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27
“그, 그런가? 꽤 많군······하지만······전과보다는 일단 살아남는 것이 중요해!”
상대가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뒤의 말을 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화의 상대가 다이레아였기 때문에 자신의 속마음을 손쉽게 드러내 보이는 크라우프였다.
16일 01시 13분 제 3차 공격 함대에 소속되어 있던 엘레비아는 잠들기 전 1차와 2차 공격 함대가 적을 격파하고 로드 멜비스 행성 근교까지 진격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전투 막바지에 적을 추격하던 순양함대 2천 척이 갑자기 궤멸되는 바람에 추격이 주춤하여 결국 적을 놓친 것이 상당히 아쉽기는 했지만, 이미 1, 2차 공격 함대가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잘만하면 제 3차 공격 함대 소속에 있는 자신들은 싸우지 않고 전투가 끝이나 버릴지 모른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었다.
대대장인 저비스 칼루야 상위는 병사들이 쓸데없이 들뜨지 못하도록 하라고 특별히 지시를 내렸다. 그는 자만심에 빠져서는 이길 수 있는 전쟁도 진다고 말하면서 각별하게 병사들의 사기 유지에 신경쓰고 있었다.
루밀은 칼루야가 너무 바쁘게 움직이자 자신과 놀아주지 않는다면서 다소 불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칼루야 상위가 하는 일에 방해하거나 그를 귀찮게 하지는 않고 있었다.
엘레비아는 다른 사람들보다 번사이드 대위의 후임으로 들어온 기네머 중위가 걱정되었다. 아사야 트리멜 중위나 브리트니 파스처 중위는 모두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베테랑 파일럿들이지다. 그렇지만 기네머 중위는 매우 연약해 보이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인지 그가 전선에 나서면 얼마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해서 현재 중위로까지 승진해 있으니 나름대로 조종실력도 있고 살아 남는 법을 터득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의 연약해 보이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엘레비아는 퍼뜩 지난번 자신의 오랜 연인 이야기가 아담으로부터 나왔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을 떠올렸다. 생각하면 할 수록 참으로 역겨운 남자라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더욱이 그는 전에 만났던 라디아 파드 중위와 2년 가까이 사귀고 있다고 들었는데 자신에게 다시 접근해 오다니 참으로 치사하고 비겁한 남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는 내심 아담이 퍼트린 소문의 근원이 자신이 지갑속에 넣어 놓은 남자 사진이라는 소리를 듣고 크라우프라는 녀석의 사진을 얼굴만 남기고 다 잘라버린 것이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엘레비아는 굳이 소문이 아니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 보다 그냥 그대로 있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만났던 이후 아담을 다시 만나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에게 왜 그런 소문을 퍼트렸냐는 식으로 따져 물을 기회가 없었고, 그 때문인지 자신에 관한 소문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자신이 적극적으로 부정한다면 해결될 일이기도 했으나, 웬지 굳이 해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엘레비아는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잠을 자두는 것이 남자 친구에 대한 소문보다도 더 중요했다.
05시 28분 에이센 함대 총사령관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구원차 아이크 행성계에서 출격한 10만 척의 함대를 증원 받을 수 있었다.
아이크 행성계 소속의 함대의 지휘관은 아이크 행성 부사령관 파울르스 제이콥 로델 웨스트 대장이었다. 파울르스 로델 대장은 니콜 프라우저 대장에게 로드 멜비스로 후퇴해 전력을 재정비 하도록 한 다음, 장거리를 달려오면서 이제껏 거의 쉬지 못하고 계속 전투를 벌여온 것이나 마찬가지인 파츠 베이스 함대를 향해서 당당하게 맞서 나갔다.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파츠 베이스 함대가 매우 강력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로델 대장에게 신중할 것을 조언했다. 파츠 베이스군이 바리스타 전력을 대폭 증강해서 아군보다 통상 3배나 많은 전력을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전투를 로델 대장에게 맡기고 로드 멜비스로 일시 퇴각해 재보급과 재편성을 시작한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함대의 손실은 의외로 매우 크자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사실상 급조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함대의 편성이 다급하게 이루어진 덕분에 난전 상황에서 중간 지휘관들이 제대로 함대를 장악하지 못해서 손실이 더 커졌던 것이다.
