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05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뉴스는 파츠 베이스 공용 방송국 소속의 종군 기자가는 영상을 촬영하는 도중에 에이센군이 총격을 가해오자 갑자기 전투현장 중계로 뒤바뀌어 버렸다. 납작 엎드린 카메라가 흔들리며 앞으로 전진하자 곧바로 에이센군이 총격을 가하고 있는 장면이 보여지기 시작했다. 화면에 적병의 모습이 비춰지자 휴게실에 모여있던 모든 사람들의 숨소리가 일제히 멎는 듯 했다.
잠시간의 총격이 끝나자 에이센군 장갑차가 100mm 캐논을 건물을 향해 발사하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그 장면이 방영되자 휴게실에 있던 몇몇 사람들의 입에서 작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 엇!”
화면에서는 캐논을 쏘아대고 있는 장갑차가 위치한 골목의 옆 건물에서 로켓 추진식 수류탄을 든 헤케르 시티 소속의 예비군들이 막 공격을 가하려는 장면이 보여지고 있었다. 곧이어 수류탄이 발사되자 그것에 상부를 직격당한 장갑자는 큰 폭발과 함께 불길에 휩쌓였고, 휴게실에서는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
하지만 그 함성은 곧바로 잦아들었는데, 로켓 추진식 수류탄을 발사했던 병사가 적의 총탄에 맞아 건물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보여졌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화면은 스튜디오로 돌려졌고, TV를 통해 뜻밖의 영상을 보게 된 엘레비아를 비롯한 사람들은 그 보도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동안이나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지독하군······저곳 말이야.”
도시 전체가 차츰 폐허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하는 아나운서의 멘트와 함께 현재 록세비엔에 집결되고 있는 수많은 전함대의 사진이 교차 되면서 네페르 행성계를 탈환하기 위해 군사력이 집결 되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집결한 함대의 병사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방영해 주고 있었다.
“대단하다. 대단해······”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번사이드 대위는 허리를 뒤로 젖히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브리트니는 자신의 머리카락 매만지고 있었다. 트리멜 중위는 자신의 고향인 룸네가 에이센 놈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저렇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헤케르에서 에이센의 압제자에 저항하는 우리의 동족들에게 경의를······”
번사이드 대위가 고개를 숙이며 낮게 기도하자, 종교가 있든 없든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모든 사람들은 살짝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9월 10일 크라우프 페트릴 중령은 한창 수리중에 있는 뷰렉 기지를 한바퀴 돌아보았고 있었다. 지난 전투로 파괴된 방어 시설들이 차례대로 수리되고 있었고, 그렘벨 기지로부터 손실된 전함들도 보충을 받았다. 근래 들어 파츠 베이스군이 이 정도의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에이센군 최전선 기지를 공격했던 예는 드물었기 때문에 그렘벨 기지 사령관 디아르고 콘스탄틴 준장도 꽤 당황했던 것 같았다. 그렇지만 크라우프가 요구했던 대로 완전한 증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순양함 1척에 구축함 2척, 경비함 17척으로 함대를 구성할 수 있도록 보충이 이루어 졌고, 바리스타들과 파일럿들에 대한 보충이 한창 진행중에 있었다.
“조금은 진정이 되려는 걸까?”
7일 전의 대규모 공세가 끝난 후 잔뜩 경계를 강화했던 크라우프들이었지만, 적은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그 작전을 끝으로 전방에 나와 있던 대규모 부대가 철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철수했다손 치더라도······’
크라우프는 파츠 베이스군이 현재 네페르를 탈환하려고 병력을 집결 시키고 있다는 소식이 어딘지 미덥지 못했다.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던 그는 허리가 조금 아프다는 생각을 했다.
에이린과 4일 07시 까지 계속 관계를 가졌었고, 그 이후에도 두 번 정도 더 관계를 가졌었다. 처음에는 조금 머뭇거리던 그녀였지만, 세번째 만남부터는 제법 열정적으로 자신에게 요구해 오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시에나나 다이레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시에나는 모든 것이 자신이 처음이었다. 남자와 처음으로 키스를 한 것도, 처음으로 처녀를 준 남자도 자신이었다. 그렇기에 어딘지 모르게 함부로 하기에는 힘든 면이 있는 것이 시에나였다. 이것은 그녀가 자신에게 보여준,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마음 때문인지 몰랐다.
