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18
4월 10일 토요일 11시 정각 시에나는 정찰 임무를 마치고 록시나 XI호로 귀환했다. 정비반원들에게 바리스타를 맡기고 난 그녀는 가장 먼저 소대원들과 함께 공중전 전대장 에이린에게 보고를 했다.
“수고들 했다. 가서 쉬어두도록!”
에이린은 간단하게 보고를 받았다. 이미 보고를 받아 시에나가 파츠 베이스 잔당군들과 교전을 벌여 포로 1명을 획득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공중전 전대장에게 보고를 마친 시에나는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피곤에 쩔어 있는 나머지 소대원들은 돌아 보았다. 아무래도 첫 출격이었던 사람이 많았던 만큼 그들은 긴장했을 것이 분명했고, 그와 비례하여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그들의 지저분한 모습을 보던 시에나는 가볍게 하품을 하며 디네스에게 같이 샤워장에 가자고 말했다. 일단 보고를 마쳤으니 샤워를 하고 점심 식사를 하는 것이 순서였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을 비롯한 소대원들은 샤워장으로 직행해 모처럼 따스한 물로 몸에 엉겨 붙은 땀과 흙먼지를 말끔히 씻어냈다. 샤워를 마치고 탈의실 쪽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에게 기체를 잃고 와서 기다리고 있던 소대원들이 다가와 이온음료수를 건네주었다. 이 두 사람은 지난 번 전투에서 기체가 손상되어 기체와 함께 앞서 회수된 이들이었다.
“고맙네!”
둘은 씽긋 웃으며 이온음료수를 받아 라커 쪽으로 걸어갔다. 그것을 몇 모금 빨아 마시며 점심 식사 메뉴가 무엇인지를 서로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전투 식량만 먹다가 모처럼 만에 방금 만든 음식을 먹게 되었다며 즐거워했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서서 손에 든 음료수를 모두 마시고 탈의실에 있는 속옷을 꺼내 입고 군복을 깨끗한 것으로 갖춰 입었다. 머리카락이 아직 덜 말랐기 때문에 뒤로 모아 묶지는 않았다. 시에나는 화장을 할까 생각을 했는지 화장품 케이스를 들어 보며 자신의 얼굴을 비추어 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다.
“아참 디네스 우리가 사로잡은 그 포로 어떻게 되었을 까? 후속대에 넘길 때 헌병대에서 데려 갔잖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시에나를 보고 디네스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궁금하면 밤에 사령관한테 물어봐. 그럼 되지 뭐······”
“하기야······”
시에나는 삐죽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나름대로 납득했는지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같은 시각 크라우프는 폐쇄회로 카메라를 통해 헌병대 조사실에 들어가 조사를 받고 있는 파츠 베이스군 파일럿을 팔장을 낀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파츠 베이스군 병력들은 모두 흩어진 것이 아니었어······명령을 받고 잠적해 들어간 것이지······”
포로가 심문을 받고 있는 과정을 바라보고 있던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런 그의 곁에 서 있던 다이레아는 심문을 받고 있는 저 파일럿이 거짓을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의견을 내어 놓았다.
“저 파일럿이 말한 브리짓테라는 기지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 궤도상에서 전 지역을 대상으로 스캔을 해 보았지만 이상 열원 같은 것은 발각되지 않았습니다. 비밀 기지라고 하는데 의심이 갈 만한 곳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포로의 입을 통해서 얻어낸 정보에 따르면 부르노 알카토르 대좌의 지시 아래 룸네로 강하한 전 병력은 브리짓테 기지로 집결하라는 명령이 내려졌고, 그 명령에 따라 현재 대다수의 병력이 브리짓테 기지로 집결중에 있다는 것이었다. 포로 자신은 룸네의 궤도상에서 전투가 한창일 때 대기권 재돌입을 위한 셔틀을 이용해 지상으로 강하해 내려와 처음 강하한 병력이 이미 철수한 뒤에 홀로 남겨졌다고 대답했다. 그러던 도중 집결지로 이동중이던 다른 바리스타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들의 입을 통해서 먼저 강하한 병력이 브리짓테 기지로의 집결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고, 자신도 그들과 함께 이동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그들이 자신을 안내했기 때문에 포로 자신은 기지의 정확한 위치 같은 것을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포로의 진술 내용을 여러명이 검토해본 결과 진술의 앞뒤도 맞지 않고 진술의 내용대로 브리짓테라는 기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며 의문을 표시했다. 지상을 정밀 스캔을 해본 결과 지상에서 이상 열원이나 기지 같은 느낌을 받게 하는 의심가는 장소를 찾아 볼 수 없었다. 포로로 잡힌 파츠 베이스의 여성 파일럿이 정확한 브리짓테 기지의 위치를 대지 못하고 있었고 있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저 포로의 진술만이 룸네에서 파츠 베이스 잔당군들이 사라져 버린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고 확신하며 룸네에 대한 대 지상 스캔 작업을 계속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이런 크라우프의 지시 때문에 궤도상에 포진해 있던 함대를 비롯해 보급 함대에게 지상전 장비의 추가 공급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도 그럴 것이 파츠 베이스군 잔당들이 상당수 룸네로 강하한 것으로 파악되었지만 현재까지 바리스타 5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장비들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장비를 모조리 룸네의 해양에 투기하지 않은 다음에야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어딘가에 기지가 있을 것이 분명한데······그것도 상당히 큰 규모의 기지가 말이야.”
