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57
“젠장 좀 무리했나?”
도착하자마자 전장에 투입되어 전투를 벌였다. 전투중 11기 정도의 에이센군과 맞붙었을때 6기를 간신히 격추시킨 것을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등골이 오싹해 졌다. 보통 그런 상황이면 한 두기 정도만 제대로 격추시키고 이탈했을 것인데, 너무 근접한 관계로 자신도 죽었을지 모를 위험한 상황에 빠져 버렸었다.
자신은 지난번 신병훈련을 위해서 출항한 공격 항모가 유케울로 이동하는 바람에 다른 공격 항공모함 운터 발디스로 라이라와 함께 옮겨 와 있었다. 운터 발디스에서의 첫 비상출격이었는데 이런 정도의 실전이었으니 아담으로서는 온몸의 기운이 쭉 빠져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 것도 당연했다.
출격 대기상태에 있었던 라이라가 귀환한 아담을 보고 다가왔다. 전투에 참가했던 파일럿들 대부분이 캣워크에 기대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고 있었다.
“꽤 격렬했던 모양이지?”
라이라가 옆에 다가오며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죽을 맛이야······에이센놈들 무려 2천척 정도나 되는 함대를 투입하다니······”
그는 질렸다는 표정을 했다.
“요즘들어 에이센놈들의 도발이 부쩍 늘어난 것 같지 않아?”
라이라는 그의 옆에 무릎을 숙여 앉으면서 그렇게 말을 건넸다. 아담은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빌어먹을 놈들······정찰중인 아군 함대에 먼저 매복공격을 했어······”
그는 주먹으로 캣워크의 난간을 후려쳤다. 무기력하게 죽어간 동료들을 생각하니 아담은 이렇게 앉아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생각 되었다.
“에이센 놈들이야 어차피 숫자가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녀석들이잖아!”
라이라의 말에 아담은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숫자를 갖지 못하는 자신들이었다.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는 그에 라이라는 손을 앞으로 뻗어 아담의 얼굴을 감싸 안으며 키스를 해 주었다.
“기운내 아담. 이렇게 살아 돌아왔으니 다행이야!”
“아? 응······”
피곤에 지쳐 있었지만 라이라가 이렇게 위로해 주니 그로서는 무척이나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아담이 라이라를 만나게 된 것은 뭐 그렇게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인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단순히 섹스하기 좋은 여자라는 것 때문에 라이라와 자주 어울렸을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오래 사귀다보니 어딘지 모르게 자신이 그녀에게 기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쪽이 진심인지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때때로 들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과는 달리 지금은 라이라가 자신에게 어떤 것인지 모호하기는 하지만 의미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23일 07시 에이센의 아침 뉴스는 간밤에 있었던 파츠 베이스와의 국경충돌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군의 매복공격으로 에이센군 함정 50척 가량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결국에는 근처에서 훈련중에 있던 우주 공격군 함대에서 병력을 파견해 겨우 적이 물러났다는 소식이었다.
뉴스에서는 추가적으로 군부에서 이 국경충돌에 대해 파츠 베이스에 엄중 항의하는 한편, 전사자가 2만명이 넘어설지도 모른다는 보도를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었다. 뉴스화면 하단에는 전사자 명단이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었다.
지난 12월 20일 포로교환을 빌미로 파츠 베이스는 에이센과의 임시 휴전협정을 맺은 상태에서 여러가지 크고작은 무력충돌을 일으킨 일에 대해 보도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군이 민간 항로에 매우 가까이 비밀리에 군사 기지를 건설하고 있었던 사건과, 계속 교전의사를 보이며 국경지역 순찰비행에서 자주 에이센 관리지역을 넘어서는 것을 통계수치까지 보여주면서 보도하고 있었다. 출현한 전문가들에 의해 적의 교전 의사가 명확한데 군부에서는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 아니냐는 논고까지 발표되고 있었다. 뉴스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파츠 베이스에서는 오히려 에이센군이 매복공격한 일이었고 파츠 베이스에서는 자기방어를 했을 뿐이었다는 내용의 공식발표를 했다는 것을 짤막하게 내보내 주고 있었다.
09시 하만 바이파의 고비엘트리턴의 군관구 사령부의 작전 회의실에서는 지드 렐 프로트 원수를 비롯한 군관구의 참모들이 모여들어 앞으로 선택해야 할 전개방향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있었다.
“파츠 베이스군의 국경위협을 강화하고······적이 자잘한 국경분쟁에 신경쓰도록 하는 사이, 로이드를 통해 계획되어 있는 군수물자를 확보하고 수송선을 보강한다.”
