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17
“이번에 참가 하셨어요?”
그녀의 반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웃기는 작전이었지······”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진지한 얼굴로 아르코는 어디에 있냐고 물어왔다. 그의 물음에 엘레비아는 쓸쓸한 표정으로 전사했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렇군······”
뜻밖의 말이었기 때문인지 그는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슈넬 중위의 표정은 뭐라고 소리라도 지를 것 같았지만 더이상 아무 말도 없었다. 잠시 길게 숨을 내쉬고 있던 슈넬 중위는 바텐더에게 술을 한잔 달라고 한 뒤, 바텐더가 술을 내오자 잔을 높이 들며
“살아 남은 자들에게 건배를!!!”
허공에다가 그렇게 외친뒤 단숨에 술잔을 비워 버렸다. 그리고 잔을 내려 놓은 뒤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엘레비아도 쓴웃음을 지으며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
목이 뜨거우면서도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살아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해주는 것이었다. 이제 죽어 버린 아르코 대위는 아마도 이런 씁쓸하면서도 맛있는 술맛도 느끼지 못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잔의 술로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있다니, 세상은 참 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있다······인가?’
엘레비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약간 앞으로 숙였다. 이런 기분들 또한 살아 남은 자의 축복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삶의 축복인가?’
하지만 기분이 너무나도 허무했다.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버림으로서 많은 것을 얻었었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수많은 시체들과 그간의 모든 노력이 허망해져버린 처음의 시작으로 돌아와 버렸다는 것 뿐이었다. 엘레비아는 너무나도 허망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잔을 밀어 놓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발바이스제국력 10년 가로스레(10월) 16일 정오 알리샤 레나는 보디세아와 함께 검투 경기장의 특별석에서 영주와 영주의 손님들의 접대와 시중을 하고 있었다. 영주의 주위로 많은 수의 거만한 얼굴을 한 유력한 자들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앉은 자리에서 술과 과일을 먹고 있었는데, 저녁 무렵에는 큰 연회도 열릴 것이라고 했다. 이때에도 레나와 보디세아는 다시금 이들의 접대에 나서기로 되어 있었다.
영주의 옆에 앉은 사람들 모두 이 행성의 부호들이라고 했다. 젊은 남자도 있었고 뚱뚱한 남자도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젊고 아리따운 여성들을 옆에 데리고 있었다. 그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연신 커다란 웃음을 지으면서 아가씨들의 가녀린 몸을 연신 탐하고 있었다. 이들 사이를 레나와 보디세아가 돌아 다니면서 잔을 채워주고 부족한 과일 같은 것을 날라 주고 있었다.
이들이 연회를 벌이는 좌우로는 경호를 위한 건장한 군인들이 열을 지어 서 있었고 그 좌우의 넓은 원형 경기장의 일반석에는 수많은 주민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모두들 자신들의 아래쪽 모래 밭에서 펼쳐질 검투 경기를 기다리며 환호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이런 노예들의 검투 경기는 이 행성에서 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는 영주들이 주민들에게 베푸는 최고의 오락거리였다. 별다른 오락거리가 없는 주민들은 검투사들이 서로 피를 튀기며 원시적인 칼과 망치, 도끼 같은 것을 가지고 서로 온갖 기술을 사용해서 죽고 죽이는 것을 보며 환성을 지르며 즐기고 있었다.
“와아아!!”
레나가 영주의 옆에 선 키가 큰 부관의 야릇한 시선을 피해 내면서 조심스럽게 영주의 비어 있는 잔을 채워 주었다. 잔을 채우고 난 뒤 부관의 눈길을 피해 조금 구석진 곳으로 이동한 그녀는 조금 고개를 돌려 경기장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남자 검투사들을 지켜보았다.
약 20명의 검투사들이 줄을 지어 안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이들 모두 원시적인 칼과 방패, 도끼, 창 같은 것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들중에는 상반신을 완전히 드러낸 사람도 있었고 가죽 갑옷으로 몸을 가린 사람들도 있었다. 개중에서는 철투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도 있었다.