크라우프는 파츠 베이스군이 어딘가로 집결해 숨어 있다면 문제가 커진다고 말했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테러를 감행하고 도시나 주요 항만 시설을 공격한다면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브리짓테라는 기지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지 몰라도 파츠 베이스군이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만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자 크라우프의 곁에 서있던 다이레아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포로 진술의 허점을 지적했다. 우선 셔틀을 이용해 강하했다고 하였는데 다른 셔틀의 승무원들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진술하지 않은 점과, 치라운을 비롯한 다른 바리스타들은 모두 부르노 알카토르 대좌의 지시를 어떻게 받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점, 또한 진작 집결 명령을 받았다면 이들은 왜 브리짓테 기지로 신속히 이동해 합류하지 못했냐는 것이었다. 그런 것 때문에 다이레아는 포로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확신했다.
“브리짓테 기지라는 것이 애초에 없었던 것이던가. 있더라도 분명 다른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서 진술을 회피하는 것 같습니다.”
다이레아도 파츠 베이스군이 병력을 재집결해 은거하고 있다는 것 같다고 크라우프의 의견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브리짓테 기지 같은 것은 없는 것 같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에 숨어 있을 것 같아?”
크라우프가 다이레아의 의견을 물으니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그러니 지금부터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브리짓테 기지라는 것이 있는 것이 확실할 수도 있으니 궤도상에서 지상 스캔 작업을 계속하는 것도 좋겠구요.”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으니 계속해서 찾기 위해 돌아다는 수밖에는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맞는 말이야. 처음부터 그럴 가능성을 고려해 보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우리가 접촉할 수 있었던 적은 시에나가 교전한 바리스타 5기가 전부였을 뿐이니까 말이야.”
크라우프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애초에 룸네에 강하하는 시점이 늦어져 이미 강하해 있던 파츠 베이스 잔당군의 행방을 제대로 추격하지 못했던 것이 조금 문제였다. 에이센군의 입장으로서는 이런 행성에 있는 작은 규모의 적에게 신경을 쓰기보다는 적의 수도를 공략함으로서 얻어지는 이점에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다이레아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파츠 베이스군을 근거지에서부터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작전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 기지에 집결해 때를 기다리고 있던지, 그렇지 않고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지 분명 얼마 지나지 않으면 보급품이 부족해 질 것이 분명합니다. 파츠 베이스 함대는 이곳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에서 민간선까지 징발해 전선으로 내보낼 정도로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이곳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에서 모든 것을 결정지으려던 것이 아니라 모크엔과 최종적으로는 록세비엔까지 물러나 에이센과 결전을 치르려 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모든 병력을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로 집결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기뢰들을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에서부터 모크엔 행성계로 통하는 항로에 부설해 항해를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아군 함대가 모크엔 행성계로 진출하려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도 있었겠지만 파츠 베이스 함대가 모크엔 행성계로 후퇴할 때 최대한 방해를 받지 않으려 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파츠 베이스 함대가 모크엔에 재집결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 또한 그들이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에서 모든 것을 결정지으려 했던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그리고 지난 전투에서 대다수의 예비군 병력과 지상 장비들이 우주용으로 전환되어 우주로 방출된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이것으로 본다면 분명 적들은 네드 크라이처를 끝까지 지켜낼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드러나 있는 룸네의 파츠 베이스군 기지들 전부가 폐쇄되어 있었다는 것으로 짐작해 보건데, 네드 크라이처에 비축되어 있었을 많은 군수 물자들과 군용 식량들이 모크엔이나 록세비엔 쪽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농후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파츠 베이스군은 지금 당장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여러 가지 물자가 부족한 상태에 당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이레아가 자신의 의견을 내놓으니 경청하고 있던 크라우프는 맞는 말이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것을 이용해 보는 수 밖에 없겠군. 음······아마 다음주 수요일이었지?······14일에 민간 구호 식량이 도착하니 그것을 이용해 보도록 하는 것이 좋겠군.”
