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71
웬지 지겨워져 짧게 휘파람을 불고 있던 야이다는 할일이 없다보니 계속해서 잠만 잔다는 생각을 했다. 허리가 좀 결린다는 느낌이 들자 그는 일어서서 가볍게 허리를 돌려 굳은 몸을 풀었다. 그리고는 담배를 다시 한대 피워 물려다가 방금전에 피웠다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한쪽 입술을 조금 일그러뜨린 후 숙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자려는 것이다.
5월 28일 유케울의 파츠 베이스 최전선 사령부 예하 정보 분석팀에서는 그간 수집되고 있는 에이센 함대의 이동 경로를 추격하던 중 10만 척이 넘는 에이센 함대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거나 종적이 분명치 않음을 발견해 냈다.
에이센 내부에서 전에 없이 대대적인 스파이 조직 검거 열풍과 통신 제한 조치까지 취해졌기 때문에 수집된 정보가 쉽게 전달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는 틈에도 조금씩 정보망을 통해서 입수된 자료들을 분석해본 결과 통신이 폐쇄되고 행적이 발견되지 않은채 행선지가 불분명한 함대를 추산해 볼때 종적이 묘연한 함대의 수가 약 10만 척에 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침공에 동원된 함대 규모가 10만 척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정보 분석팀은 즉시 이 사실을 암브로이즈 차수와 작전 참모인 카레트 중장에게 보고했다. 카레트 중장은 암브로즈 차수와 함께 정보 분석팀의 보고를 받으며 적잖게 당황했다. 지난 2일 에이센 함대가 차례대로 통신이 폐쇄되고 모습을 감추기 시작한 이후 꾸준히 이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낸 결과, 10만 척 이상의 함대가 전투에 동원된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우리도 비슷한 숫자의 전투 함대가 있기는 해도······”
암브로이즈 차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걱정을 했다. 정보에서 분석된 대로라고 한다면 작년처럼 에이센 함대는 또다시 10만 척 이상의 함대를 동원해서 침략을 해오는 것이다.
“대단한 병력 규모가 되는 군요······마치 연례 행사처럼 일을 치르면서도 말입니다.”
카레트 중장이 짧게 한숨을 내쉬자 암브로이즈 차수도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쉽지 않은 전쟁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아주 심각합니다. 보병 부대가 집결되어 있는 것으로 볼때 예상했던 대로 지상전도 벌일 심산인 것 같기는 하고······정찰 활동을 강화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움직임이 발견되지 않고 있고······”
“막상 부딪쳐보면 알게 되겠지······”
암브로이즈 차수는 한숨을 다시 한번 곁들이면서
“에이센이 공격해 왔으니 우리는 막아야 겠지······우리도 충분하지는 못해도 나름대로 준비를 서둘러 왔고······아참, 지난번에 자네가 제출한 그 작전안은 잘 보았네······하지만 문제는 말일세······에이센군이 꼭 그렇게 나온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암브로이즈 차수의 말에 카레트 중장은 만일의 경우를 예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너무 한가지 밖에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드리는 말이라고 했다.
“하기야······에이센으로서는 네페르만 점령할 것이 아니라 아예 유케울 마저도 점령해 버리는 것이 더 이득이 될 것이니 말이야······”
두 사람은 에이센의 의도대로 작전이 진행될 수 밖에 없음을 짧게 탄식했다. 일단 군사력이 약한 자신들은 공세적인 입장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니 지금으로서는 에이센의 군사력과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수 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에이센의 잡초 제거 작업······그리고 스파이망의 대대적인 적발······10만 명도 안되는······사람들을 희생해서 황실의 존재를 다시 한번 각인 시켰다. 황실이 아니면 사건이 해결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심어주고······황실만이 유일한 자신들의 지배자이다라는 것 또한·····.”
낮게 중얼거리던 암브로이즈 차수는 에이센이 참으로 두려운 존재들이라는 말을 했다. 그의 말에 카레트 중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리고 신족이라고 차별받지 않는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한 쇼도 대단했습니다.”
