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72
“공간 왜곡에 말려 들면 끝장이다!”
당직 사관은 즉시 비상벨을 눌렀다. 그리고 인터폰을 넣어서 함장을 호출했다. 다행히 함장은 잠들지 않고 있었다. 함장은 20대 중반의 여성 중위였는데 당직 사관이 급하게 보고하자 즉시 함수를 돌릴 것을 지시한 뒤 모니터에서 사라졌다. 비상 신호가 발령되자마자 즉각 구축함이 반전을 시도했다. 모니터에는 벌써부터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수많은 인공의 광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함장은 함교로 뛰어 올라와는 통신기를 열어 즉시 이 사실을 네페르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적의 숫자는 얼마나 되나?”
함장의 약간 쉰듯한 목소리는 그렇게 듣기 좋은 편은 아니었다. 통신 사관이 사령부에 상황을 보고하고 있는 사이 오퍼레이터가 약 10만 척에 가깝다는 보고를 해 왔다. 함교 메인 모니터의 입광량을 조절하고 있었지만 전방은 금새 엄청난 숫자의 인공의 광점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바라보며 적이 10만 척이나 된다는 보고에 함장이 경악하고 있을때, 다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전방에 에너지 반응 다수!”
즉각 함장은 목소리를 높여 회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렇지만 곧바로 쏟아져 들어오는 빔세례를 버티지 못하고 다른 경비함 5척과 더불어서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1차적으로 네페르 행성계를 공격하기로 결정된 작전 계획에 따라 동원된 9만 5천 척을 총괄해서 지휘하게 된 뱅상 바리에 대장은 팔짱을 낀채로 네페르 행성계의 외각에 도착한 선두 함대가 소수의 파츠 베이스군 정찰대를 격파했다는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제 1전선 총사령관을 맡게 된 뱅상 바리에 대장은 올해 59세였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40대로 보일 정도로 매우 건장한 인물이었다. 사실 그는 신족 출신으로서 현재 파츠 베이스의 수도인 록세비엔 행성계의 호트런 행성이 고향이기도 했다. 붉은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백인 남성으로서 매우 우수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20년 전쟁 중에 사관학교를 졸업해 함대 지휘관으로서 20년 전쟁에도 참가를 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군 생활 중에 만나게 된 다곤족 출신의 여성과 결혼해서 로이드 행성계의 유인 행성중 하나 로이드 행성에 가정을 갖고 있었다.
그의 휘하로 들어온 리갈 피어벳 중장은 올해 51세로 함대장치고는 매우 젊은 인물이었다. 그는 함대 기동전에 특히 능숙하다고 평가받는 지휘관으로서 평시에는 매우 너그러운 성품을 지니고 있지만 전장에 들어서면 다소 성격이 급해지는 면이 강하다고 했다. 그는 딱히 어디 출신이라고 할 수 없을, 이당시 보편화된 혼혈인이었다. 다만 전투에 들어가면 성격이 좀 과격해지는 것으로 그가 마족의 피가 강하다는 것을 반증해 주기도 했다. 피어벳 중장은 은회색의 머리칼에 회색 눈동자를 지닌 미남으로 군 작전 이외에도 청년 장교 시절 많은 여성들을 섭렵했던 바람둥이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한 여성에게 사로잡혀 꼼짝도 못하고 아내에게 충성을 다하는 공처가로 변해 있었다.
다른 지휘관 시드 리노야 중장은 베르베라인의 특징을 보여 주는 갈색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짙은 검은색 눈동자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올해 55세로서 뱅상 바리에 대장처럼 모든 면에 고루 우수한 능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사람이었다. 특이하게도 리노야 중장은 다른 사람들처럼 전투병과 출신의 함대 지휘관이 아니라 군수 장교 출신이라는 점이 매우 의아하게 작용할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함대 지휘관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소냐 엘마 오페노자 중장은 올해 56세로서 착실하게 단계를 밟아 함대장의 지위에 오른 인물이었다. 연한 붉은 머리칼을 가진 그녀는 특이하게도 눈동자 색깔이 붉은 빛깔을 띄고 있었다. 기혼자로서 남편과의 사이에서 26세된 아들과 23세된 딸을 두고 있는 사람이었다. 정통적인 용병술을 구사하고 전투 경험이 많은 오페노자 중장이니 어떤 상황에서도 충분한 실력을 발휘 할 수 있을 것이다.
