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85
파츠 베이스 함대 총사령관 토리만 벤플리트 제국원수는 에이센 함대와 파츠 베이스 함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엄청난 살육의 용광로를 바라보면서 에이센 함대의 강력한 저항으로 인하여 양측 함대가 서로를 거리가 없이 뒤엉켜 계속된 소모전으로 전개되는 것을 짧게 한숨을 내쉬며 바라보고 있었다.
“함대를 철수시키는 것이 어떻겠나?”
비록 우세를 점하고 있다지만 파츠 베이스 함대의 손실도 워낙 커지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벤플리트 제국원수가 억지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참모 본부 예하 정보 부장이었다가 이번에 정보 참모로서 함대 사령부에서 벤플리트 제국원수를 보좌하고 있던 에드워드 롤벤슨 상장이 강한 어조로 그가 약해지는 것을 가로 막았다.
“각하! 이제 한고비입니다. 이 한 고비만 넘긴 다면 에이센 함대는 완전히 무너져 내리게 될 것입니다.”
롤벤슨 상장의 진심 어린 충언을 듣고난 벤플리트 제국원수는 같은 말을 하려고 했던 듯 조금 허리를 앞으로 내밀었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고 있는 래리를 힐끗 돌아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하긴. 맞는 말이야! 지금이 한 고비지 않은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하 급수적으로 파츠 베이스 함대의 손실이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벤플리트 제국원수로서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이기도 했다. 다시 스크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벤플리트 제국원수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에이센 함대 지휘관 뱅상 바리에 대장은 이런 식의 난전에서 자신들의 병력 손실이 극대화 되어 가고 있는 것 때문에 적지 않게 당혹스러운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는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병력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젠장할!”
뱅상 바리에 대장은 20년 전쟁에 참가한 역전의 지휘관으로서 이런 식의 대규모 소모전은 여러번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단시간 내에 엄청난 양의 물량이 충돌하며 서로 조금도 빈틈을 허용하지 않고 상대를 무너 뜨리려 애쓰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는 잠시 질려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각하!”
그의 곁에 있던 한스 그루버 중장이 나직이 그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바리에 대장이 고개를 돌려 그루버 중장을 돌아 보니 그루버 중장은 착찹한 표정으로 시드 리노야 중장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알려 주었다.
“뭐라고?”
바리에 대장이 깜짝 놀라 그루버 중장을 바라보니, 그는 리노야 중장이 22시 09분 전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그의 전사는 파츠 베이스 함대가 집중적으로 투입, 운용한 공격 항공모함대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해 벌어진 것이었다. 집중되는 바리스타 공격에 호위함이 적어진 리노야 중장은 기함이 노출되어 버렸고, 곧이어 적 바리스타의 집중 포격을 받아 전사했다는 것이다. 잠시 리노야 중장이 전사했다는 소식에 바리에 대장은 멍한 표정으로 그루버 중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루버 중장이 그의 전사가 사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 오자 바리에 대장은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슬퍼하거나 할 여유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24일 03시 45분까지 이어진 전투는 이제 에이센과 파츠 베이스 모두의 인내를 필요로 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양측은 계속되고 있는 소모전의 구렁텅이에 병사들을 계속해서 밀어 넣고 있었다. 에이센이나 파츠 베이스나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한 전투였던 것이다. 이런 식의 대규모 함대 전투는 파츠 베이스와 에이센이 최종적인 휴전 협정을 맺었던 이후 벌어진 최대 규모였다.
전투가 계속되는 동안 양측은 서로에게 최대의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 신경을 썼고, 특히 에이센은 자신들에게 박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파츠 베이스의 공격 항공모함 전단을 궤멸시키기 위해서 전력을 기울였다. 만약 자신들이 큰 타격을 입더라도 후속한 이리나스의 함대가 보다 수월하게 전투를 벌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에이센은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전함과 순양함들만 잃고 결국에는 공격 항공모함 전단에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양측의 인내심이 요구되는 가운데 전투는 11시 40분 까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04시부터 피해를 견디지 못한 에이센 함대가 전력을 전장에서 빼내려 하는 모습을 보이자 전장은 차츰 파츠 베이스 함대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되었다.