크라우프가 다이레아의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자며 심문 받고 있던 포로를 한번 바라보고는 되돌아섰다.
크라우프가 돌아섰을 때 그의 곁에 서 있던 다이레아는 지쳐있는 헌병 장교들을 바라보면서 조금 안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처음 포로를 심문하려 했을 때 헌변들은 조금 더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이 있다고 은근하게 자백제를 사용하자고 크라우프에게 권했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가 자백제 사용을 절대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현재와 같은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헌병 장교들이 지쳐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브리짓테 기지로 집결해 있는 파츠 베이스 잔류군들은 부르노 엘카토르 대좌의 지휘 아래 병력 재편성 작업에 들어가 있었다. 부르노 엘카토르 대좌는 자신들이 단순히 브리짓테 기지에서 은신해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동해 에이센군에 대항해야 한다고 밝히며 공격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의욕은 그렇다고 쳐도 병력과 전투 장비는 제대로 준비가 갖추어 지지 않고 있었다.
실상 이렇게 공격을 서두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전투 장비인 바리스타는 그 숫자가 어느정도 확보되어 있었지만 무기와 탄약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바리스타가 전투를 한참 하던 도중에 강하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전투 장비의 부족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전투 물자가 우주 공간으로 올려진 탓에 무엇보다도 식량이 부족한 것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브리짓테 기지가 꽤 큰 규모이기는 해도 사실상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에서의 결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폐쇄되었기 때문에 기지에서 보관하고 있던 대다수의 전투 물자들이 우주로 반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기지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투 물자들은 강하한 부대들이 가지고 들어온 것들로 충당되고 있었다. 그것도 이제 얼마 가지 않으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파악되고 있었기 때문에 기지를 지휘하게 된 부르노 엘카토르 대좌는 서둘러 전투 준비를 진행시켰고 공격 목표를 에이센군으로 부터 최대한 많은 물자를 노획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엘레비아와 아담은 이곳에서도 에이스 파일럿임을 인정받아 대대장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실상은 모자라는 병력 때문에 중대 병력 정도를 지휘하게 되었다. 그것도 세우터와 엘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치라운과 아이바쿠까지 섞여 있는 병력들이었다. 치라운은 그렇다 쳐도 아이바쿠는 성능이 워낙 뒤떨어지는 기체였기 때문에 엘레비아와 아담은 이런 병력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병력 재편성을 마친 엘레비아와 아담은 기지의 보급 물자 관리원들이 나누어 주는 식사를 받았다. 중요 전투원들인 파일럿들은 그나마 대우가 좋아 잘 먹고 있기는 했지만 비전투요원들은 전투 식량 한 개로 하루를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엘레비아는 쇠고기 스테이크가 담긴 팩을 일반 병사들에게 보일 수 없어 이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가서 식량 팩을 뜯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베어 먹으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브리짓테 기지는 궤도상에서의 열원 스캔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하수층이 기지의 위쪽에 흐르고 있는 곳에 건설되어 있었다. 물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궤도에서의 대 지상 스캔에 발각되지 않도록 신경 써 건설된 기지였다. 하지만 그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언제고 천장이 무너진다면 분명히 모두 수장되어 버릴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매우 튼튼하게 지어진 기지인 것 같았고 한 번도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엘레비아는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지가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을 때의 일이었다. 만약 머리 위쪽으로 대지 미사일이 쏟아져 들어온다면 기지는 폭삭 주저앉아 버릴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이 기지에 있지 않겠지.’
엘레비아는 그때쯤 자신은 이 기지 안에 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약간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 그나저나 전투 준비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었고 식량이 부족해지니 두더지 같은 브리짓테 기지의 내부에서 지상으로 나올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 되었다.
일요일 아침 룸네의 중심 도시 시스 시티의 시민들은 에이센군이 배급해 주는 식량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시민들에게는 처음부터 시민들에게 배분해 주기 위해 하만 바이파 군관구에서 보유하고 있던 구호용 식량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밀가루와 우유가루, 쌀가루, 스팸, 비스킷, 오렌지 주스 가루 등이 하나의 노란색 팩에 담겨 포장되어 있었다.
