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25
부관이 나가고 텅 비어버린 시장의 집무실에 앉아 천장을 올려보며 그는 자신이 왜 이렇게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레비아는 자신이 밟고 서 있는 땅바닥에 밀가루가 떨어져 하얗게 변해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잠시 그대로 서 있던 그녀는 무릎을 숙여 앉아 손바닥으로 땅을 훑어보았다.
마치 무슨 회를 뿌려 놓은 것 같이 변해버린 주변 곳곳에는 총에 맞거나 짓밟혀 머리가 터지고 내장이 터져 흉측한 모습으로 나뒹굴고 있는 시민들의 시체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시민들 중에서 누가 치우는 사람도 없었고, 그렇다고 자신들도 그런 시체들을 치울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엘레비아는 사람들에게 짓밟혀 내장이 터져 사방으로 흩어져 나온 한 여자의 시체를 내려 보았다. 머리통의 윗부분이 으깨져 골수가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고 얼굴이 형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있었다. 턱뼈가 뒤틀려 턱이 아래쪽에 떨어져 있었다. 목 부분도 무엇인가에 밟힌 듯한 자국이 선명했다. 갈비뼈가 부서져 몇 개는 살가죽을 찢고 위로 솟구쳐 있었다.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에서나 몰수 있을 법한 장면이었다. 아니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기는 했다.
‘빌어먹을······’
그 시체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던 엘레비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자신이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싸우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싸우는 걸까?’
그녀는 한참 동안이나 형편없이 부서져 버린 여자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러했다. 세라핀이 죽었을 때도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방금까지 자신에게 화를 내던 세라핀이었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시체처럼 변해 버렸었다. 팔다리가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고 내장이 찢겨져 나뒹굴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되겠지?’
자신은 고통을 느낄 수도 없이 바리스타 속에서 불타 죽어 버릴 것이다. 가루가 되어 버릴 것이 분명하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엘레비아가 보고 있는 시체도 누군가의 아내였을지 모르고 누군가의 애인이나 딸, 어머니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웃집의 착한 누나였을지 모른다. 아니 적어도 이 세상에서 살아 숨쉬던하나의 생명이었을 것이다. 엘레비아는 갑자기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은 죽은 사람뿐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도 수많은 죄악을 저질렀어······’
그녀는 군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적이라는 존재를 죽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물론 그 동안에도 자신이 적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을 해 보았었다.
‘지금 자신이 죽인 사람이 적어도 이 세상에서의 누구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죽었다.’
이 정도는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이 아무런 죄책감도 들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웠던 것은 그것이 파츠 베이스 국민들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의 가족들을 지키고, 언젠가 태어나게 될 나 자신의 아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밝은 미래에서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엘레비아는 자신이 하는 일이 이렇게 후회스러워 본 적이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식량을 얻기 위해서 방금까지 서로의 이웃이었던 사람을 총으로 쏘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던 이웃 아주머니를 짓밟아 버렸다.
‘식량이라······’
그녀는 주변에 뜯겨져 짓밟혀진 밀가루와 쌀가루, 그리고 찌그러진 캔같은 에이센이 제공하는 구호 식량에 들어 있는 물품들의 잔해들을 바라보았다. 시민들은 스팸이 담긴 캔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서 이런 짓을 벌인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내가 이렇게 싸우는 거야.’
엘레비아는 온몸의 기운이 쭉 빠져 버렸다. 지금이라도 에이센이 공격해 온다면 아니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는 권총을 뽑을 용기가 있다면 엘레비아는 기꺼이 죽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에이센이 공격해 온다면 맞서 싸울 것이고 허리에 차고 있는 권총을 뽑아 자신의 머리에 겨눌 용기도 없었다. 아니 권총을 머리에 겨눈다고 해도 방아쇠를 당길 용기가 있을지 의심스러워 졌다.