검투 경기에 나서 보았던 레나는 저 자리에 자신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이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그 검투사들 중에서 게로가 있는 것을 보고 그가 반드시 살아 남기를 병사들에게 들키지 않게 몰래 바랬다. 레나가 게로와 종종 공용 목욕장에서 만나 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이 영주의 귀에 들어간다면 자신은 물론 게로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살기 위해 영주에게 몸을 바치고 있었지만 그녀는 반드시 살고 싶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도 하고, 헤어진 엄마와 에인샤도 찾아야 했다. 레나는 마음속으로 굳은 결의를 다지면서 잔을 내미는 부호들이 짜증 부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처럼 보이려 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지금 입장하고 있는 검투사들에게 환호성응 쏟아내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최고의 검투사는 저런 건장한 사내들이 아닌 자신과 함께 이일을 하고 있는 보디세아였다. 그녀는 이제까지 한번도 패한적이 없었고 자신 보다 몇배나 큰 체구의 사내들도 날렵하게 움직이며 베어 버리는 실력자였다. 어디에서건 보디세아는 묵묵히 자신의 임무에 충실히 했다. 한번이라도 패하면 죽게 되기 때문에 그녀의 그런 움직임 모두 자신의 목숨을 거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보디세아는 그런 목숨을 거는 검투를 워낙 아슬아슬하게 움직이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들을 많이 연출해 냈기 때문에 최고의 검투사라고 불리우고 있었다. 레나도 보디세아와는 결코 싸우고 싶지 않았다. 평소에 거의 친구를 사귀지 않고 있던 보디세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도 보디세아와 함께 영주의 침실에 같이 들어갈때가 많다는 것이었다. 비록 자주는 아니었지만 그런 기회를 통해 어느정도 그녀와 친해질 수 있었다. 적어도 영주가 두 사람중 한 사람을 질려 하지 않는 이상은 같이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술병을 들고 있던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레나는 순간 실수로 자리에 앉아 있던 40대 중반의 금발 머리 중년 남자의 어깨에 부딪쳤다. 있어서는 안되는 실수였기 때문에 레나는 황급히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미천한 제가 그만 무례를 범했습니다.”
“괜찮아······부딪치지 않게 조심해!”
그 남자는 빙긋 웃으며 기분 좋게 받아 넘겨 주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순간 아찔했던 마음이 다소 누그러 졌다.
남자 검투사들이 모두 영주의 앞에 모여 들어 각자의 무기를 치켜 들어 보였다.
“목숨을 바쳐 싸우겠습니다.”
검투사들 모두 입을 모아 각자의 다짐을 영주의 앞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리고 곧바로 서로 물러섰다. 곧바로 검투 경기가 진행되려 하고 있었다.
긴장의 순간. 잠시 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레나는 마음 속으로 게로가 살아 남기를 다시 한번 간절히 기원했다.
긴 나팔소리와 함께 시작 신호가 울리고 검투사들이 일제히 달려 들어 싸움을 시작했다. 게로를 비롯한 많은 검투사들이 맞붙어 격렬한 싸움을 벌었다.
강철과 근육이 맞부딪치고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검투사 경기라는 것은 너무 일찍 끝나도 좋지 않고 너무 늦게 끝나도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난투전이 되어 버린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런때 보디세아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약한 녀석부터 노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코 한 자리에 멈추어 서 있어서는 안된다고 설명해 주었다. 상대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체구가 작고 힘이 남자에 비해서 떨어지는 여자인 자신들이 거구의 남자를 상대할때는 그 남자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동작의 틈을 노려야 한다고 했다. 레나는 그것을 잊지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동작의 틈······’
게로는 나름대로 실력이 꽤 뛰어난 것 같았다. 사실 레나는 그가 검투 경기를 벌이는 것을 처음 보았다. 레나는 게로가 젊고 건강하고 실력이 뛰어나니 저런 곳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남자들이 슬며시 레나의 엉덩이나 허리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영주의 옆에서 묵묵히 서 있던 부관도 그녀에게 잔을 받아 들면서 다른손으로는 레나의 엉덩이를 손으로 슬쩍 건드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것에 익숙한 듯 살짝 눈웃음을 치면서 술병을 들어 잔을 채워 주면서 남자 검투사들이 경기를 곁눈질로 지켜보았다. 게로의 뒤로 거구의 사내가 덤벼 들었는데 게로는 어느새 그 남자를 받아 냅다 업어쳐 버렸다. 하지만 잠시 멈추어 서 있는 사이 뒤쪽에서 날이 양쪽으로 갈라진 창을 든 남자가 달려 들어와 게로의 허벅지를 냅다 찔러 버렸다. 레나는 너무 놀라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뻔 했다. 하지만 게로가 몸을 일으키면서 손에 들고 있던 검으로 그 상대의 목을 쳐 버리는 것에 안도했다.
5분여의 난투가 끝나고 결국 살아 남은 사람은 은색의 투구를 쓴 검은색 가죽 갑옷을 입은 남자과 게로 두명이였다. 멀리에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은색 투구를 쓴 남자는 검은 색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왼손에는 손도끼와 오른손에는 무슨 길다란 채찍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레나는 저런 채찍같이 길이가 긴 무기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상대도 많은 검투사들을 해치운 장본인이었다. 게로는 허벅지에 상처를 입고 있어 다리를 절고 있었다.
