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40
둘이 자리를 잡은 뒤 크라우프가 직접 인식표를 꼽고 음료수를 두개 가져왔다. 사령관이 일개 상사에게 이렇게 대해주자 디네스는 황망해서 몸둘바를 몰라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래······처음 디네스 보았을 때가 2년 전이었지? 그때에는 햇병아리 하사였는데 이제는 어엿한 상사가 되었군!”
“감사합니다. 그때 장군님은 소위님셨었죠?”
상당히 조심하면서도 빙긋 웃으면서 대답해 주는 디네스를 바라보면서 크라우프는 음료수를 한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지······그러고 보면 그때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살아남아 있는 사람은 알리시나와 너. 그 둘 뿐인가?”
“그렇습니다.”
“이제 디네스도 고참병 대우를 받겠군······”
다소 씁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크라우프의 목소리에 디네스는 음료수를 입안에 흘려 넣으면서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크라우프와 함께 있으면서 그가 참가한 전투의 모두에서 함께 싸워온 디네스였다. 마땅히 고참병 대우를 받아야 할 것이다. 디네스가 엷게 웃음을 지으면서 그렇다고 대답을 하고 있을 때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나직이 탄식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아는 얼굴들이 거의 없어져 버렸어······”
“각하······”
디네스는 크라우프가 꽤나 진솔하게 그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았다.
크라우프는 아까부터 전함 내부를 돌아보면서 아는 얼굴이 있을까 살펴보고 있었는데 겨우 디네스 한사람 이외에는 아는 얼굴이 없어진 것이다. 그들 대부분이 군대를 무사히 제대해서 사회로 돌아갔다면 몰라도, 크라우프와 함께 전장을 전전하다가 전사해 버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나는 죄가 많은 사람인지 모르겠다.”
“······각하의 탓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각하 덕분에 이렇게 무사히 살아 남아 있고요.”
디네스는 겨우 그렇게 말을 이을 수 있었다. 그는 고맙다고 대답을 하면서
“디네스는 이제 2년만 채우면······제대를 하겠지?”
“예정은 그렇습니다.”
디네스는 전임 소대장이었던 크라우프에게 의무복무 기간만 채우면 제대하겠다고 누차 이야기를 했었다. 그는 지금 그 일을 되짚어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무사히 제대하기를 빌어······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니 말이야!”
크라우프의 말에 디네스는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었다. 처음에 디네스가 하사로서 크라우프의 소대로 전속 되었을 때 디네스는 지금과는 달리 많이 나약해 보였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의 그런 연약한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끔 잠자리에서 시에나가 디네스에게 등을 맡겨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해주곤 했었는데, 크라우프는 그 말을 이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아! 디네스가 상사로서 역할에 충실히 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들어!”
“시에나가 말하던가요?”
일개 상사가 장군에게 반문을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오차피 소위 시절부터 함께 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도 하고······에이린도 그렇게 말을 해주더군······”
그들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디네스는 히죽 웃으면서
“매일 같이 주무시면서 제 얘기를 하시는가 보군요.”
두 사람 모두 크라우프의 애인이 아니냐는 디네스의 말에 크라우프는 하핫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상 말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디네스와 같은 사람 덕분에 내가 안심하고 있을 수 있으니······고마워! 그 말을 해주고 싶어!”
“감사합니다. 각하. 제가 더 분발하겠습니다.”
디네스의 공손한 대답에 크라우프는 됐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디네스가 2년 후, 아니 이제 1년 반도 안남았지? 무사히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하도록 나도 더 노력하겠어!”
