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85
리하르트황제력 261년 7월 13일 07시 정각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에서 눈을 뗀 그는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군복 위에 방탄복을 입고 그 위에 위장 무늬가 들어 있는 화생방 방호복을 걸쳤다. 그리고 그 밖에 군장을 메고 있으니 혹독한 훈련을 받아 익숙해지기는 했어도 꽤나 묵직하다는 느낌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는 방탄 헬멧과 개인에게 지급되는 일체형 통신기를 다시 한번 만지작 거렸다. 상태가 이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또한 방독면과 다른 장비들 모두 규정에 맞게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다.
장갑차가 전속으로 전진하고 있는 사이 주변에서 계속 크고 작은 폭발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었다.
“빌어먹을······빌어먹을······”
야이다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짧게 투덜거리면서 욕설을 내뱉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외부 상황을 모른 채 좁은 장갑차안에 앉아 기다리고 있잖으니 무척이나 불안할 것이다. 가끔씩 장갑차의 외벽에 총탄이 날아와 금속성의 음을 내면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와 그 불안감을 한층 더 가중시켰다.
“젠장······젠장······젠장······”
포탄의 충격파가 차체를 강하게 흔들거나 총탄이 날아와 차체를 강타할 때마다, 무릎 사이에 끼고 있는 폴 호스터 소총의 소염기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사람들은 모두 짧게 한숨들을 내쉬기 시작했다. 야이다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면 아무리 버둥대도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불안에 떨고 있는 동료들이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죽으면 그만인데 뭘 이렇게······’
바로 그때 요란하게 총탄이 장갑차에 와 부딪치기 시작하더니 장갑차 근처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면서 차량이 크게 흔들렸다.
“어어!”
차체가 상당히 크게 흔들리자 사람들은 모두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했다.
“모두 준비해! 적 방어선을 돌파해 냈다! 진입 30초 전!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장갑차 차장의 말에 야이다도 두 손을 모아 잡고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그 30초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지는 아무도 몰랐다. 어느 순간 장갑차가 정차하고 장갑차 후미의 탑승구가 완전히 내려갔다.
“어서 내려!”
바로 그 순간 요란한 폭발음과 무기 발사음이 한꺼번에 장갑차 속으로 빨려 들러왔다. 순간 정신이 멍해져 버렸다. 곧바로 장갑차에 장착된 100mm 캐논이 불을 뿜기 시작했고 이 것을 신호로 야이다를 비롯한 장갑차에 탑승하고 있던 강습해병대원들이 밖으로 뛰쳐 나왔다.
충분한 대지 포격을 가하고 바리스타들이 소탕전을 벌이면서 전진해 나갔다고는 하지만 곳곳에서 살아남아 있는 파츠 베이스군 잔당들이 반격을 가해왔다.
야이다는 소총을 들고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면서 자신의 옆에서 동료들이 저격을 당해 쓰러지는 것을 힐끗 돌아 보았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자세를 낮춰 조금 앞쪽에 있는 포탄 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저격당한 이들은 방탄복을 입고 있어 즉사하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그들을 도와주려 햇다가는 자신도 저격수의 표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야이다는 우선 엄폐물을 찾은 것이다.
야이다가 포탄 구덩이에 몸을 숨기자 마자 곧바로 대전차 빔이 날아 들어와 정차해 있던 장갑차의 장갑판을 녹여버려 큰 폭발을 일으키도록 만들었다. 그것과 함께 대전차 미사일들이 날아 들어오기 시작했다. 야이다는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장갑차가 미사일에 맞아 폭발하며 밀려드는 폭풍에 짧게 혀를 차면서 소총을 잡고 몸을 웅크렸다.
듣기에는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한 전투였다. 사령부가 판단하기에는 45일 동안 완전히 고립시켜 버린 뒤였기 때문에 지칠대로 지친 적을 상대로 손쉽게 승리를 따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야이다는 행성으로 강습함을 탑승하고 강하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일이 생각했던 것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거의 저항이 없을 것이라는 사령부의 예상과는 달리, 강하 예정 지점에서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파츠 베이스군 장당들의 대공포와 요격기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지상에 강하해서는 엘윈들의 정중한 환대까지 받아야 했다.
