모두들 마른침을 삼키기 시작했다.
자신들은 3월 2일 수요일 그 동안의 전쟁의 기운이 가득차 있던 가운데, 파츠 베이스군에 대해 일격을 가하기 위해 준비된 함대에 소속되어 전장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파츠 베이스와의 지난 10여년에 걸친, 마치 거친 파도를 잠재워 주고 있었던 살얼음판 같은 평화는 이제는 더 이상 그 파도를 막아낼 수 없었다. 양측의 관계가 험악해져 가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평화라는 방파제를 넘어서 전쟁이라는 파도가 거칠게 몰아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려는 분위기 때문에 양군의 함대는 서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었고, 그러던 사이 이렇게 전면전으로 맞부딪치게 되어 버렸다.
디네스는 관제실의 지시에 맞춰 훈련받은 대로 사출장치에 올랐고, 어느사이 자신이 우주 공간에 홀로 떨어져 나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입에서는 욕설이 먼저 터져 나왔다.
“빌어먹을!”
자신들이 왜 이런 곳에서 싸워야 하는 것인지 그런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지금 자신이 나와 있는 공간에서는 수많은 살육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변에서 크고 작은 폭발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었고, 거대한 폭발의 충격파가 디네스가 타고 있는 자카운의 조종 능력을 상실케 하면서 한참을 본래 위치하고 있던 곳에서 밀어내 버렸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기체를 수습한 디네스은 조종간을 움직이면서 정면쪽에서 파츠 베이스군의 바리스타인 엘윈이 포착된 것을 확인했다.
“오는 건가!”
적의 바리스타 엘윈은 기동력과 화력이 종합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매우 우수한 기체였다. 그 성능은 아마도 자카운과 엇비슷할 것이라고 평가 받고 있었다.
‘훈련받은 대로만 하면 된다.’
적이 다가온다는 당혹감에 조종간을 잡고 있는 손이 저절로 떨렸다. 그렇지만 그녀는 최대한 침착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었다. 교관들은 언제나 입버릇처럼 전투에 나가게 되었을 때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는 사람이 살아 남을 수가 있고 강조했다.
‘침착해라……최대한 빨리 움직여라!’
그 이외에도 여러가지 주의 사항들이 있었지만 지금 생각나는 것은 오직 그것 뿐이었다. 에이스 파일럿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오히려 즐긴다고 하지만, 서로의 바리스타들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거함들이 쏟아내는 불꽃들이 형형으로 우주를 가로 지르고 있는 가운데, 자동 회피 시스템 덕분에 아군의 포화에 맞아 죽지 않는 것이 천만 다행인 디네스에게는 이런 것을 즐길 여유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여유같은 것은 자신의 일이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녀의 옆으로 거대한 전함이 주포를 발사하는 것이 보였다. 에이센이나 다른 세력들이나 전함들은 매우 거대하게 건조했다. 인류의 생활 공간이 우주 공간을 뛰어넘어 확대되었기 때문에 이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단체의 함으로 초장거리를 아광속 워프해 들어가야 했고, 장시간의 항해에도 견딜 수가 있도록 모든 선박을 매우 크게 제작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어느새 가까워진 거대한 전함의 함체가 디네스의 눈에 들어왔다. 이 거대한 인공의 피조물의 옆을 비행할때는 평균 속력을 내야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고속으로 전함의 옆 부분을 스쳐 지나치고 나서야 드디어 디네스는 자카운들과의 엘윈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지역으로 들어섰다. 자신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던 엘윈은 어디에 갔는지 찾아볼 수 없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던 그녀의 정면에서 크고 작은 폭발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것들이 보였다. 디네스는 가슴 깊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페달을 밟아 가속했다.
디네스는 자신의 기체의 손에 들고 있는 빔 라이플의 에너지 상태를 확인했고, 이것이 제대로 충전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접근하고 있는 디네스에게 엘윈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 주었다. 마치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 같지만 이것은 게임이 아니었다. 게임오버는 곧 자신의 목숨을 잃는 것을 의미했다.