서로 잠시 노려보고 있다가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달려 들었다. 하지만 눈깜짝 할 것도 없이 게로의 오른쪽 팔에 채찍이 감겨 버리고 번개같이 달려든 남자는 곧바로 왼손에 들고 있던 손도끼로 게로의 목줄기를 찍어 버렸다. 게로는 잠시 그대로 서 있더니 무릎을 털썩 꿇었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꺄악!”
그 장면에 레나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그순간 경기를 관전하고 있던 영주는 불쾌한 표정으로 힐끗 뒤돌아 보면서 오른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들어 레나의 얼굴에 끼얹었다. 레나는 화들짝 정신을 차리면서 연신 영주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놀라 아무 정신이 없었다.
그때 은색 투구의 남자는 승리했다는 자만심에 굳은 듯 그 자리에 멈추어 있는 게로에 등을 보이고는 양팔을 높이 치켜 들어 올렸다. 관중들의 환호성을 자신에게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도 죽어버린 것 같았던 게로가 순간적으로 팔을 앞으로 내질러 그 검투사의 등을 찔러 버리자 들었던 팔을 그대로 멈춰버렸다.
마지막 승리자에게 환호성을 지르던 사람들도, 승리했다는 자신감에 휩쌓여 있던 은색 투구를 쓰고 있던 검투사도, 그 한순간 마치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잠시 뒤 두 사람이 거목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한껏 올라 있던 분위기는 그대로 가라앉아 버렸다. 이순간 크게 부아가 치민 영주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호페를 불러댔다. 저렇게 되어 버리면 애써 준비한 검투 경기가 아무 소용이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
“호페!!!!”
영주는 검투사들을 훈련시키는 호페의 이름을 부르며 그 자리를 박차고 뛰쳐 나갔다. 레나를 비롯한 보디세아도 그 자리에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야유와 웃음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대충 정리를 하고 레나와 보디세아는 잠시 대기실로 돌아왔다. 보디세아는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는 레나에게 왜 소리를 질렀냐고 한소리 했다.
“조심해······영주님이 화내시면 꽤 무섭다.”
그녀의 걱정에 레나는 미안하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울음을 터트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곧바로 영주의 부관이 들어와 보디세아를 불렀다.
그녀가 나가고 레나는 잠시 대기실에 홀로 앉아 있었다. 게로가 그렇게 죽어 버렸다. 레나는 아직 그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그렇게 죽어 버린 것은분명한 사실이었다.
‘나도······’
게로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갑자기 자신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버리자 갑자기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그녀는 양팔을 들어 자신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무릎에 묻고는 소리죽여 울기 시작했다.
================================================================================
…격투신이 생략되었는 판타지…일까요?
어째 무언가 무척이나 허접스러워 보인다는…ㅡ_ㅡ;
레나의 이야기가 왜 나오냐고 물으신다면…그냥 웃지요…허허허…ㅡ_ㅡㅋ
사실 작가가 아닌 저로써는 대략의 이야기만 들었을 뿐 저들이 무슨 일을 하게 될런지 모릅니다…
그러니 돌은 작가넘에게…(책임전가 중…흐흐흐)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42.
그리고 조금 늦어진점…죄송하게 생각합니다…털푸덕…굽신…m(__)m
100회 맞이 제목 대 변경!!!!!!! ^_^/
저녁 식사시간에 영주관에서는 다시금 연회가 시작되었다. 그 자리에서는 정오에 있던 검투사 경기가 끝나고 영주의 부관에게 불려갔던 보디세아는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레나와 머리를 짧게 깎은 검투사인 넬라를 비롯 몇몇의 다른 여자 노예들이 연회장 한쪽에서 나누어 주는 과일과 술병을 들고 연회장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열심히 술을 따르고 과일 같은 것들을 날라 주고 있었다. 낮에 있던 검투경기에서 게로가 죽어버려 무척 슬퍼했던 레나 였지만, 만약 이자리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죽을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그녀는 울음을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넓은 연회장 안에는 푹신한 시트와 붉은색 천이 깔려 있었고, 시트위에 참석자들이 앉아 붉은색 천위에 놓여지는 과일과 술을 먹으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 대부분이 옆에 젊고 아리따운 여자들을 한 둘씩 데리고 있었다.
