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36
에이센으로 전향하기로 한 엘레비아는 카레나 스쿠비가 넘겨준 장성들에 대한 총살자 명단을 꼼꼼히 훑어보고 있었다. 수십 번을 찾아보아도 자신의 오빠인 래리의 이름은 없었다. 그리고 석방자 명단에는 감시 대상자로 비트 로렌조 린제이 타르고 준장의 이름이 확실히 들어 있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참 동안 처형자 명단과 석방자 명단을 번갈아 가며 확인해 보고 있던 엘레비아를 카레나는 인내심 있게 기다려 주었다. 엘레비아가 감사하다는 말을 해 주었고 카레나는 씽긋 웃으며 약속을 지켰다고 대답했다.
“이제 엘레비아도 약속을 지킬 순서에요.”
카레나는 마치 어린애 다루듯 다정하게 말을 건네면서도 위압적인 목소리로 엘레비아에게 완전히 에이센인이 되기를 요구했다. 그녀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자신이 이렇게 에이센인이 되었음으로 해서 남은 자신의 가족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처음 전향을 제의 받고 가족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덜컥 승낙을 했던 엘레비아는 카레나가 돌아가고 나서야 왜 자신에게 그러한 제안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저들이 혹시 자신을 속이려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레나가 제시한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고 나니 그들은 약속을 지킨 것 같았다. 물론 서류 자체가 조작된 것일 수도 있었으나, 오빠인 래리는 파츠 베이스의 참모총장의 부관이라는 직책에 있었고, 에이센으로서는 오빠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따라서 그녀는 에이센이 오빠를 해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거기에 자신의 노력까지 더한다면 오빠가 무사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좋아요.”
카레나가 약속을 지킨 것으로 판단한 엘레비아는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에이센으로 전향하겠다는 확답을 해 주었다.
11월 30일 아담 조슈아 디제 상위는 자신의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이번에 그는 귀향선에 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아담이 백효연의 아들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하게 된 일이기도 했다. 사실 아담은 에이센군과의 전투에서 그가 거둔 전공 때문에 사형 판결을 받았었다. 그렇지만 그가 백효연 원수의 아들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아담은 사형장에 끌려가 총살되는 대신 전격적으로 석방 조치를 받게 되었다. 이것은 아담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수많은 파츠 베이스 지도부가 처형되고 있는 이때 파츠 베이스가 성립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백효연 원수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담은 사형 집행이 취소되고 석방된 것이다. 아담은 이런 모순적인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사형을 받지 않고 귀향선을 타게 된 것만은 확실했기 때문에 더할 수 없이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아담 자신에게 늘상 무거운 짐이 되어 있었던 어머니의 이름이 이제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었다.
언제나 아담은 백효연이라는 어머니의 거대한 이름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자 최대한 그 이름을 감추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담은 그 이름의 무게 때문에 힘겨워 벗어나고 싶어 했고 감추고 싶어했던 백효연이라는 어머니의 이름 때문에 죽어야 되는 입장에서 살아나게 된 것이었다.
