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07
“······무슨 생각 해요? 어디 아파요?”
한참만에 트리멜 대위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엘레비아가 무릎에 이마를 기대고 있는 것이 마치 어디 불편한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응? 아!”
엘레비아는 트리멜 대위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가 말을 두어번 말을 건네자 깜짝 놀라며 그를 올려 보였다. 그리고는 애써 씽긋 웃어 보였다.
“어디 아파요?”
그가 다시 한번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으니 엘레비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아니 좀 피곤해서요.”
그리고는 씽긋 웃으면서 왼쪽 다리를 아래로 숙여 내렸다. 그리고는 곁에 놓여져 있던 타월을 들더니 살며시 몸을 가렸다. 이미 다 보여진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부끄러웠기 때문일 것이라고 트레멜 대위는 생각했다. 그는 그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옆에 앉아도 되요?”
트리멜 대위가 물으니 엘레비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엘레비아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인데 그녀의 옆에 앉게 되니 황홀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녀는 조금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는 우수에 찬 표정으로 트리멜 대위를 바라보면서 슬쩍 웃어 주는 모습이 그를 무척이나 설레게 만들었다.
“나 찾아 온거야?”
엘레비아가 슬쩍 웃으며 물었을 때 그는 당장이라도 자신과 사귀어 달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트리멜 대위는 겨우 그런 감정을 억눌러 참았다.
“······요즘 어디 아픈 것 같아서 걱정이 되어 말이지요.”
그가 엷게 웃으며 대답하니 엘레비아는 히죽 웃으면서
“뭐 별로······이제 에이센 놈들이 라컨 크라우제 행성계를 점령한다고 난리 법석이니 말이지······”
“파츠 베이스가 항복하지 않는 이상 큰 전투가 벌어지겠죠?”
트리멜 대위는 자신의 흰 이를 드러내 보이며 씁쓸히 웃으며 엘레비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옆으로 돌려 트리멜 대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검은 색의 트리멜 대위의 피부를 보고 있노라면 엘레비아는 자신의 마음이 빨아 들려질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자신의 친형제들 마저도 흑인과 백인, 그리고 황인이 섞여 나오는 등 혼혈이 매우 보편화된 시대였으니 피부색을 가지고 혐오감을 가진다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다.
잠시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엘레비아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트리멜 대위가 무엇을 생각하고 자신을 찾아 왔는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운이 좋아 같이 살아 남게 된다면······전에 말했던 대로 룸네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그녀의 대답을 듣고난 트리멜 대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사실이냐고 묻는 것 같은 그의 표정을 보고 엘레비아는 슬쩍 웃어 주었다.
“······나는 원래 이 전쟁이 어떤 식으로든 끝이 나면 은퇴해서 조용한 곳에서 땅을 사서 살고 싶었어······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가정을 꾸리고 싶기도 했고······”
이것은 엘레비아가 전부터 바랬던 일이었다. 전쟁을 겪는 동안 이런 저런 수많은 꿈이든 무엇이든 다 소용없고 부질없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전쟁을 치르고 여러번 죽을 고비를 넘기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과 희망을 미처 펴보지도 못한 채 너무나도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엘레비아는 더 이상 유명해 지고 싶지도 않았고 더 이상 세상에서 활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대신 전에 트리멜 대위의 집에서 느꼈던 그런 조용함 속에서 자신의 나머지 일생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느끼기에도 트리멜 대위라면 그런 인생의 동반자로서 그다지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고마워요.”
트리멜 대위는 한참을 엘레비아를 보고 있다가 겨우 그 말을 내뱉어 버렸다. 엘레비아로서는 다소 시시하기 그지없는 말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대답을 확인시켜 주듯 트리멜 대위 쪽으로 몸을 돌려 그의 목을 끌어 안고 키스를 해 주었다. 비록 입술끼리의 가볍다면 가벼운 키스였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엇던 트레멜 대위로서는 깜짝 놀랄만한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엘레비아의 달콤한 키스를 받고난 트리멜 대위는 정신이 벙벙해 져서 자신의 양손을 어찌하지 못하고있다가 겨우 엘레비아의 날씬한 허리에 손을 얹을 수 있었다.
