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6
“통신병! 적과 접촉할 때까지의 시간은 어느정도인가?”
“예! 6분 내지 7분 사이입니다.”
양쪽 모두 전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의 상대속도 차이에 의한 거리를 계산해 산출해낸 값이었다.
“전함대 총력전 준비!”
페코 중장은 즉시 휘하 함대에 전투개시를 지시했다.
“예! 알겠습니다.”
즉각적으로 비상벨이 울리고 있었고 중장은 깊게 숨을 들이 마시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군은 고속으로 접근해 들어오고 있었고, 자신들의 주포 사정거리 내로 들어오자 마자 마구 포탄을 퍼부어 대기 시작했다.
페코 중장은 즉각적인 발포를 지시했다. 우주 공간을 가르면서 수많은 빔과 미사일들이 상대방을 향해서 무수하게 쏟아져 나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인가?”
바리스타 내부에서 전투대기 상태에 있던 에이센 병사들은 포격이 시작되었다는 함내 방송에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디네스 펜터 호리스는 적지 않게 당혹스러웠다. 전투가 이렇게 심각하게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이 직접 현실로 와닿게 되니 불안감이 커졌던 것이다.
“이거야 원 참……신병들이 많으니……적들이 어떻게 나올까?”
고참병들은 열려져 있는 통신기를 통해서 그렇게 말들을 나누고 있었다. 적들이 비교적 상대하기 쉬운 녀석들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들을 했다.
“후딱 해치우고 와서 밥이나 좀 먹자구! 배고프다!”
디네스는 통신기를 통해 크라우프가 짐짓 활기차게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함대함기리의 집요한 포격전이 전개되고 있었고 파츠 베이스군의 적극적인 전진 공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숫적인 우세를 앞세운 전진 공세였던 것이다. 적극적인 파츠 베이스군의 공세는 에이센군에 대한 사기를 저하시켜 결정적인 승리를 쉽게 얻어내기 위함이었다.
파츠 베이스군의 적극적인 공세를 페코 중장은 팔장을 낀채로 주시하고 있었다. 적의 적극적인 공세의 기세를 꺾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뒤돌아 보면서 참모들에게 바리스타 부대를 출격시키도록 지시했다. 후속하고 있던 다른 함대들도 공세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낭비되는 병력 없이 전 함대가 적극적인 공세로 나서야 하는 것이다.
사령부로 부터의 출격 지시가 떨어지자 바리스타들은 차례대로 발진을 시작했다. 17시 10분이었다.
“출격하라!”
알프레드 토마 중령의 지휘아래 바리스타 부대가 차례대로 발진을 개시하고 있었다.
제 1중대부터 시작해 적의 전진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출격이었다.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울 듯이 바리스타들이 발진해 나가고 있었다.
페코 중장은 함교 옆으로 스치듯 바리스타들이 계속해서 발진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크라우프 페트릴 중위의 기체에는 증가 탱크가 4개가 붙어 있었다. 조금 앞서 전진하고 있는 중대장의 기체를 지켜보고 있던 폴 리드 슈레이 준위는 약간 깊게 숨을 들어 마셨다. 주변으로 거대한 우주 전함들이 주포를 쏘아내고 있었다. 그것에서 계속해서 작은 빛들이 움직여 나가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수없이 많은 바리스타들이 발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전함에서 쏘아내고 있는 빛줄기들이 우주 공간을 가르며 뻗어 나갔다. 그리고 그 사이로 자그마한 불꽃들이 연이어 이어지듯 기동하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빛들이 형형색색의 물꽃을 자랑하며 연이어 폭발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슈레이의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빛들이 교차해서 움직이고 있었고 조명탄과 폭발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격렬하게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시야로 무엇인가가 빠르게 날아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뭐야?”
슈레이는 즉시 기체를 움직여 피했고, 그것이 바로 바리스타의 파괴된 부분이라는 것에 침을 꿀꺽 삼켰다.
