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0
“엄청나군 그래!”
크라우프도 부상자들을 간호해 주다가 지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아세라를 보고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힘드나요?”
그의 말에 아세라는 소독용 알코올을 잔뜩 묻힌 수건으로 피가 묻은 손을 닦아 내면서
“아직도 끝이 없어……”
아세라는 중대원들 대부분이 한순간에 전사했기 때문에 맘 고생이 더했다. 전투 중에 모함으로 복귀가 불가능해서 다른 전함으로 착함하도록 했고 대부분이 착함했을때 적함의 집중 포격을 받아 한순간에 중대원들 대부분이 증발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지? 내가 다른 배로 내리라고 했었으면……”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있는 아세라였다. 크라우프는 의자에 등을 기대면서 옆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세라를 바라보았다.
“어쩔 수가 없었던 거에요. 일단 몇 사람이라도 살아 남은게 중요해.”
워낙 전사자가 많았다.
“피곤할 것 같은데 가서 좀 쉬죠!”
크라우프는 잠시 천장을 올려 보았다가 부드러운 어조로 권했다.
“그럴까?”
아세라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크라우프도 같이 일어섰다.
두 사람이 나란히 복도를 따라 걸었고 그는 자신의 방쪽으로 아세라를 들어오라고 했다.
“차라도 한잔 해요!”
크라우프이 말에 아세라는 별다른 표정없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의 방에 따라 들어왔다.
아세라가 소파에 앉았고 크라우프는 종이컵에 홍차를 두잔 타왔다. 아세라가 그것을 받아 들었고 크라우프는 그녀의 옆쪽에 털썩 주저 앉았다.
“걱정 많죠?”
아세라는 다른 표정없이 종이컵을 입안에 들어 마셨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녀의 말에 크라우프는 홍차를 마시면서 아세라를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페넬로페와 꼭 닮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많이 분위기가 달랐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리스타 파일럿에 꼭 알맞게 체구가 큰 편도 아니었고 몸도 갸날펐다. 남자가 여럿 안아 보려고 했을 것이다.
“뭘 그렇게 봐?”
남자의 시선에 갑자기 불안감을 느낀 아세라가 조금 뒤로 물러섰다.
“몸매가 아주 좋은데……남자 많았겠어……”
크라우프가 그렇게 말을 하면서 조금 다가섰다. 아세라가 눈을 크게 뜨면서 뒤로 물어섰다.
“왜 그래?”
불안감을 느낀 아세라에 크라우프는 피식 웃음만 지었다.
“내가 뭐 성폭행이라도 할 사람으로 보여?”
“왜 그런 말을 하지?”
아세라의 대답에 크라우프는 크게 웃었다.
“아니……다른 뜻은 없고……남자 친구는 있어?”
“특별히 사귀는 사람은 없어 왜 물어?”
“다른 뜻은 없고 아세라는 남자 많았을 것 같아서 말이야.”
“남자 친구야 많았지 하지만 뭐……”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지만 크라우프는 허리에 권총을 차고 있었고 자신은 그렇지가 못했다. 권총으로 협박하고 옷벗라고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크라우프가 제법 괜찮아 보인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하게 신뢰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특별히 사귀고 있는 남자 있으면 그 사람 생각해서 절대로 자포자기 하거나 후회할 행동 하지 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의 말에 아세라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괜한 걱정을 한 것이 아닌가 했다. 사실 시에나라고 깊이 사귀고 있는 여자가 있는데 자신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해도 여자친구가 알아 버리면 어떻게 될 것인가 싶었다. 에이센에서 혼전의 순결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고 있지만 배우자에 대한 신뢰는 나름대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결혼 서약 때 배우자에 대한 순결을 서약하는 것이다. 지키는 것은 개인들의 자유지만 결혼식 서약때는 꼭 들어가 있는 것이다.
“지금은 아니야……특별히 남자 친구는 없어……아참 코프라고 해도 괜찮겠어?”
아세라의 물음에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코프는 시에나 언제 만났어?”
“5년 전에……”
간단하게 대답이 나왔다. 그 말에 쓴웃음을 짓고 있던 아세라는 크라우프에게 오해하지 말라고 하면서
“나는 처음 남자 사귄게 17살 때 였는데……똑같이 5년 전인가?”
“17살 때?”
“응……”
손에 들고 있는 종이컵을 들어 차를 한모금 마셨다.
“하기야 아름다웠다는 말은 수없이 들었을 테니까 말이야.”
약간 비아냥 거리는 듯한 말에 아세라는 화를 섞어 내면서 부정했다. 그의 말속에는 17살 이후 매일 같이 남자들이 바꿔 버렸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수도 없이 접근해 왔을 것이라는 말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에 썩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아니야!”
화를 내었다. 크라우프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런 뜻은 아니야!”
