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63
06시 20분 아담은 라디아와 함께 샤워를 마치고 군복으로 갈아 입었다. 라디아는 가볍게 하품을 한번 한 후에 어제 벗어 놓았던 속옷들을 다시 입고 난 후 군복을 갖춰 입었다.
“좀 피곤하지?”
라디아의 물음에 아담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늘도 신병들 훈련시킬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 걱정이다.”
“그러게 말야. 무슨 최전선에서 이렇게 훈련들인지······”
짧게 혀를 차면서 라디아는 한숨을 한번 내쉰 후에 머리카락을 한번 추어 올리고 간단하게 메이크업을 했다.
06시 40분 쯤 두 사람이 같은 방에서 나왔다. 둘이 같은 방에서 나온다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뭐 사귀는 사이이니 당연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식당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물에 푹 삶은 닭 반마리에 쌀을 물에 불려 향신료를 섞어 만든 죽 같은 것들이 아침으로 나오자 별로 좋은 표정들이 아니었다. 모두들 오렌지 쥬스 팩 하나씩 들고 그것부터 마시고 있었다. 그래도 어느정도 위장이 깨어 있는 밤새 근무를 섰던 교대자들은 맛있다고 먹고 있었지만, 아침에 식욕도 없는 사람들은 닭고기를 뜯어 먹느라고 많이 힘들어 하고 있었다.
“빨리 좀 먹고 일어서라! 사람들이 기다린다!”
취사장을 둘러 보러온 나이많은 공격 항공모함의 특무상사의 말에 하사들은 뭐라고 찍소리도 못하고 음식들을 빨리 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아담은 그런 모습들이 참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저랬을려나?’
아담은 그 자신도 사관학교를 갓 졸업하고 났을 때에 자신도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씁쓸히 웃으면서 자신의 옆에 선 라디아와 간단한 잡답들을 나누었다.
“아참 아담······”
라디아가 닭을 뜯어 먹다가 죽을 몇술 떠 먹으면서 아담을 보며 물었다.
“왜?”
“아니······그나저나 에이센놈들이 무척이나 조용한 것 같지 않아?”
“글세 말이야······이 녀석들 우리가 이렇게 있다면 무척 신경 많이 쓸 것이 보였는데 말이지······”
두 사람 모두 불안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지만 주변에 있는 신병들을 생각할 때 그렇게 오래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단 둘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다른 장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들이 음식을 거의 다 먹었을 때 였다. 갑자기 비상벨이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함교에서 부터의 방송에 시작되었다.
“비상사태! 에이센 함대가 접경 지역을 넘어와 급속 접근중에 있다! 각 승무원은 전투 배치에 임하라! 반복한다! 즉각 전투 배치에 임하라!”
함교에서 들려오는 낭랑한 여성 오퍼레이터의 목소리에 아담은 짧게 혀를 찼다.
“빌어먹을 새끼들······역시나로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다급하게 달려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담과 라디아는 매우 침착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닭고기의 가슴살을 덥썩 물고 그때까지 가지고 있던 오렌지 쥬스 팩을 뜯어 쥬스를 입안에 흘려 넣었다.
07시 정각 두 사람은 파일럿 슈트로 갈아입고 격납고의 파일럿 대기실에 내려와 있었다. 다른 파일럿들도 대기실에 내려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전투가 예상되었기 때문에 전 승무원들에게 기밀복 착용이 지시되었다. 정비병들도 기밀복 차림으로 재빠르게 바리스타들의 사이를 뛰어 다니면서 미처 정비를 끝마치지 못한 기체를 수리하고 있었고, 기존에 정비가 되어 있는 기체들도 또한 다시 한번 상태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망할 에이센 놈들······”
갑작스런 이런 상황에 신병들은 아침가지 보이던 활기는 어디다 팽개쳤는지 불안함에 덜덜 떨고 있었다. 다리를 떠는 사람들도 있었고 두손을 모아 기도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불안하기는 아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그는 자기 자신을 잘 통제하고 있었다. 별로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짧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대기실의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그때 경비병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 두 사람과 함께 공격 항공 모함의 정훈 장교가 들어왔다.
