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50
Story. of ‘Rena’. Part. III.
발바이스제국력 10년 슈게리일(4월) 26일 피로넬(화요일) 밤 레나는 자신이 갇혀 있던 지하 감옥에서 시끄럽게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다.
호페가 몇 사람의 남자들을 끌고 들어왔다. 검투사는 여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도 있었다. 모두들 젊은이들이었다. 레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철창을 손에 잡고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두들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들이 모두 안쪽으로 들어가고 맞은편에서 보디세아를 선두로 해서 5명 정도의 여자 검투사들이 걸어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모두 손과 발에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보디세아는 무표정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오늘 시합이 있는 날이라고 했었다. 다들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그때 입구 쪽이 소란 스러졌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건강한 제복을 입은 군인들이 걸어 들어오자 영주가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디세아를 비롯해 경기에 나가려고 하던 검투사들 모두 옆으로 비켜서 있었다. 규칙상 영주를 정면으로 볼 수는 없었다. 레나도 자리에서 일어서서 문과 나란하게 서 있었다.
가끔 영주가 찾아오고 있었지만 썩 좋아 보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살이 많이 쪄 있는데도 체격이 상당히 좋았다. 은회색 머리에 건장한 그에게 호페가 달려 나와 그를 맞았다.
“영주님. 이런 곳까지 친히 왕림해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호페는 올해 46살이라고 했는데 30년 이상을 검투사로서 보냈다고 했다. 지금의 그는 자유의 몸이었고 현재는 영주의 충직한 부하가 되어 있었다. 영주는 새로 들어온 남자 검투사들을 한번 돌아보면서
“쓸 만 한 녀석들을 데려왔군 그래······수고했다.”
“영광입니다. 영주님!”
호페는 연신 굽실거리고 있었고, 영주는 그런 그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오늘 검투사 경기에 나가려는 보디세아를 돌아보고 있었다.
“너도 나가는 거냐? 아주 멋진 시합이 되겠군 그래!”
영주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오른손을 뻗어 보디세아의 바지 속으로 집어넣었다. 보디세아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것을 보고 있던 레나는 순간 마른침을 삼켰다. 영주는 몇 번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 같더니 이내 빼내었다.
“좋은 시합을 기대하겠다.”
“네. 알겠습니다.”
보디세아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갈색 머리에 매우 아름다웠기 때문에 영주가 특히 마음을 써준다고 했다. 검투사로서의 실력 또한 최고라고 했다. 이제까지 경기에서 진적히 없었다고 했다.
검투사들이 돌아 나가고 영주는 고개를 돌리던 중 레나와 눈이 정면으로 맞았다. 그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레나의 위아래를 쓰윽 살펴보더니 호페에게 물었다.
“호오······저 녀석은 뭐가?”
영주의 말에 호페는 깜짝 놀라면서
“저 녀석은······새로 들어온 녀석입니다. 이번에 훈련 중에 있는 녀석입니다. 제법 하기 때문에 잘 키우면 훌륭한 검투사가 될 것입니다.”
호페의 말에 영주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저 녀석도 끌어내라. 시합에는 내보내지 말고 구경시켜!”
영주의 말에 호페는 알겠다고 했다. 가끔 영주의 마음에 드는 계집을 그렇게 하기도 했었기 때문에 호페는 군 말없이 레나의 방문을 열었다.
잠시 뒤에 수갑과 족쇄가 채워지고 레나도 자신의 방에서 끌려 나왔다. 무어라 반항할 틈도 없이 곧바로 끌려 나갔다. 검투사들이 시합 전에 무기를 고르고 대기하는 장소를 벗어나서 시합장으로 끌려 나왔다. 검투 장을 처음 본 레나로서는 놀랄 일 뿐이었다. 경기장에는 벌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자리를 차지하지 못해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할 만큼 검투사 경기는 매우 인기 있는 오락거리였던 것이다.
호페는 멍하니 서있던 레나의 수갑과 족쇄를 풀러 상석에 앉은 영주의 옆으로 데려왔다. 그녀는 영주가 자신에게 무슨 일을 하라는지 이해가 되었다. 영주의 시중을 들어 주라고 하는 것이다.
