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2
“뭐 어때. 아직 많아 남아 있는데! 아참 세라도 이제 징집연령인가?”
“아? 응……이번에 나 병사로 가려구……2년 마치고 끝나게……”
“좋을 대로 하렴……보병으로 빠지면 더 좋겠는데.”
세라는 빙긋 웃음을 지었다. 엘레비아는 무척이나 활달한 얼굴로 가족들을 만났다. 오래간만에 만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참으로 기뻤다. 실전참가를 했다는 말에 래리의 표정이 좋지 않게 병했지만 그래도 무사귀환했다는 것에 다들 좋아했다.
“전쟁이 없어야지!”
래리는 그렇게 말을 했고 엘레비아는 닭고기를 입안에 넣고 씹으면서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리하르트황제력 260년 5월 2일 일요일 유케울 행성계로 향하고 있는 에이센 함대의 장병들은 전투 개시일 전에 맞게 되는 마지막 일요일이라는 생각에 무척이나 즐겁게 보내고 있었다. 함대 사령관도 휘하 수병들에게 일요일을 즐겁게 보내게 하라고 여러가지 특별한 조치들을 취해 주었다.
식당에서 직속 소대장들과 함께 자리에 앉게 된 5중대장 크라우프 페트릴 중위는 소대장을 맡고있는 소위들과 함께 특식으로 나온 음식을 입안에 떠넣고 있었다. 입은 즐거웠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이거 먹고 열심히 죽으라는 건가?’
함대의 이동속도로 볼 때 9일이나 10일 정도면 예정지점에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24시간정도 재보급과 부대정비를 행한 다음 곧바로 공세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를 전쟁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음식이 풍족하게 나온 것이 씁쓸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배식나온 음식은 아주 좋은 것이었다. 파일럿들에게는 특별하게 우유에 재어 놓은 딸기가 나왔다. 다른 병사들은 통조림 과일인 것에 비하면 특별한 대우였다.
소위들은 음식들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대대 평균 나이가 18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소위들 또한 나이어린 사람들임에는 틀림없었다.
올해 나이 16살인 디네스 펜터 호리스 중사와 18살인 시에나 필드 플레인 상사는 비슷한 또래의 하사관들과 함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10대인 하사관들 대부분 징집연령에 걸려있거나 지원병들이었다. 주어진 시간만 때우고 나면 뒤돌아 볼것도 없이 제대해 버릴 그런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것에 참가하게 되니 시간도 다 못채우게 될 사람들이 상당수 나올 것이다. 이들중 대부분의 병사들은 1번 정도의 전투는 경험한 사람들이었다. 배치 받았을 때 잦은 파츠 베이스와의 국경분쟁 덕에 전투에 나가기는 했었다. 하지만 직접 적기를 격추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시에나와 디네스 뿐이었다. 시에나는 매우 실력이 뛰어난 파일럿이었다. 평소 말수가 거의 없고 무표정했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말들을 나눌 때에는 정답게 대해 주고 있었다. 배식으로 나온 딸기를 먹고 있는 시에나였다. 디네스는 딸기를 입안에 넣고 오물 거리고 있는 시에나의 모습이 참으로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제대하게 된다면 크라우프와 결혼하게 될 것은 분명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은데……’
자신과 비교되니 옆에 앉기가 좀 불편했지만 시에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같은 나이에 상사인 시에나를 보고 하사들은 많이 부러워 했다. 몇몇은 실전 참가경험이 여러번 있는 그녀에게 전쟁에 대해서 묻고 있었다. 소대장들조차도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전쟁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임관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디네스는 문득 걱정이 되었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전쟁경험이 없었다.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기는 했지만, 막상 실전에 부딪치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는 경험에 의해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쏟아지는 포화를 뚫고 단독으로 378대의 적기를 격추시키고 89척의 전함을 단독으로 격파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카레나 스쿠비예비역 소장이 매우 존경스러워 졌다. 그만한 기술과 용기를 지니고 있는 사람도 드물었던 것이다.
