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198
8월 19일 15시 30분 크라우프는 파츠 베이스 총리 피델 아론의 에이센군 철수 발언 때문에 한층 높아진 경계 태세 때문에 꽤나 심신이 지쳐 있었다.
파츠 베이스군들은 네페르로 전 전력을 기울여 에이센에 의해 강제로 점거된 자신들의 영토를 되찾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는 중이니, 혹시 아이크에서도 무력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그렘벨 기지의 콘스탄틴 준장은 크라우프에게 경계 태세를 결코 늦추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는 지휘 통제실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고 서류 작업과 여러가지 보고 사항들을 정리하느라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다이레아가 그를 곁에서 도와주기는 했지만 애석한 것은 그녀가 자주 그의 옆자리를 비운다는 것이었다. 참모가 됨으로서 할일이 많아진 그녀였고 그만큼 바쁘게 살도록 만든 것이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에 아쉽기는 했지만 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크라우프의 지시를 받아 다이레아는 전에 근무했던 부대가 남기고간 보급 물자 재고를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재고량이 실제 기록된 서류보다 매우 적게 남아 있었다는 데 있었다.
단순히 전투 부대의 지휘관 역할에만 만족하고 있었던 다이레아는 오히려 이렇게 참모로 지위가 올라가게 되면서 할일이 많아지게 되자 점점 짜증이 많아졌다. 보고서를 작성해 올려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지휘 통제실로 에이린이 들어와서 작전 관계의 보고를 할때 자신도 그 자리에 끼고 참견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있었지만 꾹 참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함대 군수장교와 함께 재고 물품 조사를 하면서 창고에 적재되어 있는 물품이 서류와는 너무 차이가 나자 크게 화가 나서 들고 있던 물품 목록표를 내던져 버렸다.
“망할! 이거 완전히 엉터리로 해 놓은 것 아니야!”
최전선 기지이므로 창고에 군수 물자가 가득 들어있기는 해도 서류상으로는 대부분 엉터리로 기재되어 있었다. 대부분의 물자 중 꼭 필요한 것은 얼마 없고 필요없는 것만 잔뜩 쌓여져 있었다. 심지어는 바리스타 부품들 중 완전 조립된 바리스타의 양쪽 다리 부분 파츠 3천 박스를 조사했을때, 서류상에는 분명 오른쪽과 왼쪽이 각각 1,500개씩이라고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실제 조사해 보니 우습게도 오른쪽 다리 부분 파츠만 3천 개 있었다. 이런 짓거리에 크게 화를 내는 다이레아에 군수 장교는 그녀가 집어던지 목록표를 주워 들면서 다시 정확하게 물품 목록을 만들자고 말했다.
“그래요! 미안하네요.”
다이레아는 화를 냈던 자신이 슬몃 부끄러워져 군수 장교가 내민 물품 목록표를 받아 들었다. 그녀는 부족한 것은 크라우프가 다시 요청해 받아다 줄 것이니 자신이 좀 고생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의욕을 불태우며 일하기 시작했다.
20년 전쟁 기간 동안 오랜 전쟁으로 바리스타의 요구량이 많아 지면서 수많은 바리스타들이 대량으로 생산되어 졌다. 바리스타 개발에 대한 제한이 풀리고 막대한 자금 지원이 있게 된 그 당시, 최전선으로 보내진 바리스타들은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고성능 기종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7년 전쟁 초반만 해도 구식의 아이바쿠를 기본으로 하는 바리스타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7년 전쟁 전쟁 후반과 제 1차 바르디아 원정 전쟁 당시에는 혁신적인 개념의 막강한 성능을 발휘하는 바리스타들이 대량으로 생산되어 실전 부대에 배치, 운용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고성능 기체라고 해도 최전선에서 1개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에 있었던 것이다. 단시간에 많은 수의 변형 기종이 생산되고 여러가지 목적의 바리스타들이 개발되면서 최전선에서 직접 실전 부대의 바리스타들을 정비, 운용,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정비사들을 훈련시킬 시간이 부족해 졌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신형기체들이 계속 공급되었고, 이들 기체에대한 사전 교육을 받지 못한 정비사들은 고질적인 순정부품의 부족현상과 싸우면서 매일 바리스타를 수리하기 위해 창의성을 발휘해야 했다. 자신들이 교육받지 못한 바리스타가 수리받기 위해 들어오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제 아무리 최신형의 고성능 기체라고 해도 최전선의 열악한 정비 환경 덕분에 1개월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고철로 변하여 기지 주변에 내버려 졌다. 이런 바리스타 종류의 다양화는 보급 문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보급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 주었다.