‘빌어먹을······’
지금 엘레비아는 자신이 너무나도 허탈해 하는 만큼 오히려 더욱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이제껏 자신이 전장에서 싸운 것은 적을 죽이겠다는 것이 아니었고, 왜 죽여야 하는지 깊게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자신이 죽고 싶지 않으니 오히려 더욱 열심히 적을 죽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엘레비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애써 자신의 이런 생각들을 부정해 보았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오른손을 들어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 시체에게 경례를 올렸다.
4월 26일 06시 30분 사령관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의 명령에 따라 시스 시티의 외각 지역에 도착한 바리스타들은 전차를 비롯한 지상전 병기들과 함께 출격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오커스 수송기를 이용하지 않고 로드 다바이 시티의 근교까지 수송함을 이용해 병력을 실어 나를 예정이었다. 최소한 도심 상공에 진입하지만 않는다면 별다른 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 행위인 것이다.
시가전이 되어 많은 보병들의 수요가 증가하자 크라우프는 자신이 최대한 끌어 모을 수 있는 최대의 공간기갑병과 강습해병을 끌어 모았다. 다행히도 보병의 주력이 될 두 부대를 크라우프는 5만 명정도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수송함대를 통해 보충된 많은 수의 보병을 충원해 약 35만 명을 로드 다바이 시티의 시가전에 투입될 부대로 집중 시켰다. 그리고 이에 따르는 지상전 장비의 여유분도 모두 로드 다바이 시티의 공략전투에 투입 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엄청나군요.”
일단 시스 시티 외각에 집결하기 시작한 지상전 병력을 비롯한 전투 장비를 바라보고 있던 다이레아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대기하고 있던 수송함에 병력과 바리스타, 그리고 지상전 장비가 하나 둘씩 적재되고 있었다. 그녀는 지그스문트 대령과 함께 수송함이 계류되어 있는 시스 시티의 우주항 전망대에 올라 있었다.
이미 전선이 될 로드 다바이 시티에는 크라우프와 쉐프턴 대령이 에이린과 함께 도착해 로드 다바이 시티 외각에 약 3,000기에 달하는 바리스타 부대를 전개 시키는 작업을 지휘하고 있었다. 다이레아는 이곳에서 지그스문트 대령과 함께 추가 병력이 수송함에 탑승하는 것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탑승 작업이 끝나면 수송함에 올라 로드 다바이 시티 외각으로 이동해 크라우프와 합류할 예정에 있었다.
“시가전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군.”
다이레아의 곁에 서 있던 지그스문트 대령은 수송함에 보병들이 탑승하는 것을 보고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시가전이 벌어진다면 많은 수의 보병들이 희생될 것이 뻔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준비된 40만 명의 지상전 병력보다 더욱 많은 숫자의 병력들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았다.
“되도록이면 시가전은 피하고 싶어.”
지그스문트 대령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다이레아에게 최대한 크라우프를 보좌하라는 말을 해 주었다.
“알겠습니다. 부사령관님.”
명령을 받들 듯 또렷하게 대답하는 다이레아가 지그스문트 대령의 말을 금새 이해하자 그는 히죽 웃으면서
“어차피 전쟁이 거의 끝나 가는데 쓸데없이 싸우려 들다니······파츠 베이스 놈들도 이제 집에 돌아가야 할 텐데 말이야.”
그렇게 말을 해 놓고 허탈하게 웃고 있는 지그스문트 대령을 보고 다이레아는 엷게 웃음을 지어 주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모여든 것인지 수송함에 탑승하기 위해서 모여든 병사들은 계속해서 수송함에 오르고 있었고, 병사들의 탑승이 완료되면 수송함은 그대로 상승해 로드 다바이 시티의 인근 지역으로 비행해 갔다.
“이만 저도 가보겠습니다. 부사령관님.”
다이레아가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지그스문트 대령 쪽으로 돌아섰고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다이레아 쪽으로 돌아섰다. 잠시 뒤 엄숙한 경례가 끝나고 다이레아는 돌아서서 수송함 쪽으로 향했다.