상륙 당일 여러가지 이유로 전사한 전사자만 해도 무려 15만 명에 이를 정도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그리고 며칠동안이나 상륙한 지점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다가 함대에서 대대적으로 공중지원을 받은 뒤 겨우 주변을 정리하고 전과를 확대 시키면서 여러곳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물론 가는 곳마다 실비아 현지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식을 감내해야만 했다. 현재 야이다는 헤케르 시티 외각에 위치한 우주함 발착장에 대한 공세에 참가하고 있었다.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는 있었지만 파츠 베이스군의 저항은 실로 대단했다. 헤케르 시티의 우주항은 적도 부근의 넓은 만안에 위치해 있었으며 본래 주변 경관이 매우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초원과 언덕이 계속해 이어지며 아름다운 해안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금속과 비금속이 교차하며 서로를 찟어 발기며, 자신의 피를 폐로 뒤집어 마시고 그 피에 빠져 익사해 버리기도 하며, 자신의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는 장소로 변해 버렸다.
야이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바리스타가 대전차 미사일에 맞아 비틀거리며 쓰러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다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자 야이다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자신과 함께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는 동료들을 한번 돌아 보았다.
그때 자신들의 뒤쪽에 있는 장갑차에서 발사한 100mm 캐논의 탄환이 공기를 찢으며 머리위로 스쳐 지나갔다. 그것과 비슷하게 그는 통신기를 통해 지휘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전진해라! 엄호하겠다!”
이 말에 야이다는 본능적으로 소총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 왼쪽 발이 딛고 있던 바닥이 조금 무너지며 발이 미끄러지기는 했지만 야이다는 정면으로 뛰어나갈 수 있었다. 정면에서는 아군의 장갑차에서 발사한 포탄이 작열하고 있었고, 포연과 폭발에 희뿌옇게 일어난 흙먼지 때문에 시야를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지만 이때를 노려 돌진해 나가야 했다. 적과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정면에서는 자신들이 돌격해 오는지 알고 있는 듯 기관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총탄이 비오듯 쏟아지자 그것에 맞아 일부 동료들이 쓰러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멈춰서서는 안되었기 때문에 야이다는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면서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계속 앞으로 달려 나갔다.
바로 앞으로 파츠 베이스군의 기관총 진지가 눈에 들어왔다.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야이다를 향해 화력이 집중되려고 하는 찰라 야이다는 간만의 차이로 근처에 있는 포탄 폭발로 생긴 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바로 근처에 있던 동료 몇은 미처 몸을 숨기지 못하고 총에 맞아 쓰러져 버렸다. 글자 그대로 총탄이 빗발치는 바람에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적들은 구식 병기인 로켓 추진식 수류탄을 발사하면서 공격해 들어오는 강습 해병대를 상대로 격렬히 저항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연락을 보냈는지 곧바로 장갑차와 공격헬기가 출현해 100mm 캐논과 로켓탄, 30mm 기관포로 적 기관총 진지를 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야이다는 그곳에는 이미 적이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헬기가 출현하기 바로 직전부터 기관총의 발사음이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 헬기와 장갑차들이 적 진지를 공격하고 있을 때, 근처 숲속에서 보병 견착식 미사일이 5발이나 연속해 공격 헬기를 향해서 날아 들어갔고, 보병 지원을 위해 머신건을 연사하면서 전진해 들어오는 장갑차를 향해서는 대전차 미사일과 대전차 빔이 동시에 날아 들어갔다.
야이다는 공격헬기가 맞아 격추되는 모습과 장갑차가 폭발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구덩이 속에서 등을 기대 누웠다. 주변에서는 일부 병사들이 일어서서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바보 녀석들이 한 자리에서 계속해서 총을 쏘다보니 저격수에 포착당해 이마에 총탄을 박은 채 뒤로 벌렁 넘어져 버리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바리스타에서 발사된 것 같은 빔이 근처를 스쳐 지나가면서 엄청난 열기를 전해 왔다. 후끈 달아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지는 순간 야이다는 반사적으로 화생방 방호복의 모자 부분을 뒤집어 썼다.
“빌어 먹을······빌어 먹을······”
파츠 베이스군은 잘 저항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머리 위로는 기관총을 연사하며 저지하고 있었고, 지원을 위해 들어오는 장갑차나 공격 헬기들에게는 미사일과 빔을 선사하면서 잘 싸우고 있었다. 이들의 격렬한 저항에 벌써 10여대의 장갑차가 폭발을 일으켜 불길에 휩쌓여 있었다.
“빌어먹을 놈들! 포병 놈들은 뭐하고 있는 거야! 이미 다 쓸어 버린 곳이라고 하더니!”