후퇴하는 아군의 뒤를 따르지 못하여 고립되어 탈출하지 못하게 된 에이센 함대들은 파츠 베이스 함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에이센의 거대한 전함이 상처 입은 사자차럼 포효하면서 거대한 불기둥을 정면으로 토해내면서 자신에게 달려 들어오는 하이에나들을 필사적으로 쫓아내고 있었지만, 어느새 뒤로 돌아온 파츠 베이스의 순양함과 구축함들은 거대한 전함의 후면을 노려 포격을 퍼부어 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고립된 채로 후퇴도 못하게 된 에이센 함정들은 항복을 선택하는 대신 죽기 살기로 파츠 베이스 전함에 달려 들어 가기도 했다. 충돌 방지 시스템의 회로를 잘라 버리고 자신에게 포격을 가하려는 파츠 베이스 전함에게 돌진해 들어가 옆구리를 들이 받아 버린다든지 하는 식의 무모한 공격도 서슴치 않고 자행했다.
“미친 자식들······”
파츠 베이스군 파일럿 에네르 하트 슈넬 대위는 모함 템벨 VI호로 귀환하는 선상에서 에이센 함대의 무모한 공격을 목격하고는 짧게 혀를 찼다.
고립된 에이센 함대 중 일부는 항복할 생각도 하지 않고 무모하게 저항하며 좌충우돌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전함이 결국 격침당하는 것을 지켜보던 슈넬 대위는 자신의 기체인 세우터를 모함의 갑판에 능숙하게 착지시켰다. 그는 자신의 기체를 격납고쪽으로 움직여 가면서 공격 항공모함 부대에서 발진한 바리스타 부대들의 전투를 생각해 보았다. 그들은 숫자도 많았고 제법 잘 싸운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슈넬 대위는 그들 때문에 자신의 부하들의 희생이 생각보다 적었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헬멧을 벗어보니 무중력의 공간에 자신이 흘린 땀이 방울져 떠다니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보게되니 체력의 한계에 다다른 자신의 지친 몸을 느낄 수 있었고, 슈넬은 한시라도 빨리 콕핏에서 나가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 다시 출격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기 때문에 슈넬 대위는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짐을 느기며 푹 자둬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전에 빠져 있던 에이센 함대가 나름대로 병력을 수습해서 이븐 샤툰으로 철수하기 시작한 것은 25일 09시 정각 이었다.
에이센 함대는 이번 전투에서 대략 30만 척이 넘는 가까운 함정을 영구히 상실했다. 에이센으로서 본다면 궤멸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할 만큼 참패하였던 것이었다. 이로서 8월 17일부터 25일 까지 에이센은 알 나스디 외각에서 무려 50만 척 가량의 전투 함대를 잃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었다. 이렇게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 에이센군은 더이상 전투를 수행할 수 없었고 따라서 이븐 샤툰으로 철수를 한 것이다.
파츠 베이스 함대도 140만 척의 전투 함대를 집결시켜 에이센과 결전을 벌였는데 25일 20시가 다 되어 겨우 함대를 수습해 보니 초반 투입한 전력에서 40만 척 가까운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결론 지어 지게 되었다.
“40만 척의 손실이라······”
토리만 벤플리트 제국원수는 에이센 함대와 자신들이 입게된 손실이 워낙 거대하다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8월 17일부터 25일 까지 양측을 합쳐 90만 척에 가까운 함정이 이곳에서 격침되었기 때문이었다.
토리만 벤플리트 제국원수가 너무나도 엄청난 피해에 잠시 할말을 잃고 있을 때 래리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각하······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타르고 준장?”
벤플리트 제국원수는 계속된 전투게 몹시 지쳤지만 래리가 다가오자 이내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면서 그를 대했다.
25일 11시 30분 전장으로 달려 나가고 있던 이리나스 페틀레아 원수에게 에이센 함대가 23일부터 금일 09시 까지 벌어진 전투에서 무려 30만 척의 함정을 상실해 현재 이븐 샤툰으로 후퇴 중에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럼 50만 척이 격침 되었다는 것이냐?”
이리나스는 잠시 동안 그 보고를 받고는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내 보고를 가지고 올라온 장교에게 알겠다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서 이븐 샤툰으로 후퇴하고 있는 에이센 함대에게 이븐 샤툰으로 후퇴해서 방어에 전념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단기간에 많은 전력을 잃어 버리게 되었군.”
이리나스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잠시 고개를 뒤로 젖혔다. 단기간에 너무나도 많은 병력 손실이 발생하다 보니 어지간한 이리나스로서도 쉽게 이런 것이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잠시 자신의 턱을 오른 손으로 받치면서 파츠 베이스도 이들의 노력 때문에 많은 전력을 상실했을 것이고 막대한 전투 물자를 소비했을 것이니 쉽게 움직이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목표는 이븐 샤툰이다. 최대한 서둘러라!”
전황보고를 받은 이리나스는 조금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면서 크게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는 곧바로 함대를 움직여 나가라는 지시를 내릴 분이었다.
