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53
일단 작전 지역은 항로의 안전이 가장 위협받는 곳인 프로스베인과 케네온 행성계가 될 것이다. 이곳에서 마주보고 있는 파츠 베이스의 지배하에 있는 네페르와 알베르 행성계가 주전장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이곳에서의 군사적인 승리는 그렇다 쳐도······문제는 아이크 행성계에 대한 공격이 문제입니다.”
참모들은 전면전이 상정되면 가장 큰 문제는 아이크에 대한 파츠 베이스군의 공세가 시작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아이크 행성계는 옛 아이크 제국의 수도성이었고 현재 파츠 베이스의 영토쪽으로 돌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공격을 받기 쉬운 위치에 있었다.
그곳에서의 적의 도발에 대한 위험이 있지만 현재 프로스베인과 케네온을 경유해서 아이크까지 향하게 되는 민간 항로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네페트와 알베르에 대한 공세를 펴야 했다. 현재처럼 파츠 베이스의 세력이 에이센쪽으로 바짝 접근해 있다면 민간선박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민간선박에 대한 보전······”
군인들로서 비난을 받는 이유는 그것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만일 프로스베인과 케네온에서 파츠 베이스군의 활동이 증가하게 된다면 아이크까지에 이르는 항로에 민간 화물선이 취항하기 매우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면 지방 경제가 큰 위협을 받게 되고 현지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민회에서 군부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일 수 있었다.
“어찌 본다면 기회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전쟁에 필요한 물자의 집결과 수송 문제가 큰 문제점으로 대두될 것입니다. 그리고 파츠 베이스군이 아군의 공격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 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프로트 원수의 군수 참모들이 전쟁을 수행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군수물자의 보급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물자를 충분히 확보하고 그것에 발맞추어 물자의 적절한 수송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다면 전쟁계획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프로트 원수는 군수 참모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수긍하면서 하만 바이파 군관구 통수본부장 요하네스 율리시즈 중장에게 상부에서 확실한 보급물자 지원과 물자의 확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라고 지시했다. 율리시즈 중장은 전투가 벌어졌을시 우선적으로 물자를 공급해 줄 것을 약속받아 내겠다고 대답했다.
율리시즈 중장을 위시로한 군수 참모들은 7년 전쟁 당시처럼 막대한 양의 보급 물자를 생산해 놓고서도 이것을 적절하게 최전선 부대까지 배분하지 못한 탓으로 많은 실패가 있었던 전례를 들면서
“작전에 동원될 함대 규모와 이 함대가 작전에 투입되어 작전을 수행할 기간, 그리고 이에따라 예상되는 군수 물자의 소요량을 우선 추산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절한 식량의 확보가 우선되어야 하며, 예상된 필요량보다 최저 2배는 확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지난 7년 전쟁을 비롯한 20년 전쟁의 경험에 의한 것입니다. 물자는 최대한 많이 확보되면 좋습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양을 서류로 작성해서 올려 보내게······”
군수 참모들의 의견대로 군수 물자 뿐만이 아니라 식량의 확보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프로트 원수는 율리시즈 중장이 천문학적인 숫자가 적힌 서류들을 올려 보낼 것이라고 상상해 보았다. 그는 머리가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전쟁이란 단순히 숫자 놀음이라는 생각을 했다.
1만 명의 병사가 하루하루 먹어치우는 식량의 양을 산출해 예상되어지는 작전시간 동안 필요량을 계산해 낸다. 그리고 예비로 그것에 필요양 양의 2배 가량을 확보해 달라는 것이다.
율리시즈 중장은 추가적으로 여러가지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면서 만일 파츠 베이스군과의 전투가 예상치도 못하게 돌아가게 되어 민간 행성에 대한 식량 공급이 중단될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식량은 필요량의 2배 이상을 확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식량을 비롯한 전투 물자의 수송에 필요한 수송선의 확보도 중요한 선결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20년 전쟁 당시 에이센군이 바르디아에 대한 대규모 원정을 했을때, 원정군이 동원한 최대 병력이 경비함을 포함함 순수 전투함 1천만척, 수송함을 포함한 전투 지원함이 650만척 가량 동원되었다고 했다. 이 650만척에는 양륙함, 수송함, 수리함, 정찰 초계함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전례에 비추어볼 때 전투함의 절반정도의 지원함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율리시즈 중장은 말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수송함이 적의 공격을 받게되어 보급에 차질을 빚었던 전례를 들면서, 예비로 1/3정도의 수송함을 추가로 확보해야만 안전하게 전투를 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관도 이해하네······서류로 작성해서 올리도록 하게. 최대한 확보되도록 힘써주겠네······”
“알겠습니다.”
