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51
그 시간 디네스는 일시적으로 모함인 하이젤베르크Ⅴ호로 귀환해 알리시나를 내려 놓고 있었다. 자신이 조심스레 내려놓은 탈출 포트를 개봉하고 그 속에서 피가 낭자한 알리시나를 구하기 위해서 구급요원들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잠시 뒤 기절한 듯 피를 흘리며 축 늘어져 있는 알리시나를 구급요원들이 꺼내가는 것이 보였다.
“······보급 부탁해!
그 장면을질린 표정으로 보던 디네스는 간신히 그렇게 말한 후 자신의 바리스타 콕핏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사정이 다급했지만 일단 알리시나를 봐야 했다. 파일럿슈트에 온통 피가 붙어있고 탈출 포트를 개봉했을 때 물방울 지듯 핏방울들이 방울져 떠다니는 것을 보고나니 알리시나가 죽었나 싶어 덜컥 겁이났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우려와는 달리 알리시나는 다행히 무사했다. 디네스는 알리시나가 구급요원들이 즉시 혈청을 투여하면서 능숙한 솜씨로 응급처치를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디네스?”
부상치료를 받고 있던 알리시나가 또렷한 목소리로 자신쪽으로 다가온 디네스를 불렀다.
“아? 예! 소대장님!”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디네스가 화들짝 놀라며 바짝 다가가 물었다. 알리시나는 밀려오는 고통에 입술을 깨물면서도 무척이나 정확한 발음을 내었다.
“미안하다. 소대를 부탁한다.”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알리시나의 눈은 디네스를 또렷이 바라보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뢰싱 소위님. 염려 마시고 치료 잘 받으세요.”
디네스의 대답에 알리시나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여 주었다. 그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구급요원이 응급 조치를 마쳤다. 그리고 재빨리 후송하라는 말을 했다. 후송되어가기 전 알리시나는 고통에 가득한 얼굴로 목소리를 짜냈다.
“빌어먹을! 디네스······”
순간 디네스는 알리시나가 이대로 죽어 버릴 것 같아 놀랐다.
“네?”
“젠장! 잘하면 내가 너보다 먼저 제대할지 모르겠다. 빌어먹을!”
디네스는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구급요원들이 디네스를 밀쳐내고 알리시나를 후송해 갔고, 그녀는 뒤로 조금 밀려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몇 번 고개를 끄덕였다.
“호리스 상사! 기체의 정비에 시간이······”
정비반장 발레리 미구엘 대위가 통신기를 통해서 디네스에게 기체 정비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디네스는 추진제와 무기만 재보급해 달라고 대답했다.
“곧 다시 나갈테니 무기와 추진제만 넣어 주세요. 그럼 금방이죠?”
“하지만······”
발레리가 말끝을 흐리자 디네스는 부탁한다면서 일단 부족한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서 안전 구역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크라우프의 함대가 속해 있는 니콜 프라우저 대장의 함대와 로델 대장의 함대에서는 후방에 우주 공격군 함대가 지원에 나섰다는 소식이 널리 퍼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병사들의 기대와는 달리 당장 그들이 지금의 위기에서 자신들을 구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주 공격군 함대가 비록 정예 함대이기는 해도 그들도 로드 멜비스에서 대규모 함대 전투를 치르고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병력의 재편성도 제대로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위기에 빠진 프라우저 대장의 함대와 로델 대장의 함대에 대한 구원에 나선 것이다.
우주 공격군 함대의 본격적인 전투는 11월 22일 17시 30분에 벌어졌다. 이때 크라우프는 프라우저 대장의 지시하에 휘하 함대를 후방으로 철수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예하 함대 중 900척 이상을 적 바리스타 부대의 공격으로 잃어 버린 상태였다. 그나마 바리스타 부대의 결사적인 항전으로 그정도에서 피해가 끝난 것이었다. 크라우프 함대와 같이 최전선에 나서 바리스타 부대에 대한 지휘 통제를 하고 있던 함대의 상당수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전투는 프라우저 대장의 직할 전함대와 로델 대장의 직할 전함대가 최전선에 나서고 그 뒤를 우주 공격군 함대가 받쳐주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일단 에이센 함대는 아이크 쪽으로 후퇴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강력한 방어력과 포격전 능력을 자랑하는 전함들이 일선에 나선 것이다.