아담이 눈을 떠 일어서려 하자 그는 됐다고 하면서 모두에게 메모지와 펜, 그리고 한쪽에 스티커가 붙어 있는 작은 비닐 봉투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는 자그마한 가위를 내 주면서
“혹 전투가 시작되면 캡슐로 방출할 꺼니까······계급과 군번, 성명을 쓰고 몇마디 적어라. 그리고 작은 비닐 봉투에는 머리카락 잘라서 집어 넣어라······”
정훈 장교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아담은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수고 많으시다는 말을 했다. 정훈 장교는 아담의 이 말에 피식 웃기만 했다.
아담은 자신의 유서를 쓰고 난 뒤 좀 씁쓸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아버지께······다시 전투가 시작될지 모르겠군요······하지만 저는 오히려 저 자신보다 제 옆에서 겁에 질려 있는 부하들이 더 걱정입니다······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은데······건강하세요······]그리고 가장 먼저 머리카락을 잘라 봉투에 넣고 스티커의 겉 종이를 떼어 메모지에 붙였다. 그리고 정훈 장교에게 건네 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른 사람들도 건네 주는 것들을 받아 들었다. 사람들 중에서는 유서를 쓰며 울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아담은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들 집이 있고 돌아갈 가족들이 있었다. 이런 전장에서 에이센의 포악한 압제자의 탄압에 신족의 독립을 위해서 싸운다는 명분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 모두의 유서를 받아 들자 정훈 장교는 두 손을 모아 잡고 병사들의 사기를 붇돋우기 위한 말을 잊지 않았다.
“장병 여러분······여러분들이 싸우는 상대는 에이센의 압제자들입니다. 우리가 에이센의 압제자들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면······우리는 다시 이들이 주는 고통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정훈 장교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에이센인들의 잔악한 독재와 학살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무려 3,000억 명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신족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독재자들에게는 자신들을 통치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에이센은 참으로 공평한 집단이었다. 자신들에게 반항하면 공평하게 죽음이라는 혜택을 내려 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에이센의 강압 통치 기간에 살해된 3,000억 명이라는 숫자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 하나하나가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들이었다. 이렇게 사람의 목숨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에이센인들은 이 우주를 통치할 아무런 권리도 없다 생각하고 있었다.
아담은 자신이 나고 자라면서 이 사실을 끊임없이 주지 받았다. 자신 뿐만이 아니라 자신보다 나이어린 이 신병들은 정훈 장교의 말을 평소에도 꾸준히 들어왔을 것이다. 과거 에이센인들이 신족들에게 저지른 이런 만행들과 함께 신족이라는 이유 만으로 차별받고 억압받았던 많은 과거의 잔재들을 청산할 수 있는 방법은 이들과 무력으로 맞서는 것 뿐이었다.
파츠 베이스가 에이센의 지배를 벗어나 독립하게 된 것은 에이센 황제의 장악한 탄압과 압제를 벗어나 신족으로서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만인이 단지 신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지 않는 국가를 건설하고자 함 때문이었다.
군인들은 바로 그 에이센의 압제에 맞서 싸우는 선봉이었다. 아담은 파츠 베이스 군인으로서 이 사실을 언제나처럼 자신에게 주지하고 반복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간간이 병사들에게 전달되는 사실에서 에이센군이 약 1천 3백 척에 달하는 전투 함대를 편성해 자신들쪽으로 바짝 접근해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천 3백척이라······빌어먹을 자식들······”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가오는 적들이 프로스베인에서 몇 달째 훈련 중에 있다던 에이센의 우주 공격군 함대에서 출격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싶었다.
‘망할 새끼들······’
에이센놈들은 굳이 설명을 안해도 매우 호전적인 인간들이라는 것에 쉽게 동의할 수 있었다. 겨우 2천 척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번 훈련은 오해가 없도록 사전에 에이센에 통보했다고 했던 것을 기억해 냈다. 그런데도 이 자식들은 바짝 접근해 와서 위기 상황을 몰고 가는 것이다.
‘이 상태로 끝이 났으면 좋겠다.’
그는 이 자리에 라디아 파드 중위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녀는 다른 대기실에 들어가 있었다. 다들 불안에 떨고 있었고 여자애들 중에서는 소리죽여 울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디제 중위님! 이 친구가 좀 이상합니다.”
그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아담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대기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남자 신병 하사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입에서 무슨 투명한 액체가 흘러 나오고 있다. 그것이 입 주위를 더럽히고 있는 데도 신병은 울음으로 눈이 벌개진 채 덜덜 떨기만 하고 있었다. 손과 발을 심하게 떨고 있는 모습에서 아담은 갑자기 연민을 느꼈다.
“의무대로 옮겨!”
