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5
빈스 중장의 머리속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수없이 교차했다. 이번 에이센군의 침공으로 전쟁이 재발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십수년 동안 대규모의 전쟁을 막기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을 해왔는데 이렇게 다시 대규모의 전쟁이 벌어지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지금 이렇게 적이 공격을 가해왔는데 방어하지 못한다면 자신들은 이대로 끝나 버리고 마는 것이다.
빈스 중장이 보기에 에이센군은 매우 신속하게 전열을 정비하고 있었다. 기습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상당한 솜씨로 함대를 재편성해 내면서 조직적으로 반격을 가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제대로 포착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보유하고 있는 병력의 차이가 상당했다. 상대는 3만척 이상이었지만 이쪽은 6천척이 조금 넘는 숫자였다. 하지만 끝장이 날 때까지 승부를 보라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
23시 40분까지 3번 출격한 아담은 모함으로 복귀해 다시 기체 정비를 맡기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30분 정도였다. 그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즉각 탈의실로 올라갔다. 아담은 이번의 접전에서 5대의 적기를 격추시켰다. 첫번째 출격에서 2대, 두번째는 3대였고, 3번째 출격에서는 성과가 없이 돌아온 것이다.
그는 파일럿 슈트를 벗고 곧바로 샤워실로 들어가 찬물과 더운물을 적당히 섞어 가면서 몸의 피로를 씻어냈다. 아담은 고참병이었기 때문에 말없이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해치우고 있었다. 10분 정도 충분히 몸을 씻은 다음에 밖으로 나왔다. 5분 정도 만에 군복을 입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하니 여러 가지 식사들이 공급되고 있었다. 밖에서 빔과 미사일이 난무하고 있었고 지금 이렇게 수저를 들고 있는 사이에서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담은 음식을 섭취해야 했다. 기계도 정비를 하는데 사람도 마찬가지로 정비해 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17일 0시 13분 아담은 자신의 기체에 올라타 있었다. 깊게 숨을 몰아 내쉬고는 각종 계기의 상태를 다시 점검했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고 탄약도 완전 적재하고 있었다. 연료도 만재한 상태였다.
“좋아, 간다!”
그는 자신의 기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기체가 우주 공간을 빠져 나오고 있을 때 주변은 무척이나 환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수많은 빛과 에너지의 노도가 주변에서 꿈틀 거리고 있었다.
“젠장할……”
그렇게 화려한 불빛 아래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조종간을 움켜 잡고 있던 아담은 순간적인 에너지 접근 반응에 반사적으로 기체를 움직였다. 바로 그순간 자신이 있던 방향으로 하이파워 빔 바주카의 에너지 잔상이 스쳐 지나갔다. 빔 병기란 눈 깜짝할 사이의 감각으로 회피해야 하는 것이었다. 고속으로 날아 들어오기 때문에 그대로 맞아 버리는 수도 허다했다.
“어디에서 쏜 거야!”
난전이 벌어져 있었기 때문에 적들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면서 레이더에 포착된 신호들을 확인해 보았다. 그때 약간 앞쪽으로 20여대의 자카운들이 몰려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거야 원……”
아담의 주변에는 6대 정도의 엘윈들 밖에는 없었다. 기본적으로 전투함의 숫자에서 차이가 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짧게 혀를 찬 다음 침착하게 추진기를 작동시켰다. 기체가 정면으로 움직여 나가고 이어지듯이 상대방에게서부터 바리스타들이 자신들 쪽으로 움직여 들어왔다.
“집단전으로 나간다. 가장 첫번째 놈은 내가 상대한다. 두번째 놈과 세번째 놈을 동시에 노린다!”
적들이 집단으로 몰려 들어온다고 해도 무질서하게 움직여 오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첫번째로 서는 녀석이 우수한 녀석일 것이다. 그는 모니터를 통해서 상대의 움직임이 보였다. 침착하게 조준했다.
세발의 빔이 연달아 발사 되었고 세발째의 빔은 작은 불꽃을 하나 만들어 냈다. 동시에 6대의 엘윈들도 잇달아 빔 라이플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3대의 자카운들이 연이어 폭발을 일으켰고, 곧바로 연속 사격이 가해졌다. 적은 근거리로 접근하는 도중에 6대가 격추 되었다.
