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18
“아?”
뜻밖에도 싫다고 비명을 지르며 끌려 나가는 것은 자신과 같이 연회장에서 시중을 들었던 넬라였다. 머리를 짧게 깎은 여자로서 아마 올해 20세라고 했을 것이다. 검투사로서의 실력은 레나가 보기에도 제법이었지만 보디세아를 상대로는 아마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지금 시합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상대가 누구라고 해도 자신의 앞에 서면 심장에 검을 받아 버릴 것이 분명한 보디세아 였다.
“뭐하는 거야! 이년아 빨리 나와!”
부관과 호페가 울며 불며 매달리는 넬라를 잡아 질질 끌듯이 끌고 나갔다. 그녀가 끌려 나가자 오히려 감옥의 안쪽에서는 안도의 한숨소리가 나오고 있었.
레나도 바닥에 주저 앉아 몇 번이고 살았다고 누구에게인지는 몰라도 감사의 기도를 계속하고 있었다.
넬라가 끌려 나가고 한참이 되었만 별다른 환호성도 무엇도 들려오지 않았다. 너무 시시하게 끝나 버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얼마뒤 병사 두 사람이 넬라를 질질 끌고 들어왔다. 모두들 너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병사들의 팔뚝 사이에 끼워진 넬라를 바라보니, 축늘어진 채로 다리 사이로 오물을 흘리면서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너무 놀라 실성한 것 같다고 투덜거리는 병사들의 말에 레나는 순간 안타깝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상대가 있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잠시뒤에 불쾌한 얼굴의 영주가 감옥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무척이나 화가난 듯 씩씩 거리고 있었다. 그 옆으로 거구의 호페가 어쩔줄 몰라 하면서 안으로 걸어 들어왔고 영주는 그에게 마구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연신 굽신거리는 호페에게 한참을 욕설을 퍼붓던 영주는 감옥안으로 들어와 사람들을 하나씩 살펴 보았다. 이때 영주와 눈이 마주치면 안되었다.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보고 있던 레나는 영주가 자신의 옆에 멈추어 서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영주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는 호페에게 마구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레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녀는 영주와 눈이 마주치자 너무 놀라 재빨리 고개를 돌려 버렸다.
영주는 레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입맛을 한번 다시고는 안으로 걸어 들어가 버렸다. 레나로서는 천만 다행인 일이었다. 이제 자신 대신에 다른 사람이 끌려 나갈 것이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해 버렸다. 그리고 잠시 뒤 안쪽에서 호페가 펄쩍 뛰는 소리가 들렸다. 무엇때문인지 몰랐다. 뭐라고 크게 영주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영주 앞에서 호페가 저렇게 큰소리를 내는 것은 레나로서는 처음 있는 일로 알고 있는 일이었다.
호페가 자신들과 같은 검투사라고는 하지만 그는 엄연한 자유인이었다. 그렇지만 영주의 앞에서 저렇게 소리를 지르지는 못했다.
한참 동안이나 어떤 일이 일어 났는지 제대로 알수 없었다. 다만 영주가 부관과 씩씩 거리며 돌아 나갔고 안쪽에서 호페가 절규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이다.
레나는 무슨일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설마 호페가 보디세아의 상대로 나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뜻밖에도 검투 훈련을 전혀 받지 않는 셀레네가 갑옷과 투구를 입고 끌려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아?”
호페는 그녀에게 무엇인가 신신 당부하고 있었다.
‘설마?’
레나로서는 뭐라고 말을 할 수 없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져 버린 것이다.
“도대체 무슨일이?”
별다른 환호성도 무엇도 없었고 한참만에 호페는 울며 들어왔다. 그뒤로 보디세아도 가죽갑옷 곳곳에 피가 엉겨 붙은 채로 들어왔다. 무표정하게 안으로 들어오고 있던 그녀는 곧바로 레나와 함께 쓰는 방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된거야?”
레나가 놀라 보디세아에게 물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 보디세아는 곧 갑옷을 벗더니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짧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레나가 화들짝 놀라 물었다. 혹시 상처라도 입은게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그녀의 계속된 물음에 보디세아는 특유의 나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혼잣말을 한 것인지 모를 말이었다.
