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10
“왜? 말하기 싫어?”
여러 번 다시 물었지만 루밀은 쓸쩍 웃어 주기만 했다. 그리고는 히죽 웃으면서 엘레비아를 돌아보았다.
“내가 저비스하고 만나고 사귀게 된 것은 둘만의 추억으로 만들고 싶거든? 그것은 묻지 말아 줬으면 해.”
루밀이 갑자기 말투을 싹 바꾸며 잘라 대답하니 엘레비아로서는 알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갑자기 루밀이 조금은 달라져 보이기는 했다.
에이센 함대는 파츠 베이스 함대의 방어 태세를 알아보기 위해 강습해병대와 수색대를 중심으로 한 부대를 투입하여 파츠 베이스의 방어선에 대한 지속적인 침투와 강행 정찰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에이센 함대는 파츠 베이스 함대의 병력 배치 상황을 비롯해서 방어 규모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소상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3월 24일.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는 자신의 방에서 책상 위에 놓여진 1급 기밀 서류를 뜯어보았다.
기밀 서류의 겉봉에는 1급 기밀이라는 직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리나스는 자리에 앉아 1급 기밀 서류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마지막까지 서류를 훑어 본 이리나스는 잠시 눈을 감고 그것을 되짚어 본 뒤 왼손에 서류를 들었다. 이리나스가 나직이 몇 마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자 서류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해 순식간에 재도 남기지 않고 모두 타 버렸다. 왼손을 털어 재를 흩어 버린 뒤 이리나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3월 25일. 에이센 함대 본대는 드디어 파츠 베이스의 방어 라인 근처까지 병력을 진출 시켰다. 그리고 이들은 즉각 통신 방해 장치와 전파 교란 장치들을 살포하면서 파츠 베이스 함대의 관측 행동을 철저하게 차단하려 했다.
3월 27일 03시 40분. 크라우프는 다이레아와 함께 자신의 기함 록시나 XI호의 함교로 올라왔다. 3시간 전 크라우프는 니콜 프라우저 대장에게 공격에 관한 상세한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공격입니까?”
부사령관 지그스문트 대령이 경례로 크라우프를 맞으며 결연한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크라우프는 부사령관의 경례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되었네. 07시 정각 그렘벨 기지에 대한 공격을 시작으로 전 지역에 대해 공세가 시작될 것이네.”
크라우프는 함대 사령부의 결정을 전달해 주면서 슬쩍 웃어 주었다. 지그스문트 대령은 그의 지시를 받으며 전투 지휘관 쉐프턴 대령에게 전투 준비를 갖출 것을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쉐프턴 대령이 경례를 올렸고 크라우프는 짧게 숨을 들이 마시며 함교에 있는 자신의 의자에 앉았다.
이제 드디어 공격이었다. 오랬동안 이 날이 올 것인가 생각하며 알 수 없던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자 크라우프는 적잖게 흥분하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공격을 위한 모든 준비는 갖추어져 있었다. 이제는 자신들이 직접 달려 나가 부딪치면 그만이었다. 그 결과가 어찌 되든 크라우프를 비롯한 모두는 이제 부딪쳐 나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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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마법 등장!…
…마법이 등장한 이유는 작가넘도 모르는 것 같으니…정 궁금하면 제 배가 아닌 작가넘의 배를 째세요~♡ ^_^)/~
설날이군요…음…TV에서는 귀성전쟁이다 뭐다…하면서 난리 부르스를 추는 것 같지만…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저는 태평 그자체…
하지만 음식을 장만해야 하니…낭패입죠…뭐, 나름대로 재미있기는 하지만요…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福)…아, 하루정도 이른가요? ^_^;
‘판타로드’님…1타를 축하드립니다…최근 분발하시는 것 같군요…자주 순위권에 드시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_^ 음…그리고 H씬의 강도는 제가 조절하기는 합니다만…작가넘의 기분(…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더 큽니다…어제의 경우는 작가넘이 대충 얼렁뚱땅 묘사해 놓은 것을 제가 조금 손봐서 12推로 만든 것이지요…^.^;;