누군가 욕설을 퍼붓는 소리가 통신기를 통해서 똑똑히 들려오고 있었다. 야이다는 바로 근처로 바리스타 자카운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카운은 정면 자신들이 진격해야 할 쪽으로 빔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인병기들을 발사해 넣어 주고 있었다. 진격해야 할 쪽에서 갑자기 공격이 멈추자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지휘관들은 곧바로 돌격을 지시했다.
“공격하라!”
정면에서 로켓 추진식 수류탄이 바리스타를 향해서 날아 들어오고 있었지만 바리스타는 옆으로 슬쩍 비켜 서면서 그 공격을 회피해 냈다.
야이다는 한번 뒤를 돌아본 후 정면으로 뛰어 들어갔다. 적이 바리스타의 공격에 혼란에 빠져 있을때 재빨리 진격해야 했다. 자칫 다시 방어 태세를 재정비 한다면 피해만 극심하게 늘어날 뿐이었다.
“헉······헉······헉······”
야이다는 순간 자신의 앞쪽으로 무엇인가가 일어서려는 것을 보고 달려가면서 자동 소총을 연속해 사격했다. 모습을 드러낸 두 녀석 모두 야이다가 발사한 소총에 맞아 쓰러졌다. 그렇지만 이것을 신호로 참호속에서 움츠리고 있던 보병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동소총과 기관총으로 응사하기 시작했다.
야이다 옆으로 뛰어 들고 있던 병사 두 사람이 그 총격에 맞아 쓰러졌다. 야이다는 자동 소총을 완전 자동으로 놓고 적이 기관총을 발사하고 있는 쪽으로 탄창이 하나 빌 때까지 쏘아 댔다. 운이 나빴던 기관총을 잡고 있던 녀석이 뒤로 벌렁 넘어지는 것이 보이자 야이다는 탄창을 재빨리 바꿔 끼우면서 파츠 베이스군 병사들이 구축해 놓은 진지 속으로 뛰어 들었다. 곳곳이 파괴되기는 했지만 진지는 제법 잘 구축되어 있었다. 그는 근처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무어라 소리를 지르는 적 병사들을 향해 총을 쏘아댔다. 그리고 탄창을 미처 갈아끼울 시간이 없자 그대로 달려들어 개머리판으로 후려쳐 버렸다. 강습해병대원들 모두 파츠 베이스군의 참호 속으로 뛰어들어 백병전을 벌였다. 근접 전투에 들어가게 되니 일반 보병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파츠 베이스군 병사들에 비해 강도높은 훈련을 받은 강습해병들이 압도적인 전투력을 발휘했다. 잠깐의 시간동안 침착하게 탄창을 교환한 야이다는 자신쪽으로 덤벼 들어온 파츠 베이스군 보병의 가슴에 총탄을 먹여 주었다. 피를 뿜으면서 쓰러지는 상대의 옆으로 뛰어든 그는 강습해병의 위에 올라탄 채 대검을 뽑아 들고 찌르기를 하려 하고있는 파츠 베이스군 보병의 옆구리를 냅다 걷어차 버렸다. 상대가 비틀거리며 쓰러지자 야이다는 그 보병의 가슴패기를 군화로 밟고 총탄을 먹여 주었다.
다시 야이다쪽으로 두 녀석이 달려 들어왔다. 한 녀석은 총탄을 복부에 먹여 주었는데 다른 한 녀석은 총에 매달린 총검으로 야이다를 찌르려 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총을 비껴잡고 상대의 총검을 쳐 냈다. 그리고 총을 비틀면서 그 보병의 옆구리에다가 총알을 먹여 주었다.
“이겼다!”
그 순간 환호성이 들려왔다. 야이다는 통신기를 통해 들여온 이 환호성에 자기도 모르게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빌어먹을······”
파츠 베이스군의 고립된 진지 하나를 완전히 무력화 시키는 데에도 꽤나 힘이 들어 버렸다. 많은 수의 바리스타와 강습해병과 공간기갑병들이 우주항 시설 외각 지역에서 적군과 치열하게 교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야이다는 외각 지역에 고립된 진지 하나를 빼앗을 수 있었다.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 버렸다. 그는 탄창을 다른 것으로 바꿔 끼우면서 방금 자신이 옆구리에 총탄을 먹여 피와 내장을 쏟아 내면서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는 그 보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미 사망한 듯 했지만 몸은 아직 살아 있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싸울 당시에는 모랐지만 자세히 보니 체구가 좀 작은 것이 여자인 것 같았다. 야이다는 그 옆으로 다가가 발로 시체를 옆으로 뒤집어 보았다. 갓 20은 넘겼을까 싶은 아리따운 여성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는 입과 코에서 피를 뿜어내고 있었고 눈을 고통을 가득 담은 채 부릅떠져 있었다.
