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48
제 2공전대 대대장인 카슬 에 쉬린 소령이 그의 예하 중대장들과 함께 작전 참모인 슬리건 리얼드 중령이 참관인 자격으로 배석한 가운데 정식 승진 명령서와 더불어 대위계급장을 아세라에게 건네 주었다.
“감사합니다.”
쉬린 소령 예하의 중대장들과 슬리건 리얼드 중령은 대위로 승진하게 되는 아세라를 축하해 주었다. 아세라는 다소 멋쩍은 듯 계급장을 받아 들었다.
“우르반 대위 축하하네. 귀관의 역량을 보다 확실하게 발휘해 줬으면 하네!”
리얼드 중령은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해 있으면서도 축하의 말을 잊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중령님!”
아세라는 먼저 직속 상관인 쉬린 소령보다 배석한 장교들 중 가장 상급자인 리얼드 중령에게 먼저 경례를 올린후 모두의 축하를 받았다.
“이거참······이제야 언니 동생이 구별 가겠군!”
누군가의 말에 그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하핫 웃으면서 아세라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잠시 말들을 나누고 있다가 아세라는 아직까지도 중위인 페넬로페에게 먼저 진급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뭐가 미안하냐! 이 바보야! 거듭 말하는 것이지만 대위 된거 축하해!”
빙긋 웃으며 말을 하는 페넬로페였다. 진심으로 자신을 축하해 주고 있는 것이다.
헤헷 웃으면서 이제는 대위님이라고 불러줄까 하고 장난기 어린 말을 하는 페넬로페에 아세라는 됐다고 하면서
“어차피 그렇게 해줄 생각도 없으면서······그런 말 하지마!”
“알아 차린 건가? 하기야 어릴적부터 지겹도록 같이 보아왔으니 잘 아시네!”
페넬로페의 말에 아세라의 눈썹이 살짝 찌그러 졌지만 이내 풀렸다.
“뭐 어때? 이 기집애야······”
“헤헷!”
오른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동생에 아세라는 빙긋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쉬린 소령이 피식 웃으며
“자매들끼리만 말하지 말고 우리들 하고도 말을 좀 하지 않겠나?”
쉬린 소령의 말에 두 사람은 갑자기 멋쩍어 졌다. 아세라는 대위가 되었으니 더욱 잘하겠다는 말을 하자 그는 열심히 일해 달라고 하면서 아세라를 축하해 주었다.
“열심히들 해주게나!”
소령은 엷게 웃으면서 잘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축하해 주었다.
22일 월요일 11시 05분 데메로 행성계의 13태양계의 유인행성 유넬-페데일의 중심 도시 휴케-델-카일시티의 군사령부의 군 법무실에서 비공개로 군사재판이 한창 진행중에 있었다.
앞쪽에 재판을 맡고 있는 5명의 군 법무관이 나와 있었고 그 앞쪽으로 건장한 체구의 두 남자가 서 있었다. 이들 중 검은 머리칼의 남자는 수갑과 족쇄가 채워져 있었고 동작을 매우 불편하게 하도록 쇠사슬이 몸에 감겨 있었다.
비공개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배심원도 없었고 참관인들 자리도 비어 있었다. 단지 법정안에는 군 법무관 5명과 피고 2명, 그리고 법정 안이지만 장전된 소총을 가지고 있는 헌병 5명이 있었다. 그리고 속기사 2명이 열심히 재판 내용을 기록하고 있었다. 지금 군 법무관들이 피고석에 서 있는 2명에게 선고를 내리는 중이었다. 5명의 군 법무관 중 가운데 앉아 있는 법무관이 낭랑한 목소리로 선고문을 읽어 나갔다.
“피고 야이다 크라프트 호우드 윙게이트 중사의 죄목 중 민간인 학살죄에 대해서는 피고가 그 행위를 시인했지만, 법적으로 시민권이 없는 자들을 죽였을 시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이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한다.”