‘이제 이것으로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
지그스문트 대령은 지난번 파츠 베이스 녀석들이 기지를 자폭시킴으로서 희생된 병사들 이외에는 더 이상의 희생이 없기를 진정으로 바랬다. 그렇지만 지금 다시 저 많은 병력 전부가 희생될 수 있는 상황이 올지 모를 일이었다.
‘빌어먹을 놈의 전쟁······’
지그스문트 대령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병사들이 수송함에 오르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기분이 나빠졌다. 대령은 잠시 병사들이 탑승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서서히 경례를 올려붙였다.
============================================================================================
음…무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군요…한바탕 크게 할 분위기…ㅡ_ㅡ;
그런데 전력은 상대가 되지 않는 듯…300 vs 3,000 이면…쿨럭~ -ㅅ-;
음…과연…어찌 전개가 될 것인가…둥두둥~!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88…
‘검은묵시록’님…1타를 축하드립니다…음…PS2용 기렌의 야망은 제타나 큐베레이가 나오지 않는군요…PS1용에서는 우주는 큐베레이 3부대…지상은 제타 3부대랑 즈코크E를 만재한 잠수함부대 2개면 커버가 가능했는데…쿨럭~ 나머지는 콜렉션이었다는…ㅡ_ㅡ;
‘창세전쟁’님…음…미리 말씀 드리면 재미없지요…호기심(혹은 기다리는 재미) 마저도 없다면 무슨 재미로 소설을 읽으시려는…아…H신이 있구나…-ㅅ-;;;; 음…그리고 드라마틱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더군요…하지만 나름대로 이치에는 맞으니…쿨럭~ 나중에 보시고 실망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걱정이 되네요…^_^;)
‘horizon’님…음…어찌 그런 오해를…-ㅅ-; 전 그런 것을 가지고 자랑할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친구들 한테는 장난삼아 할지는 모르겠지만요…^_^;;; 음…그나저나 받지 못하셨군요…하긴…제 주변에 있는 녀석들 중 이제껏(걔네들도 30입니다만…) 받지 못했던 넘들이 대다수라는…ㅡ_ㅡ…물론 저는 당연히 못 받은 축에 끼구요…어흑…T^T
‘파란만장’님…눈치 채셨군요…사실 좀 얍삽한 방법이기는 합니다만…효과는 만점이라는…그러고 보면…주인공 녀석…참 나쁜 놈이지요…먼산…( ‘_’)>
‘자다가쿵해쪄’님…우주의 경우는 주인공이 그쪽에 나가있지 않으니…지루하실 것 같아 과감히 잘랐습니다…음…그리고 지휘관이 총들고(혹은 바리스타를 타고) 전투에 나갈 정도면 이미 진 싸움이지요…^_^; 첫 번재 코멘트에서 나머지 두개의 질문은 스토리에 관계된 것이므로 패스…음…초쿄렛을 받았는지 여부를 왜 물어 보았느냐…음…별 이유는 없습니다,…달력을 보니 발렌타인 데이가 가까워져 있길래 그냥 궁금해서…퍽!…음…물론 당근 쏠로에다가 아는 여자도 없는 제가 받을리 없잖습니까…ㅠ_ㅠ
‘무쏘’님…제대로 보셨습니다…사실 도시에 식량이 없는 상태로 보급선을 끊어 버린다면…한 1주일이나 버틸까요? 가뜩이나 부족한 마당에 군에서 억지로 징발한다면…잔당군과 시민들 사이에 무력 충돌마저 일어날 수 있겠지요…크라우프는 혹시 그것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크크라이드’님…크라우프의 뛰어난 작전이지요…단 하나의 명령만으로 파츠 베이스군과 민중 사이를 갈라놓아 민중 봉기를 아예 처음부터 막아 버리는…음…이것도 잔머리의 일종이려나…ㅡ_ㅡ;