자동 소총을 어깨에 매고 주민들이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서 식량을 배급받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강습해병대 특수전 요원인 야이다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인간은 식량이라는 것에 목을 매어야 하는군.’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바르디아에서도 에이센은 똑같은 팩에 담긴 구호용 식량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어쨌거나 바르디아인들도 기본적으로는 에이센인으로 취급받기 때문에 이들이 굶어 죽거나 최소한 식량이 부족해 굶주리는 일이 없도록 변방 지역까지 식량과 물을 공급해 주고 있었다. 이런 군대에서 제공하는 민간 구호용 식량뿐만이 아니라 민간던체에서 제공하는 구호물자의 경우는 밀가루 등이 자루째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기근이 든 지역이나 아니면 어떤 이유에서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는 지역에 구호를 목적으로 식량을 가득 실은 차량들이 다가오면 어디에서 들었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와 식량을 얻어 가려고 아귀다툼을 벌이던 기억이 났다. 아마도 어딘가의 난민촌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에게 밀가루가 가득 담긴 자루를 던져주면 서로 자신들이 먼저 빼앗아 가기 위해 덤벼들다가 밀가루가 사방으로 흩어져 서로의 몸에 뒤집어 쓰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에이센 군인들이 던져주는 밀가루를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려고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사라졌을 때 식량을 다툴 수 없는 주로 남편이나 가족이 없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부녀자나 어린애들이 피해 있다가 나타나 땅바닥에 엎드려 사람들에게 짓밟힌 흩어진 밀가루를 혀로 핥아 먹고는 했다. 그것을 보고 같이 식량을 나누어 주기 위해 따라간 강습해병대원들은 불쌍하다는 감정 대신에 재미있다고 하며 키득거리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야이다는 그런 무질서한 모습들을 보고 있다가 파츠 베이스 거주민들이 줄을 서서 식량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는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아직까지는 이들에게 이성이라는 것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식량이 부족한 바르디아인들은 자신들이 과거 에이센 보다 월등히 우수한 민족이었다는 자긍심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현재는 에이센이 구호물자 공급만 차단한다면 아마도 반수 이상은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죽어 버릴지 모른다. 언제부터였던가 그는 바르디아인 난민 처녀에게 초콜릿 하나만 던져 주면 마음껏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물론 에이센군은 강습해병이건 어느 병과든 여자 동료들이 있었고, 자신의 능력내에서 동료들끼리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었다. 그런 것 때문인지 에이센 군 내부에서 포로나 일반 점령지 주민들에 대한 강간 사고는 잘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인 즉 강간 같은 것은 동료 여군들이 혐오하고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포로나 점령지 주민 여자들을 강간을 하려 한다면 여자 동료들에게 배척당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곳에 있는 여성 강습해병대원들은 이상할 만큼 남자 동료들이 바르디아 여성들에게 무엇인가 대가를 주고 직업여성을 사듯 바르디아 여성을 사서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었다. 상대적으로 여성이 적은 강습해병대원들이었기 때문이었고 전장에 나와 있는 군인의 욕구에 다른 여군들이나 지휘부가 대충 눈감아 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야이다도 자유 시간에 다른 남자 동료들과 어울려 부대 밖으로 나왔다가 난민촌의 바르디아인 소녀를 사서 관계를 맺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야이다는 바르디아어를 할 줄 몰랐기 때문에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은 소녀에게 배급받은 군용 초콜릿 두 개와 돼지고기 200g을 건네주고 한 3시간 정도 실컷 재미 보기는 했었다. 야이다가 지쳐 떨어질 때까지 실컷 재미를 본 소녀는 그 초콜릿과 돼지고기 200g을 가지고 얼마를 살았을까 싶었다. 관계를 마친 후 나왔을 때 같이 따라간 상사의 말이 아직도 야이다의 기억에 남아 있었다.
“명심해라! 법에 강간은 중형을 받는다고 적혀 있지만 이렇게 대가를 주고 매춘부를 사는 것은 비싸게 먹혀봐야 벌금 얼마로 끝난다. 알겠냐?”