상대도 지지않고 쏘아대고 있었지만 아담과 동료들은 그것들을 피해 내면서 고속으로 전진해 들어오고 있는 자카운을 향해서 빔을 발사했다. 상대도 지지않고 빔을 쏘았다. 그는 고속으로 돌진해 오는 자카운의 왼쪽으로 스치듯 피해냈고, 등을 잡게된 자카운을 향해 빔을 날렸지만 명중시키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그 적기는 이어진 공격으로 끝이었다.
“녀석들……”
그들도 살아 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었다. 결코 쉽게 격추되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얼굴도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저것을 조종하는 것은 분명한 사람들이었다. 원한도 없고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단지 적이기 때문에 죽이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죽게 되는 것이다.
아담은 5대의 자카운을 격추시켰고, 수행기들 중 1대가 격추되고 적들은 11기를 격추시켰다. 남은 적기가 퇴각을 시작했고, 그는 약간 깊게 숨을 몰아 내쉬었다. 하지만 잠시도 쉴틈이 없었다.
“디제 중위님! 11시 방향에 적입니다! 20기 정도 됩니다!”
“젠장할! 가자!”
그는 탄약의 잔량을 체크한 다음 기체의 가속 페달을 밟았다.
약 15분 정도의 전투가 지나자 적기는 퇴각했다. 아담의 수행기중 한 대는 피격되어 피해가 심각했기 때문에 귀환 조치를 내렸다. 아담은 2대의 적기를 격추 시켰고, 적들은 20대중 8대가 격추되었다. 3분 뒤 8시 방향으로부터 에네르 하트 슈넬 중위가 7기의 엘윈들과 함께 합류해 왔다.
“같이 싸우라고 하더군!”
슈넬 중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들의 숫자가 늘어났다고 했다.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2분 10초 뒤에 연쇄적으로 이어지듯 밀고 들어오는 20대가 넘는 에이센의 바리스타부대와 교전에 들어갔다. 지휘부에서는 즉시 이들에게 격퇴 명령을 내렸다.
01시 방향으로 25대 가량의 자카운들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격추시켜도 적들은 끊임없이 바리스타들을 내보내면서 파츠 베이스군의 접근을 저지시키고 있었다.
“오는 군! 3대씩 집단적으로 싸워라!”
아담이 지시를 내리고 있을 때 슈넬 중위의 기체가 급가속하면서, 밀고 들어오는 적기 쪽으로 돌진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뭐하는 거야?”
아담은 그가 전투에서 그렇게 수없이 날뛴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아담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디제 중위님! 침착하십시오!”
누군가의 외침에 그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3대가 한 대를 맡는다. 적들은 우리보다 숫자가 많아!”
슈넬 중위는 25대나 되는 적기가 쏘아내는 공격을 회피해 내면서 그 사이로 뛰어 들고 있었다. 보기에 매우 무모해 보였다. 개인기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적들도 정규 훈련을 충분히 쌓은 파일럿들이었다. 결코 얕잡아 보아서는 곤란한 것이었다. 아담도 뛰어난 개인기를 지니고 있었지만 슈넬 중위처럼 저렇게 뛰어 다니지는 않았다.
슈넬 중위는 25대의 적기의 틈을 헤집고 다니면서 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아담은 마른 침을 삼키면서 고속으로 기동하고 있는 적기를 향해 빔을 발사해 넣었다. 바주카를 들고 있는 적기들은 정지해서 쏘려고 하는 경향이 강했다. 아담은 그 기체를 모는 적이 신병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멈추면 죽는다!”
아담은 자신을 빔 바주카로 조준하려던 자카운을 선제공격 해 격추시켰다.
25대중 슈넬 중위가 7대를 격추시키고 아담이 3대, 나머지 수행기들이 5대를 격추시킴으로서 적들은 15대를 잃고 후퇴했다. 아군에게 피해는 없었다.
“괭장하군! 자네……각기 탄약의 재고를 확인하도록!”
“조금 움직이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 같아!”
슈넬 중위는 그렇게 대답을 했다. 아담은 대답할 것도 없이 탄약의 재고를 확인해 보았다. 앞으로 몇번의 전투를 치뤄도 거뜬할 것 같았다.
“또 오는 건가?”
통신기가 열리면서 적기들이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구역쪽으로 다시 밀고 들어오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동시에 자신들에게 이 부대를 저지하도록 지시가 떨어졌다.
“제기랄! 정말 엄청나게 밀려오는 군!”
아담은 통신기를 통해서 슈넬이 짧게 휘파람을 부는 것을 들을 수가 있었다.