법무관은 잠시 말을 끊은 뒤 계속해서 선고문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피고인 윙게이트 중사는 그간 수많은 사건에 연루되어 있고 여러 재판을 받는 등 많은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켰다. 이런 사유는 강제 전역 사유에 해당하지만, 귀관이 그간 바르디아 전선에서 활동했던 공적을 감안해 강제 전역은 면해 주겠다. 다만 귀관은 하만 바이파 전선으로 전출을 명령한다. 이상!”
야이다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공식적으로 하만 바이파 전선에서 상대하게 될 자들은 파츠 베이스인들로서 에이센에서 반란을 일으킨 자들이었다. 하지만 황실에서 이들에 대한 시민권 박탈 선언을 하지 않았으니 엄연하게 따진다면 반란군들도 시민권자인 셈이다. 이번의 경우와는 달리 이상한 논리였지만 그 때문에 야이다가 저지른 민간인 학살 행위 등이 엄격하게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그는 알겠다고 법무관들의 선고를 승낙했다.
그리고 자신을 고발한 소대장에 대해서는 무고 혐의가 주어져 견책 처분을 받았다. 야이다는 이런 세상이 정말로 웃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어린애까지 죽여 버렸는데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양심에 따라 자신을 고발한 소대장이 오히려 무고죄를 받게 된 것이다.
시민권이 없는 자들을 죽여도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은 정말로 웃긴 일이다. 야이다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풀려나기 전 소대장에게 잘 있으시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래 잘가게나!”
소대장의 허탈한 듯한 말에 그는 히죽 웃어 버린 뒤 뒤돌아 섰다. 아직 정식 절차는 아니지만 곧바로 수갑과 족쇄는 풀어 주겠다고 하는 헌병들의 말에 야이다는 가뿐한 기분으로 자신의 구치소쪽으로 걸어갔다.
그곳으로 걸어 가면서 헌병들이 이상하다는 투로 물었다. 이제는 그가 무죄로 선고되니 헌병들도 궁금한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그간 기계 병정 같더니만 이렇게 말을 해 주니 고맙다는 생각도 했다.
“아니 당신은······기록을 좀 보아하니 바리스타 아니······헤비호스 격추기수 79대에 전함 단독 격침수 3척이라고 하는데······못해도 사관이 되지 않았을까 해서요.”
헌병들의 의아한 듯한 말에 야이다는 헷 웃으면서
“웃기는 기록들이지 빌어먹을······그게 없었다면 아마 나는 옛날에 강제 전역했을걸?”
그의 말에 헌병들은 잠시 생각을 해보드는 듯 하더니
“하지만 조금 더 웃긴건······윙게이트 중사께서······오히려 이런 상황을 즐기시는 듯 해서요.”
헌병들의 말에 야이다는 그저 히죽 웃을 뿐이었다.
“훗······빌어먹을 세상이지······사실 이짓······그만 두고 싶었지만······다른 것을 배운 적이 없어서 말이야······”
“뭐 그래도 당신 같은 실력이면······경호원이나 아니면 전투 교관도 충분할 텐데······아! 교관은 못되려나?”
“뭐······상관 없어······”
아마도 저지른 사건들이 고스란히 인사기록표에 기재되어 있을 것이니 교관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이라는 뜻일 것이다. 야이다는 헌병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면서 가볍게 하품을 했다. 그리고 오늘은 편히 잘 수 있을 것같다는 말을 했다.
“편히? 매일 코를 골며 잘 자더니만······”
“훗······나는 잠자면서 걱정하니까 말이야!”
그는 그렇게 말을 받은뒤 몸이 좀 뻐근하다고 말했다. 구치소에 도착해 수갑과 족쇄를 모두 푼 후 천천히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 앉아 가만히 하만 바이파에 도착할 시간을 따져 보더니 낮게 투덜거렸다.
“못해도······3, 4개월은 아무 일도 안하고 있겠군······젠장!”
그러고는 벌렁 누워 가볍게 하품을 했다. 갑작스러운 야이다의 이런 태도에 헌병들은 어리둥절 했지만 결코 그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다. 아무리 무죄를 선고받아 혐의가 사라졌다고는 해도, 자신들이 호송하는 남자는 강습해병 대원중에서도 최정예 강습해병 특전요원이었고, 야이다는 그 중에서도 최고의 에이스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판을 받고 이제는 마음이 다소 홀가분해진 야이다는 피식 웃음을 지으면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어찌 되었든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용히 나가는 시간까지 잠이나 자 두기로 했다.
