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288
파츠 베이스 함대가 퍼부어 대고 있는 화력이 워낙 막강했고, 또한 집중적으로 일정 지점에 포격을 퍼부어 대고 있었기 때문에 손실이 커지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돌진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정면을 가득 메울 듯이 쏟아지는 포격 때문에 피격을 당해 잠시 움직임이 느려진 함정이나 빔 바리어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없을 때까지 출력이 떨어진 함정들은 어떤 식으로든 여지없이 격침되고 있었다. 이런 식의 대규모 함대 기동 전투에서 손실율이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이런 것 때문이었다.
에이센으로서는 돌진해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움직임을 멈출 수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면에서부터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파츠 베이스 함대의 포격에 함대 전면이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에이센 함대도 파츠 베이스 함대가 쏘아대는 것 이상으로 공격을 퍼부어 대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견고하게 진형을 유지한 채 집중적으로 포격을 퍼부어 대는 파츠 베이스군에 비하여 손실이 큰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때문에 파츠 베이스 함대는 견고하게 자신들의 함대 진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에이센 함대는 계속해서 손실만 증가하고 있는 중이었다.
순양함의 비율이 휘하 함대의 절반이 넘어서는 크라우프 페트릴 준장은 제 3선으로서 돌격하는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그가 지휘하고 있는 함대도 포격을 가하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제대로 효과가 있는 지는 알 수 없는 위치에 있었기에, 그는 포격을 지시하면서도 초반에 흥분하였던 것에 비하여 조금 허탈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왠지 속절없군요·······앗! 죄송합니다.”
돌격이 계속되는 동안 함교에서는 별다른 대화가 없었는데 갑자기 지그스문트 중령이 뜬금없이 속절없다는 말을 내뱉었다. 순간 크라우프를 비롯한 함교 참모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아지자 그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죄송하다는 발언을 했다. 크라우프는 슬쩍 고개를 끄덕인 뒤 시선을 메인 스크린쪽으로 돌렸다.
크라우프 자신도 지그스문트 중령이 속절없다고 말을 한 것이 이해되었기 때문이었다. 선두에선 함대는 별다른 보호도 받지 못하고 정면으로부터 쏟아지고 있는 적의 포격을 그대로 받아 말그대로 속절없이 격침되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 정면으로 파츠 베이스 함대의 집요한 포격이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다. 그 포격을 에이센군은 몸부림을 쳐가며 받아내고 있었고, 어떻게든 전진하기 위하여 애스고 있었다.
기실 에이센으로서는 충분한 포격을 가해 파츠 베이스 함대의 전력을 최대한 약화시킨 뒤 공격을 감행해야 했다. 그렇지만 함대 사령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처음부터 파츠 베이스 함대를 향해 함대를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돌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함대의 손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었다. 에이센 함대의 손실은 이렇게 증가를 하고 있지만 파츠 베이스 함대는 조금씩 후퇴하거나 하면서 전열을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포격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었다.
‘제길······빌어먹을······’
크라우프는 선두에서부터 차례대로 격침되고 있는 전함들을 바라보면서 파츠 베이스 함대가 단순하게 자신들을 정면에서부터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병력을 후퇴시키면서 에이센 함대의 소모를 강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함대 사령부도 이런 파츠 베이스의 전법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이렇게 수많은 병력들을 손실시켜 가면서 파츠 베이스를 향해 공격을 가하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적의 탄약을 소모시키려는 것이냐?’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주먹을 몇 번씩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단순하게 적 선두 함대의 탄약을 소모시키기 위해서 투입해 내는 함대가 자신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적의 선두 함대가 탄약이 소진되어 에이센 함대에 대한 공격 능력이 저하 된다면 곧바로 주력을 투입해서 승부를 결정지어 단숨에 대세를 결정지어 버리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5, 6만 척 정도 격렬하게 공격을 하도록 내보낸 뒤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서 파츠 베이스 함대의 탄약이 소진된다면 곧바로 주력 함대를 투입해서 승세를 잡으려는 것이 함대 사령부의 속셈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대 사령부로서는 5, 6만 척 정도의 병력을 소모하고 그보다 10배 가량의 적 함대를 격침시킨다면 큰 이익이 될 것이다. 그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자 잠시 눈을 감으면서 이를 깨물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이란 말이야?’