양측은 서로 엇비슷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기세가 올라 있는 파츠 베이스군과 많은 숫자의 바리스타를 내보낸 에이센군 사이에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격한 전투가 전개되고 있었다. 난전 중에 기체 한 대에 몇 발의 빔이 명중하고, 바로 옆에서 적기가 폭발하고, 빔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자신의 앞을 가로 막고 있던 적기를 일격에 격추시킨 크라우프는 자신의 직속 소대와 함께 30여기의 바리스타를 이끌고 돌파를 시도했다. 자신을 저지하는 적들도 30여기 정도 되는 적들이었다.
“집단으로 상대하라!”
서로 비슷한 전법으로 상대를 노리고 있었다. 개인기가 아무리 뛰어난 파일럿이라 해도 집단으로 맞부딪치게 된다면 살아남는다는 장담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아군이든 적군이든 서로간의 전법은 대동소이했다. 거의 7대가 동시에 한 대를 노려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연이은 폭발이 이어졌다.
디네스 펜터 호리스는 적기가 5대 정도 격추 되었을 때 중대장인 크라우프가 적의 저지선을 돌파해서 3대의 자카운과 함께 고속으로 돌파해 들어가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일순간 무모한 행동처럼 보였다. 하지만 디네스는 크라우프에게 계속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말을 계속해서 되새기고 있었다.
“움직여라! 움직여!”
그녀의 몸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져 왔다. 상대가 고속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비슷한 속력으로 움직여야 상대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맞든 맞지 않든 조준된 것 같으면 빔 라이플을 발사하는 것이었다. 디네스의 눈에 대열에서 이탈해 있는 엘윈의 움직임이 조금은 보인다 싶었다. 조준기가 그 적기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고 잠시뒤 완전히 로크온 되었다. 그녀는 주저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그순간 상대방은 폭발했다. 자신의 힘으로 1기를 잡아낸 것이다.
“하하!”
디네스는 자신도 적기를 잡았다는 생각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그녀는 다시 쏟아져 들어오는 빔 공격을 피해 내면서 조종간을 잡아 당겼다.
디네스가 적과 접전을 벌이고 있을 그때 크라우프는 자신이 적의 지휘 통제함 근처까지 접근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크라우프는 적의 저지선을 고속으로 돌파해 내면서 자신의 앞을 막아선 엘윈 5대를 격파해 냈다. 5대의 적기중 3대는 후속해서 따르고 있던 시에나와 다른 두 대가 격추시켰고, 그는 한 대는 기동 중에, 다른 한 대는 스쳐 지나가면서 라이플을 옆구리에 낀 채로 사격해 격파했다. 적진을 돌파해 낸 크라우프의 눈에 5척의 경순양함으로 이루어진 파츠 베이스군 지휘 통제함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자신들에게 접근해 오자 순간적으로 빛이 번쩍하는 듯 싶더니 수많은 미사일들을 발사하고 있었다.
“이런 포격 따위로는!”
크라우프는 미사일의 공격을 피해 내면서 전진해 들어갔다. 그는 빔 라이플의 출력을 최대로 하고는 챔버에서 충분하게 가속시킨 뒤, 경순양함의 함체에 스치듯 기동하면서 연속해서 다섯발을 명중시켰다. 잠시뒤에 경순양함이 폭발을 일으켰고, 시에나를 포함한 수행기 3대 모두가 그 폭발을 뛰어넘어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다시 자신을 향해서 포격이 가해지는 것을 피해 내면서, 지휘 통제함을 호위하던 바리스타들이 공격해 오는 것을 확인했다. 모두해서 7대였다. 하지만 기세가 오른 크라우프에게는 손쉬운 상대였다. 상대 엘윈들은 신병들이었는지 변변한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차례대로 격파 당했다. 크라우프는 빔 라이플 사격으로 2대를 격추시키고, 1대는 방패의 빔포로, 2대는 광검으로 찔러 파괴했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를 뚫고 전투함으로 곧바로 치고 들어갔다. 일순간 돌파당해 당황하던 잔여 적기는 시에나와 후속기들이 처리했다. 크라우프는 대공포가 자신쪽으로 조준되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면서 그 전투함으로 고속으로 강하했다. 그는 경순양함의 갑판을 스치듯 움직이면서 연이서 빔 라이플을 발사해 넣었다. 마지막으로 전함의 함교에 빔을 발사해 넣은 다음 박차듯 뛰어 올랐다. 그런 그의 자카운의 뒤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남은 3척의 경순양함이 포격을 개시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단 1기의 바리스타에 2척의 경순양함이 격침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크라우프는 연속적인 사격으로 그들중 한척의 경순양함에 6발의 빔을 명중시켰고, 경순양함은 함체 곳곳에서 차례대로 폭발을 일으켰다.