‘참······우스운 일이군.’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든 아담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귀향선에 오르기 시작했다. 귀향한다면 6개월분의 급여를 에이센의 다르크로 환산해 줄 것이라고 들었다. 고향에 도착하고 나면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이제까지 그러했듯이 앞으로 어떻게든 살아 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12월 2일 일요일 수도 방어 사령부 예하 함대 지휘관으로서 크라펠에서 대기하고 있던 크라우프는 265년에는 많은 인사이동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가 국방장관이 되고 아델베르크 원수나 지겔마이어 원수 같은 인물들 모두 은퇴할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특히 조지 월터 부치 대장을 중심으로 한 파츠 베이스 전선에 직접 참여한 젊은 지휘관들이 국방장관 아델베르크 원수와 통합작전 본부 장관 지겔마이어 원수에게 은퇴하도록 종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옛 백효연 원수 휘하의 오랜 지휘관이었던 아델베르크 원수와 부친이 파츠 베이스의 장관직에 있었던 지겔마이어 원수가 현직에 머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의 이런 전과가 현 황제 게르트 하우츠에게 모두 용서를 받았기 때문에 젊은 지휘관들의 이런 주장은 사실 황제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항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로 비추어 질 수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치 대장을 중심으로 한 아델베르크 원수와 지겔마이어 원수의 은퇴를 종용하는 집단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칫 부치 대장처럼 너무 앞서서 설쳐 대다가 좋지 못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가 게르트 하우츠 황제의 심복 중의 심복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어떤 말에 의하면 이리나스가 게르트 하우츠 황제의 측실이라는 말도 있기까지 했었다. 이것은 나중에 전혀 사실무근의 소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그런 소문이 떠돌만큼 이리나스와 게르트 하우츠 황제가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 때문에 부치 대장의 이런 적극적인 활동이 혹시 게르트 하우츠 황제의 의향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면서 은근하게 생각해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크라우프도 오랫동안 야전에서 활동을 했던 지휘관으로서 24세의 매우 젊은 나이였기 때문에 그를 끌어 들이려는 많은 은근한 압력 같은 것을 받았다. 특히 부치 대장을 비롯해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를 국방장관으로 올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자들은 크라우프를 자신들과 같은 부류로 끌어 들이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카디나 크렐 이후 최연소 장성으로 진급한 그였고 여러 가지 이유에서 얼굴이 많이 알려진 크라우프였기 때문에 대외적인 선전효과가 상당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들과 같은 입장을 견지해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를 국방장관으로 올리려는 일에 앞장선다면 크라우프와 비슷한 연배의 청년장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자신들의 주장에 큰 힘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입장이 입장인 만큼 그런 식의 압력에 넘어가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크라우프도 탄핵을 받는다면 받게 될 여러 가지 여건들이 많았다. 사생활의 문제도 그렇고 과거에 명령체계를 종종 무시했던 적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부 사면받은 일이기는 했지만 꼬투리를 잡는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언제든지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에서 크라우프는 남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심해서 처신해야 했다. 크라우프로서는 쉽게 나설 수 없는 입장도 있었지만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가 결코 자신의 지위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부치 대장을 비롯한 젊은 지휘관들의 이런 행동이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크라우프는 자신의 몫으로 배정된 관사에 찾아온 사람들을 보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은 말로 그들을 다독여 되돌려 보내고는 있었지만 군부에서 대대적으로 아델베르크 원수와 지겔마이어 원수에 대한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 대립상황이 본격적으로 표면으로 부상하지는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런 일련의 행동들은 265년에 있게 될 파츠 베이스 전쟁 이후 군 조직의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 행동들이기도 했다. 사실 군부 내에서도 오랫동안 고위직에 있던 지휘관들이 이제는 은퇴할 때가 되었다는 말들이 많았다. 전쟁이전에도 서둘러 중장년층의 지휘관들로 교체되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팽배해 지고 있는 중이었다.
크라우프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장교들이 돌아가고 이들이 갈 때까지 침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이레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밖으로 나왔다.
“자신들의 위치를 불안해하는 군요.”
다이레아가 걱정을 늘어놓고 있자 크라우프는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파츠 베이스 전쟁을 제대로 토벌하지 못한 기존의 고위층 지휘관들이 이제는 물러나야 할 때라고 하는 거겠지······그리고 파츠 베이스군을 토벌하는데 앞장선 자신들이 이제는 그 위치에 올라서야 할 것이라고 하는 거고······”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다이레아는 크라우프가 자신을 무릎에 앉히자 살짝 그 위에 걸터앉았다. 그녀는 크라우프의 목을 감싸 안아 주면서 이런 때 일수록 처신을 잘해야 한다고 은근하게 조언해 주고 있었다.
“그래 알겠어.”
그는 다이레아가 자신을 걱정해 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그녀의 몸을 감싸 안으며 키스를 해 주었다.
12월 3일 월요일 크라우프의 함대는 15일 간의 초계 활동에 나서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크라우프의 함대 부사령관 후안 마티니 준장은 군수 참모 루이스 대령과 정보 참모 테즈 중령등과 더불어 함대의 출발 전 상황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었다. 사령관인 크라우프는 작전 참모인 다이레아와 더불어 사령부에 들러 출항 신고를 하고 자신들이 맡아야 할 임무를 받아 가지고 올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출항에 관한 일들은 마티니 준장이 알아서 하고 있었다.