“술을 따라라!”
영주의 부관은 30대 중반으로서 키가 매우 크고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였다. 그가 레나에게 명령했고 그녀는 최대한 침착성을 유지하면서 영주의 옆에 있는 술병을 들어 잔을 채워 주었다. 그것을 모두 채우고 나자 영주는 술을 마시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반원형의 경기장에는 벌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소리에 레나가 놀라 몸을 움찔거렸을 때 검투사들이 안에 들어오고 있었다.
보디세아는 당연하게 인기 최고였다. 아름다운 여자애가 검을 들고 상대를 제압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은 실로 대단한 오락거리였던 것이다.
영주의 신호로 검투사 경기가 시작되었고 첫 시합은 검투사들이었다. 역형의 갑옷으로 무장한 남자 검투사들의 시합이었다. 우주선이 움직이고 레이저 총이 사용되는 이때, 고대의 무기로 무장한 이들이 고대식의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작은 도끼와 격투전용 대검을 휘두르면서 서로 마구 싸우고 있었다. 조마조마할 만큼 시합이 이어지고 시합에 진 상대는 곧 죽음을 맞이했다.
5번의 남자 검투사 시합이 모두 지나가고 모두들 고대하던 보디세아의 차례가 되었다. 그녀가 경기장으로 나오자 환호성이 하도 요란해서 귀가 다 멍멍할 정도였다. 맞서 나오는 상대는 체구가 몇 배나 됨직한 남자 검투사였다. 그것도 무거운 전투 도끼를 들고 있었다.
그냥 보기에는 보디세아가 결코 상대가 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녀는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상대의 공격을 피해 냈고 절묘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자신의 몸뚱이를 찢어 놓으려는 도끼를 피해 냈던 것이다.
“하랴!”
위기의 상황에서 강력하게 내리친 도끼의 위로 올라선 보디세아는 손에 들고 있던 대검으로 상대의 넓적다리를 찔렀다. 남자 검투사는 순간 비틀거리면서 다시 도끼를 휘둘렀지만, 상처 때문에 그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보디세아는 날렵하게 상대의 공격을 피해냈고 거구의 남자의 곳곳에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남자 검투사는 피를 흘리면서도 쥐새끼처럼 움직이는 상대를 공격하려 했지만, 그의 일격을 피하면서 보디세아가 던진 검에 목을 맞았다. 남자는 숨을 쉬지 못해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숨을 죽이고 있던 사람들은 그 남자를 쓰러뜨린 보디세아가 양팔을 높이 치켜들자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던 중 갑자기 목에 검을 맞은 남자가 괴성을 지르면서 벌떡 일어섰다. 목에 검이 꽂혀 피를 흘리면서도 도끼를 치켜들면서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상대와 같이 죽기 위해 전력을 다해 내리쳤다. 관중석에서는 안타까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보디세아는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공격을 피해 내면서 몸을 솟구쳐 상대의 목에 꽂힌 검을 잡고 그대로 힘을 주어 옆으로 밀어 버렸다.
다시 남자가 완전히 쓰러졌고 관중들이 환호성을 크게 질렀다. 무척이나 긴박했던 순간이 끝나면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더할 수 없이 멋진 경기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었다.
레나는 자신이 떨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녀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영주와 부관들에게 잔을 채워 주었다. 겨우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때 부관이 손을 뻗어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고 있었다. 그런 것쯤은 참을 수 있었다. 오히려 지금 보디세아가 보여준 그 절박한 긴장감에 자신도 모르게 전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몇 번의 여자들의 경기가 이어졌다. 마지막에 다시 보디세아가 나왔다. 손에 중간 칼 하나와 단검 하나만 들고 있었고 상대도 여자였다.
마지막 경기였던 것이다. 이번의 상대는 꽤 고참으로서 이번 경기가 끝나면 자유의 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상대가 보디세아였다. 그녀를 죽이지 않는 다면 결코 자유의 몸을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서로 잠깐 동안 노려보고 있다가 두 사람은 곧바로 뛰어 들면서 격렬하게 검을 부딪쳤다. 치고받고 하면서 서로 엇비슷하게 상대를 찌르고 베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하지 못했다.