크라우프는 순간 자신들이 단순하게 잔디깎기 기계에 깎여 떨어져 나가는 풀잎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아찔한 기분에 잠시 얼굴색이 변했지만 크라우프는 지휘관이라는 입장에 있는자신의 모습을 생각해 내고는 재빨리 표정을 수습했다.
지상 전투 같은 것이라면 땅굴이라도 파고 숨어 들어가든지 아니면 산악이나 구릉지대를 이용해서 몸을 숨길 수 있을 것이겠지만, 우주 공간은 그렇게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정면에서 포격을 가해져 온다면 피하던가 그대로 방어해 내던가, 아니면 얻어맞아고 견뎌야 했다. 물론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당연하게 격침되어야 했다. 이런 운명을 자신들은 속절없이 받아 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지그스문트 중령이 갑자기 내뱉은 그 말은 크라우프의 가슴에 와 닿고 있었다. 그는 잠시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뜨면서 조금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 그런 뒤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크라우프는 잔디깍이에 잘려나가는 풀잎과 같은 입장에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자신의 운명을 바꿔 보고 싶었다.
22시 45분 에이센 함대는 막대한 희생을 치른 끝에 드디어 파츠 베이스 함대의 저지선을 뚫고 적의 방어선을 돌파해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23시 정각 에이센 함대 장병들은 파츠 베이스 함대의 저지선을 돌파해서 이들을 양분하는 데 성공한 사실을 인식하고는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수많은 타격을 입고난 뒤 얻어낸 성과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환호성도 잠시 뿐, 파츠 베이스 함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함대를 좌우로 분산시키더니 에이센 함대가 미처 포위망을 완성시키기도 전에 알 나스디 행성계의 좌우로 흩어져 전속력으로 사라져 버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파츠 베이스 함대의 행동에 에이센 함대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지?”
격렬한 전투를 생각해서 바리스타 부대의 출격을 준비하고 있던 크라우프는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함대 사령부에서 부터의 특별한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크라우프는 마른 침을 한번 삼켰을 뿐 저멀리 도주하는 적을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함대를 수습하고 당황하지 마라!”
크라우프는 갑작스러운 상황의 변화에 당황한 휘하 함대가 우왕자왕하지 않도록 지시를 내리면서 침착하게 전체적인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23시 30분 알 나스디 행성계 내부에서 파츠 베이스 함대가 다시 출현했다는 보고가 입수되었다. 이것 때문에 순간 어쩔줄 몰라 당혹스러워 하던 니콜 프라우저 대장과 지엘하르트 대장은 곧바로 함대를 수습해서 알 나스디 행성계 내부에 출현했다고 하는 함대에 대해 반격해갔다.
10월 7일 02시 45분 알 나스디 행성계 내부에서 출현한 파츠 베이스 함대와 에이센 함대 사이에서 재차 전투가 벌어졌다. 그렇지만 파츠 베이스 함대는 생각보다 강력하지 못했다. 집중하고 있는 화력도 보잘것 없었고 오히려 자멸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포격을 퍼부어 대면 댈수록 손쉽게 파괴되고 있는 배들이 많았다.
이런 식의 파츠 베이스 함대의 방어 공세는 잔뜩 긴장하고 있던 에이센 함대 수뇌부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가장 처음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파츠 베이스 함대가 보여 줬던 강력한 저항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포격을 퍼부어 대어도 파츠 베이스 함대는 결코 물러서지 않고 돌진 공격을 계속해 오고 있었다.
