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73
중순양함을 기획 입안한 자들은 에이센 만큼의 전함을 생산해 낼 수 없으니 상대적으로 화력전으로 나서는 에이센에 자신들은 속도전으로 나서겠다는 개념을 내세우며, 비용적인 문제등을 고려해 중순양함을 대량 건조해 냈고 파츠 베이스군의 주력함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었다. 그렇지만 많은 파츠 베이스군의 일선 지휘관들은 중순양함에 대해서 좋지 못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 에이센군에서 사관학교를 나오고 20년 전쟁에 참가한 인물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함 집단이 갖는 파괴력에 대한 기억을 아직도 생생히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에이센군에 대항해서 중순양함을 대량 건조해 숫적인 열세를 만회해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에이센군에 맞서 싸운다······”
암브로이즈 차수는 일단 부딪쳐 보는 수 밖에는 달리 다른 도리가 없다는 카레트 중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떻게 되든 싸워 보는 수 밖에······하지만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에이센의 침공이 예상되었을 시점부터 각 함대에 재보급을 실시하고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슈페펜부르크 중장을 위시로한 지휘관들이 자신들의 함대로 돌아가 함대를 이끌고 출발하게 되면 에이센에 대항한 전투가 시작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까?’
암브로이즈 차수는 순간 이런 걱정이 들었다. 그렇지만 병사들에게 죽으라고 명령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자신으로서는 이런 생각을 입밖에 낼 수 없었다.
07시 30분 하만 바이파 군관구 사령부는 파츠 베이스에 대한 군사 작전이 실시 되었다는 소식을 뉴스 특보를 통해 발표하고 있었다. 하만 바이파의 군 사령부가 있는 유인 행성 고비엘트리턴의 중심 도시 슈필 테이레 시티의 이른 아침은 이런 군의 특별 발표에 의해서 술렁이고 있었다.
지드 렐 프로트 원수는 아침 일찍 기자들을 불러들여 7시간 30분 전에 파츠 베이스에 대해 군사 작전이 결행되었음을 밝혔다.
“이번 군사 작전이 시작된 동기는 파츠 베이스를 자칭하는 반란 세력들의 에이센 국내에 대한 공작 활동을 묵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원수는 이렇게 군사 작전에 대한 동기를 설명하면서, 파츠 베이스의 스파이조직을 검거하는 중에 발견하게 된 에이센 국내를 뒤흔들기 위한 여러가지 공작 지침이 담겨져 있는 서한을 공개했다.
그 서류에는 반전 주의자들을 자극해 에이센 국내에서 대규모의 시위를 일으키고 그 시위의 과정에서 폭력 사건을 일으켜 경찰이 과잉 진압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유혈 사태를 촉발시키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제 2, 제 3의 시위를 일으켜 폭동 수준으로까지 몰고 간다면 사회적 혼란이 극심해 질 것이라는 예견까지 기록되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사회 기간시설들에 대한 테러를 감행해 사회적 혼란을 극대화 시킨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런 서류가 공개되자 프로트 원수에게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그는 이 서류에 대한 대답 대신에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군 내부에서도 파츠 베이스의 스파이 조직들이 암약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정보와 군수 관련 조직에 종사하던 장교들 중에서 50명 이상이 파츠 베이스와 내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포착했음을 공개했다. 이들중 증거가 확실하고 사안이 시급한 30명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처형해 버려 더이상의 정보 유출을 막았다고 하면서
“이런 스파이조직들이 260년 5월에 있었던 군사 작전의 내용을 파츠 베이스에 넘겨 아군의 군사 작전이 적에게 속속 노출되는 바람에 많은 피해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는 그 당시의 패전 후 정보 유출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어 군 내부에 대한 비밀 감찰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스파이 조직을 1년이 넘는 추적을 벌인 끝에 겨우 적발해 낼수 있었다고 하면서
“이런 반역자들을 이용해 에이센의 안녕과 질서를 위협하는 파츠 베이스를 자칭하는 반란 세력들을 그대로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의 군사 행동이 결정된 것입니다.”
