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21
“그것을 누가 모르는가? 하지만 사령부에서는 믿어주지 않으니 하는 말이네. 오히려 보급 실패의 책임을 가지고 있는 로마리오 원수가 자진 사퇴하면서 오히려 모양새가 좋지 못하게 되었어. 그 사람은 이번 작전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졌는데 나는 왜 가만히 있냐고 말하고 있지 않는가!”
암브로이즈 차수는 자신의 자리에 연연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로서는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자신으로서는 보급이 실패함으로서 물러난 것이지 자신이 병력 운용에 실패함으로서 모든 일이 어긋나 버렸다는 식으로 몰아 붙여 버리는 국방부의 태도에 단단히 부아가 난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각하 솔직하게 각하께서 작전에 실패하신 것을 인정하시면서 토리만 벤틀리트 제국원수께 각하께서 제국원수 각하의 잘못을 자신이 모두 뒤집어 쓰고 가겠다고 언질을 주십시오. 그러하시면 곧 각하께서는 현직에 복귀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무슨 말인가? 잠시 물러나라는 건가?”
암브로이즈 차수는 자신이 물러나면 곧 강제 예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자신이 그렇게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은 아니라면서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버리고 떠날 수 있지만 지금의 모양새는 꼭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각하 다만 각하께서는 이 30만 척에 달하는 함대의 지휘권만 다른 사람에게 넘겨 주는 것 정도 밖에는 처벌 받지 않으실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록세비엔의 사령부에서 우리들을 록세비엔으로 불러 들이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에이센에 대한 재공격에 미련을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각하께서는 총사령부의 지휘권을 넘겨주시고 각하께서는 잠시 후방의 일을 관장하시겠다고 말씀하시면 될 것입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래리의 말에 곁에 있던 카레트 중장은 궤변을 늘어 놓는 것이냐고 다그치듯 물었다. 그러자 래리는 그렇지 않다고 하면서
“일단 작전에 실패한 30만 척의 함대라면 록세비엔으로 모두 귀환시켜 재정비 명령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조치되지 않은 채 이곳 룸네에서 재정비하고 있다는 것은 국방부에서 아직 공격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때문임이 분명합니다. 이것으로 볼 때 곧 다시 공격 작전이 있을 것인데 각하를 사령관으로 재기용하는 것에 대해 국방부, 특히 군수지원사령부에서 반대가 심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각하를 몰아 붙인다면 각하께서는 지금처럼 물러서지 않으시겠다 하실 것이 뻔하니 군수지원사령부에서는 국방장관이나 총리께 각하께서 혹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도록 만들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각하께서는 큰 곤욕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이때는 솔직하게 각하께서 작전에 실패한 잘못이 있으니 인정하고 물러나는 것이 좋을 것이라 말씀드린 것 입니다. 근본적으로 이 작전은 토리만 벤플리트 제국원수께서 수립하셨을 때부터 보급 문제에 대한 허점이 존재했습니다. 벤플리트 제국원수께서는 이런 허점을 알지 못하고 작전을 승인하셨습니다. 만약 알고 승인했다면 작전 관리 능력 소홀이고, 알지 못했다면 제국원수께서 그 자신의 식견이 옳지 못함을 증명해 보이신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작전이 이렇게 실패하게 되었으니 국방장관께서도 큰 곤경에 처해 있으실 것입니다. 이때 각하께서 국방장관 각하의 이런 잘못을 대신 짊어 지신다면 국방장관께서 각하께 현재 함대 사령관에서의 지위 해임 이상의 처벌은 내리지 않으실 것입니다. 물론 각하를 은퇴시키라는 논의가 있을 것이겠지만 비쟌 로마리오 원수가 퇴역함으로서 생긴 군부의 혼란을 더 이상 가중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각하께는 퇴역 처분을 내리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때 각하께서는 이전의 작전 실패에 대해 후방 지원을 스스로 맡고 싶다고 부탁해 보십시오. 그렇게 된다면 국방장관께서는 각하께 빚을 지우는 것이 되며 또한 한번 작전에 실패한 인물을 다시 기용하는 것이 되니, 보다 그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각하를 재기용할 것이 분명합니다. 걱정마시고 제 말대로 해주시면 될 것입니다.”