뱅상 바리에 대장은 주변의 참모들을 의식해서 한숨을 내쉬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제 6월 1일이라는 시간을 넘어서 버렸다는 것은 충분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시작되었군······’
바리에 대장은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그는 수석 참모인 한스 그루버 중장이 연설 준비가 끝났다는 말을 하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통신기를 집어 들었다. 오퍼레이터의 예고가 끝나고 그는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조용했지만 매우 힘찬 어조였다.
“모두 들어라. 나는 뱅상 바리에 대장이다. 지금 우리들은 파츠 베이스를 자칭하고 있는 반란군들에게 강제로 점거되어 있는 네페르 행성계를 탈환을 목적으로 진격해 가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에이센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며 영광인 것이다. 이 작전은 저 반란군들의 사기를 꺾어 놓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모두 폐하의 신명을 받들어 저 반란군들에 의해 침탈당한 에이센의 영토를 되찾고 네페르에서 에이센의 영광을 재현하도록 하자! 이상!
바리에 대장의 연설이 끝나고 함대는 네페르 행성계 쪽으로 진격해 나가기 시작했다.
6월 1일 0시 30분 유케울에 집결해 있는 파츠 베이스 함대에게 에이센 함대의 침공 소식이 전해졌다.
“젠장할······역시나 이놈들 또 공격을 해오는 군······”
아담은 함내 방송을 통해 에이센 함대 약 10만 척 가량이 침공해 왔다는 사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망할······망할······에휴······”
곁에 있던 라디아 파드 중위도 투덜거리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혹시나 하고 불안해 했는데 에이센군은 역시나 매우 호전적인 집단답게 전쟁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
그 한가운데 서 있어야 하는 아담은 어깨가 꽤나 무겁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을 아는지 라디아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많이 피곤하지?”
라디아의 물음에 아담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되는 것은 내가 아니라······신병들이야······얼마나 많이 죽게 될 것인지······”
“그렇지만 뭐 어떻게 하겠어?······하는 수 없지 않아?”
“맞는 말이다.”
이제 다시 전투가 시작될 것이라고 하니 그는 핏 웃으면서 라디아의 날씬한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라디아······네가 걱정이야······”
아담은 자신이 부하들만 걱정하자 라디아가 다소 뾰로통해 있는 모습에 그녀에게 키스를 해 주면서 위로해 주었다. 그러자 라디아의 표정이 이내 밝아지면서 그의 얼굴을 손으로 쓸어 만지다가 목을 끌어안아 오며 다시 키스를 했다.
“에휴······나도 아담이 걱정이 되······”
그들은 가까이에서 서로를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03시 16분 에네르 하트 슈넬 중위는 작전 참모인 프랭크 허드 상좌의 방으로 호출을 받고 들어섰다.
“앉게. 중위······”
프랭크 허드 상좌는 슈넬에게 자리를 청해 앉도록 했다. 그는 말없이 허드 상좌 방에 있는 응접실 소파에 앉았다.
허드 상좌는 상투적인 말로 새벽부터 에이센군이 쳐들어 와서 이렇게 된 것이라고 하면서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파츠 베이스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똑같이 교범적인 군인의 대답을 하는 슈넬에 허드 상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족스러운 듯한 태도를 보였다.