‘나만의천사’님…쿨럭~ 음…무슨 욕을 하실지 대강은 짐작이 갑니다…ㅡ_ㅡ;;; 하지만 전 귀가 간지러우면 무심코(!) 짱돌을 던지는 습성이 있는데요…어제는 간지러워 지려고 하기에 가까이에 있던 벽돌을 무.심.코. 던졌는데…간지럽던 것이 순식간에 시원해 지더군요…^_^)/~ 아…그리고…잘 다녀 오십시요…많이는 아니겠지만…연중하는 일은 없을테니 안심하시고요~ ^_^;
‘프리맨’님…음…그 독안룡…뭐시기의 일화는 잘은 아니지만 대강은 알고 있습니다…음…크라우프의 애정행각에 대한 타인의 반응…음…우선 에이센의 사회 분위기는 개인의 사생활이 아무리 난잡해도 능력이 좋으면 ‘비난은 받을 지언정’ 인정해 주는 분위기 입니다…작가넘이 백효연의 이야기를 넣은 이유가 그것을 조금 부각시켜 보려는 의도에서 입지요…음…그리고 요즘에도 보면 애인 4~5명과 동시에 사귀는 남녀를 주변에서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않습니까?(감추는 경우가 많지만요…건너건너로 아는 여자애…아니 아가씨의 경우에는 애인이 6명정도 였었다는…-ㅅ-;) 그들은 비난은 받지만…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라면 별로 신경쓰지 않잖습니까…그 비슷한 경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_^;
‘하레스’님…헛헛헛…아닙니다…저 자주 망가집니다…평소에는 조용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인데…술만 들어가면 과격해진다는..응? 상관없는 이야기인가? ㅡ_ㅡ;; 아, 그리고 설날에도 연재가 당연히!!! 가능합니다…어디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요…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데다가 성묘도 차타고 20분 거리니까요…^_^)/
‘창세전쟁’님…음…엘레비아를 크라우프가 ‘직접’ 잡는 것은 불가능 할 것으로 사료되옵나이다…공백이 길었던 관계로…1:1로 부딪친다면…잠깐 사이에 크라우프가 당하겠지요…-ㅁ-; 고로 직접 잡는 것은 무기한 보류…;;;
‘마이트레야’님…쿨럭~ 음…0083에 나왔던 ‘드라체(드라이체?)’를 말씀하시는 것인지요..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기체입니다만…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우주에서만 쓸 수 잇으니…낭패라는…^_^;;;
‘horizon’님…쿨럭~ 음…한 나라가 멸망할 경우에 철저 항전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나요? 멀리는 카르타고, 가까이는 체첸이나 이롹의 경우가 오히려 별로 없는 케이스가 아닐지요…아닌가? 그냥 항복하는 경우가 더 적던가? 음…에이~ 몰러~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울나라 놀은 양반들은 싸워 보지도 않고 나라를 내어줄 것 같다는…ㅡ_ㅡ; 믿음이 안가요…진짜…
‘아르케’님…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음…그리고 굳이 누르실 필요는 없습니다…추천이라는 것은 자기가 누르고 싶을 때 누르는 것이지 일부러 누를 필요까지는 없습니다…어쨌든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_^)/
‘플러스원’님…쿨럭~ 우선…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_^; 음…디네스…음…뒤적뒤적(찾는중)…아…디네스가 ‘제대했다’는 것은 하사관을 제대했다는 것이지요…이제는 준위로 승진하여 ‘위관’이 된 것입니다…디네스가 제대하려면 앞으로도 상당기간이 남아 있다는…^_^;;; 안심(뭘?) 하셔도 좋을 듯…
‘파란만장’님…헉~!!!! -ㅁ-;;; 정말 그렇군요…어쩌다가 이런…쿨럭~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작가넘과 제가 승진했다는 것을 잊어먹은 것 같군요…아…이제 확실히 치매가 오는 것인가…(먼산)…( ‘ㅅ’)>
‘로이드’님…음…아직까지 엘사모 회원분들에게 잡히지 않으셨던 모양이군요…음…’로이드’님…같이 도망가요~ ^0^)/~ 트리멜~ 힘 내~!!! ┌( ^_^)┘
‘검은묵시록’님…헉…-ㅁ-; 그, 그런 깊은 뜻이…진급인가요…음..하지만 에이센의 입장에서 본다면…저항을 하는 것 보다는 불씨를 남겨 놓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이익이 아닐까요/ 언제든지 패를 꺼내들 수 있으니…너무 격렬하게 저항하다가는 ‘초토화’될 가능성이 높으니…
‘soulschaos’님..쿨럭~ 음…알리시나의 건은 잘 모르겠습니다…죄송합니다…(–)(__)(–)…음…그나저나 디네스를 그냥 살게 해 달라…라는 것은 하렘에의 편입을 재고해 달라는 뜻으로 보아도 무방한지요…음…”애들아~ 안되겄따…또 한명 묻어야 쓰겄다…”, “예~ 행님!” (-(-(_(#(-(-.-)-)-)#)…
