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76
“휘유······대단하군······”
짧게 숨을 들이 마시고 있던 슈넬 중위는 자신이 탑승하고 있는 엘윈의 조종간을 움켜 잡았다. 자신의 아래쪽에 위치한 모함대에서 발사하고 있는 빔과 미사일이 에이센 함대를 향해 쏟아져 들어가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장관 이로군······”
자신의 발 아래쪽으로 형형 색색의 에너지 빔과 미사일들이 고속으로 날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슈넬 중위는 꽤나 멋있다는 말을 했다. 마치 우주 공간이 붉은 색과 오렌지색, 푸른색 등으로 물들여 지는 것 같았다. 그는 계기를 조작하면서 자신이 가야 할 방향으로 미사일과 빔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14시간 가까이 잔뜩 긴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피곤한 상태였지만 전장에 투입되자 피로감은 말끔히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드디어 전투였지만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슈넬 중위는 자신보다는 자신을 따르고 있는 부하들이 걱정 되었다. 그들은 초반의 강렬하고 짧은 추진제 분사로 속력을 내어 속력으로 에이센 함대를 향해 비행해 가고 있었다.
‘빌어먹을······빌어먹을······’
슈넬 중위는 계속해서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었다. 현재 에이센 함대는 마니티 소장의 함대에 거의 모든 바리스타를 출격시키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반격해 나올 전력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제실의 정보가 들어 맞는 듯, 접근하고 있는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에이센의 바리스타는 없었다. 그는 과도하게 흥분한 탓인지 조종간을 잡고 있는 양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잠깐 조종간에서 손을 떼면서 잠시 동안 진정을 했다.
바로 그때 후속하고 있던 EWACS기로 부터의 통신이 들어왔다. 에이센 함대에서부터 바리스타 부대가 출격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모함을 방어하기 위해 잔류하고 잇던 놈들일 것이다. 그 정보를 들으면서 슈넬 중위는 1시간쯤은 비행한 것 같다는 생각에 자신의 파일럿슈트의 왼손목에 장착되어 있는 시계를 힐끗 내려 보았다.
19시 50분이었다. 아까부터 겨우 20분 밖에는 비행해 나오지 않은 것이다.
‘뭐야 젠장······’
슈넬은 자신의 숨이 매우 가빠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예전에는 이런식의 긴장감은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몽이 움츠러드는 것 같았다.
‘빌어먹을······’
그가 주먹을 꽉쥐며 긴장을 풀려 했을 때 바리스타의 메인 카메라에 에이센 함대에서부터 바리스타 부대가 전진해 오는 것이 포착 되었다.
‘오는 건가?’
그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다시 한번 눈을 깊이 감았다. 막상 전투에 나서면 별로 긴장되는 것은 없었는데 오늘따라 이상하리 만치 불안해 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과는 별도로 슈넬 중위 자신은 오히려 부하들이 걱정되었다.
‘나도 참 이상한 녀석이 되어 버렸군······’
스스로 우습다는 생각을 하면서 목이 좀 칼칼하게 마른다는 생각을 했다. 물을 마시고 싶었지만 콕핏 안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에이센의 바리스타 부대와 전투를 벌여야 했다.
1인이 탑승하는 전투 머신 바리스타는 고성능 빔 병기를 휴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바리스타 1기로 전함 1척의 격침이 가능해 졌다. 에너지 바리어를 뚫고 들어가 전함 함체에 연속 사격을 가한다든지, 아니면 빔을 여러번 가속시켜 관통력을 높여 전함의 탄약고 부분이나 추진제가 실려 있는 부분, 혹은 미사일 발사구 근처에 빔을 조사해 대면 유폭이 일어나 전함이 폭발하게 된다. 슈넬은 위험하게 전함을 격침시키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전함을 격침 시키면 포상금을 받기는 해도 그런 것 때문에 자신의 목숨을 걸 이유는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자신들의 앞쪽으로 전진해 들어오는 에이센의 바리스타 부대도 꽤나 숫자가 많았다. 슈넬 중위는 빔 라이플의 발사 버튼을 손끝으로 가볍게 딸깍거리고 있었다. 에이센의 바리스타부대와의 거리가 차츰 가까워 지고 있었다.