05시 45분 에이센 함대의 선두가 파츠 베이스 함대와 접촉했을 때 이들은 자신들의 앞에 마주 나왔던 배들이 대다수가 반파되었거나 단순하게 추진장치만 달아서 이동하고 있던 폐기 직전의 선박들이라는 사실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이것들은?”
선두에 선 에이센 함대 지휘관들은 파츠 베이스 함대의 이런 모습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즉각 그들은 이 사실을 니콜 프라우저 대장과 지엘하르트 대장에게 보고했고, 이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가 곧바로 후방에서 진격해 들어오고 있던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에게 사실을 보고했다.
06시 정각 크라우프는 다시 한번 한바탕 일전을 각오했다가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되어 버리자 조금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전투 초반 파츠 베이스 함대가 보여 주었던 격렬한 공격 능력에 비추어 본다면 사실 맥이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대다수가 폐선박과 반파된 함정들 뿐이었다고?”
크라우프는 다수의 폐기 처분 직전의 선박과 반파된 함정들을 이용해서 대규모 함대로 보이도록 위장했다는 파츠 베이스 함대의 전술에 의아함을 가지고 있었다.
“무슨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거지?”
그로서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초반의 강력한 파츠 베이스 함대의 반격에 비한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선두에선 니콜 프라우저 대장과 지엘하르트 대장으로부터 올라온 보고를 받게 된 이리나스로는 판단하기 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현재 그녀의 참모들들 중에서는 혹시 이제까지처럼 파츠 베이스가 알 나스디 행성계를 버리고 도주한 것이 아니냐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적이 어딘가에서 매복 공격을 노리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참모들의 의견을 모아 보려고 했던 이리나스는 당장 참모들의 의견을 모을 수 없게 되자, 파츠 베이스 함대가 이미 알 나스디에서 철수한 것으로 단정을 내렸다. 사실 이리나스로서도 확신이 서지 않는 결정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결정을 내려 주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리나스의 결정이 내려짐과 동시에 니콜 프라우저 대장과 지엘하르트 대장에게는 알 나스디 행성계 내부로 진격해 들어가면서 진격로를 개척하도록 지시가 떨어졌다. 또한 정찰 함대를 주변에 발진시켜 주변 경계를 철저하도록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만일을 위해 후방 함대는 현위치에 대기시켰다.
10시 정각 알 나스디 행성계 외각의 좌우로 에이센 함대를 향해 기동하고 있는 수많은 함대의 모습이 정찰 함대에 포착 되었다.
“무엇이라고?”
갑작스러운 상황 보고에 이리나스는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적이 노리는 것이 이것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자세를 바로하며 잠시 턱을 괴었다. 하지만 아직은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적함대와의 거리가 3시간 정도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녀는 잠시 상황을 두고 보기로 결정했다. 이리나스는 이런 판단이 들자 갑작스러운 파츠 베이스 함대의 출현에 조금 당황하고 있는 참모들을 진정시키고 계속해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주변에 흩뿌려 놓은 정찰 함대로부터 보고가 계속해서 올라오게 되었는데, 특히 11시 50분에 올라온 보고는 이리나스를 비롯한 에이센 함대 수뇌부를 경악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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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 연참합니다…수정하는 데 약 30분~1시간 걸립니다…고로 조금 기다려 주세요…^_^;
…독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착한 아뒤쥔장…뭐, 비축분이 줄어든 작가넘이 발광하는 것이 저~어~기~ 보이기는 하지만…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고…클클클…-ㅅ-v
그럼…잠시 기다리세요~ ^0^)/~
잠시 뒤에 연참합니다…Next-42…
…또다시 바뀌어 버린 소제목…ㅡ_ㅡ)/~
“뭐라고? 정확한 보고인가? 파츠 베이스 함대가 좌측에 60만 척이고 우측에 80만 척이라는 것인가?”