크라우프는 사령부로부터 정식으로 에이센이 무려 50만 척의 전투함을 소실했다는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50만이라······”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이런 정도의 병력이 그렇게 단기간에 궤멸된 것은 처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하게 함정 50만 척을 잃은 것이라면 아까울 정도로만 끝날 수 있었지만, 그 50만이라는 숫자는 최저 5억명 이상이 그 전투에서 전사해 버린 것이 되는 것이었고, 그 5억이라는 숫자는 크라우프를 잠시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5억이라.’
크라우프는 언뜻 그 정도의 숫자가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5억 명 이상의 전사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사령부의 수뇌부는 그런 정도의 병력 손실에 크게 당황하거나 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그동안 한번 전투에서 5억 명 이상이 전사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20년 전쟁에서의 과장된 이야기일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실제로 5억 명 이상이 전사해 버린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수치는 평균 1만 척으로 구성된 함대의 병력을 1천만 명으로 잡고 있기 때문에 추산되는 것이었다. 그가 그 현장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정도의 손실 이 발생했다는 것은 크라우프를 충격에 몰아넣기 충분했다.
‘그 정도의 생명이······너무나도 간단하게 죽어 버리는 군······’
그는 이제 곧 자신도 그런 전장에 투입되는 것이라는 생각에 가볍게 몸을 떨어야 했다. 20년 전쟁에서는 단 한번의 전투에서 수억 명이 전사하는 일이 예사였다고 하지만 그는 그런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한다······’
자신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된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자신이 그런 전장으로 투입되는 일을 이제는 아무도 막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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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뒤쥔장…컴백~~~!! 했습니다…^0^)/~
음…갑작스러운 친구 아버님의 사고로…부득이하게 작가넘이 연재를 하였습니다…
그간…그 녀석의 허접한 편집실력에 고통을 당하셨을 독자분들을 생각하니…눈물이 앞을 가리는 군요…T^T
…아니라고요? 이런~! ㅡ_ㅡ;
…독자 여러분…뒷좌석에 타시더라도 안젠벨트는 꼭!!! 착용합시다…
안전벨트만 착용하셨어도 타박상으로 끝났을 수 있었는데…쩝…
간단한 사고 경위…주행중 타이어 터짐→차량이 가이드 레일을 들이받고 전복→다시 중앙 분리대를 추돌…앞 좌석에 탑승한 두 분은 찰과상 분…뒷 좌석에 탑승하고 계시던 친구 아버님은 그만…ㅜ_ㅜ
그 친구의 남동생과 어머님은 캐나다에 유학을 가 있었던 관계로(걔네집이 좀 삽니다…저희 집과는 반대로…) 급거 귀국→눈물의 바다로…
오늘 공원 묘지로 모셨습니다…입관하는 장면을 지켜 보는데…거 참…뭐라 할 말이 없더군요…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친구의 모습…오열하는 어머님의 모습…숙연한 분위기…허허허…
…여러분…안전운행 하시고요…안전벨트 꼭!!! 착용합시다…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38…
그동안 ‘독자와의 대화’ 시간을 기다려 주신 분들이 계신 듯…^_^ 감사합니다…m(_ _)m
‘검은묵시록’님…1타를 축하드립니다…저를 기다려 주시다니..그저 감사할 뿐입니다…좀 더 재미있게 고쳐 보도록 하겠습니다…^_^)/ …그러기 위해선 우선 작가넘의 필력부터 길러야 할 듯…체찍을 어디다 뒀더라~ 흐흐흐…-ㅅ-
‘horizon’님…쿨럭~ 간만에 뵙는 듯 하네요…^_^; 저 돌아 왔습니다…크라우프 뿐만이 아니라 작가랑 저랑…힘 내겠습니다…많이 응원해 주세요~ ^_^)/
‘하레스’님…음…제가 종종 여러 작품에서 ‘하레스’님께서 남겨 놓으신 코멘트를 보곤 합니다…물론 저야 스리슬쩍 읽기만 할 뿐 코멘트는 남기지 않지만요…^_^;…ㅇ{? 갑자기 왜 친한 척 하냐구요?…아이잉~♡ 왜 그러십니까~ 반가워서 그러죠~♡ ^_^;
‘창세전쟁’님..쿨럭~ 넵! 돌아왔습니다…조금 피곤하기는 하지만…뭐…^_^; 그나저나…관…이라는 것…상당히 무겁더군요…장정 8명이서 간신히 운구했다는…음…결혼한 사람만 들어야 한다던데…부작용은 없겠지요? ^_^;
‘마이트레야’님…반갑습니다…쿨럭~…아직까지 ‘마이트레야’님께서 보내주신 메세지는 읽지 못했습니다만…일단 감사 드립니다…이제까지 해 주셨던 지적이 무척 도움이 되고 있으니…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믿습니다…앞으로도 많은 도움 부탁 드립니다…^_^)/~