1월 25일 13시 40분 베르베라 행성계의 수도성 베르베라의 우주항에는 로이드에서 출발한 민간 여객선이 서서히 진입하고 있었다. 민간 우주항의 출입국에는 많은 수의 취재진들이 모여 누군가를 취재하기 위해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전쟁과 신년 때문에 배를 구하기 힘들어 집으로 겨우 돌아오게 된 크세니아는 간단한 출입 수속을 마치기 위해 검색대에 올랐다.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 오다보니 차림들이 가지각색이었다. 베르베라는 1월이면 꽤 추운편이었는데 짧은 옷차림으로 온 사람도 있었고, 추운 곳에서 왔는지 옷을 좀 두껍게 입고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크세니아는 선글라스에 케네피온의 셈넬에서 세이라와 만났을 때와 똑같은 차림으로 검색대에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바지만 우유빛 면바지로 바꿔 입고 있는 채었다.
그녀는 오랜 우주여행으로 피곤했기 때문에 빨리 검색이 끝이 나기를 바랬지만 사람들이 워낙 많아 그렇게 일찍 끝나지 않았다. 하품을 하면서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서 그녀도 지루함을 견디며 서 있었다.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되자 크세니아는 손에 들고 있던 슈트 케이스를 열고 선글라스를 벗어 집어 넣은 뒤, 자신의 긴 머리카락 사이에 붉은 색으로 물들어져 있는 부분을 잡고 떼어 냈다. 그런 뒤 슈트 케이스에서 상의를 하나 꺼내어 어깨를 휜히 드러내 보이는 자신의 상반신 위로 걸쳤다. 그러자 조금은 활발한 모습이었던 그녀가 순식간에 얌전한 아가씨로 변해 있었다. 순식간에 이렇게 변하고 보니 전혀 다른 사람 같아 보였다.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크세니아는 기자들이 플랫폼을 나오는 한 사람을 보고 몰려드는 것을 보고 삐죽한 표정을 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자 자신의 손에 들고 있던 슈트케이스를 검색원 앞에 올려 놓았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한번 추어 올린 뒤 빙긋 웃으면서 자신의 신분 증명서를 건네 주었다.
“크세니아 티파니 루바인 페디올씨군요······아!이거 작년에 기입했으니까 올해 20세시구요······집으로 돌아 오신다. 좋습니다. 슈트 케이스를 검색대에 올려 놓아 주십시오.”
검색원은 본인인지를 확인한 뒤 쉽게 통과시켜 주었다. 짐이라고 해 봐야 작은 슈트 케이스 뿐이었으니 별로 어려울 것 없이 검색대를 통과했다.
크세니아는 무슨 유명인이라도 있나 싶어 기자들이 몰려 있는 곳을 한번 바라보았지만, 인파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자 이내 관심을 끊고는 피곤함 때문에 한번 하품을 했다. 그리고는 서둘러 우주항을 빠져 나왔다.
그녀는 택시를 잡아 타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택시 승강장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있어 순환버스를 타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우주항에서부터 시내의 종합 환승장까지 무료로 운행되는 버스였다. 우주항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꼬리를 물고 순환 버스에 올랐다. 크세니아도 슈트 케이스를 손에 들고 버스에 올랐다. 피곤해서 좀 하품이 나왔지만 그래도 별로 내색을 하지 않고 있었다.
순환버스는 정해진 도로를 따라서 시내로 질주했다. 거의 멈추지 않고 시내까지 달렸다. 도로를 따라서 우주항 근처에 있는 군부대등의 모습들이 몇 개씩 스쳤다. 이곳에서 크세니아는 보병으로 군 생활을 마쳤었다. 이제는 예비군이라고 하여 합숙 훈련도 받아야 하지만, 보병의 예비군 훈련이라고 해봐야 별로 힘든 것은 아니었다.
