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95
크라우프는 잠시 자신을 바라보면서 머뭇거리는 상대를 노려본 후 뒤로 물러났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 파일럿도 뒤로 물러섰다. 그들은 서로의 모습을 망막에 새기면서 일정한 거리를 물러섰고 잠시동안 상대를 바라본 후 거의 비슷하게 등을 돌렸다.
크라우프는 자신을 수용하기 위해서 다가온 기체들 쪽으로 다가갔다. 자카운이 빔 라이플을 조준하는 것을 보고 힐끗 뒤돌아 보니 어느새 그 신형기들이 접근해 있었다. 그는 가장 앞서 있던 다이레아 기체의 왼쪽 방패 부분으로 날아가 그것을 붙잡았다.
양측은 잠시 대치를 했지만 상대가 먼저 기수를 되돌렸고 크라우프도 더이상 전투를 수행할 수 없었으므로 다이레아들과 함께 이탈했다.
“괜찮으십니까?”
그때 통신기가 열리고 다이레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크라우프는 그렇다고 말을 받으면서
“얼마나 살아 남았나?”
그의 질문에 다이레아는 착잡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6명입니다. 우즌 리베라 중사는 디네스가 회수했습니다.”
“그런가? 알았다······”
그는 잠시 동안 방패와 자카운의 팔 사이에 있다가 어느정도 안전한 위치에 이르자 다이레아의 콕핏 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재빨리 콕핏 속에서 좌석뒤로 들어가 자세를 잡고 앉았다. 설마 자신이 이런 자세로 들어가게 될줄은 몰랐다고 생각하자 짧게 한숨이 내쉬어 졌다. 그의 뒤쪽에서 자신의 자카운과 엉킨 채 아직 파괴되지 않은 파츠 베이스군의 신형기를 향해 빔을 발사하고 있는 2기의 파츠 베이스군 신형기가 보였다.
‘데이터 불명기를 넘겨주지 않겠다는 건가? 젠장!’
크라우프는 다이레아가 신형기를 회수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짧게 혀를 차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데이터가 없는 적의 신형기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솔직한 심정은 살아난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이번에 자신과 동수를 이룬 적 파일럿은 그만큼 막강한 상대였던 것이다.
24일 02시 크라우프는 어빙 네이트호와 함께 그렘벨 기지로 귀환할 수 있었다. 장시간의 전투로 그의 지휘하에 있던 200명의 파일럿들 중에서 98명이 전사했다. 특히 크라우프를 따라서 최전선으로 투입되던 다이레아는 중대원들 중에서 5명을 제외하고 모두 전사해 버리는 비운을 맞았다.
“모두들 열심히 싸워 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크라우프가 묵묵히 경례를 올렸고 파일럿들은 묵묵히 크라우프의 경례를 받았다.
다행히도 중대장들 중에서 전사한 사람은 없었다. 크라우프는 에이린과 디네스가 끌고온 파츠 베이스군의 신형기를 바라보았다. 그 기체에는 기술자들을 주축으로 한 조사반들이 새까맣게 들러붙어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호기심 어린 눈을 한 채 파일럿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크라우프는 중대장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했다.
“자네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싸울 수 있었네. 그리고 무리한 작전을 결행한 점 미안하네······”
“아닙니다. 소령님······”
크라우프가 갑작스레 사과하자 중대장들은 다들 당황해서 괜찮다고 말을 했다. 크라우프는 이만 올라가서 쉬어 두라고 말하며 모두의 손을 한번씩 잡아 주었다.
전투는 의외로 간단하게 끝나 버렸다. 에이센군은 200척에 가까운 함정을 동원해 파츠 베이스 영토 내에서 공격 항공 모함을 격침시키려 작전을 계속 수행하려 했으나, 파츠 베이스측에서 무려 1천 척에 달하는 함대를 출격시키자 함대를 되돌릴 수 밖에 없었다. 양측은 서로 잠시 대치하는 듯 싶더니 에이센 함대의 철수로 전투는 막을 내렸다. 자칫 덕분에 대규모 교전으로 벌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 종결되어 버린 것이다.
