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3
쉬운 전투는 아닐 것이라는 말이었고 엘레비아는 조금 깊게 숨을 들어 마셨다. 전투가 어렵게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런 사람들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햇살은 지독하게도 강하게 내리쬐어지고 있었다.
…복구합니다…^_^;;;
8월 1일 금요일 파츠 베이스에 사로잡혔던 포로들에게 몸값을 주고 되돌려 받게 되는 때가 내일이 될 것이다. 에이센정부에서는 적국에 사로잡힌 포로들을 무사히 돌려보낸다면 그들의 계급에 해당하는 몸값을 지불해서라도 병사들을 데려오고 있었다. 이런 것 때문에서라도 포로가 된다면 어떻게든 되돌려 보내 질 것이라는 말이 아침 뉴스를 통해서 들려왔다.
크라우프 페트릴대위는 짧게 숨을 들어 마시면서 하만 바이파에서 대기 발령 상태에 들어갔다. 일단 자신에 대한 처분이 양분되어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휴가를 내서 쉬러 갈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시간을 낼 것도 없이 하릴없이 관사에서 시에나와 함께 보내는 것이 마치 휴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정식 발령은 8월 4일 월요일에 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된다면 휴가를 즐기는 것도 이제는 거의 끝이 나게 될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라시드대령을 따라서 작전에 참가했던 사람들 모두 마찬가지로 대기 발령상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좀 편하지가 않았던 것이다. 어차피 자신이 책임지면 그만인 일이지만 이런 저런 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침 먹어!”
주방쪽에서 시에나의 목소리가 들렸고 두 사람의 군복을 다림질하고 있던 크라우프는 알겠다고 하면서 옷을 펴 보인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에나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뒤로 모아 묶은 채로 아침 식사를 만들어 주었다. 갓 구은빵에 쇠고기 스테이크 야채 스프 샐러드 그리고 오렌지 쥬스였다. 시에나는 따뜻하게 데운 우유였다.
“맛있겠다.”
스테이크에 소스를 조금 뿌린 다음에 자리에서 앉았다.
“응……잘 만들었지?”
시에나는 그렇게 말을 하면서 빵을 포크로 베어서 한입 먹었고 크라우프는 스테이크를 잘라 입에 넣었다. 잘 익은 것이 맛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고마워……빨리 먹고 출근하자.”
“응!”
아침을 먹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아침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이었다. 크라우프가 접시들을 식기 세척기에 넣는 동안 시에나는 세수를 하고 머리를 매만졌다.
둘이 군복을 입고 관사를 나섰을 때는 30분 정도 지나 있었다. 관사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있는 여러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시에나는 잠깐 동안 화장을 고쳤다. 위병소 앞까지 가는 버스가 멈추어 서고 사람들이 옮겨 탔다.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두 사람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버스가 멈추고 출입증을 가슴에 패용한 두 사람이 버스에서 내려 위병소를 차례대로 통과했다.
출입증의 ID와 신원이 맞는지 비추어 주는 센서와 카메라가 작동하고 있었고 장전된 소총을 들고 있는 병사들은 출입자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정문에 서 있는 헌병 두 사람과 출입문 좌우에선 위병 두 사람 그리고 중위인 위병장교만이 출입하는 상급자에게 경례를 하고 있었다.
시에나는 위병장교에게 경례를 했다. 근무지까지 30분 정도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지프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있고 자신들의 승용차를 타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두 사람은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때 출입문 쪽에 있는 전차부대 쪽에서 민간 버스들이 십 여 대 가량 서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민간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사복들을 입고 있고 전혀 군인들 같아 보이지 않았다.
“뭐지?”
의아해 하고 있는 크라우프에 시에나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아? 무슨 영화인가 촬영 한다나? 그러더라구……”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을 했다.
“구경이나 해볼까?”
그의 말에 시에나는 생각 없다고 했다.
“나중에……그나저나 빨리 가서 출근해야지……”
시에나의 대답에 크라우프는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일단 출근이나 하자고 했다.