‘와라······와라······’
바로 그때 그는 앞쪽에서 조준빔과 에너지 반응이 동시에 감짇되었다. 그와 동시에 슈넬 중위는 기체의 방향을 바꾸었다. 곧바로 그가 진행했던 쪽으로 하이파워 빔 바주카의 에너지 잔광이 스쳐 지나갔다.
‘칫!’
짧게 혀를 차고 있던 그는 에이센군이 맞지도 않을 거리에서 빔을 쏘아댄다는 생각을 했다.
“저 거리에서?”
몇 발의 하이파워 빔 바주카의 고출력 빔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지만 명중탄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모두 피하지는 못했는지 신병인듯한 멍청한 녀석 하나가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쏘아낸 하이파워 빔 바주카도 피해내지 못하고 격추되어 버렸다.
‘멍청한 자식!’
슈넬 중위는 최대한 접근할 때까지 공격을 자제하도록 하면서 다시 자신들쪽으로 발사되는 빔 바주카를 피해 내면서 에이센의 바리스타부대 쪽으로 기동해 들어갔다.
‘오는가!’
어느정도 접근하자 자카운들이 내뿜고 있는 추진제의 잔상들이 메인 모니터를 통해 똑똑히 눈에 들어왔다. 이때부터 슈넬 중위는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바리스타 부대에 공격 명령을 내렸다.
“모두에게 건투를 빈다!”
엘윈들과 자카운들이 빔과 미사일, 그리고 조명탄을 터트리고 있었다. 무수히 크고 작은 폭발광들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슈넬 중위는 침착하게 조종간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앞쪽으로 8대의 자카운이 전진해 들어오는 것을 포착했다. 빔 라이플과 하이파워 빔 바주카의 에너지들이 교차하는 사이로 슈넬 중위는 자신의 기체인 엘윈의 추진제를 강하게 분사해 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1대 1로 맞서지 말고 최대한 동료들과 함께 적기를 상대라하고 중위는 늘상 입에 달고 살고 있었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전장에 들어가면 홀로 적기 속으로 뛰어들곤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추진제를 분사해 내면서 그 8대를 향해서 돌진해 들어갔다.
“저런 무모한!”
누군가 통신기를 통해서 슈넬 중위의 움직임에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렇지만 슈넬은 이런 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늘상 듣는 말이엇기 때문이다.
1개 소대인 자카운들은 고속 접근해 오는 자신을 향해 집요하게 사격을 퍼부어 댔다. 그렇지만 그는 그런 공격들을 교묘하게 회피해 내면서 라이플을 조준했다. 첫 사격전에서 중위는 빔 2발로 선두에서 돌진해 오던 자카운 2대를 단숨에 장사 지내 버렸다. 곧바로 그 뒤를 이어 접근해 들어오는 6대의 자카운들을 향해서 정확하게 빔 라이플을 발사해 넣었다. 상대는 회피 기동을 하면서 숫자로 슈넬 중위를 앞도하려 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기체를 되돌려야 할 것이지만 오히려중위는 돌진해 들어오는 적기들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 사이를 뛰어 다니면서 연이어 4대를 순식간에 격추 시켰다. 적을 발견하고 돌진해 들어간지 2분 10초 만의 말이었다.
살아남은 나머지 2대는 다른 6대가 순식간에 격추되어 버리자 당황했는지 재빨리 기수를 되돌려 달아나려고 했다. 그렇지만 슈넬 중위는 재빠른 동작으로 등을 보이고 있는 자카운 2기를 빔 세 발을 발사해 격추 시켜 버렸다. 8대를 단숨에 장사지내 버리고 잠깐 한숨 돌리는 슈넬 중위의 앞쪽으로 다시 자카운들이 물밀 듯이 밀고 들어왔다.