수도 방어 사령부 작전 부서를 찾아간 크라우프는 작전 부장으로부터 임무를 하달 받았다. 정해진 항로를 운행하는 상선과 민간 여객선을 보호하고 혹시 모를 파츠 베이스에 관련된 자들이 도주하는 것을 적발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크라우프는 수상한 선박에 대해서는 강제 정선 및 수색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다. 작전 부장은 현재 검문과 체포를 피해 도주하는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에 이들을 색출해 체포해야 한다고 특히 강조했다.
“알겠습니다.”
크라우프는 경례를 올려 자신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것을 다짐했고 작전 부장은 크라우프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 주며 격려를 해 주었다.
다이레아와 함께 록시나 XI호로 되돌아오고 있을 때 다이레아는 은근한 목소리로 수도 방어 사령부도 꽤나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다들 난리로군······”
크라우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파츠 베이스 전쟁이 끝이 난 이후 많은 부분이 바뀔 것 같다고 탄식을 늘어 놓았다. 사람들 모두 265년에 있을 인사이동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빨리 이런 일들이 끝났으면 좋겠다.”
그는 지금 불고있는 바람을 잠시나마 피할 수 있는 이런 함대장 자리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이런 복잡한 일에 별로 연관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련의 인사이동과 혼란들은 파츠 베이스 전쟁 이후 군 내부의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면서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 밖에 없었다. 전쟁으로 잃어버린 함대를 재건함으로서 많은 젊은 지휘관들이 발탁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를 차지하기 위한 자리싸움의 의미가 컸다. 또한 지방 군관구의 군관구 사령관들도 대거 교체될 예정이기 때문에 자신들의 자리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표출된 것이기도 했다.
“여러가지로 복잡한 상황들이군.”
크라우프로서는 이런 복잡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입장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 이런 상황들이 정리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12월 7일 금요일 21시 40분 디나는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전철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 보드 쿠벨라와 저녁 식사를 하고 영화도 함께 영화도 보았다. 보드 쿠벨라는 무척이나 친절하게 디나를 대해 주었다. 아직까지는 완전하게 그에 대해서 마음을 정하고 있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디나는 그가 다정하게 자신을 대해주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보통 남자애들은 저녁 사주고 같이 영화를 보면 꼭 침대까지 끌고 가려 한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쿠벨라는 그렇지 않았다. 사실 디나가 수녀원 출신이라고 밝혔을 때부터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을 배려해 주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마음에 들었다.
가볍게 하품을 하고 있던 디나는 조금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레나처럼 많은 일을 한다면 잠깐이라도 이렇게 시간을 낼 수도 없을 테지만 디나는 너무 한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는 졸업을 하고 나면 기자가 되어 에이센 곳곳을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에 가볼 수 있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공용 방송국의 기자 시험을 보아 합격을 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평생 처녀로 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졸음 때문인지 가늘게 눈을 내리 깔고 있던 디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카레나처럼 일이라도 많다면 몰라도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 생각외로 너무나도 많이 시간이 남았다. 너무나도 많이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나름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싶었다.
‘생각이 복잡하다.’
디나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는 디나였지만 어딘지 모르게 모든 것이 불안하고 한심스럽기 까지 했다.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긴 디나는 조금 고개를 뒤로 젖혔다. 최근에 느끼고 있는 감정 때문인지 처음 보드에게 느꼈던 대수롭지 않았던 것이 이제는 조금씩 호감이 생기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나도 잘 모르겠다.’