기지 안의 근무처는 별 다른 것 없었다. 대기하고 있던 소위들이나 중사이하의 하사관과 만나는 것들뿐이었다. 이들 모두에게 막사가 제공되었지만 별로 하는 일들은 없었다. 정기적으로 훈련을 하고 쉬고 자고 그것뿐이었다. 그렇지만 이제 월요일쯤에 자신들의 배치가 결정이 될 것이라는 말에 모두 그런가 싶어했다. 상사인 시에나가 막사쪽으로 걸어갔고 그는 사무실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침에 일찍 오네?”
간단한 사무실에 들어가니 혼자 앉아 있던 아세라가 크라우프를 맞았다.
“일찍 나왔네?”
다른 중대장들은 아직 출근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세라는 자신의 의자에 등을 기대면서
“매일 시에나하고 있으면서도 별로 힘들어하는 기색은 없어 보인다.”
아세라의 말에 크라우프는 핏 웃기만 했다.
“커피 한잔할까?”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아세라는 검은색과 갈색이 적당히 섞인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해줄게……”
“아니야 같이 하자!”
사무실 옆에 있는 세면대에서 커피포트에 물을 받은 다음에 그것을 올렸다. 그리고 잔을 두 개 놓고 인스턴트 커피를 뜯어 부었다.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커피포트만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세라는 별로 그런 것에는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조금 졸린다는 표정으로 하품을 하고 있다가 뒤돌아 세면대쪽으로 가서 손을 씻었다.
“차를 마실걸 그랬나? 아참 크라우프……이번에……변방으로 가게 될 꺼라는데……지난번에 전투 상황에서의 명령 위반이라고 하더라구……”
“나야 뭐 상관없어……어차피 군인 같은 것으로 끝까지 할 생각은 없으니까 말이야!”
대수롭지 않다는 말에 오히려 더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해……나하고 로자는 함대로 보내 준다고 하더라고……사실 내 어머니 때문도 있 고…..하지만 크라우프는 최전선 아니면 변방 기지라고 하는데……”
“아니야 괜찮아……상관없지 뭐 어차피 책임져야 할 일을 그렇지 않게 되는 것보다는 나 은데 뭐……”
크라우프의 대답에 아세라는 조금 깊게 숨을 들어 마셨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야……있다가 저녁때 내가 저녁 살께……나와 주겠지?”
아세라의 말에 크라우프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 되겠는데? 언제쯤?”
“전화할게……”
분명하게 결혼을 할 여자가 있는 남자인데 이런 약속을 해 버린 자신이 민망스러웠다.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선을 넘고 싶지 않았는데 먼저 이렇게 자신이 수를 걸어 버렸다. 그렇지만 단지 미안함을 달래기 위함일 뿐이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커피포트에서 물이 끓고 있었고 둘이 거의 동시에 손을 댔다. 서로의 손이 닿자 아세라는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처럼 얼굴이 붉어 졌다. 하지만 이내 정색을 했다.
…복구합니다…^_^;;;
10시 10분 사무실은 별 다른 일 없이 조용했다. 아세라는 별 내색을 하지 않고 있었고 크라우프도 다른 중대장들과 이런 저런 말들을 나누고 있었다. 아세라와 똑 같이 생긴 페넬로페는 바리스타 관련 책들을 펴보고 있었다. 그때 자신의 자리로 직접 전화가 왔다.
“응?”
혹시 인사부가 아닐까 싶어 기대반 걱정 반으로 전화를 받았지만 뜻밖에도 기지의 공보부였다. 공보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중령이 직접 걸었다.
“네 중령님!”
크라우프는 전화를 받으면서 공보부중령이 지시한 것에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알겠다고 대답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입니까?”
의아해 하는 중대장들에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우습다며 공부에서 내려온 지시를 설명해 주었다.
“출근하다가 영화 촬영인지 한다고 하는거 봤지? 가서 조연들로 출연을 하라고 하는데?”