다시 자신을 향해서 쏟아져 들어오는 빔 라이플과 하이파워 빔 바주카의 사격을 회피해낸 슈넬 중위는 교묘하게 기체를 움직이면서 공격을 피해 내다가 기회를 포착하고 15대나 되는 자카운들 사이로 뛰어 들어 버렸다. 그는 첫 돌입에서 자카운 2기를 눈깜빡할 사이에 격추시켜 버렸다. 다시 이들 15대 사이를 뚫고 내려간 그는 다시 상승해 올라오면서 자카운 1기를 더 격추시켰다. 그런뒤 자신을 향한 자카운들의 공격을 어렵잖게 피해낸 뒤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 왼쪽으로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면서 치고 내려갔다. 그가 돌입하려 할때 1기, 그리고 돌파해 나가면서 1기, 그리고 완전히 돌파해 나갔을 때 자신의 뒤를 노리던 자카운을 라이플을 왼쪽 옆구리에다 끼고 발사해서 격추시켰다. 그러자 남은 9대의 자카운들은 기겁해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거의 순식간에 6대의 동료기가 격추되어 버린 탓이었다.
슈넬 중위는 잠시 숨을 고르면서 달아나는 적기들을 확인하고 자신이 지휘하는 바리스타 부대쪽으로 합류했다.
“망할! 더럽게도 바쁘군······”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쉰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카운들과 엘윈들의 전투 모습을 한번 돌아 보았다.
“대단하십니다. 슈넬 중위님!”
20분도 안되는 잛은 시간에 14대의 바리스타를 격추시켜 버린 슈넬 중위의 모습에 그의 전투 모습을 지켜보던 부하들이 감탄의 말을 건넸다.
“조심들 해라! 또 밀려온다.”
에이센 함대에는 공격 항공모함이라도 있는지 적들은 바리스타 전력을 대폭 증강해 왔다. 처음 출격해 나온 에이센의 바리스타 부대와 슈넬 중위가 지휘하는 바리스타 부대들은 차츰 탄약이 떨어져 갔기 때문에 후속해 들어오는 부대를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에이센 함대에서 증원으로 보내준 바리스타 들이 벌떼처럼 몰려 들어오고 있었다.
“망할!”
슈넬 중위는 일단 후퇴해 재보급을 받고 싶다는 통신을 보냈다. 그 자신은 그다지 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기체의 파일럿들은 무기와 추진제의 부족이 극심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곧바로 이어지듯 후속대가 도착했고 슈넬 중위는 일단 돌입해 들어온 바리스타 부대를 철수 시켰다.
6월 7일 0시 정각 에이센 함대의 교묘한 반포위 진형에 말려들어 허우적 대고 있는 마니티 소장의 함대는 더이상의 돌격 충력도 잃어버리고 압도적인 다수의 에이센 함대의 뭇매를 흠씬 두들겨 맞고 있었다. 마니티 소장의 함대를 구원하고자 파츠 베이스 함대에서는 그레마니 중장과 로드리게스 중장이 지휘하는 약 5만 척의 함대가 에이센 함대의 반포위 진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갖은 공격을 다했다.
중앙 부대를 지휘하고 있던 슈페펜부르크 중장도 병력을 충원해 코리 소장과 헬리 킹 소장에게 마니티 소장의 함대의 좌우에서 에이센 함대를 공격해 마니티 소장의 함대에 대한 에이센군의 공격을 분산시키려 애썼다. 그렇지만 에이센 함대는 1개 함대가 12시간 이상을 전투를 수행한 것처럼 다른 2개 함대도 끈질기게 버티며, 바리스타들을 내보내 접근전을 벌이며 공격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서로에게 결정타를 먹이기 위해 출격한 바리스타 부대들 간의 교전은 실로 장관이었다. 그들은 서로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바리스타전에서 파츠 베이스군 파일럿들은 자신들을 자못 용맹스럽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이런 파츠 베이스군에 맞서 에이센군 바리스타 파일럿들도 이에 못지않게 용맹스럽게 전투에 임했다. 이렇게 되니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전투가 계속 이어졌다.
에이센군 함대 지휘관 뱅상 바리에 대장은 짧게 숨을 들이 마셨다. 그는 실비아 주변에 포진시켜 두었던 약 1만 의 함대를 불러 들였다. 그리고 리갈 피어벳 중장이 함대 재편성에 관한 중간 보고를 올린 것을 읽지도 않은 채 전투장을 주시했다.
