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19
“뭐 열받냐? 열받으면 군대 일찍오지 그랬냐? 아! 그리고 내가 올해 20세니까 너보다 나이도 많잖아! 나 제대하면 누나라고 불러야해! 알겠냐!”
“윽·····너무하십니다······하지만 저보다 키가 작으신데·····누나가 아니시지 않겠습니까?”
“이게, 맞을라고!”
병장은 다시 한번 퍽소리가 나게 때려준 다음 화났다는 표정을 짓고는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던 그녀가 디나를 힐끗 보고는 이번에는 주먹이 아닌 팔꿈치로 휴고 상병의 어깨를 툭치며 물었다.
“네 마누라. 어떠냐?”
“아? 좋습니다. 제법 잘 적응합니다.”
상병의 대답에 당직하사를 섰던 카데일 병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음식을 입안에 떠 넣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 했다.
디나는 자기에 대한 말을 두사람이 나누자 순간 얼굴이 좀 붉어 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음식을 입안에 떠 넣는데 열중했다. 어쩐지 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녀는 말없이 열심히 음식을 입안에 밀어 넣었다.
아침을 먹고 모두 다시 막사로 복귀하기 위해 집합했다. 카데일 병장이 다시 인원을 확인하고는 막사에 복귀하면 할 일들을 알려 주었다.
“오전에 행사 있으니까 군장 점검하고······군복은 깨끗한 것으로 갈아 입니다. 세탁당번 누구지? 디나하고 휴고, 그리고 라이라인가? 행사 끝나면 빨래 모아서 처리해라·····아, 그전에 빨래 모으는 것 잊지 말고. 알겠지?”
“알겠습니다.”
휴고 상병이 대표격으로 대답했다.
중대는 다시 막사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막사에 도착하자마자 한 것은 지급받은 것중 가장 깨끗한 군복으로 갈아 입는 것이었다.
카데일 병장은 하품을 하면서 당직하사 철수 신고를 하러 중대장실로 찾아 들어갔고 나머지들은 군복으로 갈아 입기 시작했다.
남·녀 모두 뒤섞여 있지만 서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옷을 벗고 군복을 갈아 입었다. 어느새 중대장실 밖으로 나온 메즈 중위가 소총 거치대의 잠금 장치를 해제했다. 모두들 군복들을 갈아 입고 개인 장구류를 착용했다. 훈련소때 지급 받은 이것은 엄연하게 황제폐하의 하사품이었다.
현역 보병으로서 복무하기 시작하면서 받게 되는 소총 또한 마찬가지로 폐하의 하사품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가지고 귀향해 예비군 사단에까지 가지고 가는 것이니 만큼 모두들 자신들의 것을 무척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분대장들이 모두의 개인 장구류 착용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개인장구의 착용이 끝이 나자 개인 소총들을 하나씩 찾아 들었다.
디나도 처음에는 이런 장비들이 많이 무겁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그렇지도 않았다. 잔뜩 개머리판이 늘어나 있는 소총을 다시 자신의 몸길이에 맞게 조정했다.
“나가자!”
모두들 다시 밖으로 나갔다. 이들 중에서도 방탄 헬멧이 너무 커서 마치 장난감 병정이 헬멧쓰고 나가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웃을 사이도 없이 총기를 소지하고 모두 다시 막사 밖에 나가 집합했다. 가장 늦게 카데일 병장이 나왔다. 짧은 팔다리로 쫄랑거리며 뛰어 나오는 폼이 무척이나 귀엽게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분대 앞에 섰다.
잠시 뒤에 소총을 어깨에 맨 채로 중대장인 메즈 중위가 나왔다. 그리고 모두 집합했는지 확인한 후 행사장으로 이동하자고 했다.