디네스는 함대 근처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살아남아 모함 하이젤베르크Ⅴ호로 귀환해 있었다. 아직 위험했지만 일시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는 있었다. 그녀는 땀과 피로에 젖은 파일럿 슈트를 벗어 버리고 온수로 20분이나 샤워를 했다.
디네스는 탈의실로 나왔지만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지는 몸때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전사했기 때문에 탈의실 내부는 전 보다 사람들이 많이 줄어 있었다.
디네스는 그렇게 주저앉아 라커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힘겹게 눈을 드니 시에나와 에이린이 샤워를 마치고 속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둘도 이번 전투에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를 했는데 그래도 움직일 체력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디네스는 너무나도 피곤해서 더 이상 움직일 힘도 없었다. 차라리 이렇게 쓰러져 푹 자뒀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밀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잠시 고개를 숙일 때 야이다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여자애가 이런 곳에서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잠들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야이다의 목소리에 디네스가 그를 올려 보았다. 그도 샤워를 마치고 나온 것 같았다. 디네스는 남자의 벗은 몸을 여러번 보았지만 야이다 만큼 근육이 잘 잡힌 사람도 별로 없다는 생각을 했다. 피로에 지친 눈으로 물끄러미 야이다를 바라보던 디네스는 작은 목소리로 알리시나가 부상했다고 말했다. 야이다는 그녀가 치료받는 곳에 가 보았다고 말하면서 디네스의 앞쪽 라커에 등을 기대 앉며 앉았다.
“안피곤해?”
디네스의 물음에 야이다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나는 괜찮아······그나저나 어린애 치고는 몸매 좋은데?”
============================================================================================
훗..디네스가 잠들면 그대로 침대로 데려가는 거야~ 야이다~ 기회닷~!! *_*)/~
…후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아뒤쥔장의 검은 오러…므흣~♡)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98…
…므흣~ ^ㅅ^v
‘백풍’님…에이센의 신형기라…자극을 받았으니…만들고 있을 것 입니다…아마도…장담은 못 드립니다…ㅡ_ㅡ
‘kim197911’님…신형기의 문제는 요기(↑)에 답변이 있구요…황제가 크라우프를…흠…뭐, 간단히 말씀 드리자면…敎育中…입니다…
‘창세전쟁’님…음…음…음…자신없습니다~!! 쿨럭~ 작가넘 마음에 달려 있다는…
‘제로나인’님…어쩌죠? 알리시나…아마 살 듯 한데…그나저나…야이다…무섭죠? 조종실력은 음…관우나 장비수준…쿨럭~
‘yaiddasya’님…쿨럭~ 19살짜리 백마를 차요? 헐…배때지가 불렀군…쿨럭~ 아, 죄송합니다…순간적으로 울컥해서리…그리고…야이다님이 출현하신다는 그 소설들…다 보고있는데요…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는…^_^a 혹시 맞추면 상품 있습니까?
‘하레스’님…쿨럭~ 이거 왜 그러십니까…저 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입니다…순진해서 여자랑은 말도 잘 못한다는…ㅡ_ㅡ; 그리고 동생넘에게 그 친구의 얘기를 물어보니…안절부절 못하던 어제와는 달리…태평하더랩니다…뭔가 께름직해서 상세히 물어 보지는 못했다더군요…
‘다크크라이드’님…흠…우려와는 달리 상당히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뭐, 아직 진행중이니 나중에 어떻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요…아담만 불쌍하게 되었지요…라디아 죽고나서 브리트니 사귀었는데…또 죽었으니…
‘피르다룬’님…흠…정확하게 보셨습니다…살지요…암요…여자는 잘 죽이지 않습니다…(←…그런데 브리트니는 왜 죽인겨? 몸매 좋~다고 해 놓고는!!)