자신도 아세라가 받아 들인 뜻을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 피식 웃음을 지어 주었다. 아세라는 차를 다시 한모금 마시면서
“5년 동안 사귀고 있었다면 참 부럽다.”
“뭐 여러 가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
“그렇군……”
검은 색과 갈색이 적당히 섞인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고 있던 아세라는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물려 받은 아름다움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아세라는 남자 친구 사귀면서 무슨 일 없었어? 아참 어떻게 만난 거야?”
크라우프의 물음에 아세라는 소파에 등을 기대면서
“아? 응……그 사람하고 버스에서 만났어 그 사람도 사관학교 들어가려고 했는데 거기에서 페넬로페를 봤었거든 합격자 대기실에서 자기 앞에 있었다나? 그런데 나는 사관학교 안가 고……방송 기자가 하고 싶어서 방송 학교에 진학하려고 했었어 그 앞에서 나를 본거야 혹 시 사관학교 포기하신 것 아니냐구……나를 동생으로 여기고 말을 건 거지……바보스러운 만남이었지?”
페넬로페를 보고 마음에 들어했던 남자가 우연하게 자신을 보고 착각하고 말을 건네왔다고 하는 것이었다. 왠지 그때 상황이 좀 우스웠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도 방송 학교에서 떨어지고 어떻게 할지 몰랐어 어머니 말에 추가 모집에 원서 내서 겨우 끄트머리로 합격할 수가 있었지……”
왠지 좀 우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 그 남자하고는 헤어졌어?”
“응……”
“왜냐고 물어도 될까?”
“싫어!”
장난기 어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세라에 크라우프는 크게 웃었다. 사실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뭐 이런말 하기는 뭐해도 그 남자가 나하고 같이 자자고 하더라……만난지 7개월 정도 되 었을까? 그래서 응해 줬어……하지만 일을 마치고 나서 남자는 돌아서 버리더라……나 불안 하고 안타까웠지만……담요속에 웅크리고 너무 추웠어……그리고 나서 오히려 나는 더 잘해 주고 싶었는데 남자가 나를 피하더라구……서로 어색해져 버려서 2달 정도 후에 헤어져 버 렸지”
거짓말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가 있었다. 끝나고 나서 장난 어린 얼굴로 아무것도 아니닌 일이라고 했다.
“거짓말이야!”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약간 쓴웃음을 지으면서 자신의 갈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아세라는 조금 다리를 포개 얹으면서 크라우프에게
“시에나하고 어디까지 갔어?”
장난기 어린 표정에 크라우프는 핏 웃음을 지으면서
“할꺼 다 했지 뭐……”
“그런가? 시에나 많이 좋아하지?”
“응……”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하자 아세라는 소파에 등을 기대면서 포개얹었던 다리를 내려 앉았다. 그리고 나서 머리카락을 한번 손으로 쓸어 넘기면서
“다른 것은 아니구……로자가 꽤나 코프에게 호감있어 하더라구……여자 있는데 거리를 좀 두어 줬으면 해서……기분 나쁘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구……”
“동생 때문에?”
많이 생각해 주는 것이 좋은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일견 기분이 썩 좋지가 못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세라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털어 놓을 사람은 아니라고 싶은 것이다. 아마도 처음에 사귀었던 남자를 꽤나 좋아했을 것이다. 젊은 나이의 혈기든 아니든 다른 무엇이든 간에 그 남자가 원했으니 응해 주었고 모든 것을 그 다 사랑하고 싶었는데 그 남자는 오히려 그것이 부담스러운 것일까 하는 생각이 언뜻 스쳤다.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고 있던 아세라에 크라우프는 약간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있었다.
“동생 많이 생각하는데?”
알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여긴 아세라가 미안한 얼굴을 했다. 아니 상관없을 일일지 모르겠지만 지금 자신이 크라우프에게 원망을 듣고 확실하게 매듭이 지워 두는 것이 휠씬 나은 일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크라우프는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아세라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배려해 주고 있는 마음들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손에 들고 있던 차를 한모금 들어 마시고 있던 그는 차가 많이 식었다는 생각을 했다.
“뭐 나한테는 시에나가 있으니까 상관 없어요!”
그의 대답에 아세라는 고맙다는 말을 했고 크라우프는 핏 웃음만 지었다.
“오히려 네가 더 마음에 드는데?”
뜻밖의 말에 당황한 아세라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장난하지마……”
“장난은 아니지만……나한테 시에나 없었다면 나하고 사귀어 볼 수 있었어?”
“생각해 볼 필요는 없구 플레이보이야?”
그녀의 대답에 크라우프는 크게 웃기만 했다.
“뭐 어떻게 생각해도 상관 없구 알겠어 하지만 아세라가 좋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 어……앞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어.”