암브로이즈 차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그런 것을 알면서도 받아 들이는 이런 무지한 자들······에이센군인들 중에서도 신족 출신들이 많이 있을 것인데······”
안타까운 현실에 카레트 중장은 짧게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뻔한 수작을 알고 있지만 이렇게 앉아서 공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자신들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생각 되었기 때문이다. 암브로즈 차수는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착잡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타르고 상좌였지? 그 친구의 제안대로 결국에는 도리가 없는 건가?”
“안타깝습니다.”
작전 참모의 대답에 암브로이즈 차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왼손 집게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몇 번 두드리면서 탄식을 했다.
“군인들 대부분이······군사적인 용기와 능력은 그럭저럭 쓸모가 있지······하지만 두뇌는 대부분이 굳어 버렸어······간단한 것도 생각 못하고 단지 기계적으로 반응하려고만 하지······타르고 상좌 같은 녀석들······잘만 다듬으면 파츠 베이스를 지탱할 기둥이 될지 모른다······마치 독립 전쟁때 내가 모셨던 백효연 대원수를 보는 것 같다.”
그런다음 차수는 로드리게스 중장에게 그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같다는 말을 했다. 카레트 중장은 그 비유가 딱 알맞은 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암브로이즈 차수는 두렵다는 말도 했다. 29세에 상좌에 오른 그가 너무 일찍 그 자신의 재능을 소진해 버리는 것이 아니겠냐고 걱정을 했다.
“경험을 좀 더 쌓고 착실히 경력을 쌓는다면 타르고 상좌는 분명 크게 될 인물이네······그리고 이번 전쟁이 마무리 되면 되도록 그 친구를 군관구 사령부로 전속시켜 보도록 하겠네······이번에 로드리게스 녀석······타르고 상좌 덕분에 중장이 되었으면서 그렇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니······한심스럽기도 하고······”
암브로이즈 차수는 차츰 자신들의 뒤를 이을 후진들을 생각했다. 여느 사람들 같으면 젊은이가 그렇게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면 시기하고 질투할지 모르겠지만 그는 능력만 있으면 병사라도 장군으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20년 전쟁을 겪었다. 20년 전쟁에서 전공을 세우면 돈과 명예, 그리고 사회적인 지위 상승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징집병들은 온 힘과 열정을 다해 바르디아라는 이민족과 싸워 승리할 수 있었다. 에이센이 20년 전쟁에서 초반 7년 전쟁을 제외하고 나머지 2번에 걸친 바르디아 원정 전쟁을 승리로 이끈 배경에는 이런 제도가 자리잡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암브로이즈 차수는 자신들도 이런 에이센에서 독립해 나왔지만, 언제부터인가 군부가 관료화되고 군 조직이 경직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전공을 세워도 나이와 연공 서열을 따져서 승진과 포상이 쉽지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조직이 경직화되면 타르고 상좌같은 유능한 인재들이 제 빛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암브로즈 차수는 에이센에서 사관 학교를 마치고 에이센을 위해서 20년을 싸웠다. 그리고 지금은 파츠 베이스의 최전선 사령부 사령관이라는 지위에 올라 있었지만, 그는 에이센의 제도와 패기를 동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파츠 베이스도 처음에 보여 주었던 새로운 것을 일으킨다는 그런 패기에 동감해, 에이센이라는 국가에 대한 반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족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면서 파츠 베이스에 가담했던 것이다.
그리고 독립 전쟁이 끝이 나고 그는 차수가 되어 있었다. 에이센군과 차별을 둔다는 명목하에 에이센과 같은 계급 구조를 가지고 있어도 상관 없었는 것을, 굳이 군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각 계급마다 단계를 늘려 놓았고 각 단계마다 승진과 포상을 꽤 까다롭게 만들었다.