디나는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보드와 함께 있다가 이렇게 헤어지는 것이 기분 좋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보드와 함께 밤을 보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수녀원 출신인 것 때문인지 결혼 전까지는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앞뒤가 맞지 않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디나는 다시 한 번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때 카레나를 찾아가 상담하고 싶었지만 카레나는 지금 자시의 아파트에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일이 너무 바쁘다 보니 자주 자신의 아파트를 비웠다. 그리고 지난번의 테러 때문에 카레나는 디나가 찾아오는 것을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았다. 차라리 카레나가 시간을 내어서 가족들 끼리 함께 저녁을 먹으러 오곤 했다.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하니 하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루하게 서 있던 디나는 전철에서 들려주는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흘러나오던 음악은 잠시뒤에 그쳤고, 대신 뉴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뉴스의 내용이 파츠 베이스에 대한 것이 뻔할 것이라 생각한 디나는 신경을 끊으려 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톱 뉴스로 나온 것은 바르디아쪽 이야기였다. 민중들이 폭동을 일으켜 행정관을 살해하는 경우가 있고 바르디아 쪽에 진출한 사업가가 괴한들에게 피살되었다는 일들이 보도 되고 있었다.
“에휴······”
디나는 자꾸 좋지 못한 일이 늘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파츠 베이스의 오랜 반란이 진압되고 나니 이제는 고질적인 바르디아 쪽에서의 좋지 않은 상황이 터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쪽은 바르디아 제국이 에이센에게 멸망한지 오래되지 않았으니 당연하게 혼란스럽기는 할 것이기는 했다. 그녀는 졸업하고 기자가 되면 꼭 바르디아에 가봐야 겠다는 결심을 굳히며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런 디나의 걱정이나 불안감과는 상관없이 그녀가 타고 있는 전철은 정해진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많은 사람들이 쉴 새 없이 타고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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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왜 엘레비아가 저리 생각이 없느냐”…하는 질문이 있을지 몰라 간단하 변명을…
그녀는 장교이긴 합니다만 참모가 아니라 일선에서 뛰는 전투 지휘관이지요…즉, 보고 접할 수 있는 것이 전투에 한정되어 있습니다…즉, 폭 넓게 사고하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고 하려고 하지 않었지요…그러니 믿을만한 증거를 눈앞에 보여주면 의심은 가지만 확증은 없는 상태가 되어…되도록이면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을 것 입니다…왜냐하면….죽다 살아났으니까요…^_^;;
음…그리고 디나…흐흐흐…보드에게 넘어가겠군…흐흐흐…(←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검은 오러…)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01…
‘다크크라이드’님…치열한 경쟁을 뚫고 쟁취하신 1타…축하드립니다…^_^)/ 그리고…흐흐흐…저랑 비슷한 느낌의 오러를 푸이기시다니…흐흐흐…’ㅂㅌ’의 일족이신 것이 확실…퍽~!! 크흠~! 음…농담이 아닙니다…퍼걱~!! 에~ 엘레비아를 크라우프의 휘하로 배속시키는 것은 별 문제가 없습니다만…지휘관으로는 힘들지 않을까…합니다…한참전에 흡수한 바르디아인에 대한 감정도 좋지 않은데(ex 에이린) 바로 얼마전까지 싸웠던 파츠 베이스라면…쿨럭~ 그나저나 ‘창두개신공’은 언제 익히셨는지…쿨럭~
‘너를위한’님…허허허…궁극의 1타대비 무공인…’창두개신공’에 당하셨군요…허허허…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음…그런데 크라우프는 편하게 살지는 않는데요…보이기만 그렇지 실제로는 황태자라는 놈이 바리스타를 타고 일선에서 총쌈을 했으니…게다가 죽을 뻔한 위기도 상당히 많이 겪지 않았습니까…황궁에서 딩가딩가하면서 놀 수도 있었는데 일선에서 직접 싸우기까지 했다면…울나라에서는 저~얼~때~!!! 볼 수 없는 ‘오블리스 노블리제(맞나?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를 몸소 실천한 것이지요…
‘마이트레야’님…움찔~! -ㅁ-;…순간적으로 저를 향해 이빨을 가시는 것으로 착각했다는…그런데 ‘내전(이라쓰고 침전이라 읽는다)’라는 표현…원츄~ 이옵니다…^_^)乃