…복구합니다…^_^;;;
임의로 편성된 각 지역은 담당 구역이 나누어져 있었고, 파일럿들은 에이센군의 끊임없는 파상 공격에 적지 않게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20대에서 30대 사이로 집단적으로 편성된 바리스타들이 계속해서 밀고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에이센군은 우세한 병력을 앞세워서 병력차이로 끝장을 보려고 하는 듯 싶었다.
기함 톨베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할트레인 빈스 중장은 적지않게 당혹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에이센군이 숫자를 앞세운 공세를 취해 온다고 한다면 적은 숫자를 보유하고 있는 자신들이 무엇보다도 불리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숫자를 이용한 공격이라……어떻게든 저지해라!”
빈스 중장은 기함에서도 계속해서 출격을 하고 있는 바리스타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재보급과 출격을 위해서 바리스타들은 끊임없이 함대의 사이를 누비고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선제공격을 가한 자신들이 방어적인 입장이 되어 버리니 중장은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에이센군은 3만 척 이상이었고 자신은 6천 척이 못되는 함대로 공격을 가하고 있었으니 이렇게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애초부터 승리하겠다는 것 보다는 적의 발목을 잡기 위한 공격이었기 때문에 중장은 비교적 여유롭게 사우려 했지만 전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에이센군이 조직적으로 전선을 정비하면서 반격을 가해오기 시작하자 공격에 대한 방어가 쉽지가 않았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적이 숫자에서 앞서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셀리더 아르코 중위는 모니터의 옆으로 빔들이 수없이 쏟아지는 것을 피해 내면서 고속으로 자신을 조준해 사격하고 있는 적기로 돌진해 들어갔다.
자신의 빔에 맞아 상대 자카운이 폭발을 일으키고는 것을 확인한 중위는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고는, 자신과 함께 출격한 20기의 엘윈들 중에서 6기가 격추된 것을 확인했다. 아르코 중위는 4대의 적기를 격추시켰지만 그의 기체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빌어먹을!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군!”
그때 후방으로부터 타르고 소위의 부대 10기를 지원으로 보내겠다는 통신이 들어왔고, 아르코 중위는 짧게 숨을 들이 마셨다.
“뭐 좋을 대로……”
그는 적어도 적과 비슷한 숫자가 되어야 제대로된 전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잠시 뒤 엘레비아가 엘윈들을 이끌고 전투공역에 도착함과 동시에 에이센군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적기는 30대 이상으로 고속으로 접근해 들어오고 있었다.
“돌파당해서는 안된다!”
아르코 중위는 그렇게 소리 치면서 조종간을 움켜 잡았다. 그는 전방에서부터의 에너지 반응에 본능적으로 기체를 움직였다. 스쳐 지나가는 빔들은 바리스타에서 쏘아대는 것으로서 상당히 먼 거리에서부터 빔을 발사하고 있었다.
“아르코 중위님! 적들은 신병들인 듯 싶습니다.”
통신기가 열리면서 엘레비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엇인가 기대에 차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저 거리에서 쏘다니 말이야!”
경험있는 파일럿들이라고 한다면 결코 장거리에서 사격을 가하지 않는 것이다. 명중될 확율이 적었고, 근접하기 전까지 사격을 가하지 않는 것은 최대한 많은 탄약으로 유효한 사정 거리에서 전투를 벌이기 위함이었다.
아르코 중위를 비롯한 엘윈의 파일럿들은 돌진해 들어오는 적기쪽으로 돌입해 들어갔다. 중위는 순간적으로 앞에서 보이는 자카운을 향해서 빔을 발사해 넣었다. 상대는 회피 기동을 했지만 오른쪽 다리 부분에 빔이 명중했다. 그 적기가 다시 조준 자세를 갖추려 했지만 중위는 상대를 그대로 놓아두지 않았다. 자카운이 폭발을 일으켰을 때 그는 엘레비아의 기체가 추진제를 고속으로 분사하면서 전진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엘레비아는 전진해 들어오고 있는 에이센군 바리스타를 향해 오히려 고속으로 접근해 들어 갔다. 상대가 자신을 향해서 빔을 발사해 넣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지만 제대로 조준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상대가 매우 당황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조심해야 해!’
당황해서 마구잡이로 쏘는 총에 맞는 수가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체를 현란하게 움직여 마구잡이로 총을 쏘는 적기를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그녀는 정확하게 조준함과 동시에 빔을 발사해 넣었고 자카운은 그대로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폭발한 적기의 왼쪽에서 자카운 한 대가 움직이면서 빔 바주카를 쏘아 대는 것을 회피한 다음 상대가 정지한 상태로 빔을 쏘려는 것을 보고는 곧바로 빔 라이플을 발사했다.