당장 프라우저 대장 자신이 이끌고 출격한 7만 4천 척의 함대 중에서 2만 4천 척 가량이 격침된 것으로 보고 되었다. 사실상 완패 당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손실율이었다. 그것도 손실된 함정 상당수를 무질서하게 퇴각할 때 잃어버린 것이었기 때문에, 프라우저 대장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함대를 급조하지 않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훈련했더라면 지휘계통의 혼란으로 인한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두 다 자신의 지휘력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 생각되자 그녀는 자신의 이마에 주름이 하나씩 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빌어먹을······”
프라우저 대장은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지휘력 부족 때문에 발생한 이런 막대한 손실 때문에 적잖게 기분이 좋지 못했다.
크라우프가 지휘하는 함대도 수송함대와 접촉해 재보급을 받고 있었다. 그는 재보급을 받는 동안 병사들에게 교대로 휴식을 취하도록 지시했다.
하이젤베르크Ⅴ호도 자카운들이 다시 달라붙어 함체의 수리를 재개하고 있었다. 전투용으로 설계된 인간형 병기인 자카운들의 다양한 활용성은 이런 것에서 크게 부각되고 있었다. 전투용 이외에도 이런 식으로 함체 수리등으로 기체를 전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일 바리스타가 아닌 다른 것을 주력 병기로 채용했다면 현재 함체를 수리하는 작업을 위해서 바리스타 이외에도 함체 수리용 장비를 추가로 선적하고 있든지, 아니면 굳이 수리함과 접촉해서 응급 수리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형 병기인 바리스타는 응급 수리 정도는 간단한 소프트웨어의 변경만으로 해낼 수 있었고, 인간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작업을 별 무리없이 수행할 수있었기 때문에 수리에 필요한 시간을 대폭 단축시켜 주고 있었다.
로드 멜비스로부터의 보급과 병행해서 함체 수리 작업을 한창 진행중에 있는 자카운들을 잠시 바라보고 있던 크라우프는 전투가 다시 시작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적잖게 마음이 다급해 졌다. 이제껏 계속된 전투에 지쳐있을 파츠 베이스 함대도 휴식과 재보급을 위해서 잠시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모두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파츠 베이스 함대는 로델 대장의 함대에 정면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는 것이었다.
전투와는 상관없이 재편성에 열을 올리고 있던 크라우프는 09시가 다 되어서야 약 3천 척 정도의 함대를 자신의 지휘하로 편성할 수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후퇴해 오면서 그가 끌어 모은 전력들로서 이미 다이레아와 나름대로의 재편성이 끝나 있었으니 재편성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보통 이정도 전력은 준장급은 되어야 지휘할 수 있는 것이지만, 현재는 전시라는 긴급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크라우프의 휘하로 별다른 무리없이 전속될 수 있었다.
재편성이 끝나고 일단 재보급의 문제만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한숨 돌리게 된 크라우프는 다이레아와 함께 함교에서 물러나 자신의 방으로 와서 늦은 아침 식사를 하게 되었다. 다이레아는 입맛이 없는지 통조림캔 하나를 따서 그대로 접시에 엎어 놓은 뒤 그것을 포크로 찍어 조금씩 입안에 넣고 있었다. 이에 비해 크라우프는 식사량이 꽤 많았다.
“빌어먹을 일이군······전투가 너무나도 심각해!”
음식을 입안에 넣으면서 전투가 꽤나 힘들다면서 투덜거리는 크라우프의 말에 다이레아는 엷게 웃으면서 입을 오물거렸다. 그리고 다소 지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대령님은 참 대단하세요.”
“뭐가?”
“아니······저는 피곤해서 입맛도 없는데 그다지 지치신 것 같지도 않잖아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오히려 더욱 힘이 솟구치는 것 같아 보인다는 다이레아의 말에 크라우프는 히죽 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대꾸할 줄 알았던 크라우프가 말이 없자 갑자기 조용해진 두 사람이었다. 갑자기 서먹해진 분위기에 머쓱해 하던 다이레아는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시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하기야 체력이 그렇게 좋으시니······”
그녀는 그렇게 아리송한 말을 하여 크라우프의 볼을 붉게 만들고는 조금씩 먹고 있던 통조림을 먹기 시작했다. 잠시 머리를 긁적이던 크라우프도 이내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일부러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크라우프와 비슷하게 식사를 마친 다이레아가 샤워를 좀 하고 싶다면서 샤워룸 좀 써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샤워룸으로 향했다. 어쨌든 피곤함을 풀기 위해서 몇 시간이라도 잠을 청해야 둬야 했다. 크라우프는 자신이 먹은 식판을 치우면서 다이레아가 샤워룸 속에서 군복을 벗는 소리를 들었다. 샤워기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크라우프는 빈 깡통과 그릇들을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빙긋 웃음을 지었다.
