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1
“이제 하만 바이파로 가면 좀 휴가 내서 같이 쉴래?”
“그래? 좋지 뭐……그런데 코프……아세라 좋아하는 거야?”
조금 깊게 숨을 들어 마셨다 내쉬는 숨결에 다소 황홀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다.
“……응……”
속이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시에나는 크라우프를 안고 있는 것을 놓지 않았다. 엷게 웃음을 짓고 있던 시에나는 그의 뒤에서 앞으로 움직여 오면서 장난스레 물었다.
“나는? 나는?”
“아주 좋아해……”
빙긋 웃고 있는 시에나였다. 팔을 앞으로 뻗어 크라우프의 얼굴을 끌어 당겨 키스를 해 주었다.
“좋아한다니 고맙네……그렇지만 아세라 좋아하면 열심히 해봐 괜찮은 사람 같던데 어떻게 코프 마음에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무척이나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자신은 상관없다고 하는 시에나였다.
“나는 아세라 만큼 될 수가 없는거 알잖아……”
그렇게 대답을 하고 있는 말에 그는 손등으로 부드러운 얼굴을 한번 손으로 쓸어 만져 주었다. 그런 느낌이 아주 좋다는 생각을 했다. 얼굴을 앞으로 숙이면서 다시 키스를 했다.
“아니 나는……”
그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시에나는 핏 웃기만 했다.
아세라는 페넬로페와 같이 있게 되는 것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두 사람은 하만 바이파로 향하는 도중에 있는 배안에서 다소 지루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좀 따분하지 않아?”
전투에서 생환한 이들이었기 때문에 별 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 수송함의 승무원들도 조타에 방해가 되지 않는 이상 이들에 대해서도 크게 간섭하거나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참 언니 페트릴대위 정말 멋있는거 같지 않아?”
페넬로페가 빙긋 웃으며 그렇게 말을 건넸다. 아세라는 무슨 말이냐고 반문했다.
“아니 다른 것은 아니고 우리들 이렇게 살게 해준 것만도 고맙고……”
“고맙기야 다 마찬가지야. 죽으라고 적진 속에 버려둔 걸 이렇게 되돌아 갈 수가 있게 해 주었으니 말이지.”
자신들이 일찌감치 전투행위를 포기함으로서 얻어진 것은 전함대가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2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파츠 베이스군에게 포로가 되었다.
어차피 그들은 협상을 통해서든지 에이센에서 몸값을 지불하든지 해서 사들여 올 것이라고 했고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살 수가 있다고 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크라우프의 설명에 아세라는 쓴웃음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포로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 레너드 페러타인중위와 스티브 피럴 넥스중위가 두 사람이 앉아 있는 휴게실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다소 마른 체격에 얼굴에 광대뼈가 튀어 나온 페러타인중위는 어딘지 모르게 병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도 옆으로 째져 있기 때문에 매서운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파일럿으로서의 실력은 매우 우수한 사람이라고 했다.
같이 온 넥스중위는 붉은 갈색 머리에 매우 잘생인 얼굴의 영화 배우 같은 외모를 지니고 있는 남자였다.
“두 자매분께서 이곳에서 뭐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렇게 말을 하면서 자리에 앉은 넥스중위의 말에 페넬로페가 빙긋 웃으며
“아니 다른 것은 아니고 페트릴대위 말을 좀 하고 있었죠.”
“아? 대위는 아까 보니까 검은 머리 여자하고 자기 방에 들어가던데? 지금쯤 뭐 같은 침낭 속에 있을 것 같은데?”
페러타인중위는 혹시 아냐고 물었다. 두 사람이 같은 부대에 있다가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검은 머리? 아! 시에나? 결혼 약속한 사이라고 하던데?”
아세라의 대답에 넥스는 그러냐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연인끼리 같은 부대에 있고 참 좋겠다. 안그래?”
부럽다는 얼굴을 하면서 물끄러미 아세라를 바라보았다. 가볍게 추파를 던지는 듯한 얼굴에 다른 감정 보다는 우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게 말이야……서로 자주 보고 좋겠다 싶어!”
아세라는 그렇게 말을 받으면서 갈색 머리카락을 한번 추어 올렸다. 넥스는 엷게 웃으며
“맞는 말이야. 그리고 아세라는 사귀는 사람 있어?”
페넬로페는 오호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서 핏 웃으며
“언니 한테 관심 있어?”
“응……전에 보았을 때부터 한번 친해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넥스의 직접적인 대답에 페넬로페는 아세라를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별로 반응이 좋지가 못했다. 다소 시큰둥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깔깔대며 웃었다.
“그런데 너무 잘생겨서 싫어……”
정색을 하면서 대답하는 아세라에 넥스의 표정이 일순 굳어 졌다가 알겠다고 했다. 너무 잘생겼기 때문에 바람둥이 같은 사람은 싫다고 하는 것이다.