‘英雄’님…음…맞습니다…본래 계획에 따르면 잔류했던 병사들의 이야기도 조금들어갈 예정이었는데요…길어질 것을 염려하여 그냥 잘라버렸습니다…외전이 없는 이 소설의 성격상…이제 다시 나올 일은 없겠지요…아쉬우시겠지만…^_^: 그리고…파츠 베이스가 결사항전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적해 주신 것이 맞는 듯 합니다…대의명분에서 밀리고…구심점이 사라진다면…모래성입죠…
‘제스’님…역시나 오타가 있었군요…게다가 오류(계급문제)도 있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네요…예? 할 말이 없다면서 잘도 떠든다고요?…핫핫핫~ 사실 저는 입이 열 한개 입니다…퍽~!! 음…그리고 자세한 설명이라기 보다는…그냥 한번 ‘주변에 이런 일도 있었다’라고 이야기 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는…퍽~!
‘아이페르’님…음…저도 어제 ‘아이페르’님의 ‘조선왕조실록’ 읽는데 죽는둘 알았습니다…뭔놈의 오류가 그리 많이 나는지…ㅡ_ㅡ; 오늘은 그나마 나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_^)/~
연휴의 시작이군요…설 잘 보내시고요…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
…또다시 바뀌어 버린 소제목…ㅡ_ㅡ)/~
3월 27일 09시 48분부터 에이센과 파츠 베이스 함대 사이에서 최초의 포격전이 개시되었다. 07시 파츠 베이스가 구축한 방어 라인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이 공식 표명된 후 2시간 48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니콜 프라우저 대장이 지휘하는 함대의 최우선 목표는 그렘벨 기지의 함락이었다. 그렘벨 기지를 함락함으로서 파츠 베이스 함대가 아이크 행성계로 진출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이를 근거로 에이센 함대가 파츠 베이스 함대를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로 몰아낸 다는 것이 군사작전의 목표였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의 지휘 아래 에이센 함대가 파츠 베이스의 방어선 곳곳으로 진격중에 있었다. 에이센 함대는 거의 전 전선에 걸쳐 파츠 베이스의 방어선을 공격중에 있었다. 그리고 니콜 프라우저 대장의 함대의 선두도 파츠 베이스 함대와 교전에 돌입한 뒤였다. 본격적으로 포격전이 전개되지는 않고 있지만 장거리 미사일 공격과 소규모 정찰부대간의 바리스타들을 이용한 전투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전투 지역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는 오랜 격전의 잔해들은 전투 수행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었지만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의 함대는 아직까지 전투에 본격적으로 투입되지는 않고 있었다. 그가 지휘하는 함대는 순양함 3,000척에 구축함 2,000척, 경비함 800척, 그리고 무장 수송함 200척 규모였고, 함대 사령부는 크라우프의 함대를 주력부대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 전투에 투입되지는 않고 있었다. 크라우프가 지휘하는 병력만 해도 전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막강한 전력으로 취급 받고 있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게다가 소장이나 되는 지휘관이 최전선에서 대령이나 준장 정도의 지휘관이 하는 전투를 하는 것이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도 크라우프의 함대가 여유를 부릴 수 있는 한가지 까닭이기도 했다.
“거의 전 지역에서의 공격이군······”
크라우프는 부사령관 지그스문트 대령과 작전 참모 다이레아와 함께 사령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정보들을 통하여 에이센 함대가 파츠 베이스 함대의 방어선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일제히 공격을 개시하며 진격중에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자신의 임무는 니콜 프라우저 대장이 달성해야 하는 그렘벨 기지의 탈환과 근처의 항행 곤란 지역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 파츠 베이스 함대를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 쪽으로 밀어내는 것이었다.
