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38
“뭐 결혼 같은 것이야, 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잊지는 말아라. 특히 너의 첫 결혼은 중요하니까 말이지.”
카레나가 은근하게 충고 섞어 조언을 해 주니 디나는 알겠다면서 삐죽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디나가 입을 잔뜩 내밀고 있자 카레나는 엷게 웃으면서 디나가 자신에게 만들어준 요리를 입안에 흘려 넣었다.
“그나저나 이것 제법 맛이 좋다. 결혼해서 남편한테 요리 못한다고 구박 받지는 않겠어!”
“그런가?”
카레나에게 칭찬을 들은 디나는 순간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카레나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그래······아! 디나야······너 이번 신년 파티에 참석해야 할 것 같다.”
“뭐? 왜 내가?”
이제껏 신년 축하 파티와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 디나는 자신의 혈통 때문에 나서 본 적은 없었다. 이것은 황녀로서의 삶 보다는 디나 자신으로서의 삶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디나에게 신년 파티에 참석하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너는 황녀잖아······더욱이 올해는 파츠 베이스 전쟁도 종결된 해이고 말이지.”
파츠 베이스 전쟁이라는 용어가 언제부터 쓰이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파츠 베이스의 성립 이후 전쟁이 종결된 후 항복으로 인한 멸망에 이르는 시간 동안을 파츠 베이스 전쟁으로 부르고 있었다. 이 전쟁 기간 동안 수많은 에이센인들이 사망하고 파츠 베이스 전쟁을 종결짓기 위해서 많은 인력과 물자가 투입되었다. 덕분에 황실은 혼란스러워진 민심을 바로잡고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장군들과 병사들을 위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따라서 264년이 가고 265년을 맞이하게 되는 신년 파티는 여느 때와는 달리 상당히 크고 화려하게 치루어질 예정에 있었다.
하지만 디나는 그런 필요성 같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그런 자리에 나서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불쾌감 같은 것을 드러냈다. 아니 불쾌감 같은 것이 아니라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결정되어 버렸으면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황실의 직계 혈통을 가진 황녀로서 황실 가족들이 참가하는 공식적인 자리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럼 오빠도 나오는 거야?”
디나는 현재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크라우프 페트릴이라는 이름으로 있는 크라우프도 그 자리에서 공개 되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카레나는 슬몃 웃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렇지는 않아······하지만 코프 녀석도 참가하기는 할 꺼야.”
“그럼 난 오빠를 보고도 모른 체해야 되는 거야?”
웃기는 상황이라면서 약간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디나에게 카레나는 좋은 말로 다독여 주었다.
“너는 군부 내에서의 움직임 같은 것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을 테지만······상황이 좀 좋지 않다. 알겠니? 굳이 황실 가족이 신년 파티에 너까지 참석하라고 하는 이유도 그것에 있어······이해 부탁해한다. 디나야.”
카레나가 간곡하게 부탁조로 말을 하니 디나는 입술을 삐죽 하면서도 알겠다고 대답했다.
12월 24일 월요일 엘레비아 아네스 린제이 타르고 상위는 에이센인이 되겠다고 전향 의사를 밝힌 후 카레나 스쿠비라는 여성의 도움으로 다시 태어나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 버렸다. 차근차근 카레나는 엘레비아가 에이센인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 주었다. 사실 에이센이나 파츠 베이스나 서로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교육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별로 바뀔 것은 없었다. 그렇지만 엘레비아는 자신이 앞으로 티아라 고메스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들었을 때 어딘지 모르게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새로 만들어진 그녀의 서류에는 엘레비아의 본래 출생지인 록세비엔 행성계가 고향으로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 이외의 것은 모두 꾸며져 있었는데, 파츠 베이스가 성립된 이후 대대적인 주민 탈출이있었을 때 부모와 함께 파츠 베이스를 이탈해 친척들이 거주하고 있는 에이센의 사르메스로 이주한 것으로 있는 나와 있었다. 사실 엘레비아는 록세비엔 행성계에서 나고 자랐으며 군대에 들어오기 전까지 그곳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지만, 새로 만들어진 기록에서는 개인 화물선을 운영하는 가족과 함께 우주 곳곳을 떠돌며 성장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그리고 군대에 갈 나이가 되어 지방 사관학교에 들어갔고, 졸업 후 행성간 경비대 파일럿으로서 파츠 베이스 전쟁에 참가해 몇 곳을 전전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수도에서 대대적으로 재건되는 함대 재건 계획에 의거 수도로 전보 발령을 받게된 것으로 되어있었다. 