“나 하나만 보는 사람을 바라지……너무 잘생긴 남자 싫다.”
그녀의 자르는 듯한 대답에 페넬로페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언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가? 이런……그렇지만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인데 말이야.”
“아니 다른 것은 아니고 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당신을 못받아 들이겠어. 나는 한사람 만 상대해……”
아세라의 말이 확고했기 때문에 한번 추파를 던져 보고 싶던 넥스중위는 몇 분더 말을 나누었다가 페러타인중위와 함께 슬며시 자리를 떴다.
페넬로페는 무슨 말이냐고 하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 왜 좋아하는 남자 있어?”
“아니 그런데……저런 남자는 질색이야.”
아세라의 말에 동생은 좀 아까운 사람이라고 하면서 아쉬워 했다.
“잘생겼잖아……”
“잘생기면 다 끝이냐? 바람둥이 같은 남자는 딱 질색이야!”
언니의 빈정대는 듯한 말투에 페넬로페는 핏 웃기만 했다. 어쨌든 간에 넥스중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전에 그 남자 때문에 그래?”
약간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물으니 아세라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 그만 두자고 하면서
“들었니? 이번에 레오드가 보병으로 들어간다고 하더라……”
“보병이라 2년 군생활 하면 되니 다행이겠다.”
동생이 장교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보병으로 지원을 해서 가게 된다면 죽게 될 가능성이 낮았지만 전투에 참가할 가능성이 낮은 보병에 지원자가 몰리기 때문에 어느 병과로 차출될지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병사로 가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2년만 잘 보낸다면 남.녀 모두 반드시 군인이 되어야 하는 의무를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에이센에서는 19세에서부터 35세까지의 남녀를 의무 징집 연령으로 삼고 15세에서부터 18세까지는 지원병 형식으로 군 지원 복무자를 뽑고 있었다.
에롤 레오드 우르반은 올해 16세로서 이제 지원병으로 보병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빨리 군 생활을 마쳐야 다른 것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가정 형편 때문에 기본학교만 졸업하고 군에 15세때 자원입대 한 어머니는 굳이 공부하라고 하지 않았고 확실한 목표를 세우면 그것에 매진하라고 했다. 아세라와 페넬로페는 어머니 같은 멋진 군인이 되고 싶다고 장교를 지향했고 지금 중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군인이라……”
쓴웃음을 짓고 있던 두 사람이었다. 어머니가 지원병 출신의 사병으로부터 시작한 지휘관으로서 29세때 최연소 대장으로 승진을 한 엘리트였지만 35세때 우주 공격군 부사령관직에서 물러나고 군에서 예편한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많은 동료들이 죽어나가고 있었고 정들었던 부하들이 하나둘씩 죽어 나가던 것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페넬로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현역 시절에 벌어졌던 수십만 척의 전함들이 우주 공간을 완전히 메워 버리면서 단 한두시간만의 전투에 수백만 명의 목숨들이 우주 공간에 흩어져 버리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고 있었지만 지금도 엄연하게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죽은 사람들만 바보스럽다니까……’
아세라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문득 크라우프가 떠오르자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바람둥이 같은 그런 남자를 좋아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본다면 처음에 깊이 사랑했다고 할 수가 있을지 몰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었던 남자와 너무나도 허무하게 헤어져 버렸다는 것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겨우 22살인데 뭐 어때? 결혼은 30살 넘어서도 할 수가 있는 거 아니야? 시간 지나면 다 회복될 꺼야!”
페넬로페는 아세라를 그렇게 위로해 주었다. 별로 남자에 대해서 관심을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마음속에 와 닿아 있는 것 때문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페트릴대위는 안돼……옆에 여자가 있는데 뭐……”
그녀의 말에 페넬로페는 입술을 조금 삐죽 내밀었다.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이거마 마저 마시자!”
페넬로페는 다른 말 없이 그렇게 말을 하면서 음료수캔을 들었다.
…복구합니다…^_^;;;
7월 15일 수요일 유케울로의 귀환 선상에 있던 아담 조슈아 디제중위는 사관식당에서의 저녁 뉴스를 통해서 파츠 베이스 협상단들이 에이센군 포로들에 대한 협상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다. 모두 해서 20만 명 정도의 에이센군 포로들을 모두 일괄송환한다는 것과 에이센에서는 이들의 몸값에 상응하는 금전으로 보상한다는 것이다.
“원 참 별 짓을 하다네……”
아담은 그렇게 말을 받으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기습 공격으로 선제 공격을 가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아무런 말도 없고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일들 뿐이었다. 재발 방지도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나포된 배는 파츠 베이스쪽으로 소유권을 넘기고 포로들만 일괄적으로 넘겨 받았으면 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제 에이센과 다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엘레비아와 아르코가 케네온행성계로 배치이동 되었다고 하는 소식을 들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의 다이아몬드 광산이 현재 에이센의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때문인가?’
