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02
그는 다이아몬드광산지대에서 증원되는 2개 대대 병력의 바리스타들과 1개 대대의 전차부대가 자신의 지휘하로 들어오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자신의 의도대로 그 부대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도리안 준장이 자신에게 내린 명령에는 앞으로의 행동지침만 간략하게 적혀있었을 뿐, 세세한 부분까지는 적혀있지 않았다. 단지 ‘증원된 부대와 소령의 부대로 적의 진출을 저지하라’라는 내용 뿐이었다. 그래서 크라우프는 그 명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증원부대가 합류할 때까지 800대의 적을 막을 수 없다 판단하였던 것이다. 그는 구릉지대로 후퇴해 아군이 합류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로군······’
현재 아군이 처한 상황이 크라우프에게는 무척이나 한심스러운 것이었다. 자신이 허버크대령과 같은 지위에 있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셰어필드에 적들이 상륙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되었다면, 회두하여 전력으로 기지를 공격하든지 아니면 보다 넓은 북쪽으로 부대를 이동시켜 적어도 아군이 고립되는 상황만은 피했을 것이다. 그것도 하지 못했다면 현재처럼 완전히 포위망이 갖추어 지기 전에 전력으로 북쪽으로 돌파구를 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허버크대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단순히 아군의 피해만을 우려한 나머지 부대를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포위망이 완전히 구축되더라도 렘셰이드기지로부터의 증원만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파츠 베이스군을 포위해 넣을 수 있다는 작은 희망에 걸고있는 것이었다. 그런 이유때문에 허버크 대령은 부대를 움직이지 않고 단지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전쟁이란 변수가 많은 법이었다. 그리고 완전히 방심하다가 당한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허버크대령은 오히려 전투를 회피함으로서 파츠 베이스군이 완벽하게 포위망을 갖추도록 방조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멍청한 녀석 같으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지난번에 자신들을 버리고 달아나 버린 라시드대령이나 똑같은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신의 어깨에 수많은 목숨들이 걸려 있다는 것을 왜 모르나 싶었다.
‘책임감이라······’
자신도 그렇게 유능한 지휘관이 되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하지만 허버크대령이 초반 파츠 베이스군이 가장 약했을 때 공세를 취할 기회를 잃어 버리게 되자, 그대로 부대를 정지시켜 버린 것은 진정으로 그가 지휘관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다.
크라우프는 렘셰이드기지에서 자신에게 약 600대의 바리스타를 지휘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의 의미를 잘 알 수 있었다. 메인 모니터에 훈련용 지도를 불러낸 그는 에이센군과 파츠 베이스군의 병력배치 상황을 나름대로 그려 보았다. 현재 파츠 베이스군이 집결되어 있는 에이센군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었다.
에이센군은 이대로 움츠려 있으면 보급품이나 병사의 사기가 떨어지게 되고, 어디로 움직이려고 해도 사방에서 쏟아지는 파츠 베이스군의 공세를 피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이런 상황을 조용히 살펴보던 크라우프는 렘셰이드기지에서 노리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파츠 베이스군의 포위망 중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자신들이 노리는 정면이었다. 강력하게 구축되어 있는 셰어필드기지 서쪽면의 병력 집결지와 기동성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북쪽으로 진출한 적부대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을 수비하기 위해 약 800대의 바리스타가 투입된 것이다. 아마 적의 계획대로라고 일이 진행되었다고 한다면 1천대의 바리스타가 투입되어 수비하고 있었을 것인데, 그만큼 적의 숫자가 들었으니 크라우프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젠장할······’
그는 셰어필드기지 북쪽으로 진출한 기동력 위주로 편성된 것으로 파악된 파츠 베이스군 부대가 적의 주력부대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북쪽으로부터의 에이센군의 증원과 격렬한 전투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지 서쪽에 견고하게 배치되어 있는 파츠 베이스군의 병력들은 전투경험이 부족한 신병들이나 이번 작전에 동원된 우주군 소속의 바리스타부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파츠 베이스군의 목적이 자신들이 아니라 허버크대령이 지휘하는 부대의 궤멸이라고 한다면 분명히 이곳에 투입된 병력이 그다지 강력하지 않은 부대일 것이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단지 견제만 하기 위한 부대에 정예병력을 배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곳에까지 전투를 확대한다면 지휘관으로서는 부담이 가게 되는 일이다.’