보병들은 이런 일에 많이 동원 되었다. 할일은 없었지만 제대로 군복과 무기가 지급되어 있고 인원이 많으니 당연하게 의전 행사에 자주 동원되는 것이다. 군사령부에게는 보병들이 할일없이 밥만 축내는 족속들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병이 아닌 다른 병과의 사람들은 죽을 위험이 높은 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고, 더군다나 근무 연수도 자신들 보다 휠씬 길었다. 그렇기 때문에 2년 간의 군복무를 부여 받은 보병들은 군 내부에서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보병이 된 것을 행운으로 여기며 묵묵히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다른 중대도 행사를 위해 이동 중인 것이 보였다. 디나는 시아 지겔마이어 대위의 환송식 때문에 경비중대가 이렇게 동원된다는 것이 참으로 우습게 느껴졌다. 디나는 자신을 비롯한,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의 알지도 못하는 시아 지겔마이어는 인물의 환송식에 동원된다는 것이 못마땅해 했지만, 별수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26세에 대위로 승진했다고 하고, 흔치 않은 왕립 사관학교 출신의 보병과 출신의 대위였기 때문에 흔치 않은 일이라고 여기며 다들 납득하는 모습이었다.
‘이러는 것을 보면 대단한 인물인 것 같기는 한데······’
디나는 뭐 다들 말없이 나가는데 자신도 뭐라고 말 할 것은 없다 싶으면서 으쓱한 기분으로 행사장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행사장에서는 각 중대원들이 모여들어 열을 맞추고 있었다. 디나도 마찬가지로 이들과 함께 열을 맞추어 섰다.
행사는 09시 정각에 있을 것이라 했다. 일단 정열을 하고 쉬어 자세로 있었다. 디나는 궁금한 나머지 휴고 상병에서 조심스럽게 시아 지겔마이어에 대해서 물었다.
“왜? 궁금해?”
상병의 물음에 디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뭐 알잖아······흔치 않은······왕립 사관학교 출신의 보병과 대위······출세길에 거쳐가는 변방에서의 근무경력······때문이라는 거겠지?”
휴고 상병의 말로는 출세를 하기 위해서 변방에서 몇 년 정도 근무하다가 기회되면 중앙으로 다시 불려 들어오면 되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 자신의 근무 경력에 좋은 평가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디나는 그런 일이냐면서 알겠다는 말을 했다.
어쨌든 왕립사관학교 출신의 엘리트에게는 변방 근무가 출세 코스의 필수였기 때문에, 굳이 수도 근처의 이곳 후방 에리델기지에서 저 멀리 바르디아까지 전출나가겠다고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환송식까지 해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음…표면적으로는 디나의 얘기…인데…별다른 에피소드가 보이지 않는군요…ㅡ_ㅡ;
새로운…여자 캐릭의 등장…이죠…시아 지겔마이어 대위…
그녀도 설마 크라우프의 할렘의 목록에??
…작가넘의 말로는…’글쎄…’ 라는 군요…^_^)/
그리고, 군장이나 소총…같는 것들은, 예전에 디나가 훈련소에 있을 때 설명해 놓았다고 하더군요…
…어디냐구요?….휙~ /( ”)/ 모른척….
아…암튼, 설명해 놓았답니다…^_^;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44.
아, 그리고 디나가 근무하는 곳은 전선과 적어도 3달은 떨어진 안전한 ‘후방’입니다…
…편한 곳이죠…하지만…
100회 맞이 제목 대 변경!!!!!!! ^_^/
11월 19일 09시 정각 대대장과 함께 시아 지겔마이어 대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나이가 26세라고 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그보다 2-3살은 젊어 보였다. 키도 꽤 커 보이는 금발의 여성이었다.
행사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디나에게는 별로 달갑지 않은 일이었으니 뭐라고 앞에서 얘기하는 것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단 행사가 끝나 다시 막사로 모두 복귀했다. 소지했던 소총을 다시 정열하고 행사용으로 입었던 군복을 벗고 군장을 모두 정리했다.
당번이었던 디나는 라이아와 함께 빨래 수거에 나섰다. 모두의 세탁물에는 이름이 써져 있기 때문에 말려 놓으면 알아서 찾아 입는 것이다.
“수고한다.”
휴고 상병이 지하실로 세탁기를 점검하려 갔고 둘은 세탁물을 받아서 지하 세탁실로 내려갔다. 빨래감의 대부분이 속옷과 트레이닝복 들이었다.