아담은 왠지 모르게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아른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하얀 얼굴에 검은 색 머리카락을 가지시고 자신을 무척이나 다정하게 바라보고 계셨다.
지금은 자신의 기억과 옛 역사 자료들을 통해서만 아련하게 모습을 되돌아 볼 수가 있을 뿐이었다. 그는 어머니와 같은 자리를 걷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엷은 웃음을 지으면서 자신의 검은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무엇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말이야.’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던 아담은 엷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어머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릴적 친아버지를 여의고 생활고 때문에 어머니가 재혼을 했다고 했다. 양부에게 성폭행 당하고 집을 나와 버려 거리를 떠돌다가 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24세때 소위로 임관했다가 25세때 중위로 승진 그 이후 몇 건의 군사 반란과 소요 사태에 투입되어 전공을 세우다가 26세때인 대위때 7년 전쟁을 맞았다고 했다. 7년 전쟁이 종전 되었을시 대장으로 승진을 해서 네므주류기지를 건설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이후 에이센의 변방 수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나이가 34세때였고 첫 남편 결혼을 했다고 했다. 제 1차 바르디아원정과 제 2차 원정 당시 조공을 담당하면서 자신이 담당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결코 패배한 적이 없었고 바르디아의 영역의 1/3을 휘하 함대만으로 휩쓸어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종전이 되면서 원수로 승진을 하고 귀환을 하면서 통수본부장관을 맡게 되면서 수도로 귀환을 했지만 전후 군부의 권력 투쟁에서 밀려 나면서 반역 혐의로 구금되었다가 황제의 특사로 풀려나면서 아이크 총독으로 부임하게 된 것이다. 이때 자신의 아버지와 만나게 되었고 잠시 사귀다가 곧바로 동거에 들어갔다고 했다. 1년 정도 만에 자신을 임신하게 되었고 그러다가 몇 번의 반란과 황제와의 불화를 거쳐 피델 아론등이 주도하는 아이크 군사혁명 위원회의 국방위원장을 맡게 됨으로서 에이센에 반기를 들어 파츠 베이스를 성립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세웠던 것이다. 전남편과는 이때 이혼했다고 했고 아버지와는 같은 시기에 결혼했다고 했다. 그때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에이센의 끈질긴 토벌 작전에 에이센군을 3번이나 대패케 하는데 크나큰 공헌을 했다고 했다. 마지막에 황제가 바르디아에 있는 병력들의 대부분을 끌어 들여 총 공세를 취하게 되었을 때 아이크에서 최후까지 싸우다 전사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어머니 덕분에 파츠 베이스가 완전히 끝장나지 못했다고 했고 에이센도 파츠 베이스의 실체를 인정하고 현재의 국경 협정을 맺게 된 것이다.
파츠 베이스 건국의 영웅이라고 하는 어머니였기 때문에 아담은 언제나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는 군인으로서 매우 위대한 사람이었고 피지배상태에 있던 신족을 독립시키는데 크나큰 공헌을 했다고 했다.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씁쓸한 기분이 함께 들었다. 가볍게 숨을 들어 마시면서 자신에게 있다는 그 배다른 누이가 를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한번도 본적도 없고 볼 기회도 없었다. 언젠가 한번 만나 보고는 싶다고 했는데 첫남편과 이혼하고 나서는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했다.
입술을 한번 지긋이 깨물었다가 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문득 엘레비아의 아름다운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는 아마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를 것이다. 자신도 이번에 유케울로 돌아가게 된다면 어디로든 재배치 될 것이 분명했다. 에이센군과의 전투에 대비해서 군대를 재정비 한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운명을 내 스스로 할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니 모르게 웃음 밖에는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아담은 조금 깊게 숨을 들어 마셨다. 차라리 군인이 되지 말고 다른 것을 했었으면 싶었다. 그것도 파일럿이 아니라 다른 군 지휘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결코 군인이 적성에 맞는 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매우 따분한 일이었고 그리고 슬픈 일이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매우 슬픈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아담은 전사한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자 고개를 좌으로 저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어 마시면서 자신의 방으로 걸어 올라가기 위해서 계단을 따라 올랐다. 그때 그의 앞으로 라디아 파드중위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라디아가 팔짱을 끼고 있다가 그렇게 물었다.
“아니 다른 것은 아니고 다시 어디로 배치될까 모르겠어서 말이야.”
아담의 말에 라디아는 피식 웃었다.
“나하고 떨어지게 될까 걱정 되어서 그래?”
그녀의 반문에 아담은 엷게 웃으면서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서 그녀의 앞에 섰다.