그녀가 에이센 군인으로서 부여받은 계급은 중위였다. 종전때 엘레비아가 가진 파츠 베이스군의 상위 계급은 에이센으로 친다면 소령 정도 였지만 그녀는 이제 중위로 강등된 것이다. 티아라 고메스의 기록상으로만 본다면 이렇다하게 공적을 세운 것도 아니었다. 소위로 임관해 중위로 승진할 때까지 적기를 2기 정도 격추시킨 것 이외에는 별다른 공적 없이 기간이 만료되어 승진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카레나는 서류에 허점이 없도록 티아라 고메스의 신체검사 기록과 배치 받은 부대에서의 근무 기록, 정기 검진 기록, 상관 평가 기록 같은 것들을 조작해 두었다. 사실 티아라 고메스라는 이름과 그녀가 배치되었다고 조작된 행성간 경비대는 파츠 베이스 전쟁 때 소집되어 전쟁에 참전했다가 궤멸된 부대였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도 그 행성간 경비대원들 중에서 연고 가족이 없는 사람들 중에서 고른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순전히 기록 조작이 쉬웠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기도 했다. 실제 티아라 고메스는 경비대와 함께 전사했지만, 엘레비아가 가지게 되는 기록에서는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정찰을 나갔다가 그녀의 소대만이 운좋게 살아남은 것으로 되었다. 그리고 소대원들도 차례대로 이후에 벌어진 다른 전투에서 전사해 버린 것으로 되어있었고, 현재 티아라 고메스 중위는 기록상으로는 소속 없이 홀로 살아남아 있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럴싸하게 모든 기록이 조작되어 엘레비아가 티아라 고메스로 둔갑되어 버렸다. 그렇게 특징적이지도 않고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운이 좋은 티아라 고메스 중위는 이제 수도로 정식 발령을 받게 되었고 그녀는 통수본부 예하 인사부의 정식 임명장을 들고 수도 방어 사령부 인사부를 찾아가게 되었다.
티아라 고메스 중위는 자신이 입고 있는 에이센 군복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깨에 달려 있는 중위 계급장이나 허리를 살짝 죄고 있는 군복 벨트의 기분이 전에 입고 있던 파츠 베이스군 군복과는 전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고 있는 군복 바지가 하체에 꽉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전체적으로 무언가 어색하고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에이센 최대의 군사 기지 크라펠 기지의 우주항에 내려선 티아라 고메스 중위는 주변이 온통 에이센군 병사들로 가득 차 있자 적잖은 괴리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부터 그녀는 에이센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애써 그런 어색함을 없애 버려야 겠다고 다짐했다.
“저······”
티아라는 수도 방어 사령부를 찾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같이 군용 수송선을 타고 온 사람들은 금새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크라펠 기지에 처음 도착한 티아라로서는 모든 것이 서툴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 속에 섞여 우주항을 빠져 나오기는 했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몰랐다. 어리둥절해 서 있는 티아라를 보고 근처를 배회하고 있던 헌병이 다가왔다.
“중위님. 어디를 찾으십니까?”
티아라는 자신에게 다가온 덩치 큰 에이센 헌병을 보고 기겁했다. 그것 때문에 상대도 놀라 목을 움츠렸다.
“아?”
이런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둔 말이 많이 있었지만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헌병은 티아라의 가슴에 달려 있는 신분증을 내려 보더니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
“고메스 중위님, 목적하시는 곳을 말씀해 주십시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티아라는 그제 서야 상대가 상병임을 알아 차렸다.
“아? 상병, 미안하네만 내가 이곳이 처음이라서 잠깐 당황한 듯 하네······수도 방어 사령부를 찾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혹시 상병이 자신의 정체를 알아 차렸나 걱정되었지만 상병은 친절하게 어디를 가서 무엇을 타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그녀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친절한 헌병에게 고맙다고 대답하며 그가 가르쳐준 곳으로 향했다. 긴장을 늦추고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해 보니 좀전의 헌병은 크라펠에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길안내를 해주는 임무를 가지고 잇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센 군인들이라고 해도 크라펠에 처음 오는 사람은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종종 마주친 헌병들이 허리에 권총을 차고 있거나 가끔 등에 접이식 소총을 메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항구의 치안을 확보하는 병력들로 생각 되었다.