‘휴식시간’님…어허허…아직까지 리플경쟁에 대한 경험이 적으신 듯…1타를 차지하려면 가장 기초적인 무공인 ‘선리플 후감상신공’은 기본이고, 어제 승리의 주역인 ‘창두개신공’과 ‘오초새로고침신공’, ‘잘라붙이기신공’ 등등을 익숙하게 시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허허허…수햏에 힘쓰세요…^_^;;; 음…황태자비를 바르다아쪽에서 고른다면 그쪽을 공격하는데 명분이 없잖습니까…게다가 국내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니…쿨럭~ 뭐…그래봤자 150년 짜리이니…나중에 다시 바르디아쪽에서 뽑으면…쿨럭~
‘horizon’님…쿨럭~ 구해주다니요…어허~ 엘레비아를 구해주려면 감옥에서 탈옥시켜야 하는데…그러면 쿨럭~ 크라우프도 범죄자(?)가 된다는…그냥 얌전히 빼오는 것이 좋지요…^_^; 호감이야 천천히 가지게 하면 되니까요…음…의지할 곳이 없는 엘레비아의 마음을 가로채는 크라우프! 캬~ 쥑이지 않습네까? ^0^)/
‘판타로드’님…흐흐흐…나중에 보시면 엘레비아를 꼬드긴 방법이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갔다는 것을 잘 알게 되실 듯…아…너무 쉬운가요? 뭐, 조만간 나오겠지만…예상하시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는…저 같은 경우는 삼국지할 때 포로 장수는 웬만하면 죽이지 않죠…아무리 능력치가 나빠도 쪽수를 채우는데에는 쓸모가 있더라는…단! 배신자는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그냥 써걱~!
‘yaiddasya’님…쿨럭~ 음..그러고 보니 손으로 편지를 써본게 거의 7년이 되어가네요…군 훈련소에서 부모님께 쓴 것이 마지막이었으니…쿨럭~ 다른 인간들은 애인한테 보낸다고 매일매일 편지지 사 날랐지만…쿨럭~ 솔로이다 보니 훈련소 이후에는 써보질 않았다는…저때만 해도 의경들은 외박이 자주 있었거든요…(물론 지역마다 다르긴 했지만)…게다가 요즘에는 그냥 전화로 때우니…살기는 편해졌지만 ‘로망’은 점점 사라지는 듯 하다는…( ‘.’)>
‘파란강아지’님…음…조금 다른 이야기 이지만 본래 아담은 죽을 예정이었습니다…작가넘이 죽인다기에 제가 말렸지요…새로 캐릭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캐릭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라고요…뭐…작가넘이야 머리아프겠지만요…응? 쓸데없는 소리 그만 두라구요? 아 네엡…-ㅅ-; 전 그냥 아담에게도 축복을 내려야 하는가 해서리…주절주절…쿨럭~
‘창세전쟁’님…쿨럭~ 음…그렇다면 상당기간 압박 속에서 살아야 하겠군요…쿨럭~ 확실히 넘어 가려면 아직 상당히 남은 것 같으니까요…하지만 그때가 되면 홀가분(?)해 질 것 같으니…흐흐흐…대략 안심…^_^;
‘흑호’님…쿨럭~ 확실히 의미심장한 숫자이지요…1억 다르크…음..그런데 거부권은 있습니다…물론 거부하는 사람이 없어서 유명무실하기는 하지만…확실히 있기는 있다는…음…엘레비아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스토리로 나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하다는…쿨럭~ 돌 맞으려나…-ㅅ-;
‘와룡’님…음…실미도라…죄송하지만 작가넘이나 저나…실미도를 보지 않아서리…^_^;; 나중에 어둠의 루트를 통해 구해보려고는 합니다만…돈 내고 보기는 조금…윽~! 뭡니까? 그 눈빛 공격은…으….흑~ 그래요… 맞습니다…ㅠ_ㅠ 커플들의 엽장이 싫기 때문이에요…왜 어두워지기만 하면 바싹 달라붙냔 말입니다…영화는 보지도 않으면서 도대체 왜~! 우에엥~ ㅠ_ㅠ
‘soulschaos’님…쿨럭~ 음…역시 돈 준다는 내용은 뺄 걸 그랬군요…다들 너무 쉽게 눈치채시다니…그런데 전사하면 지급하는 1만 다르크=1억원이니…1억 다르크면 도대체…쿨럭~ 음…리플의 압박…무섭기는 합니다…답변을 작성하는데만 거의 3~40여분이 걸리니…하지만 재미있는 걸요?…^_^)/
‘검은묵시록’님…흐흐흐…래리의 문제가 나중에 나옵니다만..흐흫…아무말 안할랍니다…흐흐흐..^_^;;
‘무쏘’님…사리 알고보면 래리도 뛰어난 인물이기는 하지요…그런데 생각해 보면…래리가 크라우프의 정체(=황태자)를 모르는 상태라면 조금 문제가 될 듯…”아니 저놈이 내 순진한 여동생을 꼬드겨서 양다리도 모자라 하렘을 꾸며? 내 이놈을 당장에~!!!”…라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쿨럭~ -ㅅ-;
‘toyr’님…카레나는 할머니…는 아닙니다..나이가 아직 50대던가? 암튼 그렇지요…작가넘이 외출중이란 정확한 것은 알 수없네요…^_^; 음…그런데 사기꾼이라기 보다는…엘레비아는 자신을 파츠 베이스의 국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테니…확실히 인연을 끊도록 종용한 것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_^;; 예? 갑자기 왠 변호냐구요? 에…또…그냥요…-ㅅ-;
‘넵튠’님…흐음….에….으으음…(생각중…)…음…도저히 모르겠군요…말슴하ㄱ신 ‘흐흐흐’의 의미를 잘 모르겠네요…음…아~!!! 혹시 ‘거시기’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아 그럼 진작에 ‘거시기’라고 말슴을 하시지요…잘 못알아 들었잖습니까…흐흐흐…
‘英雄’님…지적하신 부분은 오늘 들어 있습니다…엘레비아는 ‘좋게’ 생각한 것이지요…흐흐흐…음…엘레비아가 들어간다고 해도 그리 막강해진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옛말에도 있지 않습니까…”다구리엔 장사없다”…쿨럭~ ^_^)/
오늘은 정상적인 시간에…조아라가 조금 나아진 것 같아 다행이군요…^_^