‘soulschaos’님…쿨럭~ 야이다 죽어도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을 겁니다…오늘 보시면 아시겠지만…엘레비아랑 칼루야, 루밀과 싸워서도 살아남는 실력자이지요…흠…뭐, 나중에 어떻게 될런지는…훗~ 그건 비밀입니다…by 제로스…
‘나만의천사’님…그건 아니지요…법률상…에이센의 모든 여자는…게르트 하우츠 펜 류픽크 황제의 것…입니다…^_^;;;
‘버드아이스’님…야이다는…본래부터 솔로군 특수전 요원이었습니다~ 허나…최근에 커플군 스파이인 알리시나를 만나서 배신을 때리려 하고 있던 중이었지요…알리시나가 실려갔으니..이젠 디네스를 노리려는 것 일지도…쿨럭~
‘K.S.Ahuelion’님…잘 아시고 계시네요…^.^; 뭐, 억지로 태운다면 태울 수 있겠지만…말 그대로…억지죠…그건…ㅡ_ㅡ;
‘테르미도르’님…컥…그랬던 것 입니까…’yaiddasya’님…쿨럭~ 정녕 그렇단 말입니까…므흣~ ^ㅅ^; 만약에 다른 이름으로 출현하신다고 해도…여기만큼 멋지고 비중있게 나오지는 않겠지요? 크흘흘…
‘黎明’님…그…그러셨었습니까? 음…설명을 하자면…제가 작가넘에게 그랬습니다…눈에 뻔히 보이는 스토리는 식상하더라…소제목만 보고도 내용을 예측할 수 있는 소설은 쓰지마라(←이 이유로 소제목이 저따위ㅡ_ㅡ입니다 쿨럭~)…그래서 ‘스토리 사전 검열제도’를 도입했더랍니다…^_^)/~
음…내일 내용 전개에 따라 돌이냐 사시미냐가 결정되겠군요…흠흠…-ㅅ-;
아차…소제목 바꾸는 걸 깜빡할 뻔 했네…ㅡ_ㅡ;
힘이 없는 야이다의 말에 디네스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몸을 움츠렸다. 그러면서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고 했다.
“미안하오······상사······상사가 올해 18살이죠?”
“아마도······”
다소 힘이 없는 듯 들리는 디네스의 대답에 야이다는 쓸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디네스는 그런 야이다를 바라보면서 나직히 입을 열었다.
“아군은 현재 모든 것을 소진한 20만 척의 함대······파츠 베이스군은 최소한 50만 척 이상의 전투 함대······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을 것 같군요.”
“그런가?”
평소 같으면 야이다의 그런 말에 화라도 날 것이지만 지금은 그런 기분도 들지 않았다. 야이다는 잠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디네스는 강대한 적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당장의 피곤함이 더 급했는지 약간 움츠렸던 몸을 조금 펴면서 라커에 등을 기대었다.
“상사는 이제 곧 제대죠? 한 1년 정도만 더하면요.”
“예······그럴 것인데······그렇게 될 수나 있을지······”
야이다는 한참이나 어린 디네스에게 경어를 쓰고 있었다. 나이야 어찌 되었든 일단 계급이 자신보다 위였기 때문이다. 디네스는 쏟아지는 피로함에 절어있는지 약간 나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야이다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라커에 부딪쳐 소리가 나도록 머리를 뒤로 젖혔다.
“내가 처음 군인이 된 것이 아마도 상사 나이 였을 꺼에요······”
“군 경력은 윙게이트 중사가 나보다 많잖아요?”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디네스에게 야이다는 씁쓸히 웃으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런 자리에서 그런 말 하기에는 뭣하지만······상사······반드시 살아 남아요. 알겠어요?”
“무슨 뜻이죠?”
의아한 듯 한 디네스의 반문에 야이다는 차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사는 반드시 살아 남아서 나처럼 후회를 남기는 삶을 살지 말기 바래요. 알았죠?”
야이다의 눈에 물기가 조금 맺혀 있는 것을 본 디네스는 순간 흠칫 놀랐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던 듯 왼손을 들어 눈을 문질렀다. 그리고는 다소 멋적은 듯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제는 나도 지겨워······이렇게 사람 죽는 것이······”
야이다는 왠지 평소의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을 했다. 그리고 조금 머뭇거리다가 평소에 전혀 하지 않았던 자신의 과거를 조금 얘기했다. 그는 예전에 파츠 베이스에서 상관의 명령으로 7, 8세 정도의 어린애를 죽여야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살려 달라고······살려 달라고 그렇게 울부짖는 여자애였어······그 애의 잘못이라곤 부모가 우리 동료들을 죽인 것 뿐었지······겁에 질린 그 아이의 눈을 본 나는 차마 못죽이고 그 애를 살려 보냈어······그런데 알아? 잠시 뒤에 그 여자애가 소총을 들고 우리들을 저격했던 걸 말이야······다시 그 여자가 잡혔는데······나 보고 다시 죽이라고 하더군······못죽이겠다고 하니까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죽이라고 하더군······나는 그 애가 숨이 끊어질 때까지 손도끼로 머리통을 내리 찍어 버렸지······그때의 그 여자애의 눈······난 잊을 수 없었어······”
“······무슨 말이에요?”