휴고 상병은 세탁기를 열어 놓고 이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디나와 라이아는 세탁물을 모두 분류해서 종류별로 세탁기 속에 집어 넣었다.
휴고 상병은 라이아와 디나가 일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빨래를 모두 집어 넣어 할일이 없어져 자리에 앉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디나와 라이라를 지켜보고 있었다. 본래는 수다같은 것을 떨게 해서는 안되지만 그는 묵묵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척 해 주었다.
디나는 이런 휴고 상병의 배려가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입대를 한 이후에 마음껏 수다를 떨기 힘들기 때문에 이렇게 둘이 만나서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것이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카데일 병장이 내려왔다. 한참을 신나게 수다를 떨던 디나와 라이아는 깜짝 놀랐는데 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수고한다고 하고는 샤워장으로 들어가 옷을 벗고 몸을 씻었다. 야근을 했으니 씻고 잠자려는 것이다. 디나들은 그녀가 몸을 다 씻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나서 다시 수다를 시작했다. 세탁기가 모두 돌 때까지는 할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탁을 모두 마치자 11시 30분이 다 되어 있었다. 열건조 방식으로 건조되어 나오는 세탁물들을 분류하는 데는 세사람이 모두 함께 했다. 둘러 앉아 휴고 상병이 세탁물을 펴서 이름을 불러 주면 두 사람이 받아서 접는 식이었다.
12시가 다 되었을 때에야 오전에 하는 빨래가 끝이 났다. 이것들을 모두 가지고 다시 내무실로 돌아와 다시 나누어 주었다. 올라와 보니 카데일 병장은 자신의 침대에서 속옷만 입은 채로 곤히 잠들어 있었다. 2층에서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휴고 상병이
“몸도 짧은데 잘도 올라가네. 신기하지 않니?”
그는 으쓱한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 말도 못하고 서있는 디나와 라이아를 보면서 피식 웃고는 어서 빨래를 나누자고 했다. 다들 점심 식사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이로 일찍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전 근무를 위해 총기를 꺼내고 있는 2명의 경계 근무조들이 군장 차림으로 서 있었다.
보병들의 일과란 이런 것이었다. 05시 50분 기상해서 06시 30분까지 침구류 정리나 세면등의 일을 한 후 07시까지 30분 남짓 아침 구보를 한다. 왜 세면후에 구보를 해서 땀을 흘리는지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고참들조차 왜 그런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일과를 마치면 금새 점심이다. 경비중대의 임무는 대부분이 기지에 설치되어 있는 보초선에 가서 언제나 같은 풍경을 쳐다보고 서있는 것이었다.
가끔 기지 외각 순찰도 행하곤 하지만 그것은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고 군생활에 익숙해진 고참병들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이는 밀림이었지만 고참병들의 말로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했다. 처음에 들어와서는 기지 외각 밀림에는 사람을 잡아 먹는 식인귀들이 산다고 고참들이 겁을 주었다. 비록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들려준 이 기지가 건설된 역사였다. 이 에리델기지가 이곳에 건설된 이유는 간단했다. 7년 전쟁 중 당시 대령이던 백효연원수가 베르베라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유넬-페데일에 잔류하고 있던 바르디아군 패전병 토벌에 나섰는데, 유넬-페데일에 백효연대령의 함대가 병력을 강하시킨 곳이 바로 이곳 에리델기지 위치였다. 그때 지상 작전을 위한 군 보급거점으로서 임시로 건설되었다가 이렇게 영구기지가 된 것이었다. 또한 미처 후퇴하지 못하고 이곳 밀림에 숨어든 바르디아군 잔당 토벌이 꽤나 광범위하게 이루어 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 쯤의 일이 될 것이다. 이 에리델기지는 바르디아 잔당군들과의 전투가 있었던 당시와는 다르게 휠씬 좋은 시설에 편리함을 갖추고 있었다.
비록 디나는 이제 거의 믿지 않았지만 고참병들은 밀림 속에 식인귀가 살고 있다고 지금도 거짓말을 해 댔다.