크라우프의 대답에 디네스는 감사하다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푸른 눈동자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는 크라우프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약간 얼굴이 붉어진 디네스는 슬쩍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종이컵을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는 그것을 입으로 가져 가다가 슬쩍 크라우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리하르트황제력 262년 파츠 베이스 제국력 10년 9월 10일, 록세비엔에서 4일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모크엔 행성계로 파츠 베이스 함대가 속속 집결하기 시작했다. 모크엔 행성계에서 있는 유일한 유인 행성인 루세닌 행성 궤도 주변은 벌써부터 도착해 있던 함대들로 밤하늘이 온통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비트 로렌조 린제이 타르고 상좌는 콜 브롱 암브로이즈 차수를 따라 록세비엔의 호트런에서부터 이곳 모크엔 행성계로 이동해 와 있었다. 이들은 우주항에 셔틀로 강하해 사령부가 설치된 루세닌 행성의 중심 도시 알프레드 슈틸레 시티 근교의 군 사령부로 곧바로 향하고 있었다.
래리의 작전이 벤플리트 제국원수에 의해 정식으로 채택되었지만 에밀 바우터 원수는 계속해서 래리의 작전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었다. 작전이 너무 단시간에 결정되었고 아직까지 충분한 검토가 없이 시뮬레이션의 결과에 의해서만 졸속 결정된 작전이라면서 계속해서 우려를 내보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현재 파츠 베이스 군은 래리의 작전대로 에이센의 침공에 병력을 재배치한다는 명분 하에 록세비엔 쪽으로 병력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밤 하늘을 밝게 물들이고 있는 인공 광점의 무리들을 지상에 설치된 사령부로 들어서기 전 그것을 올려보고 있던 래리는 짧게 감탄사를 내뱉였다.
“장관이군요······이 정도의 병력이 집중된 적은 근래들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래리의 감탄사에 동승하고 있던 암브로이즈 차수는 파츠 베이스 독립 전쟁 이후 최대의 병력 집결이 되는 것 같다고 그의 말을 받았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오히려 사정이 나은 편이네!”
암브로이즈 차수는 그 당시는 병력적으로 에이센에 워낙 열세였고 군수품도 턱없이 부족했으며, 무엇이든 혼란에 빠져 있던 시기였지만 지금은 파츠 베이스가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에는 에이센에 비해 열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당시보다 사정이 나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에이센은 파츠 베이스와는 달리 군사력을 계속해서 줄여왔고, 더욱이 저 멀리 발바이스까지 대비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군사력을 이쪽으로 돌릴 수 없었다. 또한 변방의 일개 군관구의 힘으로는 파츠 베이스에 대규모 전쟁을 수행할 수 없었다.
정보에 의하면 에이센군은 중앙 군관구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차출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전투 물자도 중앙 군관구에서 충당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센은 준비 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었고, 열세에 놓여있는 파츠 베이스로는 그 점을 노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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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고…팔, 다리, 허리야…쿨럭~
노동의 댓가는 역시나…근육통이란 말인가…오늘 추수관계의 일을 하다보니-자세한 설명은 생략-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이 가끔 떨리는군요…
…즉…오타가 상당히 많을 거라는…하긴 언제는 적었습니까…무홧홧홧~ ㅡㅁㅡ)/
…오타 신고는 112로…아니 코멘트로…^_^;
그리고…진행중인 투표는 전체 참가인원이 세자리-꿈…인가?-가 되면 끝내겠습니다…쿨럭~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86…
삑사리가 두렵지만…
‘창세전쟁’님…엘레비아 팬이신 듯…자주 나오는 엘레비아의 신을 보시고…반가워 하시다니요…흠…취향도 참…정상이시군요…^_^)/
‘kim197911’님…오늘…조금…디네스 공략의 무언가가 시작되었다는…쿨럭~ 그리고…작가넘은 원래…디네스를…다른 넘 주려 했다는…제가 뜯어 말리고 있는중(강조!!!) 입니다…
‘마이트레야’님…솔로측 전사분 이셨습니까…커흑흑…반갑습니다…T^T 우리모두 11.11과 12.25를 대비하여 총폭탄 정신을 고수합시다~ Sieg!!! Solo!!!