어쨌거나 헌병이 가르쳐준 대로 고속 이동 열차에 탑승한 티아라는 별다른 일 없이 수도 방어 사령부를 찾아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곳에서 수도 방어 사령부 예하 인사부라는 곳을 찾아가기 위해서 한참을 애먹어야 했다. 결구 다시 헌병의 도움을 받은 그녀는 인사부를 찾아가 통수본부 장관의 사인이 담긴 전속 명령서를 내밀 수 있었다.
“티아라 고메스 중위님이시군요. 알겠습니다. 인사 발령자 우선순위에 넣어 드리겠습니다. 추가적인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실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인사부 계원은 티아라의 전속 명령서를 접수한 후 그녀에게 그렇게 대답을 해 주었다. 티아라는 그 뜻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이내 수도 방어 사령부 내의 정식 인사 발령이 곧 있을 것이니 별도로 마련된 대기실에서 대기하라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티아라는 에이센에서는 이런 별도의 인사 대기자 숙소까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남녀용 구별 없이 사람들이 들어가 있는 인사 대기자 숙소에서는 수도 방어 사령부로 전속 명령을 받은 많은 장교들이 자신들이 배치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를 안내해준 인사부 직원이 정해준 비어 있는 침대 한 곳을 차지하고는 짐을 내려놓았다. 인사부 직원은 늦어도 7일 이내에는 티아라가 있을 곳을 정해 줄 것이라고 말하면서 잠시 동안 이곳에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숙소와 공동욕실 같은 것을 일일이 가르쳐준 인사부 직원은 자신들은 언제쯤 배치 되냐고 묻는 사람들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를 붇잡고 배치 시기를 물어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기에서 2~3일 정도를 머문 사람들이었다. 어쨌거나 티아라가 있는 인사 대기자 숙소에는 많은 수의 인사 대기자들이 먼저 들어와 자리하고 있었다. 육군 훈련소 같이 꾸며져 있는 대기자 숙소에 들어와 있는 동안 그녀는 혹시나 이들이 말을 걸어올까 두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짐을 내려놓고 신병처럼 앉아 있었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티아라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각자 지루함을 잊으려는 듯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워 있거나 운동을 하거나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일부 마음이 맞는 사람들은 둘러 앉아 카드를 즐기고 있었다. 그녀는 짐을 정리해 놓고 나서 화장실을 가는 척 하면서 대기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면서 파츠 베이스나 에이센이나 사람들은 똑같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화장실은 꽤 깨끗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남녀용의 구별은 없었기 때문에 티아라는 남자가 사용한 칸에 들어가 용변을 해결했다. 그녀는 다시 자신이 대기하고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좀전과 마찬가지로 다른 대기자들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각자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고 티아라도 이내 자신도 그 지루함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다.
12월 27일 15시 40분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이 지휘하는 함대는 수도 방어 사령부 소속 함대로서 정해진 순찰 임무를 완수하고 크라펠로 복귀했다. 그는 항로 경비와 상선 보호와 해적 행위 단속, 그리고 파츠 베이스 전쟁 수배자 수색 같은 임무를 수행했고 큰 문제도 일어나지 않고 별다른 어려움도 없이 이번의 임무는 끝이 났다.
램지 프레드릭 루이스 대령은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 휘하의 군수 참모였다. 그는 인사 참모도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항하게 되면서 새롭게 맞이하게 된 신임 장교들을 가장 처음부터 만날 수 있었다. 작전 기간 동안 사용한 군수 물자에 대한 보고서를 수도 방어 사령부 군수부에 넘겨준 그는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의 함대로 배치 된 신병들과 신임 장교들을 만나 보게 되었다. 그는 젊고 혈기 왕성한 장교들을 바라보면서 이들에게 이 함대에서의 생활이 좋은 경험으로 남게 되도록 하라는 충고를 해 주었다.
“그래 만나서 반갑다. 최선을 다해 보자.”
루이스 대령은 신임 장교들 중에서 크림색 머리카락의 중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미인 여성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잠깐 시선을 흘려 보았지만 이내 이들의 전입을 환영한다는 말을 해 주었다. 그는 일단 사령관이 사령부에 보고를 마치고 돌아오는 대로 이들을 사령관에게 소개해 주겠다고 말해 주었다.