“어서 와라!”
그때 순간적으로 그녀의 앞쪽으로 무엇인가 똑바로 날아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디네스는 놀라 피하려 했지만 미처 피할 수가 없었다. 기체에 부딛쳐 충격이 가해져 왔고 그녀는 놀라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젠장!”
무엇에 부딪쳤는지는 몰라도 이상 상황은 체크되지 않고 있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때 조금 앞쪽으로 적기 식별 신호가 울렸다. 훈련을 받은 대로 침착하게 행동을 해야 했다. 어느 정도가 이런 상황에서 살아 남을 수준인지 몰라도 많은 시뮬레이션 훈련을 쌓아왔고, 이제는 실전에 투입되어도 충분하게 전투를 벌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왔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못했다. 조종간을 잡아당기고 있던 디네스의 눈에 무엇인가 번쩍하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재빨리 회피했다. 잠시 뒤에 그녀의 옆쪽으로 엘윈에서 쏘아낸 하이파워 빔 바주카의 잔광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놀랄 틈도 없이 적이 조준되는 것이 보였고 디네스는 본능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연속해서 자카운의 빔 라이플이 발사되었지만 상대는 은색의 추진제를 내뿜으면서 자신의 빔 공격을 피해 내는 것이 보였다.
“치이!”
그녀는 짧게 혀를 차며 다시 조준하려 했지만 상대는 어디에 있는지 조차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그때 자신의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디네스는 갑자기 흐려진 시야에 당황하다가 순간 자신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덜덜 떨려서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왼쪽으로 적기 반응이 들어왔다. 상대는 조준이 흐트러져 있는지 빔 라이플을 연사했댔는데 거의 서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디네스의 기체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우아아!”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디네스가 어떻게든 피하려 했지만 상대의 조준은 꽤나 정확하게 보정되고 있었다. 아마도 거의 움직임이 없으니 조준 보정이 확실히 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죽었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날아온 공격에 상대는 그대로 맞아 격추되어 버렸다.
“뭐야?”
놀라는 것도 잠시 크라우프 페트릴 소위의 기체에서 쏘아진 빔이 그 적기를 격추시켰음을 알아 차렸다. 살았다는 기분이 든었고 디네스는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그때 통신기가 열리고 크라우프의 얼굴이 나타났다. 무척이나 상기되어 있었다.
“뭐하는 거야! 어서 움직여! 그대로 표적이 되고 싶어!”
크라우프 소위의 외침에 디네스는 어깨를 들썩이고 있다가 간신히 조종간을 움켜잡았고, 그의 기체가 움직이는 방향쪽으로 자신의 기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번쩍번쩍하는 불꽃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었다. 디네스는 자신의 몸이 덜덜 떨리고 있는 것을 어떻게 멈출 수가 없었다.
어디에서 무엇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계기판을 조작해 주변을 살펴 보았다. 자신은 지금 전투장의 가운데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무엇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거대 전함이 바리스타들의 집중 공격에 그대로 격침되어 버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전함의 거대한 함체의 곳곳에 바리스타들이 남긴 크고 작은 상처들이 더이상 거대한 몸집을 견딜 수 없도록 한것이다.
“아군의 포화에 맞지 마라!”
전투중에는 누군가의 총탄에 맞아 죽을지 모르는 것이지만, 적어도 아군의 총탄에 맞아 죽지는 말라고 하는 것이다. 통신기를 통해서 수많은 목소리들이 교차되고 있었다.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 비명소리, 고통소리, 괴성과 환호소리들이 통신기를 통해서 계속해서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으으!”
디네스는 떨면서 조종간을 잡아 당겼다. 바로 그 순간 아래쪽으로 하이파워 빔 바주카의 불꽃이 스쳐 지나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디에서 쏘았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과 비슷하게 카메라에 잡힌 영상으로 빠르게 움직여 지나가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호리스 하사! 왼쪽으로 두 놈 가고 있다! 조심해!”