크라우프는 자신의 참모진과 의견을 나누다가 최전선에서 파츠 베이스 함대와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자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비록 안전하다고 하지만 이만저만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파츠 베이스군 파일럿 엘레비아 아네스 린제이 타르고 상위는 에이센 함대가 일제히 전진해 나오기 시작해 전투가 개시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며 살짝 인상을 찌뿌렸다. 썩 좋은 기분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에이센 함대가 총 공격에 나선 것이 분명하다는 소문은 사실임이 거의 확실했고, 불리한 상황에 있는 자신들의 미래가 그리 밝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적의 공격 목표가 그렘벨 기지가 될 것이라는 것쯤은 어린애라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 그렘벨 기지의 주변에는 엘레비아가 탑승하고 있는 공격 항공모함 바우터 크라이스호를 비롯한 많은 파츠 베이스군 함정이 수비를 위해 포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렘벨 기지 주변이 격전의 장소가 될 것 쯤은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빌어먹을 곳이군.’
엘레비아는 최근 계속 되었던 에이센의 강행 정찰 부대와의 전투를 생각하면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제 드디어 전쟁인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양손을 모아 잡고 기도하는 모습이 되어 버렸다.
13시 30분까지 그렘벨 기지쪽으로 접근하고 있는 에이센 함대와 이를 저지하려 하는 파츠 베이스 함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는 꾸준하게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옛 전투의 잔해들이 널려 있는 곳에서 전투함들의 빠른 기동은 제한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충돌과 기습을 대비하여 실드를 최대로 전개하고 진격해 나간다고 해도 곳곳에서 매복하고 있던 파츠 베이스 바리스타 부대의 공격을 미연에 방지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고, 때문에 전방에서 진격로를 개척하고 있는 부대의 손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이런 매복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서 바리스타들이 전력 출격해서 똑같이 진격하고 있었지만 심지어는 전투함마저도 처음에는 동력을 끄고 전투의 잔해들처럼 떠 있다가 측면을 기습 공격하는 경우도 있었을 만큼 적의 매복을 사전에 알아채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뒤따랐다. 그렇지만 에이센의 선두 함대는 전함과 바리스타 사이의 합동 작전을 훌륭하게 수행하며 후속해 들어오고 있는 니콜 프라우저 대장의 본대의 진격로를 개척하고 있었다. 기습 공격으로 많은 손실을 입고는 있었지만 그대로 선두 함대 지휘관들은 진격로를 개척해야 하는 자신들의 임무를 충실하게 완수하고 있는 중이었다.
14시. 에이센군이 장악한 항로에 진입하고 있는 크라우프 함대는 별다른 저항같은 것을 받지는 않고 있었다. 크라우프의 좌우로도 다른 함대가 있었고 정면으로도 다른 함대가 진행중에 있었기 때문에 일부 바리스타들만 출격시켜 함대와 보조를 맞추도록 지시를 내렸을 뿐, 나머지는 전함 내부에서 대기하도록 조치시켰다. 파츠 베이스 함대의 저항은 지형을 이용한 매복 공격 이외에 대규모로 맞부딪쳐 오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미비하다고 할 수 있었다. 비록 선두 함대의 피해가 크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크게 신경쓸 수준의 손실은 아니었기 때문에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계속해서 함대를 진격 시키도록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계속 이 상태라면·····적이 그렘벨 기지로 아군을 유도하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지그스문트 대령이 현재의 전투 상황을 파악해 보며 걱정했다.
“아마도 그렇겠지. 적들도 최선을 다하며 맞서올 것이니 말이야.”
크라우프의 대답을 듣고 있던 다이레아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각하. 파츠 베이스 함대는 아군보다 부족한 전력을 전 전선에 걸쳐 넓게 배치시켜 놓고 있습니다. 분명 전선 전부에서 아군에게 맞서지는 못할텐데 말입니다.”