엘레비아는 트리멜 대위의 손이 자신의 허리에 얹어지자 그가 무엇을 원하는 지 짐작할 수 있었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이런 자리에서는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자신이 쉬운 여자라는 인상도 주기 싫었다. 엘레비아는 짧은 키스를 하는 와중에 그런 생각이 들자 엷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트리멜 대위가 보다 더 집착하도록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키스를 한 엘레비아는 씽긋 웃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런 뒤 자신의 라커를 열고 속옷을 꺼내 입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결혼하기 전까지는 안돼······그것은 명심해줘!”
다짐을 받으려는 엘레비아의 말을 듣고난 트리멜 대위는 멍해져 있던 정신이 확 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는 비록 검은색 피부라서 표시는 나지 않았지만 얼굴을 확 붉혔다. 순간 엘레비아가 자신이 그녀의 몸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짐작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요.”
트리멜 대위는 엘레비아의 이런 다짐을 기꺼이 받아 들였다. 순간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평소 엘레비아의 성격으로 본다면 다른 사람과 어울려 다닐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자신의 신뢰를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트리멜 대위는 자신이 너무 앞서 나가서는 안되고 이것은 단지 미래를 약속하는 것을 전제로 사귀어 보자는 말이었지, 지금부터 엘레비아의 몸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약속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트레멜 대위는 전혀 불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점이 엘레비아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와의 사이가 한 단계 발전했다는 것에 충분히 만족했다.
2월 10일 크라우프는 에이센 공용 방송이 온통 파츠 베이스를 규탄하고 있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는 것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많은 공화주의 단체나 반전주의 단체들이 파츠 베이스의 사주를 받아 반 에이센 활동에 전념했다는 사실들이 검찰과 통수본부 예하 군정보부, 국방부 예하 특수 헌병대, 그리고 황실 직속의 황실 정보대의 합동 조사 결과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파츠 베이스와 내통한 것으로 파악된 군 고위 장성들이 대거 체포되고 있었다.
특히 정보 관계나 검열, 군수, 수송 같은 분야에서 내통 혐의자로 밝혀진 자들은 비공개 재판을 받아 1심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형 집행이 6시간 이내에 이루어 지는 경우도 있었다. 에이센 내부는 대대적으로 반 국가적 행위로 의심이 가는 행동을 한 사람들에 대한 숙청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뉴스에서는 파츠 베이스에게 군 작전에 관한 기밀을 넘겨 준 것으로 추정되는 군 장성의 집에 반역 행위에 성이 난 주민들이 총기를 들고 달려와 집에 불을 지르고 일가족을 몰살시켰다는 내용도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반전 주의를 표방한 단체들의 사무실도 총기를 들고 난입해 들어온 일반 시민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었다. 또한 방송에서는 일렬로 반전주의 단체 회원들을 벽에 죽 세워 놓고 그 뒤에 서 있던 시민들 여러명이 벽에 선 이들을 자동 소총으로 난사하는 장면을 그대로 방영해 주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갑자기 에이센 내부가 무법 천지로 변해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국방장관 아델베르크 원수와 민회 의장 스텍하우스 의원의 특별 성명과 긴급 조치 발동으로 치안 유지에 군 병력이 대대적으로 투입되었고, 일반 시민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자동 총기를 소지하고 있을 경우 엄중 처벌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쳐가는군······”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크라우프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에이센이 완전히 광시에 휩쌓여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디나는 무사하겠지······그리고 에이린의 가족들도 말이야. 설마 별일은 없을 테지······’
베르베라를 비롯한 에이센 전역에서 이런 식의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자 크라우프는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어도 전선의 함대에서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오히려 알 나스디에서의 패전 때문에 사기가 저하되고 이번의 대규모 불안 사태 때문에 군이 혼란스러워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 생각되었지만, 비정상적으로 이리나스 휘하의 함대는 별다른 동요 없이 조용히 전선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군 수뇌부에서는 알 나스디에서의 대규모 손실은 반역자들의 행위 때문에 빚어진 것이었고, 이번의 대규모 숙청으로 오히려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지 모를 일이었다.
‘빌어먹을······’
크라우프 자신도 전선에 별다른 변화가 없고 자신들은 예정대로 파츠 베이스를 공격하기로 되어 있는 것에서 무엇인가 다른 세계의 일을 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곳도 에이센의 일이고 지금 자신들이 파츠 베이스와 결전을 치르기 위해서 이동하고 있는 것도 에이센의 일이었다. 하지만 양족이 전혀 다른 곳 같은 생각이 들자 씁쓸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한심함을 짧게 탄식했다. 크라우프는 이런 뉴스를 보면서 무엇보다 디나가 별탈 없기를 기원했다.