다이레아는 크라우프가 처음부터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철저하게 계획하고 난 뒤 스스로 안겨올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시에나와는 사뭇 다른, 이제껏 겪은 남자가 많았고, 또 여러가지 경험이 많은 그녀였기 때문에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크라우프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왔었다.
어찌보면 순종적인 이들에 비해 에이린은 사뭇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녀는 무엇인가 강렬한 느낌을 자신에게 주고 있었던 것이다. 에이린은 크라우프와 섹스를 할때 무척 열정적으로 임했다. 그녀 스스로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스스럼없이 요구했고, 크라우프와 함께 적극적으로 즐거움을 찾았다.
시에나가 찾아와 에이린에게 잘 대해 주라는 말을 했을 때 크라우프는 상당히 놀랐었다. 곧이어 다이레아도 크라우프가 에이린과 관계를 가진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그럴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을 했었다.
‘훗······이런 나를 보면 디나가 꽤 기분 나빠 하겠지?’
디나는 전에 크라우프가 여러 여자들과 어울려 다니기도 하고, 자신과 친구 관계에 있던 시에나의 몸을 요구해 안은 것을 알고는 무척이나 당황하고 기분나빠 했었다. 그래서인지 디나는 남자들이 다 크라우프 같을까봐 겁난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뭐 어찌 되든······’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시에나에게 꽤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다. 미안한 마음에 크라우프는 이번에 시에나가 이룩한 51기의 격추 기록을 사령부에 제일먼저 보고했다. 그리고 시에나를 준위로 승진 시킬 수 있도록 추천장을 써주었다. 부족한 사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쉐프턴 소령과 협의를 하니 시에나를 준위로 승진시키는 것에 소령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녀를 준위로 승진시키는 것과 함께 니콜라스 라티시드 상사도 준위로 승진 시키기로 했다.
크라우프는 올해 17세의 디네스도 격추 기수가 37기가 되니 상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 점을 쉐프턴 소령과 상의하자, 소령은 디네스를 상사로 승진시키는 일에 대해서는 잠시 주저했다. 하지만 크라우프가 그녀가 작년 3월 프로스 베인 전투에 참가한 이래로 계속해서 전장을 누빈 베테랑이라는 점을 상기시키자, 쉐프턴 소령도 디네스를 상사로 승진시키는 것에 대해서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고맙네!”
크라우프는 내친김에 이번에 상당한 활약을 보인 우즌 리베라 중사도 상사로 승진시키기로 결정하였다.
현재 소령과 협의한 내용을 그렘벨 기지 사령부로 넘겨 답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으나, 그렘벨 기지가 전후 수습때문에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언제 회답이 올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시에나는 자신이 준위가 된다는 말에 퍽이나 좋아했다.
“나를 준위로?”
모처럼 만에 보는 그녀의 밝은 얼굴에 그동안 켕기는 것이 많았던 크라우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실을 알려 주었을 때 시에나는 크라우프와 함께 밤을 보내고 싶어했고, 그날밤은 시에나가 자신을 매우 즐겁게 해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했다. 이런 좋은 생각들만 하고 걸어 다니고 있던 크라우프는 아직까지도 뷰렉 기지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나자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병원에 거의 다다랐을 때 꽤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의아한 표정으로 크라우프가 발걸음을 빨리 해 병원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는 간호사와 군의관들이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크라우프는 안쪽의 병동에서 누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뭐야? 뭐?”
궁금해진 그가 들어서려 하자 간호사 중 한 사람이 그를 막았다.
“들어오지 마십시오!”
간호사는 20세 중반 정도로 백인 여성이었는데 무슨 일이냐고 뭍는 크라우프에 별것 아니라고 말했다. 잠시 뒤 그 소리 지르던 것이 멈추어 졌다.
“한 환자가 발작을 일으킨 것입니다. 그러니 염려 마십시오.”