디네스가 눈을 크게 뜨고 뜻밖의 말을 하는 야이다를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자신은 죽이고 싶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나는······내 자신의 목숨을 끊을 용기가 없었어······그래서 나는 두려웠어······내가 죽을 수 없으니까······그래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야이다의 말에 디네스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을 때 야이다는 어느새 조금 진정했는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숨을 깊게 들이 마셨다. 한참 동안이나 그렇게 심호흡을 하던 그는 겨우 진정을 한 듯 보였다. 그리고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엷게 웃었다.
“미안해······잊어버려. 알겠지?”
그런 뒤 그는 몸을 일으켜 다른 곳으로 돌아가 버렸다.
디네스는 전혀 뜻밖의 야이다의 모습에 놀라고 있는 상태였다. 나이가 어린 탓인지 인생의 경험이 적은 디네스는 이런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이 분명한 그를 보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그대로 주저앉아 있었던 자기 자신이 참으로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하는 삶을 살지 말라고?’
디네스의 머리속에서는 야이다가 내뱉은 말 중에서 그것이 가장 여운이 길게 남았다. 디네스는 그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면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착잡한 기분에 사로잡혀 버렸다.
크라우프는 일단 전투에 참가한 병사들에게 잠깐 동안 휴식이라도 취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그런 뒤 재빨리 함대 재편성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크라우프는 곧 당혹스러운 감정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는데, 워낙 피해를 입은 함정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령부에서는 크라우프에게 사령부가 전멸하고 잔존 병력이 얼마 남지않은 함대를 임시로 편입시키도록 지시를 내렸다. 이는 크라우프의 함대가 가장 피해가 적었고 함대로서 지휘체계를 그나마 제대로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몇 크라우프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워낙 소진한 병력들이 많았기 때문에 함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수준을 갖춘 함대가 많았기 때문에 내려진 조치였다.
사령부의 지시에 따라 크라우프는 병력이 줄어든 다른 함대를 자신의 지휘하로 끌어 들였다. 모두 합하고 보니 본래 지휘하고 있던 함대를 포함해 약 5천 척 정도의 병력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
현재 최전선에는 전함들과 순양함들이 나가 결사적으로 저지선을 펴고 있었다. 워낙 대형함 위주로 방어선을 편성하고 있었고 보급도 나름대로 충분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파츠 베이스군이 2배가 넘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투가 쉽지 않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루이스 중령은 크라우프에게 일단 함대를 구성해 놓기는 했지만 탄약이며 전투 물자가 거의 소진되어 더이상 전투를 벌일 수 없다고 보고를 해 왔다. 그리고 쉐프턴 중령은 대충 바리스타의 손실율을 집계해서 올려 주었다. 그 보고서를 읽던 크라우프는 침통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는데, 보유하고 있던 바리스타 전력의 70%를 어느새 잃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의 표정을 살피던 쉐프턴 중령도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이제 남아있는 바리스타 전력이 얼마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알겠네!”
그런 보고을 종합해 본 크라우프는 자신이 더이상 싸울 힘도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한숨을 내쉬던 그는 일단 함대의 재편성을 서둘러 달라고 하면서 그들을 돌려 보냈다.
“알겠습니다.”
그의 지시를 받은 루이스 중령과 지그스문트 중령, 그리고 다이레아가 열심히 함대 재편성에 대해서 논의하고 그것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지그스문트 중령은 휘하 함대의 부족한 부분을 일시적으로 다른 함대로 채워 넣자고 말했다. 지그스문트 중령의 의견에 다이레아는 그렇게 하는 것보다 편입되어 온 함대를 소속만 크라우프의 밑으로 한 뒤, 그들의 지휘체께를 유지하는 쪽으로 뭉쳐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지그스문트 중령의 의견에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그녀는 지그스문트 중령의 의견대로 하면 함대의 구성에 짜임새가 있게 되어 좋기는 해도 시간이 너무 걸리고 당장에 다시 전투가 벌어진다면 서로 뒤섞여 전투력 발휘가 힘들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편입되어 온 함대 단위로 소규모 분견함대를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 그렇게 하지!”