이번만 승리를 한다면 자유를 찾게 되는 그 검투사는 필사적이었다. 상대가 보디세아였지만 필사적으로 죽이려 들었다. 반드시 승리를 해야 자유를 찾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레나가 보기에 두 사람의 실력이 엇비슷할 것이라 싶었다. 보디세아가 필사적으로 휘두르는 상대의 찌르고 베는 검을 요리조리 피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보디세아가 강하게 내리치는 검을 막다가 오른 손에 들고 있는 큰칼을 놓쳤다. 다시 이어지는 공격을 비켜 피해내면서 무릎으로 상대를 배를 가격했다. 상대가 비틀거리자 왼손의 단검을 던졌다. 상대방은 단검을 쳐내고는 보디세아를 다시 공격하려 했지만 어느 순간 떨어뜨린 검을 집어든 보디세아가 달려들어 그 사람의 옆구리를 베어 버렸다.
“크아!”
짧은 비명을 남기고 마지막 시합을 맞은 여자 검투사는 그대로 석고상처럼 서 있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붉은 피가 바닥을 흥건하게 적셔 흘러나오고 있었다.
승리한 보디세아는 양팔을 높이 치켜들었고 주변에서는 크게 환호성을 지르면서 열광하고 있었다.
레나는 영주에게 잔을 채워 주다가 너무 떤 나머지 술을 영주의 손에다 넘쳐흐르게 했다. 깜짝 놀라는 레나에 영주는 대답대신에 들고 있던 술을 레나의 얼굴에 확 끼얹어 버렸다. 정신이 번쩍 든 레나가 뭐라고 말을 못하고 있을 때 영주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경기를 관람하러 온 주민들의 환호에 크게 화답하면서 즐거운 시합이 되었다고 했다.
다시 수갑과 족쇄가 채워진 채로 호페와 함께 경기장 안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던 그녀에게 영주의 부관이 다가오더니 뭐라고 한마디 했다. 호페에게 동전 몇 닢을 쥐어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레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때 보디세아도 마찬가지로 수갑과 족쇄가 채워진 채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옷에는 피가 흥건하게 배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보디세아는 평소 별로 말을 잘 하지 않았다. 무덤덤하게 두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런 거리끼는 것 없이 대기실로 걸어 들어갔다.
검투사는 어차피 죽을 사람이었다. 친해진다면 서로에게 검을 겨룰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했다. 친한 친구라고 해도 경기장안에 들어선다면 서로를 죽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는 다면 영주의 부하들에게 사살된다고 했다.
100명을 검투사로서 싸워 살아남는다면 최후의 경기를 치르게 되는 것이었고, 그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자유인이 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이다. 첫 경기에서부터 100경기를 살아남는 사람이 얼마나 될 수가 있을까 싶었다.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가는 대신에 레나는 연회장으로 끌려 들어가게 되었다.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보디세아도 그 자리에 나와 있었다.
넓은 홀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술을 따라 주는 일이었다. 음식들이 매우 풍성했지만 그것들을 먹을 수는 없었다. 영주는 부하들과 크게 웃으면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좋은 일만 벌어지기를 빈다고 하면서 매우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보디세아를 자신의 옆 자리에 앉혔다. 영주는 손으로 그녀의 은밀한 곳을 만지면서 술잔을 들었다. 레나는 불안함이 먼저 들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었다.
한참동안 시중을 들던 연회도 어느덧 끝이 났다. 영주는 보디세아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고 레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고 있었다.
“따라와라!”
부관이 다가와 레나를 데리고 갔고 영주방의 근처 방으로 들어가도록 했다. 그곳은 샤워 실이었다.
“벗고 씻어라!”
그는 그렇게 말했고 그녀는 거역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샤워 실에 들어가서 몸을 씻었다. 부관은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 다 씻고 난 다음에 발가벗은 채로 작은 복도를 따라 걷자 문이 나왔다. 그것을 열고 레나는 부관에게 떠밀려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영주의 침실이었다. 보디세아는 상반신을 모두 드러낸 채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영주는 술잔을 들고 서 있었다가 부관과 함께 들어온 레나를 바라보았다.