이들 문제점에 견디다 못한 군부가 20년 전쟁 중 드러나게 된 이러한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실행된 것이 통합 정비 계획이었다. 중구난방식으로 제작되어 최전선으로 배비되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바리스타들을 통합해 최상의 성능을 발휘하게 하고 정비 효율도 뛰어나게 만들자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의 일환으로 바리스타들에 사용되는 부품들이 규격화 되고 바리스타의 파츠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기본적인 바디에 로켓추진기가 내장된 백팩을 결합하고, 바디에 팔다리를 결합하고, 두부를 합체하면 곧바로 바리스타를 움직여 전투에 나갈 수 있도록 생산되어 졌다. 이 덕분에 긴급시에는 바리스타의 파손된 부위를 떼어내고 다른 정상적인 파츠를 붙여 전투력이 저하되는 일이 없도록 정비 효율을 최대로 높인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바리스타의 예비 파츠가 매우 중요한 것이 되어 있었다.
다이레아는 물품을 정리하고 확인하기 위해 데리고 온 병사들이 무엇인가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들으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센이 탈환하게 된 네페르를 파츠 베이스 녀석들은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공격하려 한다는 것이 참으로 기분 나쁘다고 말하는 병사들에 피식 웃음만 지었다. 이들은 뉴스에서 본대로 네페르에서의 지상전이 거의 마무리 되고 시가의 대부분을 에이센군이 장악했다고 하면서, 500명 정도의 사상자만 발생한채 네페르의 중심 도시 헤케르 시티를 점령했다는 것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말을 했다.
그들은 500여명의 사상자 중 전사자가 150명 정도라고 방송에서 보도되었다면서 그정도의 피해만 입었다면 별것 아닌 전투였을 거라며 떠들고 있었다. 다이레아는 정확한 것은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실제 전사자는 그것의 10배나 100배 쯤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본래 전과는 부풀려지고 피해는 축소되는 것이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이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병사들에게 굳이 이런 짐작들을 인지시키거나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장교 휴게실에 앉아 다른 장교들과 함께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네페르에서의 지상전이 종료 되었다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파츠 베이스군 잔존 병력들이 거의 소탕된 상태에서 시가전을 벌이면서 500여명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그중 전사자가 150명 정도 발생했다고 뉴스에서는 보도하고 있었다.
뉴스의 자료 화면에서는 에이센군이 중화기를 동원해 파츠 베이스군 잔존 병력이 에이센군 병사들을 향해 저격을 개시한 건물을 날려 버리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고, 적으로부터 압수한 무기들이 길거리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압수한 구식 닐스 헤더 소총과 다량의 탄약, 그리고 약간의 로켓 추진식 수류탄 발사기들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리고 보통 3, 40대 정도의 나이로 구성된 파츠 베이스군 잔존 병력과 게릴라 대상자들이 끌려나와 포승에 묶인채 줄줄이 앉아있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의 주변에서는 승리감에 도취된 에이센 병사들이 소총을 허공에다 발사하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이어 병사들의 인터뷰도 보도 되었는데, 인터뷰의 대상자들은 하만 바이파와 프로스베인 소속의 보병대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겼어요! 이젠 집에 간다구요!”
뉴스에 나온 아직 10대 소녀 티를 벗지 못한 보병대 소속의 여자 병장은 이제 작전이 끝났으니 집에 간다고 하며 환하게 웃고는 카메라 앞에다 대고 입술을 쑥 내밀면서 키스를 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크라우프는 그러한 뉴스에서 보여지는 인물에 시선을 주는 대신 배겨으로 보이는 파괴된 시가지의 모습에 시선을 주었다. 그는 그 모습들을 유심히 바라보고는 조금 깊숙하게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 앉으면서 전투가 꽤 격렬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비록 방송에서는 시가에서 크게 파괴되지 않은 부분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가끔씩 비춰지고 있는 완전히 무너지거나 불에 탄 건물들의 모습에서 시내에 바리스타가 투입되어야 했을 정도로 적의 저항이 격렬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참동안 뉴스를 시청하던 크라우프는 어디에서도 파츠 베이스군의 지휘 사령부를 점령했다는 소식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겉으로만 드러난 평화로군!’