일단 국경불안이 지속되면 파츠 베이스군도 어느정도는 병력을 증강할 것이고 대비가 있을 것이지만, 어느 곳에서 공세가 있을지 모르니 쉽게 함대를 움직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비한다면 자신들은 휠씬 자유로운 입장에 있는 것이다.
전체적인 상황여건을 만드는 것에 대한 첫단추는 제대로 끼워 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군수 참모인 율리시즈 중장이 요청한 보급계획으로 이에 관해 작성된 요구 서류를 중앙정부에 상신했고, 곧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율리시즈 중장은 보급을 무척이나 중요시 하는군······”
프로트 원수로서도 자신의 군수참모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그가 통수분야를 포함한 군수 참모로서 그 재능이 무척이나 뛰어난 인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빙 율리시즈 중장은 올해 55세로서 키가 무척이나 크고 기골이 장대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전혀 모르고 보면 최전선의 장군 타입이라고 여기게 된다. 하지만 외모와는 달리 군생활의 전부를 서류작업으로만 보낸 남자였다. 최전선에는 한번도 나가 본적이 없는 중장이었지만 그대신 자신이 맡은 지원분야에 대해서는 감히 남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업적과 실력을 쌓고 있었다. 그는 모든 일에 완벽한 준비를 강조하는 사람으로서 이제까지 그가 입안한 보급계획을 무시한 지휘관치고 성공한 적이 없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달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이런 율리시즈 중장이었으니 잘만한다면 베르베라 사령부에서 통수본부 차장으로 승진될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이러니 프로트 원수로서는 율리시즈 중장이 제안한 보급계획을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가 제안한 보급계획은 막대한 것이었지만 시간만 충분하다면 모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다. 율리시즈 중장은 여러가지 보급계획을 세울때 많은 사항들을 요청했다. 전투의 진행 양상에 따라 공급해 들어올 물자의 비율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미사일전으로 전투를 진행해 나갈 경우 미사일 반입을 늘려야 하고, 포격전이 될 경우와 기동전 위주로 나갈 경우에는 전함의 동력윈이 수소 핵융합로를 가동시키기 위한 수소등의 반입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반입되어지는 물자의 종류와 수량을 설정하고 각 군수 플랜트에서 이 정도의 물자를 필요량에 맞춰 너무 남아돌지도, 그렇다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게 맞춰 생산하는 문제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프로트 원수도 율리시즈 중장이 내세운 보급 우선주의를 잘 알고 있었다. 물자도 부족한데 함대와 병사들에게 열심히 싸우라고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걱정이다.’
일단 예정된대로 군대를 모으고, 물자를 모으고, 이를 나를 수송함을 수배해서 모아 들이는 것은 시간만 충분하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작전은 엄연하게 항로를 확보하기 위한 작전이 되어야 했다. 파츠 베이스군이 장악하고 있는 네페르와 알베르 행성계쪽으로 공간을 넓게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트 원수는 혹시 파츠 베이스군과의 안전지대 확보를 위해서 네페르와 프로스베인의 점령이 요구될지 모른다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점령비용이 만만치 않을 꺼야······’
만일 그렇게 되면 우주함대 사령관인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가 어떻게 나올까 걱정 되었다.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는 공식적으로는 올해 61세인 자신보다 2살이 많은 63세의 노파이어야 했지만, 아무리 보아도 20대 중반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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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어째 간만에 나온 전투가 너무 허망하게 끝난 듯…
곧 또 있다고 하니…위안으로 삼죠…뭐…
이리나스…다들 알고 계시죠? (…모르실려나? 어딘가에 있기는 함…ㅡ_ㅡ무책임한 아뒤쥔장…)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하신다면….드릴 수 있는 말은 하나뿐….
“…궁금하면 내일 또 보세요~ ^O^)/~”
…이거 완전히 외판원이구먼…ㅡ_ㅡ;;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81…
소나기 덕분에 시원해 졌습니다…오늘밤은 제대로 잘 수 있겠군요…^_^)/
…아차차…’엘리미아’님의 요청(퍼스널 컬러)에 대한 작가넘의 멘트가 있었습니다…
…”황실의 재산인 바리스타에 개인적인 사항을 기재할 수 없다. 단, 격추기수는 허용함…그러나 대부분의 파일럿들은 격추기수 표시조차 귀찮아서, 혹은 포로로 잡혔을 때 살아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하여, 또는 눈에 띄면 곤란하니까-적기가 몰려들테니- 안한다”…라는 설정입니다…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m(_ _)m
드디어 “소”제목을 바꿀때가 되었군요…^_^)/
프로트 원수는 그런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같은 사람을 볼 때마다 섬틋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수도에서 그녀를 만나 보았을 때 인간이 아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황족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도 모습이 전혀 변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는 현 황제인 게르트의 여자라는 말도 있지만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둘은 그런 사이는 아니었다.