물론 그녀 자신은 그런 사람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무사히 제대하게 되는 20살이 되어 바리스타 기술을 가지고 사회로 복귀하게 되는 것을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전장에 나가게 되는 것도, 다른 사람보다 너무나도 일찍 중사계급장을 달고있는 것도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기분이 썩 좋지 못했기 때문인지 입맛이 없었다. 하지만 나온 음식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배고픔도 어느정도 있었고, 이런 음식들을 다시 먹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디네스는 억지로라도 먹었다. 아마 이곳에 앉아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같은 심정일 것이다.
디네스는 본래 소식가였었다. 하지만 현재는 음식을 꽤 많이 먹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살찌는 일은 거의 없었다. 소비되는 열량이 많으니 늘상 배가 고팠다. 제대하고 나면 다이어트에 신경 많이 써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옆에 앉아 있는 시에나를 힐끗 보고는 그녀와 같은 몸매 만들려면 운동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지만 그 다짐을 4년 후에 실천할 수가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당장에 이번 작전에서 죽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생각을 담아 포크로 음식을 찍었다.
비트 로렌조 린제이 타르고 중좌는 올해 28세의 키가 훤칠한 파츠 베이스군의 사관이었다.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있는 유케울행성계의 야전군사령부로 배치받게 된 것으로 정말로 잘된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타르고 중좌는 가족들이나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에게는 래리라는 애칭으로 불리우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자신을 그렇게 불러줄 사람은 여동생말고는 없었다. 새로 부임하게 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래리는 콜 브롱 암브로이즈 차수의 작전 주임참모인 게라일 카레트 중장에게 부임신고를 하기위해 기다렸다. 카레트 중장은 올해 52세의 남자로서 키가 크고 건장한 사내라고 했다. 참모 출신으로서 중장으로 오른 그였기 때문에 같은 참모병과인 래리는 어느정도 안심을 할 수 있었다. 래리도 참모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모 출신들이 생각 이상으로 의구심이 많고 여러 가지로 까다롭다는 것을 래리 자신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카레트 중장의 비서관이 중장의 방으로 들어 가라고 했고, 그는 열려진 문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순간 가슴이 너무나도 떨려 왔다. 하지만 진정하고 애서 태연한 모습으로 카레트 중장의 방으로 들어섰다.
별 다르게 화려한 것도 없이 여러가지 책들만 잔뜩한 그의 방에 앉아있는 중장은 척 보기에도 매우 강인한 인상을 내보이고 있었다.
“자네가 타르고 중좌인가? 28세에 중좌라……참모로서 꽤나 빠르게 승진을 했군.”
직속상관의 말에 타르고 중좌는 뭐라고 대답을 할 것인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상대에게 무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운이라……”
래리는 한참 동안 말이 없는 작전 주임참모에 순간 자신이 잘못 대답한 것인가 가슴이 뛰었다. 얼굴이 달아 오르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그렇지만 중장은 자신을 바라보면서
“운같은 것은 필요 없다. 이곳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자네의 분석력과 판단력이네……28살에 단 중좌 계급장이 자신에게 걸맞는 것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도록!”
“네! 알겠습니다!”
래리는 겨우 합격이라는 생각을 했다.
비서관으로 상위계급을 달고 있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금발 머리의 여성은 나오자마자 길게 숨을 내쉬는 래리에게 서류를 내어 주었다. 그리고 작전과에 그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을 것이라 했다. 들어갈때는 잘 보지 못했지만 갸름해 보이는 얼굴이 꽤나 미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단정하게 머리를 뒤로 모아 묶었고, 보통 비서관이면 스커트차림이 보통일 것인데 상위는 군복 바지차림 이었고, 허리에 권총을 차고 있었다. 꽤나 성격이 곧은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비서관으로서의 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비트 린제이 타르고라고 합니다.”
“네에……리아 듀런드입니다. 만나뵈서 반갑군요.”