디나는 황궁의 외부 성벽에 올라 베르베라 시내 곳곳에 불타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론에 반전 주의 단체들의 반역 행위가 고발되면서 성난 군중들이 반전주의 단체의 사무실을 공격하거나 반전 주의 단체 회원들을 사로잡아 즉결 처형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었다. 시민들 상당수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난 시민들은 무기를 들고 반전 주의 단체들의 사무실로 쳐들어가 난동을 부리고 있는 중이었다. 비상 계엄령이 선포되고 공공 장소에서 자동 소총을 들고 있으면 무조건 체포 구금한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시민들은 총기를 동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심지어 수류탄이나 화염병을 만들어 반전 주의 단체 사무실을 공격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하여 시내 곳곳에 무장 병력들이 배치 되었지만 시민들의 이러한 난동 행위는 쉽게 멈추지 못했던 것이다.
시민들이 이렇게 들고 일어나 반전주의 단체를 공격하게 된 것은, 이들이 파츠 베이스의 독립을 지원했고 그동안 에이센 내부의 정보를 수집하고 반전주의 운동이라는 미명하에 파츠 베이스가 유리하도록 언론과 전국을 호도했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에 발생한 것이었다.
이렇게 시민들이 흥분한 것은 그런 반역 행위가 아니라 반전주의 단체가 파츠 베이스 테러범들의 공식적인 활동 무대가 되었고, 이들의 반역 행위로 수많은 군사 행동에 관한 기밀이 파츠 베이스로 넘겨져 많은 군사 작전에서 에이센이 패배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파츠 베이스의 초창기 반란에서부터 263년에 있었던 알 나스디 행성계에서의 대패에 이르기까지 파츠 베이스의 사주를 받은 반전 단체들은 에이센 내부의 정보를 수집, 분석해 이 정보들을 파츠 베이스에게 넘겨주었고, 결과적으로 에이센이 대패하도록 만들어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자신들의 형제, 자매, 남편과 아내, 아들과 딸,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런 자들의 반역 행위 때문에 헛되이 죽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노는 극에 다라랐다. 그런 반역자들만 없었다면 자신의 가족들 중에서 죽은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의 언론 보도 때문에 시민들은 크게 분노하게 되었고 결국 집안에 놓아 두었던 총기를 들고 밖으로 뛰쳐 나오게 만들었던 것이다.
반전주의 성향의 단체 사무실이 피습 당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공화주의 성향을 지닌 단체들, 그리고 평소 공화주의 사상이나 반전 사상을 내보이고 있던 인사들이 수도없이 피습되었다.
이런 시민들의 분노에 더욱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반전주의 단체들이 테러리스트와 연계해 콜로니 파괴를 주도했다는 발표가 오후 늦게 언론이 공표된 것 때문이었다. 정보 기관의 의심을 사지 않는 인물을 이용해 콜로니 내부로 핵폭탄을 반입해 콜로니를 궤멸시켰다는 것이 조사결과 밝혀졌다는 발표는 시민들의 분노를 폭발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런 일련의 발표때문에 시민들은 더욱 광분하게 되었고 시내 곳곳에서 총성이 끊이질 않게 되었다. 한번 들고 일어선 시민들은 파츠 베이스의 앞잡이들을 모두 잡아 죽이자며 몰려다니기 시작했고, 대량 살상 무기를 지닌 학살범들을 처단하자면서 광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자칫 폭동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경찰과 군에서는 일련의 사태를 잠재우기 위해서 경찰과 군 무장 병력이 출동시켰지만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다. 수많은 시민들이 총기를 들고 기세등등해 있는 상황에서 경찰과 군 무장 병력은 함부로 이들을 자극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경찰과 군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총을 들고 몰려다니는 성난 군중들에게서 공공 건물을 방어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 일련의 사태는 겨우 군부에서 바리스타들을 시내로 진입시켜도 좋다는 황제의 윤허를 받아낸 직후부터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국방 장관의 긴급 병력 투입 지시를 받아 신형기 스부타이와 자카운들이 시내로 진입해 곳곳에서 감시망을 펴고, 경찰과 군 병력이 자동 총기를 소지한 소지자들에 대해서 체포를 강화하기 시작하자 시민 폭동은 차츰 진정 국면으로 접어 들기 시작하고는 있었다.