이리나스를 비롯한 에이센 함대 수뇌부는 이런 보고가 올라오자 정확한 것인지를 재차 확인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숫자가 보고되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전투에서 최저 40만 척 이상의 함대가 격침 되었다는 것이 정식 보고가 있었다. 물론 파츠 베이스가 완파되지 않은 배들을 후방으로 보내 수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최저 10만 척 이상은 재활용 할 수 있었을 테지만, 지금 보고된 숫자는 어딘지 모르게 맞지 않는 보고였다. 이 두 보고가 정확하다면 파츠 베이스 함대는 현재 140만 척 이상을 전투에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파츠 베이스 함대는 지난 전투에서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럼 도합 140만 척이라는 건가?”
이리나스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기로 하였다. 니콜 프라우저 대장과 지엘하르트 대장의 함대를 상대로 전투를 벌인 것이 최저 20만 척 이상은 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파츠 베이스 함대는 지난 알 나스디 행성계 전투에서 관측된 140만 척 이상에서 거의 타격을 입지 않았고, 오히려 정보보다 보유하고 있는 함정의 숫자가 훨씬 많은 것이었다. 만약 눈앞에 보이는 것이 모두 사실이라고 한다면 파츠 베이스는 알 나스디 행성계 전투에서 200만 척 정도의 전력은 보유하고 있었어야 정상이었다. 물론 그동안 다른 곳에서 함대를 보충 받을 수도 있었지만 현재 전체 전력을 알 나스디 행성계의 전장으로 이끌어 내고 있는 파츠 베이스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이리나스는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자왕하고 있는 참모들과 함대 지휘관들을 진정시키면서 현재 상황에 대해서 결정을 내렸다. 현재 파츠 베이스로서는 140만 척이나 되는 함대를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리 만무했다. 그렇게 된다면 결론은 하나 뿐이었다.
“······한곳은 위장함대겠군······”
이리나스로서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함대 숫자가 많은 쪽이 위장 함대인 것이 보통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통상적으로 숫자가 적은 쪽에서 상대적으로 시선을 돌리도록 만드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면 파츠 베이스의 경험 많은 함대 지휘관들이 자신이 그렇게 판단을 내리도록 일부러 양쪽으로 숫적인 차이를 두어 숫자가 적은 쪽을 공격하도록 만드는 유도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츠 베이스 함대 지휘관들이라면 충분하게 자신이 이렇게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이리나스 자신이 상식과 이제까지의 전투 경험에 기초한 정공법에 철저하게 의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 숫자가 많은 쪽을 위장 함대로 판단을 내려 자신이 적은 쪽을 공격하도록 판단을 내리도록 할 것이 분명했다.
“좋아······”
이리나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체 함대에게 함대 우측의 80만 척의 적 함대를 향해 전력을 기울어 공격해 나가도록 지시를 내렸다.
이리나스로서는 잘못된 판단이었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지휘관이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않거나 신속한 결정을 하지 못한다면 병사들의 혼란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로서는 우왕자왕하는 참모들을 대신해서 자신이 직접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밀어 붙이도록 했다.
위급한 상황에서 모든 일을 총괄하는 리더로서 그녀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물론 이리나스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경우를 대비하여 선두에 섰던 니콜 프라우저 대장과 지엘하르트 대장에게 좌측에서 밀고 들어도록 되어 있는 60만 척의 파츠 베이스 함대를 저지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이리나스가 이끌고 있는 함대는 80만 척으로 구성된 적 함대쪽으로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니콜 프라우저 대장과 지엘하르트 대장에게는 60만 척의 적 함대를 저지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곧바로 지엘하르트 대장과 함께 함수를 돌려 60만 척의 적 함대를 저지하기 위해서 돌진해 들어갔다.
크라우프는 니콜 프라우저 대장의 명령에 따라 그가 지휘하고 있는 함대 전체에 반전할 것을 지시했다. 그 명령과 함께 크라우프는 최대한 침착할 것을 지시했다. 본래 그가 속해 있던 함대가 알 나스디 행성계로 진입해 들어가려 하고 있다가 갑자기 함대의 진로를 바꾼 것이 되었기 때문에 전열이 뒤엉켜 우왕자왕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군요.”