그런 다음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다시한번 내밀었다. 큰 실례를 했다는 생각에 래리는 황급히 그것을 받아 들었다.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리아는 그런 래리를 보면서 핏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담 조슈아 디제 중위는 최고 지휘부가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인가 느낌은 좋지 못했다. 에이센군이 대규모의 훈련에 들어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것에 대응한다는 것인지 몰라도 파츠 베이스군이 다시금 아이크에 대한 탈환작전에 돌입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인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근거없는 말일 것이라는 소문도 또한 퍼져 있었다. 단순하게 비슷하게 훈련을 시키려는 것 같다는 의견도 많았던 것이다. 온갖 억측이 난무한 가운데 군수물자들은 군수지휘 검열평가라는 명목하에 차곡차곡 보급되고 있었고, 예비물자들의 보충도 이루어 지고 있었다. 군수지원사령부에서는 이것이 검열을 위한 것이라고 하고 있었지만, 아담이 보기에는 물자의 보충이 좀 과중하게 이루어 지는 것 같았다. 전면전을 대비하는 것이라 싶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것이 예정되어 있던 검열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야전군 사령부와 군관구 사령부가 전부 군수물자에 대한 일제점검에 나서, 부족분을 채워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때 뭐든지 신청을 한다면 보급이 빨리 나오게 되는 것이다. 늘상 있어 왔던 일이었다.
부대의 훈련은 매우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었고, 실탄훈련도 병행하고 있었다. 지휘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 명목하에 실전 적응훈련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다.
할트레인 빈스 중장의 지휘하에 있는 유케울 기동함대 소속의 베테랑 파일럿들은 계속해서 훈련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들 중에서 특히 엘레비아가 훈련에서 매우 뛰어난 사격 실력을 보였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표적에 대해 100발을 사격했는데, 그 중에서 65발을 명중시키는 매우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아담도 45발을 명중 시켰고, 대다수의 파일럿들이 30발에서 40발 사이를 명중시키는 것에 비해 엘레비아가 사격에서 매우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것이었다.
“조준을 잘하는데요?”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아담의 칭찬에 엘레비아는 빙긋 웃음을 지어 보여주었다.
5월 6일 19시 30분 훈련을 모두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고 있는 엘레비아에게 아담이 다가가 말을 건넸다.
“저녁 먹고 시간 좀 있어요?”
그의 물음에 엘레비아는 핏 웃음만 지어 보였다.
“예! 시간이야 있죠……”
그렇게 대답을 하는 엘레비아에 아담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그러면……같이 커피라도 한잔 하실래요?”
“커피요? 저는 차가 좋은데요?”
엘레비아의 대답에 아담은 순간 놀란 눈을 했다가 이내 표정이 밝아졌다.
“좋아요. 카페에서 차 사줄께요!”
“네에!”
파츠 베이스의 신족들에게 차를 마시는 습관은 에이센인들에게서 들어온 것이었다. 에이센은 보통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고 주로 차를 마셨었지만, 이제는 신족들이 에이센인들에게 커피를 마시게 하고 신족들은 에이센인들이 들여온 차 마시는 습관에 길들여져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두 사람이 카페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아담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엘레비아를 가까이에서 이렇게 보게되니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카페는 바텐더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마시고 싶은 차를 타 가지고 와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아담이 일어서서 홍차를 두잔 타가지고 돌아올 때, 엘레비아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테이블 중앙에 놓여져 있는 튤립들을 보고는 오른손을 뻗어 꽃을 집어 들었다. 연분홍색 튤립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양손으로 꽃을 받쳐들고 얼굴 가까이 가져가 향기를 맡았다. 진한 꽃향기가 스며들어왔다.
엘레비아가 향기를 맡고 엷게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아담은 이미 앞에 와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조금 빤히 지켜보던 그는 조심스럽게 차를 내려 놓았다. 격조높은 찻잔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홍차의 향기가 진하게 우러나왔다.
“차를 잘 타시나 보네요?”
