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21
정비대대에 도착한 크라우프는 잠깐 쓴웃음을 짓고는 정비되고 있는 바리스타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비대대원들은 파손된 바리스타들을 수리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었다.
도저히 수리할 수 없는 바리스타들은 그대로 폐기처분 되었다. 민간의 폐기물 업자들이 본다면 무척 좋아할 것들이지만 이곳에서는 업자들에게 폐기물들을 넘길 수 없으니 그대로 내버려야 했다. 물론 나중에 한꺼번에 수거해가 모두 녹인다거나 할 것이다. 정비병들 중에서는 폐기된 파츠들 사이를 돌아 다니며 쓸만한 부품들을 빼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쟁은 끝이 났다. 수많은 시체들이 담겨져 있던 검은 비닐팩들이 놓여져 있던 장소에 이제는 부서진 바리스타의 잔해들만 널려 있었다.
시끄럽게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던 종군기자들도 모두 돌아가 버렸다. 기자란 족속은 한 두가지의 기사거리가 될만한 사건만 터지면 파리떼처럼 몰려 들었다.
그는 전에 렘셰이드 기지에서 전투 장면을 연출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귀환하면서 헤어진 벨로스 대위가 생각났다. 아마 그는 충분히 촬영을 마치고 영상자료들을 가지고 베르베라로 돌아갔을 것이다.
잠시 벨로스 대위를 생각하던 크라우프는 바리스타가 정비되고 있는 모습 사이에서 정비병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걸어 다니고 있는 여장교가 눈에 들어왔다.
‘누구였지?’
갑자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눈을 잠깐 크게 떴다가 다시 가늘게 좁히고는 그 여장교쪽으로 다가갔다.
“3번 메인 기어를 풀어 주고, 각부의 잠금 장치를 다시 확인해!”
발레리 미구엘 중위가 이곳에 있었다니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라우프는 슬몃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저기 중위님······이것 모르겠는데요?”
그리고 장난기가 발동해서 갑자기 볼멘듯한 소리로 발레리를 불렀다.
“어휴······도대체 뭘 모르겠는데?”
그녀는 반쯤 짜증을 내며 뒤돌아 보았다. 그리고는 크라우프가 서 있자 놀란 얼굴을 했다.
“아니······소령님?”
그녀는 처음에는 잠시 아무 표정없이 멍하니 바라보며 서 있다가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이곳에 계셨나요?”
그녀는 기름이 덕지덕지 묻은 장갑을 깐채로 크라우프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녀의 반가움이 잔뜩 들어있는 물음에 그는 하핫 웃으면서
“엠더 방어 사령관이야!”
“이런······이거 실례했군요······”
발레리의 알아서 모시겠다는 표정에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그런 말 말아······”
그들은 잠시 서로의 눈을 주시하면서 아무말 없이 서 있었다. 다시 발레리가 입을 열어 무슨 말인가 하려 했을 때, 뒤쪽에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미구엘 중위님! 이것 좀 봐주십시오!”
그녀는 크라우프에게 뭐라고 말을 해 주려 하는 듯 했지만, 그녀를 재촉하는 말이 들리자 뒤돌아 보았다.
“가봐······괜찮다면 저녁 때 만나 주겠나?”
“하핫! 물론입니다. 이런 곳에서 다시 만나다니요······저녁 19시에 만나죠······제가 찾아갈께요!”
“기다리겠네!”
그녀는 얼굴가득히 미소를 띄고는 뒤돌아 뛰어갔고 크라우프는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크라우프를 누구냐는 눈으로 주변 정비병들이 바라보자, 엷게 웃어 주면서 다른곳으로 걸어 갔다. 발레리를 이런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뜻밖의 일이었다.
발레리는 정비해야 할 바리스타쪽으로 걸어가면서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엠더 방어 사령관이 누구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셰어필드 기지에서 탈출해 엠더로 후송된 후 휴식을 취하고 이곳에 남았다. 경력이 있는 바리스타 정비 기술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방어 사령관이 어떤 상판떼기든 간에, 어차피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바리스타 정비니 자신의 일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사령관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크라우프가 방어 사령관이었다니 참으로 묘한 우연의 일치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으쓱한 기분으로 무엇이 문제냐고 하면서 자신을 부른 정비병쪽으로 다가갔다.
점심 식사를 마친 디네스는 아직도 피로가 풀리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최전선이었지만 기지는 너무나도 평온했다. 아직까지도 팔다리와 어깨가 너무 아팠다. 귀환해서 샤워를 마치고 모처럼 만에 바리스타 콕핏이 아니라 푹신한 침대에서 담요를 덮고 한 15, 6시간 정도는 세상 모르게 잤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피로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아직도 피곤해?”