그는 나머지 두 척도 노리려 했지만 적의 엘윈들이 일시적으로 후퇴해 집요하게 탄막을 펴고 있었기 때문에 돌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자 이내 단념했다. 그렇지만 일순간에 3척의 지휘 통제함을 격침시킨 덕분에 그가 공격에 나선 담당 구역의 적들이 후퇴를 개시했다. 후퇴하는 도중에 벌떼처럼 밀어 닥친 에이센군 바리스타들의 공격에 간신히 남아있던 파츠 베이스군 지휘 통제함 2척도 격침되었다. 자신들을 지휘하던 경순양함 5척이 사라지자 잔류하고 있던 엘윈들은 최대한 달아나기에 바빴다.
한 구역에서 승리를 거두게 되자 토마 중령은 즉각적으로 그 지역에 대규모의 병력을 집중 투입시켰다. 숫적인 우세를 앞세우고 있던 파츠 베이스군이었지만 오히려 공중전에서 밀리게 되면서 전함들의 공세가 발이 묶이게 된 것이었다.
…복구합니다…^_^;;;
18일 03시 05분까지 미하엘 페코 중장을 비롯한 에이센군 우익 함대와의 전투에서 파츠 베이스 함대는 5천 척이 넘는 함정이 격침되거나 대파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에 비해서 에이센군은 1천척이 채 못되는 피해를 입었고, 그중 3백척 정도가 격침되었고 나머지는 반파되거나 소파된 것이었다.
전투에서 일시적으로 복귀한 바리스타 부대원들은 크라우프의 활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귀환하자 환호성이 저절로 터져 나온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대단합니다. 중대장님!”
병사들의 환호에 적당히 답례를 하던 크라우프는 알리시나에게 중대원들 중에서 몇 명이 전사했는지를 물었다. 알리시나는 조사된 대로 보고를 했다.
“15명이 전사하고……56명이 부상했습니다.”
“그래 알겠다. 바리스타의 정비와 재보급을 서두라고 해!”
그는 그렇게 지시를 내렸고 알리시나는 경례로 대답했다. 크라우프는 시에나가 헬멧을 벗고 얼굴의 땀을 씻어내는 것을 잠시 지켜보고 있다가, 디네스가 상기된 얼굴로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다.
질리아 엘더 폴린 준위가 디네스가 몇 마디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고, 크라우프는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몸이 무척 흥분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은 진정해야 했다. 지나친 흥분은 나중에 심한 피로감을 주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기 때문에 뛰는 심장을 진정시켜야 했다.
에이센군은 전체적인 전투 상황이 극히 좋지 못했다. 파츠 베이스군의 집단적인 공세에 좌익이 거의 붕괴 되었고, 지원에 나섰던 중앙 함대도 많은 피해를 입게 되었던 것이다. 우익에서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기는 했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전투 상황이 좋지 못했다. 때문에 총사령부는 함대를 일시적으로 점령지를 포기하고 3방향으로 흩어진 함대를 모두 합쳐 파츠 베이스군에 대해 새로운 전장을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 결정을 내렸다.