프로트 원수는 파츠 베이스 침공의 당위성을 설명한 뒤 약 10만 척에 달하는 전투 함대가 네페르를 점령하기 위해서 출격했다고 그 자리에서 밝혔다. 보통의 경우 군대 동원 규모를 밝히지 않는 것이 관례였지만, 그는 이번 군사 작전에 대한 당위성을 밝히며 슬쩍 함대의 규모에 대한 것을 언급햇다.
“파츠 베이스를 군사적으로 응징하는 것만이 이런 사회 혼란 세력의 준동을 막을 수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또한 군관구 사령부에서 직접 병력을 사회 각 기간 시설에 배치해 계획되어진 테러를 막아내고 사회의 질서를 유지 시키기 위해 주요 시설들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시내의 중요 시설에도 군 병력이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경찰과 공동으로 경비를 서게 될 것이며 이 모든 조치는 테러를 일으켜 에이센 사회의 기간을 뒤흔들려는 파츠 베이스의 획책에 대항하기 위함이라고 그 조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같은 시각 유케울 행성계와 네페르 행성계에서는 거의 동시에 에이센의 침공이 시작되었음을 방송을 통해 보도하기 시작했다. 콜 브롱 암브로이즈 차수는 에이센 함대 약 10만 척이 파츠 베이스의 국경 지역을 넘어 네페르에 대한 불법 점령을 시도하기 위해 출격해 왔음을 발표했다.
“금일 00시를 기해 에이센 함대 약 10만 척이 접경 지역을 넘어서 네페르 행성계로 침공하기 시작했음을 밝힌다. 이에 유케울에서도 이들에 대항하기 위해서 함대를 파견했고 이 사실을 록세비엔에 보고했다. 록세비엔에서도 이 사실을 확인하고 즉각 지원 병력을 보내 줄 것을 약속했다.”
암브로이즈 차수는 에이센의 침공 상황을 발표하고 에이센에 대해서도 공언하는 것을 이지 않았다.
“이번 에이센의 군사적인 침략은 엄연한 로이드 강화 조약 위반임을 밝혀 둔다. 에이센군이 선제 공격을 감행해 국경 순찰 함대의 일부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이거을 증명해 주고 있다. 에이센은 네페르의 문턱까지는 다가올 수 있을 것이지만 결코 네페르를 자신들의 손아귀에 넣지 못할 것이다.”
잠시 말을 끊은 암브로이즈 차수는 에이센군에 대항해 시민들이 저항할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작전에 참가하는 에이센군인들에 대해서 경고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에이센은 군사력을 앞세워 말도 안되는 논리로 파츠 베이스의 영토를 침탈하려 하고 있다. 에이센에서 내세우고 있는 거짓된 정보에 속지말고 제대로 현실을 파악하도록 바라는 바이다. 에이센 군인들이 제대로 상황을 알지 못하고 네페르에서 우리를 압제의 고통으로 몰아 넣으려 한다면 이들은 네페르에서 더 큰 고통을 안게 될 것이다. 우리 파츠 베이스를 강제로 침탈하려는 에이센 군인들은 네페르에서 동료와 자신들의 주검을 보게 될 것이다. 네페르는 08년 5월에 에이센의 침공에서 있었던 것처럼 에이센 군인들의 공동묘지가 될 것이다. 이상!”
암브로이즈 차수에 의해 에이센 침공에 대한 파츠 베이스군의 저항의지가 표명되었고, 그는 강한 어조로 에이센군의 침략에 결코 굴하지 않겠다는 사실 천명했다.
이런 에이센의 침공 사실이 공표되자 알베르와 네페르, 그리고 유케울에 이르는 파츠 베이스의 영토에 있는 행성계들이 크게 술렁였다. 직접적인 침공을 받게 되 알베르와 네페르 행성계의 거주민들 중에는 에이센의 침공을 피해 탈출하기 위해서 우주항으로 몰려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에이센의 침공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에이센 함대가 바로 턱밑까지 와 있는 상태였고, 탈출이 불가능하게 되자 주민들은 자포자기하는 대신 각자가 소속된 예비군 사단으로의 복귀를 서둘렀다.