‘웃기게 변해 가는군······’
암브로이즈 차수는 생각을 멈추고는 카레트 중장에게 전 함대에 전투 대비 태세를 갖출것을 지시했다. 일단 에이센군에 대한 정확한 정보 파악이 어려운 시간이었기 때문에 완전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에이센군의 침공은 확실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도 물자를 록세비엔으로부터 계속해서 지원 받고 병력을 꾸준히 증강시키고 훈련을 늘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에이센에는 그 능력이 미치지 못함이 못내 안타까웠다. 에이센은 이번에도 화력전 위주로 전함이 주력함인 편성으로 나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같은 숫자라고 해도 전함의 크기가 작은 자신들이 불리한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방어적인 입장에 있는 것에서 이점을 누릴 수는 있지만 에이센군은 공격자의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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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조아라 되네요?
…그제나 어제처럼 안되는 줄 알고 하루종일 얼씬거리지도 않았는데…ㅡ_ㅡ;
조금 늦게나마 올립니다…화내지는 마시구요…어…들고 계신 바주카는 저리~로 치워주세요…^_^;;;;
그리고…간만에 등장한 야이다-중략-중사!…프로가 무었인지를 보여주는 듯한…응?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
저 캐릭도 상당히 비중이 있는 넘이랍니다…’죽일 생각은 일단은 없다’…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좀 활약할 듯…
…어찌될지는 작가만이 알겠지만요…^_^)/~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02…
좋은 밤 되세요~
드디어 “소”제목을 바꿀때가 되었군요…^_^)/
5월 30일 수요일 아담 조슈아 디제 대위는 자신이 소속된 로드리게스 중장의 함대에게 물자 재보급이 이루어 지는 것을 보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연인인 라디아 파드 중위에게 혹시 다시 전쟁이라도 벌어 지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며 다시한 번 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 하기야 에이센 놈들은 연례 행사 아니야?”
아담은 에이센 놈들은 이번에도 전함들을 주력으로 끌고 나올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했다.
“하기야······에이센 놈들은 돈 많으니까 중순양함이라는 클래스가 아예 없지?”
“망할 자식들이지······돈많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파츠 베이스는 비용적인 문제로 인해 중순양함과 미사일 순양함이 주력함정이었다. 중 순양함은 전함과 순양함의 중간 단계에 있는 전함으로서, 파츠 베이스는 전함급을 건조할 비용이 모자라 중순양함으로 에이센의 전함대에 대항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에이센은 중순양함급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은 순전히 비용적인 문제로 중순양함을 건조하는니 차라리 전함을 건조한다는 생각에서 발생한 것이다. 물론 물자 소비량이 많은 전함에 대해 꾸준히 보급을 해야한다는 문제가 따랐지만, 에이센은 그만큼 보급에도 신경쓰고 있었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중순양함이라는 개념은 본래 에이센군에서 기획·운용했던 고속전함이라는 것에서 출발했다. 고속전함은 전함을 100%로 두고 순양함을 50%로 보았을 때, 60%의 비용을 들여 65%정도의 총합 성능을 내는 전투함을 만들어 낸다는 개념이었다. 이는 순양함을 상대로는 화력에서 우세하고, 전함을 상대로는 기동력이 우수하다는 장점을 살려 설계되고 건조가 시작된 것이었다. 그렇지만 20년 전쟁 당시 바르디아와의 전쟁을 토대로 고속전함이라는 개념이 차츰 사라져 버렸다. 전쟁 중반 정도까지는 고속전함이 생산 배치되어 실전에 투입되었었다. 그러나 20년 전쟁 동안 계속해서 벌어진 대규모 함대전으로 전선에서의 전투함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후방에서는 많은 수의 함대가 급조되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대량으로 전투함들을 건조해 낼 필요가 있었다. 대량생산을 위해 전함의 생산 라인을 단순화시켰고 전투함의 구분 단계를 대폭 축소해 버렸다. 이 작업에서 전투함의 클래스 구분이 전함과 순양함, 구축함, 경비함 순으로 확정되어 집중생산이 결정되어 버렸다. 이 과정에서 고속전함의 개념이 폐지 된 것은 이것은 바르디아와의 대규모 함대전에서의 경험 때문이었다.