지그스문트 중령은 록시나 XI호가 반전을 하는 중에 크라우프에게 슬쩍 걱정하는 말을 했다.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부사령관의 말을 받았다. 현재 이리나스의 함대는 약 80만 척으로 구성되어 있는 파츠 베이스 함대를 향해 전력으로 진격해 나가고 있었다. 이들이 80만 척의 파츠 베이스 함대에 맞서 싸우는 동안 크라우프가 속한 함대는 후방에서부터 육박해 오는 60만 척의 함대를 저지해야 했다.
크라우프는 현재 출현한 파츠 베이스 함대 두곳 중 한곳은 위장 함대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분명히 이것은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도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곳 중 한 곳을 주공으로 결정하고 곧바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물론 그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을 경우를 대비해서 2개의 함대를 후방에 포진시켜 놓은 것이었다. 현재 파츠 베이스가 사방에 뿌려놓은 셀수 없을 만큼의 통신 방해 장치와 전파 교란 장치들 때문에 최첨단 기기들의 시야가 상당히 비좁아져 있었다. 에이센군은 이곳 알 나스디 행성계의 외각에서 캄캄한 어둠에 눈에 선글라스를 쓰고 전지가 거의 다된 렌턴을 들고 전투에 임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상태였다. 볼 수 있는 범위가 무척이나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크라우프는 적지 않게 걱정이 되었다.
13시 15분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는 최대 속력으로 함대를 움직여 그녀 자신이 목표로 삼고 있던 파츠 베이스 함대 80만 척을 향해 돌진해 들어갔다.
“쏴라!”
상대가 전투를 위해서 인지 아니면 이리나스가 지휘하는 함대가 진격해 오는 기세에 압도되어서인지 속력을 서서히 늦추고 있었고, 이리나스는 오히려 진격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와 거리가 급격히 좁혀지게 되자 에이센 함대는 주저하지 않고 포격을 개시했다.
13시 18분 선두 함대가 쏘아낸 함대 포격을 정면으로 맞게 된 파츠 베이스 함대의 선두가 일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거의 저항도 하지 못한채 그대로 폭발광에 휩쌓여 버리고 있었다. 일반 전투 함정이라면 전혀 그렇게 될 수 없었다.
“함정이다!”
첫포격의 결과를 초조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던 이리나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13시 21분 니콜 프라우저 대장과 발터 기엘 지엘하르트 대장이 이끄는 에이센 함대는, 니콜 프라우저 대장이 15만 척의 함대를 지휘하고 있었고 지엘하르트 대장이 약 9만 척의 함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이들 두 사람을 합쳐 24만 척의 전투 함대가 약 60만 척 정도로 보이는 파츠 베이스 함대의 선두를 가로막기 위해 최대 속력으로 전진해 왔다. 이들 함대의 가장 선두에 선 함대는 발터 기엘 지엘하르트 대장 함대 소속의 제시카 러브 퍼렛 중장이 이끄는 함대였다.
퍼렛 중장은 초조한 표정으로 자신의 앞으로 진격해 들어오고 있는 파츠 베이스 함대의 선두를 향해 포문을 열라는 지시를 내리려 했다. 바로 그 순간 정면에서부터 수많은 에너지 반응이 나타났다.
“전방에 에너지 반응 다수!”
함교 오퍼레이터가 경악한 목소리로 퍼렛 중장에게 보고를 했을 때 순간 그녀는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뭐라고?”
60만 척이 적의 주력 함대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되새기고 있었지만 이렇게 공격을 받고 있으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퍼렛 중장은 오랜 전투 경험을 가진 관록의 지휘관이었다. 즉각 함대에 대응 사격을 명령했다.
“침착하라! 침착해!”