“전쟁이라고?”
09시 자신의 방에서 다이레아와 함께 있다가 에이센 전역에 보도된 뉴스를 통해 네페르로 에이센 함대가 진격하기 시작했다는 뉴스를 듣게 된 크라우프는 크게 놀랐다. 설마설마 했던 것이 드디어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전쟁이라······빌어먹을 일이로군요.”
다이레아도 기가 찼는지 조금은 상스러운 말을 입에 담았다. 하지만 말한 그녀도 듣던 크라우프도 그것을 인지하지는 못했다. 그녀의 말에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에 없이 대규모의 전쟁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그의 걱정에 다이레아는 네페르 하나만을 목표로 한다면 전쟁이 꽤나 격렬해질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되겠지······그나저나 전쟁을 길게 끌지 않았으면 싶다.”
크라우프의 말에 다이레아는 피식 웃으면서
“하지만 전쟁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죽는 녀석들이 좀 적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비록 내가 알지 못하는 친구들이라고 해도 말이지······”
그의 대답에 다이레아는 엷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13시 20분 파츠 베이스군의 반격의지가 천명되고 파츠 베이스 함대가 반격을 위해 유케울을 출발했다는 소식은 네페르 대한 공격 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뱅상 바리에 대장에게 보고 되었다. 그가 지휘하는 9만 5천 척의 1차 공격 함대는 네페르 행성계의 최대 유인 행성 실비아까지 별다른 저항없이 진출할 수 있었다. 그는 약 3천 척의 함대를 동원해 실비아의 궤도를 점령했다. 이러던 와중에 근처에서 미처 후퇴하지 못한 파츠 베이스측의 경비함들이 공격을 가해왔고 현재는 이들을 상대로 한 소규모의 전투만 벌어지고 있고 있었다. 이러던 중 파츠 베이스 함대가 반격을 위해서 출격했다는 소식을 입수하게 되자 그는 즉시 휘하 함대 지휘관들을 자신의 기함으로 불러 들였다.
15시 정각 리갈 피어벳 중장을 선두로 시드 리노야 중장, 소냐 엘마 오페노자 중장이 차례로 바리에 대장의 기함으로 모여들었다. 바리에 대장은 일단 파츠 베이스 함대가 출격했음을 알리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사령부의 작전 계획을 설명했다.
한스 그루버 중장은 아직 정확한 정보가 입수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많은 숫자의 함대를 이곳으로 투입할 것이고 정면으로 승부를 걸어 올 것이라며 파츠 베이스 함대의 움직임을 전제했다. 적이 정면 승부를 걸어올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신들이 일부러 움직임을 드러내 보이면서 네페르까지 진격해 오면서 적의 정찰망에 자신들이 포착되어 보유하고 있는 함대 전력을 드러냈다는 것에서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10만 척의 함대가 네페르 행성계를 점령하려고 투입되었고, 그들이 반격에 나서지 않는다면 네페르 주변에 주둔한 채 네페르와 알베르 행성계를 점령하려는 의사를 분명하게 내비쳤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적들은 분명 네페르 행성계의 점령을 아군의 본래 목적으로 여기고 전력을 다해 반격에 나설 것이다. 적들이 자신들의 군사행동 범위를 네페르 행성계의 점령으로 믿도록 하만 바이파 군관구에서는 꾸준히 언론에 선전을 해댈 것이다. 그리고 이번 군사 행동으로 에이센의 민간 항로에 대한 안전 확보가 최종적인 목적이라고 계속해서 정보를 언론에 흘린다면, 적들은 달리 아군의 목적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결국 네페르 행성계의 점령이 군사 행동의 목적이라고 믿게 될 것이니 전력을 투입해서 이를 저지하려 들 것이다.