바르디아군의 기본 전법은 대형 전함들을 집단으로 운용해 포격을 집중하여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전법이었다. 이런 전법을 구사하는 상대에게는 장갑이 약한 고속전함의 입장이 애매모호하게 되었다. 바르디아는 전함과 순양함, 그리고 구축함으로 이어지는 함정들만으로 함대를 구성했다. 그리고 각함대의 전투 임무를 따로 부여해 확실한 역할 구분이 있도록 했다. 먼저 전함이 장거리에서 포격을 가하고 순양함이 미사일 공격을 가한다. 그리고 구축함이 퇴각하는 적을 추격해서 발목을 잡는다는 개념으로 매우 효율적인 함대 운용방법을 채용하고 있었다.
이런 전투장에서 고속전함은 자신보다 대형 전함 집단을 상대로는 제대로된 전투력이 발휘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전투에서 후퇴하는 중에는 곧잘 구축함대의 추격을 받아 쉽게 발목이 잡혀 버리고 말았다. 화력에서는 앞서지만 기동력에서는 구축함대를 능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속전함대가 구축함대의 추격에 행동이 제지당해 주춤거리고 있게 되면 결정적인 타격은 곧바로 추격해온 순양함과 전함대에 의해서 차례로 가해졌다.
바르디아군이 에이센과의 함대 전투에서 보여준 같은 클래스의 전함들을 집결시켜 최대의 밀집 효과를 발휘해내는 연쇄 타격 전법은 대함대 전술에 아직까지 미흡했던 에이센 함대지휘관들에 대해서 매우 효과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전쟁 초반 이런 식의 전법에 큰 타격을 입었던 에이센군이 전쟁 중반부터 바르디아군의 전술을 본받아 집단 전법을 채용하고 이와 동시에 바르디아에게 숫자로 대항하는 개념을 세우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에 발맞추어 전함의 대량 생산이 시작되었고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전투 집단으로 함대의 역할 구분이 가해졌다. 이것 때문에 어중간한 단계로 남아있던 고속전함이라는 개념이 아예 폐지되어 버렸다. 에이센도 바르디아군처럼 전함이 장거리 포격을 가하고 중간 단계에서는 순양함이 미사일을 발사해 적을 혼란 시키고 마지막으로 구축함이 혼란에 빠진 적함대를 향해 기동력을 이용해 돌진하는 식으로 함대 전술의 체계를 잡아 가게 되면서부터 고속전함은 설자리 잃어 갔다. 고속전함대로는 전함 집단을 향해 약한 장갑을 가지고 돌진 기동을 할 수 없었고, 순양함에 비해서는 미사일 공격력이 뒤떨어 졌다. 그리고 구축함에 비해 기동력이 휠씬 떨어졌기 때문에 그 위치가 차츰 옅어지게 되었다. 소규모의 함대전이나 1대 1의 전함끼리의 전투에서는 고속전함이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겠지만 대규모의 병력이 동원된 함대전에서는 큰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휘하 함대에서 가장 먼저 고속 전함을 폐지한 것이 7년 전쟁 종결후 네므 주류 기지 사령관으로 재직중에 있던 백효연 대장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지휘하에 있는 전투 함대에서 고속전함을 폐지하고 후방 경비용으로 돌려 버렸다. 그리고 바르디아군의 함대 집단 전법을 도입해 많은 승리를 거머쥔 장본인이었다.