퍼렛 중장이 크게 소리를 질렀을 때 파츠 베이스 함대가 쏘아낸 포격이 퍼렛 중장의 함대 정면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13시 24분 후방 60만 척의 함대에서 포격이 쏟아진다는 보고를 접한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는 자신의 판단 착오를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즉각 자신의 앞에 있는 함대를 위장 함대로 단정했다. 더미와 폐선박들을 이용해서 숫자를 많게 보여 자신들의 공격을 유도한 뒤 60만 척의 정예 함대로 후방을 기습 공격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 녀석들!”
이리나스는 즉각 공격을 중단을 명령하고 전함대에게 반전 요격을 명령했다. 일단 후방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하여 24만 척으로 구성된 프라우저 대장과 지엘하르트 대장의 함대를 배치시켜 두었고, 이들이 함대의 혼란을 수습할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전체 함대에 반전 요격을 명령한 것이었다.
이리나스의 명령에는 어느 함대 지휘관들도 이의를 달지 않고 있었다. 그들도 지금 자신들의 전방에 있는 함대가 위장 함대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전체 함대가 반전을 감행하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13시 29분 이리나스가 내린 명령으로 에이센 함대 전체는 그 자리에서 반전을 시도하고 있었다. 모든 함대 지휘관들이 이렇게 되면 일시적으로 함열을 흐트러 뜨리게 되었고, 후방에 밀집해 있는 60만 척의 파츠 베이스 함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반전후 함대를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럴 정도의 시간은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그들이 위장 함대라 단정짓고 있던 파츠 베이스 함대 쪽에서 수많은 에너지 반응이 쏟아져 들어왔다. 위장함대라 단정지었던 수많은 파츠 베이스 함정들 중 전방의 명력을 제외한 나머지는 위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후방! 에너지 반응 다수!”
오퍼레이터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깜짝 놀라 즉가 이리나스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뭐?”
바로 그 순간 이리나스는 깜짝 놀라 오퍼레이터를 돌아 보았다.
80만 척의 파츠 베이스 함대를 지휘하고 있는 토리만 벤플리트 제국원수는 계획했던 대로 에이센 함대가 여지없이 걸려들자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비트 로렌조 린제이 타르고 준장을 힐끗 돌아 보았다.
그는 이리나스가 매우 유능하고 정공법을 고집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전쟁 경험이 매우 많기 때문에 위장 함대를 오히려 숫자가 적은 60만 척의 함대로 단정할 것이라 판단을 내렸다. 보통 숫자가 많은 쪽으로 공세를 유도한 뒤 숫자가 적은 쪽으로 집중 공세를 취하는 방법은 과거 이리나스가 참가한 대규모 함대 전투에서 자주 사용되었던 전법이었기 때문이었다. 래리는 이리나스가 온갖 전쟁의 경험이 매우 많은 사람이라는 점과 그녀가 결단력이 있으면서도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녀는 파츠 베이스 함대 지휘관들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분명 이리나스는 파츠 베이스 함대 지휘관들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이제까지의 방법대로 대규모 함대로 시선을 끌도록 하고 후방에 비슷한 숫자의 위장 함대를 배치시킨다면 분명 위장함대를 공격할 것이라 판단을 내릴 것이라 추론했다. 그런 뒤 그녀가 분명 숫자가 많은 함대를 공격 함대로 결정할 것이라 예상했다.
래리는 이런 예상을 전제로 이리나스는 분명히 병력이 많은 쪽을 공격할 것이 분명했지만, 병력적인 우세함을 앞세워 위장함대로 추정되는 쪽에도 분명 대규모 병력을 파견할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이런 이리나스의 판단 논리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함대 지휘관들을 설득한 뒤 절묘한 타이밍이 요구되는 함대 작전을 구상해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일단 함대들 중에서 전함과 중순양함, 순양함들을 최대로 끌어들이고 공격 항공모함까지 포함된 주력 공격 함대를 60만 척으로 편성한 뒤 정면에 약 20만 척 가량의 함대를 비무장 수송함과 더미, 그리고 알 나스디 행성계에 있던 민간 선박들을 징발해 앞세웠다. 이렇게 한다면 에이센 함대의 포격에 일순간에 수만척씩 무너져 내리게 될 것이고 이리나스는 분명히 이곳을 주공 방향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함대 지휘관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래리는 에이센 함대가 분명 그 자리에서 대규모 반전 요격을 시도할 것이라는 것 까지 정확하게 예견했던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그의 예상대로 정확하게 들어 맞았다.