그렇게 말을 하는 엘레비아에 아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를 들어 그도 한모금 마셨다. 약간 쓴맛이 나기 때문에 그는 잘 마시지는 않는 것이었다.
“무슨 일로 보시자구 한거죠?”
뜻밖의 물음에 아담은 순간 할말을 잃었다. 엘레비아는 빙긋 웃음을 지어 보여주고 있었고 아담은 약간 말을 끊었다가
“……지난 주말에 가족들은 잘 만났어요?”
“네……”
짧게 대답을 하는 엘레비아였다. 순간 그녀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핫! 잘 어울리지 않네요!”
그러고는 삐죽한 표정을 지었다. 엘레비아는 뒤로 모아 묶고 있는 머리끈을 한번 만졌다. 그리고 나서 다시 차를 한모금 들어 마셨다.
아담은 뭐라고 말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엘레비아는 빙긋 웃어 보여 주었다. 아담은 그녀의 웃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웃으면서 네 생각쯤은 다 알고 있다는 식의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글쎄요……저는 아직 19살이라서요……”
“아……?”
“뭐, 19살이든 뭐든 지간에 남자가 싫다는 것은 아니에요.”
순간 가슴이 뛰었다. 엘레비아는 다리를 포개 얹으면서
“하지만요……좀 어설프신데요……”
“으? 응……”
“뭐……저하고 사귀고 싶으신 거에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그녀의 말에 아담은 할말을 잃었다. 엘레비아는 순진한 듯이 얼굴을 붉히는 아담이 오히려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응……그래……”
아담의 대답도 짧고 단정적이었다. 엘레비아는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네……저도 좋아요……라고 하고 싶지만요……저는 별로 중위님이 멋져 보이지 않는데요?”
“무슨?”
“멋진 남자가 되시면 받아 들일께요……지금의 모습은……남자가 당당하지 못하고 뭐에요?”
엘레비아가 오히려 짧게 화를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가볍게 웃으면서 밖으로 나갔다.
아담은 순간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내쉬었다. 상당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쓴웃음을 지으면서 뜨거운 홍차를 들어 단숨에 마셨다.
“후욱……”
거절당했지만 오히려 더욱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에 드는데……’
그냥 넘어오는 여자라고 했다면 쉽게 질려 버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쉽지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하니 기분이 참 묘했던 것이다.
“하하 참……”
그는 문득 엘레비아가 자신의 품안에 안겨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침대 위에서 저런 여자는 어떻게 행동을 할까 싶었다. 반드시 고양이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는 순간 아담은 자신이 흥분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복구합니다…^_^;;;
5월 9일 파츠 베이스군과의 전쟁터로 향하고 있는 에이센의 함대 내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전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는 지휘관들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일부터 전쟁이라……”
깊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병사들은 심호흡을 하고 있었고, 지휘관들은 병사들이 이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자제시키고 있었다. 모여 이런저런 말을 나누지 못하게 하면서 정신훈화시간을 늘리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하는 말들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총사령부의 지시에 따라서 열심히 싸우면 된다!”
중간 지휘관들 모두 그렇게 자신있게 병사들에게 승리에 대한 확신을 나타내고 있었다. 은근하게 전쟁이 단순하게 위력행동으로 끝이 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이번 전쟁의 목적이 유케울을 초토화시켜 파츠 베이스가 군사적인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단단히 힘을 보여 줘야 할 것이라고 하는 지휘관들의 의지를 되새기고 있었다.
크라우프 페트릴 중위도 제 5중대원들을 불러 모아놓고 중간 지휘관으로서 정신 훈화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디네스 펜터 호리스 중사는 중대장 직속소대 소대원으로서 배석해 있었다. 그녀는 화사한 금발에 매우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뭇중대원들에게 은밀한 시선을 받기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별다른 표정없이 중대장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이번 전쟁의 목적을 잊지말고 각 중대원들은 최선을 다해서 임무에 임하도록 한다.”