디나가 황궁의 외부 성벽에 올라 베르베라 시내를 바라 보았을 때에도 아직까지 시내 곳곳에서 일어난 화재는 미처 진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바리스타들이 불타는 건물의 화재를 진화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렇지만 곳곳에서 총성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이제 반전 주의자들이 곧 테러범과 동일시 되어 버린 것이다.
그녀는 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역한 냄새가 이제는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황궁의 외성벽은 관광지로 개발되어 있었기 때문에 디나 말고도 방송 기자들이나 시내가 불타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 올라온 관광객 비슷한 자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고, 디나는 자기도 그들과 같은 부류이면서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가족들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베르베라 시내가 불타는 모습을 지켜보러 온 것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는 것인지······’
디나는 이렇게 모여들어 신기한 듯 시내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되어 졌다. 그렇지만 자신들은 별다른 걱정이 없으니 이곳에 올라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되니 나름대로 이해할 수도 있는 광경인 것 같았다.
2월 12일. 에이센 내부에서는 파츠 베이스를 반란 세력이 아닌 테러 집단로 보아야 한다는 언론 논평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는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독립국이나 자치를 구가하는 집단이 아니라 단지 테러 집단일 뿐이라는 것이 언론 논평이었다. 평소 과격한 논설로 유명한 논객 엘리자베스 빈스터는 이번 일련의 사태를 두고 이런 테러를 조장하고 있는 파츠 베이스는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논평하고 있었다.
“신족의 독립이니 무엇이니 하는 것은 그들이 내세우는 아주 그럴싸한 대의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독립이나 자치가 아니라 단지 에이센 내부의 혼란일 뿐입니다. 파츠 베이스는 에이센의 혼란을 야기함으로서 그들 스스로 민중을 호도해 정권을 잡아 보려는 테러 집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지 그런 녀석들은 테러 집단일 뿐입니다.”
이런식의 엘리자베스 빈스터의 논평은 실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갑자기 언론은 파츠 베이스가 이런 테러를 연이어 일으킴으로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로 주제를 옮겨가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가 전쟁 초반부터 내세운 신족의 독립 같은 것으로 주제가 옮겨지자 언론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에이센 내부에서 신족 출신으로서 고위 장성에 올라있는 장군이나 사회적으로 출세한 사람이나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사람, 병사로서 파츠 베이스와 전쟁을 벌이는 병사나 장교들의 이야기를 연이어 내보냄으로서 신족이 차별받고 있다는 파츠 베이스의 주장을 근거 없는 것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물론 리하르트 황제 시절 벌어진 대량 학살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것은 반란군과의 전투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그 규모도 파츠 베이스가 주장하는 3천 억 명이 아니라 3, 40억 명 정도로 매우 적은 것으로 보도 되었다. 그것도 대부분이 전투원으로 전투 도중 사망한 것이라는 것이 주요 보도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에이센도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엄연한 전투 행위에서 벌어진 일을 파츠 베이스는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한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파츠 베이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한 언론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군정훈 교재에서나 내보여 주는 파츠 베이스군이 에이센군 포로들에게 저지른 잔혹한 행위 등을 담은 미공개 영상을 가감없이 내보냈다. 이런 식의 언론 보도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파츠 베이스는 테러 리스트들이라는 사실을 당연하다는 듯 주지시키고 있었다.
또한 언론에서는 파츠 베이스의 종신 내각 총리인 피델 아론은 물론 이들이 황족으로 내세우고 있는 아우구스트 로스마의 진실 여부도 문제삼고 있었다. 특히 옛 신족의 황족의 정통 혈통을 이었다는 로스마를 두고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분석해 내보였다. 로스마 황제가 진정으로 신족의 황가를 이었다면 그가 그렇게 나이든 노인의 모습일리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장수족의 성장이 멈추는 단계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렇게 나이든 모습에서 성장이 멈추는 것은 전례에 없었다는 것이다. 장수족의 성장 멈춤의 대부분이 가장 활력이 넘칠 때라는 점에서 로스마 황제는 날조된 것이 뻔하다는 것이었고, 오히려 진실인 것처럼 보이려고 노인을 내세웠다는 것이 언론의 추측이었다. 오히려 거짓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진실일 수도 있다고 믿도록 만들려는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는 파츠 베이스의 고도의 술수라는 것이 언론의 통찰이었다.