서로간의 무관심 속에서 3일 간을 대기한 티아라는 자신이 드디어 배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랐다. 적어도 이런 지루함과 어색함에서 벗어나 자신이 자리잡을 곳이 생겼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배치 받은 함대 사령관이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내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에이센의 크고 작은 함대 중에서, 그리고 셀 수도 없는 많은 에이센의 소장급 지휘관들 중에서 하필이면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의 지휘하로 들어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항의할 수도 없는 입장인 티아라로서는 그 크라우프의 눈에 띄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만약 그가 눈치없이 자신이 구 파츠 베이스군 에이스 파일럿인 엘레비아 아네스 린제이 타르고임을 밝힌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의 함대가 무려 6천척의 함정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크라우프가 탄 배가 아니라 다른 배로 배치되기를 내심 간절히 바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런 티아라의 기대와는 달리 그녀는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의 기함 록시나 XI호로 배치되었고 같은 함으로 전속되는 다른 장교들과 함께 함대의 군수와 인사 참모를 만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곧 사령관과 대면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녀는 제발 크라우프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기를 바랬다. 사실 중위였기 때문에 같이 배치되는 소령이나 대위 같은 계급을 가진 사람들 보다 뒷열에 서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가 자신을 못알아 볼 것이라는 야릇한 기대 같은 것을 가질 수는 있었다. 하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불안하게 1시간 정도를 대기하다 보니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이 복귀해 있었다. 티아라는 역시나 자신이 알고 있던 크라우프가 모습을 드러내자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크라우프의 뒤를 따라 전투 지휘관이라는 직책을 가진 대령 계급의 게리 쉐프턴이라는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자신의 휘하로 전속된 장교들을 만나기 위해 안으로 들어섰던 것이었다.
크라우프의 방에 모여있는 장교들 앞에서 루이스 대령과 크라우프가 서류를 한 장씩 넘기면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티아라는 그들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자신들일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크라우프가 인사기록이 적혀있을 서류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긴장을 더해가며 조금씩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숨이 막힐 듯 한 긴장감 속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으니 방문이 열리면서 함대 부사령관인 후안 마티니 준장이 늦어서 미안하다면서 장교들의 인사를 받기 위해서 들어섰다. 티아라는 이것으로 모일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서류를 모두 훑어 본 크라우프는 전속을 받은 장교들에게 간단하게 열심히 해줄 것만을 당부했다.
“예! 알겠습니다.”
안에 모인 신임 장교들은 모두 큰 소리로 대답했다. 티아라도 그런 사람들과 함께 대답을 해 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티아라로서는 에이센 장군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대답을 해 주는 것 때문에 기분이 묘해질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얼마전까지 서로 싸우던 사이였기 때문에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이제 곧 끝날 것이라는 안도감에 젖어 있던 티아라는 곧 기겁할 수 밖에 없었는데, 함대 사령관인 크라우프가 신임 장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온몸이 완전히 굳어서 크라우프가 악수를 건네며 어깨를 두드려 줄 때 하마터면 크게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다행이도 크라우프는 티아라를 알아보지 못했는지 별다른 말없이 그냥 지나쳤고, 티아라는 그가 지나간 다음에 알게 모르게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크라우프의 방을 나서면서 티아라는 함대 사령관이 직접 신규로 전입한 장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해 주는 것을 처음 보기 았기 때문인지 어딘지 모를 흥분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사히 모든 일이 끝이 나고 티아라는 아세라 세라 우르반 소령이 지휘하는 록시나 XI호의 제 2공전대 소대장이라는 보직을 받게 되었다. 티아라는 아세라가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그래도 자신이 이곳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면 충분하게 적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지내게 될 내무반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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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라 고메스’라…이제 엘레비아라는 이름은 없어졌군요…^_^;
…마음에 드십니까? 아니면 낭패…ㅡ_ㅡ;
음…그리고 래리나 다른 파츠군 캐릭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한참 후에나 나올 듯 하군요,..
궁금해 하고 계신 분이 있을 테지만(…설마 하나도 없지는 않겠지…) 잠시 기다려 주세요…
…언젠가는 나오겠지요…설마 그대로 썩히겠습니까? ^_^;
음…한가지 질문을 드릴까…하는데요…작품 올릴 때 그림이나 음악같은 것도올릴 수 있나요?