“나······나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레나는 그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냉정했던 보디세아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수습되어 돌아온 셀레네의 시신은 마치 자는 듯 평안한 모습이었다. 원래대로 였다면 대충 끌어다 파묻혀 버리게 될 것을 호페가 데레와 잘 닦아 깨끗한 옷을 입혀 주고 나무관속에 넣어 준 채로였다. 이 모든 작업을 별다른 말없이 묵묵히 끝마친 그는 그녀의 관 옆에 앉아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새벽에 넬라가 목을 매 죽어 버렸다. 자신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되었을 셀레네가 죽었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런 괴로움을 끊고 싶어서 였었는지 죽어 버렸으면서도 넬라는 울고 있었다. 목을 매단 그녀는 두 다리 사이로 오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초점을 잃은 눈에서는 눈물을 뚝뚝 흘리는 채였다.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눈은 마치 앞으로 튀어 나올 것같이 쑥 나온 채 였다. 입에서는 무엇인가 하얀 거품과 액체가 줄줄 흘러 내리고 있었다.
이둘의 상태를 차례로 본 레나와 보디세아는 여느 아침과 마찬가지로 일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침에 목욕을 하고 식사를 마친 레나와 보디세아는 둘의 시신이 수습되어 가는 것을 보고는 정말로 길게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 뜻밖에도 호페는 없었다. 이해는 되었지만 그가 밤새 셀레네가 잠든 관을 지키던 모습을 보았던 그녀들로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결국 그들이 완전히 나갈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리하르트황제력 260년 11월 19일 월요일 06시 20분 에이센의 수도인 베르베라 행성계에서 약 35일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데메로 행성계의 제 13태양계의 유인행성 유넬-페데엘의 적도 부근에 위치하고 있는 중심도시 휴케-델 카일 시티는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데메로 행성계에서는 제 2태양계 로벤과 제 6태양계 칼데일, 그리고 제 13태양계 유넬-페데일이 인간이 대기를 마시며 거주 할 수 있는 유인행성들이었다. 데메로 행성계의 전체인구는 약 310억 명도로 추산되고 있었는데, 로벤에는 110억명 정도, 칼테일에는 60억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나머지 140억 명가량의 인구는 유넬-페데일에 거주하고 있었다.
유넬-페데일은 경공업이 매우 발달된, 공장이 많은 곳으로서 이곳의 인구로 등록되어 있는 거주민들 대부분이 로벤과 칼데일에서 일자리를 얻어 이곳에 온 젊은 여공들이었다. 그리고 로벤 행성의 적도에 위치한 갈-슘-넥페르 시티보다 이곳 휴케-델 카일 시티의 거주민들이 더욱 많았다.
유넬-페데일의 중심 도시 휴케-델 카일 시티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6시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엑실드 대륙의 울창한 밀림의 한가운데 세워진 에이센의 군사기지 에리델의 오른쪽에는 굽이쳐 흐르는 하리콘강이 있었다. 하리콘강은 엑실드 대륙의 고산지대에서 발원해 여러 강줄기와 합쳐져 에리델기지의 오른쪽을 굽이쳐 흘러 펠리언 대해로 흘러드는 유량이 꽤나 풍부한 강이었다.
기지의 옆을 지나는 이 강의 높은 제방위로 하의는 일반 전투복 바지를 입고 상의는 런닝셔츠 차림의 수백명의 남·녀들이 대열을 맞춰 구보를 하고 있었다. 나름대로 군인들이라는 모습이라고 보이기는 했지만, 이들 모두 강인한 인상을 지니는 특수부대 같은 모습들은 아니었다. 어딘지 모르게 나약해 보이기도 한 모습들이었다. 섞여 있는 여자들은 체구가 작은 이들도 여럿 있었고, 남자들 중에서도 너무 뚱뚱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빠르기로 구보를 계속했다. 이들의 옆에 선 장교들도 모두 런닝셔츠 차림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똑같은 차림으로 대열 속에서 아침 구보를 하고 있는 디나는 짧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자신의 옆에서 조금 처지려고 하는 라이라 펜트런의 어깨를 조금 앞으로 밀어 주었다.
“아?”
갑작스러운 손길에 옆으로 고개를 돌리는 라이라에 고참병들이 고개 돌리지 말고 뛰라고 주변에서 주의를 주었다.
“옛! 알겠습니다!”
당황하고 있던 라이라는 나란히 자신과 함께 뛰고 있는 동기인 에롤 레오드 우르반을 한번 돌아 보았다. 중대 단위별로 뛰고 있는 구보속에서 디나 라이라 레오드는 이 중대의 신병으로서 매일같이 구보에 참가하고 있었다. 그녀는 보병이 되면 기억이라고는 매일 아침 달리는 것과 경계 뿐이라고 들었던 것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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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18추…장면…말입니다….