어쨌든 경계 근무를 서는 경계자들이 다시 행정반으로 소총을 가지고 걸어 들어갔다. 중대장에게 근무자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위층 휴게실에서 뉴스를 보고 있던 하이드 울프 병장이 대단하다는 말을 하면서 아래쪽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큰 목소리로 뉴스에서 본 새로운 사실을 떠들어 주었다.
“얘들아! 오늘 전출가시는 대위님 가시는 곳이 좀 심각하단다! 오늘······게릴라들의 습격으로 행정관이 살해됐다고 하더라······행정관소가 시위대에 공격 받고······참나······무사하시기를 기원해 드리자!”
지고신교를 믿고 있는 울프 병장은 뉴스에서 좋지 않은 기사가 나오면 무조건 잘되기를 기도해 주자고 중대원들에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것은 시아 지겔마이어 대위에 대해서 비아냥 거리는 듯한 뜻이 가득 담겨 있었다. 다들 왕립 사관학교 출신의 보병과 대위로서 출세를 위해 변방 근무를 자청하더니, 그곳이 무척이나 위험한 곳이라서 조금은 고소하다는 표정들이었다.
“아! 그리고 파츠 베이스하고······포로 교환 협정이 체결된 것 같더라······20일에 정식 서명이 있다고 한다더군······우리는 다행인줄 알아라······그곳에 있었으면······뭐 모르겠다! 에라 밥먹자. 식사 집한 안하냐?”
디나로서는 울프 병장의 이 두가지 말 중에서 파츠 베이스의 소식은 그녀에게는 참으로 좋은 소식이었다. 특히 오빠가 가 있는 곳에서 포로 교환 협정이 체결되게 되었다는 것은 파츠 베이스와 전쟁이 당분간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였기 때문이다.
키가 좀 크지만 마른 체격, 갈색 머리카락에 회색 눈동자를 지니고 있는 울프 병장은 신께 기도를 한다면서 양손을 모아 잡고 뭐라고 중얼 거리고 있었다.
지고신교가 에이센에 가장 널리 퍼져 있기는 해도 모두 지고신교의 신도는 아니었다. 대부분이 거의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울프 병장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 이러해도 그가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종교로 인하여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디나는 문득 울프 병장의 첫번째 말을 떠올리면서 바르디아쪽이 아직도 혼란스럽겠군나 싶었다. 그러면서 아직도 에이센이 안정되려면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파츠 베이스쪽에 가 있는 크라우프를 떠올렸다.
‘오빠······’
많이 걱정 되었다. 듣기로는 최전선에 나가 있다고 했는데 시에나가 곁에 있다고 하지만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무사해야 해!’
디나의 의무적인 병역은 겨우 2년이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크라우프에게도 의무 군생활 기간이 별 다른 의미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험은 휠씬 더 했다. 그때 빨리 점심 식사 집합 하라고 재촉하는 울프 병장은 카데일 병장은 자게 내버려 두라는 말을 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모두들 점심 식사를 위해서 부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디나는 잠시 동안 다시 한번 크라우프의 무사함을 기원하고는 늦지 않기 위해서 재빨리 움직였다.
근무시간표를 확인하려는것인지 행정반에 갔다 온 휴고 상병은 으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근무 시간이 나와 있다고 알려 주었다.
“디나야, 너하고 나는 저녁 먹고 19시부터 21시까지 보초선 근무다. 알고 있어라!”
“예! 알겠습니다.”
디나가 입으로 중얼거리며 시간을 다시한번 숙지하는 것을 지켜보던 휴고 상병은, 그녀가 머쓱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핏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19일 20시 30분 엠더 광산기지에서의 하루 일과를 마친 크라우프가 당직근무자에게 지휘를 넘겨주고 지휘통제실을 빠져 나왔다. 그는 시에나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함께 잠시 바에 들렀다가 같이 크라우프의 방에 들어와 있었다. 현재 파츠 베이스군과 평화 협정 중에 있어 전투도 없는 조용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시에나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 크라우프는 군화를 벗고 침대에 걸터 앉았다.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는 머리를 가로젓고는 TV를 켜 저녁 뉴스를 보았다.