일부 바리스타끼리의 전투 상황에서 일순간에 전열이 무너져 버린 곳이 몇몇 있었다. 보고에 따르면 1기가 10대 이상을 단숨에 격파해 전함대까지 방어선을 무너 뜨린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들이닥친 파츠 베이스의 바리스타에 의해 300여척의 전투함이 피해를 입었다. 그렇지만 그는 곧바로 바리스타들을 증원 시켜 피해가 더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
7일 01시 25분 로드리게스 중장은 에이센 함대의 진형을 섣부르게 무너뜨릴 수 없게 되자 조금씩 침착함을 잃고 있었다.
사령관의 다소 흥분한 듯한 모습을 보면서 래리는 이 상태에서는 오히려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생각을 했다. 에이센 함대는 선두 함대를 미끼로 내세운 것이 틀림 없었다. 보다 장시간의 전투를 위해 다른 함대는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했던 것이다.
‘무섭군······’
가장 선두에서 12시간 이상을 전투에 임한 함대 때문에 파츠 베이스 함대를 거의 쉬지도 못하였고, 에이센군은 지친 자신들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나머지 함대가 가하는 식으로 전술을 구상한 것이라 짐작했다.
‘접근전은 위험한데······’
래리는 잠시 숨을 깊게 들이 마시면서 함교 뒤쪽에 서 있는 리아 듀런트 상위를 한번 돌아 보았다. 그녀는 자신과 눈이 맞자 씽긋 웃음을 지어 보여 주었다. 래리는 마주 웃어준 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지금 너무 병력을 낭비하고 있어······이 상태로는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인데······’
마니티 소장의 함대는 이미 끝장났다고 볼 수 있었다. 에이센 함대가 포격으로 구원하려던 함대의 발목을 붙잡는 동안 바리스타들이 출격해 마티니 소장의 함대 사이에서 격한 전투를 벌였다. 차례대로 마니티 소장의 함대가 무너지고 있었다. 래리는 소장이 앞뒤 가리지 않고 전투에 임했으니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었다고 한다면 마니티 소장의 함대의 구원을 다른 방향에서 찾았을 것이다. 마티니 소장 함대에 에이센 함대의 화력이 집중 된다면, 오히려 기동력과 숫자를 이용해 넓은 방향에서 에이센 함대의 측면을 공격하려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포위망만 무너뜨리기 위해 에이센 함대의 양쪽 포위망을 향해 포격만 퍼부어 댔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난전은 오히려 자신들에게 불리했다. 에이센 함대가 전함의 크기도 크고 바리스타의 숫자도 많기 때문에 이런식의 계속된 난전은 자신들에게 불리할 뿐이었다. 더욱이 슈페펜부르크 중장은 예비 병력을 고려하지 않고 단시간에 전투를 끝내 버리고자 거의 전전력을 동원, 에이센 함대를 향해 결전을 시도하고 있었다. 물론 단기 결전에서는 낭비되는 병력 없이 거의 전병력이 공격에 가담한다면 최고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지만, 에이센은 적어도 2만척 이상의 예비 병력을 갖추고 있었다. 실비아까지 퇴각한 1개 함대와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1만 척 가량의 함대가 그것이엇다. 후방에서 증원된 함대가 2만 5천 척 뿐이고 정보에 따르면 에이센 함대가 대략 10만 척 정도라고 했으니 퇴각한 1개 함대를 제외하고도 1만 척 가량의 여유 병력이 있음을 계산해 낼 수 있었다. 아마도 전투 초반 자신들이 5만 척으로 도전해 와 혹시 모를 기습 공격에 후방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곳은 적진 한가운데니 후방을 신경쓸 수 밖에 없을 것기 때문이었다. 슈페펜부르크 중장이 전투에 전 병력을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은 후방을 신경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래리는 주변의 경비함대와 순찰 함대까지 병력을 유케울로 집결시키는 것이 다소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적의 예비 전력을 고려 하지 않고 단기 결전으로 끝을 내기 위해서 전력을 일순간 쏟아내는 슈페펜부르크 중장의 전투 지휘 방식이 달갑지 않았다. 이런 것은 20년 전쟁때나 알맞는 것이지 현재는 아니었다. 그는 상황에 맞게 전술을 변화시키지는 못하고 있었다.
