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75
즐겁게 저녁 식사를 마친 디나는 라이라와 쇼핑르 한다며 함께 시내로 향했고 그 둘을 보낸 크라우프는 시에나와 함께 시내를 조금 걸었다.
“디나님 참 잘됐다.”
시에나는 씽긋 웃으면서 크라우프의 왼팔을 꼭 끌어안았다.
“뭐 잘 되었잖아? 전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다고 계속해서 말했잖아.”
“하긴 그래요.”
시에나는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크라우프의 어깨에 얼굴을 살짝 기댔다.
“괜찮으면 일찍 들어가기도 좀 그런데 어디 다른 데 갈까?”
크라우프는 시에나가 둘만 있고 싶어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자 시에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자 시에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저녁도 맛있게 먹었는데 뭐······”
시에나가 특별히 어디를 갈 것인지 생각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대답한다고 생각했다.
“피곤하지 않으면 나하고 중앙 광장에나 가 볼까?”
“중앙 광장?”
“응······별다르게 살 것은 없지만 뭐 구경거리는 많잖아?”
크라우프의 말을 듣고 있던 시에나는 알겠다면서 그를 따랐다.
중앙 광장은 사람들이 꽤나 북적이고 있는 곳이었다. 중앙 광장 안쪽으로 굳게 자리 잡고 있는 황궁과 일반 시가를 가로 지르는 거대한 성벽이 내려다보이는 넓은 중앙 광장의 좌우로는 노점상들과 간이식당 같은 것들이 많아서 볼 것이 많았다. 크라우프는 시에나와 함께 그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이런 저런 즐거운 구경들을 했다.
시에나는 노점상에서 파는 작은 도자기 인형 같은 보고는 그것이 마음에 든다며 몇 점을 샀다. 값도 하나에 500아이크와 1뒤스로 저렴한 편이었다.
“마음에 들어?”
시에나가 귀엽다며 고른 것은 머리가 무척이나 큼직한 도자기로 구워 만든 인형이었다. 작고 아기자기한 울긋불긋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시에나는 자신의 방위에다가 올려놓으면 귀여울 것 같다면서 무척이나 좋아했다. 인형을 포장지로 싸서 주머니에 넣은 뒤 시에나가 먼저 살 것이 더 있을지 모른다면서 크라우프를 잡고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다.
그 뒤 시에나는 더 이상 다른 것을 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모처럼 즐겁게 웃으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한참동안 데이트를 즐기던 시에나는 이제 11월이라 날씨가 꽤 쌀쌀해 졌기 때문인지 길거리에서 파는 따뜻한 우동이 먹고 싶다고 말을 꺼냈고, 크라우프와 시에나는 길거리에서 파는 우동집을 발견하고는 냉큼 자리에 앉았다.
“좋은데?”
시에나는 우동을 주문해 먹으면서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다.
“나도 좋아······”
씽긋 웃으며 대답하는 크라우프를 보고 있던 시에나는 살짝 눈웃음을 지어 주었다.
“그런 의미는 아니야······평화라는 것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응?”
의아한 눈을 하고 있는 크라우프에게 시에나는 히죽 웃으며 조용히 대답했다.
“아니······코프하고 나하고 파츠 베이스에 전쟁하러 나갔을 때······솔직히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걱정 많았었거든······코프하고 같이라고 하니까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버텨 올 수 있었던 거야.”
시에나의 조용한 대답을 듣고 있던 크라우프는 살짝 웃으면서 우동의 면을 삼켰다. 그런 크라우프를 보고 있던 시에나는 조용히 우동을 내려 보았다.
“뭐······나도 수많은 사람을 죽인 거겠지? 그런데 알아? 나 이제까지 한 번도 사람 죽인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는 거?”
“······”
크라우프가 아무런 말이 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시에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것이 아니라······바리스타 콕핏에 올라서 적을 수도 없이 쐈잖아······그런데 그런 것들 모두다 말이야······게임 같아······게임 오버는 나의 죽음이겠지만······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게임 오버 당한 수많은 사람들도 지금의 나처럼 이렇게 우동 먹고 싶어 했을까?”
“너는 충분히 자격이 있어 시에나. 괜히 자괴감에 빠져 들지 마. 알겠니?”
“뭘? 나는 그런 생각 안해······코프하고 같이 있을 수 있었으니까 정말로 좋았는걸? 코프가 아니었다면 아마 나 얼마 가지 못했을지 몰라······”
시에나의 이런 식의 고백에 크라우프는 은근히 감동스러웠다. 그는 조용히 시에나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고마워 시에나······시에나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도······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있지 못했을 꺼야······”
크라우프가 조용히 말을 꺼내자 시에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왼손으로 앞으로 흘러내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긴 뒤 크라우프에게 키스를 해 주었다.