TV에서는 파츠 베이스를 자칭하는 반란군의 위협에 에이센이 크게 위험에 빠져 있다는 등의 보도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이번 셰어필드 기지에서 보여준 파츠 베이스군의 가공할 만한 저력이 에이센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논평을 내보내고 있었다. 이번의 행성계 사령부의 휴전 사태도, 파츠 베이스군의 기습에 빠져 전멸할 위기에 빠져 있던 아군을 구출하기 위한 어쩔수 없는 방편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너무 급하게 탈출하는 바람에 중장비를 모두 버리고 탈출한 것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패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었다.
‘바보 같은 일이지······’
크라우프는 뉴스에서 어떤 논평이 나오든 하나같이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에이센군이 파츠 베이스군의 계략에 걸려 큰 위기에 빠졌고 행성계 사령부는 전멸을 막기 위해서 비밀리에 휴전 협상을 제의했다는 것이다. 그는핏 웃으며 행성계 사령부의 노림수가 정확하게 먹혀 든다 싶었다.
그때 시에나가 타월을 몸에 두른 채로 샤워룸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몸은 아직 물기에 젓어 있어 타월이 몸에 밀착해 있는 상태였다. 그녀의 매력적이 못해 아름다운 몸매가 완전히 드러나 있었다. 크라우프는 언제 봐도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었다. 시에나는 크라우프가 자신을 조금 멍하니 바라보자 고혹적인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크라우프가 퍼뜩 정신을 차린 듯 싶자 그녀는 빙긋 웃으며 양손으로 마치 안내를 하듯 샤워룸을 가리켰다. 그녀의 무언의 손짓을 이해한 크라우프는 핏 웃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군복을 하나씩 벗었다. 크라우프의 단련이 잘된 건장한 육체가 곧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시에나는 조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녀는 곁눈질로 그의 몸을 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는 크라우프였다.
“알았어.”
크라우프는 엷게 웃으면서 샤워룸안으로 들어섰다. 샤워룸안은 방금 전 까지 시에나가 사용했기 때문인지 아직까지 온기가 남아 있어 그의 기분을 묘하게 흥분시켰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그는 몸을 씻기 시작했다.
크라우프가 몸의 물기를 닦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밖으로 나왔다. 시에나는 여전히 타월을 몸에 두른채로 냉장고에서 차갑게 되어 있는 음료수를 두잔 따라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마워!”
크라우프는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였고 시에나는 그의 모습에 으쓱한 얼굴을 한번 지어 보이고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틀었다. 크라우프는 슬몃 부끄러워져 팬티만 하나 주워 걸쳤다.
그녀가 마련해 놓은 음료수를 한모금 마시니 시원한 느낌이 아주 좋았다. 시에나는 침대쪽에 주저 앉으며 뉴스로 보았던 것을 물어왔다.
“그나저나······포로 교환 협정식이 내일 체결될 거라고 하는데 정식 인도일은 좀 멀겠지?”
크라우프는 아마도 그럴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방에 흩어져 있는 포로들을 끌어 모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테니까.”
그의 말에 시에나는 맞는 말일 것이라고 하면서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물어왔다.
“아참······코프는······이번 비밀 휴전 사태 어떻게 생각해? 듣고 싶어······”
“글쎄······아마도······허버크 대령이 저렇게 된 것이나······에이센군이 이렇게 밀리게 된 것은 아마도 행성계 사령부에서 이런 사태를 유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
시에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왼손으로 자신의 이마쪽으로 흘러 내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크라우프는 침대의 안쪽에 들어와 등받이에 기대 앉았다. 그가 다리를 길게 뻗어 앉자 시에나는 빙긋 웃으며 그의 옆쪽에 쭈르리고 앉았다가 조금 고개를 크라우프 쪽으로 숙이면서 약간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병사들이 많이 죽을 줄 알고 있었을 텐데······”
볼멘 얼굴을 하는 시에나에 크라우프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으면서
“병사들의 목숨 따위보다······아마 군부가 위태로워 지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