간호사는 상대를 밀어 내려다가 상대 군복에 걸려 있는 계급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황급히 경례를 올렸다. 그는 괜찮다고 말을 하면서 안쪽에서 군의관인 대위가 걸어 나오자 그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인가?”
크라우프의 물음에 군의관은 다소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정색을 하고는
“발작 증세를 일으킨 환자입니다. 아직 서류 문제 때문에 후송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표정에서 크라우프는 그런 환자가 있다면 자신에게 말을 하지 왜 말을 하지 않았냐고 다그치듯 물었다. 그렇지만 군의관도 어지간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서류를 올렸다고 말하면서 아직 결재 하시지 않은 신 것 같다고 응수했다. 크라우프는 말을 조금 끊었다가 다시 말을 돌렸다.
“어디를 다친 사람인가?”
“요격반원인데······신체적인 부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군의관은 말끝을 흐렸다가 크라우프가 직접 보는 것이 좋겠다면서 그에게 안쪽 병동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부상자들로 가득차 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말끔히 청소 되어 있었고, 이곳의 시설로도 치료가 가능한 사람들로 들어차 있었다. 1개월 이내 치료가 가능한 부상자들 중에서는 크라우프의얼굴을 알아보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빨리 회복해서 기운들 차리라는 말을 해주었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치며 대강 응수하던 크라우프는 병동 끝에서 침대에 묶여 있는 20세도 안되어 보이는 건장한 체구의 흑인 병사를 볼 수 있었다. 그는 팔다리도 묶여 있었고 목에도 움직이지 못하도록 가죽벨트가 채워져 있었다.
“동료가 죽는 것을 보고 미쳤습니다. 빨리 후송해야 했는데······신체적인 외상이 없어 계속해서 뒤로 밀리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더군요.”
근처에서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던 기술 중위가 크라우프를 보고 떠듬거리는 목소리로 설명을 해 주었다. 중위는 초점이 풀려 먼곳을 응시하는 것 같은 눈으로 그 흑인 병사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미안하네······이 모든 것이 내 잘못이네······”
중위의 말을 들으며 슬픈 눈으로 묶여 있는 병사를 바라보던 크라우프는 갑자기 그 사람의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리더니 그 사람의 손을 잡았다. 그런 뒤 짧으나마 고개를 앞으로 숙이더니 자신의 잘못을 빌었다. 그의 뜻밖의 행동에 모두 놀라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진심으로 그 흑인 병사에게 잘못을 빌고 있었다. 그 사람이 결국 이렇게 된 것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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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소파에서 에이린과…ㅡ_ㅡ; 지난번에도 그러더니…에라 이젠 나도 몰라…
…바람은~ 바람일뿐~ 따라하지 말자~!…라는 멘트가 왠지 떠오릅니다…쿨럭~! -0-;
…한쪽은 행복…다른 쪽에서는 고통…쩝…세상의 불합리한 면을 조금이나마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오타나 문맥이 이상한 부분이 보이실 경우에는 가차없는 신고를~
…너무 많아 코멘트가 한 100개 쯤 달리면 어떡하지…(; __)>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44…
신형기…나오기는 할 듯 합니다…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기대하신다면 한참 기다려야 할 듯…m(_ _)m
…아 소제목 바꾸기 구찮다…걍 냅둘래…ㅡ_ㅡ
9월 14일 10시 20분 파츠 베이스군 함대는 에이센에 의해서 강제로 점령된 네페르 행성계를 탈환하기 위해 록세비엔 행성계의 중심 행성 호트런에 집결해 있었다. 이날 여러 우여곡절 끝에 호트런에 도착하게 된 비트 로렌조 린제이 타르고 상좌는 잠깐 짬을 내 자신의 고향인 루이데 행성에 가보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카레트 중장과 함께 래리는 호트런의 국방부로 향했다.그가 받은 명령은 암브로이즈 차수와 자신들을 수도성으로 불러 올리는 내용이었다. 그들이 떠나오면서 공백이 된 유케울 행성계 사령관 자리는 네페르 행성계 공격 작전을 지휘했던 슈페펜부르크 중장이 임시로 맡게 되었다.