그는 경비병을 호출해 공포에 질려 있는 그 하사를 이송하게 했다. 그 신병 하사를 생각해서 한 것은 아니었다. 공포라는 존재가 이 대기실 안을 완전히 뒤덮어 버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이런것은 전염병처럼 너무나도 쉽게 퍼져 나가기 때문에 재빨리 그 싹을 치워 버려야 한다.
‘······한심스럽군······’
아담은 그 하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 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은 결코 유능한 지휘관은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08시 03분 대기실에서는 조금씩 이지만 긴장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냥 이 상태로 모든것이 끝이나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서였다. 아무말 없이 앉아만 있던 파일럿들은 자신들의 옆에 앉아 있는 동료들과 조금씩 두런두런 말을 나누기 시작하고 있었다. 벌벌 떨었던 모습은 어느새 거의 사라져 있었다.
‘재밌는 녀석들······’
아담은 어쨌거나 좀 피곤하다는 생각을 했다. 입맛을 다시면서 관심없다는 투로 눈을 감고 있었다. 피곤한 것은 그렇다 쳐도 자신도 불안한 눈을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더욱 불안해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자신도 지휘관으로서 결코 아랫사람들에게 불안에 떨고있는 모습 같은 것들을 보여서는 안되기 때문이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장교는 다 알고 있으니 염려하지 말라는 것을 몸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담 자신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은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 만큼만 알고있을 뿐이었다. 그가 짐짓 다시 하품을 하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을때 다시 한번 출격을 알리는 날카로운 비상벨 소리가 들렸다.
“에이센 함대가 포격을 개시했다! 전투 태세를 갖춰라! 전투 태세를 갖춰라!”
오퍼레이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담은 짧게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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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번화는 본래 비축분 번호 87과 88이었습니다…
어제 작가넘의 코멘트를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쥔공이 너무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거세서…
오늘 새벽 2시반까지 비축분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더군요…
본래는 연중을 하고 전부 다시 작성하려 했는데…제가 말렸습니다…
100일 연참기록도 세웠는데…기록 계속 이어가야 되지 않겠냐구요…저…잘했죠? ^o^)/~
그런 이유로…연중은 없습니다…매일연참신공의 대성을 위해~ 번쩌쩌적~ *_*)/~
앞으로 3화쯤 뒤에 쥔공이 원래 예정에는 없던 출현을 합니다…작가넘이 하는 말이 그렇게 만들고 보니까 오히려 스토리가 더 잘 이어지더라고 하더군요…ㅡ_ㅡ; 당췌 얼마나 날림으로 썼길래…쩝…
앞으로도 스토리가 좀 늘어진다 싶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따끔한 일침을 날려주십시요…(솔직히 쓰는 작가넘은 잘 모르더군요…켁…)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89…
행복하세요~
드디어 “소”제목을 바꿀때가 되었군요…^_^)/
3월 16일 08시 05분 네페르와 프로스베인 사이에서 훈련중에 있던 파츠 베이스함대를 향해 에이센함대의 포격이 개시 되었다. 접근해온 에이센함대 1천 3백 척에서는 파츠 베이스함대를 향해 빔과 미사일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수많은 미사일들이 우주 공간을 가르며 날아 들어오기 시작했고, 파츠 베이스의 전함들은 재빨리 더미들을 방출해 내면서 전투 태세로 들어갔다. 언제든 에이센 함대가 공격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침착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파츠 베이스함대도 에이센함대에 맞서 주포를 발사하고 미사일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30초 후 에이센 함대의 첫 포격이 파츠 베이스함대를 강타했다. 상당한 거리에서 발사한 것이기 때문에 포격의 대부분이 전함의 빔 바리어에 막혀 산란되어 버렸다.
날아 들어오는 대함 미사일들도 각 함정에서 발사한 더미들과 유도 미사일에 속아 버렸다. 전투중에 전함은 적의 포격을 피하기 위해 교묘하게 배의 진행 방향을 바꿔 내면서 에이센 함대를 향해서 반격을 가했다.
에이센 함대는 숫자가 파츠 베이스군보다 7백 척이나 적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는 듯, 함대의 진형을 갖추더니 돌격 형태를 편성했다.
08시 29분 포격전만으로 끝났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에이센 함대가 파츠 베이스함대를 향해 전진 공세를 펼쳐오기 시작했다. 파츠 베이스군은 에이센 함대의 돌격을 저지하기 위해 빔과 미사일을 쏘아 내고 있었지만 에이센군의 공격을 쉽게 저지해 낼 수는 없었다.