뉴스를 보고 있던 그는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포로들이 대부분 3, 40대의 남녀 라고 한다면 분명 20년 전쟁에 참가했던 예비군들이 자체적인 방어에 나선 것일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예비군들이라······’
저렇게 쌓여있는 많은 수의 닐스 헤더 소총을 보건데 에이센군에 저항했던 주축이 헤케르 시티에 소속된 예비군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년 전쟁이 끝나고 전쟁에 종군했던 많은 사람들이 제대하면서 지급 받은 자신들의 소총과 군장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파츠 베이스군은 에이센처럼 폴 호스터 소총으로 닐스 헤더 소총이 대체되지 않았을 테니, 파츠 베이스군 예비군 사단의 총기는 닐스 헤더가 주축일 것이 분명했다.
‘엄청나게 싸웠겠군······’
일단 시가전에 들어가게 된다면 중장비를 앞세운 우수한 군대라고 해도 많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고층 빌딩이 많고 고층건물이 많은, 고도로 발달된 도시인 헤케르 시티에서의 시가전에서 겨우 150명 정도의 전사자만 발생했다면 도시가 저항없이 항복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바리스타까지 시가로 진입시킬 정도의 전투가 벌어졌는데 전사자 150명이라는 보도는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많은 수의 사람들은 뉴스 보도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믿고 있었다. 계속해 뉴스를 내보내고 이 장면을 전국에 중계해 주는 방송 채널이 에이센 공용 방송의 뉴스 하나 뿐이니 당연한 것인지 몰랐다.
‘원 참······’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크라우프는 허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쟁 보도가 끝난 다음 방영된 것은 지난 하만 바이파 행성계의 고비엘트리턴 행성의 슈필 테이레 시티 폭동에서 시민들에게 발포한 책임자로 슈필 테이레 시티의 시장이 총살형으로 공개 처형되었고, 부시장과 치안위원회 소속 민회 의원 15명이 황제의 명령에 의해서 모조리 처형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 경찰국장과 부국장을 비롯한 경찰 간부들과 당시에 가장 먼저 발포 명령을 내렸던 경찰 부대 지휘관이 사형 판결을 받고 사형이 집행 되었다는 내용도 이어지듯 보도 되었다.
또한 군 내부에서도 파츠 베이스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던 많은 사람들이 사형에 처해졌다는 보도도 방송되었다. 대략 그 폭동 사건으로 처형된 공직에 몸담고 있었던 사람이 100명 선을 가뿐하게 넘어섰다는 내용이 나오자 크라우프의 주변에 있던 장교들 사이에서는 낮은 욕설이 흘러 나왔다. 그리고 이것과 동시에 민간에서 폭동을 일으키도록 선동한 선동자들 300여명 전원이 사형 판결을 받고 단 4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전원 사형 집행 되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장교들 사이에서는 짧은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대단하군!”
그 소리를 들으면서 크라우프는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 뉴스가 끝나자 장교들 사이에서는 열띈 토론이 전개 되었다. 대체적으로 군인으로서 시민들을 지키지 못할망정 이들에게 총을 쏘라고 한 녀석들을 죽어 마땅하다고 말하며, 폭동을 선동한 반역자들에게도 사형이 집행 되었으니 잘된 일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는 듯 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던 크라우프는 가볍게 하품을 했다. 그는 팔장을 낀 채 계속해 뉴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을 떠들던 장교들은 묵묵히 앉아 있는 크라우프가 신경쓰이는지 눈치를 보면서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조금 눈치가 보이자 크라우프는 가볍게 웃어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밖으로 나왔다. 계급이 높아지니 부하들과 쉽게 어울릴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그였다.
고참병의 수가 적어지자 일에 치이게 된 시에나는 저녁때나 되어서야 자신의 방으로 찾아왔고, 다이레아는 하루종일 일에 매달려 있었다. 크라우프는 자신이 꽤나 바쁘게 일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무척이나 한가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괜찮다면 시에나를 준위로 승진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라티시드 상사도 마찬가지로 준위로 승진시켜 임관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각해보던 크라우프는 디네스도 중사에서 상사로 승진시킬까 하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다이레아를 비롯한 참모와 다른 중대장들과 충분한 협의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굳었던 표정을 풀면서 발걸음을 옯기기 시작했다.