어지러운 통신기를 뚫고 누군가 그렇게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녀는 왼쪽이 어디고 오른쪽이 어디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어디가 어디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아아!”
바로 그때 자신의 기체가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계기에서 전압이 역류하고 모니터가 흔들리면서 빛을 잃어 갔다. 자신이 타고 있는 기체가 기관포에 명중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손발을 움직이면서 피하려고 애썼다. 디네스는 기체가 말을 듣지 않아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없었지만, 아직 전원이 나가지 않은 메인모니터를 통해 자신을 향해서 격투전용 기관포를 발사하고 있는 적기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경악스러웠다.
“꺄아아!”
디네스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면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복구합니다…^_^;;;
디네스 펜터 호리스는 244년 에이센의 지방 행성계인 프로스베인에서 태어났다. 프로스베인은 광업이 매우 발달되어 있었던 곳으로 많은 광물 자원이 풍부한 곳이었다. 그녀가 태어난 곳은 제 7태양계의 유네피온이라고는 곳이었다. 이곳은 표준 중력 1.03이었고 대규모의 광산 개발이 진행되어 있는 곳이었다. 광물 자원이 매우 풍부한 곳이었다. 인구 11억 3천 만명 가량의 대부분이 행성의 자원 채굴에 목을 메고 살고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파츠 베이스영역인 네페르 행성계와 마주보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디네스 펜터 호리스는 그곳에서 광원조합원인 아버지의 장녀로 태어났다. 아버지 비어트 펜터 호리스는 매우 마른 체격에 다소 허약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키는 큰편으로서 나름대로 광원 조합원으로서 일을 많이 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녀의 어머니 리베냐는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좀 거리가 있는 사람으로서 매우 살이 쪄 있는 체격이었고, 짙은 검은 머리카락에 매우 생활력이 강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광산 행성인 이 유네피온에서 오랬동안 살아왔던 사람이었다. 그녀가 유네피온에 오게 된 것은 5번 전의 남편을 따라서 였는데, 남편이 광산일을 하던 도중 사망하자 그 보상금으며 계속해서 재혼을 거듭하여 지금 5번째 남편인 비어트와 재혼을 하게 된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 전까지의 남편들 때문에 받게 되는 유족 보상금으로 상당한 재산을 모았던 사람이었다. 전남편 4명 모두를 광산 사고로 사별을 한 이후 받은 보상금과 지금의 남편 비어트의 성실함으로 많을 재산을 모았을 법 했지만, 리베냐 특유의 낭비벽 때문에 다시 어느때 부터인가는 다시 쪼들리게 되었고, 결국에는 다시금 가난한 광부의 아내가 되어 버렸다.
검은 머리카락의 아버지와 검은 머리카락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게 된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디네스의 출생은, 그녀의 어머니인 리베냐를 매우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자원을 실어 나르기 위해 기항한 자원수송선의 건장하고 멋진 남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적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그 젊은 남자는 리베냐를 뜨겁게 만들었고 비어트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그를 침실로 끌어 들여 격정적인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디네스를 낳고 나서 남편이 아이가 누구의 것이냐고 소리지를 것을 걱정하며 노심초사했지만, 지극정성으로 아이를 바랬던 비어트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디네스를 자신의 딸로 인정했던 것이다. 그때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를 것이다.
“내 조상들 중에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사람이 있었다.”
혼혈이 보편화되어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백인 여자애가 태어난다고 해서 전혀 의심을 해볼 이유가 없었다.
어릴적부터 디네스는 무척 아름답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하지만 부모들 조차 디네스가 커가면서 보통의 여자애들처럼 평범해 보일 것이라고 여겼고, 그녀를 보게 된 주변 사람들 모두 이 애는 나이가 들면 얼굴이 평범하게 변할 것이라고 말을 해 주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것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도 디네스의 외모는 결코 평범하게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되다보니 더욱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광산 노동자의 힘들고 괴로운 삶의 속에서 디네스는 아버지의 자랑이었던 것이다. 2년 뒤에 여동생인 사라가 태어났지만 사라에 대한 애정은 디네스에 비한 것보다는 휠씬 덜했다.