그리고 상사는 키득거리고 웃으며 배급받은 초콜릿 한 박스로 2명을 사서 즐겼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야이다는 갑자기 그 생각이 나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줄을 서서 식량을 받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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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야이다 출현…음…이번에 나온 바르디아쪽 이야기의 모티브는 모국(某國…母國이 아님)의 40~60년전의 모습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쓰면서(수정하면서) 착찹해지더군요…ㅡ_ㅡ
음…바르디아 전체가 저런 모습인 것은 아닙니다…에이센과의 국경에 설치되어 있는 공동관리구역(명목상…사실은 무법지대)의 모습이지요…예전에 잠깐 언급된 적이 있었지요? ^_^; 주인공이랑 기자랑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말입니다…
음…바르디아쪽의 이야기는 언제 쓰게 될런지 난감하군요…일단 벌여놓은 이야기나 제대로 수습한 다음이겠습니다만…쿨럭~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80…
헉…비축분이~ 비축분이~….작가넘이 Call Of Duty에 빠진 대가가 크군요…쿨럭~ ㅡ_ㅡ;;;
‘나만의천사’님…실직적인 1타를 축하드립니다…음…전날에 미리 1타를 찜하는 것은 반칙입죠…^_^;;; 따라서 ‘나만의천사’님이 1타인 것입니다…다들 불만 없으시죠?…헛…불만 있다고요?…끄응~ 그럼 여기 담배…퍽!…그리고…흐흐흐…속으셨다니…기쁘옵니다…퍽!
‘창세전쟁’님…흠…어저지요…기대를 깨드려서리…’단순한 포로’입니다…ㅡ_ㅡ; 그녀(여기서 말하는 ‘그녀’란 이번에 나온 포로를 지칭함…엘렌이 아니에요~)가 잡힘으로서…잔당군의 행방이 대강 밝혀지고 소탕작전이 세워지는 것이지요…흠…
‘horizon’님…^_^;;; 어떻게 아셨습니까…실은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 보려고 했는데…갑자기 후환이 두려워 지더군요…-ㅅ-; 갑자기 느껴지는 싸~~한 느낌이란…쿨럭~ -ㅁ-;;;
‘판타로드’님…허헙~!…역시 간파당하고 있었단 말인가…하긴 엘레비아도 거의 주연급이니만큼…포로로 잡히는데 등장하지 않는다면 이상하겠지요…끄응…-ㅅ-; 작가넘에게 쓰기 패턴을 변경하라고 해야 겠군요…쿨럭~
‘BMarie’님…역시 속아 넘어가지 않으시는 군요…흠…그러고 보면 깜빡 속았던 저는 도대체…쿨럭~ -ㅁ-)/
‘yaiddasya’님…하하하…연참이라니요…간만에 들려주신 ‘yaiddasya’님께는 죄송한 이야기 입니다만…연참은 불가능…쿨럭~ 비축분이 없습니다…ㅡ_ㅡ; 음…그리고 페페를 넘긴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국내 정서상 자매를 동시에 ‘응응응’한다는 것이 과연 용납될 것인가…하는 심각한 고찰 끝에…쿨럭~ 무, 물론 서툰 변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말입니다…-ㅅ-; 그나저나 ‘yaiddasya’님께서 가끔 풍기셨던 오러의 정체가 ‘ㅂㅌ오러’였다니…흠흠…사실은 제가 가끔 풍기는 검은 오러도 ‘ㅂㅌ오러’의 하나라는…ㅡ_ㅡ; 그러니 같은 ㅂㅌ동지끼리 모압을 날리는 만행을 하지는 않으시겠지요? ^_^)/~ (비굴모드 작동중…)
‘로이드’님…하하하…기만이라니요…기만이라니요…흠흠…뭐 조금 있기는 했습…퍽~!!…쿨럭~ 사실은 저도 깜빡 속았었습니다…즉 작가넘의 사기행각에 여럿이 걸려들었다는…것입지요…물론 믿거나 말거나…-ㅅ-;
‘하얀백작’님…어허~ 왜 그리 믿지 못하겠다는 것인지요…음…털이 난 제 양심도 믿으실 수 있다면…그것을 걸고 말씀드리건데…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쭈~~~~~~~욱! 솔로였습니다…어흑…저도 믿지 못하겠다니깐요…T^T)/…솔로천국~ 커플지옥~…하아아…
‘검은묵시록’님…음음음…’단순한 포로’입니다…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요…^_^; 으…후흐흐흐흐흐…아싸~ 한명 속였구나~ 냐하하하하~ ^0^)/~
‘하레스’님…저도 그 부분을 보고 무언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건먼…작가넘의 기만술책으로 판명되었다는…ㅡ_ㅡ; 여러 독자분들께서 속아 넘어가신 듯 하여…나름대로 기쁩니다…퍽~!