02시 정각 시각 전선에서 후퇴하고 있는 공격 항공모함 바우터 크라이스 호로 귀환해 있던 엘레비아는 테스트 파일럿 15명 중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겨우 4명 뿐이라는 것에 경악했다. 칼루야 상위와 루밀, 그리고 번사이드 중위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전사해 버렸던 것이다. 모두들 조종에서 한몫을 하는 베테랑들이었는데 너무나도 쉽게 전사한 것이다.
“하는 수 없지 뭐······”
루밀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짧게 혀를 차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을 받았다. 엘레비아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가
“루밀······동료들이 이렇게 죽었는데······별로 슬프지 않아?”
엘레비아의 물음에 루밀은 으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양쪽 어깨를 들어 올렸다.
“뭐······실력이 없으면 죽는 건 당연한 것이겠지······일단 나는 살아 남았으니 다행이잖아! 그래야 죽은 사람들이 할 수 없는 것도 할 수 있고 말이야! 응? 응?”
루밀은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얼굴로 간단하게 말을 하면서
“죽는 것에 그렇게 신경쓰지 마······그나저나 엘레비아 이제 너도 기체를 한번 잃었구나······”
“······뭐라고?”
엘레비아가 화를 내려 하자 칼루야 상위가 루밀을 가로 막으면서 둘 사이를 중재하려 했다.
“그만해 루밀! 엘레비아! 모두 동료들을 잃은 것을 슬퍼하고 있어······어떻게 받아 들이든 그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그만이야······루밀 말대로 실력과 운이 따라주지 않는 다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런 전투다. 알겠어?”
“······예!”
엘레비아는 조금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칼루야 상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작게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어쨌건 타르고 중위. 자네도 루밀처럼 불사의 마녀가 되려는 건가?”
“예?”
의아한 얼굴을 하는 엘레비아에 칼루야 상위는 루밀도 예전에 소대장을 할 때 이런 경우도 여러번 있었다고 했다. 루밀이 인상을 쓰며 팔로 상위를 툭 쳐오자 그는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 안아 버렸다. 칼루야 상위의 돌발적인 핻동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루밀을 꼭 끌어 안은 채 그는 말을 이었다.
“루밀 이 녀석은 5번이나 휘하 부대를 전부 잃었었어······한때는 이 녀석 완전 폐인이 되어 버린적도 있었지······그렇지만 그들이 죽는 이유는 간단하다는 것을 알면 상관없잖아? 실력이 부족해서 죽은 거니까······운이 없어서 죽은 것이니까······나는 살아 남았다. 그러니까 살아 남은 나 자신······죽은 동료들을 위해 그 사람들 만큼 더 열심히 살고, 더 열심히 동료들을 죽인 놈들을 죽인다. 그리고 내가 죽는다면 내가 못한 삶을 다른 사람이 이어 받고 그리고 똑같이 열심히 살아 가겠지······”
그의 말을 듣던 번사이드 중위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고 엘레비아도 루밀이 장난기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면서도 그녀의 눈이 촉촉이 젖어 있는 것을 보고는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나와 버리는 자신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엘레비아가 울먹이기 시작하자 울지 않을 것 같던 루밀도 그 모습을 보더니 막 울기 시작하였고, 칼루야 상위는 당황해서 두 사람을 감싸안고 다독여 주느라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열심히들 살아 남아! 그럼 되는 거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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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후후후….휴~~~~~~~~ 늦었습니다…m(_ _)m
이유는 하루종일 음식 준비에 바빴다는 것도 있고…아, 집안에 여자가 어머니 한분밖에 없어서 남자들도 힘을 보태야 하거든요…물론 작가넘은 비축분 만든다면 땡땡이를…몰래 보니 비축분은 커녕 야동을 보면서 침을 흘리고 있더군요…바로 귀잡혀 끄집어내 일 시켰습니다…ㅡ_ㅡv
음…다른 이유 한가지는 어제와 비슷합니다…이번에는 19시 50분부터 고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고쳣죠…격추된 숫자가 묘하게 이상해서 작가넘과 30분 이상 비축분을 뒤져가며 고쳤습니다…쩝…
…작가넘의 허접한 글 실력은 어쩔 수 없더라는…쿨럭…ㅡ_ㅡ;;
추석 잘 보내십시요…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33…
…어제는 한자가 틀려서 왕 쪽팔렸슴…쩝…집으로 돌아오시는 길…편히 오실 수 있도록 기원해 드리겠습니다…^_^)/~