그는 셰어필드기지에서 전투지휘를 하고 있는 지휘관이 누구든지 만약 800대의 바리스타가 손실을 입어 현위치를 고수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면 다른 지역에서 병력을 차출해서라도 이곳을 게속해 막을 것이라 판단했다. 자칫 이곳이 뚫린다면 세어필드기지가 위험하게 되고, 또한 약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세어필드 서쪽방면 병력이 에이센의 부대에 역포위되는 경우까지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파츠 베이스군의 전체적인 작전에 큰 지장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전투를 회피하려 들겠군······최대한 아군을 견제하라고만 지시했을 것이야!’
크라우프 자신이라면 800대의 바리스타부대를 이끌고 있는 지휘관에게 에이센군이 초반 1개 대대의 아군을 격파한 기세를 타고 공격해 온다면 우세한 아군의 숫자를 앞세워 반격하고, 여의치 않으면 방어에 치중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것이다.
‘만약······이곳이 무너지게 되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세라······’
크라우프는 이번 파츠 베이스군의 공세가 에이센군에 대한 모든 준비가 끝이난 상황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충분하게 휴식과 보급, 그리고 부대배치를 마쳤으니 남은 것은 에이센군에 대한 공세 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몸이 너무나도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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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도대체 전투는 언제…..
아, 그리고 라티시드상사 말입니다….
….BOB의 스피X스가 생각 나신다는 분이 분명히 계실 겁니다….(누구신지…^_^;)
…정답은 건담외전 -Blue Destiny(철자가 맞나?)-의 ‘님버스 슈X텐’이라고 하더군요…
그넘도 상관살해에 포로학살의 혐의를 받고 있는 지X같은 넘이죠…ㅡ_ㅡ;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28
100회 맞이 제목 대 변경!!!!!!! ^_^/
12일 04시 30분 엘레비아는 셰어필드기지의 방어군이 그대로 움츠려 들어 있기만 한 에이센군에 공격을 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짧게 혀를 찼다. 드디어 전투가 시작되는 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거의 한달 동안인가?’
지난 10월 14일 에이센군의 엠더광산 공격으로 시작된 전투가 한달 가까이 계속해서 진행중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지금 셰어필드기지와 엠더광산 북부의 황야지대로 진출해 있는 바리스타부대의 중대장으로서 이 자리에 있었다.
목이 좀 마르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마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자신과 같이 움직이고 있는 중대원들을 한번 돌아 보면서 문득 그 크라우프 페트릴이라는 녀석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군에 포위되어 고림되어 있는 적중에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마도 다시 만나게 될 기회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꼭 다시 만나서 결판을 내고 싶었다.
‘하지만 뭐······’
그 녀석은 소위 말하는 에이스파일럿이니 의외로 쉽게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잠시뒤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겨우 바리스타 부대 중대장을 맡고 있는 한낱 중위인 자신이 무언가를 바란다는 것이 우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사치라고까지 생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얼마나 끌게 될까? 이번 전쟁······’
입술을 손가락으로 조금 쓸어 만졌다. 수분이 부족했는지 건조해져 있었다. 짧게 헛기침을 한 엘레비아는 언제 렘셰이드에서 증원부대가 내려올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언제쯤 일까?’
감지 못해 가려워진 머리를 손으로 긁적이고 있다가 여자애가 이거 너무한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도 제대로 감지 못하고 샤워도 잘 못한 채 냄새나 풍기며 다니곤 하는 자신들의 처지가 우습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한 맥주하고 샤워가 그립다.’