그런 그녀 쪽으로 3대의 자카운이 공격해 들어왔다. 세대는 거의 비슷하게 로켓탄을 발사했다. 엘레비아는 황급히 기체를 뒤로 빼내면서 두부에 장착된 격투전용 기관포로 탄막을 폈다. 미사일들이 연이어 폭발을 일으켰고, 그녀는 아래쪽으로 방해물질을 산포해 넣고는 급격하게 상승해 올라갔다. 그리고 자신을 조준하려 하는 자카운들에게 다섯발의 빔 라이플 사격을 가해 3대 모두를 격추시켰다. 그녀는 다시 전진하면서 아군기와의 교전에 정신이 팔려 있던 자카운의 등뒤를 빔 라이플로 공격해 일격에 파괴했다.
30대가 넘는 적기들 중에서 20대 정도가 격추되었자 나머지는 황급히 달아나 버렸다. 아군은 3대가 큰 손상을 입었지만 격추된 기체는 없었다.
“너희들은 후퇴해서 재정비 하도록해!”
아크로 중위는 손상기들을 후퇴시키고 전열을 정비하도록 했다. 적들은 차츰 신병들이 투입되는 것인가 싶었다. 쓴웃음을 짓고 있던 아르코 중위는 6대의 적기를 격추시킨 엘레비아의 기체의 뒷부분을 지켜보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녀는 기체에 손상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에 크고 작은 파편들이 더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조심해야 겠다 싶었다.
17일 05시 40분 할트레인 빈스 중장의 함대는 서서히 후퇴를 시작했다. 에이센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는 했지만 기본적인 숫자의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에이센군의 숫자를 이용한 공세에 적지 않게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뜻밖에도 이때까지 에이센군의 중앙 부분에서 공격 받고 있는 에이센 함대에 대한 증원이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었다. 자신들 만으로 공격군을 격파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지휘관의 호언장담이라도 있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이에 파츠 베이스군 지휘관들은 적지않게 놀라고 있었다. 서서히 후퇴를 하던 빈스 중장은서 에이센군 함대중 1만척 정도가 대열을 이탈해 자신의 함대를 추격하려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빈스 중장의 함대가 서서히 속력을 높이면서 후퇴를 시작하자 에이센함대가 그 뒤를 고속으로 추격해 나가고 있었다.
빈스 중장은 매우 효과적으로 에이센함대를 끌어 들이고 있었다. 단 한번도 제대로 공세를 취하지 않고 전열을 유지하면서 후퇴를 시작했는데, 오히려 에이센함대가 전열을 유지하지 못한채로 공격을 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09시 30분까지 이어진 추격전은 추격 함대의 오른쪽 측면으로 4만 5천 척이 넘는 파츠 베이스군 함대가 나타남으로서 갑작스럽게 그 끝을 맺게 되었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빔과 미사일의 노도에 측면을 노출당한 에이센함대는 철저하게 무너지고 있었고 전의를 상실한 함대는 우왕자왕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 시간 전투에 참가한 빈스 중장의 피로한 얼굴에 환희의 표정이 떠올랐다. 에이센군을 무너뜨릴 수가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에이센군의 판단착오 때문에 발생한 사실인 것이다.
4만 5천 척이 1만 척을 집중 공격해서 승패를 결정짓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0시 25분 정도까지 벌어진 한시간 남짓한 전투에서 일방적으로 살육을 당하고 있던 에이센의 추격함대는 5천척 이상이 격파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황급히 달려온 후속의 본대에 구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파츠 베이스군의 기세는 올라 있었고, 숫적인 차이가 이미 엄청나게 벌어졌기 때문에 승패는 결정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빈스 중장의 함대는 후방에서 보급과 재편성을 하면서 선두 함대가 선전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하! 이거참!”
의외로 에이센군을 상대로 첫승리를 쉽게 따냈다는 안도감이 빈스 중장을 비롯한 함대 장병들 모두를 술렁이게 했다.
에이센군은 격렬하게 저항을 시도하고 있었지만 이미 기세에서 완전하게 눌려 있었기 때문에, 제 아무리 뛰어난 지휘관이 있다고 해도 숫자와 기세에서 완전히 밀려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전세를 뒤집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제 4만 5천 척대 2만 척의 전투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파츠 베이스군의 공세가 매우 강력했기 때문에 에이센군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처음에 좌익 함대가 공격을 받았을 때, 적이 5천척 내외여서 쉽게 격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12시간 만에 이제 좌익이 붕괴의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다.