무엇보다 언론에서는 피델 아론 총리에 대해서 깎아 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피델 아론 총리를 두고 에이센에서는 권력욕에 미친 화신이며 엄청나게 간교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었다. 이에 불을 붙이 듯 언론에서는 무엇보다 피델 아론에 대해서 그 자신 보다 더욱 그를 잘 안다는 식으로 분석을 하고 있었다. 피델 아론은 어릴 적부터 성격이 이상했다고 하는 식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했지만 우연하게 접한 공화주의에 심취하게 된 것에서부터 그가 평생의 숙원으로 공화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정했다는 맹세, 그리고 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폭력 투쟁이 불가피하다고 결심하게 된 것들을 나름대로 짜임새 있게 구성해 보도하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이 억지였고 추측에 의한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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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무사히 넘어갈 수 있겠군…저정도는 봐주겠지…원래는 딥~키스였으나…제가 편집하여 가벼운 것으로…음…
..응? 저기 날아오는 것은…혹시 짱돌?? -ㅅ-;;
엇차~ 작가야 텨텨텨~ ┌( ㅡ_-)┘┌( ^_^)┘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67…
…퀴즈…위의 이모티콘 중 누가 아뒤쥔장일까요~ 맞추시는 분께는…상품이 없습니다…^_^)/~
‘하레스’님…간만에 1타를 하셨군요…축하드립니다…음…질문에 대한 답…둘 중 하나가 접니다…퍽~! …그런데 개인적으로…지난편의 크라우프의 생각이 너무 노골적으로 묘사된 것 같다는…조금 더 은근하게 묘사할 걸…이라는 아쉬움이…쿨럭~
‘창세전쟁’님…쿨럭~ 음…작가넘이 서 놓은 비축분을 슬쩍 보니까…꽤 많이 죽더군요…음…개인적으로 재는 죽으면 안되는데…싶었던 사람도 죽더군요…흠…
‘검은묵시록’님…응? 비? 그것도 구슬비?…새로 등장한 연예인인가요…퍽~! 윽…죄송합니다…미팅이 취소되어서 심란하실텐데 장난쳐서…흐흐흐…응? 이 음산한 웃음 소리는 뭐냐구요? 헙~! 드, 들렸습니가?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_^;;;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흐흐흐…
‘파란만장’님…음…켄셉은 확실히 쌀나라의 정책이 맞습니다…에이센은 그것을 교묘히 조장하여 전 국민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는 것이 다를 뿐이지요…황제는 분위기만 조성한 것으로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 되었으니…쿨럭~ 어찌보면 진정 나쁜놈은…
‘horizon’님…슈로대mx…음…아직 2차알파도 못하고 있는데…그놈의 SD건담이 웬수여…ㅡ_ㅡ; 비싸겠지요…음…시간이 지나서 중고 매물이 나오면 사야지…흠…돈 없스…쿨럭~ 그런데…나데시코 극장판이라면…루리가 함장이던가요? …흠…역시 ‘horizon’님은 ‘X리’였…퍽~!