‘제로나인’님…음…저도 솔직히 걱정됩니다…과연 벌여놓은 일을 다 수습할 수 있을런지 말이죠…넌지시 작가넘에게 물어보니…걱정하지 말라는 대답만이…쿨럭~ 혹시 다 죽이려는 작가넘의 흉계인지도…
‘버드아이스’님…4번째요? 1타가 시에나…2타가 아세라…3타가 다이레아…4타가 에이린…그럼 5타인데요? -ㅅ-;
‘나만의천사’님…아…너무 높습니까? 음…그럼…350점을 목표로~! ^0^)/…너무 낮은가요? -.-a…지도라…쿨럭~ 저랑 동생넘은 그림실력이 제로(zero=0)이기 때문에…그리고…까페도 없구요…물론 지도는 있지만 그건 그림이 아니라 낙서에 가까워서….쿨럭~ 그리고 까페는 만들 생각도 없습니다…^ㅅ^v
‘양아’님…음…도박을 걸고 있는 쪽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시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파츠 베이스가 지금 래리의 작전안을 채택함으로서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지요…그리고…초유의 대하’장편’SF소설…쿨럭~ 왠지 ‘장편’만 묘~하게 강조되어 있다는 느낌이…-ㅅ-;; 하긴 재미는 그다지 없는 편이지만…우에엥~ 그~래~도~오~…흑…ㅜ_ㅜ
‘프리맨’님…오래간만에 들려주셨군요…^_^)/ 그리고 칭찬 감사합니다~
‘黎明’님…흐흐흐…저희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습니다…단지 ‘포로로 누군가가 잡힐 수도 있다’고 가능성만을 얘기했을 뿐이지요…므후후후후…(어느새 피오오르는 아뒤쥔장의 어두운 포스…)
‘피르다룬’님…뭐, 사실대로 말씀 드리자면…엘레비아는 크라우프와 이어지지…엇~! 다, 당신들 누구야! 어? 어? 이, 이거 놔~ 지지직! 아악~!(←검은 양복의 사나이들에게 끌려간다…)
‘yaiddasya’님…컴 업글의 압ㅂ박을 받고 계시군요…그런데…몸무게 48kg에서 53kg로 찌셨다고 하셨는데…언뜻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음…남자 몸무게가 아닌 듯 한데…헉~! 그, 그럼…’yaiddasya’님…여, 여자분이셨단 말씀입니까아~ ◎0◎;;; 게다가 솔로~!! 우워어어어어어어! (←먹이를 발견한 배고픈 늑대…아뒤쥔장…)
‘하레스’님…훗…현재 엘렌의 심리상태는 코프를 싫어한다기 보다는…막연한 동경? 뭐…그런 상태입니다…그리고 디네스는 이제 슬슬 작업에 들어가려는 듯 보이네요…
‘무쏘’님…솔직히 작가넘이 그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지…저도 무지무지 X 100 만큼 궁금하답니다…
‘다크크라이드’님…크라우프의 능력은…음…뭐랄가요…사소한 감동을 잘 주는 타잎이라고 할까요? 물론…힘(?)도 좋구요…쿨럭~ ㅡ_ㅡ; 그리고’다크크라이드’님도 솔로 부대원 이셨군요…크흑…반갑습네다~ 돔무 T^T
‘엘리미아’님…오타지적 감사합니다…그리고…쿨럭~ 한달이나 못 오실 것 같다구요? 이런이런…그럼 저희는 돌아오셨을 때 읽을거리를 많이 준비해 놓겠습니다~ ^_^)/~
음…좋은 밤 보내시고, 활기찬 한 주 맞이하세요…솔로천국~! 커.플.지.옥!
아차…소제목 바꾸는 걸 깜빡할 뻔 했네…ㅡ_ㅡ;
9월 15일 파츠 베이스 함대가 모크엔 행성계의 주성 루세닌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파츠 베이슨 군부는 함대를 집결시키면서, 에이센이 네페르 행성계에 수많은 함대를 집결시키고 있는 중이고 이는 분명히 대규모 무력 침공이 임박한 것이 분명하다고 국민들에게 정식으로 발표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과거 에이센군이 사용하던 치라운들도 다시 비축 창고에서 꺼내졌고 전국의 예비군들에게도 총동원령이 떨어졌다.