미하엘 페코 중장은 사령부가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현재 파츠 베이스군이 조직적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지만, 그 규모와 공격 방향이 뜻밖이었기 때문에 반격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속해 있는 우익은 함대 규모가 4만 척이 조금 넘었다. 좌익 함대가 파츠 베이스군의 대함대의 내습을 받아 어려움에 빠져 있다는 보고에 함대가 술렁이고 있었던 것이다.
“젠장할!”
좋지 못한 보고에 페코 중장은 병사들이 동요하지 못하도록 단속을 철저하게 하도록 하면서 전투 태세를 갖추도록 했다. 어디에서 적이 공격을 해오게 될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이것은 파츠 베이스군이 수세에서 공세로 공격을 전환했다고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였다.
알프레드 토마 중령은 사령관의 전 승무원에 대한 전투 대기상태의 지시에 짧게 혀를 찼다. 현재 적이 어디에서 공격을 가해올지 모르는 상태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전부를 전투 대기상태로 돌려 놓으면 전투개시 전까지 병사들의 피로도가 극도로 올라가게 되는 것이었다. 막상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면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거야 원!”
토마 중령은 휘하의 각 바리스타중대에 전투 대기상태를 지시한 다음 입술을 한번 빨았다. 현재의 상황이 에이센군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투대기 상태가 떨어지자 많은 병사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전투가 벌어지게 딜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짐작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갑작스레 내려진 대기명령은 현재의 전황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쉬운 전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쉽지 않겠지?”
크라우프 페트릴 중위는 휘하의 중대원들을 불러 들여 전투대시 상태를 지시한 다음 상황이 아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어떻게 되려는 건지!”
파츠 베이스군에 대한 위력행동이 자칫 병력만 낭비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일럿들 모두 자신의 바리스타에서 대기하기 위해 파일럿슈트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크라우프는 자신의 약간 앞에서 시에나가 속옷만 입은 채로 머리카락을 뒤로 모아 묶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잠시 시에나를 바라보던 크라우프도 굳은 표정으로 파일럿 슈트를 착용했다. 생명 유지장치가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 깊게 숨을 한번 들이 마셨다. 그리고 그것을 장착한 다음 헬멧을 손에 들었다. 그때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툭 치는 사람이 있었다. 크라우프가 돌아보니 페넬로페였다.
“몸 조심해!”
“죽지 마세요.”
크라우프의 말에 페넬로페는 빙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헬멧을 들고 탈의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잠시 뒤에 크라우프도 복장을 다 갖추었을 때 시에나가 다가와 있었다.
“응?”
“코프 조심해야해……”
아마도 지난번 전투때에 당할 뻔 했던 것 때문일 것이다. 시에나의 걱정하는 말에 그는 다른 사람들이 보는 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손을 앞으로 뻗어 그녀의 얼굴을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시에나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표시를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로서는 그녀를 안심시켜 주는 것이 먼저였다.
“걱정마……”
서로 마주보며 빙긋 웃고 있는 두 사람이었고, 그들을 지켜보는 중대원들은 모두 으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17일 15시 10분 에이센군의 중앙 함대는 함대의 진로를 붕괴의 위험이 있다고 하는 좌익 함대를 구원하기 위해 전체의 진로를 변경했다. 상대는 4만척에서 5만척 내외로 파악되고 있었고, 좌익 함대와 중앙의 함대를 통합한다면 6만척이 넘기 때문에 충분하게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역진 공세를 취하게 된 것이었다.
16시 27분 에이센함대의 우익 함대의 정면에 엄청난 숫자의 인공의 광점들이 나타났다. 우주 공간을 완전하게 메워 버릴 것 같은 엄청난 숫자의 함대였다.
기함 암펠에서 정면에 나타난 파츠 베이스군 함대의 모습에 페코 중장은 오퍼레이터에게 적지않게 당황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것이 실제 영상인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고?”
“실제 영상입니다.”
오퍼레이터의 대답에 페코 중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정면을 가득 메울듯이 나타난 파츠 베이스 함대는 어림잡이 5만척이 넘었다.
“적 함대 포착했습니다. 함정수는 대략 5만!”
“5만!”
함내는 술렁이고 있었다. 에이센군으로서는 엄청난 숫자의 적과 마주하게 된 것이였기 때문이다.
총기함에서부터의 전투개시 지시가 즉시 떨어졌고, 선두 집단을 담당하고 있던 페코 중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