…소제목을 변경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0^)/~
파츠 베이스 전쟁 이후 에이센 수뇌부에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20년 전쟁 이후 자리를 지켜 왔던 고위 장성들과 파츠 베이스 전쟁에 참가한 신진 장성들 사이에서 풍기는 묘한 기류가 바로 그것이었다. 특히 265년 정기 인사에 관해서 많은 루머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크게 눈에 띄는 것은 구 관료 집단에 속해 있던 장성들과 파츠 베이스 전쟁을 통해 성장하게 된 신진 장성들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은근한 퇴진 압력이 대표적이었다. 신진 장성들은 주로 전선 사령관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를 국방장관에 올리려고 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논쟁이 일어나게 된 것은 파츠 베이스 전쟁에 참가한 장군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20년 전쟁 이후 군 주요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고위 장성들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파츠 베이스를 조기에 진압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젊은 지휘관들이 나이든 지휘관들에게 대해 자신의 지위만을 유지하려 한다고 생각하게 된 탓이기도 했다. 이제 자신들이 파츠 베이스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니 파츠 베이스의 반란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하고 지위 유지에만 급급했던 자들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젊은이들의 공통된 의견인 것이다. 사실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도 20년 전쟁에 참가햇던 경력이 있는 오래된 지휘관이었지만, 신진 장성들이 마땅히 구 장성들에게 대항해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었던 관계로 그녀를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옛것을 밀어낸다는 명분을 조금 약화시키기는 하지만 신진 장성들이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를 선택해 그녀를 국방장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을 밀어 붙이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다.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가 황제의 심복 중의 심복이기 때문에 그녀를 통한다면 황제도 설득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였다. 그리고 이리나스는 처음부터 게르트 하우츠 황제를 통해 성장한 인물로서, 옛 백효연 원수의 심복인 아델베르크 원수나, 부친이 파츠 베이스에서 장관을 지낸 전과가 있는 지겔마이어 원수처럼 문제될 만한 과거가 없었기 때문에 파츠 베이스의 잔재를 없애자고 하는 신진 장성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었다. 비록 아델베르크 원수와 지겔마이어 원수 모두 20년 전쟁을 경험한 역전의 관록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도 이들 못지않은 전공과 공적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에게 비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점도 이리나스를 지지함으로서 얻어질 수 있는 이득 중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실적도 공적도 낮아 그 자리에 마땅하지 않은 사람을 국방장관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특히 조지 월터 부치 대장을 비롯한 지휘관들이 앞장서서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를 국방 장관에 올리자는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정작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는 부치 대장의 이런 활동에 대해서는 별다른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신진 장성들은 처음에 자신들이 의도하려 했던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다. 비록 이리나스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내세웠던 것을 철회할 만한 여유도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일을 크게 벌여놓아 적극적이지 않은 이리나스가 어쩔 수 없이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도 그들이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이유였다.
