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00
“······고마워요 시에나······”
에이린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하자 시에나는 양팔을 뻗어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아 주었다.
“이젠 괜찮아요. 괜찮아!”
그러면서 시에나는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되겠다는 말을 했다. 크라우프는 분명 다이레아에게도 에이린에 관해서 말을 해주었을 것이다. 다이레아가 찟어진 속옷을 보고 혹시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줄 알고 있더라는 크라우프의 말에 시에나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다이레아는 이런 문제는 묻어 두면 오히려 에이린만 피해만 입게 되고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에이린이 더 심한 일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면서 그 범인들을 체포해서 처벌할 것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에이린이 울면서 묻어달라 했기에 참았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되자 시에나는 그 녀석들을 처벌해야 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시에나는 에이린과 함께 06시 20분 다이레아가 아직 크라우프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을 때 그를 찾아갔다.
“무슨 일이에요? 이렇게 일찍?”
다이레아는 약간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황급히 군복 바지를 걸쳐 입으며 시에나를 보고 물었다. 크라우프는 샤워중이었다. 시에나와 함께 온 에이린은 크라우프의 방에 뜻밖에도 다이레아가 있자 고개를 숙이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당황하는 그녀를 내버려 둔 채 시에나가 3시간 전에 그녀의 방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 주자 다이레아는 깜짝 놀라면서
“저런······에이린 괜찮다면 신고하죠······조사하면 범인들을 잡을 수 있을 거에요.”
다이레아의 말에 마음을 굳힌 에이린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이들이 와 있는줄 모르던 크라우프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밖으로 나왔다가 시에나와 에이린이 자신의 방에 와 있자 당황하면서 부리나케 욕실로 다시 들어가 속옷과 가운을 대충 걸치고는 밖으로 나왔다.
“흠흠······무슨 일이야?”
크라우프는 당황했는지 다소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다이레아가 에이린를 겁탈하려던 녀석들이 3시간 전에 있었다고 하면서 에이린도 수색에 승낙했다는 말을 했다. 헌병대에 조사를 위뢰해 강간범을 잡아 들이자는 다이레아의 말에 크라우프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면서 군복을 꺼내 입었다. 다이레아가 인터폰을 꺼내 주자 크라우프는 그것을 받아 들었다. 한명은 크라우프에게, 다른 두명은 시에나에게 중상을 입은 상태였으니 그들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쉬울 터였다.
엘레비아는 칼루야 상위와 루밀이 휘하 중대를 이끌고 에이센군 정찰 중대와 정면으로 승부를 벌였다는 사실에 적잖게 놀랐다. 그들은 16기를 잃고 에이센군 바리스타 22기를 격추시켰다. 그런데 문제는 격추시킨 22기의 적 바리스타들 중에서 20기를 칼루야 상위와 루밀이 공동으로 격추시킨 것이라는데 있었다.
“부하들이 너무 헛되이 희생되어 버린 것 같군······”
엘레비아는 신병들이 아직 충분한 훈련도 쌓지 못하고 있던 이때 칼루야 상위가 루밀과 함께 직속 중대를 이끌고 공격해 나간 것이 적잖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 그 두 사람이 없었다면 에이센군에게 오히려 밀렸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루밀에게 무슨 생각으로 나가서 싸우게 됐냐고 묻고 싶었지만 루밀은 평소와는 달리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는 수 없이 엘레비아는 칼루야 상위를 찾아갔다.
“무슨 일이야?”
칼루야 상위의 물음에 엘레비아는 신병들이 갑작스레 전투에 나간 것이 걱정 된다고 완곡하게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무언의 압력을 읽어낸 상위는 씁쓸히 웃으면서 몇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걱정? 귀관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군작전에 대해서는 귀관이 할 말은 없네! 이만 돌아가게!”
잘라 말하는 대대장의 모습에 엘레비아는 경례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나가자 칼루야 상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나직이 욕설을 퍼부었다.
“빌어먹을 윗 놈들······”
몇번 혀를 차며 욕설을 퍼붓던 그는 16명이나 사망한 이번 작전 때문에 그렇게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상부에서는 병사들의 사기나 전선에서의 어려움 같은 것 따위는 아무 신경도 쓰지 않는다. 단순하게 명령만 내리면 모두 그 자신들의 말에 복종하는 줄 알고 있을 것이다.
얼마전 칼루야 상위는 전 대대 병력을 이끌고 에이센의 군사 기지 뷰렉을 공격하라는 지시를 받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아직 제대로 훈련도 되지 않은 부하들을 전장에 몰아 넣어 죽게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루밀에게 그 사실을 털어 놓았고, 루밀은 자신의 중대와 칼루야만 가자고 제안했다. 굳이 다른 중대장들을 끌어 들이지 말자고 하면서 말이다.