지그스문트 중령은 의외로 순순히 다이레아의 의견을 받아 들였다. 의견이 모아지는 듯 하자 크라우프는 그녀의 의견대로 함대를 재편성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소 적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 있는 짧은 시간동안에 부상자에 대한 후송이 한창 진행중에 있었다. 직접 바리스타를 타고 출격한 다른 사람들 대다수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때 야이다는 평소처럼 넘쳐나는 부상자들을 돕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의료 요원들은 그 수가 부족했고 부상자들은 한꺼번에 몰려 들고 있었다. 부상병들 중에는 팔다리가 잘려져 나가 마구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었고, 제대로 검진도 받지 못하고 임시로 설치된 야전 침대위에서 죽어가는 사람들도 허다했다. 야이다는 지혈대를 잡아 계속해서 밀려 들어오고 있는 부상자들에게 응급 처지를 해주고 있었다. 고통이 심해 마구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을 처음 보는 듯 어쩔 줄 몰라하는 경험없는 의무병을 대신해 야이다는 진통제를 놓아주고 그들을 붙잡아 지혈대를 매주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으아아악!”
주변은 온통 부상당한 병사들이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소리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잃어 버리고 야전 침대위에서 죽어 버리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자발적으로 이렇게 나와서 부상자들을 돕는 사람들은 야이다와 시에나, 그리고 에이린 뿐이었다. 그들도 의무병처럼 부상자들에게 진통제를 놓아주고 배운대로 간단한 응급처지 서둘고 있는 중이었다.
야이다는 야전 침대 위에서 마구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병사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한 10대 중반 쯤 되어 보였다. 아니 그 이하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려 보였다. 그 병사는 오른쪽 팔과 양쪽 다리 모두에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아마도 응급 처치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의부병은 대충 지혈대만 감싸주기만 한 것 같았다. 이미 그가 흘린 피는 야전 침대 시트를 모두 적셔 흘러 내리고 있었다. 아마 의무병은 지혈대도 제대로 매주지 않아서 출혈을 멈추지 못한 것 같았다. 마구 소리를 질러대던 그 소년병은 갑자기 발작 증세를 일으키면서 눈을 까뒤집었다. 그리고는 몸에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런 뒤 숨을 쉴 수 없는 듯 몸을 괴롭게 뒤틀었다.
“뭐야? 군의관!”
야이다는 큰 목소리로 군의관을 불렀다. 그는 그 소년병을 구하고 싶었다. 군의관이 절실한데 군의관은 이 자리에 와보지 않는 것이었다.
“야 임마! 조금만 참아! 조금만!”
그는 그 소년병의 손을 잡고 다시 군의관을 소리쳐 불렀다. 그 소년병이 쇼크 증세를 보이며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자 야이다는 재빨리 입을 열고 인공 호흡을 했다. 하지만 그런 야이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소년병은 곧 숨이 끊어져 버렸다.
야이다가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돌아섰을 때 군의관이 힐끗 그 죽은 소년병을 쳐다 보더니 지나가려는 것이 보였다.
“이봐! 당신 뭐하는 거야!”
정작 필요한 사람이었는데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지나치려는 군의관의 모습에 그는 화가 나서 군의관의 멱살을 잡았다. 야이다는 일개 중사였고 군의관은 대위였다. 중사가 대위에게 그렇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중사 이것 놓게······”
3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그 군의관은 야이다가 자신의 목을 잡자 그만 두르면서 그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야이다의 눈이 크게 떠지면서 저절로 군의관을 풀어 주었다.
“미안 하네······나도 어쩔 수 없다네······”
군의관은 무표정하게 이 말만 내뱉고 말았다. 야이다는 자신의 손을 잡은 군의관의 손이 피로 젖어 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가 입고 있던 가운도 온통 피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군의관은 다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오히려 야이다를 위로했다.
“쓸데 없는 곳에는 인원이 넘쳐나도 정작 꼭 필요한 곳에는 항상 사람이 없는 법이네······”
군의관은 야이다에게 잡현던 자신의 목을 한번 쓸어 만진 후 다른 곳으로 향했다. 야이다는 자신의 손등에 묻어 있는 군의관의 손에서 나온 피를 보면서 고개를 아래로 떨굴 수 밖에 없었다.
중상을 입은 알리시나는 응급치료를 마치고 재생액 용기에 담겨져 있었다. 그녀를 비롯한 재생액이 담긴 사람들 모두 화물칸을 통해서 접현한 병원선으로 이송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후방으로 보내지게 될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후송되어 갈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야이다는 여러 부상자들 속에서 알리시나가 인공호흡기 의지한 채 마치 실험실의 표본처럼 병원선으로 개조된 수송함에 실리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