어느덧 그녀가 탄 버스가 종합 환승장에 도착했다. 크세니아는 거기에서 내려 잠시 자신이 가야할 곳의 버스 노선을 확인 한 뒤, 그곳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운이 좋았는지 기다릴 것없이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보통 인간들이 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로봇이 대체해도 될 것이고 더 효율적이겠지만 일자리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이런 일들도 굳이 사람들이 하고 있었다.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서 버스는 종합 정비를 받기 전까지 계속해서 운전자만 바꿔서 운행하게 된다.
버스의 좌석에 앉으면서 크세니아는 가볍게 하품을 했다. 오랜 우주 여행으로 몸이 많이 피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집에 돌아왔다. 저 멀리 케네온행성계에 있는 세이라도 보고 왔다. 그녀를 생각하면서 다시 보려면 얼마나 더 있어야 할까 싶었다. 아마 이제는 서로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게 된 다음에야 만나 보게 될지 모른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건가?’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다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 넘기면서 교통 시스템에 따라서 운행하고 있는 버스의 창밖으로 보이는 베라베라 시내 정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저멀리 황궁의 성벽이 보였다. 거의 40미터는 됨직한 돌로 쌓아 만든 높은 성벽이었다. 언제 보아도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저 성벽은 에이센 건국 당시부터 있었다고 하는 그것이었다. 그간 많은 개보수를 거쳤지만 그 오랜 세월을 꿋꿋이 버텨 오고 있는 오래된 문화유산이자 베르베라시티를 대표하는 건축물의 하나였다. 성벽은 리하르트 황제 시절 붕괴될뻔 했기 때문에 대규모로 다시 쌓는 작업을 한번 거친 적이 있었다. 지금의 모습은 그때 다시 쌓은 것이었다. 어쨌거나 저 성벽 안쪽은 황궁의 영역이었다. 일반인이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크세니아는 관광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은 자신이 저곳에 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가볍게 하품을 다시 했다. 많이 피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들지 않아야 한다. 이제 곧 집에 도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황궁의 성벽을 나란히 진행해서 버스는 잠시 멈추어 섰다 달렸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베르베라의 중심 타운은 지하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지상에는 그렇게 높은 층의 건물들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다지 높지 않은 빌딩들을 보면서 크세니아는 가볍게 숨을 들이 마셨다.
어깨가 좀 결린다는 생각에 손으로 몇 번 두드려 주었다. 이것은 장거리 동면 여행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심하면 전문 병원에 찾아가 봐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길어야 2, 3일 정도 푹쉬고 현지에 적응하면 별다른 이상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크세니아는 슬며시 다리를 포개 얹었다. 그런 뒤 무표정하게 왼손으로 턱을 괴고 앉았다. 그런 그녀를 같이 버스에 탑승해 있던 남자들이 흘끔흘끔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뭇 사내들의 이런 시선이 그녀를 꽤 짜증나게 했다.
크세니아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부속 기본학교를 마쳤기 때문에 남자와 함께 생활했던 것이 군대에서 보병으로 근무했을 때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도 자신을 담당했던 사람은 여성이었다.