그녀의 옆으로 시에나가 다가와 물었다. 디네스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그것은 아니지만 팔다리가 아직도 아파요······”
시에나는 핏 웃으면서 운동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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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비아가…크라우프와 같은 곳에 있다가 어디론가 떠나는 군요…
흠…다시 만날일이 있으려나…냐하하핫~
작가넘의 ‘사악신공’이 발휘되는 순간…일까요? ^_^)/
…’이별은 또다른 만남을 위한 것’ 이라고 하니까-누가 한 말인지는 모름- 언젠가는 다시 만나겠지요…
…작가넘은 현재 스토리 구상중…자는 것이 구상하는 거라고 언젠가 말했으니…ㅡ_ㅡ;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 next-46.
아뒤오쑤~
100회 맞이 제목 대 변경!!!!!!! ^_^/
“운동 부족요?”
디네스의 물음에 시에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마도······운동 부족이 원인일 거야······내 생각은 그래······”
그때문에 회복이 좀 덜된 것 같다는 시에나의 말에 디네스는 삐죽하게 입을 내밀면서
“그렇다고 운동만 너무하면 근육 생기지 않을까요?”
디네스의 쓸데없는 걱정에 시에나는 하핫 웃다가 갑자기 정색을 하며 말했다.
“디네스······체력이 약하면 죽는다······알고 있지?”
“······네······”
디네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좁은 콕핏안에서 장시간 작전을 하게되면 체력의 저하는 불가결한 것이었고, 그것은 자칫 전투력의 약화를 가져와 죽을 확률을 그만큼 높여 주기 때문이다. 시키지 않아도 파일럿들이 트레이닝실에 가서 운동을 하는 것은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듣고 보니 디네스는 요즘 운동이 게을러 졌다는 생각을 하면서 머리를 손으로 긁적였다.
“하긴요······”
그녀는 으쓱한 표정을 짓고는 시에나의 몸매를 찬찬히 지켜보았다. 가슴 부분과 허리, 그리고 그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매혹적인 선을 천천히 내려 보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위쪽으로 올려가며 다시한번 더 훑어 보았다. 디네스가 모두 다 관찰하고 얼굴을 들어 시에나와 눈이 마주칠 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좋겠다······”
디네스는 무의식중에 그런말을 내뱉었다. 그순간 시에나의 얼굴이 빨개졌다. 디네스는 시에나의 이러한 표정은 처음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뿐, 디네스는 볼멘 얼굴을 하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에나는······운동 자주하는 것 같은데······게다가 소령님이 자주 만져주니깐······”
“······나야 뭐······”
시에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사실 별로 할일이 없는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임시 막사로 돌아가지 않고 근처의 공터에서 나무 박스를 끌어와 주저 앉았다. 시에나가 잠시 기다리라고 하면서 어디를 가더니 곧 음료수를 두개 가지고 왔다.
“고마워요······”
감사함을 표시하는 디네스에 시에나는 빙긋 웃으며 음료수를 건네 주었다. 그리고 나란히 앉아 음료수를 한모금씩 마셨다.
“이제 내년까지 별다른 전쟁 없었으면 좋겠다.”
잠시간의 침묵 후 시에나가 내뱉은 첫마디였다. 디네스도 같은 생각이었기 때문에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무사히 제대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때가 많아요······”
걱정을 하는 디네스에 시에나는 무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이런곳에 있다면 어떤 말이든 장담을 할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디네스도 똑같이 쓴웃음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시에나는 소령님하고 잘되가요? 요즘 같이 방에서 나오는 경우도 몇 번 있는 것 같더니만······”
두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 둘의 사이를 거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둘이 같은 방에서 나온다고 해도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뭐 예전과 같지······”
시에나는 빙긋 웃으면서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를 한모금 마셨다. 그러면서 그녀는 크라우프와 지냈던 밤을 생각하며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디네스는 음료수를 마시느라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미처 보지는 못했다. 시에나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시에나 처음 만난게 3월이었는데······이제 12월이 다되어 가네?”
디네스의 말에 시에나는 엷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나나 디네스는 몰라도 코프에게는 그런 것은 별 의미 없을 테니까······”
“네?”
살짝 얼버무리는 시에나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디네스가 되물어 왔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궁금해 하는 디네스의 얼굴에 시에나는 핏 웃으면서 별뜻 없었다고 하며 음료수를 들어 마셨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크라우프는 발레리와 만날 수 있었다. 기지에는 딱히 어디 카페나 바도 없었기 때문에 야외에서 적당히 자리를 만들어 앉았다.
그들은 음료수와 건빵을 대충 주워온 나무상자 위에 펼쳐 놓고는 그 앞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크라우프가 엠더의 책임자라고는 해도 보급 상황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별다른 수가 있을리 없었다.
“원 참······저는 이곳 사령관이 누구인지 몰랐어요. 솔직히 관심도 없었구요.”