‘英雄’님…반갑습니다…^_^; 공원묘지에도 바람이 불더군요…사시미 바람요? 훗…카타나로 코트 사이를 헤집고 들어오더군요…-ㅁ-;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따뜻한 차안으로 들어와 보니…귀와 코가 얼어 있었는지 무지하게 가렵더군요…체감온도 영하 10도의 압ㅂ박…
‘soulschaos’님…반갑습니다…작가넘과 ‘마이트레야’님과의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는지…저는 잘 모릅니다만…무언가 ‘썸씽’이 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이제 그것을 확인해 봐야지요…-ㅅ-;
‘아이페르’님…오래간만 입니다…^_^)/ …작가넘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정말 ‘썸씽’이 있었을 수도…’마이트레이야’님이 여성이라면(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겠지요…흐흐흐…-ㅁ-;
…차조심 하시고요…감기 조심하시고요…부모니께 효도 하세요…그럼…
…또다시 바뀌어 버린 소제목…ㅡ_ㅡ)/~
리하르트황제력 263년 8월 28일 지난 알 나스디 외각 전투에서 에이센이 5억 명 이상의 전사자를 냈다는 사실은 어떤 식으로든 이리나스가 지휘하고 있는 함대에 전달 되었다. 병사들의 사기를 우려해 에이센 함대 수뇌부는 파츠 베이스 함대에게 에이센 함대가 알 나시드 외각에서 무려 50만 척이나 궤멸된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조치 시켰지만, 소문은 어느새 이리나스가 지휘하는 전 함대에 퍼져 나갔다. 이 사실은 병사들을 무척이나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되니 결국은 이리나스가 나서 알 나스디 외각에서 에이센 함대와 파츠 베이스 함대 사이에서 대규모 함대전이 벌어져 에이센 함대는 50만 척을 상실하였고 파츠 베이스도 비슷한 숫자가 당했다는 사실을 정식으로 발표했다.
이 발표로 인해서 에이센만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파츠 베이스도 에이센 만큼 함정을 상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지만, 8월 17일부터 25일 까지 무려 10억 명에 가까운 전사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리나스의 이 발표로 인해서 에이센 함대의 사기는 오히려 진작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 함대가 그 만큼의 손실을 입게 되었다면 그들은 자신과는 달리 손실된 전력을 보충할 수 없었고, 1차 공격 함대가 그만큼 파츠 베이스 함대의 전력을 감소시켜 두었다면 자신들은 보다 수월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결국 살아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크라우프는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가 알 나스디 행성계에서의 전투 결과 발표를 겸하여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한 연설을 들으면서 파츠 베이스 군들도 많은 전사자를 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잠시 한탄했다.
29일 10시 게리 쉐프턴 중령이 크라우프를 찾아와서는 총사령관인 이리나스의 연설이 끝나고 병사들의 자발적인 전투 훈련 참여가 늘어 났다는 보고를 해 왔다.
“자발적으로 말인가?”
크라우프의 물음에 쉐프턴 중령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병사들은 이제껏 훈련을 실시하면 의무적으로 따라하는 식의 모습들을 보이고 있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필요한 훈련 이상을 찾아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현상이군······어쨌든 다음달 중반 부터는 꽤 힘든 전투가 이어질 것 같으니 말이네.”
지휘관으로서 말을 하는 크라우프의 대답에 쉐프턴 중령은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전투가 이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
“무엇을 말인가?”
크라우프는 쉐프턴 중령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자 무슨 뜻인지 몰라 되물었다.
“아니요······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해서 말입니다······아참, 이번 전쟁이 끝나면 저 발레리하고 결혼하는 거 아시죠?”
쉐프턴 중령은 잠시 머뭇 거리면서 크라우프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가 뜻하는 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결코 죽을 생각이 없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꼭 참석해서 축하해 주겠네······그럼 수고하게!”
서로의 뜻을 잘 이해한 두 사람은 쉐프턴 중령이 잠깐 경례를 올려 주고 되돌아 서면서 끝났다.