총사령부의 결정에 따라 에이센 함대는 현 위치에서 파츠 베이스군과의 전투를 피해내면서 후퇴를 시작하고 있었다.
19일 09시 10분 오래간만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 아담 조슈아 디제 중위는 더운물로 샤워를 마쳤다.
디제 중위는 깊게 숨을 몇번 들이 마신 다음 에이센군의 전격적인 후퇴로 전투가 중단 되었다는 소식에 기뻤다. 하지만 마냥 기뻐만 할 수 없었는데, 에이센군의 상당수 전력이 온존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전투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파츠 베이스 함대는 후속하고 있는 경비함대와 더불어 전력을 하나로 합치면서 전진을 계속해 가고 있었다. 이번 군사 작전의 목적이 에이센 함대를 국경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국경까지 진격하려는 것이다.
아담은 자신의 검은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면서 다시 전투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 언제쯤일까 생각했다. 이번에는 좀전의 전투처럼 쉽게 전투가 이끌어 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에이센군도 쉽게 포기하고 후퇴할 상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위 군복을 갖추어 입고 밖으로 나온 아담은 복도를 따라 많은 병사들을 야릇한 흥분에 싸여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에이센군에 대해서 이 정도로 큰 승리를 거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같은 시각 유케울의 야전군 사령부에서 비트 로렌조 린제이 타르고 중좌는 현재 에이센군과 파츠 베이스군과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카레트 중장은 에이센군이 현재의 패배를 인정하고 병력을 재집결시켜 오히려 결전을 시도하려는 것이라 판단을 내렸다.
“에이센군은 뜻밖의 패전을 인정하고 오히려 병력을 후퇴시켜 재집결시켜 전장을 새로이 설정해서 반격을 가하려 하는 것 같네……”
카레트 중장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리고 현재 사기가 올라 있는 주력 함대를 규합해 에이센군에 정면으로 도전해 승리를 거두려 하면 충분하게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후속해서 경비함대들까지 동원해 숫자를 앞세워 공격을 가한다면 에이센군을 상대로 해서 근래 들어 목말라 있던 대승을 거둘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에이센군에게 우리가 불리해 진다……’
하지만 래리는 적이 병력분산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전력을 재규합해 정공법으로 정석전개해 나온다면 파츠 베이스군이 오히려 불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에이센군은……대부분이 전함들로 구성되어 있다. 1만 5천척이 격파된 우익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그렇게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있다.’
적의 잔여 전력 규모는 8만 5천에서 9만척 내외로 추정되고 있었다. 이들 중에서 대형 전함이 6만척 이상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함대 구조였던 것이다. 포격 위주로 구성되어 있었고, 또한 적의 좌익 함대에는 항공모함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대형 포격함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항공 공격력 위주로 되어 있는 에이센군에 비해 아군은 경순양함을 주축으로 해서 구축함과 중순양함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오히려 정면 승부를 벌인다면 숫적인 우세를 앞세우고 있다고는 해도 불리할 수가 있었다.
‘공격하고 있는 우주 함대가 적의 3배가 된다. 그렇지만……’
숫자는 많지만 후방에 포진하고 있는 함대는 경비함과 구축함으로 대부분이 구성되어 있었다. 기동력을 앞세운 일격이탈 전법에는 유효햇지만 전함대를 상대로한 포격전에는 매우 불리했다. 더욱이 에이센이 막강한 바리스타 공격력을 동원한다면 경비함들은 고속으로 기동하는 바리스타들의 손쉬운 먹이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위험하다.’
래리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에이센군의 전력을 평가해 본다면 결코 자신들에 뒤지지 않는 것이었다.
“참모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의 의견으로 사태가 이렇게 호전되었으니 카레트 중장은 무슨 일이냐고 하면서 래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약간 침을 삼키면서 현재의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고 하면서 자신의 분석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에이센군은 사기가 떨어져 있고 아군은 사기가 드높아 있다. 그런 것쯤은 충분하게 무너 뜨릴 수 있다. 물론 적들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적의 목적이 전면전이 아닌 이상 일정정도의 큰 피해를 입게되면 국경 밖으로 철수하게 될 것이네! 그러니 그런 걱정 말게나!”