발레리가 먼저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크라우프는 하핫 웃으며
“맞아······사실 자기 직속 상관이 아닌 이상은 뭐 모르는 일이지······”
사실이 그러했다. 일반적으로 직접 관련이 있는 직속 상관이 아닌 이상 사령관이 어떤 인간이든 알 필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자기 부대 최고 지휘관의 관등성명 같은 것은 알지 못한다. 뭐 필요한 사람만 기억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간 잘 지냈나? 레온시티 보급기지에서 본 이후로 처음이군······”
발레리는 크라우프가 자신이 셰어필드 기지에 있었고, 그곳에서 탈출해 엠더와의 중간에 위치한 구릉지대에서 전투를 벌일 때 자신이 있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여러 곳을 거쳤습니다.”
설명을 해 봐야 말이 길어 질 것 같아 대충 얼버무리고는 빙긋 웃기만 했다. 크라우프도 짐작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아참 전에 제가 준 돈······잘 쓰셨어요?”
발레리는 이전의 추억이 생각났는지 약간 볼멘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하핫 웃으며
“돈 좀 더해서 여자한테 선물해 줬지······”
크라우프의 빙긋 웃는 얼굴에 발레리는 잠시 쓴웃음을 지었다. 잠시지간의 침묵이 흐르고 발레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참······소령님······”
“응?”
“지난번에요······셰어필드 기지와 이곳 엠더 사이에 있는 구릉지대에서 적과 전투 벌이고 났을때요······”
그녀의 목소리가 꽤나 차분해 보였다. 그녀는 왼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면서 잠시 말을 끊었다.
“소령님 보았었어요······저 셰어필드 기지에서 있다가 탈출하는 사람들 속에 있었거든요.”
“······미안하게 됐군······내가 그때 조금만 더 생각이 깊었다면······탈진해서 죽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내 잘못 때문에 죽지 않았어야 할 사람이 죽게 되어 버렸어······”
크라우프의 침울한 어투의 말에 발레리가 오히려 당황스러워 졌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지휘관으로서 아무런 책임 의식도 없는 사람은 아니라 싶었다.
“······후회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어? 내가 그때 조금만 더······다르게 생각했더라면······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그랬더라면······이 나는 이렇게 앉아 음료수 마시면서 웃을 수 있는데······내가 조금만 더 잘 생각했다면 한 사람이라도 이렇게 해 줄 수 있었을 것인데······”
표정이 거의 없는 얼굴을 앞으로 약간 숙이면서 후회한다고 말하고 있는 크라우프는 어느새 눈물이 글썽이는 것 같았다. 발레리는 빙긋 웃기만 했다. 뭐라고 말을 해야 좋을까 미처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라고 말씀 드리기 쉽지 않군요······하지만······지휘관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그녀의 고개를 좌우로 젓는 크라우프였다.
“아니, 뭐라고 말을 할까······부하들······아직 술도 입에 대보지 못했을 것 같은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먼저 사람을 죽이라고 하다니······못할 짓이야······”
“하지만······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죽게 됩니다. 다들 자기 방어를 위해서 싸우지 않았을까요?”
발레리의 말에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렇게 되었겠지······우리나 적이나······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아니······차츰 사람이 죽어 가고 죽는 다는 것에 무감각해 버리는 내 자신이 정말로 무서워져······ 알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씩 둘씩 죽어 버리고,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들이······”
두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녀는 슬며시 손을 앞으로 뻗어 크라우프의 손을 잡아 주었다. 발레리는 남자의 진심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어린 나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마세요.”
발레리의 위로에 크라우프는 하핫 웃으면서
“쓸데 없는 소리를 했군······어쨌든 간에······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반가워······처음에 만나게 된 것이 참 우연한 일이었지만 말이야!”
조금은 억지스럽게 농담을 하려는 크라우프에 발레리는 잠시 말없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혼자서 죽은 사람을 생각하고 있던 그가, 억지로 웃고 있는 그가 발레리는 무척이나 안쓰러워 졌다. 그녀는 잠시 말을 하지 말까 고민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이런 말을 하기에는 좀 뭐하지만······소령님은······많이······고독하신 것 같아요······”
16세때 정비하사로 군에 입대한 그녀였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보게 되었다.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 버린 것일까. 그녀는 크라우프를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그가 고독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말인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아니라고 애써 부정하려는 듯한 크라우프의 얼굴에 발레리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제가 소령님을 본다면······소령님은 스스로의 의지로 이곳에 와 계신 것은 아닌 것 같아요······아니면 무엇인가 이상을 찾고 계셨던 것인가······지금 부딪치는 현실이 너무나도 자신의 생각과 같지 않으니······이런것 때문에 많이 고독하신 것 같아요······”
그녀의 조심스러운 말에 크라우프는 하핫 웃으면서 이 말을 부정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