어쨌든 백효연 원수를 잇는 최고의 여성 지휘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이리나스였다. 뛰어난 실력과 오랜 군경험, 그리고 황제 개인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은 그녀가 우주함대 사령장관으로 임명되면서부터 군부의 실질적인 함대 운용은 황실에서 장악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나돌게 되었다.
프로트 원수로서는 이리나스가 결코 만만찮은 상대임에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내전 종결후 국방장관으로까지 거론된 이리나스였지만, 그런 고위직을 마다하고 우주함대 사령장관이라는 직책으로만 머물고 있었다. 프로트 원수는 그녀가 본래는 전쟁이 끝나고 군을 예편하려 했지만 게르트 황제의 만류로 군대를 그만두지 못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작전에 대해 대부분의 권한이 하만 바이파에 위임되었지만, 추가 병력의 지원이나 전투함대의 지원등에 대해서는 이리나스가 실질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후방주둔 함대는 통수본부장관이 통수권을 지니고 있지만 부대 움직임을 승인하는 것은 이리나스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추가병력의 파견을 거부하거나 미루게 된다면 어려워지는 것이 당연했다. 프로트 원수는 만일 전쟁이 확대 된다면이라는 걱정부터 앞서게 되었다.
‘많은 병력이 들어갈 전쟁이 될 것인데······우주함대 사령장관이 반대하지 않을까?’
직책상으로 프로트 원수도 이리나스의 휘하 우주함대 부사령관으로서 하만 바이파 군관구의 함대를 운용할 권한을 위임받고 있는 것일 뿐이었다. 물론 그녀가 간섭하려 든다면 얼마든지 간섭을 할 수 있었다. 자칫 그 간섭을 거부한다면 직위 해임되든지 아니면 반역자로 몰릴 수도 있었다.
문제는 권한의 위임 범위나 간섭이 아니라 그녀가 함대 사령관장관이라는 지위에 앉아 있는 반전주의자라는 것 때문이다. 지금이야 국방부를 위시로한 통합작전본부와 통수본부까지 전쟁을 일으킬 것을 지시했는데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황제의 이리나스에 대한 신임을 생각해 본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전쟁이 확대되고 혹여 작전계획이 네페르나 알베르 같은 행성계를 점령하는 가닥으로 몰고가게 되었을때 이리나스가 어떻게 나올까 걱정이 된 것이다.
통수본부에서는 로이드를 거쳐 하만 바이파 사령부에 요청한 물량을 공급해 주겠다는 약속을 해 주었고, 이에 발맞추어 우선적으로 물자의 공급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수송선의 수배에 관해서도 통합 수송본부 산하의 수송 함대를 배치시켜 줄 것을 약속 해 주었다.
통합작전 본부에서도 하만 바이파에서 올린 작전 초안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비록 몇가지 보완 사항이 들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었다.
‘에라······일단 부딪쳐 보는 수 밖에 없겠지······’
프로트 원수는 어쨌든 이리나스도 에이센군인이니 비록 그 자신이 전쟁에 반대를 한다고 해도 상황을 만들면 그녀도 또한 전폭적인 지원을 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참모들이 작성해 올린 작전 계획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파츠 베이스력 09년 2월 26일 일요일 04시 10분 공격 항공모함 운터 발디스호의 선실에서 아담은 여자친구인 라디아와 함께 잠자리에 들어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의 가슴에 닿고 있는 라디아의 풍만한 유방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자 입고리를 슬쩍 올렸다. 주변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그는 짧게 숨을 들이 마시다가 피곤이 아직덜 풀렸다는 느김이 들자 다시 잠들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별로 잠이 올것 같지는 않았다.