“응……아참 크라우프는 시에나 어떻게 만났어?”
장난기 어린 표정에서 자못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는 핏 웃기만 하다가 거듭된 물음에 말문을 열었다.
“5년전에……내가 고아원에 봉사 활동을 갔었는데 말이야……거기에서 처음 만났어 그때 시 에나는 큰 병을 앓고 있었는데 의료 서비스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큰 돈이 들어가는 수술이 었지 그래서……죽기만 기다리고 있었데 거의 3년 정도였던가? 수술하도록 해 주었지……나 한테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집이 좀 유복한가 보네?”
“조금은……건강을 회복하고 나서 고맙다고 했고 그때부터 자주 만나게 된 거야……”
“좋겠다. 그럼 그때가 13살 때?”
들었던 말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되물었고 그는 부정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처음 잔게 언제야?”
무척이나 궁금하다고 했다. 너무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사실 물어보는 것이 무척이나 실례였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핏 웃기만 하다가 갑자기 상대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는 17살때인가?”
“응……아? 맞아……”
얼굴이 붉어져 버린 아세라에 크라우프는 웃기만 하다가
“뭐 다른 뜻은 아니고……시에나가 정말로 고맙다고 하면서 나한테 원하는 대로 다 해주겠 다고 하더라구……하고 싶은 대로 해주겠다고……그래서 말한 건데 그대로 이루어 지더 라……기분 참 좋았지 그리고 지금 이렇게 같이 있어.”
“좋겠다.”
“아? 하만 바이파로 귀환하면 어떻게 할꺼야?”
“나?”
“응……”
아세라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글쎄……로자하고 같이 쉬러 갈까 하는데 말이야.”
그녀의 대답에 크라우프는 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가
“아니 다른 것은 아니구……”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세라는 조금 더 말을 나누다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나갔다.
크라우프는 아세라가 나가는 모습을 보고 순간 자신이 발기해 있음을 깨닫고 약간 깊게 숨을 들어 마셨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짜릿한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알수가 없는 그런 기분이었다.
“하하 참 이 내가 말인가?”
그리고 그는 책상위에 놓여져 있는 편지 봉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깐 생각을 해보다가 전화기를 들어서 시에나를 불렀다. 같이 봐야할 편지였던 것이다. 소파에 등을 기대 앉았다가 머리카락을 손으로 한번 쓸어 넘기고 있었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우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복구합니다…^_^;;;
리하르트황제력 260년 6월 3일 수요일 하만 바이파로 귀환한 에이센함대는 우주항을 통해서 귀항을 서두르고 있었다. 전투에 참가했다는 것과 함께 살아 돌아왔다는 것 그리고 지금 자신들이 참가한 작전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채 이렇게 살아 돌아왔다는 것을 참으로 기뻐하고 있었던 것이다. 10일짜리 휴가증을 받아든 병사들은 다들 빨리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만끽하고 싶어했다.
우주항에 모든 선박을 수용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각 함선에서 셔틀로 하만 바이파의 우주항으로 강하를 시도작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의 아래쪽으로 보이고 있는제 13태양계의 하만 바이파행성의 빛나는 모습이 시야 가득 들어오고 있었다.
같은 시간 하만 바이파의 우주항에서는 병사들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공중에서부터 수많은 셔틀들이 강하를 시작하고 있는 것들이 보이자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런 저런 말들로 수많은 전사자들이 발생했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걱정들이 앞서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가 그동안 국경을 자주 침략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응징이었다고 했다. 초반 승승장구했다가 작전 후반에 다소 피해가 컸다는 보도였다. 각 셔틀 발착장의 입구에서는 도착한 셔틀이 소속된 함선 명이 표기되고 있었고 그것을 표시해 주고 있는 거대한 전광판에서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손으로 입을 한번 가리면서 초조하게 셔틀 발착장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중에서 10대 정도의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별로 눈에 띄는 옷차림도 아니었지만 지나가던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서 한번씩 쳐다볼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적당한 체구에 백인은 아니었지만 피부가 무척이나 하얗기 때문에 매우 고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초조하게 양손을 문지르면서 전광판을 지켜보고 있다가 32번 플랫폼에서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을 기다리는 여자일까 아니면 애인이나 가족을 기다리는 것일까 수많은 추측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지금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로 플랫폼이 열리기는 기다리고 있었다.
“누구 기다려요?”
옆에서 마찬가지로 문이 열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중 젊은 남자 한명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네? 아 오빠요. 이번에 참가했는데……”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목소리도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던 남자는 약간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도 모르게 지금 자신이 나와 있는 일을 잊어 버리게 만들 만큼 옆에 서 있는 여성이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요……무사하시기를 빌어요.”
자신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서 왼손으로 약간 앞으로 흘러 내리고 있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고 있었다.
“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