디네스가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금새 남자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또래의 다른 여자아이들에게는 질시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매우 사교적이었고 별다르게 적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친구들이 많았다.
매우 공손했고 주변의 어른들에게 귀염을 받던 그녀는 학교를 다니면서 가끔씩 아버지가 좋아하는 음식도 만들어 드리곤 했다. 그러면서 어느새 낭비벽이 심한 어머니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착하게 자라는 디네스를 바라보면서 부모로서 어떻게든 사랑스러운 딸아이를 대학에 보내든지 아니면 보다 자신의 아름다음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고, 디네스는 15살 때 기본학교를 졸업하게 되면서 취업이나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군대에 자원입대했던 것이다.
이 결정은 비어트를 매우 놀라게 만들었다. 하지만 디네스는 바리스타 파일럿이 되기로 결정을 내렸고, 파일럿이 되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게 된다면 제대하여 아버지를 도와 드릴 수가 있다고 하면서 부모를 안심시켰다. 고향에 돌아와 바리스타 기사가 되든지 아니면 정비 자격을 받아서 정비사로서도 활동할 수가 있게 된다면, 어려운 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반대도 많았지만 디네스는 결심을 굳혔다. 부모로서는 그런 위험한 일 대신에 디네스가 자신의 아름다움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도 있기를 바랬다. 그렇지만 그런 바램과는 달리 디네스 자신은 그렇게 거친 일을 택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웃행성인 규네이크에 설치되어 있는 군 훈련소의 파일럿 양성과정에 들어가게 되었고, 6주간의 기본적인 군사 훈련 교육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다시 6개월 동안 파일럿 양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하사관후보생으로서 파일럿이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행성계에서 군 징집병들의 편의를 위해 군 훈련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프로스베인에서는 규네이크에 훈련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파일럿이 되기 위한 6개월 동안 참으로 지독하게 훈련 받았다. 매일같이 기계를 만지고 바리스타에 익숙해지도록 훈련을 받았다. 파일럿이 되는 과정이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인지 디네스는 그때 처음 깨달았다. 예전과 같은 전면전 시대였다고 한다면 바리스타에 익숙해지게만 만들고 곧바로 전장에 투입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시간이 좀 넉넉했기 때문에 훈련 과정이 6개월로 늘어나 있었다. 겨우겨우 여러가지 과정을 마치고 바리스타 조종자격증과 하사관으로서의 계급장을 받았을 때 정말로 뿌듯했다.
그리고 디네스는 자신의 고향인 프로스베인으로 배치되었고 4년 동안 함께하게 될 바리스타 자카운을 받게된 기쁨도 잠시, 3월 2일 수요일 그녀가 소속된 함대는 긴장속에 출격하게 되었던 것이다. 바로 그녀 자신의 고향이 전쟁에 휩쌓이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녀가 어릴적부터 전쟁은 자주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자신이 직접 전쟁에 참가하게 되는 것이었다. 어릴적 보았던 밤하늘의 크고 작은 불빛들이 반짝이는 것을 늘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던 부모님과는 달리 자신이 그 불빛 속으로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웠고 자신이 너무나도 부족하게 느껴졌다.
정신이 들었을 때 디네스는 자신이 야전침대 위에 놓여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이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자기도 모르게 탈출장치에 손을 얹었던 모양이었다. 그 다음을 아무리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으으……”
그러는 사이 그녀의 귀에는 익숙한 에이센어가 들려왔다. 고통에 찬 신음소리, 비명소리.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는 소리들이었다.
“정신이 들었나?”