다이레아의 말을 듣고 난 지그스문트 대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젊은 나이의 다이레아였지만 여러번 그녀의 의견을 듣고 위기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는 지그스문트 대령은 다이레아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
“아마도 일부 지역에서 아군에게 대해서 진격을 저지시키는 작전을 구사하면서 주력을 후퇴시키는 식으로 전투를 계속하겠군.”
크라우프도 마치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다이레아의 말을 받았다. 그의 말을 듣고 난 다이레아는 파츠 베이스 함대라고 한다면 그렘벨 기지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맞는 말이야. 지금 이곳에서의 전투도 제한적이기도 하고······”
다이레아의 의견을 듣고 난 크라우프가 자신의 턱을 괴며 다소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다이레아는 계속해서 자신의 견해를 털어 놓았다.
“어쨌든 파츠 베이스 함대는 아군 함대를 전 전선에 걸쳐 막아낼 능력이 부족합니다. 병력이 부족한 적이 오히려 병력을 넓게 분산한 이유는 아군의 병력 분산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병력이 시간을 버는 동안 전선에서 빼낸 병력으로 아군과의 결전을 시도하려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래 생각해 둔 것처럼 다이레아가 의견을 제시하니 지그스문트 대령은 분명 적들은 그렘벨 기지 하나에 집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하며 다이레아의 의견에 동조했다.
“내 생각으로 본다면 파츠 베이스 녀석들에게 그렘벨 기지를 끝까지 수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군.”
“그렇습니다. 위험한 일이 닥칠 수도 있을 테니까요.”
다이레아가 크라우프를 바라보며 은근히 한 가지 가능성을 내비쳤다.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지그스문트 대령도 다이레아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은근히 놀란 기색을 내보였다.
“설마 그렇게 까지 할까?”
지그스문트 대령이 다소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받으니 크라우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파츠 베이스 함대에게 그렘벨 기지 같은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신중하게 고려하겠네.”
크라우프가 다이레아와 지그스문트 대령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17시 정각 저녁 식사를 간단히 함교 뒤의 장교용 휴게실에서 해결하고 있던 니콜 프라우저 대장에게 직할 독립 전투 함대의 지휘관인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이 올린 보고서가 전달되었다. 참모인 데아르고 콘스탄틴 소장이 건네는 크라우프의 보고서를 받아든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오른 손으로 음식을 떠먹으면서 왼손으로 보고서를 넘기며 읽어 보았다. 약간은 대충 읽고 있던 프라우저 대장의 눈은 보고서의 어느 부분에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고, 이내 크게 떠졌다. 잠시 보고서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프라우저 대장은 콘스탄틴 소장을 바라보며 입안에서 씹고 있던 음식을 큰 소리를 내며 꿀꺽 삼켰다. 그리고는 갑자기 목이 맺혀 물을 찾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콘스탄틴 소장은 프라우저 대장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며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겨우 물을 마시고 진정한 프라우저 대장은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콘스탄틴 소장에게 알겠다는 대답을 해 주었다.
콘스탄틴 소장은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다시 함교 쪽으로 향했고, 니콜 프라우저 대장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던 작전 참모가 보고서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지를 조심스레 물었다.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대답 대신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이 올린 보고서를 작전 참모에게 건네며 다시금 물을 몇 모금 마셨다. 크라우프의 보고서를 읽고 난 작전 참모의 표정이 일순간 미묘하게 변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니콜 프라우저 대장이 조용히 물었다. 작전 참모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탁상공론 격인 보고서군요. 페트릴 소장은 최전선에서 적과 직접 맞싸우는 것은 제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런 식의 전략 구상 같은 것은 별로 시원치 않은 것 같습니다.”
작전 참모는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네.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전선 사령관께서는 우리들에게 그렘벨 기지의 점령과 이곳에 배치되어 있는 적들을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 쪽으로 몰아내라는 지시를 내리셨네······가용 가능한 전력의 60%를 전 전선에 걸친 공격에 투입시키고 나머지 40%로 적전선의 틈새로 진격해 나갈 것이라고 하셨네······물론 파츠 베이스 놈들도 아군이 병력이 우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고······자신들의 병력 분산이 결코 유리하지 않음은 잘 알고 있을 것이네.”