‘마이트레야’님…아니지요…에이센이 정의고 파츠 베이스가 악입니다…그게 정답이지요…울나라도 쌀나라가 ‘너네가 악이여~’하면 곧바로 악이 되지요..같은 겁니다…그렇다고 파츠 베이스가 좋다는 것도 아니지만요…역사는 힘이 있는 자의 전유물…이라 잖습니까…ㅡ_ㅡ;
‘나만의천사’님…핫핫핫~ 출동시키실 필요가 없습니다…설마하니 넘기겠습니까? 저의 이 초롱초롱한 눈빛이 ‘이것은 결단코 진실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안 보이십니까? ^_^)/
‘판타로드’님…쿨럭~ 음…서, 설마 지난번에…집 근처를 배회하던 모자 푹 눌러쓴 남자가…쿨럭~ 그때는 별다르게 신경쓰지 않았는데…헉~ 큰일이다…-ㅁ-; 판타는 맛있어~!!!!! (의미불명`♡)…쿨럭~
‘테르미도르’님…음…일단 컴백을 환영합니다…하지만…우선 상처부터 치료하셔야 할 듯…어이구 이런…어쩌다가 이리 많이 깨지셨는지…자 여기 반창고…ㅡ_ㅡ)/#…옛말에 참을 인(忍)자 세번이면 살인도 막는다…라고 하잖습니까…꾹~ 참으시고…비록 속으로는 욕할 망정…웃으세요…스트레스는…격투기를 배우시면서 샌드백에 푸시고요…^_^;
‘마알’님…………………………………………………………………^_^;;;; 음…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스윽~) 음…읽어 주셔서 감사…(스윽~)…하고요…(스윽~)…예? 왜 자꾸 멀어지냐구요? (뜨끔!)…핫~ 아닙니다…아무것도 아니에요…^_^;;;; (←크라우프가 귀엽다고 하시니 그렇지요…ㅡ_ㅡ; 게다가 ‘노리고있다’….쿨럭~)
‘로이드’님…비록 완전히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그정도 설정이면 충분히 납득할만 합니다…뭐, 조금 보강작업이 필요하겠지만요…이 소설(크라우프)의 설정처럼…쿨럭~ 작가넘도 제대로 알고 있을지 의문시 되는 것보다는 백배 낫지요…암요…-ㅅ-; 그리고 메이드 건은 기각하겠습니다…이유는 엘레비아를 메이드로 쓰느니 차라리 죽이겠다는 작가넘의 멘트가…-0-;; 의외로 작가넘이 과격하다는…
‘英雄’님…쿨럭~ 이 소설에서는 남녀 공통으로 샤워장을 쓰기 때문에 문제되지는 않습니다…’강간’은 문제가 되지만요…고로…트레멜 대위를 죽이려면…에이센군의 손을 빌려야 한다는…ㅡ_ㅡ
‘제로나인’님…아직 ‘그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작가넘이 알아서 잘…하겠지요…믿어 보는 수 밖에는 없습니다…그리고…설마하니 ‘상납’하겠습니까? 크라우프가 ‘작업’하겠지요…뭐, 예전에 침은 발라놓은 상태이니…^_^;
‘다크크라이드’님…오늘은 무척 늦었습니다…죄송합니다…사실은…누군가가 보낸 검은 양복의 사내들에게…훌쩍~ ㅠ_ㅠ…농담이고요…실은 TV를 보다가..퍼억~! 뚜쉬뚜쉬~ 푸카칵~!…
음…빨리 올리고 잠수~…
…또다시 바뀌어 버린 소제목…ㅡ_ㅡ)/~
2월 14일 토요일 22시 30분 우주 공간을 움직이고 있는 크라우프는 시간이라는 것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잠시 시간이 남아 우주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로 올라간 크라우프는 전함 록시나 XI호의 좌우로 좀처럼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는 풍경을 보고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며칠동안 같은 장소에 올라 같은 곳을 보아도 우주는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에이센 함대는 엄연하게 파츠 베이스 함대를 따라잡기 위해서 지금 이 시간도 우주 공간을 헤집고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다시 보게 되겠지······’
그는 베르베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작세 헛웃음을 터뜨렸다. 비단 자신뿐만이 아니라 오랬 동안 종군했던 함대의 장병들 모두는 최소한 2, 3년은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이 전쟁만 아니었다면 모두들 자신들의 고향에서 각자의 꿈을 키우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두려움에 몸을 내맡긴 채 망망한 우주공간을 헤쳐가고 있을 분이었다.
하지만 크라우프는 자신이 이렇게 낙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시에나뿐만이 아니라 다이레아와 에이린도 이 전쟁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만약 이 전쟁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그들 두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디네스 펜터 호리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문득 크라우프는 260년에 있었던 프로스베인에서 접촉했던 파츠 베이스군 파일럿의 모습이 떠올랐다. 비록 얼굴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고 있었지만, 땀에 젖은 머리카락과 경멸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그 여성의 이미지만큼은 확실히 떠올랐다.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서 자기도 모르게 권총을 들이 민 상태로 키스를 해 버리는 실례를 범해 버렸었다. 하지만 자신도 그때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기다렸어요? 미안해요. 일이 좀 늦게 끝나서요.”