원래는 저렇지 않았습니다…농도(?)가 헐씬 약했지요…
그것을 제-아뒤쥔장-가 약간 강도를 높였습니다…
음…19禁적인 요소는 없다고 보여지는데…조금위험한 가요? ^_^;;;
위험하다면 지적해 주십시요…고치죠, 뭐…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는 (기다리시던 분이 있을려나 모르겠지만) 디나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이번화의 주역은 역시나 레나…쩝…까딱하면 묻히겠군요…음…ㅡ_ㅡ;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43.
장마철에 감기 조심하십시요…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빛과 신의 가호가…
100회 맞이 제목 대 변경!!!!!!! ^_^/
디나가 아침 구보를 마치고 자신이 속해 있는 제 3경비중대 막사 앞으로 복귀하는 시간은 언제나 07시 정각에서 07시 10분 정도 였다. 듣기에 보병의 일과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날은 아침에 일어나 구보로 시작한다고 했다. 앞으로 2년 동안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막사 앞에서 몸을 풀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지 않는 사람은 디나 뿐이었다.
매일 30분 가량의 구보는 모두를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디나에게는 일상적인 운도 이상의 것도 아니게 느껴졌다.
디나는 양팔을 머리위로 모아 잡고 허리를 좌우로 젖히면서 긴장된 몸을 다시 한번 풀었다. 이제 이곳 에리델 군사기지로 배치되고 나서 어느정도 생활에 익숙해 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에리델 기지의 보병중대가 하는 일은 기지의 시설 경비와 함께 주변 밀림지역의 정기 순찰이었다.
“너 체력도 좋다?”
그녀의 옆에서 고참들이 꽤나 신기하다는 투로 말했다. 보통 신참들이 이런 구보에 익숙해 지려면 보통 6개월 정도는 걸린다고 했다. 그이상 걸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디나는 처음부터 펄펄 날았다. 그점을 고참들은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디나는 다른 중대원들과 함께 줄지어 막사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막사의 오른쪽 입구에는 중대장실이 위치해 있었고, 그 안쪽에 있는 중대 사무실이 위치해 있었다. 중대 사무실 맞은 편에는 중대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있었다. 막사의 입구 안쪽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훈련소와 마찬가지로 2층 침대가 열을 지어 놓여져 있다는 것이었다. 통로 가운데에 총기 거치대가, 좌우 양옆 벽면을 따라 2층 침대가 열을 지어 서 있었고, 훈련소에는 침대 머리 맡에 두던 사물함이 개인 라커로 배정되어 4개씩 짝을 지어 침대들 사이에 놓여져 있었다. 그 위에 각자의 군장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막사안으로 완전히 들어서 왼쪽을 보면 훈련소와는 달리 2츨으로 가는 난간이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화장실쪽에 있었는데 계단 아래쪽 공간에는 청소도구들을 넣어 두고 있었다. 그리고 계단 바로 옆에는 중대원들이 사용하는 정수기가 놓여져 있었다. 하지만 밤새 마실 물은 아침 식사를 하면서 취사장에서 물통으로 받아 온다.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보면 각종 웨이트 트레이닝과 TV를 시청할 수 있는 휴게실이 갖추어져 있었다. 이층에는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고 그곳의 출입문은 보통때는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은 훈련소 때와는 달리 벽면과 옥상에 창문이 많이 있었다. 천천히 디나는 자신의 침대 옆으로 들어가 땀에 젖은 런닝셔츠를 벗었다. 이것을 가지런하게 접어 개인 라커위의 작은 빨래 바구니에 넣어 두었다. 보통 세탁물은 나중에 한꺼번에 모아 세탁을 한다. 하지만 세탁물이라고 해도 정리 정돈을 제대로 해 놓아야 한다.
“07시 30분에 아침 식사한다.”
분대장들이 잠시 쉬고 재집합이라는 말을 전달했다.
“예! 알겠습니다.”
모두들 입을 모아 복창했다. 몇가지를 빼고는 막사의 구조는 훈련소와 똑 같았기 때문에 건물의 구조를 익히는데 별다른 어려움 같은 것은 없었다. 디나는 같이 신입으로 들어온 라이라와 레오드와 같이있고 싶었지만 고참병들이 하나씩 붙어 따로 따로 침대를 사용했다. 그녀와 그녀의 동기들은 2층침대의 아래칸을 사용하고 있었다. 고참병은 되어야 위쪽 침대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디나의 위층 침대를 사용하는 고참은 같은 나이의 드레인 휴고라는 갈색 머리의 남자였다. 그는 상병으로 별로 특이할 만한 점은 없는 남자였는데, 평소 말수가 무척이나 적었지만 디나가 이것저것 물어보면 그래도 제법 잘 대답해 주었다.