“다른 것이 아니네······자네도 알다 시피 에이센군이 불법적으로 네페르에 침공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 우리 함대가 이에 대한 반격 작전에 참가하게 될 것이네······”
“간악한 에이센의 침략에 맞서는 군요······”
슈넬 중위는 상관들이 좋아할 만한 말들을 해 주었다.
“아······그렇게 되었네. 그러니까 귀관이 보다 최선을 다해 주었으면 해서 이렇게 불렀네······”
허드 상좌의 말에 슈넬 중위는 별로 시덥잖은 일로 자신을 불렀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직속 상관이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게 표현하지는 않았다.
“물론입니다. 허드 상좌님께서 많이 이끌어 주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꼿꼿하게 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자신을 불러 이렇게 귀찮게 하냐고 말하고 싶었다. 허드 상좌는 예전만 해도 특수 부대를 지휘해서 심지가 곧고 강직한 인물이라고 했는데 성격이 많이 소심해진 것 같았다. 그래도 어엿한 자신의 상관이었고 적어도 작전에 들어가서는 스스로 위험한 행동도 서슴치 않았기 때문에 슈넬 중위로서는 노친네의 괜한 걱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허드 상좌는 준장 승진도 생각해 보아야 했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줄이고 공적을 세우려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흥······’
그의 앞에서 걱정을 늘어 놓는 허드 상좌에 슈넬 중위는 아마도 이번 전쟁에서 살아남는 다면 이 사람은 준장으로 승진을 하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슈넬은 대충 그의 말을 잘 알아 들었다는 식으로 걱정을 받아 준 뒤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일단 전쟁 전 작전 참모와 말을 끝낸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 슈넬 중위로서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자신의 휘하에 있는 파일럿들을 재훈련 시키고 바리스타에 대한 상태 점검도 끝마쳐야 했다.
‘망할······’
슈넬 중위는 다시 에이센군과 전쟁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작년 09년, 에이센력으로 보면 260년에 있었던 10만 척 규모의 함대전을 생각해 보았다. 그 10만 척의 함대가 하만 바이파 군관구에서 자체적으로 동원한 병력이라고 하는 것은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겨우 1개 군관구가······’
에이센은 숫자를 앞세운 공격을 가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이에 비해 자신들은 부족한 숫자를 훈련도와 장비로 메워야 하는데, 사실 주전력인 바리스타의 성능 차이는 그렇게 크게 나지 않았다. 정비병들의 말로는 에이센의 자카운에 장갑판만 바꿔 씌우면 엘윈이 되고 엘윈의 장갑판만 바꿔 씌우면 자카운이 된다고 했다.
“하기야······MMP가 에이센 바리스타 메이커의 자회사나 마찬가지니까······”
엘윈과 자카운의 성능은 기본 설계개념이 똑같기 때문에 총합적인 성능을 비교해 보면 서로 동일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에휴······”
짧게 한숨을 내쉰 슈넬 중위는 에이센이나 자신들이나 같은 능력의 바리스타에 탑승하고 있으면 파일럿 실력과 전투 경험이 그 차이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자신들의 경우 병사들의 상당수가 훈련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또 얼마나 죽으려는지······’
슈넬 중위는 셰어필드 기지에서 엘레비아가 후방으로 전출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꽤 놀라워 했었다. 셀리더 아르코가 전사하고 엘레비아는 후방으로 전출되어 버렸다. 그는 이런 상황이 조금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엘레비아 같은 파일럿이 후방에서 경비나 서고 있다면 얼마나 낭비가 될 것인지는 슈넬 중위는 충분하게 짐작할 수 있었다.
‘망할 일이군······’
최근들어 자신의 욕설이 부쩍 늘어 났다는 생각이 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어차피 상관없는 일이었다. 지금 자신의 옆에 없는 사람보다 슈넬은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자신도 지금 당장 전쟁에 나서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는 템벨 Ⅵ호의 외벽쪽 통로를 따라 걷다가 내시창을 통해 기함의 옆으로 집결해 있는 중순양함과 구축함들의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젠장할······사령부에서는 도대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슈넬로서는 자신이 겨우 중위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은 겨우 중위였기 때문이다.