다른 것이 아니라 어제 어떤 소설을 읽다보니 갑자기 음악이 흘러 나와 ‘깜딱’ 놀랬다는…-ㅅ-;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불쌍한 컴맹 하나 구해주는 셈 치고 갈켜 주세요…
오늘도 여전히 한편만 올립니다…Next-04…
‘yaiddasya’님…이야아~!!! 진짜 오래간만에 1타를 차지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0^)/~ 음…그리고 ‘yaiddasya’님의 분신인 야이다 크라프트 호우드 윙게이트 상사는…연인인 알리시나와 함께…쿨럭~ 밀월 여행을…ㅡ_ㅡ; 음…그리고 질문해 주신 ‘인재’에 대한 답변은 아주 간단합니다…사람에게는 각자의 개성이 있고 재능도 모두 다르지요…즉…아무리 군사적으로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군인이 되기 싫으면 하지 않는 것이지요…은영전의 얀 웬리도 별 수 없어서 군인의 길을 걸을 뿐 군을 싫어하잖습니까…에이센의 경우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은영전의 자유행성동맹과는 달리 매우 부유한 편이니 굳이 군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요…다른 곳에서 자신의 뜻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데 굳이 군을 고집할 필요가…^_^; 게다가 말 그대로 인구도 많고 땅도 넓은 에이센이니…그런 인재들이 눈에 띄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초야에 묻혀 사는 경우도 많을테고…자신의 재능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는 더욱 더 많겠지요…물론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따로 선별하는 제도가 있을 테지만…그것이 꼭 군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뭐, 대강이나마 답변이 되었으면 좋겠군요…음..그리고 디나의 황비화 건의는…기각~!!
‘판타로드’님…으으음…코멘트가 말으니 좋기는 한데…읽어보고 답변을 드려야 하는 저는…쿨럭~ 아~ 불편하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동문서답’을 할까봐 그것이 거시기 하다는 것이지요…^_^; 으음…디나를 포기하시지 못하시는군요…이번에 아주 약간이나마 답변이 되는 말이 나왔었지요…흐흐흐…음…작가가 어찌 쓰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제 생각으로는 아마 황태자랑 황태자비의 얼굴은 공개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한쪽이 알려지면 다른 한족도 알려질 것이 뻔하고…그렇게 된다면 크라우프가 전선으로 향할 수 없게되니…군 작전에 지장을 주게 되므로…황태자가 소장이라지만 자리하고 잇으면 원수라 할지라도 초난감…”저기…황태자 전하 이 작전 어때요?”, “맘에 안드는디?”, “아, 네에…”…쿨럭~ 음…그리고 외국침공은 기정 사실이지요…지금은 그 사전 정지작업(=명분얻기)을 하는 중이지요…^_^;;
‘너를위한’님…쩝…이거 작가의 입장에서 기쁘다고 해야할 지…아니면 독자님들을 생각해서 슬프다고 해야할 지…쿨럭~ ^_^; 아무튼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0^)/
‘다크크라이드’님…음….^_^;;; 그래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1타를 차지하면 그만큼 성취감이 더 높지 않겠스니까? ^_^; 음…모처럼만에 신경 쓴 장면이었는데 그냥 넘기셨으면 제가 서운하지요…-ㅅ-; 그런데 쓰다보니 한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쩝…실제로 얼마만큼 부드러운지 모르겠더라는…쿨럭~ 으음…정말 그렇게 부드럽나요?