“그래······그렇게 하자!”
루밀의 말대로 일단 사전 정찰이라는 이유를 대고 자신들이 직접 나섰다. 그리고 마침 훈련 중에 있던 에이센군 1개 중대를 발견하고 전투에 나섰다.
자신과 루밀이 적기 20기를 격추 시켰지만 아군은 우왕좌왕하다가 16기나 격추 되었다. 그들이 올린 적기 격추 기수는 단 2기 뿐이었다.
‘실력 차이가 너무 나······’
그렇지만 윗 놈들은 단순한 결과만을 가지고 같은 숫자로 맞붙어서 적기 22기를 격추시키고 16기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 분명했다.
‘······빌어먹을!’
칼루야 상위는 자신보다 루밀이 더 걱정이었다. 그녀는 이번에 갑작스럽게 부하들을 잔뜩 잃어 버리게 되었으니 꽤나 마음의 충격이 컸을 것이다. 분명 소리죽여 울고있을 것이다. 그녀를 위로해 주어야 겠다고 마음먹은 칼루야 상위는 몰래 숨겨 두었던 술을 한병 챙겨든 채 방을 나섰다.
8월 25일 05시 40분 평소보다 조금 일찍 깨어난 크라우프는 자신의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시에나를 한번 내려 보았다가 살며시 담요를 끌어와 덮어 주었다. 에이린을 강간하려 했던 녀석들은 예상대로 쉽게 잡혔다. 크라우프와 시에나에게 당한 부상으로 인하여 병원에 입원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사해 보니 이 녀석들은 정비병과 군수병, 그리고 통신병이었다. 모두 고향은 다른 녀석들로 계급도 차례대로 하사와 상병, 병장이었다. 군에 오기 전까지는 서로 모르고 있던 그들이었지만 조사해 보니 모두 이곳에서 만나 의기 투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들이닥친 헌병대의 앞에서 이들은 병상에 누운 채 모두 바르디아인에 대한 복수심 같은 것을 막 떠들어 댔지만, 에이린이 시민권을 가진 시민권자일 뿐만 아니라 에이센 군부에 적을 두고 있는 엄연한 현역 중위였기 때문에 이들의 죄는 피할 수 없었다.
크라우프는 헌병대의 조사에 개입해 그녀가 바르디아인이라는 사실을 쏙 뺀 채, 그 3명의 용의자들이 에이린을 성폭행 하려 했다는 사실만을 집중 부각시켰다. 단순히 넘쳐나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일을 저질러 버린 것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조사 발표에서는 이들이 단순하게 에이린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일을 저질렀다고 발표하도록 조작하고, 범죄 동기에 대해서도 에이린이 바르디아인이었기 때문이라는 내용은 삭제 하도록 했다. 시민권자에다가 상급자를 폭행한 것도 모자라 강간미수까지 겹치자 그들의 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모든 증언과 증거가 명백했기 때문에, 그들은 24일 오후에 벌어진 초광속 통신을 통한 간이 재판에서 징역 3년 6개월과 벌금 2,000다르크, 이후 공직채용 금지, 타 지역으로의 이주 및 여행금지 15년, 복역 후 매 1개월마다 관할 경찰서에 소재지를 신고할 것 등의 형벌에 처해졌다. 이는 상당히 가혹한 것이었지만 기지 소속 여군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장병의 탄원에 힘입어 형이 집행되게 되었다. 그들은 병상에 누운 채 끌려 나가면서 끊임없이 무죄를 주장했지만, 지켜보는 모든 이의 냉소를 받을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중령님!”
에이린은 다른 여자 동료들로부터 심심한 위로를 받았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자신이 바르디아인이라는 것이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이 해결 된 것이다. 이에 에이린은 진심으로 크라우프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렇지만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게 된 것을 크라우프는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군법대로 그 셋을 처분한 것 뿐이었다. 그렇지만 이것이 바르디아 지역 출신자들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데 있어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는 것 쯤은 크라우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옆에서 잠자고 있는 시에나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TV를 켰다. 아침 뉴스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내용의 보도 내용들이 나오고 있었다. 한참동안 평이한 내용들이 보도되어 크라우프가 잠이나 좀 더 자둘까 하는 생각을 할 무렵, 파츠 베이스군의 잔당군들이 아직까지도 저항을 하고 있는 네페르 행성계 에서의 지상전에 관한 내용들이 보도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군 잔당 세력들은 어제 저녁 에이센군 순찰대에 로켓 추진식 수류탄 공격을 가해서 2명을 현장에서 즉사케 하고 3명을 부상입혔다는 보도였다. 사망자의 얼굴이 나오고 부상자들과 함께 불에 타 전소된 군용 지프 차량의 모습도 내보여 주고 있었다.