에이센 함대의 침공이 확인 되고 네페르 행성계에 잔류하고 있던 소수의 함대가 철수를 시작했다는 보고는 유케울 행성계의 최전선 사령부에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10만 척이라······”
아직 완전하게 파악된 규모는 아니지만 이제껏 수집된 이번 전투에 동원된 것으로 파악된 함대 규모와 거의 일치하는 정도의 병력이 네페르로 진격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역시 네페르가 목표로군!”
파츠 베이스군 사령부는 신뢰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가 계속해서 수집되자 에이센의 공격 목표는 네페르 행성계의 점령이라고 단정지었다.
현재 네페르에 주둔중에 있던 함대는 대부분 유케울로 철수했다. 행성계가 일시적으로 에이센의 점령 상태에 들어가겠지만 귀중한 함대 전력을 그곳에 배치했다가 압도적인 에이센 함대의 공격에 병력만 잃게되는 경우는 무엇보다 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에이센의 침공을 맞아 지금은 전력을 집중시켜 에이센에 맞서 싸울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였다.
사령관 콜 브롱 암브로즈 차수는 에이센의 침공을 보고받는 즉시 함대 지휘관과 참모들을 소집해 에이센의 침공 사실을 알리고 정확한 사전 정보를 전달해 주었다. 그리고 계획했던 대로 작전을 실행할 것임을 밝혔다.
“에이센군의 군사 작전 단계를 보면 네페르 행성계와 알베르 행성계의 우주 함들을 섬멸한 후 후방에서 지상군을 강하 시킬 것이네······”
에이센의 군사 교리상 에이센군은 완전하게 네페르 행성계에서의 우주 전투가 종결된 후에야 지상군을 투입해 지상전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지상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은 하만 바이파에 많은 수의 지상 전투 병력이 집결해 있다는 정보에서 추정해 볼 수 있었다. 이것에서 이들은 네페르 행성계에 대한 지상 점령이 그 목적에 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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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늦었습니다…죄송…하지만 양으로 보답을~ ^_^)/
음…중순양함의 개념…
‘이거 어디선가…본 듯 한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상당히…아니 절대다수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맞습니다…동생넘은 아니라고 박박 우기지만…구 독일 제 3제국의 ‘포켓전함’의 설정과 거의 같습니다…
배수량 때문이 아니라 비용때문이기는 하지만요…ㅡ_ㅡ;
…설마…이것도 표절? ㅡ_-;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04…
또 비가 오는군요…에고 허리야…ㅠ_ㅠ
드디어 “소”제목을 바꿀때가 되었군요…^_^)/
에이센군이 행성계 점령 작전시 지상 작전을 가장 뒤로 미루는 것은 바르디아와의 전쟁에서 그 교훈을 찾을 수 있었다. 에이센의 바르디아 원정시 바르디아군은 장거리 원정에 나선 에이센 함대에 대항해 초토화 작전으로 맞섰다. 그리고 후방 게릴라 공격으로 에이센의 보급선을 위협했다. 그렇지만 에이센은 수송함 1만 척 당 호위함 3천 척이라는 비율로 함대를 구성하여 게릴라 공격을 무마시켰다. 그러던 중 몇번에 걸쳐 행성계를 놓고 대규모 함대결전이 벌어졌는데, 에이센군은 바르디아군이 버리고 간 행성에 섣부르게 지상 병력을 강하시켜 행성 점령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 이때 바르디아군의 반격을 받아 미처 행성 내부에 강하해 있던 지상 병력을 회수하지 못하고 철수해 버린 경우들이 자주 발생했던 것이다. 