한번 남자라도 사귀어 볼까 하고 여러번 생각을 했었지만 대부분이 변변치 않은 남자들만 걸렸다. 말만으로 자신을 어떻게 해보려는 남자와 돈만 앞세우는 남자들 뿐이라서 그만 두었다. 아직 자신이 철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흥 그런 식의 남자들 따위······’
이제 대학에도 가게 되니 보다 기회는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까지 오랬동안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부속학교에서는 전부 같은 또래의 여자애들 뿐이었다. 사실 군대에서 처음 같이 혼욕을 했을때 남자의 몸을 보고 꽤 당황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했다. 아직도 그 생각만 나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
보통 군대에서 남자를 사귀기도 한다지만 크세니아는 그렇지 못했다. 군대가 아니었다면 보다 좋은 만남을 유지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을 테지만, 군대에서 남자에 대한 환상이 깨져 버렸기 때문에 남자들과 별로 인연이 없었나 싶었다.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 넘기고 있던 크세니아는 이제 자신이 내려야 할 곳에 버스가 다가가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몇몇의 남자들이 그녀를 따라 나서려다가 그녀가 고급 주택가의 출입구에서 내려 서자 이내 머슥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슈트 케이스를 들고 천천히 지하 주택가로 들어섰다. 출입구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맨 아래층까지 내려서는 순환 리프트에 올라 섰다. 순환 리프트는 지하 도시와 지상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 수단으로 거의 1분 간격으로 새로운 리프트가 환승장에 정차해서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다. 객차 형식으로 꾸며져 있는 리프트에 하나에 한번에 100명씩 타고 내리는 것이다. 지하 도시 곳곳에 이런 리프트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상으로 나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베르베라 주택가와 대부분의 주민들은 지하 도시에 들어가서 살고 있었다. 지하 도시가 건설된 이유는 간단했다. 예전에는 대부분이 황궁 근처에 어지럽게 도시를 건설해 살고 있었는데, 오랬동안 도시가 꾸준히 팽창하면서 공해와 인구 밀집등에 따른 도시 슬럼화, 비좁은 도로에 따른 교통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이슈화 되었다. 거기에다가 도시 빈민층이 거리에 넘쳐나게 되어 범죄율도 상당히 높아졌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일소한 것이 리하르트 황제였는데 그는 재위 시절 대대적인 시가지 정비사업을 시작해 어지럽게 난립해 있던 도시를 모두 정화시키고, 지하에 대단위 도시를 건설해 많은 주택들을 지하 도시로 들여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지상의 도시를 모두 새로 지어 도시를 새로운 환경 시스템으로 활기차고 깨끗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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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세니아…예전에 나온적이 있는 캐릭인데…기억하고 계시는 분이 과연 계실지…ㅡ_ㅡ;
…처음엔 무슨 첩보원인줄 알았다는…물어봐도 작가넘은 여전히 함구중…쩝…
…협박이나 해 볼까요? 비축분 다 올린다라고…흐흐흐…^_^;;
…결사적으로 말리는 군요…안되겠네요…전 착한(?) 형이라…싸랑스런 동생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답니다…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 Next-72…
중복인데 다들 한마리-닭이든 X개든- 몸보신은 하셨는지요…^_^)/~
드디어 “소”제목을 바꿀때가 되었군요…^_^)/
그런 식으로 거리의 빈민들의 대부분을 변경의 미개척 행성에 토지를 하사해 이주시키는 정책을 취함으로서 과밀화된 수도의 인구 분산을 꾀했다. 리하르트황제는 이런 도시 정비와 함께 지방으로 떠나길 거부하는 주민들 때문에 대대적으로 스페이스 콜로니 건설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것으로 인류의 생활 공간을 본격적으로 우주 공간으로 까지 확대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었다.
이런 인구 분산 사업과 시가지 정비 사업. 그리고 빈민들에 대한 변방 이주정책에 대해 기존의 지식인들은 황제의 독단으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사회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대를 했다. 사실 이런 사업 대부분이 강제 재산몰수 형식으로 행해졌기 때문에 토지와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반대를 했다. 그렇지만 황제는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괄적으로 토지와 재산을 몰수해 자신의 뜻대로 일을 진행시켰다. 이런 황제의 정책에 반대만 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수의 빈민들은 자신의 집과 토지를 하사 받게 되고, 동시에 대대적인 재건 사업으로 일자리를 얻게 되니 이런 입장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크세니아는 순환 리프트를 타고 지하 5층의 지하 도시 안으로 들어섰다. 한번에 100명씩 탑승하게 되어 있는 순환 리프트에서 보이는 지하 도시는 풍경은 언뜻 보아서는 이곳이 지하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무척이나 밝고 쾌적했다. 그녀는 자신이 내려야 할 곳에서 멈추어 서자마자 몸을 일으켜 잽싸게 리프트에서 승강장으로 내려섰다. 그녀의 앞쪽으로 보이는 지하 도시 5층에는 인공의 태양빛이 내리 쬐어 지고 있었지만 전혀 지하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도로 양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기둥들이 이곳이 천장이 있는 시설임을 알게 해줄 뿐이었다. 주택가 가운데로 길게 뻗어 있는 도로에는 전기 자동차들이 질주하고 있었다.