12월 10일 14시 30분 월요일 조지 월터 부치 대장과 뜻을 함께 하는 니콜 아몬드 대장은 홀로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를 찾아갔다. 사실 부치 대장과 아몬드 대장으로서는 이리나스의 뜻을 확실하게 해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게르트 하우츠 황제가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고 국방장관 아델베르크 원수와 통합작전 본부 장관 지겔마이어 원수가 수세적인 입장에 몰려 있는 중이기는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가 자신들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만 한다면 큰 힘이 될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두 대장은 확실하게 이리나스의 뜻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사실 이제껏 이리나스는 특별하게 그 자신을 지지하는 집단을 만들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아델베르크 원수나 지겔마이어 원수가 오랜 야전 생활을 통해 얻게 된 동료들과 부하들이 강력한 지지기반이 되어주는 것과는 달리 그녀는 별다른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이리나스가 지지세력이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스스로 그녀의 밑에 들어감으로서 위치를 보다 확고히 굳힐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이리나스를 만나 지지를 약속해 주겠다고 하여 그녀가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해 줄 것을 부탁하러 온 것이었다.
우주 함대 사령장관이라는 지위에 있는 이리나스는 파츠 베이스 전쟁 이후 손상된 함대의 재건 문제 때문에 통수본부 장관 어빙 루드히 원수와 여러 가지 문제들을 상의하고 돌아온 길이었다. 그때 니콜 아몬드 대장이 면담하기를 청한다는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그녀는 최근의 심상치 않은 군부내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니콜 아몬드 대장이 무슨 이유 때문에 자신을 찾아왔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로서도 이런 신진 지휘관들의 움직임이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리나스는 신진 지휘관들에게 자신의 태도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니콜 아몬드 대장이 안으로 들어와 경례를 올렸고 이리나스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어서 오라고 그녀를 맞아 주었다.
“예! 각하······”
아몬드 대장은 살짝 고개를 숙인 후 이리나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인가? 요즘 함대 재건 문제 때문에 도통 바빠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모르겠네만.”
그녀는 아몬드 대장을 한 번 바라보았다가 책상에 놓여 져 있던 서류에 시선을 돌렸다.
니콜 아몬드 대장은 이리나스가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이리나스가 자기 자신의 감정을 쉽게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지간한 상황에서라도 이리나스는 침착함을 유지시키고 있었고 목소리의 높낮이도 거의 일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리나스의 감정을 알아내는 것은 곁에서 오래 복무한 부관조차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은근하게 떠보면서 표정의 변화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이리나스가 말을 그렇게 많이 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어리 숙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니콜 아몬드 대장으로서는 신중하게 이리나스를 상대해야 했다.
니콜 아몬드 대장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려 입을 열었을 때 이리나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안하네! 어서 말하게!”
갑자기 씽긋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이리나스를 보고 니콜 아몬드 대장은 순간 몸을 움츠렸다. 그녀에게서 알 수 없는 위압감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예······각하······”
니콜 아몬드 대장은 마른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뒤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각하 저희들에게 힘을 실어 주십시오.”
이리나스는 갑작스럽게 자신들의 목적을 내뱉은 니콜 아몬드 대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물론 눈동자에도 놀랍다거나 동요의 빛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고요함 그 자체였다. 니콜 아몬드 대장은 그것이 이리나스가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것인지 아니면 무슨 말인지 몰라 의아해 하는 뜻인지 몰라 의아스러웠다. 그녀는 전자를 기대하면서도 후자를 생각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조심스레 덧붙였다.