어느 행성에서는 30만 명이 넘는 보병들이 적진 속에 내버려 졌고, 어떤 경우 행성에 보급 물자를 잔뜩 내려 놓았는데 그 물자를 버리고 철수할 수 밖에 없는 바람에 귀중한 물자를 적의 손에 넘겨 준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사건들은 혼란스런 전쟁의 와중에 자칫 그대로 묻혀 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은 적진속에 버려진 경험이 있던 한 장성에 의해서 이런 상황들이 폭로 되었고, 크게 이슈화 되었다. 바로 에이센의 우주 공격군 부사령관이었던 카디나 크렐 대장이 그 장본인이었다. 그녀는 중사와 소령 시절 똑같은 경험을 당했었다. 그리고 파츠 베이스와의 전쟁중에도 같은 사건이 발생하자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전쟁 종결 후 군개혁의 와중에서 이 사건들을 쟁점화 시켰고, 결국 군사 교리마저 바뀌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이런 사건들 때문인가 카디나 크렐은 대장에서 더이상 승진을 하지 못하고 35세때 군대를 예편해 버렸다. 갑작스럽게 카디나 크렐 대장이 예편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말들이 많았는데, 이 사건 때문에 군 상부에 미움을 받아 더이상 현직에 머물지 못하게 된 것이 정석이었다. 어쨌든 이런 군사적인 교리 때문에 에이센군은 네페르 행성계의 우주 공간에서 안전을 확보했다고 여기게 될 때까지 섣부른 행성 강하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암브로이즈 차수는 카레트 중장의 브리핑 아래 에이센군에 맞서서 함대를 파견해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작전을 제시하면서
“네페르 행성계는 매우 넓은 주역을 보유하고 있으니 대규모의 함대 기동을 벌이는 것에 큰 지장은 발휘되지 않을 것이네!”
그는 이렇게 서두를 뗀 뒤 에이센군에 맞서서 함대를 파견해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1차로 5만 척의 함대가 파견될 것이오.”
유케울 주변에서 당장에 동원 가능한 전투 함대가 10만 척이었기 때문에 이중 절반을 갈라 에이센 함대에 대해서 요격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들이 정면을 맡아 싸우는 사이 나머지 5만 척을 2만 5천 척씩 나누어 에이센 함대의 좌우 측면을 집중 공격할 것이라고 전체적인 작전을 설명해 주었다. 10만 척 함대 대부분이 출격해 에이센 함대에 전력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었다.
“5만 척의 함대를 동원한 1차 요격 부대의 지휘관은 홀스트 슈페펜부르크 중장이 맡게 된다. 슈페펜부르크 중장의 지휘하로 알버트 자일 소장, 디에빗 마티니 소장, 헨리 킹 소장, 베토 코리 소장이 배속될 것이다.”
암브로이즈 차수는 카레트 중장과 협의해서 결정한 병력배치 상황을 공표 하면서 함대를 지휘하게 될 지휘관들에 대한 인선을 발표했다. 그리고 계속해 별동부대를 지휘하게 될 지휘관들을 발표했다.
“각각 2만 5천 척을 지휘하게 되는 좌우 분견함대 지휘관 중 좌익은 안드레아 그레마니 중장이 지휘한다. 그레마니 중장의 지휘하로 티모시 맥더크 소장과 캘리 찬드라 소장이 배속된다.”
그리고 우익 함대 지휘관으로 다니엘 호밍그스 로드리게스 중장이 임명되고 그의 지휘하에 로라 킬러 소장과 크리스토퍼 라비 소장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발표했다.