“최대한 많은 수의 파츠 베이스군 전력을 네페르로 끌어 들여야 합니다.”
그루버 중장은 처음부터 논의되었던 전략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면서
“일단 초전에는 패배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유도해 파츠 베이스가 되도록 많은 병력을 네페르로 집결 시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 주십시오.”
바리에 대장은 묵묵히 그루버 중장이 브리핑하고 있는 작전을 새겨들었다. 그루버 중장은 사령관과 합의된 대로 전략적인 문제를 설명한 뒤 각 함대 지휘관들에게 전술적인 행동 지침을 설명해 주었다.
전술적인 행동에 대해서 파츠 베이스 함대가 출현하면 가장 먼저 리갈 피어벳 중장이 선두로 나서고 그 뒤를 따라 소냐 엘마 오페노자 중장과 시드 리노야 중장이 좌우로 반격에 나선다. 뒤에 있는 바리에 대장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 주는 것으로 초전부터 정면승부를 걸어 파츠 베이스 함대를 상대로 요격전에 나서는 것으로 전술 행동이 결정되어 있었다. 또한 전투중에 적에게 병력이 증원되거나 격렬한 반격에 접하게 되면 즉시 후퇴해 방어선을 굳건히 한다는 것으로 전체적인 작전 계획을 설명 했다.
“한바탕 일전을 벌이는 것이 좋은데······”
소극적인 작전탓인지 소냐 엘마 오페노자 중장이 짧게 투덜거렸다. 그렇지만 수립 단계에서 작전의 목적이 기획되었던 대로 자신들은 파츠 베이스 함대의 병력을 최대한 네페르로 끌어 들이고, 최종적으로는 네페르 행성계에 대한 완전 점령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지상전은 한참 후가 되겠군요······”
일단은 함대전 위주로 전투가 진행될 것이라는 리갈 페어벳 중장의 말에 뱅상 라비에 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단······행성의 궤도를 장악해 적의 행성간 전투 능력을 없애면 충분하니 말이야······”
행성 자체의 점령에 전략적인 목적이 있지만 아직 군사 작전 초반이므로 완전한 주변공역 제압없이 섣부르게 유인 행성에 강하해 전의가 높고 방비가 철저할 파츠 베이스 잔류병과 민병대와 전투를 벌여 아군 피해만 극대화 시킬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함대 지휘관인 이들은 지상전에 대해서는 하만 바이파 군관구에서 전담하기로 했으니 자신들이 상관할 바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들은 행성을 쉽게 점령할 수 있도록 그 여건만 만들어 주면 그만이었다.
20시 20분 파츠 베이스군 로드리게스 중장의 함대 작전 참모인 비트 로렌조 린제이 타르고 상좌는 저녁 식사도 잊고 있다가 리아 듀런트 상위가 직접 저녁 식사를 가져와서야 자신이 식사도 거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
“언제 저녁 먹으시나 걱정했어요······”
래리는 듀런트 상위가 핏 웃으면서 내어놓은 빵과 스테이크, 샐러드, 야채 스프, 그리고 우유가 있는 저녁 식사를 자신의 방에서 먹었다.
“미안······이런 일만 시켜서······내가 제대로 챙겨 먹었으면······”
진심으로 미안해 하는 래리에 듀런트 상위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타르고 상좌님······무슨 작전 계획이라도 세우세요?”
상위는 래리의 책상 위에 서류나 항주도, 작전 계획서 같은 것들이 잔뜩 늘어져 있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내가 에이센 군이라면 어떻게 나올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야······”
“네?”
고개를 갸웃 하는 듀런트 상위에 래리는 차분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옛사람의 말이 있지······나이든 전사는 참고······젊은 전사는 서로 죽인다고 말이야······”
무슨 말이냐고 관심있어 보이는 듀런트 상위에 래리는 핏 웃으면서
“에이센군은 나이든 전사야······그래서 이번에 자신들의 모든 패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 걱정이 들어······어떻게 나올지 전혀 짐작을 해 볼 수 없어······”
“나이든 전사?”