“네?”
스티브 피럴 넥스중위가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있다가 환호성을 질렀다.
“쿡쿡……나의 이 잘생긴 얼굴이 드디어 영화에까지 나오는 건가?”
“원 참……군 홍보영화라고 하던데……미녀 배우들도 온다고 하던데요! 페트릴대위님 가죠!”
게리 쉐프턴중위가 신나서 소리쳤다.이런 두 사람에 다른 사람들 모두 하핫 웃고 만 있다가 알겠다고 하면서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별로 할 일이 없던 차에 몸 움직이는 일이라는 것에 대기하고 있던 파일럿들도 좋다고 하면서 따라나왔다. 차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열을 맞추어서 걸어가는 것이지만 그래도 즐겁다들 했다. 더욱이 군 홍보 영화에 나온다고 하니 기분들은 좋은 것 같았다. 이런 저런 말들을 나누면서 30분 정도 걸어가니 영화제작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이들을 맞았다.
내용은 뭐 간단한 것이었다. 다른 민간인들과 함께 파일럿들은 열을 맞추어 섰다. 전화를 한 공보부 중령이 직접 나와 있었다. 크라우프를 따로 불러 저녁 무렵이면 자신들이 필요한 촬영이 끝이 날 것이니 협조 잘 하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중령의 지시니 별다른 이의 달 것도 없이 승낙을 했다.
홍보 영화 제작자는 실제로 만들어지면 40분 정도의 장면을 위해서 거의 12시간 이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잠시 설명을 듣고 있다가 나란히 줄에 들어갔다. 이제 조연으로 출연을 하게 되는 것이었다. 내용은 뭐 간단했다. 사회에서부터 갓 들어온 주인공이 신병때 부터 군 생활을 하는 것들을 즐거움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군 생활의 즐거움 같은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여러 가지 체육 활동들을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자리를 채워 줄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체육 활동을 하게 되는 것에는 기지의 여러 병과들에 사람들이 지원 오게 되는데 파일럿들을 어떻게 충당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조종사들도 이 자리에서 구경을 하라고 하는 것이다. 앞에서는 제작자들의 설명에 맞추어 사람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이런 일에 별로 관심은 없었다. 하지만 움직이는 사람들을 대충 훍어 보다가 눈에 확들어온 여자는 배우인지 모르겠지만 대위군복을 걸치고 있으면서 20대 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짙은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색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고 얼굴이 무척이나 하얗다는 생각을 했다. 옆에 앉아 있는 시에나 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자태가 무척이나 아름다웠기 때문에 뭇 사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 여장교와 함께 배우들이 앞에서 뛰어 다니면서 체육 활동을 하고 있고 자연스럽게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 휘파람을 불면서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오전의 촬영이 대충 끝이 난 것 같았다. 점심 식사는 군에서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여러 사람들이 뒤섞여 기지의 식당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늘어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에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크라우프와 함께 어울리고 싶어하지 않아 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허리에 손을 얹든지 하면 매우 불쾌해 했던 것이다. 그런 것이기 때문에 디네스와 몇 몇의 여병사들과 더불어서 먼저 식사를 타 가지고 나갔다.
그는 시리나 제이나 마커스중위와 니콜라스 라티시드상사와 함께 자리에 앉게 되었다.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그 방식대로 식사전에 기도를 하고 있었다.
에이센의 영역 내에서는 인간을 비롯해서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의 상당수도 에이센군에 들어와 있었고 식당에 앉아 있는 종족들 중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종족이 인간 형태의 종족들인 것이다. 사실도 그럴 것이 우주 함선을 건조해서 자신들의 조상이 올려다본 밤하늘을 넘어서서 다른 행성에 식민지를 건설했던 민족들은 여럿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민족들이 에이센에 통합되었던 것이다.