‘잠시 정차한 사이 공격을 받았던 모양이군······’
그 화면을 보면서 크라우프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뉴스에서는 이런 파츠 베이스 잔당 세력 때문에 치안 유지가 꽤 힘들다면서 이런 반란 세력들에 대한 철저한 군사 행동이 요구 된다고 밝히고 있었다. 네페르 행성계와 알베르 행성계가 에이센에 완전히 탈환된 이후 매일 10명 이상씩 게릴라 공격을 받아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사상자의 꾸준한 증가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뉴스의 멘트는 끝을 맺고 있었다.
‘잘들 하는 짓이로군.’
그렇지만 자신과 같은 군인들이 위험한 지역에 나가 있는 것을 보고 이들이 무사하기를 바라지 죽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크라우프는 뉴스가 긑나고 광고방송이 시작되자 고개를 옆으로 돌려 평온한 얼굴로 곤히 잠들어 있는 시에나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크라우프는 시에나의 머리카락을 쓸어 만지면서 키스를 해 주었다. 시에나가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서 살며시 눈을 뜨자 크라우프는 엷게 웃으면서
“일어나요 잠꾸러기 공주님. 아침이야!”
다정한 목소리로 크라우프가 자신을 깨우자 시에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지개를 켰다. 그런 뒤 한참 동안이나 다시 크라우프의 가슴에 얼굴을 포개 얹어 놓고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크라우프의 눈앞에 펼쳐진,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시에나의 상반신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시에나는 잠시 앞으로 흘러 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면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다시 시작된 뉴스를 시청했다.
“······세상 참······전쟁이 끊이질 않으니······”
시에나의 짧은 투덜거림에 크라우프는 그녀의 가슴에서 눈을 떼며 잠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인간이 살아오는 것 자체가 전쟁이야······아니, 전투라고 해야 알맞을려나?······”
크라우프의 말에 시에나는 잠시 크라우프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맞는 말이야······20년 전쟁 끝나고 지금까지 하루라도 전투 행위가 없었던 적이 없잖아······이곳이 아니더라도 어디에선가는 싸우고 있어······”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받고 있는 시에나의 눈망울을 바라보면서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샤워하자! 코프!”
약간 가라 앉았던 분위기를 한번에 밝게 바꾸는 듯한 시에나의 요구에 크라우프는 그렇게 하자고 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시에나는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침대에서 내려서 몸을 몇번 움직여 몸을 푼 뒤 크라우프의 손을 잡고 샤워룸쪽으로 향했다. 그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느낌과 뒤돌아 보며 웃고 있는 그녀의 밝은 얼굴을 바라보면서 크라우프는 엷게 미소를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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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쬐끔 닭살이…우수수…ㅡ_ㅡ;
yaiddasya님…시험은 잘 보셨는지요… 근데 중간고사까지는 아직까지 상당히 남지 않았던가요? ㅡ_ㅡa
아르케님…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실은 이번 사건이 재판도 없이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게 썼었는데요…에이린을 크라우프가 GET! 하는 이유가 나름대로 약하다고 판단되어 고치도록 명(!) 했습니다…^_^;;
…강간은 나쁜 것입니다…따라서 처벌이 쎄다고 설정되어 있죠…
게다가 군대의 절반이 여자로 구성되어 있는 곳에서는 더 하겠죠…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39…
내일은 좋은 하루가 되시기를~ ^_^)/~
…아 소제목 바꾸기 구찮다…걍 냅둘래…ㅡ_ㅡ
9월 1일 야이다 크라프트 호우드 윙게이트 중사는 열심히 재활훈련에 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신체가 다른 사람들보다 발달해서 인지 예정보다 꽤 빨리 일단 신체 재생을 마치고 재생 용기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제 다시 훈련을 통해서 재생된 왼쪽 다리의 근력을 키우는 것만이 남아 있었다.