래리는 한번 입을 열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마치 손바닥 안을 보듯이 말을 잇고 있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나?”
래리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에 잠겨있던 암브로이즈 차수가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래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래리는 확신할 수 있다고 대답하면서, 비쟌 로마리오 원수의 후임으로 올라선 에드윈 사무엘 케스리거 원수는 오랬동안 로마리오 원수와 함께 군수지원사령부 차장으로 근무했던 인물로 로마리오 원수가 그렇게 은퇴하게 되었으니 암브로이즈 차수에게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하긴 그렇겠군. 아! 그렇다면 만약 아군이 에이센을 다시 공격하고 나는 이곳에서 후방 지원이나 하고 있으라는 건가?”
마지막이 좀 자신의 비위에 거슬렀는지 암브로이즈 차수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래리는 이번 작전에 어떻게 되든 그 결과가 좋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각하께서는 에이센의 역침공을 막아 내셔야 할 것입니다. 누가 사령관으로 오든지 이번에 다시 함대를 움직여 에이센과 전쟁을 벌인 다면 반드시 패배할 것입니다. 적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앉아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테니까요. 이때 각하께서는 에이센이 오히려 네드 크라이처로 넘어오는 것을 막으셔야 합니다.”
“내가 말인가?”
암브로이즈 차수는 한참을 고민했다. 비록 후방으로 밀려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래리의 말이 이치에 맞았다 생각 되었다. 사령부에서 자신이 사령관 지위에서 물러나는 것만 원한다면 충분히 그렇게 할 용의는 있었다.
하지만 래리가 말했던 대로 에이센과 다시 전쟁을 벌인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서 파츠 베이스가 입은 손실이 극히 적었고 로드 멜비스 탈환이라고 하는 정치적인 값어치 때문에 재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국방부의 주전론자들은 이번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게 되면 자신들의 입장이 매우 난처하게 될 것이니 자신들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다시 전쟁을 하려 할 것이다. 자신이 후퇴함으로서 전쟁이 너무나도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끝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로드 멜비스 점령이 가지는 정치적인 가치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아이크는 신족의 성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독립후 처음으로 이 로드 멜비스를 점령한 것은 신족의 성지를 재탈환했다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암브로이즈 차수가 전투 없이 퇴각한 문제 때문에 여론의 반응이 좋지 못했다. 민족의 성지를 탈환하고도 에이센의 공격을 받자 마자 퇴각한 것은 어찌 되었든 모양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록세비엔에서 자신에게 별다른 언질이 없이 일을 진행시킨 것이기는 했지만, 지난 2달 동안 암브로이즈 차수가 지휘하고 있는 로드 멜비스 공략 전에 투입된 함대는 재편성을 거의 끝내고 보급을 완료한 상태였다. 이것은 분명히 재공격을 상정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 에이센이 반격해 오는 것에 대항한다고 말은 하고 있었지만 에이센도 지난 2달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고, 국경지역에 대한 수비만을 강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이센 함대는 20만 척에 달하던 로드 멜비스에 잔류하고 있던 함대중 절반을 아이크 행성으로 다시 이동시켜 버렸다. 로드 멜비스 행성과 그 주변 경계 그리고 국경 수비에 투입된 에이센 함대 전체는 10만 척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2달 전 대규모 공세가 벌어지기 직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런 일련의 행동 때문에 아마도 에이센에게 별다른 침공 의도가 없을 것이라 짐작한 국방부에서는 오히려 재공격을 감행해서 에이센군과 다시 결전을 벌이자는 논의가 활발해 졌을 것이다. 솔직하게 국방부의 탁상 전술가들로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그렇겠군······”