에이센의 통제력이 매우 약한 바르디아의 변방에 나름대로의 자치구를 이루고 있다는 에롤드족 같은 경우라고 한다면 혹시 모를까 소수민족들이 전투 함대를 구성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이거 참 매일 매일 자카운만 타고……이제는 다른 기체라도 좀 타보고 싶어지네요.”
라티시드상사는 자카운만 타고 다니는 것이 좋은 기분은 아니라는 말을 했다.
현재 차세대 기체가 개발 중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7년 전쟁을 비롯해서 제 1,2차 바르디아 원정 전쟁을 통해서 에이센이 얻은 교훈은 전쟁에 사용되는 병기를 단순화하자는 것이었다. 전쟁 기간 동안에 수많은 형태의 바리스타들이 쏟아져 나옴으로서 에이센군은 항상 보급 문제를 심각하게 떠 안고 있었던 것이다.
필요한 물자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경우 보다 필요하지 않은 물자가 공급되는 것이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군장비의 보수정비가 매우 어려웠던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가 있는 주력 바리스타가 절실하게 필요하게 된 것이고 자카운은 이 전의 바리스타들을 모두 대체하게 되는 군의 주력 기체로서 자리 매김하게 된 것이다.
“다음 번 기체가 공급된다고 해도……한참 걸리게 되지 않겠나?”
크라우프는 그렇게 말을 받으면서 음식을 떠먹었다. 시리나는 전형적인 에이센인의 모습으로 머리카락이 갈색이었다. 단발로 머리카락을 잘라 뒤로 빗어 넘겨 모아 깔끔하게 묶고 있었다. 성격이 남자같이 무척이나 호탕했고 전투가 벌어진다고 한다면 결코 도망칠 사람은 아니었다.
“어쨌든 간에 군대에 있다 보니까 영화에 조연으로라도 출연을 하라고 하네요?”
시리나는 영화가 나오면 자기가 나올 수가 있을까 한번보고 가족들이나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 한번 내보내 달라고 제작하시는 분께 부탁해 볼까?”
라티시드상사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얼굴 내보이는 것보다는……빨리 어디 배치되었으면 좋겠군요. 이렇게 한가한 것도 어디 소속이 있는 데서 한가하면 몰라도……”
이제 월요일이면 재배치가 될 것이라는 말에 모두 맞는 말이라고 했다.
“하기야 뭐……”
그렇게 대답을 하고 있던 라티시드였고 크라우프는 음식을 입안에 떠 넣었다. 그리고 아까 영화 촬영장에서 본 그 검은 머리카락의 여성이 눈에 들어오자 잠시 지켜보고 있다가 저녁때 아세라와 함께 한 약속을 떠올렸다.
‘흠……’
식사를 마치고 간단하게 물 컵에 차를 따라 마신 다음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크라우프는 식사를 마치고 거울 앞에서 이빨에 낀 음식물 찌꺼기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차림새가 어디 흐트러진 것이 없는 가를 살폈다. 그때 20대 중반의 청년이 다가오더니 크라우프의 어께를 툭치면서
“이봐 오후 촬영이 시작되니까 빨리 나와!”
뭐라고 대답을 하기 전에 청년은 다른 사람들 쪽으로 나갔다.
사람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니 여러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그는 조금 깊게 숨을 들어 마시면서 그들 사이로 들어섰다.
영화 제작자들은 매우 신경질 적으로 보였다. 일이 제대로 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앞에선 40대 초반의 남자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화에 관한 것들을 지시했다. 그리고 군인 복장 같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서 밑에 있는 사람들을 혼내고 있었다.
“……여러분들은 에이센의 정예 군인들로 출현을 하는 것이야!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말아 야지! 너희들! 뭐하는 거야! 출연자들이 어울리도록 군복을 갈아 입히지 못해?”
