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4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다가가 말을 건네자 그 여성은 잠시 크라우프를 바라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을 받았다.
“파티시아라고 해요……”
별다른 표정 없이 말을 받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말을 붙여 보려다가 감독에게 혼나고 자신을 나오라고 하는 이리아를 보고 앞으로 나갔다.
배역을 하나 주었는데 흥분해서 주인공 남자 배우를 마구 괴롭히는 역할이었는데 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마구 소리지르는 연기도 훌륭하게 해 냈던 것이다.
오후의 촬영의 반이 끝이 나고 잠깐 휴식을 취하게 될 때 크라우프는 잠깐 앉아서 음료수를 손에 들고 있는 이리아쪽으로 다가갔다. 이러는 자신이 우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저기……제가 해야 할 일이 또 뭡니까?”
자신은 최대한 얌전하게 물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상대의 반응은 매우 불쾌해 하는 것 같았다. 아직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렇게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리아는 상대를 약오르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흥분하고 악역을 맡으라고 했는데 남자가 나름대로 잘 해내자 기분이 좋지가 못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겨우 마치고 잠시 쉬려고 할때 그가 나오자 기분이 아주 좋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당신 역할은 끝났으니까……그만 돌아가 봐요.”
그녀의 말에 크라우프는 더 잘 할 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리아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대본에 당신 역할은 그것으로 끝이라고 했다.
“네 물러가죠 뭐……”
의외로 순순히 돌아섰다.
영화 촬영이 끝이 나고 모두 원대 복귀했다. 영화 배우들이나 다른 사람들 구경 잘했다고 하면서 자신들도 영화에 나오는 것이냐고 했다.
크라우프는 게리 쉐프턴중위에게 군복 상의를 돌려주면서 고맙다고 해 주었다.
“아닙니다. 뭐……”
중위는 앞뒤 사정을 듣고 크게 웃었다.
“이제 주말이다. 주말은 푹 쉬고……월요일에 우리는 재배치되는 거 기다리면 될 것이야!”
그는 중대장들을 불러 놓고 그렇게 말을 했다.
“예 알겠습니다.”
하사들을 제외하고 중사 이상들은 주말에 외출을 할 수가 있었다.
중대장들도 모두 퇴근을 했고 크라우프는 시에나와 함께 퇴근을 했다. 그리고 걸어 나가면서 영화 관계자들도 철수를 하려는 것인지 장비들을 챙기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이들 중에서 이리아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참 시에나……있다가 나 아세라하고 저녁 약속이 있거든? 나가도 되지?”
“저녁 약속? 뭐 좋아……자고 들어 올 꺼야?”
시에나의 당돌한 말에 크라우프는 순간 당황했다. 자신을 여러 번 이렇게 당황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라는 생각과 함께
“모르겠어……서두르면 좋지 않잖아?”
그의 말에 시에나는 입술을 조금 앞으로 내밀었다.
“뭐 좋을 대로……그렇지만 내 생각은 아세라가 코프에게 빠지려 들려면 조금 더 극적인 일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같이 갈래?”
“마음에도 없는 소리말고……오늘은 좀 편하게 자야겠다.”
어께에 손을 얹으려 하자 시에나는 이런 곳에서 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하지마!”
그렇게 말을 하면서 약간 옆으로 비켜섰다.
“으? 응……”
군복을 입은 채로 이렇게 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 시에나였기 때문에 그는 다소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억지로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참……이번에 디나님 입대하신다는 말 들었어?”
“아? 참……보병으로 간다고 했지? 이번 달이던가 9월이던가?”
“8월이야! 뭐 걱정 없으시기를 빌어야지!”
시에나의 말에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저 앞쪽에 있는 위병소를 바라보면서 발걸음을 조금 빨리 했다. 이런 저런 일이 지나고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술을 조금 깨물면서 어차피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온다고 생각했다.