하지만 에이센이 비록 병력을 후방으로 분산 시켰다고 해도 경보체계를 강화해서 아군의 움직임에 충분하게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병력 차이는 그렇다 쳐도 이런식의 전쟁이 된다면 에이센군과 속전 속결로 정면 대결을 벌여야 한다. 에이센의 대형 전투함 위주의 편성을 단숨에 무너 뜨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단순하게 숫자만을 두고 전쟁을 벌이는 국방부 참모본부의 작전 수립자들은 자신들이 오히려 에이센에 우세하다 여기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세우터라고 하는 신형기가 지난 두달간 대량으로 공급되었고 에이스 파일럿들과 공격 항모도 증원되었다. 그리고 전에 없이 보급도 다시 철저해 졌다. 이것들 모두 에이센을 재침공하기 위한 사전 준비일 것이다. 병력 보충도 이루어 져 있고 물자도 많이 보급되었다고 하지만 에이센과 정면으로 승부를 벌인다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은 국방부의 탁상 전술가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얼마간의 군사적인 승리로 만족할 것이다. 에이센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속전 속결을 벌이려 할 것이고 에이센은 초반 피해가 많이 날 것이지만 결사적으로 항전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간을 끌게 되어 자신들이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국방부 전술가들은 전쟁을 그만두려 할 것이다. 아마도 국경 지역의 그렘벨 기지를 점령하는 선에서 전쟁을 끝내려 할지 모른다. 일단은 당장은 무슨 성과물이 있어야 자신들의 입장이 난처해 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나중에 그렘벨을 잃더라도 지금은 투입된 비용에 대해서 손해만 너무 극심했다. 그렇지만 에이센도 결코 바보들이 아닐 뿐더러 후방에 막대한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분명 재공격을 감행할 것이고 파츠 베이스군은 아마도 크게 패전하게 될 것이다. 이때 래리의 말대로 행동하면 충분할 것이다. 잠시만 참자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속을 스쳤다.
“좋아······자네의 말대로 하지······”
암브로이즈 차수는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현재 상태로 본다면 국방부의 압력에 못이겨 강제로 예편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태이니 만큼, 자신이 스스로 래리의 말대로 하는 것이 모양새도 좋았다. 마음을 결정한 암브로이즈 차수는 빙긋 웃으며 만약 잘못되더라도 자신이 책임지면 그만인 것을 괜시리 걱정만 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는 매우 어려운 인물이었지만 한번 결정을 내리면 그 고집을 쉽게 꺾지 않는 인물이기도 했다.
일단 마음을 다잡은 암브로이즈 차수는 즉시 기민하게 움직였다. 국방부에 자신도 이번 작전에서 책임이 없다 할 수 없고 이제 에이센도 더 이상 침공해 올 것 같지 않으니 룸네에 주둔하고 있는 30만 척 함대의 사령관직에서 물러나고 싶다는 뜻이 담긴 전문을 국방부로 발송했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물러서면서 다른 작전상의 문제 등을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하면서 국방장관에게 네드 크라이처 방위 사령관으로 임명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암브로이즈 차수는 국방장관 벤플리트 제국원수가 현재 가지고 있는 책임에 대해서 그것을 문제 삼지 않을 것임을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다. 암브로이즈 차수가 작전의 실패 등을 논의 한다면 벤플리트 제국원수도 최종 결정권자로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의 약점을 꼬집은 것이다.
2월 8일 파츠 베이스 국방장관 토리만 벤플리트 제국원수는 정식으로 암브로이즈 차수를 룸네에 주둔 중에 있던 30만 척 함대의 사령관에서 지위 해임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모든 사람들이 암브로이즈 차수가 이제 강제 예편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차수는 그간 국가에 세운 공적들을 감안하고 그 자신이 강력히 원해,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의 방어 사령관으로 재기용되어 30만 척 함대의 후방 지원을 맡게 되었다. 이것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깜짝 놀랄 일이었다.
2월 15일 네페르 행성계에 장기 주둔하고 있던 발터 기엘 지엘하르트 대장의 함대 소속 파일럿인 아세라는 자신의 쌍둥이 동생인 페넬로페가 2월 15일 정식으로 대위로 승진하게 된 것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이제 나도 언니처럼 대위가 되었네?”
페넬로페는 그녀 자신이 대위가 된 것을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했다.
“그래. 너도 대위가 된거 축하한다.”
아세라가 대견하다는 듯이 말하자 페넬로페는 히죽 웃어 주었다. 지난해 파츠 베이스의 계속된 침공에서 페넬로페가 꾸준하게 공적을 쌓아 대위로 승진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나저나 올해는 전쟁이 좀 없었음 좋겠다.”