“글세 어떻게 될지?”
아담의 물음에 라디아는 환하게 웃으면서 팔을 앞으로 뻗어 목을 끌어 안으면서 키스를 해 주었다. 아담도 손을 뻗으며 라디아의 날씬한 허리를 감싸 안았다.
“내 방으로 갈까?”
귀 가까이 대고 속삭이자 라디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와 함께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전함의 내부에 있는 아담의 방은 일반 파일럿들이 쓰는 방하고 똑 같았다. 내무실 생활을 하는 에이센에 비해서 파츠 베이스군은 작은 방이기는 해도 파일럿들은 독방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개인 공간을 가질 수가 있다는 것 때문에 휠씬 대우가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별다른 장식도 없네?”
조금 실망한 듯한 라디아의 말이었다. 아담은 별로 그런 것들을 할 시간이 없었다는 생각에 좀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것에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아담이 파일럿들에게 개인 지급되는 냉장고에서 반쯤 마시다만 차게 식힌 와인병을 하나 꺼내자 반색을 했다.
“나 술 좋아하는데!”
음주 비행을 하게 되면 즉각 영창 감이었지만 가끔은 술이 없다면 견디기 힘든 것도 이런 생활이었던 것이다.
술을 한잔 따라 주고 있었고 두 사람은 와인잔을 들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라디아는 조금 잔을 기울여 마셨다. 술을 한번 실컷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들여 온거야?”
라디아의 물음에 아담은 핏 웃으면서
“아니 다른 것은 아니구……그냥 짐에 들여오면 되는 거지 뭐……”
아담의 대답에 그녀는 깔깔대고 웃으면서 맞는 말이라고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풀었다. 머리카락이 흐트러지고 있고 아담은 물끄러미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라디아는 엷게 웃으면서 잔을 반쯤 비웠다. 술기운이 목을 타고 넘어가게 되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아담도 와인을 거의 다 마셨다. 간단하게 몇 마디를 나누고 있었고 두 사람 모두 잔을 비웠다. 그리고 서로 잠시 마주보고 앉았다가 아담이 먼저 손을 뻗어 라디아의 얼굴을 손으로 한번 쓸어 만져 주었다. 왼손으로 오른쪽 뺨을 쓸어 만져 주었다가 얼굴을 앞으로 끌어 당겨 키스를 했다. 라디아가 양팔을 뻗어 아담의 목을 감싸 안았다. 서로 혀를 상대의 입속에 넣으면서 한참 동안이나 키스를 했다.
서로 떨어져서 한참 동안이나 웃었다. 어딘지 모르게 자신들이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별 다른 생각이 없이 하는 일은 아니라 싶었다.
파츠 베이스제국력 08년 7월 25일 파츠 베이스군 소위 엘레비아 아네스 린제이 타르고는 케네온으로 향하는 수송선 안의 자신의 방에서 일어났다. 오랜 우주 여행으로 몸이 많이 피곤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상관없는 일이었다. 자신은 여행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하러 가는 것이었다. 몸이 좀 피곤하다고 해서 체력 단련을 게을리 할 생각은 없었다. 의무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체력 단련 시간 이외에도 열심히 몸을 단련해 놓은 것이다. 그런 것 때문인지 많이 먹어도 별로 살이 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손을 한번 쓸어 넘기고 눈가를 조금 매만진 엘레비아는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켰다.
초장거리 워프 항해를 마치고 이제 케네온행성계로 도착이 임박했다고 했다. 케네온의 최외각에 건설되어 있는 보급기지에 자신들이 내려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섣부르게 전투 지역으로 투입이 되지는 않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케네온의 최외각 지역의 보급 기지에 도착을 하기까지 3시간 남짓 남았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우주선을 타야 하고 이런 여행을 해야 할지는 모를 것이다. 왠지 모르게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엘레비아는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고 샤워룸으로 들어가서 몸을 씻었다. 온수로 간단하게 몸을 씻은 다음에 다시 안으로 들어와 속옷도 새것으로 갈아입고 단정하게 옷을 입었다. 어쨌든 간에 새로운 임지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큰 전투가 벌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전쟁이라……’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들지가 않았다. 엷게 웃음을 지으면서 어쨌든 간에 살아 남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급기지 세펠에 도착한 수송함에서 내부로 셔틀을 이용해 들어선 사람들의 첫 모습은 내부의 사람들이 은 매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800미터 정도의 암석 4개의 내부를 굴착해서 1,000미터 정도의 암석에 각각 연결해서 건설한 곳으로서 파츠 베이스군의 중요한 보급기지 중 하나였던 것이다.
다른 4곳의 암석들은 본체에 단단하게 결속되어 있었다. 이곳들 모두 물류 창고로 많은 물자들이 저장되어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