크라우프는 그렇게 말을 끝맺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크라우프는 그렇게 길게 말을 하지도 않았고, 부산을 떠는 것도 아니었지만 요점은 지시한 대로 열심히 싸우라고 하는 것이었다. 군인으로서 어짜피 당연한 말이라는 생각을 했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섰다. 각자들 긴장하고 피곤해져 있는 것이다. 전쟁에 들어가게 된다면 끊임없이 전투상황을 강조하게 되기 때문에 신경이 과민해 지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디네스는 자리에서 일어 서면서 가족들을 생각했다.
‘꼭 다시 봐야지!’
리하르트황제력 260년 5월 10일, 파츠 베이스제국력 08년 5월 10일 파츠 베이스군 국경 수비대 소속의 경비함 레오폴트 델피르 3형 190호를 비롯한 3척의 경비함들은 에이센과의 국경 행성계쪽으로 초계임무에 들어가 있었다. 에이센군이 최근 대규모의 군사훈련에 들어갔다는 소식덕에 사령부에서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함내 수병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모니터를 내려보고 있었다.
03시 30분 레이더를 담당하고 있던 오퍼레이터는 잠을 쫓아 버리기 위해 종이컵에 든 커피를 마시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 무언가를 발견한 그는 순간 눈을 크게 뜨면서 모니터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황급히 손에든 커피를 바닥에 내팽개 치고는 헤드폰을 끼면서 빠르게 계기판을 두드렸다. 피곤함 따위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사실을 확인한 순간 그는 오른손으로 비상벨을 부서져라 눌렀다.
전방에 나타난 2만척에 가까운 에이센군의 함대를 비추는 광점의 모습은 실로 대단했다. 놈들은 모니터를 완전히 가득 메워 버릴 것과 같은 위용으로 당당하게 전진해 들어오고 있었다.
퇴각하고 있는 파츠 베이스군의 정찰함들이 궤적을 그리며 사라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미하엘 페코 중장은 자신의 기함 암펠에서 선두 함대가 요청해 온 파츠 베이스군 추격요청을 자제시켰다. 어차피 저들을 모두 잡는다고 하여도 이미 통신으로 자신들이 온다고 하는 것을 적들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크게 전투가 벌어질 것이 뻔했다. 큰 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작은 일에 연연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함대를 전진시켜라!”
페코 중장은 함대를 전진시키도록 지시를 내리면서 굳은 표정으로 팔장을 끼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참모들도 대규모의 전쟁이 벌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유케울 행성계의 파츠 베이스군의 야전군 사령부의 사령관 콜 브롱 암브로이즈 차수는 5월 10일 04시 10분 에이센군이 대규모의 침공을 감행했다는 보고를 받고 즉각 전군에 동원령을 내렸다. 예상했던 대로 에이센군이 대규모의 침공을 감행해왔고, 총규모가 대략 9만에서 12만척 사이로 보인다는 보고도 받았다. 평균 10만척 정도로 추정되는 에이센군의 거대한 함대의 규모에 비상소집되어 집결한 유케울의 참모들은 마른 침을 삼켰다.
“10만척이라……”
최근 10년 들어 최대 규모의 병력동원인 것이다.
암브로이즈 차수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참모들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 파악된 정보에 의한 에이센군의 진군경로를 분석했다. 에이센군은 전체적으로 3방향에서 대규모의 병력을 동원해서 진군해 들어오고 있었다.
“3방향에서 에이센군이 압박해 들어오고 있다. 이것은 유케울을 향한 직접적인 공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이센군의 군사적인 동원능력이나 다른 군사적인 움직임을 볼 때, 에이센의 이번 도발은 대규모의 전면전쟁 보다는 파츠 베이스군의 전쟁 수행능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도록 하는 것이 그 목적에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적의 후방에서 대규모의 군사적인 움직임이나 다른 군관구에서의 병력동원 움직임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것과 함께 군수물자의 대규모 보급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또한 파악되었다.”
암브로이즈 차수는 에이센군의 이번 도발이 제한적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함에 있다고 보고 자신의 방어계획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