언니의 말에 페넬로페는 히죽 웃으면서 그러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페넬로페가 대위로 승진하게 된 것을 피스톡 중위나 맥클레런 중위 모두 진심으로 자신의 일처럼 잘 되었다고 축하해 주었다. 페넬로페의 승진 축하를 겸해 저녁때는 전함 내의 바에서 간단하게 개인에게 1주일에 한잔 나오는 술과 바에서 파는 소시지로 저녁 대신했다. 그렇지만 흥겨운 기분도 잠시, 그 기분을 확 달아나게 하는 지엘하르트 대장의 육성 연설이 있었다. 모두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간단히 휴식들을 취하고 있을 때 지엘하르트 대장은 자신들의 함대가 배치 이동되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던 것이다.
이들은 중앙의 우주 공격군 소속의 함대였으니 함대가 전선에서 빠진다면 당연하게 베르베라로 귀환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엘하르트 대장은 자신의 함대가 아이크로 가게 되었다고 밝히면서
“······갑작스러운 일이지만 모두 그렇게 알고 준비를 해주기 바란다. 이상!”
지엘하르트 대장의 이런 말에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술렁이고 있었다.
“뭐야? 갑자기 이런 일이······”
글자 그대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져 버렸기 때문에 아세라를 비롯한 모두들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에라, 그럼 뭐야? 우리 베르베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크로 가는 거야? 뭔 훈련이 이렇게 길어······”
260년 베르베라에서 출발했을 때부터 이 함대 소속이었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중년의 상사가 투덜거리고 있었다. 우주공격군 함대의 경우 어디를 비상 출격한다고 해도 그것이 어다인지를 밝히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단지 훈련차 출격한다고 말할 뿐이었다.
아세라는 그 사실을 떠올리고는 지엘하르트 대장의 함대가 어딘가 큰 전력상의 공백이 생길 때 그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기 위한 함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건지······’
그녀는 내심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아참, 크라우프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갑자기 아이크로 가게 된다고 하니 지난번 뉴스에서 보았던 크라우프를 다시 만나 볼 수 있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뜻밖에도 크라우프가 뉴스에서 나왔고 그는 대령으로 승진했다고 말했다. 처음에 크라우프를 만났을 때 그는 아무것도 모르던 소위였다. 그때 자신은 중위였다. 지금 아세라는 대위인 것에 비해 크라우프는 대령이라는 지위에 올라 있었다. 다음에 그를 만나게 된다면 자신이 경례를 올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훗······축하부터 해 주어야 겠지?’
쓴웃음을 짓고 있던 아세라였다. 크라우프는 자신이 보았던 것처럼 재능도 많고 운도 좋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억세게 좋은 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매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부럽다.’
갑자기 아세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크라우프는 지금 대령으로 승진해 있었다. 자신은 겨우 대위로서 이제는 감히 그를 올려 보기도 힘들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와 마지막 만남이 되었던 그날 저녁 때 그녀는 크라우프에게 졌다고 인정했었다. 하지만 지금 너무나도 앞서 나가 버린 크라우프를 생각하며 조금 울적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처음에 만났을 때 크라우프 정도는 자신이 뛰어 넘을 수 있을 존재라고 여기고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간단한 존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빌어먹을!······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비스톡 중위나 맥클레런 중위가 또 어디로 가냐며 투덜거리는 말에 아세라는 뭐 두 사람의 고향으로 가게 되는 것 아니냐면서 오히려 두 사람에게는 잘 된 것 같다고 말을 했다. 둘은 그녀의 말에 씁쓸히 웃을 뿐이었다. 비록 우주 공격군 함대가 에이센 최정예 함대라고 자부하고는 있었지만 여러 곳을 전전해야 했기 때문에 방랑자 부대라고 불리기도 하고 있었다.
“아참, 페넬로페. 그나저나 우리 아이크에 가면 크라우프 다시 만나볼까?”
아세라는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해서 페넬로페에게 자신의 생각을 물었다. 페넬로페는 고개를 슬쩍 옆으로 숙이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언니의 생각같은 건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좋을 대로 하시지요~”
페넬로페는 그렇게 말을 받은 뒤 히죽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비스톡 중위와 맥클레런 중위에게 고향가는 길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잔을 들어 건배를 청했다.