‘판타로드’님…쿨럭~ 어허…왜 그러십니까…크라우프 놈도 머리 좋습니다…잔머리가 너무 좋아서 탈이지요…이번에 단 하나의 명령으로 파츠 베이스 잔당군을 궁지에 몰아 넣지 않았습니까…크윽~ 나름대로 없는 머리 짜내어서 쓴 장면인데…크흑~ 너무해용~ T^T…음…그리고 무차별 포격이라…기껏 민중과 적군 사이를 이간질 시켰는데 그것을 다시 붙게 만드는 접착제 역할을 할 무차별 포격을 가할리는 없잖습니까? ^_^;
‘soulchaos’님…쿨럭~…손자가 한 명언이군요…아닌가? 아니면 대략 개쪽…쿨럭~ ㅡ_ㅡ; 크흠흠…말씀하신 대로 파츠 베이스 잔당군은 민심이 아니라 식량을 택했으니…쿨럭~ 뻔히 보이는 결말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英雄’님…헐헐헐…음…확실히 작가넘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신 듯 한…^_^)/~ 거의 정확하게 작전을 꿰뚫어 보셨군요…음…안되겠다…내용을 바꿔야지…그려…-_-+ 다 직이삐리는 겨…
‘피르다룬’님…아마 시민들은 에이센이 공격해 오면 숨어 있다가 나올 겁니다…어찌 되었든 에이센군으 침략군이고…역사적으로 침략군은 전통적으로 무법자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에 시민들로서는 일단 피하고 보겠지요…아닌가요? (←왠지 자신이 없는 아뒤쥔장…)
‘제스’님…핫~ 그럼 제가 괜한 생각을…^_^;;; 음…시민들이 저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군중심리’때문이지요…만약 양측의 대치가 장기화 된다면 식량은 부족해질 것이 뻔하고…지금 확보해 놓지 않으면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거기에 크라우프가 부린 양념(에이센이 식량창고를 개방했다더라~)이 살짝 첨가되면…저런 사태가 되는 것이지요…ㅡ_ㅡ;
‘나만의 천사’님…헉…그럼 제가 어제 자다가 가위에 눌린 이유가 ‘나만의 천사’님께서 보낸 ‘살기’ 때문이었군요….쿨럭~ -ㅅ-; 음…쿨럭~쿨럭~ 엘모양 때에는 한번 노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단지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 주세요…저 필력이 딸리거든요…^_^;;;
음…Lotto추첨이 몇시더라? 당첨금 액수가 떨어지기 전에 한번 1등이 되어봐야 하는데…(꿈도 야무진 아뒤쥔장…)
…소제목을 변경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0^)/~
크라우프는 지휘함으로 사용하게 될 경비함의 함교에서 조용히 스크린에 비치고 있는 로드 다바이 시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로드 다바이 시티는 에이센의 대군이 포위하고있는 이 상황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조용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크라우프는 팔장을 낀 채 지난번 시스 시티의 시장을 만나보고 왔을 때 벌어졌던 습격사건을 떠올려 보았다. 파츠 베이스 잔당들이 자신을 공격한 이유는 뻔했다. 에이센의 보복을 불러와 점령군과 시민들의 사이를 갈라놓는 것이 그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그것을 간파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겼다. 또한 주민들에 대해서 보복 행위 같은 것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 시켰다. 게다가 오히려 주민들에게 전과 다름없이 식량을 공급하게 했다.