그가 재생용기에서 나올때 옆 용기에 있던 하반신이 날아가 재생중에 있던 여성은 내부의 장기를 모두 이식완료한 상태로 잃어버린 양쪽 다리를 한창 이어 붙이는 작업이 진행중에 있었다. 피부가 모두 벗겨진 채, 마치 해부학 실험실의 표본같아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기괴한 느낌이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녀가 담겨져 있는 재생용기의 앞에서는 한명의 의사가 계기를 조작하며 앉아 있었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계기를 조작해 재생용기 안에서 움직이는 수술용 로봇들을 움직여 갔다. 마치 작은 물고기처럼 생긴 수술용 로봇들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그녀의 다리와 골반을 잇는 수술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약기운 때문인지 멍한 표정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던 야이다는 잠시후 휠체어에 옮겨 앉게 되었는데,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야이다는 간호사들에게 저 사람은 누구냐고 물었다. 그의 휠체어를 끌어 주고 있던 남자 간호사는 그녀가 재생수술을 받는 모습을 힐끗 바라보고는 보병대 대위인데 로켓 추진식 수류탄에 맞아 하반신이 날아간 채로 실려 왔다고 하면서 슬쩍 농을 건넸다.
“저 여자, 애도 둘인가 있다는데 신체 재생되면 처녀가 되어 버린다는 것 아십니까? 저 여자 남편만 좋겠네요. 애 둘이나 낳고 완치받아 나가면 완전히 새몸이니······남편이 처녀라고 좋아 할 것 같지 않아요?”
약기운에 취해있는 야이다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간호사의 말에 히죽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신이 남편이었다 해도 좋아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신체 재생 받는 부상자들 사이를 지나면서 계속해 농담을 건네는 남자 간호사 때문에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재생 센터를 나와 기나긴 복도를 지나는 동안 야이다는 약의 영향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한참을 간호사와 웃고 떠들던 그는 재활 센터에 도착하자 휠체어에서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다시 풀썩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재생된 왼쪽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감각은 살아있는데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태의 묘한 기분이 야이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본 간호사는 하핫 웃으며 아직 적응이 덜 되어서 그러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는 부상당한 왼쪽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자 마치 자신이 어린애라도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느사이 그의 곁으로 다가온 건장한 체격의 재활 훈련사는 야이다에게 본래 체력이 튼튼하니 쉽게 훈련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 하면서 야이다에게 열심히 노력하라고 격려의 말을 해 주었다.
‘이런 곳에서 쓰러 질 수야 없지!’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다 준 남자 간호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야이다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며 팔을 부축하는 재활 훈련사를 따라 잘 옮겨지지 않는 발을 열심히 움직여 갔다.
9월 1일 10시 30분 파츠 베이스군 공격 항공 모함 바우터 크라이스 호의 사관 식당에는 파일럿들이 잔뜩 들어가 앉아 있었다. 모두들 짧게 한숨들을 내쉬면서 앞쪽에서 작전을 설명해 주고 있는 작전 장교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하사관급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고 중대장급 이상들은 모두 식당의 뒤쪽 벽에 기대서서 작전에 대한 설명을 묵묵히 전달 받고 있었다.
“공격 목표가 뷰렉 기지라······역시나 빌어먹을 일이 되어 버렸군······”
엘레비아는 옆쪽에서 칼루야 상위가 짧게 욕설을 퍼부어 대면서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가 불평하는 말을 내뱉자 그 소리를 들은 엘레비아는 혹시 지난번에 칼루야 상위와 루밀이 함께 출격했을 때 무슨일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작전 장교의 브리핑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상위에게서 시선을 거둬 브리핑 화면으로 옮겼다.
“이번 공격 목표는 에이센의 통신 기지인 뷰렉이다. 그렘벨 제 12 통신 기지가 정식 명칭이기는 하지만 아군이나 에이센놈들이나 이 기지를 뷰렉 기지라고 호칭하고 있다.”
작전 장교는 이번 적전의 목표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덧붙이기를 현재 네페르에 대한 대규모 군사 동원이 예정되어 있는 이때 자신들의 이런 공격 행위는 에이센군의 시선을 흐트러 뜨리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외부에서 군사 행동을 벌이되, 그렘벨 기지에서 지원은 하지 않을 정도로만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3개 중대 정도가 교란 작전에 투입되어 뷰렉 기지 소속의 바리스타 부대의 시선을 잡아 끄는 동안 정예 부대가 직접적인 공격에 투입되어 기지를 제압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정찰중에 촬영된 기지의 시설사진이 차례로 지나가자 뷰렉 기지의 설계 도면이 모니터에 떠오르면서, 바리스타들은 기지의 동력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전함이 수납되어 있는 통로쪽의 공간을 확보해 이 전함을 무력화 시켜 기지의 가동을 중단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섦명했다.
“기지의 동력으로 사용되는 전함이라······만약 부서지더라도 다른 것으로 바꿔 끼우면 되는 것 아닌가?”
엘레비아의 앞쪽에서 루밀이 나직이 투덜거렸다. 엘레비아는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신 뒤 고개를 조금 옆으로 숙였다.