군수참모들이 돌아 나갔고 프로트 원수는 전쟁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단순하게 공격 명령만 내리면 그 즉시 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병력만 모은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트 원수는 군수참모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세부적인 작전 계획의 수립에 들어가도록 했다. 작전 참모들의 의견들은 대체적으로 파츠 베이스와의 행성계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 기지들을 최대한 확보해, 현재의 반란군과의 접경지역을 최대한 네페르와 알베르 행성계쪽으로 밀어 붙인다는 것으로 작전 내용을 결론 지었다.
그리고 예상되어지는 파츠 베이스군의 함대 결전에 대비해 보다 신중하게 작전을 구상해야 한다는 것에서 의견이 모아졌다. 어느정도 선에서 공격을 가해 예정된 지점을 확보해 둔다면 적의 반격이 반드시 가해질 것인데, 이것에 대비해 함대를 어느 지점에 위치시켜 적의 공세를 막아내야 할 것이겠냐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리고 이런 작전에 앞서 파츠 베이스와의 전쟁에 필요한 명분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군부에서 독단적으로 전쟁을 일으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파츠 베이스와의 관계를 험악하게 만들고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여론을 조성해야 했다. 정당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들이었다.
“하지만 군사 작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습입니다. 기습을 포기해서는 아군의 피해도 무시하기 힘들 것입니다.”
정보 참모 빌리 리처드슨 중령이 의견을 내자 모두 그의 말에 수긍하기는 하면서도, 갑작스럽게 파츠 베이스군을 기습했다가 자칫 큰 비난을 한몸에 받게 될 것이에 선전포고 없는 기습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프로트 원수는 각 분야의 참모들에게 전쟁에 대비해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 올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일단 이것은 베르베라의 국방부를 비롯한 통합작전 본부, 통수본부, 그리고 우주함대 사령부 전부에서 정식으로 하만 바이파 군관구 사령부에 하달된 명령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격 개시일이 못박혀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충분히 전쟁 준비를 하여 승리의 확신이 있을 때에만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이다. 프로트 원수는 작년 5월에서의 그 패전을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이번에는 최대한 신중하게 행동해야 겠다 다짐했다. 그는 이렇게 준비를 하기 시작하면서 전쟁을 일으켜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자신들이 합당한 명분을 갖도록 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가도록 지시를 내렸다.
2월 20일 16시 30분 엘레비아 아네스 린제이 타르고 중위는 록세비엔에 도착해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마을 입구에 서 있었다. 사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최전선으로 발령을 받아 전선에 나선 이후 처음으로 온 것이다.
“우와······”
그녀는 버스에서 내려서고 가슴 깊에 숨을 들이 마시면서 자신이 어릴적부터 들이 마셨던 그리운 정취를 한껏 느끼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저녁 무렵이면 외출하셔서 맥주 한잔씩 마시시고 돌아오시던 바가 아직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가끔씩 오빠와 자신, 그리고 세라핀을 데리고 가셔서 혀를 데일만큼 뜨거운 소시지를 먹여 주셨던 기억이 아직도 났다. 이곳 바에서 해주는 소시지와 치킨의 맛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었다.
뭐라도 선물을 사들고 가야겠다 생각이 들어 바로 들어섰다. 예전에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는 내부 장식에 그 사람들이 그대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아직은 시간이 좀 이렀기 때문에 사람들이 없이 한산했다.
“안녕하세요!”
엘레비아가 먼저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군복을 입고 들어온 그녀를 보고 주인집 아주머니는 잠시 누군가 싶어하는 기색이더니 반색을 하면서
“아니 이게 누구야! 엘렌 아니야?”
어릴때 불렸던 애칭으로 자신을 불러주는 것이 정말로 오래 간만이었다.
“예! 오래간만이네요······”
그녀는 빙긋 웃으면서 바의 테이블에 앉았다. 주인집 아주머니는 찬찬히 엘레비아를 훑어 보다가 어깨의 계급장에 시선이 멈추면서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중위가 되었네······축하해! 엘렌이 올해 아마······”
“20살요······”
주인 아주머니가 피식 웃으면서 얼굴을 붉히자 그녀는 건강하시냐고 물었다.
“나야 뭐 그렇지······이제 제대한거야?”