기본적인 전술대로 돌격해 오는 함대의 선두집단 소속의 함정들은 함선의 전방에 최대 출력으로 빔 바리어를 전개하면서 전함의 포격 효과를 무력하게 만들고 있었다. 거리가 조금씩 좁혀져 오자 파츠 베이스 쪽에서도 격침되는 전함이 나오기 시작했다. 08시 41분 구축함 알듀런 98호는 함교와 함체에 각각 전함 주포를 얻어맞고 그 자리에서 완파되어 버렸다. 그리고 거의 비슷하게 경비함 알테시 36호와 미사일순양함 헬메 69호도 함체에 적의 포격이 명중되어 폭발을 일으켜 버렸다.
곧이어 42분에는 구축함 하만 190호가 선수부분을 주포에 직격 당했다. 다행히 전함이 즉시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하만 190호는 더이상 전투를 수행할 수 없었다. 미처 화재를 제대로 진압하지 못해 선수 부분에 있던 미사일 보관 창고에 까지 화재가 번졌다. 내부에서의 유폭에 의해서 배는 중간 부분까지 산산이 갈라져 버렸다. 그런데 뒤에 있던 전함의 엔진이 그 자리에서 폭발하거나 정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출력을 높이면서 통제를 잃고 앞으로 밀려 나가, 바로 근처에서 에이센 함대를 향해서 포격을 개시하려던 동료 구축함 알트링겐 310호의 뒤를 들이받아 버렸다. 알트링겐 310호는 동료 구축함 하만 190호의 잔해에 부딪쳐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런 크고 작은 폭발과 사고에도 불구하고 파츠 베이스함대는 전열을 무너뜨리지 않고 전진 공세를 펴고 있는 에이센함대를 향해 포격을 퍼부어 대기 시작했다.
먼저 바리스타를 내보낸 것은 파츠 베이스군이었다. 파츠 베이스군의 지휘관은 에이센쪽에 선수를 잡혀서는 안 된다는 판단하에 어느정도 거리가 좁혀졌다 여기자 모함기능이 있는 모든 함선에 대해 바리스타를 사출할 것을 지시했다.
“바리스타부대는 출격하라! 즉시 바리스타부대는 출격하라!”
공격 항공모함 운터 발디스호에서도 바리스타 부대 출격이 지시 되었다. 공격 항공모함은 일반적인 우주 전함보다 바리스타를 10배가량 더 적재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전함에서 사용하는 캐터펄트를 이용한 사출로는 대량으로 적재하고 있는 바리스타를 전부 내보내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게 된다. 그렇기에 캐터펄트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항모의 격납고 하부를 열어 바리스타가 우주 공간으로 뛰어드는 식으로 출격하고 있었다.
아담도 격납고의 하부가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이런식의 대량 출격은 처음겪어 본다는 생각을 했다.
‘빌어먹을 일이로군······’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자신의 바리스타 엘윈을 타고 우주 공간으로 뛰어 내렸다. 이런 것에는 별다른 거부감 같은 것이나 두려움 같은 것은 없었다.
우주 공간에 내던져 지면서 잠시동안 균형감을 상실했지만 그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방향을 잡았다. 이미 우주 공간은 에이센군과의 전투로 가득 차 있었다.
‘대단하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짧게 혀를 차고 있던 아담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바리스타 부대와 함께 우주 공간을 헤쳐 나갔다.
아담은 전함들의 옆을 스쳐 비행하면서 다른 전함에서도 전방에 있는 에이센 함대를 향해서 빔과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에이센 함대의 포격에 전함의 빔 바리어가 작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젠장······빌어먹을······’
그는 계속해서 속으로 욕설을 퍼부어 대면서 마치 자신이 무슨 가상현실 게임이라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것에 가상현실 게임과는 달리 게임오버는 곧 자신의 죽음을 의미했다.
‘게임 오버는 사양하겠어······’
전함들의 사이로 맞은편에서도 에이센의 바리스타가 내뿜는 듯한 은색의 불꽃들을 볼 수 있었다. 아담이 메인 카메라를 줌인하여 확대시키자 선두쪽에서는 이미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듯한 화면이 포착되었다. 여러개의 은빛 사선이 서로 교차하고 있었던 것이다.