“후욱······”
야이다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그 여자 보병의 탄입대에 들어 있는 탄창을 빼내었다. 에이센과 파츠 베이스의 소총에 사용되는 탄약의 규격이 일치하기 때문에 상대를 죽이고 같은 종류의 탄약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발바이스 녀석들은 사용하는 총탄의 규격이 다르니 아예 적 총을 빼앗아 쏠 수 밖에 없었다. 야이다는 묵묵히 부족한 탄창 몇 개를 채워 넣었다. 그리고 그 시체를 뒤져서 어디 건빵 같은 식량이 있는 지를 찾기 시작했다.
“뭐하는 건가? 시체라도 강간 하려고 그러나?”
근처에서 살아 남아 있던 동료들이 야이다를 보고 다가왔다. 그가 적의 시체를 뒤지는 모습에 의아해 하는 것 같았다. 시체를 강간하려 한다는 말에 그 핏 웃으면서도 시체를 뒤지는 행위를 멈추지는 않았다.
“탄약하고 보급품이 필요하다면 지금이 기회야······”
야이다의 말에 동료들은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뭐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지 않냐?”
그렇지만 야이다는 필요할 때 챙겨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동료들은 삐죽한 표정을 지으면서 주변에 아직까지 남아 있는 동료들과 함께 전열을 정비했다. 야이다는 여자의 가슴 부분에서 가죽 지갑을 찾아 냈다. 그 안에는 가족 사진 같은 것과 얼마 간의 돈이 들어 있었다. 그는 지갑을 다시 넣어준 뒤 건빵 같은 것이 없다는 사실에 아쉬워 하면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른 시체를 뒤져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우주항 외각 지역은 대부분 점령하기는 한 것 같았지만 정작 중요한 우주항에는 제대로 접근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은 통신기를 통해 들리는 내용과 우주항 쪽에서 계속해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내린 결론이었다. 군 사령부에서는 되도록 우주항 시설을 고스란히 접수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래야만 어렵지 않게 많은 수의 병력과 물자를 우주항을 통해 내려 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야이다는 주변에서 불타고 있는 장갑차와 쓰러져 제대로 기동도 하지 못하고 있는 바리스타들을 바라보면서 다시 집결을 지시한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잠깐동안 눈을 부릅뜬 채로 죽어 있던 그 여자 보병의 모습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야이다는 그런 모습에서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지는 않았다. 너무 많은 죽음을 목격한 탓인지 그는 죽음에 대해 무감각해져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는 것 같았다. 주변에서 불타 오르는 매케한 냄새와 피와 살이 불타면서 내뿜는 역한 냄새들, 그리고 자신의 발 아래 밟히고 있는 흩어진 살점들이 이제 그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어디를 가나 똑같은 것들······’
야이다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잠시 하늘을 올려 보았다. 조금씩 연기가 걷히고 있는 사이로 보이는 햇살은 더할 수 없이 맑고 따사로웠다. 그는 왼손을 들어 태양을 한번 가려본 다음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겼다. 야이다를 마지막으로 모든 대원들이 모여들자 지휘관은 우주항을 공격하는 아군을 지원하러 간다면서 준비를 서두르라고 했다.
“망할! 이 전투 끝나면 제대라도 시켜 달란 말이야!”
강습해병대원들은 투덜거리면서도 장비들을 다시 챙겨들기 시작했고, 야이다도 이들 속에서 수통을 빼서 물을 한모금 마신뒤 지휘관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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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야이다 등장~ 우주전함이 있는 시대에도 땅개(…)는 존재한다!…를 보여주는 캐릭이죠…
가끔 돌아다니다 보면…보병이 왜 필요하냐고…그 돈으로 미사일이나 사자고…하는 아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전쟁의 기본은 ‘점령’에 있고…그것을 수행하는 최종단위가 보병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ㅡ_ㅡ;
군…그들이 없다면 자신이 누리고 있는 안락함은 느낄 수 없다는 것을…요즘의 세대는 잘 모르는 것 같더군요…
…그냥 넋두리였습니다…요즘 군의 위상이 말이 아니길래요…ㅡ_-
…응? 적고보니…엄청 아저씨 같은 말투잖아~!!! 이제 겨우 예비군 7년차가 끝났을 뿐인데~!!! 우워어어어~ *O*
…그러고 보니…내후년 부터는 민방위…저도 ‘아저씨’에 들어가게 되는 것인가요? 헐…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22…
좋은 주말 보내세요…비가 와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요….흐흐흐흐흐흐….(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검은 오러…)
…솔로천국! 커플지옥! ^_^)/~
…아 소제목 바꾸기 구찮다…걍 냅둘래…ㅡ_ㅡ
7월 15일 08시부터 09시 20분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파츠 베이스군의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그렘벨 기지 차원의 대책이 논의되었다.