‘원 참······’
그는 잠시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서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10분 정도 지나자 다이레아가 다시 군복을 입고 나왔다. 상의는 벗고 있었지만 안에 받쳐 입는 반소매 티셔츠는 그대로 입고 있었다.
“저기······”
그가 침대에 걸터 앉아 있자 다이레아가 잠시 머뭇거리면서 크라우프에게 뭐라고 말을 꺼내려 했다. 그녀는 크라우프가 그렇게 앉아 있는 것이 섹스를 하자고 요구하는 것으로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크라우프는 마치 다이레아의 마으목을 들여다 본 듯, 빙긋 웃으면서 침대를 덮고있던 담요를 살짝 치워주었다. 그리고는 이곳에서 푹 자두라고 말하듯이 시트를 토닥였다. 그는 굳이 피곤함을 못이겨 하는 다이레아를 괴롭혀 가면서까지 섹스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고마워요.”
이내 빙긋 웃으면서 답례로 그에게 키스를 해준 다이레아는 군복 바지를 벗더니 크라우프의 침대로 쏙 들어와 담요로 몸을 감싸며 몸을 뉘였다. 다이레아는 자신의 방도 있었지만 크라우프와 함께 자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종종 말을 했었기 때문에 지금도 그런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잠시 몸을 뒤척이고 있는 다이레아를 바라보던 그는 히죽 웃으면서 샤워룸으로 들어갔다. 크라우프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다이레아는 쌕쌕 거리면서 잠들어 있었다. 크라우프는 빙긋 웃으면서 그녀의 옆자리에 조심스럽게 들어가 다이레아를 끌어 안으면서 잠을 청했다. 그는 차츰 자신에게 전해져 오는 다이레아의 따뜻함을 온몸을 느끼면서 나른해 지는 정신 속으로 빠져 들었다.
14시 40분 파츠 베이스군 공격 항공모함 바우터 크라이스호 소속 파일럿인 엘레비아는 에이센 함대가 10만 척 규모로 다시 반격에 나서고 있다는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소속되어 있는 제 3차 공격 함대는 대략 10만 척 정도의 전함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현재 이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완벽한 보급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러는 사이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사령부에서는 제 1차와 제 2차 공격 함대가 적을 충분하게 약화시키면 자신들이 주축이 되어 결전을 벌여 로드 멜비스에서 에이센을 격멸시킬 것이라고 계속해서 호언장담하고 있었다.
============================================================================================
음…야한것을 기대하셨다면…ㅡ_ㅡ;
오늘도 조금 늦었습니다…으에엑~ 계속 늦어지는 것 같아~
….언능 튀자…텨텨텨…<=<=<= /( ㅡ_-)/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71…
역시나 계속되는 독자와의 대화~ ^0^)/~
'yaiddasya'님…허걱…40분이나…쿨럭~ T^T…근데 오늘도 기다리시게 한 듯…쿨럭~ 요즘 작가넘이 중간고사 기간이라…연참은 조금 힘들 듯 하네요…죄송합니다,,,m(_ _)m…그리고 미사일 순양함이라…가끔 본문중에 나오긴 합니다만…이 소설에서는 모든 전투함이 다 미사일을 쏘기 때문에-비록 장탄수(?)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그리 큰 의미는 없습니다…
'테르미도르'님…기연이라…그리고 연참 갈구기라…작가넘이 중간고사인 관계로 연참은…쿨럭~ 비축분도 10여개 밖에는 없습니다…중간고사 성적이 나쁘다면 매일연재 6개월만에 최초로 연중될지도…쿨럭~…사랑니라…음…뽑아본 적은 없지만…왠지 그 고통을 알 것 같다는…ㅡ_ㅡ;
'창세전쟁'님…작가넘을 닥달해 보니 나오는 대답…"저리비켜~ 시험이 낼보렌데 무슨~!"…쿨럭~
'하레스'님…감사합니다…열심히 하겠습니다…단지 작가넘이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_^
'다크크라이드'님…"남자는 마음이 풍요로워지면 당당해 진다"라는 말이 있지요…음…없나요?…쿨럭~ 없으면 제가 최초로 한 말이 되나….아무튼 그런 겁니다요…네…
'구프'님…쿨럭~…매번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단지…시간이 조금…애매해서 그런데요…되도록이면 23시 이전에 해 주셨으면…출근에 등교에…잠은 자야하지 않겠습니까…쿨럭~
'짝퉁1'님…"건필"…단 한마디로 의욕이 생겨나는군요…감사합니다…
'제스'님…오타지적에 감사드립니다…근데…훌쩍…출판용 원고…흑…대충 텍스트만 2메간데…언제 다 읽어보고 고치누…T^T
…작가넘이 방출하는 설정 약간…(이전에도 나온 내용이기는 하지만…분위기의 쇄신을 위해)
바리스타의 편제에 대해…
1개소대 8대(3국 공통), 5개 소대가 1개 중대(역시 공통), 5개 중대가 1개 대대(역시나…), 5개 대대가 1개 전투 비행단(함대급 규모에서만 윤용-바리스타 부대의 경우에만 적용. 보병은 편제가 다름-)
바리스타 부대의 지휘관에 대해…
소대장은 보통 준위나 소위가 행함. 중대장은 중위와 대위-파츠 베이스의 경우 인적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대부분이 중위-, 대대장은 에이센의 경우 보통 소령이 맡게 되나, 특별한 경우-긴급시 등-에는 대위가 맡기도 함. 파츠 베이스의 경우에는 대위나 상위급. 전투 비행단의 경우, 양국 모두 중령(규모가 작은 함대의 경우 소령이 맡는 경우도 있슴. 파츠 베이스군의 경우 중좌)이나 대령(파츠 베이스군의 경우 대좌)이 담당.