그녀는 눈을 잠시 감았다 뜨면서 자신도 짜증이 나는데 다른 중대원들은 어떨까 싶었다. 아마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니 중대장이나 되었으면 참고 견디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07시 20분 크라우프 페트릴소령은 콕핏속에서 아침식사로 간단하게 포장되어 있는 전투식량을 먹고 있었다. 꼭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맛있다고는 전혀 할 수 없는 것으로 단지 배고픔만을 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는 것이 전투식량이었다. 크라우프는 입맛이 없어서인지 반쯤 먹다가 그만 두었다. 물을 마시고 있을 때 중대장인 다이레아로 부터의 통신이 들어왔다.
“대대장님······관측병으로 부터의 보고입니다. 파츠 베이스군 바리스타부대가 포착되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30분 이내에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그녀의 보고에 크라우프는 물을 다시 한모금 마신 후 짧게 혀를 찼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통신기를 열었다.
“모두 들어라! 전원 전투태세를 갖춰라! 적이 접근하고 있다!”
크라우프의 지시가 떨어짐과 동시에 전 대대원들은 즉시 전투준비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이곳이 전장터인 덕분에 주변에 파괴된 바리스타의 잔해들이 널려 있어 탐색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물론 적들도 이 점은 충분히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
‘이 병력으로 막을 수 있을까?’
고개를 조금 앞으로 숙이고 있던 그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아직 증원궁이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크라우프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지 인상을 잠시 찌뿌렸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 있던 크라우프는 전투를 앞두고 있는 대대의 지휘관으로서 병사들의 사기를 붇돋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전 대대원들에게 고한다. 현재 귀관들이 맞이해야 할 적은 우리를 견제하기 위한 부대다. 저들만 물리치면 포위되어 있는 아군 부대를 구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귀관들이 적을 하나 격파할 때마다, 아군 10명 이상을 구하는 것이 된다. 싸워라. 내가 귀관들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 이상!”
통신이 방수됨을 우려해 재빨리 끊고 난 그는 자신의 바리스타 상태를 체크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제 적이 다가옴을 기다리는 일만이 남은 것이다.
니콜라스 라티시드 상사는 전투가 꽤나 어렵게 돌아간다는 생각을 했다. 다이아몬드광산지대에서 지원군이 도착을 하려면 적어도 3,4시간은 남아 있었는데 파츠 베이스군이 너무 빨리 도착을 했던 것이다. 아니 적들은 통상의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아군의 증원이 늦는 것일지도 몰랐다.
라티시드 상사는 자신의 바리스타 상태를 체크하고 난 뒤 잠시 동안의 여유에 보조카메라를 돌려 시에나의 기체를 잡았다. 자신과 똑같이 바리스타의 자세를 낮추고 전투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지난 새벽의 기억에 기분이 좀 이상했다. 이렇게까지 남에게 자신의 일에 대해 말해 본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우습게 된 것 같군······’
조금 깊게 숨을 들어 마시면서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는 적을 닥치는 대로 쏴 죽여 버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에게 있어서 파츠 베이스는 적이상의 무엇이었다. 그의 머리속에 비명에 죽어가던 동료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두눈에 열기가 몰리는 것을 느끼고는 다급히 눈을 감았다. 잠시 숨을 깊게 여러번 들이마시고는 눈을 떴다. 그 기억이 언제나 자신의 전투의지를 끌어올린다는 것을, 그는 새삼 느끼고 있었다.
시에나의 기체를 한번 더 바라본 그는 그녀의 연인인 크라우프 페트릴소령을 생각했다. 자신이 보기에도 상당히 유능한 남자였다. 약간의 질투심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페트릴소령은 아군이 적보다 숫자도 적은데 어떻게 싸우려는지 걱정되었다. 다른 보통의 지휘관이었다고 한다면 아마 먼저 겁부터 집어 먹었을 것인데 그는 겁먹은 것 같지 않았다.
‘믿어 보는 수 밖에······’
상사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가 씁쓸히 웃으면서 잠시 눈을 감았다.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쯤 자신의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에게는 시에나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싶었다. 자신의 여자도 아닌데 그녀 생각이 드니 갑자기 자신이 우스워 졌다.