아마 자신이 취한 이러한 조치 때문에 파츠 베이스 잔당들이 더 다급해 졌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라우프는 습격사건 이후 파츠 베이스 잔당들이 도시나 군 설에 대한 기습적인 공격을 가해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실제로 그 공격이 가해지자 파츠 베이스 잔당들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아 차렸다. 에이센군이 파츠 베이스 잔당 색출을 목적으로 강압적인 정책을 펴도록 유도하여, 소위 말하는 ‘피의 악순환’을 자연스레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를 간파한 크라우프는 고심끝에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주민들에 대해 전과 다름없이 식량을 공급하고 사회 기반 시설을 유지시키는 한편, 군대의 임무를 치안 유지에만 국한되도록 최소화 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 정책이 잘 먹혀 들었는지 시민들의 폭동은 일어나지 않았고, 파츠 베이스 잔당들에 의한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테러 행위도 발생하지 않았다. 시민들이야 식량과 의약품 등의 생필품을 무상으로 공급해 주는 에이센군을 적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잔당군의 입장에서도 룸네의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테러 행위를 할 경우 그 여파가 결코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만일 사회 기반 시설들이 에이센군에 의해서가 아니라 파츠 베이스 잔당들에 의해 파괴될 경우 오히려 주민들의 불만이 에이센군이 아니라 파츠 베이스군에게 옮겨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파츠 베이스 잔당군으로서는 룸네로 강하해 내려왔을 때부터 지상전을 준비해 에이센군과의 전투를 벌임으로서 주민들의 희생을 유도했어야 했다. 만일 그렇게 했다면 자연스럽게 점령군인 에이센군과 주민들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잔당군은 초반 병력을 보존하기 위해서 시스 시티에서의 결전을 회피하고 도주하였고, 이 때문에 그들은 노리고자 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들의 기대에 어긋나게 주민들은 쉽게 에이센의 지배에 순응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 잔당들이 기대했던 대대적인 주민들에 대한 보복이나 학살같은 것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 그리고 주민들도 이런 에이센의 적대 행위가 없자 조금식 안정을 되찾으며 자연스럽게 에이센의 지배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렇게 따지고 본다면 지금 파츠 베이스 잔당군에 의한 점령행위는 에이센의 지배가 확고히 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겁을 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 상태로 에이센의 지배가 확고히 된다면 파츠 베이스 잔당들로서는 존재 의의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파츠 베이스 잔당군이 이렇게 나서게 된 것은 다급함이 작용한 것이 분명했다. 자신들의 존재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 애국심을 부추기고, 에이센이 대규모 토벌전을 벌일 경우 철저한 시가전을 유도해 시민들의 피해를 유발하게 하여 필연적으로 에이센에 대해 거주민들이 반감을 가져 투쟁에 나서도록 만들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뻔히 보이는 의도에 말려 들어갈 수는 없다.”
크라우프는 지상전 병력과 바리스타들이 속속 도착해 로드 다바이 시티를 장악한 파츠 베이스 잔당들을 몰아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들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각하. 공격 준비를······”
생각에 잠겨있는 크라우프에게 게리 쉐프턴 대령이 찾아와 공격 준비에 관한 지시를 요청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 곧 공격을 개시하려 했던 것을 중지시켰다.
“섣부르게 도시로 진입하지 말고 도시를 포위하고만 있게.”
갑작스러운 크라우프의 말을 듣고 난 쉐프턴 대령은 잠시 말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쉐프턴 대령은 이내 크라우프의 말을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각하.”
쉐프턴 대령이 경례를 올린 후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돌아갔고 크라우프는 조용히 로드 다바이 시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나도 조용하게 느껴져 적막감마저 들었다.
지상전을 준비하고 있던 야이다는 드럼 탄창을 장착한 자신의 자동소총을 둘러메고 알리시나를 찾아갔다. 야이다는 이전에 많은 시가전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바리스타 파일럿으로서가 아니라 강습해병으로서 전투에 나서게 된 것이다.
알리시나는 파일럿이 아닌 강습해병으로서 전투에 참가하게 될 야이다를 보며 걱정이 가득한 눈을 한 채 몸조심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야이다는 알겠다며 알리시나도 전투에 참가해서 조심하라는 말을 했다. 이제껏 부상으로 떠나 있었으니 걱정이 앞선 것이다.
“이제는 야이다 곁을 떠나지 않을 테니까······염려하지 말라고. 알겠지?”