전술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비용적인 문제에서도 군부의 모든 예산을 집행 관리하는 황실에서 전함 건조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서 고속 전함이 전함의 생산 비용에 대해 비교 우위를 갖는 40%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 40%의 기회 비용을 절약함으로서 얻어지는 효과보다 차라리 그 40%를 포기하고 전함을 생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이유에서 차츰 고속전함은 20년 전쟁 중반부터 생산이 중단되기 시작해 20년 전쟁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부터는 그 모습이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본다면 20년 전쟁 때부터 전함의 생산이 단계적으로 생산 공정이 나누어 져서 대량 건조가 이루어 지게 된 것도 고속전함이 폐지되게 된 한 이유였다. 기함같은 특별함을 제외하고 나머지 전함들의 생산은, 많은 부분을 기술자들이 매달려 생산하던 수작업에서 벗어나 생산하고자 하는 전함을 파츠별로 나누어 각 단계를 대량으로 생산해 낸 뒤 최종적으로 조립해 내는 방법으로, 전함들을 인쇄물을 찍어내다 시피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렿게 되자 대량 생산이라는 이점때문에 전함이나 고속전함이나 최종적인 생산비는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 않게 되었다. 고속전함을 만들어 내는 비용에 조금만 더 투자하면 화력과 장갑에서 월등한 성능을 보이는 전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게 되니 고속전함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지만 파츠 베이스는 그 조금만 더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 모자랐다. 에이센 군부는 모든 예산을 황실에서 하사하는 하사금으로 집행하고 있었다. 에이센의 모든 금융과 경제를 손에 쥐고 있는 황실에서 군대를 유지하는데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게다가 그 군대에 투자된 비용들은 어차피 황실에서 운영하는 제국 은행 내에서만 돌고 도는 것 뿐이었다. 이렇게 되니 전함의 생산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도 되었다.
이에 비해 파츠 베이스는 에이센 보다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태에 있었다. 에이센 황실 자체가 계속해서 수익을 올리는 거대 기업이나 마찬가지였고, 황제의 백성들은 모두 에이센이라는 기업의 고용인들이라는 비아냥이 있기는 했지만, 에이센이 비용적인 면에서 파츠 베이스보다 월등하게 유리한 점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파츠 베이스는 과거 에이센 황실에서 아이크 지역을 통해 수익을 올리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시설들을 운영해 예산을 벌어 들이고 있었고, 에이센과는 달리 국가에서 국민들에게 국방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거두어 들이는 식으로 예산을 모아 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에 국방 예산에 모든 돈과 자원을 쏟아 붓게 된다면 경제가 파탄나게 되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국가 체제가 무너져 스스로 멸망하게 된다. 파츠 베이스 국가 예산 중에서 국방비의 비율이 가장 높기는 해도 이 한정된 국방비로 에이센에서처럼 전함들을 대량으로 양산해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눈을 돌리게 된 것이 사라져 버린 고속전함이라는 클래스였다. 자금력에서 열세인 파츠 베이스인들이 이것을 중순양함으로 발전시킨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파츠 베이스의 군수 지원 사령부에서는 중순양함의 대량생산을 결정하면서 전함의 65%정도의 비용으로 중순양함을 생산해 낸다면 중순양함 3척을 건조할 때마다 한척의 중순양함 더 건조할 수 있게된다는 보고서를 국방장관에 올렸다. 전함 3척을 건조하는 것에 비해 같은 비용을 들이더라도 중순양함 한 척 당 절약한 35%의 비용으로 다른 중순양함 1척을 더 생산할 수 있었고, 게다가 전함을 건조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의 40%를 더 남게 할 수 있었다. 따라서 대량 생산 체계하에서 보다 많은 전투함을 건조할 수 있게 되어, 에이센에 비해 전함의 수적인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중순양함의 대량 건조가 결정되고 시작되어 각 함대에 주력함으로서 배치된 것이다.
아담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에이센은 전쟁을 하기 위해 자잘한 문제들을 신경쓰지는 않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많은 수의 중순양함들과 순양함들이 유케울 주변으로 집결해 있는 것을 보고 내심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시 전쟁이라도 벌어지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담은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신병들에게 보다 시뮬레이션 훈련을 강화해야 겠다는 말을 했다.