“물론이죠. 페넬로페 우르반 대위님의 승진 축하도 겸해서 건배 합시다.”
아세라도 씁쓸히 웃으면서 잔을 들어 주었다. 네 사람이 들어 올린 잔이 부딪치면서 짧게 쨍그랑 하는 소리가 났다. 아세라는 잔을 내린 뒤 단숨에 술잔을 비웠다. 독한 술기운이 목을 타고 넘어오며 순간 열기가 확하고 끓어 오르는 것이 오히려 아세라에게는 기분좋게 느껴졌다. 마치 저 멀리 우주 공간을 단숨에 가로질러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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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래리의 말중에 이상한 점이 느껴지시면 즉시 신고를…
너무 길어서 고치다가 대충-헛! 이런- 넘겼거던요…^_^;
이 소설의 전체에서 이번의 대사가 젤루 길었던 듯…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64…
음…오늘도 이어지는 독자와의 대화…재미붙인 아뒤쥔장 ^_^)/~
‘피르다룬’님…많은 것을 알려하지 마세요…ㅡ_ㅡ; 저도 아직 잘(?) 모르는 일이랍니다…
‘yaiddasya’님…통장이 누구손에 있지요? 통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돈의 임자-_-;라는 것은 어느 집이나 똑같은 듯…
‘하얀백작’님…4:1이라…훗…원하신다면 작가를 협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만…짤릴수도 있으니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의학과4년생’님…시에나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면 사정거리에는 예~~전에 이미 진입한 상태입죠…ㅡ_ㅡ;
‘하레스’님…”솔로천국~! 커플지옥~!”이 본래 저의 외침입니다만…그때는 잠깐 어딘가가 이상해 졌었던 듯…
‘다크크라이드’님…디나를 죽였다간 저나 작가나 “솔로천국 커플지옥”단의 암살단에게 쥐도새도 모르게 죽을 것 같다는…쿨럭~…아, 그리고 이상한 부분 좀 손 봤습니다…음…생명선이 조금 기시네요…그리고 금전운도 좋은 편이시고…응? 지금 뭔소리?? ㅡ_ㅡa
‘치우강’님…헉…죄송합니다…제가 착각을…친구분께서 가지를 쳐 주시기를 기원해 드립죠…^_^)/~
‘프리맨’님…크라우프가 바리스타를 탈 일이 없을 듯…한데…가능할런지는 장담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ㅡ_ㅡ;
‘게딱지’님…위에서도 적었지만…”솔로천국 커플지옥”단의 암살단에게 죽고싶지 않습니다…^_^;
‘테르미도르’님…감사라뇨…오히려 저희들이 감사를 드려얍죠…(–)(__)(–)/
…이 글을 본 작가넘의 멘트…”…언젠가 본 성방의 채팅창 같군…”
…헉…
…아 소제목 바꾸기 구찮다…걍 냅둘래…ㅡ_ㅡ
리하르트황제력 262년 2월 20일 전함 하이젤베르크Ⅴ호의 함상에서 크라우프 페트릴 대령은 한창 훈련중에 있는 자신의 함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2월 1일부터 3월 1일까지 예정되어 있는 훈련은 로드 멜비스 사령부에 통고하고 정식으로 명령을 받은 것이었다.