특수한 상황에서의 편제(여기에서 말하는 특별한 상황으로는 독립색적 공격함대, 순찰 초계함대, 특수임무부대 등등)에서는 이 지휘체계가 무시되는 경우도 있슴.
ex: 독립색적 전투함대의 경우…예전에 크라우프가 대위의 신분으로 전체 전투 비행단의 지휘관을 맡았던 적이 있슴.
보급과 병력 상황에 따라 편제에 변화가 생길 수 있슴.(1개 대대의 편제가 일시적으로 500기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슴. 전투시 긴급상황-지휘관 전사, 임시편제 등-의 경우에 해당)
이상 끝.
아차…소제목 바꾸는 걸 깜빡할 뻔 했네…ㅡ_ㅡ;
16일 20시 40분 누가 깨우는 사람도 없어 크라우프는 다이레아와 함께 21시가 다될 때까지 계속해서 잠자리에 들어 있었다. 퍼뜩 잠에서 깨어난 크라우프는 곤히 자고 있는 다이레아를 깨우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시계를 본 크라우프는 너무 오랬동안 잠자리에 들어 있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이레아를 끌어 안고 잠을 자면서 꽤 따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는 잠자리에서 이래서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인터폰으로 함교에 현재 상황을 물었을 때, 함교에서는 당직을 서고 있던 사관이 현재 재보급이 완료 되었고 사령부의 지시대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잠시 고개를 끄덕이던 크라우프가 다시 전황을 물으니, 현재 로델 대장과 파츠 베이스 함대 사이에서 전투가 계속 진행중이라고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알겠다. 30분 뒤에 올라가겠다.”
그가 몸을 일으키자 다이레아도 잠에서 깼는지 기지개를 켜면서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머리가 꽤 아픈지 양손으로 미간을 누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그는 묵묵히 두통약을 꺼내서 물과 함께 건네 주었다.
“감사해요.”
다이레아는 먼저 물을 조금 마시고 두통약을 먹었다. 그리고 한참동안이나 자리에 앉아 있었다. 겨우 정신이 회복되었는지 상황을 물어 보셨냐고 물었다.
“한창 전투중이라고 하는 군······아직도 우리는 로드 멜비스 주변에서 재편성과 재보급중이고 말이야!”
크라우프의 말에 다이레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아랫배를 잠깐 문지르더니 그를 바라보면서 엷게 웃었다. 다녀 오라는 손짓에 다이레아는 침대에서 미끄러지듯 내려 섰다.
21시 28분 크라우프는 다이레아와 함께 함교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는 4교대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한 팀이 6시간 정도 근무를 서고 나머지 인원은 휴식을 취하는 식으로 피로함을 해결하고 있었다. 그는 자리에 앉아 그 동안 밀려 있었던 보고를 간략히 받고는 현재의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파츠 베이스 함대와 로델 대장이 지휘하는 에이센 함대는 계속해서 전투를 수행중에 있었다. 상대도 계속된 전투로 많이 지쳐있을 것이지만 전투는 로델 대장이 차츰 열세를 보이는 쪽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워낙 바리스타 전투에서 눌려있다 보니 대형 함정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함대전 경험이 풍부한 로델 대장도 파츠 베이스 함대의 적극적인 공세에 차츰 기세를 잃고 눌려 버리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밀리게 된 가장 근복적인 이유는 파츠 베이스 함대가 에이센 함대에 비해 3배 이상의 바리스타 전력을 투입하고 있는데 그 원인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욱 결정적인 문제는 파츠 베이스군에 대량의 신형기가 공급되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비슷한 실력과 훈련도를 지닌 일반 파일럿이 동일 기체로 맞붙게 되었을 때에 비해, 아군의 바리스타 손실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었다.