에이센군은 예산이 많으니 신병들의 교육과 훈련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특히 바리스타에 신경써서 바리스타 파일럿들도 많은 훈련을 쌓고 전장에 투입되곤 한다. 그렇지만 파츠 베이스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에이센 병사들의 훈련에 비하면 부족한 양을 훈련하고 전장에 투입된다. 이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기존에도 있었지만 보다 파츠 베이스쪽에서 강화된 것이 시뮬레이션 훈련이었다. 에이센도 비슷한 훈련을 받고 있지만 자신들에 비하면 실제로 바리스타를 타고 나가는 훈련이 많았다. 그런 훈련도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처해져 있는 상황에서 보다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5월 30일 어스름하게 해가 지고 있는 유케울의 유인 행성 쉬르의 중심도시 데르의 밤하늘은 전에 없이 대낮처럼 훤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 전투 함대 10만 척이 모여들어 이었기 때문이다. 데르 시티에서 어린애들은 전에없이 빛이 나고 있는 밤하늘을 신기한 듯이 올려보며 갘탄하고 있었고, 이와는 대조적으로 어른들은 또다시 전쟁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쌓였다. 이것 모두 군대에서는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함대가 소집된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런식으로 함대가 모여들어 전쟁으로 치닫게 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민들은 매우 불안해 했다.
08년 5월에 벌어진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의 말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뉴스 채널을 돌려도 이에 대한 방송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보도 통제로 군에 대한 정보는 방송할 수 없도록 조치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서는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있었지만 크라우프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자신의 방에서 편하게 쉬면서 가끔씩 잡히는 채널을 통해 뉴스만 열심히 시청하고 있었다.
“원참. 일상적인 방송들 뿐이잖아?”
에이센 전역에 보도되는 민수용 통신파에는 별다른 전쟁의 위기 같은 것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너무나도 평온하게 파티시아 사피아 윌슨이 주연으로 출현한 영화가 방송되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다이레아가 잠깐 자신의 부하들을 돌아 보러 간 사이 침대에 대충 걸터 앉은 채로 별생각없이 영화를 보면서 파티시아의 연기가 제법 대단하다는 등 쓸데없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다.
사실 크라우프는 멜로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멜로를 보면 닭살이 돋을 정도였기 때문에 채널을 돌리려고 했는데, 여주인공이 괜찮게 나와서 그냥 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시청하던 마지막에는 그 영화의 여주인공의 연기에 홀딱 반해 버리고 말았다.
“대단하다.”
구성이 좀 이상한 것은 마지막 결말이 두 개였다는 데 있었다. 하나는 헤피 엔딩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보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 하시냐고 끝맺음을 해 버리고 있었다.
“뭐야?”
약간 황당한 영화의 결말에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던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그 파티시아라는 여성을 어디에서 보았다는 생각을 했다. 곰곰히 생각하던 중 예전에 군홍보영화를 찍을 당시 이리나이던가 하는 여자에게 엄청나게 혼나고 나서 한번 말을 걸어 보았던 여배우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 자신의 물음에 간단하게 대답해 버리며 넘겨버렸던 사람이었다.
‘흥······어떨까?’
무엇이 어떻다는 것인지는 몰라도 크라우프는 피식 웃으면서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지루한 우주 여행이 좀 빨리 끝이 났으면 하는 것이 그의 소원이었다.
리하르트 황제력 261년 5월 30일 11시 30분 하만 바이파의 군관구 사령부에 있는 지휘 통제실에서 지드 렐 프로트 원수는 짧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었다. 이제 30분 뒤면 6월 1일이 되고 그간 은신하고 있던 함대에게 공격 명령이 하달되기 때문이었다.
00시를 기해 일단 1차 적으로 뱅상 바리에 대장이 이끄는 9만 5천 척의 함대가 공격을 개시할 것이다. 자신들의 이런 의도를 숨기기 위해 프로트 원수는 무척이나 노력했다. 하지만 파츠 베이스 녀석들도 바보들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정보를 입수해 자신들이 대규모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 것이다.
‘과연 어찌될까······’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주변에 있는 참모들도 자신과 같은 기분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다들 초조하게 시계등을 보면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프로트 원수는 이번 작전을 실행하면서 파츠 베이스 정보부를 기만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 그렇지만 파츠 베이스군도 이런 자신들의 움직임을 알아내고 네페르와 알베르에 정찰 함대만 남겨 두고 전투 함대를 철수시켜 버렸다. 이것은 분명하게 자신들의 침공에 대비해 병력들을 집결시키기 위함이 분명했다. 이번일은 적들도 알고 있고 있는 것이다. 군사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습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정보가 어떻게든 상대에게 넘어가게 되는 상황에서는 거짓 정보를 발령하고 상대가 믿게끔 정보를 조작할 필요가 있었다.