‘英雄’님…소위 수늬권…이라고 하지요…^_^)/ 에…그런데 연차로 H신을 넣으면…쿨럭~ 이 소설의 본래 분류인 전쟁소설(실 분류는 판타지로 되어 있지만…)이라는 장르가 살아니자 못한다는…^_^;;;
‘휴식시간’님…뭐…사실이 그러했지요…작가넘이 글쓰다 말고 ‘살색이 많이 나오지만 대사가 단조로운 영화’를 본 이후에는 거의 이런 장면이 나오더군요…험험…ㅡ_ㅡ; 아, 노파심에서 말슴드리는 건데…실제로 그리 많이 보지는 않습니다…저, 정말이라니까요~!! 믿어주세요~…ㅡ_ㅡ;
‘horizon’님…음…작가넘에 의하면 백효연은 본래 충신이었다고 합니다…하지만 시대의 상황이 그녀를 반란군의 우두머리로 만들었다고 하네요…뭐, 저도 개인적으로는 배신자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녀를 그리 좋게 보지는 않습니다만…따지고 보면 매우 불행한 삶을 살았던 여인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몇몇 사건만 없었더라면 에이센의 고위직을 차지한 채 순탄한 삶을 살았겠지요…뭐,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지만요…음…그러고 보면…울나라의 친 단무지파 쉑끼들도 그런 종류?…헉! 설마 그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은 작자들이? ㅡ_ㅡ++++
‘창세전쟁’님…흐흐흐…디나만 아니라면 상관 없습니다…흐흐흐…디나는 불가능 하지만 나머지 여성들은 불가능하지만은 않거든요…아차차…한 두어명 더 있군요…카레나나 이리나스…설마 애네덜은 아니겠지요? ^_^;
‘toyr’님…어디를 가나 그런 지휘관은 하나둘씩 꼭 있기 마련인 모양이군요…저도 그런 경험이 있다는…하나도 모르면서 일일히 참견하는 바람에 일이 점점 꼬이는데…쿨럭~ 계급장 떼고 한판 붙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는…뭐, 이제는 다 지나간 추억이지만요…^_^; 음…저도 하사관이 튼튼한 나라가 군사력도 강할 것이라 생각합니다…실제로 군을 이끄는 것이 그들이라고 해도 무방하지요…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단무지국은 무섭다는…쿨럭~ 음..그리고 문자가 그런 문제점이 있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약간 다른 경우이겠습니다만…소설을 쓰다가 느낀 점인데,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는 문장을 쓰기란 매우 어렵더군요…쿨럭~
‘마이트레야’님…매번 신경서 주셔서 감사합니다…^0^)/ 음…본분에 잘 묘사되어 있지는 않지만 ‘전후방교차근무’에 대한 것이 있기는 하더군요…신규 등장 캐릭의 초반 묘사에 보면 ‘어디에 있다가 이리로 왔다’…라는 표현이 가끔씩 있는데…그것이 그에 대한 묘사라고 작가넘이 애써 변명을…쿨럭~…-ㅅ-; 뭐…그냥 그렇다는 겁니다…커흠흠…음…그리고 술값치곤 무지 많군요…음…아…썰렁~…휘유우우우웅…
‘검은묵시록’님…맞는 말입니다…토사구팽…뭐, 그래도 사냥감이 아직은 남아있으니 완전히 팽하지는 않겠지요…^_^; 말 잘 듣고 야양떠는 사냥개는 살리고 그렇지 않은 개는 팽하겠지만요…뭐…인간세상이 다 그렇지요…먼산…( ‘.’)>
음…오늘 Lotto를 자동으로 긁었는데…번호가 참…쿨럭~ 역시 자기 손으로 해야…(지난주 3등 할 ‘뻔’한 것이 아무래도 미련이 된 듯…)…쿨럭~
감기 조심하세요~ 갑자기 조금 추워진 듯 하네요…^_^)/~
…소제목을 변경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0^)/~
아세라 세라 우르반 소령은 265년을 가족들과 함께 맞을 수 있도록 크라우프에게 허락을 받았다. 아마 에이린도 마찬가지로 콜로니에 거주하는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신년을 보내기 위해서 출발을 할 것이다. 어쨌거나 아세라는 크라우프가 먼저 이렇게 배려를 해 주는 것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황태자의 첩이 된다고 해서 황궁에 갇혀 지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생활을 할 수 있으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크라우프와 함께 신년을 보낼 수 없으니 그것은 좀 아쉽기는 하지만 자신 때문에 걱정이 많은 어머니와 페넬로페, 그리고 남동생인 레오드와 함께 지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한창 베르베라로 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티아라 고메스라고 하는 중위를 필두로 여러 명의 파일럿들이 전입신고를 위해 찾아왔다. 미리 인원 보충에 대한 요청을 해 놓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어서와요.”
아세라는 다른 사람들 보다 그들의 인솔자로 온 티아라 고메스라고 하는 여성이 첫 눈에 들어와 그녀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미인이다.’
처음 보기에도 상당히 아름다운 여성이었기 때문에 아세라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 들어 다소 경직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티아라 고메스를 맞아 들였다.
아세라는 각 중대장들을 불러 들여 부족한 파일럿들을 나누어 가져가도록 지시를 했다. 에이린의 대대는 그녀가 전부터 지휘하던 중대장들이 있었지만 아세라의 경우에는 대대를 새롭게 구성하려 하다 보니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야 했다. 크라펠에 배치 받으면서 여러 장교들을 받아 중대를 구성하기는 했지만 장교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부족한 중대장 재원을 채워주기 위한 티아라 고메스 중위 같은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아세라는 티아라 고메스 중위에게 신규로 만들어질 중대장 자리를 내어 주었다. 중위 계급장을 가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대대장님.”