9월 16일 피델 아론 총리가 발동시킨 총동원령에 의해 소집된 각 행성에서 예비군들에게 로켓추진식 수류탄과 대전차 빔 발사기를 포함하는 중화기가 지급되었고, 민간인들에게 적어도 3개월 이상의 식량과 연료를 배급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비상 조치가 발표 되었다. 시민들은 분위기가 점점 험악하게 돌아가자 얼굴이 점점 굳어져만 갔고, 생필품을 사재기 하기 위하여 곳곳에서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9월 17일이 되자 파츠 베이스 전국에 비상 계엄령이 발동되었다. 계엄령의 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사건은 9월 16일에 일어난 대규모 폭동 사태였다. 다시 크게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소식에 파츠 베이스의 일부 지역에서 상가를 약탈하기 시작했고, 경찰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폭동으로 번졌던 것이다.
9월 18일 생필품 사재기로 인해서 물가가 군부의 에이센의 무력 침공 우려 발표 후 무려 300배가 뛰었다. 정부는 이에 대해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표시 가격보다 높게 생필품을 판매할 경우 엄중한 처벌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상점에서는 단속이 있을 때에는 물건을 내놓지도 않았고, 단속원들이 지나가면 암암리에 물건을 조금씩만 내어놓아 폭리를 취하는 행태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9월 19일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폭동 사태가 악화되었다. 그렇지만 이들 폭동은 일부 지상군 부대가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진정되기 시작했다. 파츠 베이스는 생각보다 빨리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9월 20일부터 군수품 위주로 주민들에게 3개월 분의 식량이 전격적으로 배급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비군 대상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징집이 행해지고 있었다.
이날부터 지상군의 재편성이 대대적으로 벌어졌고, 비축해 놓은 구식 전투함들과 폐기예정에 있던 전투함 마저 다시 수리하여 예비군들을 중심으로 한 함대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9월 22일 파츠 베이스에서 발생했던 거의 대부분이 폭동이 진압되고 있었다. 비록 사상자가 소수 발생하기는 했지만 생각외로 빨리 진정되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때쯤에는 거의 대부분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소총과 중화기의 분배가 끝나고 행성 내부에서의 지상전 준비가 계속되고 있었다.
9월 25일 식량을 위시로한 생필품에 대한 정부의 배급령이 발표되었다. 이는 시민들의 불만사항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식량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9월 28일이 되자 단시간에 구성을 마친 구식 함정들을 이용한 최초의 함대가 탄생했다. 이들은 치라운과 엘윈등을 위시로한 공중전 부대를 갖추고, 다수의 구식과 일부 신식 장비들이 혼재된 함대였다. 그렇지만 외견상으로 일단 함대만 구성해 놓은 것일 뿐이었고, 모든 것이 자리잡히지 않았으며 모든 것이 모자란 함대일 뿐이었다. 군 내부에서도 이들의 전투력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파츠 베이스는 에이센에 비해 전투함의 수가 크게 모자라는 상황이었고 구식함들이지만 기습이나 양동 작전 등에는 소용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이들을 이용한 함대 재구성이 계속해서 진행되기 시작했다.
9월 30일 파츠 베이스와 에이센 사이에서 전쟁을 회피해 보려는 양측의 특사들이 교환되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에이센 특사들의 매우 고압적인 태도와 무성의한 태도로 회담에 임함으로서 양측의 그런 노력들은 무의미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10월 3일 피델 아론 총리의 대 에이센 정견 발표가 있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파츠 베이스는 에이센의 침공에 대해 끝까지 저항할 것임을 명백히 선언했다. 하지만 이 발표도 일상적인 수준에서 머물렀고, 에이센이나 파츠 베이스나 이 발표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 듯 했다.