연회장 가운데 마련된 둥그런 작은 무대위에는 반라의 무희가 야릇한 동작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연회에서 참석자들의 시중을 들어 주도록 되어 있던 레나를 비롯한 여자노예들도 모두 안에 입고 있는 속옷을 벗고 그 위에 허리에서부터 반투명의 흰색 천만을 슬쩍 감싸 허벅지 위로 살짝 가리고, 목에서부터 똑같이 흰색 천을 한번 둘러 가슴과 등을 살짝 덮는 차림을 하고 있었다.
살짝 몸위를 덮고 있는 얇은 옷차림 때문에 허리를 숙이거나 무릎을 숙일때마다 가슴이나 엉덩이 아래 부분이 휜히 들여다 보였다. 처음에는 남들 앞에서 이런 차림을 하고 있기 매우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익숙해 졌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귀족들은 시중 들어주는 여자들의 손을 잡아 당기기도 하고 살며시 덮여 있는 천조각 안으로 손을 집어 넣는 등 여자노예들의 엉덩이나 가슴을 더듬기도 했다.
레나는 그런 사람들의 손길을 모른척 하면서 슬쩍슬쩍 술병을 기울여 잔을 채워주고 과일들을 날라 주었다.
연회가 한창 열이 올라 있을때 영주의 옆으로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살집이 좀 풍부한 귀족이 다가와 뭐라고 떠들어 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로 정오의 검투 경기장에서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괜찮다고 말을 해 주었던 그래도 착실해 보이는 귀족이 앉아 있었다. 거리가 좀 있고 상당히 시끄럽다보니 무어라 하는지는 자세히 들을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 심각한 말들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연회에 참석한 자들 대부분 여자를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연회장 속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그칠줄 몰랐다. 그즐 중에서는 여자가 자신의 머리를 남자의 아랫도리에 파묻고 조금씩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자신의 아래쪽에서 봉사해 주는 여자를 흡족하게 내려 보고 있던 한 뚱뚱한 남자가 자신의 빈잔을 레나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살며시 웃으며 술병을 기울여 잔을 채워 주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술병의 술이 떨어지자 레나는 조심스럽게 연회장의 구석으로 가 과일이 가득 담겨있는 쟁반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부족한 것들을 내려 주고 있었다. 슬쩌 곁눈지로 보니 영주는 40대 중반의 남자와 말을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번에는 조금전 영주와 말을 나누던 30대 중반의 남자의 앞에 과일들을 내려 놓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을 때 그 남자가 헤헷 웃으며 손목을 잡아 당겼다.
“아?”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 그 남자는 레나를 자신쪽으로 끌어 안으려고 했다.
“놓으세요!”
연회가 진행되는 동안 겨우 이런 상황을 피해 왔지만 갑자기 이렇게 덥썩 잡혀 버리니 순간 너무 당혹스러웠다. 남자가 자신을 끌어 당기려 하자 자기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쟁반을 그 남자의 얼굴에 엎어 버렸다. 그순간 레나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당황하기도 전에 왼쪽 뺨에서 불이 번쩍했다.
그 남자가 레나의 뺨을 후려쳐 버린 것이다. 너무나도 세게 얻어 맞았기 때문에 그녀는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이년이! 어디에서 앙탈이야!”
그 남자는 고함을 지르면서 자신의 얼굴과 몸에 떨어진 과일을 신경질적으로 털어냈다. 그 남자가 소리를 지르자 연회장의 시선이 일순 모아졌지만 상황을 대충 이해한 그들은 다시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그 30대 중반의 남자가 과일을 모두 털어내고 고개를 들어 레나를 보았다. 그는 아직 쓰러져 있는 레나의 은밀한 부위가 눈에 들어오자 다시 표정이 풀어졌다. 레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몸을 추스리고 있었는데, 언뜻 보이는 그녀의 속살이 무척이나 선정적으로 보였다. 레나가 미처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도 전에 곧바로 그 30대 중반의 남자가 레나의 몸위로 올라왔다.
“아?”
그녀는 무어라고 말하려 했지만 곧 그 남자의 두터운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짖이겨 오는 것을 느꼈다. 미처 어떻게 하기도 전에 그 남자가 레나의 양팔을 잡고 다리 사이로 허리를 밀어 넣었다.
“아악!”