바로 그때 다정하게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잠시 다른 생각에 잠겨있던 크라우프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 보았다. 그의 뒤에는 에이린이 빙긋 웃으며 다가와 서 있었다. 사색을 방해했다고 느꼈는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에이린을 보고 크라우프는 순간 그녀가 조금 늦게 온 것을 알알챌 수 있었다. 하지만 뭐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에이린 생각하고 있었어. 그러다 보니 언제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는데?”
엷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을 해주는 크라우프의 목소리와 얼굴 표정을 본 에이린은 환한 얼굴로 고맙다고 대답해 주었다.
에이린은 자신이 늦게 와서 지루해 할 것인가 걱정했지만 그가 말이라도 고맙게 해주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쩍 키스라도 해 주고 싶었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니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서로를 바라보고 엷게 웃기만 한 뒤 크라우프와 함께 전망대를 내려왔다.
크라우프와 에이린은 함께 방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크라우프가 과일과 브랜디를 가져와 내놓았고 둘은 과일을 먹으며 잠시 TV를 같이 보았다. 공용 방송에서의 뉴스가 나왔는데 그곳에서는 베르베라에서의 소요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었다.
베르베라 시내에 바리스타 스부타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곳곳에 전차와 장갑차들이 대기하고 있었으며, 자동 소총을 들고 있는 무장병력, 그리고 경찰들이 소총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까지 예비군 소집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베르베라 시내에 저 정도의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용 방송에서는 이런 소요 사태의 와중에서 상점을 약탈하거나 강도들이 횡횡한다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었고, 이런 사회 혼란의 책임을 은근하게 공화주의자들과 반전주의자에게 몰아세우고 있었다.
“걱정이네요.”
에이린은 크라우프와 함께 자리에 앉아 TV를 보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베르베라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했다. 저런 식의 혼란 상황에서 베르베라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단지 바르디아인이라는 이유로 공격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린은 걱정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었다.
“괜찮을 테니 너무 염려하지마.”
크라우프는 걱정을 늘어놓는 에이린의 몸을 다정하게 감싸 안아 주면서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 에이린은 조용히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서 부모님의 얼굴도 잊어버릴 것 같다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머리를 기대고 있던 그녀가 자신이 바르디아인이라는 것 때문에 받게 된 고통을 가족이나 자신의 아이에게는 전하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하며 고개를 숙여 버리자 크라우프는 그녀의 몸을 다정하지만 힘있게 끌어 안았다.
“에이린과 내 아이는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에이린을 닮은 멋진 딸을 얻는다면 나는 더할 수 없이 행복 할 거야.”
크라우프가 에이린을 감싸 주며 그녀의 빰과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하며 그렇게 말하자 에이린은 빙긋 웃고는 조용히 브랜디를 입안에 흘려 넣고 있다가 고개를 잠시 앞으로 숙였다. 크라우프의 다정한 말에 적잖이 부끄러워 졌기 때문에 그것을 숨기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 모습을 미소를 띈 얼굴로 바라보던 크라우프는 에이린이 머리를 뒤쪽으로 모아 묶고 있던 머리끈을 풀어 내렸다. 그리고는 다소 엉켜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가지런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크라우프는 에이린의 목뒤와 귀, 어깨와 뺨에다가 쉴새없이 키스를 해 주었다.