현재 에이센함대 7만 척 정도는 약 10만에 해당하는 자신들을 상대로 최선을 다해서 방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현재 전 전력을 짧은 시간에 강렬하게 쏟아내고 있고 에이센에 비해서 수적으로 앞서고 있는 자신들은 에이센 함대의 전열을 무너 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부끄러운 일이로군······’
짧게 투덜거리고 있던 래리였다. 그는 지휘관으로서 자제심을 잃기 시작하면서 가끔 소리를 질러대는 로드리게스 중장을 힐끗 바라보면서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조용히 머릿속에 그려 보았다.
에이센함대나 파츠 베이스 함대 모두 기진맥진할 때까지 전투를 벌인다. 하지만 현재 파츠 베이스 함대는 전력을 기울여 에이센 함대를 공격하고 있었지만, 에이센 함대는 이들을 상대로 잘 버티고 있었고 전열을 무너 뜨리지도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후방에 적어도 2만 척 가량의 예비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승패는 그 2만 척의 전함대에 의해서 갈리게 될 것이 뻔했다.
‘······보나마나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고 하겠지?’
래리는 이런 생각을 로드리게스 중장에게 털어놓고 싶었지만 내키지 않았다. 다만 그는 만일 그 2만 척의 에이센 함대가 반격에 나섰을 때를 대비해 자신의 함대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두어야 했다. 생각을 마친 래리는 조심스럽게 부사령관 베른트 소장에게 선두에 섰던 함대와 바리스타 부대를 후방으로 보내 재보급과 재편성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후방으로 말인가?”
베른트 소장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자 래리는 그렇다고 하면서
“선두의 전열이 꽤나 어지럽습니다. 보급 물자도 신경써야지 않겠습니까?”
래리는 자신이 슈페펜부르크 중장의 지위에 올라 함대를 총괄해서 통솔하게 되는 위치에 있게 된다면 이런식으로 전력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면 예비대를 따로 편성해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식으로 전투를 계속하는 것이 얼마나 병사들에게 고역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듣기로 슈페펜부르크 중장은 옛 백효연 대원수의 군인으로서의 행동에 따라 병사들의 사기를 유지하는 많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중장이지만 병사들이 먹는 것을 먹고 이들과 같이 지낸다고 했다. 그렇지만 래리에게는 슈페펜부르크 중장은 자신의 능력도 제대로 모르면서 더욱 큰 것만 잡으려는 바보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멍청한 녀석 같으니······’
병사들은 거의 24시간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전투에 임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사람이었다. 결코 기계가 아니었다. 이런식으로 피로도 조차 생각하지 않으니 슈페펜부르크 중장은 지휘관으로서는 실격이라는 생각을 했다.
래리의 의견대로 부사령관 베른트 소장은 로드리게스 중장과 협의해 휘하 2만 5천 척 중 약 8천 척의 함대를 후방으로 보내어 재보급을 서두르도록 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전력으로 에이센 함대를 공격하라는 사령부의 독촉은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었다.
‘이런 멍청한 녀석!’
래리는 슈페펜부르크 중장은 머릿속에 온통 공격밖에는 들어 있지 않은 무골충이라는 생각을 했다. 래리는 이제 양쪽 함대 모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부사령관 베른트 소장에게 바리스타 부대 전력의 1/3에 대해서 재보급과 재편성을 할 것을 다시 제안했다. 그렇지만 그런것은 베른트 소장이 단독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어서 다시 중장과 협의를 했다.
“병력을 자꾸 뒤로 돌려서 어쩌자는 건가?”
반쯤 짜증섞인 로드리게스 중장의 말이었다. 뭐하러 그딴 쓸데없는 짓을 하냐는 듯한 중장의 표정에 래리는 순간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멍청한 새끼······’
욕이 입까지 올라왔지만 래리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예비대를 편성해 놓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꽤 위험해 질 것 같습니다.”
“뭐가 위험해! 병력을 전선에서 차출할 수 없다! 그러면 공격력이 약해진다!”
로드리게스 중장의 말에 래리는 병사들이 무슨 기계냐는 생각을 했다.
“이상태로 가다가는 전선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아군은 재보급을 받지 못하고 거의 12시간 넘게 싸우고 있습니다. 중앙 함대의 경우는 거의 24시간 동안입니다.”