‘soulschaos’님…헉~!!!!!!!!! 비, 비평~!!!!!!!!!1….쿨럭~! 무, 무어라 쓰셨을지…심히 걱정되는군요…뭐 대강 짐작은 갑니다만…”이 허접한 작가!”, “아뒤준장은 반성하라!”. “하렘은 아직인가!”…etc…쿨럭~ 으…무서워요…ㅠ_ㅠ;;; 아, 그리고 시에나는 제(아디쥔장)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입니다…무슨 일이라는 것은…있을 수 없습니다…번뜩~! +_+)/
‘자다가쿵해쪄’님…쿨럭~ 욕정….헛헛헛…19禁적 발언을…쿨럭~ 음…아마 엘레비아는 모르겠습니다만…크라우프는 엘레비아에 대해 기억이나 제대로 하고 있을런지…매일 곷밭에서 놀다보니…쿨럭~ 그리고 ‘보물찾기’란 표현…원츄-_-)=b…이옵니다…
‘아이페르’님…복귀를 축하드립니다…설 연휴 내내…’아이페르’님의 작품을 기다리다 지쳤다는…쿨럭~ 연참으로 보상해 주실거죠? 네?네?네?네?네?네?…퍼걱!
‘無偉’님…반갑습니다…^_^)/~ 오래간만인 것 같네요…음…김용님 작품에…위시성을 가진 주인공이라…음…무슨 작품인지 제목을 알려 주시면 기억해낼 수도 있을텐데…쩝…사실 제가 상당량의 무협소설을 읽어 보았습니다만…그런 주인공이 나오는 것이 너무 많은지라…쿨럭~…아~ 하렘은 역시 남자의 로망이여~…먼산…( ‘_’)>
음…PS2용 액플을 어둠의 루트를 통해 다운 받았습니다…흐흐흐…게임이여! 내가 돌아왔다!!! by 가토…
…소제목을 변경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0^)/~
4월 15일 09시 정각 룸네를 점령 중에 있던 에이센군들은 각 점령 지역에 구호 식량의 공급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14일에 지상 점령을 위한 대규모 병력과 함께 구호 식량 수송선을 통해 도착했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였다. 이제까지는 함대 자체의 비축 식량으로 공급하여 왔기 때문에 하루에 한 개 씩만 공급 되었던 구호 식량의 배급을 1인 당 하루 2개로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도심 지역이 아닌 지방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구호 식량 배급을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식량 공급 확대 발표가 있고난 후 시스 시티 시장이 크라우프에게 감사함의 표시로 저녁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밝혀왔다. 안전상의 문제를 이유로 정중히 거절하고 싶었지만 시스 시티 시장이 하도 간곡하게 부탁하는 바람에 크라우프는 어쩔 수 없이 참석하겠다고 밝혔다.실제적으로 아직 완전하게 치안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고, 파츠 베이스군 잔당의 활동이 우려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내키는 자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18시 40분 동행하기로 한 다이레아가 시장의 초대에 참석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크라우프는 잠깐의 여유가 생겨 시스 우주항의 전망대에 올라와 우주항 근처에 마련되어 있는 지상기지에서 조립되고 있는 오커스 수송기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커다란 동체가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져 컨테이너 박스에 담겨 수송된 후 지상에서 바리스타의 손을 통해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오커스 수송기로 만들어 지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잠깐 사이에 여러 가지 나누어진 부품들을 정해진 순서대로 끼워 맞추고 조이고 나면 오커스 수송기가 완성되는 것을 보고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작업들이 손쉬워 진 것은 바리스타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바리스타라고 하는 것은 필요악이라는 건가?’
크라우프는 갑자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저런 바리스타의 움직임등은 본래 팔다리가 없거나 불편한 사람들을 대신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의료기구를 개발하던 도중에 파생되어진 것이었다. 이제는 인간들이 손상된 신체의 일부를 재생하고 있는 수준에 이르러 있지만 그 전까지는 손상된 신체를 그대로 가지고 살아야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저런 식의 기계가 내장된 팔이나 다리를 이식하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팔과 다리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었던 개념은 바리스타라는 병기로 발전하였고, 이제 바리스타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에서 벗어나 어느새 꼭 필요한 전투 병기로 자리 잡아 버렸다. 크라우프가 바리스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에 빠져있을 때 그의 뒤쪽으로 다이레아가 다가와서 준비가 다되었음을 알려왔다.