‘나도 원 참. 뭐하는 녀석인지······’
허탈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는 속으로 시에나가 무사하기를 빌었다. 갑자기 이런 기분이 든 것은 무엇 때문인지 그 자신도 잘 몰랐다. 좀전에 같이 맥주를 마실 때 불빝에 어스름하게 비추어져 있던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었다.
‘부럽군······대대장이······’
요즘 시절은 마음만 제대로 맞으면 남녀는 거의 거리낌 없이 관계를 가질 수 있었다. 남자나 여자가 그런 것에 별로 어려운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라티시드상사가 만났던 여자들의 상당수도 그러했다. 마음만 어느정도 맞으면 쉽게 몸을 허락해 주었는데, 시에나는 이들과는 좀 다른 부류였다.
‘아직 18살 밖에는 되지 않았을 것인데······’
고개를 조금 뒤로 젖히고 있던 그는 자신이 시에나를 어찌해 볼 그런 사람은 못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허탈한 기분이 되었다. 하지만 그녀의 연인인 크라우프에 대한 소문은 별로 좋지가 못했다. 자신 같으면 저런 여자가 있으면 다른 여자에게 한눈 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듣기로는 중대장인 다이레아와 관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망할 계집년이군······’
다이레아의 능력이야 어찌 되었든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할 것 같으면 아무에게 아래를 대어 준다고 하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아마도 저렇게 결혼할 여자가 있는 남자에게도 대대장이니 무엇이라고 건지는 것이 있을 것이다 싶어 먼저 달려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달려드는 여자나 그렇다고 덥썩 안아 버리는 남자나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사는 어깨가 조금 아프다는 생각을 했다. 좌석에 몸을 고정시키는 안전벨트 때문에 어깨는 많은 충격을 받는다. 파일럿을 하고 있으면 남자나 여자 할 것 없이 샤워할 때 보면 어깨에 벨트 자국이 멍으로 남아있었다. 이것 때문에 파일럿슈트를 입을 때 여성용 생리대를 어깨에 붙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상사는 지금 그렇게 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파츠 베이스군이 전진해 오는 것이 메인카메라에 잡히자 라티시드는 마른 침을 삼켰다. 꽤 많은 숫자였다.
크라우프는 적의 지휘관이 어떤 녀석일까 싶었다. 신중한 녀석이라면 이렇게 전투의 흔적들이 난잡하게 흩어져 있는 전투지역이 정면에 펼쳐져 있으면 일단 부대를 정지시키고 정찰병을 내보낼 것이다.
‘망할 녀석······지난번 녀석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첨병을 정면으로 내보내지 않고 있었어······’
첨병부대를 내보내지 않은 것은 자만심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었다. 아마도 자신들의 숫자가 많다는 것에 대한 자만심일 것이었다.
‘멍청한 녀석 같으니······’
전 부대에 대기명령을 내려 놓은 상태였다. 다들 그의 지시에 따라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모두들 크라우프 자신처럼 잔뜩 긴장하고 있을 것은 분명했다.
‘오는군······’
모니터에 비추어진 것은 파츠 베이스군의 바리스타 엘윈이 장갑차와 전차 4대를 앞세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잔당토벌 쯤으로 여긴 것일까? 아니면······’
혹시 파츠 베이스군들은 자신들이 이곳이 아니라 엠더로 철수했을 것으로 판단했을지 모른다 싶었다.
‘800대 가량이 출격하고 있다는 것이 포착되었다고 했었는데······’
크라우프는 조금 깊게 숨을 들어 마시면서 서서히 파츠 베이스군의 바리스타 엘윈이 접근해 오고 있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적 바리스타부대는 그 자리에 멈추어 서고 있었다. 앞쪽에 수많은 잔해들이 널려 있으니 매복이 두려워 쉽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다.
“쏴!”
적이 멈추어 선 직후 크라우프의 공격지시가 떨어졌다. 순간 수십발의 빔이 쏟아져 들어갔고 잠시 뒤 회피하려던 엘윈과 장갑차들이 공격을 받아 차례대로 파괴되었다.