…아 소제목 바꾸기 구찮다…걍 냅둘래…ㅡ_ㅡ
7월 24일 10시 정각 크라우프는 그렘벨 기지의 사령관실로 향하는 복도로 들어섰다. 헌병 두 사람이 사령관실 입구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의 헌병은 모두 자동소총을 어깨에 멘채 마치 인형처럼 서 있었다. 그가 다가서자 오른편에 있는 헌병이 손을 들어 막았다. 그리고 왼편에 있는 헌병이 손에 들고 있던 출입 서류를 내밀었다. 크라우프는 그가 내민 서류에 소속과 성명을 기입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사무실에서 콘스탄틴 준장의 비서관들은 먼저 사령관을 만나는 사람이 있으니 크라우프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는 그말을 듣고는 사령관실 앞의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그렇게 넓지 않은 사무실이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가볍게 하품을 했다. 전투를 마치고 귀환한 후 한 숨도 자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계속 긴장하고 있는 와중이기는 했지만 갑자기 의자에 편히 앉게되니 졸음이 밀려와 잠깐 졸기라도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사령관을 만나기 위해 온 자리인 만큼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부른 거야······’
기지로 귀환한 후 일단 부하들은 모두 쉬어 두라고 하고 크라우프도 정리가 끝난 뒤 잠깐 잠을 청하려 했을 때 자신을 호출한 사령관이 마음에 걸렸다. 무슨 문제라도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졸음이 밀려오자 정신을 차리려고 시계를 보니 갓 10시 10분이 조금 넘어 있었다. 크라우프는 사령관을 만나러 누가 들어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자신을 찾은 이상 기다려야 했다. 7명 정도 있는 비서관들은 자기들끼리 조잘거리면서 크라우프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커피나 차라도 한잔 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런 것을 먼저 요구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렇게 기다리기 시작한지 거의 1시간이 다 되어서야 사령관실이 열리고 대령계급장을 단 중년의 여성이 걸어 나왔다. 참모 회의때 보았던것 같았지만 크라우프는 그녀가 누구인지는 언뜻 생각나지 않았다. 기다리다가 깜빡 졸뻔 했던 크라우프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경례를 올리자 그 중년의 여성은 크라우프를 힐끗 바라보더니 전혀 신경쓰지 않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비서관은 머쓱해 하는 크라우프에게 사령관실로 들어가 보라고 말했다. 비서관은 인터폰을 눌러 안에다 보고했고, 그는 잠깐 복장을 단정히 한 후 사령관실 안으로 들어갔다.
기지 사령관 콘스탄틴 준장은 자리에 앉아서 크라우프를 맞이했다. 그는 크라우프가 들어서자 사령관 책상앞에 있는 소파에 앉으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는 인터폰을 눌러 비서관들에게 차를 내오라는 말을 했다.
크라우프가 자리에 앉자 콘스탄틴 준장은 자신의 자리에서 몇가지 서류와 봉투를 집어들며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전투에 참가한 크라우프의 공적을 치하해 주었다.
“이번의 전투. 수고 많았네!”
“제가 할일을 했을 뿐입니다.”
언제나처럼의 대답이었지만 준장은 다소 흡족한 듯한 표정을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서류를 빼 들었다.
“귀관이 이번에 함대 전투를 지휘함에 있어 꽤 용감하고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했다고 하더군······”
“과찬이십니다. 저는 언제나 부족할 뿐입니다.”
크라우프의 대답에 콘스탄틴 준장은 피식 웃으면서
“먼저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겠지만 로드 멜비스의 사령부에서는 귀관의 이번 행동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네······어려운 임무였지만 귀관은 군소리 없이 수행해 주었네······그래서 자네만 괜찮다면 자네를 중령으로 승진시키고 배를 지휘하게 해주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저에게 함대를 말씀이십니까?”
그는 수면 부족으로 자신이 무슨 헛소리라도 들은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사령관 앞에서 반문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전투를 마치고 돌아오니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기지 사령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반문했던 것이다.
“아직 완전히 결정난 것은 아니네. 그렇지만 로드 멜비스에서는 자네의 중령 승진을 적극 검토하고 있네! 그리고 그 누구더라? 자네 휘하의 중대장 중에서 파츠 베이스군 신형기를 포획한 친구 있지?”