“생각했던 대로 미인이군······호페가 계집 보는 눈은 아주 좋군 그래!”
어떻게 거역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참 영주님······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번에 에이센 상인들이······영내로 들어와 교역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합니다.”
부관의 말에 영주는 입술을 굳게 다물면서
“요구 조건은?”
“통상행위의 자유를 허용한다면······연 수입의 10%를 세금으로 바치겠다고 합니다. 이들의 재력이라면 상당한 재정수입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레나는 양팔로 가슴을 가린 채로 덜덜 떨면서 서 있었다. 보디세아가 벗겨진 옷을 다시 추어 올렸을 때 영주는 뒤돌아보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누가 너 보고 옷을 입으라고 했나!”
그의 말에 보디세아는 다시 유방을 들어냈다. 영주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지금 결정 내리기는 뭣하군······상대가 어떤 친구들인지 자세히 알아보게. 그러고 나서 결정하지!”
영주의 말에 부관은 알겠다고 한 다음 되돌아 나갔다.
부관이 나가고 영주는 레나의 몸매를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무서워하고 있는 레나 쪽으로 다가오더니
“처녀겠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녀를 침대위로 끌고 갔고 등을 대고 눕게 했다. 그도 하나둘씩 옷을 벗더니 레나의 몸 위로 올라탔다.
“처녀군 그래! 처녀가 맞아!”
그리고 손으로 레나의 몸을 구석구석 만지기 시작했다. 레나는 불쾌감보다 겁이 나서 아무 느낌도 들지 못했다.
영주는 매우 살이 많은 남자였다. 그는 레나의 몸 위로 올라타서 처녀를 빼앗아 버리기 위해서 일을 시작했다.
“우윽!”
처녀성을 잃어버린다는 것도 그 어떤 고통도 다 필요 없었다. 너무 겁이 났던 것이다. 울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그는 레나의 유방을 주물럭거리면서 절구통 같은 허리를 흔들어 댔다. 고개를 돌렸다. 보디세아가 지켜보고 있는 데도 영주는 매우 아름다운 얼굴을 지니 레나의 몸 위에서 허리를 흔들어 대느라고 그녀가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실 알았다고 하더라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레나의 몸에 3번이나 일을 마친 영주는 한참 동안이나 지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보디세아에게 옷을 모두 벗고 자신에게 다가오라고 했다. 레나는 이틈에 조금 쉴 수 있었다. 곧바로 옆자리에서 영주는 보디세아의 몸을 핥고 만진 다음 거칠어 없이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갔다.
영주의 방에서 나온 레나와 보디세아가 같이 자신들의 숙소로 들어오자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표정 없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보디세아는 아무런 말없이 레나의 손을 한번 잡아준 다음에 자신의 방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레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자신의 방으로 걸어 들어왔다. 침대에 몸을 누였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처녀를 잃었다는 것도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몸이야 씻어 버리면 그만이었다.
‘정말로’
이곳이 혐오감이 들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친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경기의 상대로 나온다면 죽여야 했다. 그래야만 자신이 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이었다.
“흑······흑······”
자기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담요를 입으로 깨물면서 한참동안 울었다. 멈추지 않았다. 이곳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런 희망도 그 무엇도 없었다.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발바이스력 갈프리온(5월) 10일 피로넬(화요일) 검투사 훈련을 받고 있는 알리샤 레나는 검술 기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검투사 중에서 최고라고 하는 보디세아가 개인 지도를 해준 덕분도 있지만 그녀의 재능이 실로 대단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자, 치고 들어와라! 조금 더 빨리!”
갈색 머리의 보디세아는 레나에게 계속해서 치고 들어오도록 했고 상대가 다양한 각도로 공격을 가해 오도록 하면서 그것을 받아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간단하게 받아 넘기는 것이 레나의 힘을 모두 빼고 있었다.
“발의 힘이 너무 약해! 그렇게 해서는 안돼!”