사령부에서는 적이 통상의 3배에 달하는 바리스타를 투입한 탓에 밀리고 있다고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적의 신형기와의 교전경험이 있는 크라우프는 사령부의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다. 그는 적의 신형기를 계산에 넣는다면 피아간의 전력차는 9배나 10배로 정도 날 것으로 추정했다.
“시간의 문제로군······”
크라우프는 아군이 다시 패퇴하는 것은 시간상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패퇴해 오는 아군을 대신해서 현재 재편성과 보급이 상당부분 진행되어 있는 니콜 프라우저 대장의 함대가 반격에 나설 것이 분명했다.
‘적의 전체 병력은 대략 30만 척 정도로 추산되고 있고······지금 이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은 그것의 절반 정도다······’
크라우프를 불현듯 지금 아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이 에이센군을 최대로 약화시키는 것이 임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들은 공격 항공모함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현재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나 있는 공격 함대에서 확인된 공격 항공모함의 수는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크라우프는 적의 공격 항공모함의 대부분이 나머지 15만 척의 전함대로 돌려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현재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는 적의 전투함대는 대부분이 순양함과 구축함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덕분에 전함과 순양함들로 주축을 이룬 로델 대장이 지휘하는 에이센 함대에 결정적인 타격은 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파츠 베이스 함대가 자신이 짐작하고 있는 대로 지금 자신들이 상대하고 있는 전력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에 주력함을 배분했다면, 아마도 더욱 힘든 전투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크라우프는 기분이 별로 좋지 못했다. 씁쓸히 웃으면서 로델 대장이 힘겹게 전투를 계속하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나마 지켜보고 있었다.
17일 05시 30분 아직 피곤함이 덜풀린 탓인지 잠깐씩 졸고 있는 다이레아를 돌아보고 있던 크라우프는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더 쉬게 해주고 싶었지만 현재 로델 대장이 눈에 띄게 밀리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이레아에게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게 해줄 여유가 없었다. 차츰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로델 대장의 함대를 대신하기 위해 이제는 충분하게 휴식을 취하고 재편성과 보급을 마친 니콜 프라우저 대장의 함대는 전투 준비 상태에 들어갔다. 이들의 눈앞에서는 아군이 지칠대로 지칠 때까지 적과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제 적이 완전히 지쳐 떨어진다면 니콜 프라우저 대장이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도록 되어 있을 것이다. 이에 모두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모두 잠에서 깨어나 전투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자신들이 이제 곧 로델 대장의 함대가 더이상 파츠 베이스군의 공격을 방어해 내지 못하게 되었을 때 투입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들은 긴장의 강도를 서서히 높이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맡겨질 임무는 이제까지 계속된 전투로 지칠대로 지쳐있고 소진될 대로 소진되어 있는 적들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파츠 베이스군의 기습적인 공격을 훌륭히 방어해 낼 수 있게되는 것이었다.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이렇게 호언 장담하면서 전 함대 장병들에게 마음을 굳게 다잡고 로델 대장이 후퇴해 나올 때를 기다려 강력하게 반격에 나서도록 지시했다.
이처럼 사령부에서는 거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적잖게 걱정이 되었다. 파츠 베이스의 제 3차 공격 함대가 대략 10만 척 규모로 확인 되었는데 이들에 대한 현재의 정보가 아무것도 파악된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파츠 베이스군도 바보들이 아닌 이상 자신들이 장시간의 전투로 매우 지쳐있다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에이센군에게 철저하게 소모전을 유도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무엇인가 이상해······’
사령부에서는 이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크라우프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어쨌든 07시 20분 로델 대장의 함대가 무려 2만 척에 가까운 전투함들을 잃고 후퇴해 오기 시작했다. 보유하고 있는 전투 물자의 대부분을 소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로델 대장으로서도 더이상 전투를 계속할 수 없는 상태였다.