카레트 중장은 래리의 의견에 괜한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잘라 말했다. 래리는 걱정이 되었지만 지휘권이 없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충성심의 발로에서 다시 한번 걱정을 했다.
“자네는 젊은 사람이 너무나도 신중하군 그래……그것은 자네가 실전 경험이 부족해서 이네 군 지휘관이라고 하는 사람은 강력한 기세가 있어야 하네. 그것이 충분하다면 어떤 적이라도 깨부술 수 있는 것이네!”
래리로서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카레트 중장은 실전 경험이 많은 인물로 참모로서 그 지위까지 성장한 인물이었다. 게다가 일선 지휘관으로서의 강력한 자질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전함 슈레델호의 공전대 회의실에서 크라우프 페트릴 중위는 다른 중대장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것을 한번 돌아 보았다.
“그냥 이대로 하만 바이파로 돌아가면 좋을 텐데……”
중대장들은 회의실에서 공전대 지휘관 알프레드 토마 중령을 기다리면서 서로 한마디씩 했다. 중령이 조금 늦는다는 말이었다.
페넬로페는 의자에 기대 앉은 채로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었다. 듣기에 그녀의 중대원들 중 반수가 전사했다고 했다. 첫전투에서 두배가 넘는 적에 둘러쌓였다고 했다. 언니인 아세라가 뭐라 위로를 해주고 있었지만 페넬로의 얼굴은 그렇게 밝지 못했다. 잠시뒤 토마 중령이 안으로 들어왔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게……”
중령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말했다.
“모두 수고했다.”
모두들 시선을 중령에게 고정한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중령은 얼굴 표정이 밝지 못한 중대장들을 바라보았다. 부하를 잃었다는 것이 좋은 기분은 아닐 것이다. 이들은 처음 중대장이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부하들을 잃어 버리는 것이 그들의 마음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들어라……우리는 행성계 네페르로 집결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전력을 규합해 추격해 오는 파츠 베이스에 정면 승부를 낼 것이다. 아마 파츠 베이스군은 기세가 올라 있어 정면 공격을 고집할 것이니 당연하게 정면으로 승부가 날 터이다. 이때 특히 중요한 것이 우리 바리스타부대가 될 것이다……여러분들의 선전을 기대하겠다.”
새로이 정해진 사령부의 방침이 파츠 베이스군과의 정면 승부를 통한 승리였던 것이다. 현재의 전력편성 또한 마찬가지로 결전을 상정해서 편제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면 승부를 통한다면 상당한 공격력을 발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오면서 크라우프는 페넬로페의 어깨를 툭 치면서
“기운내요……살아 남으면 술사준다는 약속 어기면 안돼죠.”
크라우프의 말에 페넬로페는 쓴웃음을 지었다.
“15명 전사했다며? 넌 전사율이 가장 낮으니…..내 심정 몰라……”
그녀의 침울한 말에 그는 핏 웃었다.
“이런다고 죽은 녀석들이 되돌아 오나? 어쨌든 살아 남은 녀석들에게 최선을 다해야지……”
“참 좋겠다.”
비아냥 거리는 것인지 잘 모를 말투였다. 한숨만 푹 내쉬고 있던 페넬로페가 되돌아 서려 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생각 이상으로 손등이 부드러워서 아주 좋았다. 그렇지만 손바닥은 굳은 살이 박혀 있었다.
“기운내……알겠어요?”
그의 말에 페넬로페는 핏 웃음을 지어 주었다. 마주보고 있는 눈이 약간 커졌다. 잠시 동안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알겠다는 뜻이었다.
“그럴게……”
그리고 나서 크라우프의 팔을 한번 잡아 준 다음 되돌아 섰다.