“네. 그렇습니다.”
크라우프가 다이레아의 굳이 이름을 말하지 않은 것은 콘스탄틴 준장이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한테도 훈장을 수여해 주겠네!”
“감사합니다. 각하!”
크라우프는 마치 기지 사령관이 자신을 승진시켜 주고 함대도 지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같이 깊이 감사를 표했다. 기지 사령관은 아직 확실한 것이 아니니까 너무 큰 기대를 하지는 말라고 말하면서 슬쩍 웃었다.
“이거······완전히 결정나면 알려 줄 것을 내가 잘못 했나?”
사령관의 말에 크라우프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해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이 기지 사령관이 자신에게 최대한 배려를 해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이겠군!’
크라우프는 그 이후에도 비서관이 내준 차를 마시면서 콘스탄틴 준장과 40여 분간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가 끝나자 준장은 괜찮다면 같이 식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크라우프는 피로함 때문에 식욕이 하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령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하는 수 없이 그와 식사까지 해야 했다.
13시 20분이 되어서야 크라우프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시에나와 다이레아도 피곤했을 테니 자신들의 방에서 잠자고 있을 것이다. 이제 그도 조금이지만 눈을 좀 붙여 둬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옷도 벗지 않은 채 침대로 몸을 던졌다. 몸이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크라우프는 곧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엘레비아는 무엇인가 밖이 소란스럽자 잠에서 깨어나 밖으로 나왔다. 많이 피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한숨 푹 자두고나니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그녀는 전사한 동료들의 빈방을 치우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보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분이 묘하게 나빠졌다. 병사들은 전사한 자들의 추억이 어려있을 물품들을 아무렇게나 상자에 담아 밖으로 꺼내놓고 있었다. 전사한 사람들의 소지품을 정리해 집으로 보내고 그 방에 다른 사람들을 받아야 햇기 때문에 병사들은 그녀의 기분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채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었다.
엘레비아는 그들이 텅 비어버린 방의 전등을 끄는 것을 바라보면서 기분이 착잡했다. 그렇다고 지금 혼자 있을 번사이드 중위를 찾아가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루밀이야 칼루야 상위와 한 침낭 속에 들어가서 잠들어 있을 것이다. 잠간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던 엘레비아는 무엇인가에 얻어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주공간에서 바이저를 접촉해 왔던 그 에이센의 파일럿의 목소리를 똑똑히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 목소리는 분명히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그 크라우프 페트릴이라는 녀석이었다.
‘그 녀석을 그렇게 만나게 되다니······’
엘레비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언제나 지니고 다니는 지갑 속에 있는 그 크라우프의 모습과 그 크라우프 녀석과 함께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검은 머리의 여성이 함께 있는 사진을 꺼내 들었다.
[······나를 이렇게 까지 몰아 붙이다니 황송한데······]그가 한 말을 떠올리며 엘레비아는 인상을 썼지만 손에 들고있는 사진을 구긴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말을 한 크라우프 녀석은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자신이 느끼기에도 그는 강한 상대였다. 자신도 그 녀석을 격추 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에는 똑같이 기체를 잃어 버렸던 것이다. 더욱이 자신은 테스트기나 마찬가지인 신형기를 가지고도 그와 겨우 동수를 이루었을 뿐이었다. 이것에 생각이 미친 엘레비아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사진을 다시 지갑에 집어넣었다.
전투 중에 기체를 잃어 버리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파일럿에게 피해가 가는 것은 없었다. 그렇지만 인사고과에는 기체를 자주 잃으면 좋지 않게 평가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루밀이 기체를 잃은 것이 17번이 아니라 꽤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함에 귀환했을 때 칼루야 상위는 루밀을 보내고 나서 루밀의 별명인 53 대 17이라는 것은 그만큼 루밀은 적에게 많이 격추 되었었다고 했다. 그리고 불사의 마녀라고 불릴만큼 수도 없이 격추 되었어도 몸에 상처 하나 없이 귀환한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다며 은근슬쩍 자랑을 햇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루밀은 본래 마음이 참 여리고 착한 녀석이었다고 말했다. 언젠가 부하들을 모두 잃고 자신만 살아 온 것 때문에 견디지 못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렇게 말한 칼루야 상위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동료들이 죽은 것을 어떤 식으로든 인정하지 않는다면 견딜 수 없다고 하면서
“루밀도 동료들의 죽음을 납득하기 위해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어쨌거나 전장에서 죽은 것······실력이 상대보다 모자라거나 아니면 운이 없어서 그런 것이지······우리가 화내고 이들이 죽어서는 안된다고 말을 해도 어쨌든 죽은 사람은 죽은 것이니까, 그 친구들 실력과 운이 없었으니 죽었다고 스스로 납득하는 수 밖에는 없지 않겠어?”