정보부 휘하 정보 분석 팀장 빌리 리처드슨 중령이 공작한 역정보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이제 25분 뒤에 벌어지 사건의 경과를 보게 되면 알수 있게 된다.
긴장함으로서 땀을 많이 흘리고 있는 프로트 원수는 늘상 운동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자꾸 미루고 있었던 것이 적잖게 후회되었다. 어느새 몸이 조금씩 불어 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자신도 포기할 정도로 살집이 잡혀 버렸다. 하지만 운동을 자주 하지 않으니 땀이 자주 나고 체력도 예전만 하지 못했다. 이것을 나이살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젊었을 때와는 너무 달라지고 몸도 약해진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그는 군수 참모인 어빙 율리시즈 중장이나 오십이 넘었어도 좋은 체격을 유지하고 있는 함대 지휘관들을 보면 부럽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빙 율리시즈 중장은 이번 군사 작전에서 필요한 것을 아직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투덜거리고 있었다. 일단 보급선의 안전을 위해 율리시즈 중장은 수송함 1만 척 당 구축함과 순양함 급으로 구성된 호위 함대를 3천 척 정도는 반드시 붙여 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보급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보급 부대를 운용함에 있어도 많은 양의 물자가 소요 되었지만 이것에 대해서 율리시즈 중장은 충분히 고려를 해 놓았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네페르와 알베르를 무력 점령하게 되면 주민들에게 투입될 식량의 규모였다.
이 두 행성계를 차지하게 되면 상행위가 회복될 때까지 막대한 양의 식량을 주민들에게 공급해야 했다. 일단 민심을 사로잡으려면 주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해 동요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그렇지만 율리시즈 중장은 보급 계획을 세우면서 이들에 대한 고려가 불충분 하다면서 행성계 점령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작전이 처음 수립된 초반에는 행성계 점령이 고려 사항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행성을 점령하도록 군사 작전이 재조정될 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율리시즈 중장은 행성계 점령을 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물자가 모자란다는 항변을 늘어 놓았었다. 이 덕분에 중앙 군관구인 로이드에서 전투 함대를 동원하게 되었다. 지난번 우주 공격군 함대를 프로스베인에서 철수시키겠다는 발표를 내보냈을 때 이미 병력 동원 계획이 수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동원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긴장 되는 군······’
프로트 원수는 시계를 다시 한번 내려 보았다. 그런데 망할 놈의 시계는 고장이라도 났는지 5분 밖에는 지나있지 않았다. 이제 공격 개시 시간까지 20분이 남아 있었다.
‘망할······망할······’
나이가 들어 가면서부터 소변을 보는 것도 한참이나 걸리면서 생활이 조금씩 어려워 지고 있는데 이렇게 긴장하게 되면서 더욱 아랫배가 아파왔다. 그가 신족인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였다고 한다면 60세라고 해도 보통 인간들 보다 20세는 젊은 육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황실의 피라도 이었을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 같은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나이라고 해도 20대 중반에서 육체가 멈추어 버린 상태였다.
‘하지만······이 나는······육체적인 노화가 평균적으로 진행되는 인간이지······’
원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사령부 안이 긴장된 와중에도 차분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본래 이번 전쟁은 하만 바이파에서 주도적으로 나설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네페르 점령건으로 후방 지원으로 임무가 바뀌게 되어 버렸다. 보병과 공간 기갑병대, 그리고 강습 해병대를 이용해 지상전을 담당하도록 되어 버렸다. 중앙 군관구 소속인 로이드 행성계에서 출발한 함대에는 육전대를 싣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앙 군관구는 통수본부 장관이 평시에 총사령관을 담당하고 있었다. 중앙 군관구는 에이센 영토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군관구로서 로이드에서부터 바르디아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사르메스 행성계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이에 비슷한 규모의 군관구는 다곤 군관구로, 다곤 군관구는 다곤 총독의 지배하에 다곤 전지역을 하나의 군관구로 묶고 있었다.