“아? 아니요······3월 1일까지 다시 부임해야 해요······”
“후방으로 발령난 거야?”
“예······”
“다행이네······”
주인집 아저씨도 걸어 나오면서 엘레비아를 보고 많이 예뻐졌다고 칭찬했다.
“에휴······우리집 아들 녀석이 아직까지 살아 있었다면······옛날부터 너를 며느리 삼고 싶다고 얼마나 말했었는데······이제 처녀가 다되었군······고든······그 녀석······아이크쪽에서 전사했다더라······작년 11월에 통지서 날라 왔다.”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는 주인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사실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죄송해요······”
이내 눈물까지 글썽이던 엘레비아는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을 죽 흘려버렸다. 아들 생각에 주인 아주머니는 잠깐 눈물을 보이다가 갑자기 울어 버리는 엘레비아를 보고는 이내 정색을 하고 괜찮으니 그만 울라고 말했다. 그리고 활기찬 목소리로 아저씨에게 무언가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딸애같은 엘렌이 왔는데 뭐하냐고 다그쳤다. 이에 깜짝 놀란 아저씨가 서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엘레비아는 고든이 죽었다는 말에 한참 동안이나 울어 버렸다.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고든이 죽어버린 것이다. 개구쟁이여서 자신의 머리카락도 몇번 태워먹은 적도 있었고, 자신을 매우 못살게 군 일도 많았었다. 그래도 학교를 다니면서부터는 눈에 띄게 달라졌던 친구였다. 다른 남자애들이 엘레비아를 못살게 굴면 고든이 피가 터지더라도 막 때려 주었고, 가끔씩 엘레비아 먹으라고 자기집에서 치킨도 훔쳐다 주곤 했었다. 그리고 나중에 크면 엘레비아하고 결혼할거라고 늘상 말했었다. 둘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군대에 입대했는데 자신은 살아 돌아 왔지만 고든은 죽어버린 것이다. 사실 엘레비아는 고든과 결혼할 생각은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친하고 좋은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친구를 잃었다는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와 버렸다. 부하를 잃고 많은 사람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이제는 그런 것에 무신경해 졌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와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한참이나 울고있는 모습을 씁쓸히 보고 있던 아주머니는 엘레비아의 등을 토닥여 주면서 그만 울라고 말했다. 한참만에 그녀가 진정하자 빙긋 웃으면서 다른 말을 건넸다.
“집에는 갔다 온거야?”
“아뇨.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일에서 돌아오실 시간이 아니잖아요······흑······”
아직도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엘레비아를 마치 딸애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다독여 주었다.
“그렇지······이곳에서 뭐라도 좀 먹고 가려무나······”
“······감사해요.”
아주머니는 군인이 되었으니 맥주 마셔도 된다면서 큰컵으로 가득 따라 건네 주었다. 그러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동네 출신 중에서······너처럼 돌아온 애들이 얼마 없다······”
그러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고 계시던 아주머니는 더이상 이런말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엘레비아는 어디 최전선에 나가 있었냐고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경비대에 있었어요······전투는 두번 정도 참가 했었는데······다행히도 전투장에는 없었죠······”
걱정을 할까봐 거짓을 말하자 주인 아주머니는 운이 좋았다고 하며 엘레비아에게 핏 웃어보이고는 잘됐다는 말을 해 주었다. 그때 주방에서 아저씨가 잘 구운 소시지를 접시에 담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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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디선가 본듯한 장면이기는 하지만…전장에서 돌아온 고향의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판단이 들어….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올립니다…다 죽은 어릴적 친구들…자식을 가슴에 묻고 사는 어른들…뭐, 다 그런 것이겠죠…ㅡ_ㅡ
그리고…1화에 ‘독자에요’님이 다신 코멘트에 대한 보충설명…
…디네스는…아버지가 아버지가 아닐수도 있을 수도 있을지도 모를지도 모르는…
…퍼걱~!!! 짜샤! 그냥 바람피워서 낳은 애라고 해!
…본문에서 설명을 대충해 놓아서 그런지 오해하신 모양이더군요…;;; 설정에는 혼혈이 아주아주아주 보편화되어 있다고 해 놓는 바람에…그냥 그러려니 해 주세요…작가넘을 갈구는 것도 이젠 지겹습니다…^_^;;;
…하지만…금발이 열성유전이라는 것을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m(_ _)m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77…
아, 그리고 ’77’이라는 숫자는 비축분이 77개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 77번째의 것을 다음에 올려야 한다는 뜻입니다…머리가 안 좋아서 써놓지 않으면 까먹어요…ㅠ_ㅠ
그리고 작가넘은 100개씩 끊어서 따로 저장하는데요…00-99까지 번호를 매깁니다…헷깔리지 않는다만 뭐라나….^_^)/
행복하십시요….