그렇게 말을 하면서 꾸지람을 받은 사람들이 서 있는 사람들의 복장등을 재점검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일인가 싶어 가만히 서 있는 크라우프쪽으로 20세 전후의 금발 머리카락의 여성이 다가왔다. 그녀는 한참 동안이나 멈춰 서서 자신을 바라보았다. 무엇인가 꼼꼼하게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사랑한다는 말이라도 해줄까 하는 야룻한 환상을 가질 것 같은 여성이었다. 다소 흥분되었는데 곧바로 그 기분은 깨져 버렸다.
“당신 대위 군복을 누가 입으라고 했죠?”
목소리가 제법 날카롭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제가 이게 어울릴 것 같다고 누가 얘기하더군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꾸하자 그 여성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겼다. 가슴에 붙어 있는 이름표에는 조연출 이리아 비요크룬트라고 써져 있었다.
이리아 비요크룬트는 다소 떫은감을 씹은 듯한 얼굴로 크라우프를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자신이 평가해 보기에 너무 마르지도 않고 살찌지도 않은 적당한 체격에 군복은 제법 잘 맞는 것 같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기도 했다. 나이라고 해봐야 자기하고 비슷할 것 같은데 대위군복을 입고 있다니 사병이나 하사관이면 딱 알맞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이리아의 눈에 거스른 것은 그의 가슴에 달고 있는 훈장들이었다. 무공훈장들이었기 때문에 썩 좋은 기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신 군대는 갔다 왔나요?”
어이없다는 투로 이리아는 상대를 빈정댔다. 갈색 머리의 남자는 별다른 표정없이
“뭐 군대에서 나 같은 녀석은 필요하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 남자의 비아냥이 오히려 기분이 더욱 상해 버렸다.
“당신은 비겁한 사람인 것 같군요.”
자기도 모르게 독기 어린 말이 나왔다. 상대에게 썩 그렇게 좋은 감정이 들지 않았던 것이고 이리아도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자신의 그런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와 적지 않게 후회스러웠지만 상대를 보고 좋은 기분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 그녀를 화나게 한 것은 남자의 대답이었다.
“뭐 저야 비겁하다고 정평이 나있으니까요!”
“너무 하는 군요!”
기가막혀 잘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당장 군복을 사병의 것으로 바꿔 입으라고 했다. 이런 남자를 상대하는 자신이 너무나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크게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겨우 참았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비교적 차분하다고 느껴지는 어투였다.
크라우프는 머쓱한 표정으로 이리아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상당히 불쾌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극하는 것 보다 오히려 더 순종하는게 재미있겠다 싶었다.
“네 그러지요!”
머리를 긁적이면서 좋겠다 싶었던 것이다.
이리아는 그 남자가 사라지고 한참만에 중위 약장을 달고 나온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가슴에 달고 있는 훈장과 기장들은 떼어 낸 뒤였다. 군복과 기장의 규정에 관한 것은 이리아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왼쪽 가슴 위에 붙이는 파일럿기장은 그렇다 쳐도 상의 왼쪽 가슴에 매다는 적기 격파 기장과 함께 전함 격파기장까지 붙이고 있으니 너무한다 싶었다. 많아봐야 자신하고 비슷한 또래일 것이라는 생각에 영웅심이 지나치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이리아도 군대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대학생으로 징집을 연기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르게 될 것이었다. 그렇지만 어차피 가게 될 것을 피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군대에 가기 전에 자신이 영화라도 하나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영화사에 들어와 경험을 쌓고 싶었는데 이런 궂은 일을 해야 하고 또한 이런 남자까지 상대해야 하니 기분이 좋지가 못했다.
“아니 왜? 사병군복으로 입으라고 했잖아요?”
그렇지만 남자는 능글맞게 웃고 있었다.
“아니 사병 군복이 없어서……어떻습니까? 뭐 그래도 중위라면 좀 봐주실 것 같았는데요.”
크라우프의 말에 이리아는 됐다고 하면서 더 이상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체크 완료되었다는 말을 했다.
촬영은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영화 촬영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대위 군복을 입고 있는 검은머리 여성의 옆으로 다가갈 수가 있었다.
“저기……이름이 어떻게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