에이센 함대의 전열이 뒤엉켜 졌을 때를 노리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을 래리는 특히 강조했고 토리만 벤플리트 제국원수는 오랜 전쟁 경험을 가진 역전의 지휘관으로서 그 점을 정확하게 잡아냈다.
“쏴라!”
벤플리트 제국원수의 시선은 다시 스크린으로 옮겨져 있었다. 그의 지시에 따라 파츠 베이스 함대는 일제히 더미 함대를 뛰어넘어 전열이 뒤엉켜 우왕자왕하고 있는 에이센 함대의 후방을 향해 정확하게 포격을 개시했던 것이다.
측면과 후면을 보이고 있었고 반전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함대의 전열이 뒤엉켜 제대로 수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파츠 베이스 함대의 기습 공격을 받게되니 공격을 받은 에이센 함대는 정신을 제대로 수습할 수 없었다.
니콜 프라우저 대장과 발터 기엘 지엘하르트 대장이 이끄는 24만 척의 에이센 함대는 더미 함대로부터의 공격과, 초반 이들의 공격을 저지하다가 알 나스디 행성계 내부로 사라졌던 함대로 추정되는 20만 척에 가까운 함대가 다시 출현해 똑바로 프라우저 대장과 지엘하르트 대장의 후방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 때문에 제대로 운신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상대하려 했던 함대는 파츠 베이스의 위장 함대가 확실했다. 그렇지만 이들 조차도 10만 척에 가까운 전투 함대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명의 대장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었다. 당장 이들에 맞서 싸워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더욱 이들을 당혹스럽게 한 것은 이리나스가 이끌고 있는 본대가 파츠 베이스 함대의 대규모 공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은 이런 상황 변화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오랜 전쟁 경험이 많은 프라우저 대장과 지엘하르트 대장이었지만 그들 조차도 앞뒤로 함대가 공격을 받게 되고 본대가 적의 강력한 공격을 받게 되자 순간적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 것이다.
“각하! 지시를!”
우주 공격군 함대 지휘관 발터 기엘 지엘하르트 대장은 오랜 전쟁 경험을 가진 인물로서 올해 44세로서 매우 유능한 평가를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중앙 군관구 소속의 신속 투입군으로 에이센 정예 함대중 하나라고 평가 받는 우주 공격군 함대를 지휘하고 있는 지엘하르트 대장은 지시를 요청하는 참모들의 진언에도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침착하고 결단력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상황에 맞게 명령을 내렸다.
“즉각 위장 함대 쪽의 함대로 쳐 나가라! 이 상태로 있다가는 모두 죽는다.”
지엘하르트 대장은 만약 이상태로 앞뒤로 적을 맞게 되어 포위망이 완성 된다면 결국에는 모조리 전멸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결단을 내려 가장 약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면으로 치고 나가도록 지시를 내린 것이다. 사실 그는 반전중에 요격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이다. 후방에 출현한 파츠 베이스 함대가 근접해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포격 범위안까지는 접근해 들어오지 않았고 정면의 함대와는 포격을 주고 받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그런 명령을 내린 것이기도 했다. 재빨리 정면의 적을 돌파한다면 적의 배후에서 전개하여 비교적 수월한 싸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두 전력을 기울여 정면으로 치고 나가라! 정면의 적을 흩어버린 뒤 후방의 함대를 상대한다. 공격하라!”
그가 재빨리 대처하면서 소속 함대를 이끌고 강력하게 정면으로 진격해 오는 함대를 향해 도전해 들어가게 되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던 니콜 프라우저 대장도 함대를 이끌고 지엘하르트 대장을 따라 선두에 선 함대를 단숨에 격파해 내기 위해 진격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