…복구합니다…^_^;;;
크라우프와 아세라가 만난 것은 저녁 7시 30분쯤이었다. 두 사람 모두 가벼운 정장 차림으로 만났다. 동생을 데리고 나오지 않은 것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한 다음 곧바로 근처에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맥주와 커피 그리고 간단히 먹을 수가 있는 음식들이었다. 아세라는 조금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싶은 생각을 한 것 같았지만 뭐 그렇다고 해서 아세라의 지갑을 털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페넬로페하고 같이 안나왔어?”
“동생한테는 다른데 간다고 했어……”
아세라는 그렇게 말을 받았다.
메뉴판을 놓고 먼저 주문부터 했다. 두 사람 모두 간단하게 버터를 듬뿍 바른 소시지 구이와 흑맥주를 큰컵으로 주문했다.
“이렇게 저녁 다 사주고……무슨 일이야?”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크라우프에 아세라는 핏 웃기만 했다.
“다른 뜻은 없으니 오해하지 말라고……어쨌든 간에 덕분에 전장에서 살아 돌아 왔으니까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녀는 그렇게 말을 받으면서 잠시 뒤에 주문서와 함께 소시지구이와 흑맥주가 가득 들어 있는 컵이 나오자 그것을 받아 들었다.
“감사해여!”
아세라는 눈길로 점원에게 인사를 건넸고 둘은 일은 맥주를 한 모금씩 마셨다.
“나 살고 싶어서 한 일이야 감사는 무슨?”
“그래도 나하고 로자는 함대로 가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코프는……케네온으로 가게 될 것 같아서……”
케네온행성계는 파츠 베이스와 언제 교전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전선으로 좌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할 것 없어……다시 그런 말 하지마 알겠어?”
크라우프는 마음이 여린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겠지만 이렇게 표현을 하는 것을 보니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먹자! 식겠다.”
아세라는 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소시지를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 은박지에 싼 소시지는 너무 뜨거워서 혀를 델 것 같았지만 맛이 아주 좋았다. 군대에서 먹게 되는 것과는 사뭇 맛이 다른 것이었다.
“아? 아세라는……군인으로 성공하고 싶다고 했었나?”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달리 다른 화제 거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겨우 이렇게 말을 이었다.
“글쎄……나 솔직하게 코프 정도는 뛰어 넘을 수가 있을 것이라 싶었거든? 아? 미안…..기분 나빴지?”
얼굴을 붉히면서 혀를 조금 앞으로 내미는 모습에 웃으면서 상관없다고 했다.
“그런데 모르겠어……뭐라고 할까? 전쟁터에 나서게 되면……부하들하고 친하게 지내려고 부단히 애를 쓰지 그렇지만 전투라는 것을 한번하고 나면 그 반수는 사라져 있어……”
흑맥주를 한 모금 다시 입안에 넣으면서
“……어디 간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나중에 다시 찾아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이렇게 너무나도 손쉽게 사람들이 죽어 버리니 나는 더 이상 모르겠어……”
머리카락을 풀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고개를 앞으로 숙이니 머리카락이 앞으로 흘러 내려왔다.
“그래서 코프가 더 부럽기도 해……나는 이런 거 생각을 하면 정말로 가슴아파서 이런 일 다시는 못할 것 같거든 그리고 결단을 내릴 때 주저하게 되어 버리니까……”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시 주저하던 크라우프는 용기를 내어서 말을 이어 주었다.
“지휘관이라는 자리에 있게 된다면 그렇게 되지……하지만 아세라가 할 수가 있는 일은 무 엇이겠어? 부하들이 죽게 되는 것……뭐라고 표현을 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지만 이런 사 람들이 죽게 될 때 후회되지 않도록 해 줘야지 그리고 살아 남은 사람은 이 죽은 사람들이 헛되게 죽지 않도록 해줘야 할 것 아니겠어?”