“사랑해······”
우동을 먹다가 갑작스레 키스를 하자 근처에서 음식을 만들던 40대 중반의 우동집 주인아저씨가 짧게 헛기침을 했다.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서로에게서 떨어졌고 힐끗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우동집 주인아저씨는 이죽 웃으면서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길리엄 메즈 중위는 바르디아 게릴라들이 완전히 이 지역에서 철수한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거의 30일 가까이 게릴라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공을 세울 기회가 없어져 버렸다 생각했는지 초조해진 듯 한 모습을 보이는 에르빈 비케르트 소령의 명령으로 메즈 중위를 비롯한 소령의 대대 병력과 크리스틴 하버마스 소위의 바리스타들이 사방으로 정찰 활동에 나서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더위와 황량함, 그리고 끝없이 계속될 것 같은 정찰 활동은 비케르트 소령 휘하의 보병 대원들을 차츰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지친 표정이 역력한 중대원들을 한 번 돌아 본 메즈 중위는 지휘부 막사에 들어가 자신의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기름 수건을 꺼내서 자신의 자동 소총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먼지에 쌓인 총기는 위급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을 빼앗아 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나 작동 가능한 상태로 손질해 놓아야 했다. 그러니 기회만 되면 총기를 손질해 두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건 아니건 거의 버릇처럼 되어 버린 상태였다.
총기 손질이 거의 다 끝이 났을 때 쯤에 살짝 막사의 입구가 열리면서 작업복 차림의 크리스틴 제스 하버마스 소위가 얼굴을 드러냈다.
“뭐하십니까?”
하버마스 소위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안으로 들어와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메즈 중위는 자동 소총의 노리쇠를 잡아당기면서 그렇게 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메즈 중위는 바닥에다가 총을 시험삼아 격발한 뒤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총이 철컥 소리가 나면서 격발되자 하버마스 소위는 살짝 몸을 움츠렸다.
“아닙니다. 뭐······매일 같이 바쁘신데······뭐라고 말씀을 드리기도 뭣해서 말입니다.”
그녀의 말에서 정확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메즈 중위는 은근하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강력한 화력을 가진 바리스타를 몰고 있으면서도 적을 찾아내지도 못하고 있는 존재들이 할 일이 없으니 이렇게 돌아다니기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메즈 중위는 대답 대신에 권총을 빼서 탄창을 뺀 뒤 노리쇠를 몇 번 뒤로 후퇴시키면서 안에 탄약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다. 그런 뒤 권총을 분해했다. 하버마스 소위는 물끄러미 메즈 중위가 능숙한 솜씨로 권총을 분해 손질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무 규칙상 적과 직접 교전할 상황이 아닌 이상 모든 총기는 장전하지 않고 있어야 했고, 조종간도 안전에 놓여져 있어야 한다.
“능숙하게 하시네요.”
하버마스 소위가 메즈 중위의 총기 손질 솜씨에 감탄했다는 말을 하자 중위는 살짝 눈을 치켜뜨며 조용히 물었다.
“이곳에 나를 찾아온 용건이 무엇인가?”
메즈 중위의 물음에 하버마스 소위는 무엇인가 입안에서만 할 말이 맴도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죄송하다는 말을 꺼냈다.
“깜빡 잊었습니다.”
하버마스 소위의 궁색한 변명에 메즈 중위는 권총의 총열 내부를 닦아 내었다. 그런 뒤 다시 권총을 조립해서 몇 번씩 권총을 격발해 보았다. 그리고는 완전히 하버마스 소위에게서 관심이 멀어진 듯 권총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제 생각났나?”
그녀가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자 메즈 중위가 조용히 물었다. 그러자 하버마스 소위의 얼굴은 더욱 붉어져 버렸다.
“······저······”
“말해 보게. 뭘 해달라는 건가?”
“아? 아닙니다. 중위님······이만 실례하겠습니다.”
하버마스 소위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서는 메즈 중위에게 경례를 올려 버렸다. 메즈 중위는 하버마스 소위를 보더니 권총을 든 손으로 경례를 받았다.
하버마스 소위가 황급히 막사를 빠져 나가고 메즈 중위는 권총에 탄창을 결합한 후 안전 장치를 걸고 권총집에다가 집어넣었다. 따분하고 짜증스럽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별로 시덥지 않은 일들만 계속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오콘 다비토는 올해 30세였으며 금발 머리카락에 키가 매우 컷고, 바다를 연상케 하는 푸른 눈동자를 지닌 바르디아 해방 전선에 소속되어 있는 헤비호스 파일럿이었다.