듀런트 상위가 다시 물으니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사냥 거미······라고 할 수 있을 꺼야······사냥 거미는 먹잇감을 잡기 위해 완벽하게 거미줄을 치고 끈기를 가지고 기다리지······모든 준비가 끝나면 상대가 먼저 덤벼 들도록 유도하지······자신들이 거미줄에 걸려드는 지도 모르고 단지 먹이만 보게 하면서 말이지······”
래리는 음식의 거의 다 먹고 우유 팩을 뜯어서 우유를 한모금 삼키면서
“에이센은 자신들의 패를 다 보인 것처럼 우리를 유도하고 있는 것 같아······그래서 거미줄에 우리가 걸려 들도록 만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런 다음 자신의 단말기를 바라보면서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 봐야겠지······”
그의 대답에 듀런트 상위는 대단하다는 말을 했다.
“대단하기는······자잘한 걱정이 많은 내가 말이야?”
아니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어 버리는 래리였다. 듀런트 상위는 잠시 웃음을 띈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갑작스러운 래리의 물음에 듀런트 상위는 무엇이든 물어 보라고 했다.
“아니······다른 것이 아니고 상위가 이 함대로 오게 된 것이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의 말에 듀런트 상위는 무엇이 이해가 되지 않냐고 물었다.
“다른 것이 아니고······이번에 유케울에 남아 있어도 될 텐데 굳이 이 함대에 오게 된 것은······카레트 중장님이 지시한 것?”
“······훗······속일 수 없네요······”
빙긋 웃음을 짓고 있는 듀런트 상위였다. 래리는 그렇겠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듀런트 상위는 피식 웃음을 띈 얼굴을 하면서
“참모장님은 이번 전쟁이 끝나면 당신을 다시 참모 본부로 끌어 들이고 싶어 하세요······하지만 나한테까지 당신을 데려 오도록 힘쓰라고 하실 분은 아니죠······전쟁 끝나고 서류 하나면 충분한데 안그렇겠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듀런트 상위는 엷게 웃음을 지었다. 래리가 자신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는 모습에 그녀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러다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정색을 하며 말을 했다.
“나는 당신이 마음에 들어요······그래서 이렇게 당신한테 오고 싶다고 카레트 중장님께 부탁을 했죠······참모장님은 결과적으로 당신을 참모 본부에 끌어 들일 생각이었으니까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거죠······”
그녀의 말에 래리는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듀런트 상위가 내 뱉은 말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이런 래리의 모습에 듀런트 상위는 귀엽다는 생각과 함께 핏 웃음을 지었다.
“난 당신이 참 마음에 들어요······그래서 당신하고 사귀고 싶거든요······”
그녀의 말에 래리는 뭐라고 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아······”
설마 카레트 중장이 이런식으로 듀런트 상위를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렇게 말을 한 듀런트 상위는 얄궂게도 너무나도 태연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더 얼굴이 잔뜩 붉어진 래리였다. 그의 모습에 듀런트 상위는 볼을 잔뜩 부풀리면서 볼멘 소리를 했다.
“에이······그럼 내가 맘에 안드시나 보네······”
그녀의 짧은 투덜 거림에 래리는 아니라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고······”
그의 말에 듀런트 상위는 히죽 웃음을 지었다.
“음······내가 맘에 들기는 하나 보죠?”
그녀의 말에 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상위는 그것이만 충분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무엇을 그렇게 부끄러워 하냐고 했다.
“아·····어쨌든 정식으로 데이트 같은 것은 이 전쟁 끝나고 해요······”
그의 말에 상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몸을 일으키더니 래리가 깨끗이 비운 식판을 치워 주었다.