프라우저 대장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작전 참모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렇지만 그렘벨 기지를 자폭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상상력이 비약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렘벨 기지는 적에게도 매우 중요한 곳이······그렇군요. 제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갑자기 작전 참모는 자신이 너무 한가지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즉각 자신의 의견을 수정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충분하게 이 점을 고려해 둬야 할 것입니다. 적들은 그렘벨 기지를 아군에게 온전하게 넘겨 줄 이유가 전혀 없으니 말입니다.”
작전 참모는 잠시 생각을 해보며 함대의 진격 방향을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전 전선에 걸쳐 아군 함대의 공격이 개시된 것은 사실이니 절반 정도의 함대를 전진시키고 나머지는 우회 공격을 택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지. 단순하게 병력을 앞으로만 전진시키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네.”
니콜 프라우저 대장과 작전 참모의 의견이 한데로 모아지자 그녀는 재빨리 남아 있는 저녁 식사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어쨌든 파츠 베이스군에게는 그렘벨 기지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때문에 아군의 귀중한 전력을 낭비시킬 수는 없지요.”
작전 참모가 자신의 의견을 정정해 대답을 하니 프라우저 대장은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작전 참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씁쓸히 한마디 덧붙였다.
“그나저나 기회를 잘 잡는군······이 페트릴 소장 말이야.”
파츠 베이스군 파일럿 엘레비아 아네스 린제이 타르고 상위는 자신이 지휘하는 대대 구성원들에게 상부에서 명령한 대로 전투 준비를 할 것을 지시했다. 그렇지만 엘레비아는 명령과는 반대로 함대가 철수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모든 상황이 매우 조용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에 철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렘벨 기지 내부에서 기지 관리 요원들이 밖으로 빠져 나오고 있었고 그 안쪽으로 노후화된 미사일들이 컨테이너채로 반입되고 있었다.
“무엇을 하려는 거야?”
엘레비아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전투 준비를 지시하며 이런 그렘벨 기지에서의 활동에 의아해 하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던 그녀는 이내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 치부하며 부하들이 전투준비를 하는 것을 감독하기 시작했다. 기지를 폭파해 버리든 어떻든 엘레비아로서는 상관할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요 전력으로 치부되고 있는 자신들을 적진 한가운데에다 버려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비록 절대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그것에 기대를 걸 수 밖에는 없었다.
28일 05시. 니콜 프라우저 대장이 지휘하는 에이센 함대는 빈틈없는 자세로 파츠 베이스 함대가 장악하고 있는 그림벨 기지 쪽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림잡아도 10만 척 이상으로 구성된 에이센의 함대는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는 파츠 베이스 함대의 정면 우주 공간을 가득 메울 듯이 보여지고 있었다.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그렘벨 기지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파츠 베이스 함대를 확인하며 짧게 혀를 찼다. 그 숫자가 대략 3만 척 가량으로 파악 되고 있었는데 그렘벨기지와 약간 거리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선두에선 함대는 파츠 베이스 함대를 사정 거리내에 포착하고 있는 중이었다.
“적 함대 사정거리 내에 포착했습니다.”
함대 전투 지휘관의 보고를 받은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공격 명령을 내렸다.
“쏴라!”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니콜 프라우저 대장의 선두에 서고 있던 함대에서 포격이 개시 되었다.
‘무엇인가 좀 이상하다.’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의 보고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아주 간단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비롯한 수뇌부들은 파츠 베이스 함대가 그렘벨 기지를 폭파시켜 버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간단함을 일깨워준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을 생각하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적들은 3만······이쪽은 10만 척이다······적들은 분명 도주할 것이고 최대한 아군을 저지하기 위해서······그렘벨 기지를 자폭시킬 수 있겠군······’
선두 함대에서의 포격은 그렘벨 기지 주변에 포진하고 있던 파츠 베이스 함대를 타격하고 있었고 파츠 베이스 함대에서도 에이센 함대를 향해 반격을 개시하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그 반격의 정도가 격렬하지 않았고 후퇴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니콜 프라우저 대장은 천천히 함대를 진격시키도록 지시를 내렸다. 바로 그 순간 파츠 베이스 함대도 서서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에이센 함대가 한걸음 다가설 때마다 한걸음씩 뒤로 물러서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