드디어 “소”제목을 바꿀때가 되었군요…^_^)/
19시가 다 될때까지 엘레비아는 바에서 시간을 보내었다. 그러다 마을 사람들이 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바에 들를때 쯤 해서 그녀는 바에서 선물로 소시지와 맥주, 치킨 같은 것들 사들고 주인 아저씨와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군복 차림에 손에 선물을 든 엘레비아를 보고 알아 보는 마을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일일히 인사하느라 그녀의 발걸음은 상당히 느렸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서 부모님이 집에 돌아오셨다는 것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엘레비아가 태어나 자란 집은 평범한 중산층이 보통 소유하고 있는 주택이었다. 연립 주택처럼 집들이 잔뜩 붙어 있었고, 화단과 나무 울타리로 주변을 경계한 집들중에서 아름다운 작은 화원이 있는 2층 집이 그녀의 추억이 어려있는 곳이었다. 오래 간만에 집앞에 서니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 올랐다. 자신이 떠났을 때와 하나도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울타리 옆에 매어두면서 키우던 개는 어디로 갔는지 개집은 비어 있었다.
정원을 가로 질러 벨을 누르고 잠시 기다리니 안쪽에서 인기척이 있었다. 그리고 빼꼼히 현관에 쳐져 있는 커튼이 열리고 어머니의 얼굴이 드러났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시더니 황급히 문을 여셨다.
“와! 엘렌!”
어머니는 반갑게 딸애를 맞아 주셨다. 그녀는 활짝 웃으면서 어머니를 꼭 끌어 안았다.
“어서 들어오려무나!”
엘레비아는 오래간만에 집에 돌아온 것이다. 안쪽에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버지가 헐레벌떡 뛰어 나오셨다. 어머니가 그녀의 손에 든 것을 받아 들어 주었고 그녀는 아버지와도 포옹을 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볼에 가볍게 입맞춤을 한 뒤 잠깐 물러서서 경례를 올렸다.
“어이구!”
부모님들은 하핫 웃으시면서 엘레비아에게 어서 오라고 말씀하셨다.
부모님들도 저녁을 모두 드시기 전이었기 때문에 엘레비아는 저녁꺼리를 사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한 사람이 없자 의아해 하며 물었다.
“세라핀은? 아직 학교에서 안왔어요?”
엘레비아는 아직 집에 남아 있을 여동생을 생각해 물어 보았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아참, 너는 편지 못받아 보았겠구나······그애 1월 5일 부로 입대했다. 다행히 보병이다······”
엘레비아는 세라가 입대했다는 말에 놀랐지만 보병이라는 말에 안심했다.
“보병이면 참 다행이네요······”
지금 세라를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그래도 동생이 보병으로 입대했다는 말에 잘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부모님들이 더 걱정거리를 늘어 놓으시기 전에 소시지며 먹을 거리를 풀어 놓았다. 엘레비아는 군복 상의만 벗은 채 식탁에 앉았다.
“갑작스럽게 후방으로 배치 된다니······좀 의외다.”
자신이 후방으로 배치되었다는 말을 들은 부모님들은 의아함을 표했다. 엘레비아는 자신도 모르겠다고 대답하면서
“아참, 오빠 어디로 배치됐는지 아세요? 유케울에서 오빠 만나려고 했는데······어디로 인사이동 됐는데 알려주지 않아서요······”
“래리 말이니? 우리도 잘 모르겠다. 편지가 오지 않아서 말이야. 걱정이다. 혹시······”
래리가 오랬동안 연락이 없자 어머니는 혹시 큰일이라도 당한 것이 아닌지 걱정되시는 모야이었다. 솔직히 엘레비아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 였으나 내색하지는 않았다.
“에이······설마요. 오빠는 참모인데요······”
어머니가 걱정을 하려 하자 엘레비아는 즉시 안심하시라고 화제를 돌리면서 무슨 사정이 있어서 편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부모님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엘레비아가 자신이 오기전까지 큰 전투가 없었다고 하며 괜찮을 것이라고 안심시키자 그제서야 조금 맘을 놓는 표정이었다.