크세니아는 승강장에서 내려 5분 정도 날렵한 걸음 걸이로 사뿐히 도로 옆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그녀는 고급 주택들 사이에서 멈추어 섰다. 오래 간만에 오는 자신의 집이었다. 붉은색 벽돌로 치장되어 있고 안쪽에 화사한 정원수들이 심어져 있는 곳이다. 그녀는 잠시 멈추어 서서 오래간만에 돌아온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나서 힘차게 인터폰을 눌렀다.
인터폰이 눌리고 잠시 뒤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고 삐익 소리와 함께 문이 철커덩 소리를 내며 잠금 장치가 풀렸다. 크세니아는 엷게 웃으면서 집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별반 바뀐것이 없는 정원을 가로질러 현관문을 열고 거실안쪽으로 들어섰다.
“갔다 왔니? 어디 몸은 안피곤하고?”
거실 안쪽에서 50대 정도의 여성이 걸어 나오더니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크세니아는 빙긋 웃으면서 다가가 어머니를 끌어 안았다.
“다녀 왔어요.”
“그래······”
어머니는 크세니아의 등을 한참 동안이나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라고 하면서 주방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잠시 숨을 깊게 들이 마시면서 주변을 찬찬히 다시 한번 돌아 보았다. 떠날때와는 달리 변한 것이 있나 확인해 보는 것 같이 말이다.
집안에 있는 가구들은 안주인의 인격이 잘 배어 있는 듯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아늑함을 연출해 내고 있었다. 주방에서 음료수를 두잔 들고 나온 어머니는 자심의 앞에 음료수를 내려 놓으며, 원하는 대로 멀리 여행도 다녀 왔으니 이제는 부모가 바라는 것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제 대학교에 들어 가야지?”
어머니의 말에 크세니아는 히죽 웃으면서 당연하다는 대답을 했다.
“예······아버지는 일이시죠?”
“네가 온다는 연락은 했으니까 알고 계실 꺼다. 전화해 드리렴······”
“네!”
크세니아는 마치 어린애처럼 사뿐하게 일어서서 전화기쪽으로 걸어 갔다.
아버지께 집에 잘 왔다고 전화를 드린 뒤 다시 거실에 앉으니 어머니는 오렌지 쥬스를 반쯤 마시고 계셨다. 그녀도 그 앞에 앉아 쥬스를 마셨다. 목이 말라서 거의 다 잔을 비워 버렸다. 어머니가 다시 치우자 씽긋 웃음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잔을 치우고 다시 앞쪽에 앉자 왼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어머니께 케네온까지 가서 세이라를 만나고 오고 전쟁과 신년 때문에 배를 구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래도 네가 잘 돌아와서 다행이다. 미안하다. 바쁘다 보니까 마중도 못나가고”
“네! 괜찮아요. 제가 뭐 어린앤가요?”
오렌지 쥬스로 조금 원기를 회복하기는 했지만, 아직 많이 피곤하다고 말하며 쉬고 싶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올라가서 샤워하고 저녁 먹기 전까지 푹 자두고 싶은데 괜찮겠죠? 동면 여행 때문에 몸이 많이 피곤해요······”
“그러려무나······”
크세니아는 자신의 옆에 놓아 두었던 슈트 케이스를 손에 들고 총총히 이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변한 것 없이 이층 안쪽에 자신의 방이 있었다. 그렇지만 상당히 오래간만에 오게 되는 것이라 어딘지 모르게 감회가 새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서면 창가에 침대가 있고 그 안쪽으로 컴퓨터가 놓여 있는 책상과 책들이 잔뜩 꽂혀 있는 책장들이 놓여 있었다. 큰 거울이 있는 화장대와 옷장이 하나 있는 여느 여자애의 방이었다.
그녀는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슈트 케이스에 들어 있던 가발을 옷장의 아래쪽에다 내려 놓은 뒤 속옷만 걸친 채로 잠시 침대에 걸터 앉았다.
“아! 피곤하다.”
그냥 이대로 누워 잠이라도 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우주항에서 기자들이 그렇게 장사진을 이루고 있던 것이 누구 때문인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