이날 저녁 식사를 마친 크라우프는 쉐프턴 소령을 술이나 한잔 하자면서 불러낸 후 은근하게 요즘 함대 분위기와 훈련 상태에 대해서 물었다. 특히 두 강습해병대 출신의 교관에 관하여 자세하게 질문했다. 그들에 대한 쉐프턴 소령의 평가는 상당히 좋다는 것이었다. 특히 주전투원인 바리스타 부대의 훈련 교관으로 파견된 강습해병대 특수요원 야이다 윙게이트 중사는 글자 그대로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쉐프턴 소령은 야이다가 제법 훈련 교관으로서 체계적으로 훈련을 계속하게 하고 있었고, 같은 강습해병대 출신인 라티시드 준위와도 꽤 죽이 잘맞는 것 같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사령부에서 훈련 교관으로 파견한 야이다가 제법 자신이 할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야이다와 라티시드 준위가 실시하는 훈련은 표면적으로는 파일럿들의 훈련이었지만, 강습해병대식으로 훈련시간 중에는 몇시간씩 함내를 구보하면서 체력 훈련을 쌓는 것이 주된 훈련 내용이었다. 그와 동시에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한 전투 적응 훈련을 병행하여 파일럿들의 숙련도를 빠르게 향상시키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이었기 때문에 두 강습해병대 출신의 훈련교관은 연일 강도높은 훈련을 계속하고 있었다. 물론 그 훈련을 받고있는 파일럿들에게는 고된 시간의 연속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쉐프턴 소령은 자신의 휘하로 끌어 들일 예정이었던 야이다를 같은 교관직을 맡게 된 라티시드 준위와 협조하기 쉽도록 에이린의 중대로 전속시킨 것이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반감도 꽤 큰 것 같다고 하던데······”
크라우프의 말에 잠깐 움찔하던 쉐프턴 소령은 시에나가 말해 주었냐고 나직히 물었다. 크라우프가 조금 머쓱한 표정을 짓자 소령은 알 것 같다고 대답하면서
“강습해병대원 둘이 설쳐 댄다고 불만들이 꽤 큰 것 같습니다. 전에도 라티시드 준위에게 다른 파일럿들에게 별로 좋은 감정을 갖지 않은 것 알고 계시죠? 거기에 더해서 윙게이트 중사마저도 같은 훈련 교관이 되었으니······뭐 짐작하실 것 같습니다.”
“알 것 같군······그나저나 상사들은 그렇다 쳐도 위관급에 대한 훈련은 필요할 텐데······”
“신임 소위들 말씀이십니까? 위관급들은 그대로 두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건 제 생각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왜 그렇지?”
크라우프의 물음에 쉐프턴 소령은 정규 사관학교 출신자들인 위관급 소위들이 이곳에서 다시 훈련을 받는 것을 달가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강습해병대 출신인 두 교관들을 다들 좋게 보지 않는데 위관급들 마저 훈련에 가담시킨다면 그들 두 사람이 오히려 곤란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건 쉐프턴 소령의 말대로 하지. 없었던 일로 하세······”
크라우프는 선선히 그렇게 말을 받으면서 수고해 달라는 말을 하고는 쉐프턴 소령을 격려해 주었다.
서로 술잔을 들어 반병정도 나누어 마시자, 오래간만에 마시는 술에 은근히 취기가 오른 쉐프턴 소령은 요즘 발레리 미구엘 대위와 꽤 잘 되어 간다며 히죽 웃고 있었다. 지난 해에는 같이 30일 동안 휴가도 다녀 왔다면서 보면 볼수록 좋은 여자 같다고 말하며 연신 웃음을 지어대고 있었다.
“정비반장으로서의 능력도 최고라더군. 정비 불량 보고도 올라 온 것이 없고 말이야······어쨌거나 게리, 결혼하게 되면 축의금 듬뿍 내주겠네······”
“하핫!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1, 2백 다르크로는 안됩니다.”
소령이 다짐을 받듯 말을 하자 크라우프는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1, 2백 다르크라면 어지간한 직장인의 한달 급여 수준이었다. 하지만 크라우프는 그정도의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유능한 부하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돈따위에 연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쉐프턴 소령과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크라우프는 편히 쉬라는 말과 함께 그를 돌려 보냈다.
“그나저나 많이 골치 아프군······”
크라우프는 쉐프턴 소령이 방을 나선 후 그와 함께 마시던 브랜디 병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방에 있는 소파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할일은 무척이나 많았고 그 일의 대부분은 크라우프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아마 다이레아가 없었다면 자신은 얼마 견뎌 내지 못했을 것이다.
다이레아가 적절하게 자신에게 조언해 주면서 어지간한 일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완을 발휘하고 있었다. 자신도 그만큼 수완이 풍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그래도 많이 배워 나가면 그만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지금 이곳에 있다······인가?’