래리는 사령관인 암브로이즈 차수와 부대를 나누어 도주했던 터라 그와 중간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군수지원사령부와 국방부에서 이들과는 록세비엔에서 합류할 것을 지시했으므로 별 수 없이 명령에 따라야 했다.
래리는 자신의 직속 상관인 카레트 중장의 뒤를 따라 천천히 국방부로 향했다. 달리는 자동차의 안에서 래리는 잠시 시선을 하늘로 돌렸다. 낮이었지만 행성 주변으로 몰려든 전함들에서 내뿜고 있는 인공의 빛으로 인해 하늘은 각양 각색의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호트런의 중심 도시 게실레의 우주항으로 내려서기 전 행성 주변에 가득 들어차 있는 전함대의 군집에 래리는 짧게 탄성을 질렀었다. 그리고 한낮에도 보이는 엄청난 수의 광점의 모습에 그는 대규모 공격 작전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예정보다 조금 일찍 국방부에 도착한 카레트 중장과 래리는 잠시 대기실에 앉아 기다려야 했다. 5분 정도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잖으니 암브로이즈 차수가 이들과 만나기 위해서 나왔다.
“반갑네! 무사했구려!”
암브로이즈 차수는 진심에서 우러 나오는 감정으로 카레트 중장의 손을 잡아 주었고 그가 무사함을 기뻐했다. 그리고 래리가 경례를 올리자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무사함을 축하해 주었다. 굳이 암브로이즈 차수가 직접 나오지 않아도 될 것이지만, 차수는 같이 싸운 그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걸음에 이 자리에 나와 주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각하!”
어지간한 래리도 그런 차수의 배려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안부의 말이 오간 뒤 암브로이즈 차수가 이들에게 먼 우주 여행에 피곤했을 것이지만 지금 한창 논의가 시작되려 하고 있으니 안으로 들어가자는 말을 했다.
20분 후 래리는 사관학교 졸업식때 멀리서나 딱 한번 얼굴을 본적 있던 국방장관 토리만 벤플리트 제국원수가 주재하는 회의실 한 구석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상좌 계급장을 어깨에 달고 있는 래리로서는 감히 입도 벙긋 못할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별이 잔뜩 붙은 계급장을 어깨에 단 채 무게를 잡으며 회의 석상에 앉아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잠시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국방장관과 참모 본부 본부장, 군수지원 사령부 본부장을 비롯해, 각 지방함대 사령관들을 포함한 참석자 대다수가 중장들이었으며, 대장과 상장, 차수 계급장을 어깨에 달고 있는 사람들이 회의석상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래리가 어깨에 달고 있는 상좌 계급장은 이 자리에 참석해 있는 별이 아닌 계급장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낮은 열에 끼어 있었다. 별들의 잔치에 한동안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래리가 주변을 살펴 보니 이 회의장 밖에서 기자들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은 래리에게 무엇인가 사전에 예정된 대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보여주기 위한 쇼인가······’
비록 말석에 자리하고 있는 그였지만 다른 참석자들처럼 회의 내용을 전부 들을 수는 있었다. 계획했던 대로 전군을 집결시켜 에이센에 의해 강제로 침탈된 파츠 베이스의 영토를 회복해야 한다고 벤플리트 제국원수가 선언을 하듯 회의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래리는 이 회의가 단순한 쇼의 절정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인가 다른 의도가 있을 것 같은데?’
래리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겨우 상좌인 래리가 이런 자리에서 그런 것을 물을 수도 없었고 그에게는 발언권 또한 주어질리도 없었다.
회의 결과 지금 상공에 모여있는 함대의 지휘를 콜 브롱 암브로이즈 차수가 맡도록 하여 10월 1일을 기해 네페르로 출격할 것이 확정 되었다.
회의를 끝마치고 몰려든 기자들에게 벤플리트 제국원수는 회의 내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고는 전체적인 지휘를 암브로이즈 차수가 맡게된 배경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그 장광설의 주요 요지는 암브로이즈 차수는 유케울에서 오랬동안 에이센과 전쟁을 수행한 경험이 있었고, 이번 유케울에서의 실패도 만회할 기회도 제공해 주기 위해 그를 다시 한번 사령관으로 발탁했다는 것이다.