기지 사령관 디아르고 콘스탄틴 준장은 올해 46세의 금발에 체격도 좋은 건장한 남성이었다. 그는 전형적인 야전 지휘관 타입의 인물로 꽤나 우수한 인재라고 평가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기지 소속의 순찰 함대 지휘관들과 바리스타 부대의 지휘관들이 모두 모여 거의 매일 그렘벨 기지의 절대 방위라인 근처와 그 안쪽에서도 계속 벌어지고 있는 교전 사태에 대한 대책이 논의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하루 동안 평균적으로 바리스타 10기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군에게도 비슷한 손실을 입혀주고는 있었지만, 계속 이런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면 견디기 난감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크라우프는 이 회의장의 말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일개 소령으로 기지 사령관이 주재하는 회의 석상에서 말을 꺼내기도 그러했고 별로 발언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회의에서 결론 내려진 것은 구축함과 경비함들을 이용한 지원 능력의 향상과 순찰의 강화였다. 어차피 원론적인 결론이 내려질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파츠 베이스군의 정확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 낼 수 없었고, 적들이 현재 네페르에서의 보복 차원에서 계속해서 군사 행동을 벌이고 있다는 자체적인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에 부족한 정보를 자신들에게 맞게 유리하게 판단 내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주변 경계를 강화하고 신속한 지원을 위해 구축함과 경비함의 초계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그렘벨 기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을 알 수 없으니······’
일단 회의장을 빠져 나온 크라우프는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긁적이면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파츠 베이스군의 도발이 상당히 심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그들이 네페르에서 철수하기는 했지만 아직 전투가 완전하게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위험한 대치인가?’
크라우프는 문득 파츠 베이스 군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들도 이렇게 국지적으로 도발을 계속한다면 똑같이 병력을 낭비시킬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왜 이렇게 소모적인 전투를 계속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여자 파일럿 잘 지내고 있나 모르겠군······’
적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전에 프로스베인에서 보았던 그 크림색 머리카락의 파츠 베이스군 여성 파일럿의 얼굴이 떠올랐다. 헬멧이 벗어지고 드러난 땀에 젖은 얼굴이 너무 아름다워 순간 자기도 모르게 키스를 해 버렸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아마 그녀는 큰 치욕으로 받아 들였을 것이다.
‘꽤나 성질 더러워 보였는데······아니 자존심이 강해 보였었지?’
그 여성 파일럿을 생각하다보니 네페르에서의 전투나 렘셰이드 기지 전투 등에서 보았던, 자신과 거의 비슷하게 움직임을 보이고 있던 파츠 베이스군 파일럿들도 생각이 나 버렸다. 크라우프는 그들과 결판을 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그런 녀석들이 있는 한 파츠 베이스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겠지?’
그는 고개를 잠시 좌우로 저어 생각을 떨쳐 버린 후 최근에 늘어난 파츠 베이스군의 도발 때문에 바리스타 대대의 초계 시간이 늘어 났다는 생각을 하며, 회의 결과를 알려주기 위하여 자신의 대대가 대기하고 있는 숙소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파츠 베이스군 소속의 공격 항공모함 바우터 크라이스호의 브리핑실에 엘레비아는 가볍게 하품을 하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자리에는 그녀를 비롯한 모크엔 행성계의 루세닌에 있는 제 13기지에 있던 바리스타 테스트 중대의 파일럿들이 전원 배석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실험기 X-10의 데이터를 토대로 개발된 신형 개발기인 MMP-PO-81-세우터를 수령하게 되면서 바우터 크라이스호로 전속되어 버렸다. 기지 사령관이었던 찰스 브룸버그 중좌도 기술 고문으로 똑같이 탑승하고 있었다.