유케울 사령부에서 작성해 올린 작전 계획에서의 기본 방침은 에이센 함대를 기동전으로 끌거 나서 기동력을 이용해 에이센 함대를 끊임없이 공격한다는 것이었다. 대체적으로 전함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에이센 군에 비한다면 파츠 베이스 함대는 기동력에서 우수하기 때문에 에이센 함대에 치고 빠지는 식으로 공격을 가한다면 승산이 잇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출발해야 하는 홀스트 슈페펜부르크 중장은 암브로이즈 차수에게 경례를 올리고 그의 지휘하로 배속된 자일, 마티니, 킹, 코리 소장과 함께 그 자리를 나섰다. 이들이 작전에 나서고 암브로이즈 차수는 일단의 그레마니 중장과 로드리게스 중장을 비롯한 전투 함대 지휘관과 함께 2차로 출발할 상황을 조정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처음부터 작전이 이렇게 함대를 나누는 것으로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병력을 둘로 나우면 자칫 각개 격파의 먹어가 될 수 있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렇게 병력을 둘로 나눈 것은 에이센군의 의도를 파악해 내기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판단에서 였다. 에이센군이 전부 10만 척을 동원하고 있는지 조차 현재로서는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5만 척의 함대로 에이센 함대의 정면을 공격한뒤 적의 공세를 유도해 함대가 기동하기 넓은 지역으로 적을 유인해 낸 후 나머지 전력을 투입해 중순양함과 순양함, 그리고 구축함들을 이용하여 기동력으로 에이센 함대를 제압하자는 의견이 채택 되었다. 함대가 기동하기 넓은 주역으로 에이센 함대를 끌어내어 기동전으로 나서게 되면 에이센 함대는 상대적으로 기동력이 느리기 때문에 속력으로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슈페펜부르크 중장이 에이센 함대에 공세를 가해 이들을 넓은 정면으로 끌어 낸다면 아군에게 승산이 있소!”
카레트 중장은 각각 2만 5천 척을 지휘하게 될 그레마니 중장과 로드리게스 중장에게 다시 한번 자신들이 세운 작전 계획을 인지시켜 주면서 적절한 조치를 바란다는 말로 이들을 돌려 보냈다.
각자 함대를 맡은 지휘관들이 나가자 가볍게 한수믈 내쉰 암브로이즈 차수는 카레트 중장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걱정이로군······”
암브로이즈 차수는 에이센 함대가 자신들이 생각했던 대로 네페르 행성계로 당당하게 전병력을 몰아 들어온 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 녀석들······군사 작전의 기본은 자신의 의도를 적에게 드러내지 않는 것인데······”
카레트 중장은 에이센이 무엇인가 다른 것을 노리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에이센 놈들 꿍꿍이 속이 많은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지 않은가?”
암브로이즈 차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에이센놈들이 이렇게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니 자신들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는 대답을 했다. 늘상 공격자의 입장을 취하게 되니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만큼의 병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제껏 파츠 베이스군인인 자신들은 에이센 군의 공세 의도를 파악하면 주된 공격 지점이 어디인지 파악해 내기 위해서 부단히 애써야 했다.
“하지만 에이센 함대를 상대로 반격에 나서지 않을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카레트 중장의 대답에 암브로이즈 차수는 맞는 말이라고 대답하면서
“경비 함대를 재편성 하고 록세비엔으로부터 추가적인 병력이 지원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의 말에 카레트 중장은 쉽지않은 일이지만 현재 운용되고 있는 전투 함대로 어느정도는 유리하게 전투를 진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겠지······”
무엇보다도 전쟁은 숫자로 하는 것이었다. 지휘관들에게 충분한 병력과 장비와 보급물자 그리고 적절한 동기만 부여해 준다면 상대가 누구라고 해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에이센군과 비슷한 함대 전력이 확보되어 있고 추가적으로 15일 이내에 사방에 분산 배치 된 5, 6만 척 정도의 전투 함대를 재 집결시킬 수 있으니 승산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전함들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에이센 함대에 비해 파츠 베이스 함대는 중순양함 위주로 편성되어 있었다. 중순양함이 순양함 보다 약간 크고 화포를 많이 적재하고 있기는 해도 전함에 비한다면 그 전함의 크기와 장갑을 비롯한 총합적인 화력에 비해서 뒤떨어 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