에이린은 크라우프가 자신의 몸의 어느 곳을 만져도 그렇게 기분 나쁘거나 불쾌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몸을 원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랑해 에이린······”
크라우프가 낮게 숨을 내쉬며 구리르 간질이며 하는 말에 에이린은 작게 몸을 움츠렸다. 곧바로 크라우프가 허리를 감싸오며 키스를 해오자 그녀는 그것이 무척이나 감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느낌이 브랜디의 맛 때문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크라우프가 자신의 몸을 일으켜 침대 쪽으로 이끌어 줄 때 무엇이라고 표현하기 힘든 행복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에이린과 관계를 가질때 기분이 좋을 때에는 에이린이 하고 싶은 대로 몸을 내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에이린의 몸을 마구 헤집어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제껏 한번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요구하거나 이제껏 만나왔던 다른 남자들은 감히 에이린에게 요구하기 힘들었던 것을 그는 서슴없이 요구했다. 처음에는 다소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지만 이미 그런 것들 모두 하나의 즐거움으로 변한 뒤였다. 에이린은 이제껏 감미롭게 자신을 요구하는 남자들도 만나 보았고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느끼고 있던 남자와도 결혼도 약속했었고 여러 남자와 사귀어도 보고 잠자리도 함께 해 보았었다. 그렇지만 에이린은 크라우프는 이들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어린애 같이 감싸 안아 주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난폭한 폭군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감미로움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에이린은 자신이 크라우프를 사랑하는 이유가 단지 이런 것 때문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섹스만을 전제로 한 사이라고 한다면 6개월 이상가기는 힘들었다. 전에 에이린이 경험했던 최고의 밤은 사관후보생 시절 같이 바리스타 과목을 공부하던 사관학교 선배와의 기억이었다. 그 선배와의 섹스는 에이린을 정신이 없게 만들었다. 너무나도 짜릿하고 황홀했었다. 그리고 그 사관학교 선배도 에이린의 몸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마음이 맞아 휴가를 받았을 때 일주일 넘게 침대 위에서만 보냈었다. 그러나 일주일 동안 쉴 새 없이 섹스를 하고 난 뒤 서로에게 질려 버렸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이후 몇 번의 만남이 있은 후 자연스럽게 헤어져 버렸다. 좋은 것도 하루 이틀이었다. 에이린도 크라우프와 같이 지낸지 오래 되었고 거의 매일 섹스를 하며 지냈기 때문에 조금씩 크라우프가 질릴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차츰 크라우프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원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고, 크라우프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섹스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을 통해서 즐거움을 찾고 있는 크라우프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크라우프는 에이린의 몸을 감싸고 있는 모든 것을 한씩 벗겨낼 때 마다 그녀의 몸의 구석 구석에다가 키스를 해주고 손으로 부드럽게 만져 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씩 자신의 옷도 벗기 시작했다.
곧이어 둘은 서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이 되었고 크라우프는 에이린의 몸위로 다시 허리를 숙이며 그녀의 허리를 받쳐 안고 목을 끌어 당겨 키스를 해왔다. 크라우프가 키스를 마치며 입술을 살짝 깨물어 주니 에이린이 깜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크라우프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게 느껴졌다. 시에나는 전체적으로 몸이 균형 잡혀 있었고 날씬했다. 다이레아는 그리 큰 체격이 아니고 어딘지 모르게 연약해 보이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에이린은 그렇지 않았다. 체격도 좋고 키도 큰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에나와 다이레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강렬함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크라우프는 에이린의 몸 전체를 다시 한 번 입술과 혀로 애무한 뒤 에이린의 옆에 몸을 누이며 그녀의 오른쪽 다리 안쪽을 부드럽게 쓸어 만져 주었다. 그리고 손을 조금 더 안쪽으로 뻗어 에이린의 은밀한 곳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에이린이 적극적으로 크라우프의 움직임에 반응해 오고 그의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해 오자 크라우프는 엷게 웃으면서 에이린을 자신의 몸 위로 올라오도록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에이린은 크라우프의 허벅지 위쪽으로 무릎을 세운채로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 허리를 숙여 크라우프에게 키스를 해 왔다. 그리고 허리를 아래쪽으로 숙이면서 크라우프의 가슴과 배쪽으로 키스를 해 주었다.
“으음!”
크라우프는 에이린의 움직임과 키스를 받으며 조금씩 낮은 신음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에이린은 허리를 아래쪽으로 숙여 내려 그의 다리 사이로 몸을 엎드려 앉았다. 그런 뒤 크라우프의 성기에다가 키스를 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서서히 그의 것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차츰 에이린의 움직임이 격렬해 졌을 때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된 크라우프는 에이린의 머리를 잡으며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그제야 에이린은 움직임을 멈추었고 손으로 크라우프의 분신을 살살 문질러 주면서 크라우프의 배와 가슴에다가 키스를 해 주었다. 그런 뒤 크라우프와 깊게 키스를 했다.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있던 에이린은 팔을 옆으로 뻗어 크라우프의 머리 침대 옆에 있는 책상 서랍에서 피임기구를 꺼내 포장을 뜯어 버리고 그것을 크라우프의 성기에 덧씌웠다. 그리고 나서 몸을 일으키면서 서서히 그의 몸 위쪽으로 자신의 몸을 겹쳐 세우고 있었다. 자신의 안으로 크라우프의 것이 깊숙이 들어오자 에이린은 작게 미간을 찡그리면서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