09시 16분 아담은 드디어 함대를 벗어날 수 있었다. 공격 항공모함은 공격력은 막강한 대신 덩치때문에 기동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되도록 전투 지역에서 후방에 위치해야 했다. 그 때문에 전투장까지 이동하려면 시간이 좀 걸렸다.
“어?”
아담의 모니터에는 전함의 포격 범위 위아래에서 바리스타 부대끼리 격전이 벌어져 있는 모습이 똑똑히 비쳐지고 있었다.
그는 마른 침을 한번 삼키면서 조금 앞서 가던 바리스타가 슬쩍 옆으로 비켜서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도 반사적으로 조종간을 옆으로 틀었는데, 살짝 비켜서는그의 기체 옆으로 무엇인가 금속성의 잔해가 고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공격 무기는 아니었다. 그것은 아마도 전투중에 파괴된 바리스타의 잔해일 것이다.
‘빌어먹을 자식들······’
바로 그때 자신의 앞쪽에서 이동해 가던 엘윈 5대가 에이센군의 공격에 격추되는 것이 보였다. 그순간 아담은 움찔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즉각 조종간을 움직였다. 자신의 옆으로 수십발의 빔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한발도 명중되지 않았다. 앞쪽에서 레이더를 통해 에이센의 바리스타 자카운의 움직임이 포착 되었다.
“와라······와라······와라······”
그는 조준이 되자마자 정확하게 빔 두 발을 발사해 넣고는 그 표적에 미련을 두지 않고 다른 적기를 찾았다. 회피하는 적을 뒤쫒다가는 협공하는 적에게 격추당히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적기를 찾아서 움직여 나가고 있던 아담이었다.
선두에 선 바리스타들이 조명탄이 섞인 소형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보였다. 그는 스크린의 입광량을 조절하면서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었다. 곧바로 이어지듯 수많은 조명탄이 폭발을 했고 그는 모니터를 비추는 불빛에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 조명탄의 폭발 사이로 자카운들이 빔을 연사하면서 공격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그 자카운들 중에서 움직임이 다소 둔중한 한대를 목표로 삼았다. 조준되자마자 빔 두발을 발사해 넣었는데, 상대가 미처 피하지 못하고 빔에 명중당해 격추되었다는 확인을 할 수 있었다.
“어서! 어서! 떨어져라!”
아담은 결코 한번에 한대 이상의 적을 노리지 않았다. 실력이 어느정도 있는 애송이 파일럿일수록 한번에 많은 수의 적을 상대하려 하는 경향이 강했다. 몇번의 전투경험과 격추로 인하여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는 것이다. 아담은 그렇게 만용을 부리다가 스러져간 파일럿들을 많이 보아왔다. 하지만 그런 애송이 파일럿들과는 다르게 그는 되도록이면 적기를 한대씩만 상대하려고 했다. 많은 수의 적기를 상대하다가는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밀고 들어온 자카운 두 대가 자신을 노리고 미사일들을 발사하는 것이 보였다.
“칫!”
그는 곧바로 등 뒤에 조명탄을 발사해 넣으면서 그 자리를 이탈했다. 운이 좋았는지 미사일들은 모두 그곳으로 유도 되었다. 아담은 기체를 되돌려 자신을 그 자카운들을 노렸지만 이미 동료기들에 의해서 격추된 뒤였다.
아담은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다시 엘윈 한기를 격파하고 자신 쪽으로 움직여 오는 자카운을 발견하고 빔을 발사했다. 하지만 상대는 방패로 자신의 공격을 교묘하게 방어해 냈다. 방패에 빔을 직격시키지 않고 각도를 조절해 난반사시켜 버린 것이다. 그 자카운은 곧바로 빔을 연사해 왔다.
“망할!”
상대의 반격에 그는 슬쩍 기체를 움직여 피해 내면서 공격을 회피해 냈고 두어 발 더 빔을 발사했지만 상대가 방패로 방어하고 있는 모습에 그도 적잖게 당황했다. 하지만 근접해 들어오는 적을 상대로 아담은 방패에 장착된 빔포를 발사해 넣었다.
다행히도 그것은 연속된 데미지를 받아 왼팔이 작동불능이 되어 방패를 사용하지 못한 상대의 바디에 정통으로 명중되었다. 몸통이 날아가 버리면서 자카운의 팔다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다.
“빌어먹을······”
다시 근처에서 엘윈이 맞아 폭발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는 짧게 숨을 들이 마신 뒤 조종간을 움직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