거구의 호페는 이들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가 반대쪽에서 훈련하고 있는 남자 검투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수십 명의 검투사들이 격렬하게 훈련을 계속하고 있었고 부상자들 또한 속출하고 있었다.
잠깐 동안의 휴식시간 동안 레나는 별다른 말이 없는 보디세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물병을 내밀었다.
“마셔!”
“아!”
그녀는 물병을 받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아마 많이 목이 말랐던 모양이었다.
“아참······보디세아······”
“시끄러워······”
남과 거의 말을 하지 않는 그녀였다.
“아니, 나는 좀 친해 보고 싶은데······”
레나의 말에 보디세아는 힐끗 쳐다보면서
“어차피 죽을 친구는 필요 없어. 나하고 경기에서 만나지 않기나 기도해!”
그녀의 냉정한 말에 레나는 알겠다고만 했다. 레나는 마지막 경기에서 보디세아에게 간단하게 죽어버린 그 여자 검투사를 떠올리면서 마른 침을 삼켰다. 검투경기의 법칙은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게 되는 것이었다. 보디세아의 곁에서 물러난 레나는 자리에 앉아 남자 검투사들이 쉬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다들 웃옷을 벗고 있었다. 남자를 처음 알게 된 것이 영주였기 때문에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젊고 건장한 사내들을 보니 이상한 기분도 들었다.
“······음······”
보디세아는 그런 것에 관심조차 없다는 투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레나는 이들 중에서 긴 금발 머리카락에 젊고 건장한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죽음이라고 하는 것을 앞두게 되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은 옆쪽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아리따운 아가씨들을 지켜보면서 다소 황홀한 듯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 검투사들이었다. 노예 신분이었기 때문에 살고 죽는 것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레나는 고개를 앞으로 숙이면서 노예시장에서 헤어진 어머니와 에인샤를 떠올렸다. 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노예가 된 지금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아직 정식 검투사가 된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보디세아만큼 강해져야 했다. 그래서 호페처럼 자유의 몸이 되어야 했다. 검투사로서 자유의 몸이 된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호페였던 것이다. 지금은 영주의 충복이 되어 검투사들의 대장이 되어 있었지만 그도 예전에는 노예 검투사였던 것이다.
남자들의 훈련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고 여자들은 조금 더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보디세아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검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 것이다.
“아참, 이름이 뭐더라?”
보디세아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레나는 깜짝 놀랐다. 먼저 말을 걸어 주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아? 나? 알리샤 레나라고 해······”
천민출신이었던 것이기 때문에 이름만 있지 성이 없었던 것이고 이것은 보디세아나 호페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레나에 보디세아는 다른 말도 없었다.
“너 이번 임페르(일요일)에 경기 있다. 알고 있어!”
뜻밖의 말에 레나는 깜짝 놀랐다. 자신도 언젠가는 경기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나서게 된다는 것이 정말로 뜻밖이었던 것이다. 다시 뭐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보디세아는 몸을 일으켰다. 가뿐한 동작이었다.
“겁나냐?”
그 자리에서 얼어 있는 레나에 보디세아는 핏 웃었다. 살짝 스친 웃음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나하고 만나지 말도록 해. 아? 그리고 깊숙이 파고들어······”
보디세아는 그렇게 말을 해주었고 검을 집어 들었다.
다시 검투사들의 훈련이 시작되었고 레나는 손을 덜덜 떨면서 보디세아에게 덤벼드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알리샤 레나는 자신의 손에 가죽 장갑을 끼고 있었다. 상반신을 감싸고 있는 가벼운 갑옷이 자신의 가슴을 짓눌러 오고 있었다.
호페가 자신을 보고 나오라고 하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 감옥 문을 나섰다. 호페는 천천히 앞장서서 걷고 있었다. 레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경기에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애써 침착한 척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안절부절못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경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에서 죽을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레나는 5분 정도를 걸었다. 그리고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 검투사들이 대기하는 방으로 들어섰다. 그 안에는 몇 사람의 남자 전사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보디세아는 없었다.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레나는 자신의 첫 상대가 남자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대가 될 남자 전사가 누구인지는 몰랐다.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