그의 말에 엘레비아는 수긍하고 있었지만 루밀같이 얄궂은 계집애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엘레비아의 이런 생각을 잘 알고 있는지 루밀은 자신이 죽더라도 자신이 실력과 운이 없어서 죽었다고 생각하라고 말했다. 참으로 얄궂은 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퍼득 정신이 든 엘레비아는 자신이 어느새 칼루야 상위의 방앞에 멈추어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엘레비아는 발걸음을 휴게실쪽으로 돌리면서 그 크라우프 녀석이 이곳 아이크에 와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는 그런 녀석은 잡아 죽이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때만큼 그 변태 녀석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도 참 많이 연약해 졌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 때문인지 기분이 참 묘했기 때문에 쉽게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
25일 09시 30분 크라우프는 간단하게 대대 주재 회의를 마치고 중대장들을 돌려 보냈다. 그는 다이레아와 시에나에게만 자신이 중령으로 승진 될지 모른다는 말을 했다. 시에나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꼭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축하해 주었다. 다이레아는 한참 생각해 보더니 아마도 확실히 승진될 것 같다는 대답을 해 주었다.
“어째서?”
크라우프의 물음에 다이레아는 이번 작전은 절대 방위 라인을 넘어 파츠 베이스군과 교전을 벌인 사건이었기 때문에, 군부에서 지대한 선전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이번일을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 효과?”
크라우프의 물음에 다이레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분명 소령님은 공격 항공모함을 포함한 파츠 베이스의 침공군에 대항해 경비함들만으로 이에 용감히 맞서 아군이 지원부대를 보낼 때까지 시간을 벌어 주었죠. 그러면서 직접 바리스타에 탑승해 적 전함들을 향해서 특공 작전마저도 수행했습니다.”
으쓱한 표정을 짓고 있던 그녀는 아마도 이 정도라면 충분하게 중령으로 승진 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약간 겸연쩍어 하는 크라우프의 대답에 다이레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령님도 예외는 아니시겠지만 최근 에이센군 내부에서는 전투중에 상관의 불합리한 명령을 거부하는 사태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전에 이미 그런 전과가 있으시던 소령님께서 불합리하다면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는 명령에 따라 전투에 나서서 상당한 전과를 올리셨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일이로군!”
그는 씁쓸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이레아는 엷게 웃고 있다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파츠 베이스 녀석들도 마음에 걸립니다. 혹시 이 녀석들 무슨 큰 도발을 숨기려고 이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이레아의 추측성 발언에 크라우프는 피식 웃으면서 조심스럽게 다이레아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렇게 생각된다고 해도 그런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하지는 말게······”
“설마 외고 다니기야 하겠습니까?”
그녀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26일 10시 그렘벨 기지의 보충대에서는 크라우프 대대에 신병들을 우선적으로 보충해 주었다. 그러자 대대의 절반 정도가 전투 경험이 전무한 신병들로 채워지게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나머지의 절반의 절반도 23일의 전투가 첫 실전이었던 친구들이었다.
디네스 펜터 호리스는 크라우프 대대에 50명 정도 남아있는 고참병 집단에 끼어 있었다. 그녀는 17살의 나이였지만 중사 계급장을 달고 있었고, 중대내에서 상당한 고참병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크라우프가 소위 시절부터 함께 한 사람으로서 시에나를 제외하고 가장 오래 크라우프의 지휘하에서 근무한 사람이었다. 이러는 사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서 스쳐 지나가 버렸다.
“왠지 신기하다.”
디네스는 에이린 잔 크라이튼 소위와 다이레아가 신입과 신참 소위들을 분류해 소대를 편성하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