리하르트 황제력 263년 9월 5일 월요일 파츠 베이스는 알 나스디에서의 대승리를 모든 방송매체를 통하여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에이센 함대 50만 척을 격침시키고 최소 5억 명 이상을 전사시켰다는 사실을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도 4억 명 가까운 전사자가 발생했지만 그 사실에 대해서는 조금의 보도도 나오지 않았다.
9월 6일 화요일 19시 40분 에이센 전역의 공용 방송에서는 긴급 속보 형식으로 에이센 함대가 알 나스디 외각에서 결전을 치렀음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미 알 나스디 외각에서 대규모 함대전이 벌어져 파츠 베이스 함대와 결전을 치렀다는 소식은 여러차례 보도 되었지만, 그 함대전의 결과가 직접 구체적인 수치까지 거론되면서 보도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간 에이센 정부의 보도 통제 때문에 제대로 방송되지 못한 전사자 숫자 같은 것들이 처음으로 보도된 것이다.
이것은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곧바로 5억 명의 전사자를 발생케한 군부의 무능함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9월 7일 정오에 베르베라 시내 중앙 광장에서는 대규모 반전 시위가 벌어졌다.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경찰의 폭동 진압 부대가 출동했다. 다행히 반전 시위가 2시간만에 자진 해산하여 지난 해 아이크를 파츠 베이스에 빼앗겼다는 소식이 처음으로 민간에 공개 되었을 때 파츠 베이스를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해 있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잇었다.
9월 8일 검찰의 국내 반정부 활동을 담당하는 특수 조사부에 금일 파츠 베이스 공작원들이 베르베라 시내와 베르베라 주변에 있는 일부 콜로니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를 가장한 폭동을 일으킬 것이라는 첩보가 긴급히 입수되었다. 이에 검찰 특수 조사부는 즉각 사태 파악에 나섰다. 다행히도 입수된 첩보는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특수 조사부를 바짝 긴장시키기에는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정도였다.
9월 10일 지난 8일에 있었던 대규모 반정부 활동에 관한 첩보와 유사한 실제적인 대규모 반전 시위가 베르베라의 황궁 앞과 여러 콜로니 내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이에 대한 시위 진압과 시위 통제를 위해서 경찰 폭동 진압 부대가 분산되어 출동하였고, 바로 이점을 노리듯 인구 450억 명의 헬리온베이트 행성에 속해 있는 스페이스 콜로니 그린 브로치에서는 대규모 폭탄 테러가 발생해, 콜로니 외벽이 평상시의 안전 조치로 구성되어 있는 긴급 복구 시스템으로는 감당 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나가 버렸다. 다급히 콜로니 경비대와 콜로니 공사에서 외벽을 보수해서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았지만 이미 18만 5천 명이 산채로 우주 공간으로 빨려 나가 버린 뒤였다.
당일 20시 정각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민회 의장 엘리자 메리 스텍하우스 의원은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고 콜로니 테러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와 관련자 색출을 명령했다.
그렇지만 이런 스텍하우스 의원의 비상 사태 선포를 비웃듯 22시 10분. 이번에는 제 10태양계 네이트의 중심 도시 큐레이드의 도시 가스 저장 시설중 1곳이 몇 번에 걸친 폭발과 함께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인구 150억 명의 네이트 행성의 수도 큐레이드는 22시 10분 벌어진 도시 가스 저장 시설의 폭발과 함께 큰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미처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큐레이드의 다른 도시 가스 저장 시설이 테러범들의 공격을 받았다. 혼란을 틈타 폭탄을 설치 하려던 것을 시설 경비원이 발견하게 된 것이다.
곧바로 양측은 총격전을 벌이게 되었다. 하지만 권총으로만 무장한 경비원들은 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테러범들에게 완전히 눌려 버렸다. 그러나 곧 시설 경비를 위해서 출동한 경찰들이 들이 닥침으로서 테러범들은 완전히 기세가 꺾이게 되었다. 치열항 접전 끝에 곧 경찰들이 테러범들을 제압함으로서 추가 테러를 막을 수 있었다. 비록 테러범들 중 한 명이 소지하고 있던 폭탄으로 자폭함으로서 시설 일부가 파괴 되었지만 다행히도 시설 관계자가 테러범들이 있는 곳을 차단함으로서 가스 저장 시설이 전부 날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테러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11일 03시 40분 제 5태양계 엘레비온의 중심 도시 에느렐에서는 30명의 테러범들이 에느렐 시내의 민회 건물을 공격했다.
자동 소총과 로켓 추진식 수류탄으로 무장한 일단의 테러범들은 베르베라 민회의 비상 사태 선포로 인해서 비상 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있던 에느렐 시티의 민회 의원들을 인질로 잡고자 민회 건물을 공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