그 뒤를 따라 곧바로 엘윈부대가 출현했다. 이들은 공격이 가해지자 빔을 발사하면서 전진해 들어왔다. 크라우프는 계속해서 사격을 가할 것을 지시했다.
“적이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해! 빔 바주카를 사격하도록!”
자카운 몇기가 하이파워 빔 바주카를 조준해서 발사해 넣었다. 상대도 지지않고 응사해 왔지만, 서로 바리스타의 모습을 숨긴 채빔 라이플만 내놓고 사격하고 있으니 그리 큰 피해는 없었다.
08시 06분 양측의 사격전이 끝나고 양군은 조용히 대치하고 있었다. 첫 접촉은 이렇게 무의미하게 끝이 나버렸다. 파츠 베이스측의 바리스타 4기와 전차 3대, 그리고 장갑차 2대만이 첫 접촉때 파괴된 이후 벌어진 사격정에서는 서로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어려군······’
크라우프는 오히려 이렇게 서로 대치하고 있는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파츠 베이스군에게 자신들의 병력규모를 알려주는 것이 되는 것인가 걱정되었다. 앞으로 3시간 정도면 2개 대대의 바리스타 부대와 1개 전차 대대가 이곳에 도착한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 다이아몬드광산기지에서 쉬지 않고 달려오고 있기 때문에 아마 상당히 지쳐 있을 것이다. 그대로 전투에 투입해도 별상관은 없었으나, 아무래도 적에 비해 전투력이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시간이 부족해······시간이······’
만약 지금 자신이 이곳에서 병력을 후퇴시킨다면 파츠 베이스군이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공격입장이 된다면 적보다 적은 병력을 가지고 공격하는 입장이 된다.
‘유리한 지점인 이곳을 내줄 수 없다.’
크라우프는 짧게 숨을 들어 마시면서 파츠 베이스군 지휘관이 어찌 나올까 싶었다. 자신들의 병력이 우세하다고 믿고 있으니 전진공세로 나올 것은 분명했다. 그렇지만 자신들보다 앞서 파견된 1개 대대 병력이 궤멸되었으니, 아군의 규모를 제대로 모르는 이상 쉽게 공격을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도 내가 같은 입장이라면······’
크라우프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깊게 숨을 들어 마셨다. 눈을 감고 있으면 이대로 잠이라도 들어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원 참······’
조금 입술을 빨고 있던 그는 어깨가 많이 아프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본 시에나의 어깨에도 벨트자국이 나 있었다. 그때 그것을 쓰다듬어 주면서 많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유능한 지휘관이라면 한번 탐색삼아 공격해 볼 것인데······’
같은 지휘관의 입장에서 적의 방어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죽는다는 것을 뻔하게 알면서도 부하들을 내보내야 하는 입장에 있게 될 적 지휘관의 고뇌가 이해 되었다.
누구라도 지휘관이라는 작자들은 병사들을 죽음의 길로 몰아 넣는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지휘관들은 한사람이라도 헛되이 죽게 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지휘로 죽게되는 병사들을 볼 때마다 메어지는 가슴을 겨우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신 못지않게 시에나도 많이 괴로워 하고 있었다. 언제나 냉정한 표정을 풀지않는 그녀지만, 그녀가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죽음의 길로 들어가 버린 것에 대해서 많이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것을 크라우프는 잘 알고 있었다.
‘시에나도 힘들겠지······그렇지만······’
깊게 숨을 들어 마시고 있던 크라우프는 정면으로 보이는 적이 단순히 자신들을 경계만 하고 있다는 것에 조금 안도했다. 자신의 예상대로 이곳에 와있는 파츠 베이스군들은 자신들을 견제하기 위해 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섣불리 단정해선 안되겠지······’
지휘관이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고 있는 그로서는 이렇게 판단을 내려버리는 자신이 너무나도 우습게 느껴졌다. 크라우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아마 공격준비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파츠 베이스군들도 자신들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공격부대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아군이 적군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숫적으로 너무 불리했다. 추정컨데 적들의 구성원들은 아마도 신병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아마 정예병들을 이곳에 투입할 여력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적은 어려운 전술을 사용 못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