티아라 고메스 중위는 공손하게 아세라의 말을 받았다. 아세라는 그런 티아라의 공손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다른 중대장들과 함께 잘 해 달라고 부탁을 한 후 직접 그녀의 중대가 머물 숙소까지 안내해 주었다. 중대장실과 아세라가 사용할 방까지 안내를 해 주며 전에 어떤 곳에 있었는지 은근히 물어 보았다.
“행성간 경비대에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전쟁에 동원되었습니다.”
티아라는 차분한 어조로 대답을 해 주었다. 아세라는 그러냐고 건성으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슬쩍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질문을 던졌다.
“파츠 베이스군 바리스타는 격추시켜 봤어요?”
갑작스럽게 적기를 얼마나 격추시켜 보았냐고 물어오는 아세라 때문에 티아라는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티아라로서는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반응이기도 했다. 혹시 에이스 파일럿이라고 한다면 아세라로서는 다소 다루기 힘든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아세라는 조금은 다행이라는 표생각을 했다. 휘하에 많은 에이스 파일럿을 데리고 있는 에이린이 그들과 오랜시간 같이 싸우면서 자연스레 생겨난 관록으로 별다른 탈없이 지휘를 하고 있는 것에 비해, 새로 편성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아세라의 대대는 그런 유기적인 연대감 같은 것이 적은 편이었다. 따라서 에이스 파일럿 같은 개성이 강해 지휘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조금은 경계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 2기 정도 간신히······”
약간 풀이 죽어 대답하는 티아라를 보고 아세라는 슬쩍 기쁜 표정을 감추고는 티아라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런 것 신경쓰지 않아요. 어쨌거나 전쟁에서는 살아남는 자가 승리자니까. 그리고 중대장은 부하들을 잘 이끌어 주면 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아세라는 친근감이 있는 어조로 그녀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물론 개인 기록이 전부 거짓말로 구성되어있는 티아라는 식은땀을 흘려가며 자신의 인사기록과 과거사를 열심히 기억해 낼 수 밖에 없었다. 티아라의 전적 기록을 보면 간단한 일이었지만 아세라는 신임장교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는 것이었다. 땀을 흘리며 긴장하고 있는 신임장교가 안쓰러웠는지 아세라는 티아라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긴장하지 말고 푹 쉬라는 말을 해주고는 돌아 나갔다.
긴장감이 가득했던 시간이 지나자 티아라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침대위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이마에 흐르고 있는 땀을 훔쳐 내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잠시 뒤 피식 미소를 지은 그녀는 가져온 짐을 자신에게 배정된 방안에 풀어 놓았다. 이제 그녀는 완전하게 에이센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엘레비아라는 이름을 버리고 받게 된 티아라라고 하는 이름이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티아라라고 하는 이름으로 불리우며 6개월 전만 해도 서로 죽고 죽이려 들었던 자들과 함께 지내야 한다는 것이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이내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 때문에 오빠인 래리와 가족들이 무사하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잘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다. 그리고 이제 신년을 맞게 되면 자신도 새롭게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12월 30일 14시 20분 베르베라에 도착한 크라우프는 아세라와 에이린을 집으로 보내고 자신은 황궁에서 열리는 신년 파티에 참석하기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황태자가 아니라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으로 참가를 하는 것이었고, 한 사람을 파트너로서 동행시킬 수 있었으니 다이레아가 함께 가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이제 겨우 소위인 시에나는 참석할만 한 자리가 아니었기에 크라우프와 다이레아는 미안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카레나가 시에나를 데리고 가겠다고 말해 주었기 때문에 내심 고마워하고 있는 중이었다.
신년 파티는 황궁의 남쪽 궁전의 정원에서 열리도록 예정되어 있었다. 에이센 황궁은 크게 동서남북과 중앙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황궁의 동쪽은 황제와 황실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는 궁전으로, 초대 라스티어 황제가 사용했던 궁전과 윌리엄 황제, 아시우트 황제, 그리고 리하르트 황제가 사용한 궁전이 차례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그 이후 알프레드 황제에서부터 현재 게르트 하우츠 황제가 사용 중인 궁전이 위치해 있었다. 북쪽 궁전은 본래 리하르트 황제가 아끼던 애첩들이 기거하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정원과 부속 건물들만 관리될 뿐 비어 있는 곳이었다. 서쪽 궁전은 황실 소유의 온갖 보물과 같은 귀중품, 그리고 황실에서 모아들인 귀중한 도서와 역사 기록문서, 황실에게 헌납된 예술품 같은 것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남쪽 궁전은 넓고 잘 가꾸어진 정원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화원과 회랑, 정자 같은 곳들이 많은 곳이었다. 마지막으로 중앙 궁전은 황제가 집무를 보는 곳으로 황제의 집무실이 위치해 있으며 민회와 군부의 대신들과 접견하고 이들과 함께 국가의 중대사를 논의하던 곳이었다.