취침등 아래 자신의 옆에 있는 라디아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녀가 약하게 자신의 어깨쪽으로 내쉬고 있는 숨결이 간지럽게 느껴졌다. 깊이 잠들어 있는 모양이었다. 살짝 몸을 틀어 라디아를 옆쪽에서 바라보았다. 다갈색 피부에 무척이나 활달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아담은 문득 자신이 이렇게 품고 있는 여자가 엘레비아였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아마색 금발에 하얀 피부색이 마치 무엇이라고 할까 아담을 무척이나 흥분되게 만들고 있었다. 엘레비아는 이런 라디아같이 쉽게 몸을 허락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흥······’
아담은 가끔씩 엘레비아가 자신의 몸 아래에서 짖눌려 있을 때를 상상하며 야릇한 즐거움에 사로잡히곤 했다. 언젠가 그 콧대높은 계집년을 잡아와 자신의 몸아래 굴복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그 엘레비아를 보게 된지도 꽤 오래전의 일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남들이 인정하는 에이스 파일럿이니 엘레비아를 다시 만나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라디아가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쌕쌕 거리고 있었다. 그는 오랜시간 같은 자세로 누워 있어서인지 허리가 좀 아프다는 생각을 하면서 화장실에 가기위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목에 무엇인가 걸리는 것이 있어 침대 맡에 있는 휴지통을 집어 들어 가래침을 뱉었다. 화장지와 함께 잠자리에 들기 전 라디아와 관계를 가지면서 사용한 콘돔이 휴지속에 뒤섞여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한껏 불어 올렸다가 바람빠진 풍선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안에는 자신이 내뱉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여러가지 피임 방법이 있고 기구들이 있었지만 가장 간단하게 사용하는 것이 이것이었다. 아담은 다시 휴지통을 내려 놓으면서 머리를 흔들어 잠시 정신을 차리고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화장실로 들어가 소변을 보았다. 세수를 하고나서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라디아는 계속해서 잠자고 있었다. 등이 좀 편한지 등을 대고 누워 잠자고 있었다. 그는 라디아의 옆에 다시 몸을 누이는 대신 살며시 그녀가 덮고있던 담요를 걷어내 버렸다. 그는 취침등 아래 드러난 라디아의 몸매를 천천히 내려보고 있었다. 풍만한 유방에 잘록한 허리, 너무 마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살찌지도 않은 적당히 통통한 몸매였다. 아랫배에도 적당히 살집이 있으니 관계시의 느낌도 좋았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볼때 몸에 살집이 없는 너무 마른 여자는 별로 느낌이 좋지 않았다.
아담은 물끄러미 라디아의 가슴이 조금씩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라디아는 그렇게 평판은 좋은 여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자의 과거따위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만 아담과 정식으로 사귀고 있으니 자신과 사귀고 있을 때에는 다른 남자 안만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는 라디아와 결혼약속 같은 것은 하지도 않았다. 다만 서로 마음이 맞으니 이렇게 지내고 있는 것이다. 문득 그는 에이센에 살고 있다는 자신과 아버지가 다른 누나를 떠올렸다.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아마 26살일 것이다.
그정도 나이면 결혼을 했든지 아니면 결혼을 약속하고 남자하고 이렇게 지내고 있을 것이다. 무엇을 하든 어떻게 살고 있든지 말이다.
‘어차피 여자라는 것들은······’
아담은 씩 웃으면서 라디아의 옆으로 들어갔다. 몸에 담요를 걸치지 않은채 여자의 몸을 끌어 안았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아주 좋았다. 그는 슬며시 손을 아래쪽으로 뻗어 내렸다. 라디아의 배와 배꼽 사이를 맴돌면서 서서히 그 아래쪽의 음모쪽으로 손을 내려 갔다. 라디아는 잠자면서 무언가 느껴지는지 가늘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07시 30분 록세비엔에 있는 자신이 나고 자란 집에서 엘레비아는 군복 차림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이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면 11시에 출발하는 배편으로 임지로 출발해야 했다. 이곳에 머물면서 군 사령부의 인사과를 들락거려 자신이 타고갈 배를 수배하고 일정을 조정했다. 3월 1일까지 임지에 부임해야 하니 오늘이 집에서 머물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한동안 딸애를 다시 못보게 되니 부모님들은 일요일 아침일찍 일어 나셔서 뭐라도 먹을거리를 해 가지고 오셨다.
그녀는 어제밤에 좀 늦게 잠든 덕분에 별로 속이 풀리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음식을 해주신 성의를 생각해서 엘레비아는 아침을 많이 먹었다.
“몸조심 하고······이제 후방으로 배치 되었으니 한시름 놓게 되었다.”
그녀는 속으로 우주항에서 화장실을 좀 들락거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말에 빙긋 웃으면서 오히려 부모님을 걱정했다.
“세라도 군대에 가고······오빠도 나도 집 떠나 버리니까······많이 쓸쓸하시겠지만 조금만 더 참으세요.”
“그래. 몸 조심하구!”
엘레비아는 빙긋 웃으면서 어머니의 걱정을 덜어 주려고 애썼다. 편지 많이 하라고 하는 말씀에 그저 웃으면서 염려 마시고 편하게 군생활을 마치고 오겠다고 했다.
“앞으로 나올 수 있으면 자주 나와 보도록 할께요!”