10월 8일 파츠 베이스는 공식적으로는 에이센의 침공이 명백한 것으로 파악된 네페르 행성계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방어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유케울에서 1차적인 방어선을 펴고 그 다음 행성계부터 차례대로 방어 전략을 구성해 에이센의 공격 능력을 단계적으로 흡수하여, 최종적으로는 록세비엔까지 적을 끌어들여 일전을 치러내겠다는 전략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이 모든 지휘는 독립 전쟁에서 큰 활약을 했던 국방장관 토리만 벤플리트 제국원수가 총괄지휘하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토리만 벤플리트 제국원수는 독립 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별다른 이름이 없던 장군이었다. 단지 하만 바이파 행성계 방어 사령관일 뿐이었던 그는, 파츠 베이스 독립에 가담함으로서 에이센의 제 1차 토벌군을 막아내는 등 뛰어난 활약을 보인 역전의 지휘관이었다.
언론에서는 벤플리트 제국원수를 두고 적은 병력으로 언제나 다수의 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명장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에이센의 대규모 침공이 예상되고 있기는 해도 독립 전쟁 당시보다 사정이 나쁜 것이 아니라면서 국민들의 사기를 높이려 애썼다. 언론에서는 자신들이 독립당시보다 병력도 많아졌고 사기도 더 높은 데 반하여, 에이센은 그 당시에 비해서 병력 동원 능력이 휠씬 떨어진다면서 파츠 베이스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일부 과격한 언론에서는 독립전쟁 당시만 해도 에이센은 바르디아 쪽에 나가있던 함대까지 동원해서야 간신히 아이크까지 어떻게 진격해 나올 수 있었다면서, 지금 싸운다면 자신들의 승리가 확실하니 오히려 에이센에 선제공격을 주장하기도 했다.
언론들은 대체적으로 에이센은 현재 바르디아쪽에서도 발바이스라고 하는 강력한 제국과 마주하고 있으니 그쪽에서 함부로 병력을 차출해 내지 못할 것이므로 이번의 에이센의 대규모 병력 동원을 저지해 낸다면 이후 에이센은 침공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고 전망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에 파츠 베이스가 큰 승리를 거둔다면 에이센은 향후 거의 20년 이상은 다시 침공해 오지 못할 것이라고 논평을 내보내고 있는 논설가도 있었다.
10월 15일 20시 40분 크라우프는 에이린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둘이 소파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같이 저녁 뉴스를 보게 되었다.
에이센의 언론들은 파츠 베이스가 대대적으로 무력 도발을 해올 것 같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에이센이 네페르 행성계의 방어를 위해 다소 병력을 증강 배치한 것을 빌미로 대대적인 함대 재편성을 함과 동시에 전시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
“대단하군······그런데 우리가 먼저 공격하려고 하지 않았나?”
크라우프의 말에 에이린은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언론이라는 것은 다 그런 것 아닐까요?”
“다?”
“예······그들도 에이센의 지배를 받고 있으니까요.”
에이린의 대답에 크라우프는 그럴지도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었든 걱정이 많이 되네요. 파츠 베이스가 대대적으로 방어를 위해서 병력을 재편성한다는 것이 이제는 에이센 국민들에게도 공표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녀의 말에 크라우프는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전쟁을 시작하려면 빨리 해야 할 것인데······우리들은 언제까지나 이렇게 대기 명령만 받고 있나 모르겠군!”
“그렇죠······”
에이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잡고 뒤로 한번 쓸어 넘겼다. 그녀는 크라우프와 이렇게 함께 있는 것이 그렇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신을 위해 애써준 크라우프에게 어떻게든 보답을 해야 겠다 생각했을 뿐인데 말이다.
“에이린······”
그때 크라우프가 자신을 다정하게 부르자 그녀는 왜그러냐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에이린. 이번에 전쟁 끝나면······어떻게 할꺼야?”
크라우프가 갑작스럽게 물어오자 순간 당황한 에이린은 무어라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자 그는 조용히 에이린쪽으로 다가왔다. 다가서는 크라우프를 보고 에이린이 슬쩍 물러서려 했지만 어느새 그에게 손을 붙잡혀 있었다. 순감 움찔 했던 에이린은 이내 자신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크라우프의 손을 느끼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글쎄요······갑작스러운 질문이라서······”
“별다른 계획이 없다면······나하고 같이 베르베라로 돌아가지 않겠어?”