“그래 갑시다.”
상념에서 깨어난 크라우프는 잠깐 머리를 긁적이면서 다이레아의 뒤를 따라 갔다. 하지만 다이레아와 함께 시스의 우주항 아래쪽으로 걸어 내려가면서 크라우프는 짧게 투덜거렸다.
“그런 자리는 되도록이면 가고싶지 않아.”
크라우프가 짧게 투덜거리고 있자 다이레아는 사령관의 입장에 있으니 그런 것도 해 줘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대답했다.
“같이 가서 사진 한번 찍고 몇 마디 말만 해주면 끝납니다.”
다이레아는 시스 시티 시장이 무슨 말을 해도 잘 받아 넘겨 줘 달라고 부탁 아닌 부탁을 하고 있었다. 시스 시티 시장과 만나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는 크라우프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딘지 몰라도 정치가를 만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크라우프였다. 그런 다이레아의 염려를 잘 알고 있던 크라우프는 그녀의 배려가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실수하지 않아야 겠다 싶었다.
“괜찮아 염려하지 마!”
그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 다이레아의 어깨를 슬쩍 두드려 주기만 했다.
본래 크라우프가 시내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들은 부사령관 지그스문트 대령은 파츠 베이스 잔당군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겨 기갑차량을 대동하고 1개 중대 정도의 강습해병대원들을 차출하여 동행시키려 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그렇게 대규모 무장 병력을 대동할 필요 없이 몇 사람의 수행원만 데려 가겠다고 했다. 공식적인 자리도 아니고 시스 시티 시장의 개인적인 저녁 초대인데 자기가 기갑 차량과 1개 중대 정도의 강습해병대원들을 이끌고 간다면 상대를 위압하는 것으로 비추어 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지였다. 또한 그런 일 때문에 강습해병대원들을 차출해 갈 수 없다는 것이 크라우프의 고집아닌 고집이었다. 그렇지만 지그스문트 대령 또한 총사령관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거듭 자신의 의견을 고집했다. 그래서 결정난 것이 5명 정도의 경호원을 이끌고 가는 것이었다. 이것을 위해 강습해병 특수전 요원인 야이다가 뽑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 의외라면 바리스타 파일럿인 시에나가 경호원 자격으로 동행하게 된 것이었다. 나머지 3명도 강습해병 대원 2명과 공간기갑병 1명으로 구성되어 졌다.
그리고 이들과는 별도로 다이레아가 수행원 자격으로 크라우프와 함께 동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그스문트 대령은 별다른 이의를 가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서로 각별한 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도 했지만 다이레아가 혈기 넘치는 크라우프를 적절히 보좌해 줄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크라우프와 수행원들은 랜드카 2대에 나누어 탑승한 채 시스 시티 시장의 관사로 향했다. 그들이 타고 있는 차량은 군용차량이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방탄 차량은 아니었고, 권총탄이나 소총탄, 중기관총의 제외한 지원 기관총탄에 대한 방탄력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지그스문트 대령은 적이 대전차 병기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차량에 대한 우려를 표했지만, 크라우프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렸다.
해가 지면서 차량의 통행이 눈에 띄게 줄어 크라우프를 태운 랜드카 2대는 거의 쉬지 않고 시스 시티 시장의 관사로 직행할 수 있었다. 군데군데 장갑차와 바리스타가 서 있는 가운데 차량 검문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 모두 일일이 차량을 세우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차창을 내리도록 한 후 내부를 살폈다. 크라우프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신의 소장 신분증이 담겨진 증명서를 여러번 내보여 주어야 했다.
“만나 뵈어서 영광입니다. 각하!”
크게 경례를 할 것도 없이 살짝 경례를 올려붙이는 강습해병이나 공간기갑병들을 바라보면서 크라우프는 병사들의 근무태도가 양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평온한 크라우프와는 달리 옆자리에 탑승한 다이레아나 운전대를 잡고 있는 공간기갑병, 그리고 조수석에 앉아 있는 강습해병대원은 모두 자동 소총을 무릎에 세우고 있었다.
다행히도 별다른 일 없이 크라우프는 시스 시티 시장의 관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스 시티 시장은 크라우프에게 인사를 건네며 에이센군이 식량 공급을 확대해 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일이었고 시장의 속셈은 실상 에이센의 추가적인 점령 때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크라우프가 파츠 베이스 협력자들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이후 사정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재 저는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께서 정하신 방침에 따라 룸네의 거주민들에게 에이센에게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을 약속했고, 현재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께서는 황제폐하를 대신하고 계시니까요. 그분도 황제 폐하의 뜻을 받들어 다시 에이센의 품으로 돌아온 시민들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으실 것 입니다.”