‘원 참······’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바리스타 격납고를 내려가 보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뷰렉 기지에 있는 26척의 전함과, 가장 중요한 병기인 바리스타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를 막 마친 뒤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느린 듯 꽤나 여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내려왔기 때문에 누구도 기지 사령관이 바리스타 격납고에 내려왔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크라우프가 부임한지 얼마 안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의 얼굴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크라우프는 발레리 미구엘 중위를 대위로 승진시켜 마가렛 디어첼 호의 수석 정비사로 데려왔고, 이에 따라 그녀는 현재 뷰렉 기지의 수석 정비사 직을 맡고 있었다.
그녀를 끌어오게 된 것은 쉐프턴 소령이 먼저 발레리와 잘해 보고 싶으니 도와 달라고 간곡히 청해왔기 때문이었다. 에에 크라우프는 크게 웃고는 곧바로 조치를 취했다. 그녀를 승진시킬 때 약간의 잡음이 있었지만, 발레리가 경력 10년에 달하는 베테랑 정비사라는 점 때문에 별다른 무리 없이 발레리를 끌어 올 수 있었다.
발레리가 몇몇 다른 건장한 체격의 남자 정비사들과 무엇인가 대화를 나누면서 식당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크라우프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는 바리스타들을 둘러 보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제대로 정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발레리가 꽤나 꼼꼼하게 일은 잘 처리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격납고를 지나쳐 그 뒤쪽에 있는 부품 저장소로 걸어 들어갔다. 왠일인지 잠겨 있길래 기지 사령관이 가지는 마스터 카드로 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안쪽에서 짧은 비명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그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즉시 허리춤으로 손에 내려 갔지만 허리에 차고 있는 권총이 없었다. 지휘통제실에 맡기고 나왔다는 사실이 생각나자 크라우프는 낮게 혀를 찼다.
그는 상황를 몰랐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앞으로 향했다. 가는 신음 소리 같은 소리들이 들려와 젊은 남녀가 서로의 애정을 불태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렇지만 낮게 지껄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여럿이었고 가는 신음 소리 같은 비명은 하나 뿐이자 크라우프는 바짝 긴장하며 조심스레 발걸음을 옯겼다.
컨테이너채로 쌓여있는 부품들의 옆을 스쳐 지나가 조심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소리가 나는 것은 벽면과 조금 떨어진 채로 있는 공간에서 였다. 그는 잠시 부품 컨테이너 위로 조심스레 올라갔다. 그런뒤 발소리를 죽이고 앞쪽으로 걸어갔다. 무엇인가 찟는 소리가 들려오고, 입이라도 틀어 막았는지 여자가 지르는 소리는 큰 것 같으면서도 크게 울려 퍼지지는 않았다.
“닥쳐! 이 씨발년아! 너 같은 년이 이곳에서 설쳐대는 것이 나는 정말로 역겨워! 알겠어?”
크라우프가 조심해서 다가가니 검은색 반 곱슬 머리카락의 키가 제법 큰 백인 여성이 거구의 사내 셋에게 둘러 쌓여 있었다. 한 녀석은 손으로 입을 틀어 막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칼을 들고 여자의 가슴 부분을 찟어낸 듯 보였다. 바지도 벗겨져서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강간인 것이 분명했다. 망할 자식들이다. 군에서는 강간죄가 가장 무서운 축에 끼는데도 불구하고 셋이서 집단으로 성폭행 하려는 것 같았다. 여자를 위협하는 것이 총을 쓰게 되면 쉽게 발각되니 칼을 쓰는 것 같았다.
‘빌어먹을! 뭐야 도대체······’
크라우프는 그 남자 녀석이 여자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만지면서
“이년 이거 봐라 꽤나 풍성한데······앙!”
그가 욕을 퍼부어 대면서 칼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 보였다. 여자가 놀라 반항하자 주먹과 무릎으로 복부를 찍어 버렸다. 복부를 얻어 맞은 여성은 잔기침을 캘룩 거리는 것 같았다.
“힛힛! 이 년 분명 아래쪽은 더 풍성할 꺼야!”