보통 신병들이 새로이 들어오게 되면 병장이나 상병 정도가 한사람씩 담당해 군생활에 잘 적응할 수있도록 맡아서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곤 했다. 보통 여자는 여자가 맡고 남자는 남자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디나만은 특이하게 남자가 담당하게 되었다.
처음에 병장들에게 전입 신고를 하고 하루가 지났을 때 휴고상병이 자신을 잘 돌봐줄 것이라고 하면서 그를 붙여 주었다. 처음에는 그런가보다 했었다가 라이라와 레오드 모두 남자가 붙는 것을 보고 조금은 의아해 했었다. 하지만 디나가 잘부탁한다고 했었을 때 휴고상병은 어쩔줄 몰라하고만 있었다. 그때는 디나도 참 당황했었다. 그때는 왜 자신을 휴고상병이 맡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잘 몰랐었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보니 워낙 휴고상병이 여자한테는 말을 잘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는 성격을 염려한번 병장들이 신병으로 여자를 붙여 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논의한 것 같았다.
그런것 때문에 디나에게는 남자인 휴고상병이 담당 관리병으로 붙어 있게 된 것이다. 군대내에서의 담당 관리제라는 것은 중대에 갓 들어온,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것이 뻔한 어리숙한 신병들을 고참병들이 전역할 때까지 군생활의 적응을 돕고, 자신이 제대할 때 쯤에는 일병이 되어 있어 어느 정도 군생활에 익숙해 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것은 보통 보병들이 사회의 낙오자들이나 군생활의 부적격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시행하게 된 것이었는데 생각외로 효과가 커 거의 전군에 시행되고 있는 제도였다.
이런 제도 때문에 보통 상병들이 새로 전입온 신병을 한 사람씩 담당해, 자신이 제대할 때 쯤에는 어느정도 군생활에 익숙해 지고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담당자가 관심을 가지고 지도하게 되어 있었다.
이런저런의 이유로 휴고상병이 디나의 관리 담당자가 된 것이다. 그의 옆에서 디나는 런닝셔츠를 벗고 새것으로 갈아 입었다. 아침에 샤워라도 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많고 샤워는 잠자리에 들기 전 한번만 하도록 되어 있으니 런닝셔츠를 새것으로 갈아 입는 것으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샤워실과 세탁실은 훈련소에는 없었던 지하실에 위치해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막사 반대쪽 면에 있었다. 한번 막사의 측면을 따라 내려가고 다시 한번 안쪽으로 꺾여져 있었다. 그곳에는 세탁기 5대와 빨래 건조대가 있었고, 그 안쪽으로 매일같이 힘들게 세제를 묻혀가며 청소해야 하는 샤워실이 있었다.
휴고 상병은 말없이 런닝셔츠를 입고 그 위에 전투복을 갖춰 입었다. 디나가 군복을 입자 한번 그녀의 복장을 점검해 주었다. 만약 지적사항이 나오면 관리담당자가 질책받기 때문이었다. 머리를 묶기 위해 디나가 머리끈을 입에 물고 머리카락을 뒤로 모아 잡고 있는 것을 보던 상병은 잠시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 이는 상병의 독특한 버릇인 것 같았다.
다시 막사 밖으로 나와 집합을 했다. 모두들 보병 위장복 차림에 전투모를 착용하고 있었다. 디나는 휴고 상병의 뒤에 섰다.
중대장인 길리엄 메즈 중위가 막사의 앞에 나와 분대장들로부터 아침 점호 보고를 받았다. 메즈 중위는 흑인으로 올해 25세의 보통키의 남자였다. 다만 특이한 것은 그가 금발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중대장이었지만 전입신고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몇번 대화를 나누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성격을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휴고 상병의 말로는 평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유능하지도 무능하지도 않다는 것이 휴고 상병의 평가였다.
메즈 중위는 분대장글 모두에게 아침 점호 보고를 받고 난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몇마디 하는 것 같더니 당직 하사를 섰던 뮤리네 카데일 병장이 뒤돌아 서서 중대 전체에
“중대······차렷!”