지칠대로 지친 로델 대장의 함대는 로드 멜비스 행성의 좌우로 갈라져서 사력을 다해 후퇴해 오기 시작했다. 로델 대장이 이처럼 함대를 좌우로 나눈 것은 중앙 부분으로 니콜 프라우저 대장의 함대가 신속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 이었다.
08시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장기간의 전투로 지칠대로 지쳐 있을 파츠 베이스 함대에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08시 30분 다시 부딪친 파츠 베이스군들은 다소간 반격을 가하는 것 같더니 이내 함수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추격하라!”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적이 전의를 상실하고 도주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전함대를 전진 시키면서 썰물 빠지듯 뒤로 빠져 나가고 있는 파츠 베이스군을 바짝 추격해 나가도록 했다.
11시 30분 까지 니콜 프라우저 대장이 지휘하는 에이센 함대와 파츠 베이스 함대 사이에서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숨가쁘게 전개되었다. 프라우저 대장은 파츠 베이스 함대로서도 더이상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손실을 입고 있었고 오랜 격전으로 피로도가 증가해 있었을테니 진격의 예기가 꺾이고 더이상 전투를 속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라고 결론을 지어 버렸다. 지금 단숨에 이들을 격멸해 버리고 나서 정보에 의해 파악된 제 3차 파츠 베이스 공격 함대에 대해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 프라우저 대장은 추격의 속도를 높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일견하기에도 파츠 베이스군의 전열은 상당히 흩어진 상태였고, 따라잡기만 한다면 곧바로 격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모두 쓸어 버려라!”
조급한 마음에 프라우저 대장은 파츠 베이스 함대의 추격에 열을 올렸다. 그녀는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함대가 오랬동안 이 정도 함대 규모로 편성되어 많은 양의 훈련을 거친 함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지휘하고 있는 함대는 단순하게 전투함들을 긁어 모아들인 집합체에 지나지 않았기 대문에 복잡한 작전을 구사해 낼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이런 함대를 지휘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프라우저 대장으로서는 이런 함대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정공법 이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까웠다. 몇개월 간이라도 이정도 규모를 유지한 채로 전투 훈련을 거친 함대라고 한다면 자신이 나름대로 구상하고 있던 반격 작전 같은 것을 구사해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자신이 맡고있는 얼치기 함대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파츠 베이스 함대는 도주하면서 손상이 심한 배를 그대로 내버리기도 하고 배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 적재하고 있던 화물들을 우주 공간에 내버리는 일도 서슴치 않고 벌이면서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다. 그렇게 하다가 14시 쯤에 이르러서는 적함대의 후위에 위치해 있던 파츠 베이스 함대 소속의 수송함대와도 마주칠 수 있었다. 자신들의 앞에 에이센의 대함대가 출현하자 화들짝 놀란 수송함대는 자신들의 뒤쪽에 연결하여 길게 늘어뜨려 놓았던 보급 물자가 가득 담긴 컨테이너들을 모조리 방기하면서 함수를 돌려 달아나기에 바빴다. 이것을 본 에이센 함대는 더욱 기세가 올라 파츠 베이스군의 함정을 단 1척이라도 더 격침시키기 위해서 기를 쓰고 추격해 나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간의 전과를 다투게 되었고 전열이 조금씩 흐트러 지기 시작했다.
적들이 내버리고 간 컨테이너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고 어떤 함정에서는 이것들을 자신들의 내부로 끌어 들이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것을 목격한 다른 함정에서도 적이 방기한 컨테이너를 챙기는 경우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어떤 함대는 적을 추격하고 어떤 함대는 전리품을 챙기는 식으로 무질서가 발생했다. 이것들 대부분이 체계적인 지휘 체계가 아직까지 제대로 확립되지 못한 탓이었다. 이는 긁어 모아 구성한 군대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해서 순간적인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되기 때문에 금기시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일체감이 부족한 지금의 에이센군에게서 그것을 바라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현재의 이런 상황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것을 금새 알아 차렸다. 이런 상황에서 함대를 재빨리 수습하지 못한다면 파츠 베이스군의 반격에 그대로 휘말려 들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지쳐 있었다지만 이제껏 그렇게 기세를 올리더니 별로 싸워 보지도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반전해 도주하기 시작하는 파츠 베이스 함대의 움직임도 마음에 걸렸다. 더욱이 적의 제 3차 공격 함대 10만 척이 이미 근처에 당도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덜컥 겁이 나 버렸다. 이에 그녀는 적이 버리고간 컨테이너를 절대로 전함 내부로 수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지시하면서 전 전투함대에 추격을 중지하도록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