아세라는 약간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고 있는 페넬로페의 팔목을 잡았다.
“무슨 말 했니?”
언니의 물음에 페넬로페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별말 안했어……가볼게 언니……”
페넬로페의 말에 아세라는 그러라고 하면서 기운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응……”
의식적인 표정인지 그렇지 않은 지는 잘 모를 일이었다. 페넬로페가 걱정이 되었다. 무엇인가 극단적으로 일을 해 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살아 남아 있기를 무엇보다 빌 뿐이었다. 자신보다 15분 뒤에 태어난 그녀는 무엇보다도 친자매였기 때문이다.
21일 05시 55분 에이센함대 중에서 가장 전력이 온존하게 보존되어 있는 우익함대는 네페르행성계에 가장 먼저 도착해서 전열을 정비했다. 18시간 정도 후에는 다른 전 함대가 도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집결해 있는 함대는 구형 진형을 유지하면서 사방으로 부터의 공격에 대응하면서 정찰 함대를 사방에 파견했다.
디네스 펜터 호리스는 내무실의 내시창 넘어로 보이는 별들의 무리들을 지켜보면서 짧게 한숨섞인 탄식을 했다.
“고향이 저 뒤쪽인데……”
군에 소속되어 있는 입장에서 군대를 따라서 이곳저곳으로 끌려 다녀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렇게 보아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행성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저 우주 공간의 넘어에 가족들이 있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간절했다. 전투 중이기 때문에 장거리 전화도 할 수가 없었다. 상황이 이러니 다들 가족들이 보고 싶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데 와 있는지 말이야……”
폴릭이 한숨을 내쉬면서 탄식했다. 듣고 있던 디네스는 자신의 금발 머리카락을 뒤로 모아 묶었다. 단발로 잘라 버린 머리카락이 오히려 활동하기 편했다. 여군의 두발 규정에 의해서 어께 이하로 내려오도록 기를 수가 없었다. 장성급이 되어야 머리를 길게 기를 수가 있는 것이다. 자신은 겨우 올해 훈련소를 마친 중사였다. 2번의 전투 참가와 적기를 1기 격추시켰다는 보상으로 중사계급장을 달아 준 것이다.
시에나는 테이블에 권총을 풀어 놓고 재빠르게 분해해서 점검하고 있었다. 솜씨가 제법이라는 생각을 했다. 능숙하게 손을 움직이면서 권총을 분해했고 재조립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총기를 내무실에 비치하고 있지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 총기는 총기대에 거치시키게 되어 있었다. 총기 열쇠는 내무실장을 담당하는 소대장이 가지고 있었다. 탄약도 마찬가지로 비치하고 있었는데 개인당 72발의 권총탄을 가지게 되어 있었다.
“잘하는데?”
알리시나가 그렇게 칭찬을 하자 시에나는 피싯 웃음을 지어 보였다. 별로 말이 없는 그녀였지만 칭찬에는 기분좋아했다.
“이런거 안써야 하는데 말이야!”
마찬가지로 권총을 분해하고 있던 빌리 테이터준위가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 소대에는 전사자가 없었지만 이번 전쟁은 쉽지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후에 나를 보호할 무기는 이놈이니까 말이야!”
테이터는 짧게 자른 은회색 머리칼을 한번 손으로 쓸어 넘겼다. 그리고 나서 입술을 한번 빨았다. 마른 체격이었기 때문에 다소 신경질 적인 느낌을 주고 있는 그였지만 그래도 운동을 많이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몸이 참 좋았다. 권총을 재조립한 다음 방아쇠를 손가락이 끼어서 몇바퀴 돌린 다음에 잡고 사격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허리에 권총을 찔러 넣었다가 꺼내 쏘는 자세를 취해 보았다.
“멋있니?”
시에나를 보고 물었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노리쇠를 한번 잡아 당긴 다음에 테이터에게 권총을 겨누었다. 장전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분이 섬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