크라우프는 그 사내 녀석들이 여자의 팬티를 잡고 칼로 팬티를 쭉 찟는 것을 보았다. 칼든 녀석에 잡혀 있는 여자가 다칠 것이 걱정 되었지만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팬티가 칼에 찟겨 지자 여성이 놀라 몸부림치는 순간 크라우프가 머리 위에서 뛰어 내렸다.
무엇인가 쿵하는 소리에 놀라 뒤돌아본 녀석은 그 순간 비틀거리면서 쓰러져 버렸다.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 그 녀석이 배를 붙잡고 쓰러져 버렸다. 크라우프는 갑자기 동료가 쓰러지자 놀라는 사내들에게 덤벼 들었다.
상대가 체격이 컸기 때문에 잡히면 좋지 않았다. 발차기로 한 녀석의 가슴팍을 걷어찬 뒤 다른 한 녀석이 덤벼 드는 것을 팔을 잡고 비틀면서 그대로 냅다 업어쳐 버렸다. 바로 그 순간 어디에서 나왔는지 쇠파이프를 들고 한 녀석이 크라우프의 등을 후려쳐 왔다. 크라우프는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그것을 피하면서 반사적으로 몸을 회전시켜 쇠파이프를 휘두른 사내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가격했다. 본래는 관자놀이나 턱, 혹은 목을 노렸겠지만, 그렇게 되면 자칫 죽일수도 있었기 때문에 갈비뼈만 부러뜨리기로 한 것이다. 우드득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그의 팔꿈치에 얻어맞은 사내는 짧은 비명을 지르면서 옆구리를 부여잡고는 주저 앉아 버렸다.
“젠장!”
그 녀석이 나가 떨어지자 다른 녀석들은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여겼는지 칼을 겨누고 있다가 쓰러진 자를 끌고는 재빨리 달아나 버렸다. 크라우프는 그 녀석들이 밖으로 도망쳐 나가자 자신의 가슴을 양팔로 가린 채 벽에 등을 기대어 서 있는 여성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크라우프가 손을 내밀자 소스라치게 놀라 했다.
“무서워 하지마······너를 도와주러 왔어······”
크라우프가 부드럽게 말하면서 다시 손을 뻗자 그녀는 주저하면서도 손을 내밀어 그를 받아 들었다. 크라우프는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던 그 여성의 얼굴을 자세히 몰 수 있었는데, 뜻밖에도 에이린이었다. 그녀는 사내들에게 얻어맞은 듯 입가가 찟어져 피가 맺혀 있었다. 크라우프는 조심스럽게 에이린을 달래 주고는 자신의 상의를 입혀 남의 눈을 피해 자신의 방으로 데려 왔다. 다행히도 저녁식사를 막 마친 뒤였기에 사람들이 대부분 쉬고 있었고, 크라우프와 에이린은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은 채 데려올 수 있었다.
“좀 진정해!”
크라우프는 겁먹은 듯한 그녀를 다독여 주면서 브랜디를 병째로 내 주었다. 마시면 좀 진정될 것 같아서였다. 그녀가 좀 진정된 듯 하자 헌병에게 연락해 에이린을 강간하려 했던 녀석들 모두 처벌하자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럼 제가 바르디아인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다 알게 되잖아요.”
나직한 에이린의 말에 크라우프는 무슨 말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망할! 그 자식들 너를 강간하려 했어! 자칫 죽였을 지도 모른다고. 내가 지휘하는 곳에서는 그런 꼴은 못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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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드디어…약점을 잡은 크라우프…곧 작업에 들어가겠군요…흠…다이레아와 같은 케이스…
…흐흐흐흐흐흐흐흐흐…할렘전선 이상없다~!!…입니다…
드디어 연휴가 끝나고…출근하게 되었군요…아…싫다 정말…
아 그리고…본문주의 통합 정비 계획…건담의 그것과 같다고 뭐라 하실 분이 계실 듯…
모티브는 그것이 아니라…2차대전때에 독일군이 시행하려 했던 계획에서 따왔습니다…(ex. E-시리즈 전차계획 등…아시는 분은 아실 듯…)
정확히 말하자면 건담도 독일의 그것을 따왔지요…^_^;; 아닌가? ( __)a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37…
테르미도르님과 엘리미아님께서 해주실 오타지적…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지적해 주세요~ 오타찾아 삼만리….^_^)/~
…아 소제목 바꾸기 구찮다…걍 냅둘래…ㅡ_ㅡ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크라우프를 바라보며 에이린은 다시 좀전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녀가 겁에 질린 듯 하자 머쓱해진 크라우프는 뒷머리를 거칠게 문지르며 고개를 조금 옆으로 돌렸다. 에이린은 떨고 있는 손을 들어 크라우프가 내어준 브랜디를 병째 들어 마셨다. 그리고 겨우 진정을 한 듯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중령님은 모르세요······제가 바르디아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사람들이 절 어떻게 보겠어요?”