오히려 자기를 걱정하는 야이다를 보며 알리시나를 슬쩍 뒷꿈치를 들어 올려 야이다에게 키스를 해 주었다. 주변에서 낮게 야유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두 사람은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서로의 안부만을 걱정했다.
지독하게 훈련은 받아 온 다른 강습해병이나 공간기갑병은 훈련량은 많았지만 실전 경험을 가진 자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더욱이 일반 보병들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해서 실전 경험을 가진 자가 아예 없다시피 했다. 야이다는 알리시나를 뒤로하고 부대를 돌아보며 병사들의 상태를 한 번 보게 되었는데 걱정이 앞서 버렸다.
“시가전 대비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걱정이군.”
야이다는 일반 병사들은 물론 다수의 병사들을 지휘해야 하는 장교들도 경험 부족으로 위급 상황에서 병사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야이다의 경험에 의하면 시가전의 경험 없는 소대장들 중에서는 무조건 앞으로 달려 나가야 한다면서 병사들에게 돌격만을 강요해, 짧은 거리를 건너는 동안 전체 소대 병력의 반수 이상을 사상케 하는 희생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야이다는 전투에 투입되기에 앞서 소대장들이 자신의 병사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는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바르디아에서 시가전에 참가했을 때 그는 공격자 쪽과 방어자 쪽 모두에 참가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전략을 결정하는 지휘부에 있었던 경우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가전이 얼마나 힘들고 고역스러운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공격자에 서 있을 때 적이 어디에서 숨어 있다가 공격해 올지 모르기 때문에 잔뜩 긴장해야 했고, 적이 숨어 있는 건물로 진입해 들어갔을 때에는 아군이 나를 쏠까봐 겁을 내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자그마한 건물 하나하나를 뺏고 빼앗길 때마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머리 위에는 드넓은 우주 공간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우주선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지상에서는 만능형 전투 장비라고 하는 바리스타가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몸으로 부딪치는 일개 병사들이었다. 그가 겪은 지휘관들은 전투 장비의 중요함은 알아도 일개 병사들의 중요함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시가전에서 한 10만 명 쯤 죽으면 다시 10만 명 쯤 밀어 넣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젠장······이곳에서도······’
야이다는 자신이 둘러매고 있는 자동 소총의 감촉을 느끼며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부르노 엘카토르 대좌는 민병대 모집을 비롯한 모든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음을 알고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에이센에 의해 봉인된 무기 창고도 경화기들 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다. 에이센군은 바리스타와 전차들을 이용해 공격해 올 것이 뻔한데 민병대들에게 자동소총으로 응전하라고 하게 되었으니 민병대가 쉽게 모여들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잔당군들은 파츠 베이스를 구하는 구국의 대열에 참가하라고 열심히 떠들어 대면서 지원자를 받았지만 이에 호응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강제로 시민들을 끌어내 민병대를 조직하고는 있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많은 숫자가 총기를 쥐어주기 힘들 정도로 불성실한 태도로 민병대에 참가하고 있었고 탈영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엘레비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에이센군은 이미 로드 다바이 시티 외각에 대규모 병력을 진주시켜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병력과 물자를 집중시키며 언제고 로드 다바이 시티로 진입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에이센군들은 로드 다바이 시티로 병력을 진입시키지 않고 계속해서 포위만 하고 있었다. 충분하게 시내로 진입해 교전을 벌일 능력이 되는 에이센군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로드 다바이 시티의 시민들과 파츠 베이스 장병들을 이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에이센군이 시가전을 회피하고 철수한 것이나 현재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로드 다바이 시내로 진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는 식의 핑계를 내세우며 결국 파츠 베이스군은 시민들을 방패로 삼으려는 집단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하긴 맞는 말인지도······’