프로트 원수는 백효연이 반역을 일으키기 전 아이크 총독 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망할 그 창녀는 황제 폐하의 은위를 그렇게 배반한 것이다. 군부 쿠데타로 몇 번이나 실각될뻔 했던 백효연은 매번 게르트 황제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에이센을 반역하고 내전을 일으켰던 것이다. 마지막에는 자신의 고향인 아이크에 총독으로 까지 임명을 해 주었는데 말이다.
군생활 도중 프로트 원수는 백효연이라는 사람과 몇번 마주칠 수 있었다. 그녀는 매우 유명한 군인이었고 존경 받는 전략, 전술가로서 에이센에서 칭송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의 사생활 따위야 하나의 개인 적인 결점일 뿐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여자는 게르트 황제의 전폭적인 신뢰를 저버리고 수많은 에이센의 사람들을 전화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어 버렸다. 말도 안되는 신족의 독립이니 뭐니 하면서 말이다. 이제껏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프로트 원수는 이번 작전으로 파츠 베이스가 쇠약해 지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 작전이 성공한다면 파츠 베이스군의 최전선 사령부를 무력화 시킬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아이크까지의 안전한 항로도 확보되고 모든것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쟁······’
이 모든 것을 지켜봐야 하는 사령관으로서 지드 렐 프로트 원수는 자신이 부끄러운 사람인지 생각을 해 보았다. 이것은 언제나처럼 전쟁을 지켜보게 되면서 단지 이것이 오락거리가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통해서 상대의 형체만 보고 식별표시만 보고 공격을 가한다. 자신이 죽이는 입장에 있어서는 무척 즐거울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에는 사람이 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 앞으로 전개될 시간에 보여질 상황들 모두 사람들의 목숨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동안에도 시간이 흘러가, 어느덧 00시가 되었고 작전 참모가 이 사실을 알리자 프로트 원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 개시의 신호였다.
6월 1일 0시 02분 가장 먼저 에이센 함대를 발견한 것은 파츠 베이스군 순찰 함대였다. 최근 에이센군의 침공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폭적으로 강화된 정찰과 순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유케울에서 파견된 함대였다. 이 함대는 5월 25일 네페르에 있는 보급 기지를 출발해 구축함 1척을 기함으로 삼아 5척의 경비함으로 구성되어 국경 지역을 순회하고 있는 중이었다.
구축함 갈리에르 98호의 함교는 근무 교대가 막 끝난 뒤였다. 근무 교대 시간 5분전 다음 근무자가 올라와 근무 교대를 위한 인수 인계를 받고 정확하게 0시가 시작되면서 자리를 바꾸어 앉았다. 어찌 보면 장난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이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레이더를 비롯해 각종 감지 센서를 담당하는 오퍼레이터는 올해 19살의 중사였다. 전번 근무자는 21살의 여성 중사였는데 그는 전번 근무자로부터 인계 받은 계기를 조작했다. 이제는 자러 가야 겠다는 말을 하는 전번 근무자에게 잘 자라고 말하면서 한번 길게 하품을 하고 졸음을 몰아낸 뒤, 규정대로 다시 한번 계기를 점검해 보았다.
처음에 그는 계기 고장이나 자신의 조작 실수로 생각했다. 구축함 정면의 공간이 대규모로 왜곡되는 현상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재빠른 기기조작과 잠깐의 확인이 있은 뒤, 그는 재빨리 비상 호출기를 눌렀다.
“뭐야?”
즉시 비상 호출기 앞의 소형 모니터가 켜지며 휴게실에 있던 당직 사관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짜증이 묻어나는 얼굴로 무슨 일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중사는 약간 말을 더듬으면서 전방에 함대 규모의 대규모 워프 아웃이 있을 것 같다고 보고했다.
“뭐라고?”
그의 모습이 모니터에서 사라지고 정확히 1분 뒤 당직 사관이 함교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는 모니터를 부릅뜬 눈으로 바라보고는 즉시 항해사에게 함수를 되돌려 달아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