암브로이즈 차수도 벤플리트 제국원수의 설명이 끝나자 그의 뒤를 이어 질문을 받았다. 그는 한번 실패한 적이 있던 자신이지만 다시 한번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벤플리트 제국원수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하며 일단 겸양의 자세를 보인 후, 굳건한 목쇠로 최선을 다해 에이센에 의해서 침탈된 파츠 베이스의 영토를 탈환하겠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공식 회견장의 뒤편에서 카레트 중장은 오래 간만의 사관학교 동기생들이나 친우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느라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래리는 이제 29세로서 자신의 사관학교 동기들 대부분이 대위나 상위 정도 수준에서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대화를 나눌만한 사람들이 없었다. 어쩌다가 장군들의 차석 부관 정도의 위치에 있 아는 얼굴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그 사람들은 래리를 못알아 보거나 보고도 먼저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았다.
‘젠장······’
래리는 다른 동기생들 보다 너무 진급이 빨라도 좋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애써 생각을 돌려 이번 작전에서 결정된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회의의 결과는 파츠 베이스 전역에 보도될 것이었다. 당연하게도 에이센도 이 방송 보도를 볼 것이 분명한데 어째서 이렇게 마치 자신들이 갈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선언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전투에 나서게 되면 에이센도 만만찮은 병력을 집결시켜 방어에 나설 것이 당연한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불리한 것은 자신들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전쟁에 대한 명분을 필요로 한다고 하지만 군사작전의 세부 사항마저도 이렇게 공개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한참 생각하던 래리는 이내 고개를 젓고는 수도성 근처로 배속되어 있을 동생 엘레비아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에 씁쓸히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루이데에 있는 집에 며칠동안이라도 가보고 싶었다. 리아 케린 듀런트의 일로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도 있었다.
어쨌거나 엘레비아를 보고 싶었는데 그 애가 그렇지만 막연하게 수도성 근처의 바리스타 테스트 중대로 배치될 것이라는 것만 알고 있지 구체적으로 어디로 배치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뭐 잘지내고 있겠지······’
래리는 그렇게 밖에는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 전쟁 때문에 엘레비아도 다시 징집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뭐······’
래리는 엘레비아가 징집된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함대 사이에서 그애도 자기 살길은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은 지금 자신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으니 어떻게 해줄 수 있지 못했다.
‘무사하길!’
래리는 그 자리에서 진심으로 엘레비아가 이번 전쟁에서 별다른 무리없이 살아 남기를 진정으로 바랬다.
‘빌어먹을 정말로 네페르를 공격하려는 것은 맞을까?’
갑자기 래리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록세비엔에서 네페르로 전력을 옮기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록세비엔에서 네페르로 공격을 위해 출격한다면 다수의 함대가 출격해 가는 것이니 적어도 3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곧바로 전투에 들어간다고 해도 30일 동안 소비되는 물자의 양도 어마어마해 질 것이다. 에이센이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작전 기간이 매우 길어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저면 더많은 병력과 물자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령부에서는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인지······’
래리는 사령부의 공격 목표가 네페르가 아닐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9월 20일 17시 20분 크라우프는 직접 바리스타에 올라 뷰렉 기지 주변 순찰을 마치고 뷰렉 기지로 귀환중에 있었다. 그는 요란하게 전함을 움직이지 않고 많은 수행원들 없이 시에나와 다이레아, 라티시드 상사와 쉐프턴 소령 정도만 거느린 채로 기지 주변의 초계 상황을 점검했다. 크라우프는 오래 간만에 조종간을 잡으니 좀 어색하다는 생각을 했다. 14시부터 3시간 동안 기지 주변을 훑어 본 뒤 기지로 귀환을 하는 중이었다. 기지 주변은 지난 번의 전투에서 흩어진 잔해와 작은 암석 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바리스타를 운행하기 꽤 힘들었지만 그래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크라우프는 그렘벨 기지에 여러가지 시설의 보강과 병력 보충을 요청했지만, 위에서는 전함들을 20척 정도로 맞추어 준 것 이외에는 한 것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0월 1일 부로 크라우프가 상신한 대로 시에나와 라티시드를 준위로 승진시키고, 디네스와 우즌 리베라 중사를 상사로 승진시키라는 답신이 들어온 것이었다. 가장 손쉽게 휘두를 수 있는 것이 인사권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 바였다.