엘레비아는 부르노 엘카토르 대좌가 로드 다바이 시티로 진입을 결정했을 때부터, 아니 룸네로 강하해 내려왔을 때 정규군의 손실을 우려해 시스에서 자진 후퇴했을 때 이미 모든 것이 결정나 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행위는 시민들에게 파츠 베이스 군대가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해 시민들의 보호에 관한 의무를 던져 버린 것이라고 여기게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자신들이 불안에 떨게 될 때에는 도망쳐 있다가 이제 겨우 에이센에 의해 안정되고 있을 때 다시 나타나 에이센에게 저항하는 대열에 합류하라고 한다면 누구든지 앞장서서 에이센군을 죽이는 일에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엘레비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만약 룸네의 전 주민들이 에이센에게 대항해 총을 들도록 만들려면 처음부터 에이센에게 저항해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었어야 했다. 극심한 저항을 벌여 필연적으로 시민들의 희생을 유도해 시민들에게 반 에이센 감정을 격화시켜야 했다. 그렇지만 엘카토르 대좌는 정규군의 안전만을 생각해 저항을 포기하고 병력을 자진 철수시킴으로서 시민들을 버렸다. 자신들에게 버림을 받은 시민들은 당연하게 힘을 가진 에이센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에이센은 그 자신들이 걱정했던 대로 보복을 가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불편하고 두렵기는 해도 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파츠 베이스 정규군들이 나타나 에이센에게 저항해 싸우자고 한다면 누가 따라 줄 것인가 싶었다. 정작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가 필요할 때에만 나타나 나름대로 안정되어 있는 상황을 오히려 깨려 한다면 아무도 나서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엘레비아는 시민들이 파츠 베이스 정규군을 보고도 환영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은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그녀는 이제 에이센이 공격해 들어와 모든 것이 끝장나 버리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번 전쟁은 네드 크라이처 행성계에서 패전했을 때부터 모든 것이 끝나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그때 전사해 버렸다면······’
갑자기 트레멜이 죽었을 때 자신도 전사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엘레비아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트리멜이 죽었다는 최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금 군인으로서 마지막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것이 이제는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드 다바이 시티를 바라만 보고 있는 에이센군 병력들은 언제 공격 명령이 떨어질지 몰라 불안한 와중에서 4월 29일 아침 식사를 배식 받고 있었다.
시에나는 가볍게 하품을 내쉬며 식판을 들고 길게 늘어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쇠고기와 야채를 넣고 끓인 밥과 야채 스프와 야채샐러드, 그리고 절반쯤 얼어 있는 팩우유 하나가 아침으로 제공되는 식사였다.
병사들은 일정한 자리도 없이 대충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파일럿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먼저 식사를 탄 라티시드 소위가 다른 소대원들과 함께 땅바닥에 주저앉아 식사를 하는 것이 보였다.
시에나도 배식을 받아 아무렇게나 자리에 앉았다. 얼음이 씹히는 우유를 한 모금 마신 뒤 음식을 입 안에 떠 넣었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음식이 반쯤 응고되어 있어 먹기가 좀 불편했다. 자리에 앉은 시에나의 곁으로 우즌 리베라 준위가 다가와 앉았다.
“에휴~ 이것 참. 이렇게 들판에 앉아 흙먼지를 조미료 삼아 밥을 먹어야 하다니······그나저나 언제 공격한데요?”
그는 음식을 입안에 떠 넣으며 시에나에게 공격이 언제 쯤이냐고 물었다.
“그것은 나도 잘 모르는 일이야.”
시에나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리베라 준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가볍게 하품을 했다.
“사령관이 말 안 해줘요?”
의아한 표정으로 묻고 있는 리베라 준위를 보고 시에나는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요즘 같이 만나지도 못하고 있잖아. 나도 언제 공격할지 몰라서 궁금해. 물어 보고는 싶은데 도통 만날 수 없으니······”
볼을 잔뜩 부풀리고 있는 시에나를 보며 리베라 준위는 히죽 웃고는, 자기는 시에나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물어 보았다면서 음식을 입안에 떠 넣었다.
“쳇! 이것보다 더 맛있는 것을 먹어야지.”
우즌 리베라 준위는 금새 식판을 모두 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