“각하! 각하께서는 이번 파츠 베이스 전쟁을 승리로 이끄셨습니다. 이제 각하께서 국방 장관 같은 고위 관직에 오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각하께서는 파츠 베이스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수많은 희생을 치루셨지만 아무런 보상도 없지 않았습니까?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니콜 아몬드 대장은 자신이 말을 해 놓고도 앞뒤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도 모르게 이상하게 움츠려 드는 기분 때문에 말이 이상하게 나와 버린 것이었다. 니콜 아몬드 대장은 순간 얼굴이 붉어져 버렸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이리나스는 슬쩍 웃음을 지어 주었다. 그것을 자신들에 대한 지지로 인식한 니콜 아몬드 대장은 순간 야릇한 승리감 같은 것에 젖어 있게 되었다. 그때 이리나스는 몇 번 고개를 끄덕이면서 니콜 아몬드 대장을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이리나스가 입술을 떼었을 때 아몬드 대장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나는 반란군을 쳐 없애 버린 것 뿐이지 포상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네.”
이리나스는 자신의 입장을 그 한마디로 대변해 버렸다. 그 순간 니콜 아몬드 대장은 자신이 불리함을 깨달았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이리나스를 설득하려 했다. 그녀로서는 이리나스가 자신들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았을 때 가져오게 될 파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간곡한 어조가 되어 이리나스가 자신들을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을 해 주었다.
“각하.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현재 전선에서 공훈을 세운 자들에 대한 적절한 포상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구 관료 집단들이 자신들의 기득권만을 유지하려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공훈이 있는 사람들은 그 보상을 받고 이제는 그 자리 지키기에만 연연하고 있는 고위 관료들이 은퇴할 기회를 만들어 주자고 하는 것입니다.”
니콜 아몬드 대장으로서는 그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털어 놓았다. 그녀의 말을 듣게 된 이리나스 피틀레아 원수는 씽긋 웃기만 하고 있었다.
“전에도 그런 말을 한 사람이 있었네······그리고 파츠 베이스 군인이 되었지······”
이리나스가 내뱉은 말을 들은 니콜 아몬드 대장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져 옴을 느낄 수 있었다. 이리나스는 니콜 아몬드 대장도 반란을 일으킬 생각이냐고 묻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각하! 오해이십니다. 저희들은······”
니콜 아몬드 대장이 재차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려 들었을 때 이리나스가 그녀의 말을 가로 질러 버렸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하지만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을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네.”
이리나스의 대답을 들은 니콜 아몬드 대장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이리나스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리나스는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었지만 두 눈만큼은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의 뜻을 이해한 아몬드 대장은 슬쩍 고개를 끄덕 인 후 경례를 올렸다. 이리나스도 살짝 고개를 끄덕여 준 후 니콜 아몬드 대장의 경례를 받아 주었다.
이리나스로서는 충고를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을 해 준 것이었다. 그녀는 신진 지휘관들이 자칫 반란을 획책하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리나스는 저런 식의 신진 지휘관들이 구 관료 조직에 대항해 베르베라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경우를 여러 번 보아왔기 때문에 사전에 이들의 행동을 가로막기 위해 그렇게 충고를 해 준 것이었다.
20년 전쟁 이후 군 조직 재편성 과정이 진행되던 도중에 베르베라에서 있었던 2번의 군사 쿠데타는 비록 황제를 직접적으로 노린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기존의 관료 조직에 대한 신진 지휘관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벌어지게 된 것이었다. 그 2번의 군사 쿠데타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사실 에이센으로서는 감추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전국적인 언론 보도에서는 그 2번의 쿠데타 모두 다소간의 혼란 상황 등으로 인해 벌어졌던 사소한 오해 정도로 일관되게 함축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실제적으로 언론에서 보여진 쿠데타 상황에 비해 실제 그 2번의 쿠데타를 진압하기 위해 나섰던 이리나스는 자칫 에이센이 전복되었을 수도 있었을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서 아찔한 느낌까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