“엄마도 그런 얘기하시던데……”
웃고 있는 아세라였다. 크라우프는 머쓱한 기분이 들었지만
“하지만 뭐……죽는 사람들에게 국가니 조국이니 하는 거 다 필요 없는 것이야 그렇게 생 각을 하고 막상 전장에 나서게 되었을 때 자기 옆으로 적의 빔이 날아 들어오고 동료가 죽 어 나가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나도……정말로 지금도 생각이 나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돌아보고 다시 생각을 해보고 그때 그 친구는 어땠는데 싶어지고……친했던 사람은 꿈속에서도 나타나……그리고 나를 바라보기만 하고 있어……뭐라고 말을 하려고 해도 그냥 바라보기만 해……그래서 나는 더 꿋꿋하게 살아가려고 한다……너를 알고 있는 사람은 죽 어서도 너를 지켜 봐주고 있어 후회하지 말고 꿋꿋하게 이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게 살아 가야지……”
크라우프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솜씨가 없다 싶었다. 아세라는 빙긋 웃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가 갑자기 팔을 앞으로 뻗으면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어?”
놀라는 것도 잠시 아세라의 얼굴이 자신쪽으로 바짝 다가왔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아세라의 숨소리를 느낄 수가 있었다. 어께를 감싸 안아 주면서 서로 키스를 했다.
서로 떨어지고 나서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아세라는 엷게 웃고 있었다.
“별다른 뜻은 아니었으니까……신경 쓰지 마……”
아세라는 애써 그렇게 대답을 했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단순하게 말로만 이렇게 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페넬로페가 마음에 들어 하는 사람이었고 더욱이 결혼을 전제로 해서 만나는 사람도 있었고 그 사람도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충동적으로 키스를 해 버린 자신이 너무나 후회되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음식만 입안에 넣었다. 무슨 맛인지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남자는 다 늑대야……’
자신이 처음으로 사랑했던 남자도 섹스를 요구했었다. 그녀는 기쁜 마음에 몸을 허락했다. 하지만 처음을 마치고 나서 남자는 돌아누워 버렸다. 담요속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남자친구가 자신을 꼭 끌어안아 주었으면 하고 간절하게 바랬지만 몇 달 후 둘 사이는 더욱 서먹해 졌고 결국은 그렇게 헤어져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 다음부터인가 남자에 대해서 처음부터 걱정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페넬로페는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알면 크게 놀라실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세라는 이런 사실 때문에 남자를 사귀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걱정만 앞서게 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에도 몇 사람 남자를 사귀었지만 대부분이 자신과의 섹스만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런 것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정말로 싫었다. 아니 남자가 싫은 것이 아니라 또 자신이 이상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무슨 생각해?”
크라우프의 손이 부드럽게 자신의 손위를 자연스럽게 감싸고 있었다. 그냥 차라리 충동적으로라도 이 남자와 같이 지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먼저 들었다. 사이 좋은 친구가 될 것일 텐데 오히려 더 어색해 질지 모른다 싶었다. 그리고 이 남자는 결혼을 할 여자도 있었다. 자신을 요구한다는 것이 너무나 좋지 않은 행동이었던 것이다.
“아니 다른 것이 아니고……”
슬며시 손을 빼려 했다. 하지만 미련을 갖지 말고 차라리 깨끗하게 잊어버리겠다 싶었다.
“갔이 나갈래?”
아세라가 먼저 말을 꺼냈다.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가 계산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여러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자신이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싶었다. 하지만 결정한 일이었다.
크라우프와 함께 밖으로 나와서 3블럭 정도를 걸었다. 그곳에서 있는 나이트 클럽을 보고 아세라가 춤추고 싶다고 했다.
“그래 같이 가자!”
둘이 똑 같이 안으로 들어섰다. 입장료를 내고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현란하게 춤을 추는 사람들 사이로 두 사람이 섞여 들어갔다.