“네?”
갑작스런 자신의 제안에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는 에이린을 바라보면서 크라우프는 거부할 수 없는 그윽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그가 한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에이린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뭐라고 할 말을 잃은 것이다.
“······저야 고향이 베르베라입니다.”
평소에 남들 앞에서는 무척이나 당당하게 보이는 에이린이었지만 크라우프가 한 말을 듣고는 그 당당함이 모조리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그녀는 갑자기 말문이 막혀 버린 것 같았다. 그러자 크라우프는 진지한 표정으로 에이린을 바라보면서
“에이린이 원한다면 같이 가고 싶어······”
그녀는 지금 크라우프가 자신에게 미래를 함께 하자고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두 명의 애인이 있었다. 아마 발바이스라고 한다면 크라우프가 이들 모두를 거느리고 있는 곳이 가능하겠지만, 에이센은 엄격하게 한 사람이 다수의 아내를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다. 다만 황제만 예외일 뿐이었다.
바르디아에서 다수의 부인을 두는 것은 에이센과는 달리 군인의 95% 이상이 남성들로 구성되어 있어, 전쟁에서 전사한 남성들 때문에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 전통은 전쟁으로 인하여 남성들의 숫자가 계속 줄어들자, 인구가 줄어들게 될 것을 우려한 바르디아 황제가 일부다처제를 허용한 것에서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난한 다수의 서민들은 일부다처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했고, 이 제도로 인하여 귀족들만이 무제한적으로 여자를 첩으로 들일 수 있게 되었을 뿐이었다.
에이린은 에이센에서는 바르디아와는 달리 황제만이 그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인지 에이센의 제 4대 황제 리하르트는 그 치세기간 동안 비공식적으로 거의 1억 명에 달하는 여자들을 자신의 마음대로 했을 만큼 그 권리를 한껏 누렸다고 했다. 그가 베르베라 시내를 돌거나 지방 순시를 나갔을 때 길거리에서 아무 여자나 붙잡아 마음껏 즐기곤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어쨌든 지금 크라우프는 에이린에게 함께 베르베라로 가겠냐고 묻고있는 것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현재 베르베라의 스페이스 콜로니에 거주하고 계셨다. 그녀는 조금 망설이다가 그 사실을 크라우프에게 말해 주었다. 그리고는 웃으며 같이 고향에 가는 것이 뭐가 어렵겠냐고 슬쩍 얼버무렸다.
“그런 것 말고······내 부모님을 만나 뵙게 해주고 싶어서 말이야!”
“그럼······저 한테 뭘 바라시는 거죠?”
에이린은 그가 바라는 것이 결혼을 요구하는 것 같자 다소 황당함을 느끼면서 물었다. 크라우프는 웃음을 띄는 것도 없이 에이린에게 그가 원하는 바를 말해 주었다.
“에이린·····내 아이를 낳아주지 않겠어?”
“······예?”
순간 에이린은 당황함에 앞서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애를 낳아 달라는 말을 하니 당황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되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내 크게 후회했다. 크라우프가 지금 자신에게 정식으로 결혼을 하고 싶다고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크라우프의 기분이 상했는지 조심해서 살펴 보았지만 그는 엷게 미소만 띄고 있을 뿐 별다르게 기분나빠 한다거나 하지는않는 것 같았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크라우프라고 한다면 에이린은 나쁠 것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진지하게 결혼 같은 것을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자신도 그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해야 될 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너무나 생각지도 않게 그 말이 나온 것이다. 에이린은 그가 장난삼아 하는 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남자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고민한 뒤 결정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에이린은 뭐라고 대답을 하지 못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인가?”
크라우프는 에이린이 너무 당황해 하자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에이린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크라우프라면 자신도 좋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조금 굳히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그렇지만······시에나도 있고 다이레아도 있고······그들과는 관계를 끊을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