“고마워요······”
래리의 말에 상위는 핏 웃음을 지으면서 되돌아 나갔다. 그녀가 나가고 래리는 자신의 의자에 몸을 기대 앉았다. 갑작스러운 일에 다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듀런트 상위의 일을 생각하는 것 보다 에이센 함대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했다.
래리가 걱정한 대로 에이센 함대는 자신들의 패를 모두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군사 행동의 당위성 중에서 자신이 제안했던 에이센 국내 혼란 계획이 드러나게 되었다는 것이 그로서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에이센 국내의 반전 주의자들을 이용해서 반전 여론을 조성하고 사회적인 폭력 사태를 일으키도록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그것이 에이센 군부에서는 침공의 구실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도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조금만 더 생각이 깊었으면······’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당연하게 침공을 받을 예정이었을 것이다. 에이센은 결코 준비가 소홀하면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이번의 침공은 아마도 지난 2월 중순부터 계속된 국경 분쟁에서부터 계획되어졌을 것이다.
‘국경 분쟁이 아니라······이제는 상대의 영토를 완전히 점령하려는 의도일까?’
래리는 에이센의 의도가 네페르의 점령이라는 목적 하나에 있다면 오히려 전력을 기울여 유케울로 진격해 왔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되면 네페르를 점령하는게 보다 손쉽게 된다. 유케울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는데 어디 다른 곳으로 전력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페르를 완전히 손아귀에 넣으면 협상을 제안하든지 아니면 일방적으로 발표를 하든지 해서 유케울 근처에서 스스로 함대를 철수시킨다. 그러면서 네페르에 대한 점령을 공식화한다. 이렇게 되면 네페르를 완전 점령해 자신들의 거점으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후방과 주둔지가 안정화 되어 파츠 베이스의 반격 같은 것도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에이센은 네페르가 목적이라고 한다면 유케울이 목적이 아니라고 해도 유케울까지 진격하는 모습이라도 보였어야 한다. 그래야만 유케울의 방어에 집중하느라고 파츠 베이스군이 쉽게 함대를 움직이지 못할 것이니 말이야······’
그리고 완전하게 네페르를 점령하면 유케울을 위협하던 함대를 철수시켜 행성계 수비에 전념한다. 그리고 차후 예상되는 파츠 베이스의 반격을 적절히 방어해 낸다는 식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면 네페르 주변에서 함대전을 벌일때 지금의 에이센군의 입장 보다는 휠씬 유리한 입장에서 네페르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에이센이 단순하게 네페르를 점령하기 위해서 출격했고 자신들의 작전을 이렇게 드러내 보였다면 무엇인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무엇인가 노리는 수가 있을 것이야······무엇인가 말이야······;
래리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에이센 함대가 혹여 이번 작전이 민간에 지지를 받지 못하고 그 당위성을 쉽게 납득 시키지 못하게 되니 차라리 공개적인 작전으로 방침을 전환해서 군사 행동을 일반 대중에게 선전하기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렇지만 그런 가능성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비록 에이센이 군사 행동에 대해 많은 신중을 기하고 민중의 반전 주의자들에 의해서 제약을 받는다고 해도, 이런 대규모의 군사 행동의 목적이나 범위 등을 모두에게 공개한다면 적도 이 사실을 알아 차리고 대응함으로서 아군의 피해만 늘어나는 것이 당연했고, 군부에서도 그렇게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적들은 결코 바보들이 아니다.’
에이센은 대국이었고 전쟁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었다. 래리는 자신 하나만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바보로군 나는 말이야······’
아무것도 아닌 자신의 가벼운 존재감에 그는 한탄할 수 밖에 없었다. 로드리게스 중장의 독선적인 성격을 생각해 보건데, 지나치게 그의 생각에 반대하면 아마도 화를 낼 것이 분명했다.
‘조심해야 한다······그에게 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래리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몸이 좀 피곤하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세면대쪽으로 다가갔다. 턱의 좌우 귀밑 부분이 제대로 면도를 하지 않아서 멋대로 자라난 수염들이 그대로 엉겨 있었다.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