초대 라스티어 황제 시절 건축되어 그 기초를 잡았던 황궁은 제 2대 윌리엄 황제때 다소 개축을 했지만 그대로 그 규모가 유지되었는데, 그러던 것이 4대 리하르트 황제 시절부터 차츰 그 규모가 커져 베르베라 시티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파티가 열리는 것은 남쪽 궁전의 넓고 잘 가꾸어진 정원에서 였다. 기상대 예보를 통해서 265년의 첫날은 날씨가 청명하고 포근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야외에서 신년 축하 행사를 열기로 결정한 것이다. 민회와 군부의 주요 참석자들을 포함해서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이 초대를 받았고 참석을 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카레나와 함께 파티에 참가하게 된 시에나는 입고 나갈 파티복이 없었기 때문에 디나에게 빌릴 수 밖에 없었다. 크라우프가 미안한 마음에 하나 구입해 주려 했지만 시에나는 그다지 입을 일이 없는데 돈을 쓰는 것은 낭비라고 하며 한사코 거부를 했다. 이에 더욱 미안해 진 크라우프는 근사한 진주 목걸이를 하나 선물함으로서 그 마음을 표현했다.
크라우프가 다이레아와 함께 디나의 방을 찾아간 것이 19시 30분쯤이었다. 이때 디나는 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곱게 빗질하고 시에나의 지도로 엷게 화장을 하고 있었다. 사실 처음 나가는 황실 주최의 파티였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았다. 물론 시녀들이 초보나 다름이 없는 디나의 파티 준비를 도와주려 했으나, 그녀가 한사코 혼자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모두 물러나야 했다. 다행히도 시에나가 옆에서 파티복을 빌려주는 값이라고 하며 열심히 디나를 도와주었기에 망정이지 혼자서 준비를 했다면 아마 제대로 하지도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시에나도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전쟁아닌 전쟁을 치루어야만 했다. 이렇게 디나와 시에나가 한창 부산을 떨고 있을 때 크라우프가 디나의 방을 노크했다.
시에나가 문을 열어 주었고 크라우프의 얼굴이 드러났다. 상아색 원피스 파티복을 입고있던 디나가 씽긋 웃으면서 얼굴을 빼꼼히 내미는 크라우프를 맞아 주었다. 안으로 들어선 크라우프는 디나가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생각이 되었지만,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입으로는 무척이나 엄숙하게 디나를 평가해 주었다.
“이야······디나야 너 참 오늘 되게 촌스럽게 생겼다?”
디나를 보고 짓궂은 농담을 건네니 디나는 입술을 잠깐 삐죽해 보이더니 이내 크라우프의 말을 받았다.
“오빠도 오늘은 무척이나 느끼해 보인다. 응?”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시에나는 순간 뭐라고 행동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그것이 모두 장난임을 알고 있었다. 환하게 웃으면서 서로의 손을 잡고 있던 디나와 크라우프였다. 이들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 시에나는 잠깐 동안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디나는 크라우프가 입고 있는 군복의 맵시를 잠깐 잡아 주면서 의미있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때 슬그머니 안에 들어와 서 있던 다이레아가 그 웃음의 의미를 눈치채고는 슬쩍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잘 차려입고 가면 다이레아가 질투할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여자들이 오빠 좋다고 달려들 것 같은데? 안그래요? 다이레아?”
디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은 다이레아는 순간 눈만 동그랗게 뜬 채로 뭐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힐끗 다이레아를 돌아 본 크라우프는 다이레아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었다.
“다이레아, 거짓말 하지 않아도 괜찮아!”
크라우프의 말을 받은 다이레아가 얼굴만 붉히고 있자 디나는 재빨리 현재의 상황을 수습해 버렸다.
“그만큼 오빠가 멋있다는 거에요. 너무 오해하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