경쾌한 음악에 두 사람의 몸은 절로 가벼워 졌고 조명 아래에서 신나게 춤을 추었다. 아세라와 크라우프 둘 모두 즐거운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신나게 춤을 추고 둘은 구석에 있는 테이블쪽으로 와서 지친 몸을 잠시 쉬었다. 젊은이들은 무척이나 즐거워하면서 춤들을 추고 싶어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술 아무 거라도 좀 시켜 줘!”
아세라가 빙긋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고 크라우프는 거의 반나체로 춤을 추고 있는 댄서들을 황홀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아세라는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싶었다.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은 단순하게 칸막이 하나로 나뉘어져 있었다. 칸이 5개 있는 화장실에서는 몇 몇 여자들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녀는 빙긋 웃으면서 잠시 기다렸고 한 자리가 비었다.
좌변기의 중간 뚜껑을 휴지로 두 번 닦아낸 다음에 바지를 내리고 그 위에 앉았다. 옆쪽에서는 다른 여자들이 얘기 나는 것도 들리고 웃고 있는 소리도 들렸다. 칸 넘어에서는 남자들의 말소리도 들을 수가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있는 건지 모르겠다.’
고개를 약간 좌우로 저었다. 동생하고 같이 나왔으면 싶었다. 이제 와서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크라우프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싶었다. 그도 또한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단지 저녁만 먹으려고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싶었다.
‘치 내가 왜 이래?’
소변을 보고 난 다음 화장지로 닦아 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바지를 고쳐 입은 다음에 문을 열고 나섰고 앞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금발 머리의 여자와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나왔다. 담배를 피우면서 수다를 떨던 여자들은 금새 사라지고 없었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밖으로 나와 테이블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테이블쪽에서 2명의 여성이 크라우프의 앞자리에 앉아서 무엇인가 신나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뭐야?”
순간 불쾌감이 먼저 들었다. 앞으로 걸어가니 크라우프가 손짓했다.
“여기야?”
그러자 앞에 앉아 있던 여자들의 얼굴이 다소 찌푸려졌다.
“무슨 일이야?”
“아니 이 분들이 합석하자고 해서……”
“10다르크에 끝내주게 해줄껀데……”
여자들은 아쉬움을 남기려고 그렇게 말을 하며 일어섰고 그녀들은 매춘부들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독설이 터져 나왔다. 기분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프 옛날에는……코 뭍은 돈으로 총각 떼려고 많이 들락 거 렸지?”
아세라는 기분이 썩 좋지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을 하자 크라우프는 하핫 웃으면서
“술이나 한잔하자!”
그러면서 여자들이 따 놓은 것인지 아니면 크라우프가 따 놓은 것인지 병마개가 열려 있고 약간 비어 있는 병을 기울였다.
“매춘부들하고 같이 자 봤어?”
“몇 번……”
뜻밖의 말이었다. 눈이 커지자 크라우프는 핏 웃었다.
“상관없잖아 뭐……”
아세라의 입이 조금 앞으로 나왔다. 자기도 크라우프에게는 한번 스쳐 버리게 될 것인지 모르겠다 싶었다. 너무 솔직한 것이 이상했다. 자신을 친구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라면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단지 키스 한번 한 것뿐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고 다른 부끄러운 짓도 하지 않을 것이다. 시에나나 페넬로페를 봐도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없을 것이다.
얼음을 띄우지 않은 채로 큰컵으로 브랜지를 채워 반쯤 들어 마신 아세라는 크라우프를 바라보면서 엷게 웃음을 지었다. 자신도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직업 여성하고 같이 자면 뭐 좋은 거 있어?”
아세라의 물음에 크라우프는 손을 뻗어 그녀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손을 잡았다.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다. 짐작하건데 친구로 지내고 싶어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놓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손 만지는 거 좋아? 그럼 실컷 만져봐!”
그러면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는 자신이 옳게 생각을 하고 있다 싶었다.
“나……아세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