작전 브리핑이 끝나고 엘레비아는 자신들이 공격 작전에서 기지 공략 부대로 결정 된 사실에 적잖게 기분이 나빠졌다. 칼루야 상위의 지시대로 식당 밖으로 잠시 나와 모인 상위 휘하의 지휘관들의 표정도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다.
“에이 빌어먹을!”
루밀은 계속해서 툴툴 거리고 있었다. 평소 그렇게 활달하게 말을 하던 루밀이 이렇게 투덜거리기만 하고 있으니 이상할 노릇이었다.
“누가 그렇게 루밀을 기분 나쁘게 해?”
엘레비아의 물음에 루밀은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볼을 잔뜩 부풀린 채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어린애들 데리고 전투에 들어가라니까 짜증부터 나서 그러지······조종을 반 사람 몫밖에 못하는 오줌싸개들을 데리고 어떻게 전투를 해······”
다른 중대장들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렇지만 위에서 하라잖아! 빌어먹을!”
칼루야 상위는 전투가 벌어지려면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 그 동안 병사들 훈련에 보다 신경을 쓰라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중대장들 모두 짧게 한숨을 내쉬며 돌아 섰다.
엘레비아는 다시 전투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렘벨 기지에서 전투를 벌이게 되면 그 크라우프 녀석하고 다시 싸우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분명히······’
그를 떠올리자 이상하게도 야릇하게 흥분 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멍하니 있던 엘레비아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보다 훈련이 부족한 병사들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면서 작게 어깨를 들썩했다.
‘어떻게 한다······’
문제는 아군 파일럿들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었다. 아무리 훈련을 쌓아도 막상 첫 실전에 들어가게 되면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가 휘하 중대원들에게 일단 숙소로 돌아갈 것을 지시했다.
9월 2일 15시 40분 파츠 베이스의 국내 방송은 에이센에 의해 강제로 점령된 자신들의 영토인 네페르 행성계와 알베르 행성계를 탈환하는 준비 작업에 대해 계속 보도하고 있었고, 이에 발맞추어 여러가지 가상 탈환 시나리오들을 발표하고 있었다.
“도대체 저 녀석들은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거지?”
자신의 방에서 공용 방송을 통해 파츠 베이스 측에서 방영한 화면을 편집하여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파츠 베이스 측에서 네페르 행성계를 탈환하기 위해 비록 가상의 시나리오 상이지만 에이센군을 분쇄시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 측의 작전이 이러저러하다는 시의 진행자의 멘트가 끝나자 화면이 바뀌어, 한 장교가 출현해 이에 대응하는 에이센의 작전 시나리오를 브리핑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와 함께 뉴스를 시청하고 있던 다이레아는 파츠 베이스군의 작전 시나리오가 제법 잘 짜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네페르 행성계를 입체적으로 포위해 끝장을 내겠다는 계획에서 허점은 찾아 볼 수 없었다며 만약 실제로 그런 상황이 되다면 힘든 전투가 될 것 같다는 예상도 덧붙였다.
“그렇겠지. 그렇지만 저 녀석들 저렇게 자신들의 작전 계획을 모두 밝히다니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인지······”
“뻔하잖습니까? 저렇게 발표해 놓고 다른 식으로 공격할 것 아니겠습니까?”
“하긴 아마도······”
크라우프는 다이레아의 말에 맞는 말이라고 대답했다. 공격을 예고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아예 자신들이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 모두 낱낱이 밝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령부의 예상대로 이곳이 공격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겠군요.”
다이레아의 약간 가라앉은 듯한 말에 그는 그럴 것 같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때문인지 최근 파츠 베이스군의 신형기가 이곳에서만 출현한다고 하면서
“처음에는 15기 정도였지만 넥스 대위 때에는 40기 가까이 나타났으니······이 다음에는 한 200기 정도가 출현하려나?”
크라우프가 짧게 투덜거리자 다이레아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그런데 문제는 파츠 베이스군 파일럿들의 훈련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 전투 결과를 분석해 보니 파츠 베이스군은 1개 중대 중 16기가 격추 되었고, 아군은 22기가 격추 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20기가 단 2기의 적 신형기에게 격추되었습니다.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파츠 베이스군은 16기를 잃는 동안 아군 둘을 격추시킨 것 뿐입니다.”
“······신병들 뿐인가?”
크라우프의 물음에 다이레아는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하면서
“하지만 신병들에게 까지 신형기를 지급할 정도라고 한다면······”
“아마도 엘윈을 대체할 정도로 대량 생산 중이라는 것이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갈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그러다가 퍼뜩 생각난 듯 무슨 테스트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