“그럼 아까 그 녀석들도 에이린이 바르디아인이라서 그렇게 한 거야?”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크라우프는 에이린이 폭행당하고 강간을 당할뻔 했다는 증거가 있으므로 그 자식들도 찾아 낸다면 쉽게 찾아내어 처벌할 수도 있을 텐데도, 자신이 바르디아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것이 더 두렵다는 듯 말하자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군내에서 강간에 대한 에이센의 처벌은 꽤 무거웠다. 군대를 구성하는 인원의 절반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이런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이 강력하지 않다면 결코 사고를 방지할 수 없었다. 법이 무서워서라도 강간을 할 수 없었고, 만일 피해 여성이 고소한다면 상대는 아예 사회에서 매장 당하게 될 정도로 그 처벌의 강도는 강했다. 강간 사건은 대부분 여성 헌병 조사관의 배석 아래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 그 강간 행위자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잡고 그 자에 대한 처벌이 결정되었으며, 그 처벌의 강도는 사회의 그것보다도 강했다.
크라우프는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에서 이런식의 강간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에이린이 원한다면 그 자식들을 잡아다 법이 허용하는 최대의 범위내에서 엄격하게 처벌할 작정이었다. 그렇지만 에이린은 자신이 폭행을 당하고 강간을 당할 뻔 했다는 사실보다 자신이 바르디아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더 두려워 하는 것 같았다.
“도데체 무슨 말이야!”
“제발요. 저 이런 사실 잊어 버릴테니까 없었던 일로 해주세요. 만약 제가 바르디아인이라는 거 밝혀 지면······흑······저 어떻게 이곳에 있어요!”
오히려 에이린이 울먹이며 크라우프에게 애원했다. 그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조금 기분이 이상해 졌다. 잠시 그녀가 훌쩍이는 것을 바라보던 크라우프는 에이린의 속옷이 찟겨져 있는 것을 보고는 말없이 자신의 방에 있는 시에나의 속옷을 꺼내 건네 주었다.
“······아? 왠 여자 속옷이에요?”
남자인 그가 여자 속옷을 내밀자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 에이린에 크라우프는 딴 생각하지 말고 어서 갈아 입으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뒤돌아 섰다.
뒤쪽에서 에이린이 주저하면서 다 찟어진 군복을 벗고 옷을 갈아 입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들은 크라우프의 민감한 청각을 묘하게 자극해 왔다. 크라우프는 조금 이상한 생각이 떠오르려 하자 이내 고개를 저어 그 생각을 떨쳐 버리고는, 곰곰이 에이린이 자신이 바르디아인임이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되짚어 보았다.