“그래 그래!”
굳이 우주항까지 태워 주시겠다는 부모님을 만류하고 엘레비아는 08시 쯤 집을 나섰다. 우주항에서 쓸쓸히 돌아 나오실 부모님이 못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따라 나오지 말라고 한 것이다.
처음에 사관학교를 마치고 임관하게 되었을때 그 전날밤 사관생도들 모두 각자의 집에 가서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 주어졌었다. 그때 엘레비아는 모처럼 만에 늦잠을 자서 아침에 부단히 서두르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했다. 그리고 우주항에 헐레벌떡 도착해 배에 탑승하느라고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못했던 기억이 났다. 배에 탑승하기 전 잠깐 보였던 부모님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한참동안이나 울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와 같은 기분을 다시 갖게 해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일찍 집을 나섰던 것이다.
‘이제······새로운 곳인가?’
엘레비아는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되었다는 생각에 기대반 불안감반으로 집을 나섰다. 큰길로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우주항으로 향하는 속에서 그녀는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이렇게 다시 한번 집을 나서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마을에서 아는 사람들 집을 돌아 다니며 인사를 하기 바빴었는데, 혹여 중간에 이런 일이 없다면 앞으로 3년 넘게 이곳에 다시 돌아올 수는 없을 것이다.
‘3년 동안이라는 건가?’
엘레비아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택시는 일요일낮 차량이 별로 늘어있지 않은 거리를 질주해 갔다.
갑자기 군대를 마치고 나면 무엇을 할까 생각하던 엘레비아는 록세비엔에서 황도가 있는 제 8태양계의 호트런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갈 수 없으니 군대를 마치면 가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득하다.’
3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길지는 몰라도 금방이라고 말을 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엘레비아는 아직까지는 그런 것들이 까마득하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28일 10시 40분 케네온 행성계의 우주공간에서 수송함 엘츠호를 위시로한 2척의 수송함과 1척의 경비함이 행성계의 외부에서 수송함 만드라호와 접촉하고 있었다. 수송함 엘츠호와 만드라호가 최대한 접근해서 서로의 에어로크를 연결했다.
두척의 수송함 사이로 연결된 에어로크는 연결된지 5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떨어졌다. 만드라호는 서서히 함수를 돌려 제 2태양계의 샴펠쪽으로 향했고, 수송함 엘츠호를 위시로한 3척의 함정들은 함수를 돌리기 시작했다.
수송함 엘츠호의 에어로크에서는 함장인 소위가 마중나와 경례를 올리고 있었다. 탑승한 상대가 소령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예의를 갖춘 것이다. 그는 간단히 탑승 신고식을 하고 만드라호에서 자신의 배로 옮겨탄 세 사람에게 승선을 허가해 주었다.
“잘다녀오셨습니다.”
수송함의 함장의 뒤로 마중나온 대대원들이 박수를 쳐주고 있었다.
“아하!”
크라우프가 무죄로 방면되었지만 보급기지 사건에 대한 책임으로 그전의 공적이 다시 박탈당했다는 소식은 똑같이 아이크로 전출 나가게 된 입장에 있는 대대원들에게도 전해졌다. 그 모든것들이 자신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생각하고 있던 대대원들은 크라우프가 돌아오자 잘 돌아왔다는 말을 해 주고 있었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자칫 전원 반란자로 처벌 받을 수도 있을 일이었다. 간부들은 처형될 각오를 하고 탄원서를 걷어 사령부에 제출할 참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쉽게 끝나 버렸다며 다행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크라우프는 이들이 형량을 낮춰 달라는 탄원서까지 제출하려 했다는 말에 크게 웃고는 너무 고생한다는 말을 했다.
“뭐 상관없네······미안하게도 나때문에 자네들이 다시 아이크로 전출가게 생겼군······”
오히려 대대원들에게 크라우프가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그의 대대원들은 그런말 하지 말라고 말했다.
스티브 피럴 넥스 중위와 레너드 페러타인 중위를 비롯한 모두들은 자칫 대대원 전체가 총살되거나 처벌받을 수도 있었던 것을 크라우프 혼자 다 뒤집어 쓰고 말았다는 생각을 했다. 비공식적이었지만 군 내부에서도 꽤나 이 사건이 주목 받았던 것이기도 했다.
자칫 이번 사건으로 중대장들의 대위 승진이 취소될뻔 했지만 다니엘 허버크 준장이 노력해준 덕분에 이들 모두 대위승진은 예정 대로 진행될 것이어서, 3월 1일 정식으로 대위로 승진하게 될 예정에 있었다.
“축하하네······이제는 아이크로 가는 일만 남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