“무슨 보급기지나 통신기지 같은 데로 갔나 보죠······그럼 한동안 연락 못할테니까요······”
“그렇다면야······”
아직 저녁을 차리기 전이었기 때문에 부모님들은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엘레비아가 사온 음식들을 나누어 먹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바에서 사온 것이라는 말에 아버지는 하핫 웃으면서 전화를 했으면 일찍 집에 왔을 것이라고 했다. 엘레비아는 웃기만 하면서 음식들을 입안에 넣었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 듯이 상의 주머니에서 현금 카드를 꺼냈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부모님이 쓰세요······그동안 월급 받은거 모아놓은 거에요.”
자신이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내미는 딸애의 태도에 부모님은 한참 동안이나 현금카드를 내려 보더니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다시 집어 넣으라고 했다.
“우리는 아직······너네한데 도움받을 만큼 가난하지 않다. 이 돈은 네가 결혼할 때 결혼비용으로 쓰도록 해······”
“하지만······”
걱정하는 엘레비아에 부모님은 여자가 타지에 나가서 돈도 없다면 얼마나 고생할 것이냐고 말하면서 넣어 두라고 말했다. 네가 낭비안하고 모아둔 것이니 네가 가지고 있으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예······”
순간 가슴이 찡해져 와 눈을 살짝 깔며 다시 카드를 주머니에 넣는 엘레비아였다. 왠지 눈물을 보일 것 같자 3월 1일까지는 기지로 부임해야 한다면서 며칠정도는 여유있을 것 같다고 짐짓 활기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 잘됐구나. 모처럼 만이니 푹 쉬렴.”
자식의 얼굴을 오랬동안 볼 수 있다는소식에 부모님들은 얼굴을 환하게 밝히며 기뻐했다. 그녀는 부모님과 2, 3시간 정도 주방에서 사온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낸 뒤, 피곤하실 텐데 주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는 윗층의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어머니는 목욕물을 받아 주시겠다고 하면서 옷갈아 입고 내려 오라고 하셨다.
위층에는 샤워기가 딸린 화장실 하나에 발코니, 큰방 하나에 작은 방이 두개 있었다. 하지만 욕조는 아래층에만 있었다. 작은 방 두개 중 한개는 창고로 쓰고 나머지 하나는 래리오빠가 썼다. 그리고 큰 방은 자신과 세라가 같이 사용했던 방이다.
안에 들어서니 자신의 침대와 세라의 침대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자신의 옷장을 열었을 때도 자신이 입대하기 전에 입던 옷들이 그대로 진열되어 있다. 하지만 몇 개는 세라가 입었는지 좀 흐트러 져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안도감이 들어 입가가 살짝 귀쪽으로 올라갔다. 군복을 벗고 이것들을 잘 정돈해 놓았다.
반바지에 티셔츠만 입고 다시 아래쪽에 내려오니 어머니께서 욕실의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주셨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욕조 안으로 몸을 담그는 엘레비아였다.
“아으······”
그동안 너무 긴장해 있었던 탓인지 따스한 욕조에 몸을 담그니 온몸이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이것은 무어라고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어머니는 머리 맡에 타월을 하나놓아 주시더니 밖으로 나가셨다. 엘레비아는 마치 잠이라도 들 것 같은 편안한 느낌에 휩쌓였다.
눈을지긋이 감은채 깜빡 잠이라도 들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하던 그녀는, 갑자기 눈 앞을 번쩍이며 스쳐 지나가던 빔의 잔광과 바리스타에서 내렸을때 보게된 수많은 죽음의 그림자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지내던 많은 사람들의 모습들이 하나씩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가자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자기도 모르게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호흡도 거칠어졌다. 잠시 심호흡을 하며 두근거리는 가슴과 거칠어진호흡을 가다듬던 그녀는, 우주 공간에서 만났던 그 에이센의 파일럿을 생각했다. 언제나처럼 그 사람 생각만 하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하고는 했는데, 이렇게 따뜻한 욕조안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푸근한 기분이 들었다. 이때만큼은 그 파일럿에 대한 증오심이 전혀 피어나지 않았다.
‘그녀석······나보다 우수한 실력이었을까?’
엘레비아는 전장터에서 자신보다 우수한 파일럿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전투에서는 기술 같은것도 중요하기는 했다. 하지만 무엇이라고 할까, 전투기술보다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고, 적보다 빨리 생각하고, 용감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그녀는 많은 전투를 거치면서 어렴풋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