에이린이 옷을 모두 갈아입고 다시 브랜디병을 들어 마셨을 때 크라우프는 힐끗 뒤돌아 본 후 돌아섰다. 에이린은 다소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기는 했지만, 아까보다는 많이 진정된 듯 보였다. 그녀가 조금 진정된 듯 하자 크라우프는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솔직히 나는 잘 몰라······바르디아 인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나는 그런 것을 모르니 뭐라고 말을 할 수 없겠지······하지만 잘 생각해봐. 에이린이 바르디아인이라는 것을 감추고 싶어하지만, 에이린에게 그런 짓을 하고도 멀쩡히 처벌받지 않고 돌아 다니는 녀석들이 에이린을 바르디아인이라고 떠들고 다닐 것 아니겠어? 그럼 계속해서 이런 일을 당하게 될지 몰라······”
“······그럼 난 어떻게 해요. 지금 이곳에 있는 병사들······바르디아인이라고 하면 화부터 내요······20년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자신들의 동족들을 죽이고······결국에는 자신들에게 망한 하층민들이라고요······그리고 아까 그 세 녀석들 모두 자기 부모님이 바르디아 전쟁 때 전사했다고 하면서 저를 보면서 바르디아 녀석들은 다 죽이고 싶다고 했어요······”
크라우프는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현재 군인이 되어 있는 병사들 상당수가 가족들이 전쟁에 나가 전사한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아버지나 어머니, 삼촌이나 이모 쪽에서 바르디아 전쟁에 참가했다가 전사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또는 가까운 친지가 그들에게 살해당했다고 부모님들께 들었을 것이고, 20년 전쟁에 참가했다가 귀향했을 부모님들이 바르디아 소식만 나오면 자신의 자녀들에게 바르디아인들에 대해 얼마나 욕을 했을 것이며, 이것을 보고 들으며 자란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사랑하는 부모님들이 전쟁에 참가했다가 죽은 형제, 자매들을 떠올리며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바르디아인들에게 적대감을 키워 갔음이 짐작이 갔다. 그러니 무조건 바르디아인이라면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에이린이 그런짓을 당하고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제발 그만해 주세요. 제가 바르디아인 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저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에이린이었다. 그녀는 다시 술병을 들어 마셨다. 크라우프는 자신을 강간하려던 녀석을 그대로 덮어두려 할 만큼 그것이 두려운 일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녀의 입장이 조금 이해는 갔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차라리 떳떳하게 밝히고 자신을 인정 받아야 할 것인데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앉아있는 에이린을 보면서 크라우프는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시에나가 안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이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시에나가 크라우프의 방을 출입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 손님이 계셨네? 앗! 중대장님!”
시에나는 가볍게 경례를 올리려다가 방안에 에이린이 있자 흠칫 놀라는 얼굴을 했다. 그녀는 에이린의 얼굴에 맞은 자국과 찟겨진 군복이 눈에 들어오자 당황스럽다는 얼굴로 자신을 돌아보는 크라우프를 바라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한마디 했다.
“정말로 너무하는군······중대장님이 말을 안들었어? 왜 여잘 때리는 거야!”
그 순간 시에나는 크라우프가 에이린을 폭행하고 강제로 욕심을 채운 것으로 이해한 것이었다. 바로 그때 시에나의 오해를 알아 차린 크라우프가 손을 내저으면서
“아니야! 나 아니야!”
라고 부정했다. 그러자 시에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아무리 여자를 원한다고 해도 이런 식은 좋지 않아!”
시에나가 팔짱을 끼며 다소 핀잔을 주는 투로 말하니 에이린은 그제서야 상황을 깨닫고는
“아니에요······다른 녀석들이에요. 중령님은 절 구해 주신거구요!”
“엑? 그럼······그러면 헌병대에 신고해요. 용의자 아시죠?”
시에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신고를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크라우프는 조금 주저하면서 시에나에게 에이린이 신고를 꺼리는 이유를 말해 주었다. 크라우프가 시에나에게 사정을 설명하는 것을 에이린이 조금 불안한 듯 바라보자, 크라우프는 어차피 자신과 함께 잠자리에 드는 시에나이기 때문에 차후 자신이 말을 해 주면 알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시에나의 조언을 듣자고 했다. 저간의 사정을 들은 시에나는 한참동안 생각을 해보더니 크라우프를 돌아 보면서
“밝히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도 찜짐한데······코프가 용인해 주면 내가 그 세 녀석 손좀 봐줄까?”
시에나의 말에 크라우프는 왜 밝히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했는지를 물었다.
“뭐, 밝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대다수의 병사들이 크라이튼 중위를 손가락질 할껄?”
“손가락질?”
크라우프의 물음에 시에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맞을 꺼야······코프, 생각 잘 해봐······병사들 대다수는 바르디아인이라고 하면 굉장히 싫어해······더욱이 이곳은 바르디아쪽과 가까운 곳도 아니고······20년 전쟁에 참가한 병사들의 자녀들이 대부분이야······코프도 알잖아. 매년 열리는 전몰자 추모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모습들······”
“그러니 제발요. 중령님······”
에이린이 시에나의 말을 듣자 다시 애원하는 투로 크라우프에게 부탁했다. 여자 둘의 시선을 받게 된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좋아······둘 다 그렇게 하자고 하니······빌어먹을······”
“내가 크라이튼 중위님 좀 위로해 줄께! 미안한데 오늘은 혼자 자······”
크라우프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자 시에나는 에이린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테이블위에 놓여져 있는 브랜디 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단숨에 들이 마셨다. 목이 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크라우프는 전혀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