일단 암석과 쓰레기들로 들어차 있는 지역을 뚫고 나온 크라우프는 뷰렉 기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의 뒤쪽으로 시에나의 기체가 약간 뒤쳐져 비행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한번 뒤를 돌아본 후 뷰렉 기지의 외부 수리를 계속하고 있는 바리스타의 옆을 스쳐 지나 기지의 바리스타 발착장으로 들어섰다.
그의 뒤를 이어 순찰에 임했던 바리스타들이 차례대로 격납되고 있었고 크라우프는 콕핏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는 정비반원에게 바리스타를 맡긴 뒤 몸을 날려 격납고의 캣워크쪽으로 올라섰다. 캣워크에 올라 헬멧을 벗어들던 크라우프는 정비반원들과 바리스타 파일럿들이 캣워크의 정비병 휴게실쪽에 몰려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쪽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는 하만 바이파 군관구 사령부 사령장관 지드 렐 프로트 원수의 정견 발표가 한창이었다. 최근 들어 계속해서 벌어진 파츠 베이스군의 네페르 행성계 공격 발표에 대한 대응인 셈이었다. 이곳은 하만 바이파와는 군관구가 다르니, 하만 바이파 군관구에서처럼 각 지휘관들이 모두 이 정견 방송을 시청해야 한다는 명령 같은 것은 없었다. 프로트 원수는 정견 발표에서 에이센군은 어떤 외부의 침략에도 당당하게 맞설 것이라고 하면서 강한 어조로 파츠 베이스의 군사 행동 발표를 힐난했다.
“만일 파츠 베이스가 자신들이 강제로 점령하고 있던 네페르 행성계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군사 행동을 감행한다면, 네페르 주변은 온통 파츠 베이스 군인들의 시체로 뒤덮일 것이다.”
프로트 원수는 파츠 베이스의 군사력 동원에 대해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크라우프는 병사들의 뒤쪽에서 이 프로트 원수의 정견 발표를 묵묵히 듣고 있다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뒤 병사들이 흩어지려 할때 쯤 해서 그도 무중력의 공간에서 몸을 날려 중력 블록으로 들어섰다.
다시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곳이 네페르가 될 것이라는 소문은 병사들 사이에서 일찍부터 돌고 있었다.
10월 1일 부로 상사로 승진하도록 결정된 디네스 펜터 호리스는 파일럿 숙소의 휴게실에 앉아 있었다. 집에다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대기자들이 밀려서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디네스의 입은 조금 튀어나와 있었다. 전쟁이 네페르에서 벌어진다면 혹시 프로스베인에 있는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별다른 피해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걱정되었기 때문에 전화를 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사람이 너무 많았다. 약 1시간을 기다리던 그녀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줄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릴 수 밨에 없었다.
‘어떻게 한다······’
그녀는 자신이 17살에 상사로 승진하는 것 보다 네페르에서 전쟁이 벌어져 자칫 가족들에게 이상이 생길수도 있다는 걱정에 애꿎은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대고 있었다.
‘에휴······’
디네스는 바리스타 파일럿이 된다고 해도 프로스베인 근처에서 경비나 설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 생각해도 참 한심스러웠다. 너무 간단하게 생각한 것 같았다. 자신의 기대와는 영 다르게 이제 그녀는 아이크의 최전선까지 와 있는 것이다. 군에 입대하지 않았다면 평생 구경도 못해볼 곳에 와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의 기분이 조금 묘해졌다.
이제 겨우 17세에 상사로 승진하게 되고 고참병 취급을 받게 되니 기분이 참 이상했다. 자신은 정식으로 하사로 임관해 파일럿이 된지 1년 반 정도 만에 하사에서 상사로 승진하게 된 것이다. 여러 전투를 겪은 것에 대한 보상일지도 모른다고 디네스는 애써 생각했다.
‘승진 같은 거 안해도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