크라우프는 갑자기 이 생각을 하면서 조금 남아 있는 술병의 잔에 기울여 채웠다. 그리고 그는 허공에다 대고 마치 축배를 들 듯 잔을 높이 들었다가 그것을 단숨에 비웠다.
2월 26일 아담 조슈아 디제 대위는 공격 항공모함 바우터 크라이스 호로 연인인 라디아 파드 중위와 함께 전속되었다. 그는 이 공격 항공모함에서 새로이 편성 되는 세우터만으로 구성된 바리스타 대대의 대대장을 맡게 되었다. 대대 구성원들 대부분이 지난해 로드 멜비스 공략전에서 부대를 잃은 병사들과 신병으로 채워져 있었다.
“빌어먹을 일이로군······이런 부대를 지휘해야 하다니······”
처음 맡게된 부대가 패잔병들과 신병들로 구성되어 있는 부대라니, 이제 대위가 되어 정식으로 대대를 지휘하게 된 아담으로서는 적잖게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제 대대장이 된 아담을 따라 부장이 된 라디아 파드 중위는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래도 정식으로 대대장이 된 것이 어디냐고 했다.
“하긴 그래. 그렇게 생각해야지······”
아담은 그렇게 하겠다며 좋게 생각하겠다고 대답했다.
아담으로서는 새로이 대대를 구성하고 중위급들과 소위급 지휘관들을 불러 들여 중대장과 소대장을 임명하고 이들에게 중대와 소대원을 유효 적절하게 배분했다. 그런 뒤 아담은 이들 각자에게 신형기인 세우터의 적응 훈련을 맹렬하게 실시했다.
2월 28일 아담은 뜻밖에 같은 배에 엘레비아가 탑승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서 라디아와 식당에 들어와 앉았을 때 뒤쪽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에 뒤돌아 보았었다. 그때 아담은 엘레비아가 누군가와 함께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아 차리지 못한 듯 시끄럽게 조잘대는 여자 대위와 함께 웃으며 서 있었다.
“이런······”
아담은 순간 입꼬리가 쓱 올라오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벌어진 일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하루 종일 엘레비아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만 기실 하루 종일 바빴기 때문에 그녀를 찾아볼 여유는 없었다.
저녁때가 되어서 모든 훈련이 끝나고 찾아온 휴식 시간에 아담은 라디아가 중대장들과 함께 몇가지 중요한 논의를 하고 있을 때 슬쩍 그 모임에서 빠져 나왔다.
공격 항공모함 바우터 크라이스 호는 평소 600에서 700기 정도의 바리스타를 적재하고 있다가 이번에는 무려 5,000기 가량의 바리스타를 적재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게 되었고, 이 배에 처음 타게 되는 사람들이 많으니 엘레비아를 찾게 되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엘레비아가 이 배에 꽤 오랬동안 탑승해 있었다는 사실을 정비반에게 알아낸 아담은 먹이를 앞에둔 뱀처럼 눈을 빛냈다. 그녀를 혹시 아냐고 묻고 다니는 아담에게 정비반원은 엘레비아는 칼루야 상위 대대 소속의 에이스 파일럿이라고 말하면서 칼루야 상위 휘하에서 중대장직을 맡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고맙네!”
아담은 왜 엘레비아를 찾느냐는 정비반원의 의아한듯한 물음에 고향 친구라고 서둘러 둘러대었다. 이내 대단한 우연이라고 말하며 감탄하는 정비반원을 뒤로 한 채 그는 칼루야 상위의 세우터 대대를 찾아 갔다. 그곳에서 겨우 엘레비아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요우~ 타르고 대위님~아니신가?”
몇 사람과 함께 무엇인가 서류를 들고 걸어 나오던 엘레비아를 발견한 아담은 소리를 내어 그녀를 불렀다. 오랜간만에 만나는 사이였지만 아담은 자신도 모르게 비꼬는 듯한 말투가 되어 버렸다.
엘레비아는 휘하 소대장들과 훈련에 관해 몇 가지 사항을 점검하던 중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 보았다. 순간 보기 싫은 아담이 서 있자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 졌다. 그렇지만 거의 2년 가까이 보지 못한 얼굴이었기 때문에 반가운 척이라도 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