중사 계급장을 달고 있는 간호사가 물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갈색머리의 여중사는 얼굴 곳곳에 피가 엉겨붙어 있었다. 디네스는 대답대신에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보았다. 복도 곳곳에 사람들이 간이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그 사이로 간호사들과 군의관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켜보는 사이 로봇카가 스쳐지나가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부상자들로부터 잘라낸 팔다리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디네스는 자신도 모르게 구역질이 나왔고, 자신의 신체도 저렇게 잘려져 나간 것이 아닌가 싶었다.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어떻게 되었는지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가만히 있어……누워 있으면 회복 될꺼야! 운이 좋았어……펜터 호리스 하사!”
간호사는 무표정하게 대답해 주었다.
“여기가 어디죠?”
디네스의 물음에 간호사는 전함 안 간이침대위라고 하면서 구조되었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그리고 한숨 자 두라고 했다.
“제 팔다리……어디 잘라 버린건 있나요?”
“아니! 없어……단지 옆구리가 떨어져 나가서 재생충진액에 담가 놓았다. 죽지 않아 다행이야! 그리고 잘려지더라도 다시 재생하면 그만인데 뭐……”
간단하게 말하면서 간호사는 다시 시야에서 사라졌고 그녀는 침대위에 누워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을 해보려 했지만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았다. 머리속이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던 것이다.
그녀는 진통제의 영향 때문인지 별다르게 통증을 느낄 수가 없었다. 옆구리가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살아 있다는 것에 안심을 하라고 하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었다. 무슨 주사를 맞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크라우프 페트릴 소위는 격납고의 캣워크에서 아래쪽을 내려보고 있었다. 산산히 부서진 채로 귀환을 해온 많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목숨이라도 붙어 있는 편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그렇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던 것이다. 파일럿이 조종불능 상태에 이르렀을 때 자카운에 장착되어 있는 자동 귀환시스템으로 인해서 가장 가까운 아군 함에 안착해 버린 경우도 허다했다.
크라우프의 아래쪽으로 정비병 한사람이 피로 완전히 젖어 있는 자카운의 콕핏에서 시트를 끌어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보면서 크라우프는 참으로 아까운 죽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자카운의 파일럿은 귀환했을 때만큼은 정신이 들어 있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치료를 기다리던 중 사망했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뭐……”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자신이 구조해 온 금발의 하사를 생각했다. 그래도 그녀는 운이 좋았던 것이다. 파편으로 왼쪽 옆구리가 완전히 떨어져 나가 내장이 흩어져 나와 있었지만 일단 구조만 된다고 한다면 살아 남을 수가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것이다. 세포 재생기술이 매우 발전되어 있는 시대였기 때문에 뇌만 죽지 않는 다면 살아 날 수가 있았다.
“크라우프!”
그의 뒤쪽으로 어깨 정도 닿는 짙은 흑색 머리카락의 20세 정도의 여성이 다가왔다. 그렇게 키가 큰 편은 아니었는데도 상당히 날씬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리고 눈동자도 머리칼라과 같은 검은색이었다. 그녀를 돌아보면서 그는 매우 반가워했다.
“시에나!”
크라우프는 뒤돌아 서서 시에나가 자신의 목을 팔로 휘감아 안는 것을 가만히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무거운 체중도 아니었고 무중력 상태였기 때문에 별다른 무게를 느낄 수가 없었다.
“힘들지 않아?”
시에나의 물음에 그는 피식 웃기만 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시에나는 굉장한 미인이었다. 작은 얼굴에 눈이 크고 부드러웠다. 오똑한 코와 엷은 입술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피곤해 있던 크라우프는 그녀가 다정하게 대해오자 기분이 꽤 좋아졌다. 돌아보면서 자신의 가슴에 시에나를 안아 주었다. 올해로 18살이 되는 시에나는 중사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그녀의 군복 오른쪽 가슴위에는 필드 플레인이라고 하는 성이 새겨져 있었다.
“방으로 갈래?”
“싫어……맨 날 하는 짓이라고는 그런 거 뿐이야!”
눈을 흘기면서 볼멘 소리를 하는 시에나에 크라우프는 피식 웃으면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그러면서 조금은 침울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살아 남은게……시에나 뿐인가?”
“응……배고픈데 밥이라도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