갑작스러운 통증에 레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남자는 사전애무고 뭐고 없었다. 자신의 분신이 레나의 몸속에 들어가자마자 거칠게 허리를 흔들어 댔다. 레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거칠게 자신의 입술과 입안을 탐하는 남자의 구역질나는 혓바닥 때문에 그럴 수조차 없었다. 남자는 자신의 욕정을 레나의 몸에 풀기 위해 격렬히 허리를 왕복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귀족들은 재미있는 것을 본다는 눈을 하더니 곧 자신의 옆에 있는 여자들의 몸을 더욱 더듬기 시작했다. 연회장은 곧 여자들의 야릇한 비음과 남자들의 헤픈 웃음소리로 가득차 버렸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었기 때문에 레나는 그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마구 소리를 지르면서 레나의 위에서 허리를 앞뒤로 흔들어 댔다. 그 남자는 곧 그녀의 몸속에 더러운 욕정의 찌꺼기를 내뱉고는 축 늘어졌다. 잠시 숨을 몰아쉬던 그 남자는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짓더니 레나의 몸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는 쓰러져 눈물을 흘리는 그녀를 내버려둔 채 다른 노예소녀를 데리고 연회장 밖으로 나갔다. 레나는 잠시 그대로 누워 있다가 눈물을 닦고 일어나, 이미 갈가리 찟어져 버린 자신의 옷을 대충 챙겨들고 조용히 연회장의 밖으로 나갔다. 눈물이 다시 주르륵 흘러 나왔다. 그런 그녀의 뒤에서는 연회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연회가 끝나고 아무것도 걸치지 못한 채 망토 하나만으로 몸을 감싸고 다시 감옥으로 돌아왔다. 입술이 찟어져 피가 흘러 나왔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죽고 싶다는 생각 보다 죽이고 싶다는 감정이 먼저 북받쳐 올랐다.
안으로 들어서니 이곳에 참석하지 않았던 여자 노예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측은하다는 얼굴도 있었고 꼴 좋게 되었다는 표정들도 있었다.
“흐흠······제법 검투 실력이 된다더니 결국에는 창녀인가?”
감옥에 있던 계집년들 중에서 하나가 그렇게 비아냥 거렸다.
“이 망할년! 혓바닥을 잘라 버릴꺼야!”
레나는 그 말에 화가 팍 치밀어 올라 버럭 소리를 질렀다. 보디세아도 같은 비아냥에 똑같이 소리를 질렀었다. 같이 들어온 다른 여자노예들이 진정하라고 하면서 레나를 그녀의 방으로 밀어 넣었다.
그때 검투용 갑옷을 갖춰 입은 보디세아가 호페와 함께 감옥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언제나처럼 검투에 나설때 표정이 없는 보디세아에 비해서 호페는 얼굴이 몇군데 멍들고 맞아 찟어져 있었기 때문에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보디세아는 레나의 옆에서 잠시 멈추어 섰다가 오른손을 레나의 어깨에 얹고는 아무말 없이 다시 호페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레나는 영주가 연회의 여흥으로 참석한 귀족에게 돈을 걸게 하고 최고의 검투사라고 하는 보디세아를 출전시켜 자신만의 검투 경기를 가지려 한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 이것은 그녀가 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몸을 씻은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을때 셀레네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었다.
‘검투 경기라······’
보디세아의 상대는 남자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일찍 끝나게 된다면 다른 상대를 불러오게 될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레나는 혹시 자신이 보디세아의 상대로 나서게 될 것인가 적잖게 두려워 졌다. 자신이 그녀를 상대로는 절대로 이길 수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보디세아는 이제 한 경기만 이기면 자유의 몸이 되는 친구도 아무런 표정없이 죽여 버린 적도 있었다.
이것들 모두 자신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레나는 자기 자신을 위해 남들을 그렇게 죽여도 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 모두 지금의 자신에게는 하나의 사치일 뿐이었다. 이런 사치스러움을 가질 수 없다는 것 쯤은 그녀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셀레네가 내준 질이 낮은 포도주로 목을 축이고 조금 진정하게 되니 기분이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하지만 보디세아가 경기를 마치고 돌아와야만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늘 정오에는 게로가 죽었고 그리고 밤에는 자신이 죽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도, 아니 이곳에서 죽어간 수많은 검투사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것을 떠올리자 그녀는 다시 울적해 졌다.
그날 밤 밖에서는 귀족들만의 검투 경기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환호성과 함께 보디세아를 열광하는 소리가 감옥안까지 들려왔다. 그 소리로 세어 본다면 보디세아는 벌써 5명 이상의 검투사를 해치웠을 것이다.
그때 감옥속에 다시 한번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호페와 함께 영주의 부관의 목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보디세아의 상대가 부족하다며 다른 누구를 내보내야 한다는 말들을 하고 있었다.
그순간 레나를 비롯한 모두의 가슴이 얼어 붙었다. 보디세아의 상대라고 한다면 아마도 자신들을 가르치고 있던 호페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레나는 자신이 선택될까 무척이나 긴장했다. 다행히도 호페와 영주의 부관이 자신의 방을 스쳐 지나가 버리자 정말로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그때 안쪽에서 비명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누구인가 선택되자 나가기 싫다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