예령과 함께 구호를 집어 넣었다. 일제히 동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디나도 똑같이 차렷자세를 취했다. 카데일 병장이 뒤돌아 서서 경례를 올렸다. 카데일 병장은 키가 작고 통통한 체격에 팔다리도 그렇게 긴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동작을 하는 것이 많이 우스웠다. 하지만 대놓고 웃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신체에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았다. 가끔 병장들과의 대화에서 신경질을 부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훈시!”
메즈 중위는 쉬어라고 말했고 카데일 병장이 다시 뒤돌아 서서 쉬어를 복창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서 그녀도 쉬어 자세를 했다.
“음······밤새 잘 잤나?”
“예! 그렇습니다.”
중대원들은 모두 입을 모아 대답했다. 중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침부터 매일같이 30분씩 뛰게되니 많이들 힘들지? 특히 신병들!”
“아닙니다!”
디나를 비롯한 신병 세사람이 거의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중위는 하핫 웃으면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오늘은 할일이 좀 있다.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우리 경비대대에서 시아 지겔마이어 대위님이 바르디아 변경근무를 명 받으셨다. 오전에 아침 식사를 하고 환송식이 있을 예정이니 모두 준비하도록 한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중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만 됐다고 했다. 카데일 병장이 그 자리에서 경례를 올렸다.
“훈시 끝!”
중대장도 경례를 받고 병장은 되돌아 서면서
“모두 들었지? 아침 먹고 나서 곧바로 준바한다. 물통 챙겼지?”
늘상 확인하는 것은 인원과 몇가지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렇다고 하는 말을 듣자 카데일 병장이 구령을 넣으면서 모두 취사장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발 맞춰라!”
마치 난장이가 걷듯이 쫄랑거리며 걷는 것 같은 카데일 병장이 디나는 너무나도 귀엽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은 채 휴고 상병의 등을 보면서 그 뒤를 따라 계속 걸었다.
취사장은 무척이나 넓었다. 경비대 전용의 식당은 따로 있었다. 기지의 파일럿들이나 다른 근무병들은 보병들이 사용하는 식당과는 다른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디나는 차례대로 줄을 지어 제 3경비중대의 식판을 집어 들었다. 은색의 알루미늄판으로 되어 있는 표준 식판이었다. 주식 2개를 담고 부식 3개를 담을 수가 있도록 알맞게 제작되어 있는 것이었다.
아침 식사는 쇠고기 스프에 호밀빵 2개씩, 스테이크 2개, 그리고 우유 한팩이었다. 아침 메뉴는 계속 바뀌었지만 우유는 매일 아침 정기적으로 공급받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스픈과 포크, 그리고 나이프와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음식을 먹는 도구가 좀 많은 것 같았지만, 어째서인지 변하지는 않았다.
디나는 자리에 앉아 음식을 입안에 잘라 넣었다. 이상하게 오늘 아침은 스테이크 소스가 없었다. 몇 사람이 소스가 없이 어떻게 먹냐고 불평했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말없이 음식을 입안에 넣었다. 디나도 불평을 토로할 정도의 계급이 아니었으니 묵묵히 음식을 잘라 먹었다. 무엇이든 잘 먹으니 음식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았다.
“저기, 휴고 상병님······”
디나는 조심스럽게 시아 지겔마이어 대위가 누구냐고 물었다. 옆자리에 앉은 휴고 상병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다시피 경비대대 소속의 대위님이야······대부분 보병과 장교들은 왕립 사관학교 출신이 아니잖아? 하지만 지겔마이어 대위는 왕립 사관학교 출신의, 소위 말하는 엘리트라고······”
“왕립 사관학교에도······보병과가 있나 봅니다.”
의외라는 얼굴을 하는 디나의 대답과 동시에 카데일 병장이 식판을 들고 휴고 상병의 옆에 앉았다. 키가 작으니 의자에 앉아도 다리가 땅에 닿지 않았다.
“매번 보는 거지만······매일 같이 이런 의자에 앉으시려니 힘드시겠습니다.”
휴고 상병의 짖궂은 물음에 카데일 병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갑자기 주먹을 꽉쥐고 상병의 오른쪽 어깨를 퍽소리가 날 정도로 후려쳤다.
“아! 아픕니다. 카데일 병장님!”
별로 아플 것 같지는 않았지만 휴고 상병은 울먹이는 시늉을 했다. 평소 말수가 별로 없는 그 였지만 두 사람은 의외로 격이 없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