“보급이야 다시 받으면 그만이다!”
래리가 의견을 굽히지 않자 로드리게스 중장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면서 막 짜증을 냈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일부는 병사들을 쉬게 만들어서 에이센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예비대를 편성해 놓아야 합니다.”
래리의 말에 로드리게스 중장은 자신에게 도전하다 생각을 했는지 크게 화를 냈다.
“닥쳐! 애송이 자식이 뭘 안다고 그렇게 떠들어 대는 거냐! 네놈같은 겁쟁이는 펜대나 굴리고 있어!”
“상태가 위험합니다. 병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져서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대처할 수 없게 됩니다.”
래리도 지지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로드리게스 중장은 더욱 화를 냈다.
“네깟놈이 뭘 안다고 떠들어! 몇 번 운좋아서 전투에서 이긴 것 가지고 잘난체 하지마! 전투는 기세가 중요해! 초반의 기세를 높여 싸워야 한다! 전투를 모르면 가만히 있어! 후방으로 돌린 함대도 다시 정면으로 돌려!”
순간 래리는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사람이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두어서는 안되겠다 싶어 다시 입을 열려 했으나 베른트 소장이 래리에게 그만 두라는 신호를 보냈다. 부사령관의 날카로운 눈빛에 래리는 그대로 참을 수 밖에 없었다.
06시 10분 에이센함대 지휘관 뱅상 바리에 대장은 불러들엿던 1만 척 가량의 함대가 도착하자마자 이들을 선두로 내세우면서, 이제는 거의 궤멸 상태에 빠진 파츠 베이스 선두 함대를 향해 결정적인 일격을 날렸다. 그리고 그는 전력을 기울여 파츠 베이스 함대의 좌측면에 모든 사령부 예하의 병력을 투입해, 적의 측면에 집중적인 타격을 가하려 했다. 이제껏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던 1만 척의 함대를 최대한으로 이용한 전투였다. 그리고 그는 거의 재편성이 끝난 피어벳 중장의 함대도 다시 불러 들였다.
07시 40분 로드리게스 중장은 자신들이 지휘하고 있는 함대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갑작스럽게 함대의 좌측면으로 에이센 함대 1만 척이 빠르게 진출해 나오면서 격렬하게 빔과 미사일들을 쏘아 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은 눈깜빡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로드리게스 중장은 휘하 함대에 대항할 것을 지시했지만 병사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있었고, 정면 공격에만 치중하다가 갑작스럽게 측면에서 공격을 받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당황하고 있었다.
09시가 다 될 때까지 로드리게스 중장의 함대는 측면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에이센 함대는 로드리게스 중장의 함대쪽으로 1시간여 만에 3만 척 정도를 집중 투입해 냈다. 그리고 에이센 함대는 서서히 좌익쪽의 함열을 후퇴시키면서 우익쪽으로 감싸안 듯이 전진을 시도했다.
09시 30분이나 되어서야 상황을 판단하게 된 로드리게스 중장은 당황한 기색을 내보이면서 휘하 함대 지휘관인 로라 킬러 소장과 크리스토퍼 라비 소장의 함대에게 적의 진격을 막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렇지만 이 두 소장의 함대가 정면에서 쉽게 병력을 차출해 내지 못하는 사이 에이센 함대는 빠르게 파츠 베이스 함대의 전열 사이로 돌진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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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상황이 어찌 돌아가는 지 알수가 없군요…ㅡ_ㅡ;;;
작가넘을 옆에 묶어두고-개줄로 꽈악~!- 갈구면서 수정했습니다….
당췌…어떤 진영이 싸우는 것인지 감을 못잡겠더군요…이놈이 저놈같고, 저놈이 이놈같으니…;;
신 캐릭이 많아서 그런가…고치는 저도 이정돈데…읽으시는 분들은…ㅡ_ㅡ;;;
…이러니 출판사에서 ‘인물 계보도(?)’를 요구하지…쩝…
…근데…1-3권까지의 인물 계보도만…한글 2002로 10page니…쿨럭~!
…그것도 중요설정만 남겨놓은 것인데도 말입니다…ㅡ.ㅡ^
…에효…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