엘레비아는 암브로이즈 번사이드 중위의 옆자리에 앉아서 조금 앞쪽에서 루밀과 칼루야 상위가 무엇인가 즐거운 듯 떠들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껏 지내 보면서 알게된 것인데 루밀은 칼루야 상위에게 꽤나 푹 빠져 있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잠자리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함께하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의 애정표현도 꺼리지 않았다. 루밀이 좋다고 먼저 달려들어 버린 것인지 둘이 어떻게 만났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둘이 꽤나 사이 좋은 것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엘레비아는 루밀을 격추시키고 일약에 기지에서 주목받는 파일럿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테스트 파일럿으로는 선발되지 못했다. 수집된 데이터에 엘레비아 자신만의 특이한 조종 패턴이 나올 수 있다면서, 기술자들은 같은 에이스 파일럿이기는 해도 교범적으로 조종하고 있는 루밀의 데이터를 보다 신뢰하고 있었다.
엘레비아는 같이 지내다 보면서 루밀이 무슨 53대 17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들을 수 있었다. 무엇인지 몰라 본인에게 직접 물어 보니 루밀은 피식 웃으면서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아! 그거?······나 말이야 53대 자카운을 격추시키고 17번 격추 되었다는 것이야. 그래서 그렇게 불리더라구~ 생각해 보면 운이 좋았지 뭐······웅~ 그럼 엘레비아 너는? 너는? 너는?”
자신의 별명에 대한 변명을 하던 루밀이 갑자기 얼굴을 바짝 들이 밀면서 엘레비아에 대해 물어 왔기 때문에 그녀는 순간적으로 엄청 당황했었다. 엘레비아는 이제껏 한번도 공식적으로는 격추된 적이 없었다. 그 크라우프라는 녀석에게 프로스베인 외각 지역에서 한번 당한 적은 있지만 그것도 공식적으로는 피탄당한 기체를 이끌고 귀환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나는 아직 한번도 없어······”
루밀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말끝을 흐리는 엘레비아의 대답에 루밀은 갑자기 혀를 쑥 내밀면서 볼멘듯한 소리를 해댔다.
“우에~ 싫다. 너 정말로 나보다 가슴도 크고 허리는 더 잘록하고, 으으으으으으!”
그때 그녀가 갑자기 흥하고 콧방귀를 끼면서 돌아서 버려서 황당 했었다.
그런것을 볼 때 루밀은 무척이나 성격이 밝은 아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종일 조잘거리고 시끄럽고 남을 황당하게 만드는 그런 면이 강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연인인 칼루야 상위는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 다소 과묵하고 멋있다고 해야할까, 무게를 좀 잡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이렇게 잘 어울린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공격 항공모함의 작전 장교와 찰스 브룸버그 중좌가 브리핑실 안으로 들어왔다. 칼루야 상위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작전 장교는 그냥 자리에 앉으라고 한 뒤
“자네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일이 될지 모르겠지만······최근 4주 동안 에이센의 그렘벨 기지에 대한 지속적인 바리스타를 사용한 공격이 개시 되었네······자네들이 이곳에까지 불려온 목적은, 다름이 아니라 세우터를 사용한 기만 작전에 투입되기 위함이다.”
작전 장교는 그 자리에서 15명의 파일럿들이 해야할 일과 공격 항공모함 바우터 크라이스호에서 해야 할 일을 브리핑해 주었다.
“위험하겠군요.”
브리핑을 듣고난 칼루야 상위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작전 장교는 위험한 일이기는 해도 현재 이들의 능력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이면서 마지막으로 선언을 하듯 말을 이었다.
“칼루야 상위. 자신 없으면 빠져도 좋다.”
작전 장교의 말에 그는 뒤쪽에 있는 중대원들을 한번 돌아 보았다. 모두들 괜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자 칼루야 상위는 으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해보겠습니다.”
그의 말에 작전 장교는 미덥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엘레비아는 칼루야 상위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말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자 브리핑실 안이 무척이나 조용해 졌다. 그때 갑자기 무엇인가 툭 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쪽으로 시선이 집중 되었다. 시선의 끝에는 루밀이 다소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작게 웃고 있었다. 루밀이 다리를 포개 얹고 있다가 내려 놓으면서 신고 있던 군화가 바닥에 큰 소리를 내면서 부딪쳤기 때문이었다.
“실례!”
작게 말하며 고개를 숙이는 루밀의 말에 작전 장교는 잠시 말없이 서 있다가 다시 한번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을 자세히 설명해 준 뒤 자리에서 떠났다. 브룸버그 중좌는 으쓱한 표정을 한번 짓고는 신형기인 세우터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한번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