크라우프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 주자 시스 시티의 시장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 크라우프는 차후에 에이센이 반란군인 파츠 베이스 협력자들에게 대해서 어떤 응징을 할지 몰라도, 당장은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가 강조한 대로 거주민들에 대한 어떠한 보복 행위도 하지 말고 그들이 에이센 병사들을 향해 먼저 총을 쏘기 전까지 결코 총을 쏘지 말라는 것을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었다.
시장은 크라우프의 말을 듣고 이리나스가 에이센 황제를 대신해 점령 정책을 세우고 있으니 이리나스의 지시는 곧 에이센 황제의 뜻과 같다는 것으로 이해를 한 것 같았다. 물론 그것은 시장 혼자만의 생각이었고, 실제로 적대행위가 발생했을 때 어떠한 보복이 가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크라우프는 먼저 인사를 하고 일어섰다. 별로 위험한 상황도 없었고 자신을 기다리는 수행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어 생각보다 빨리 시장 관사를 빠져 나간 것이다. 시장으로서도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흡족한 마음에 크라우프를 배웅했다.
다이레아와 함께 랜드카에 올라탄 크라우프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모두들 괜찮다고 대답을 했지만 크라우프는 미안하다고 다시 한 번 말한 후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수고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를 태운 랜드카는 조용히 시스 시내를 빠져 나오고 있었다. 발전 시설을 비롯해서 사회 기간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기는 별다른 문제없이 공급되고 있었다. 따라서 시스 시티는 거리에 켜져 있는 가로등 때문에 평소와 같은 밝은 밤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한 별다른 전투가 없었으니 사회 기반시설도 정상 가동되고 있었다. 다만 밤에 길거리를 나돌아 다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무척이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변해 있다는 것이 조금 아쉬운 일이었다.
“식량을 받을 때 빼고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군.”
크라우프는 그렇게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별다른 전투 행위 같은 것은 없어도 도시가 마치 죽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창에 머리를 기대며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크라우프의 뒤를 따라 오고 있는 시에나와 야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강습해병대원이 탑승한 랜드카는 별다른 동요 없이 조용히 따라오고 있었다. 시내에서 운행하고 있는 차량이 아주 없는 것이 아니어서 일부 구역에서는 검문 때문에 교통 정체도 일어나고 있었다.
크라우프가 탑승해 있는 차량은 검문소 2곳을 통과하고 난 이후 처음에 시장 관사로 왔던 코스가 아닌 다른 곳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크라우프는 처음 왔던 길과는 사뭇 다른 거리의 무표정하게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강습해병대원과 공간기갑병, 그리고 크라우프의 옆 좌석에 앉은 다이레아는 잔뜩 긴장한 채로 각자 자신들이 소지하고 있는 총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다소 피곤한 기분이 들었지만 자신 때문에 이렇게 나와 고생하고 있는 강습해병대원과 공간기갑병들을 생각해서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옆에 앉은 다이레아 조차도 소지하고 있는 권총을 만지작거리며 잔뜩 긴장하고 있었고, 그 분위기 때문인지 크라우프도 은근하게 허리에 차고 있는 권총에 손이 가 있었다. 오른쪽 허리에 차고 있는 권총의 차가운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져 올 때 크라우프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차고 있는 권총은 에너지 캡슐탄을 발사하는 총이기 때문에 위력도 상당한 것이었다. 크라우프는 이런 총을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랬다. 만약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적어도 뒤따라오는 랜드카에 탑승한 시에나는 성심을 다해 자신을 보호하려 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일럿인 시에나도 이번 경호 임무에 뽑혀 나오게 된 것이다. 사실 크라우프는 그녀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시에나가 따라오는 것을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었지만, 하도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사정을 하는 시에나 때문에 크라우프는 그녀 대신 공갑기갑병 1명을 빼낼 수밖에 없었다.
시에나의 마음을 생각하며 크라우프는 조용히 차창에 기대 주변의 변화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달리는 차속에서 긴장하고 있으니 크라우프는 갑자기 베르베라에서 시에나와 함께 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도 지금처럼 도로 주변에 불법 주차되어 있는 차들과 쓰레기통이 있고 차가 조금 막힌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