그는 하얀 백작의 주선으로 다크 크라이드의 게릴라 부대에 헤비호스 파일럿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평소 에이센에 적의가 많았던 그는 에이센군과 전투가 있을 것이라는 하얀 백작의 말에 기꺼이 다크 크라이드의 부대로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 그는 에이센군과의 전투가 아니라 20일 넘게 레나와 보디세아라고 하는 신입들에게 헤비호스 조종술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다비토는 여자를 가르친 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곳에는 전문적인 파일럿을 가르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파일럿을 키우는 일에 대해서 거절을 했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파일럿이 필요하다는 하얀 백작과 게릴라 부대장인 다크 크라이드의 간곡한 부탁 때문에 다비토는 어쩔 수 없이 레나와 보디세아를 가르치는 일에 착수했다.
어느 정도 기본을 알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 했지만 사실 헤비호스 같은 기계를 전혀 다뤄 본 적이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비토는 순간 아연해 졌지만 그래도 하얀 백작과 다크 크라이드에게 부탁 받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레나와 보디세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다비토는 먼저 두 사람에게 기본적인 헤비호스의 동작 원리를 설명해 준 뒤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두 사람을 훈련시켰다. 그는 조종술을 가르치기 위해서 레나와 보디세아를 차례로 무릎위에 앉힌 뒤 뒤쪽에서 두 사람을 끌어안는 식으로 직접 콕핏에 앉은 기분을 갖도록 조종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사실 굳이 이런 방식을 사용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는 자신이 별로 내키지 않았던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자그마한 보답을 받는 것이라 생각했고, 나중에는 은근히 그것을 즐기는 듯 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여 주변에 있는 많은 남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처음에는 헤비호스의 기본도 몰라서 허우적거리던 레나와 보디세아였는데 20일이 지난 현재는 헤비호스 콕핏에 앉아서 적과 직접 교전하는 것을 CG로 연습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부쩍 향상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마치 게임을 하듯이 동작을 하는 것 뿐이라는 것을 다비토는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헤비호스에 탑승하여 움직일 경우 몸에 많은 압력이 전해져 온다. 그리고 지상에서 헤비호스를 움직인다면 위아래 좌우로 움직이는 것 때문에 신입들은 자주 구토를 일으킨다. 비록 많은 부분에서 그런 움직임이 파일럿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초보자들은 몸이 적응이 되지 않아 구토 증세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레나와 보디세아도 처음에는 그러했지만 기계를 조정해서 콕핏에 진동과 움직임을 임의로 주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비토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
올릴 시간은 되어 가는데 계속 서버점검 중이라는 메시지만 뜰 뿐…
음…‘독자와의 대화’를 하려면 코멘트를 읽어야 하는데…이럼 곤란한디…워쩐다냐…
…뭐, 어떻게든 되겠지 뭐…
음…드디어 파일럿 훈련…그리고 메즈 중위와 제스 하버마스 소위…러브러브 모드 발동???
글고…마지막 문단에 나오는 울렁임…쿨럭~ 우윽…생각만 해도 속이 뒤집히는 듯 하다는…
개인적으로 메달이나 고스트 리콘, 레인보우6와 같은 부류의 게임을 좋아합니다만…(좋아한다는 것이지 잘한다는 것은 결단코 아님…)…탁 트인 필드에서의 전투는 그럭저럭 적응이 되던데, 실내에만 들어가면 5분도 못 버티고 울렁이기 시작하더군요…음…메슥메슥메슥~ ㅜ_ㅜ
…빨리 올리고 콜 오브 듀티나 해야 쓰겄다…베테랑 모드의 압박! 쿨럭~
아직도 먹통이군요…음…덕분에 늦게 올려도 되겠군…으흐흐흐흐…*_*)/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41…
음…아직도…인가…쿨럭~ ‘조아라의 저주’의 재림…일지도 모르겠군요…ㅡ_ㅡ;
현재시간 22시 20분…올리려고 기다린지 어언 3시간 반…우으음…오늘이 가기전에 올릴 수 있으려나…
그리고…아쉽지만 ‘독자와의 대화’는…쿨럭~ 포기해야 할 듯…ㅠ_ㅠ
…졸려요…=0=)아함~
금일, ‘독자와의 대화’가 없는 이유는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조아라 서버 불안으로 인하여 독자님들이 남겨주신 코멘트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양해해 주시겠죠?…아니라면 낭패…-ㅅ-;;;
…고민끝에 변경치 않기로 한 소제목…<(-_ㅡ*
다크 크라이드와 하얀 백작은 레나와 보디세아가 지오콘 다비토의 지도 아래 헤비호스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다크 자네의 말대로 저 친구들·····기사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 잘만 훈련시킨다면 상당히 중요한 전력이 되겠군.”
하얀 백작의 대답을 듣게 된 다크 크라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파일럿들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군요. 제 생각 같아서는 뒤로 보내서 정규 파일럿 교육을 받게 하고 싶었는데요······”
“뭐······하는 수 없지 않겠나. 기사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 다비토의 지도하에 훌륭한 파일럿으로 성장할 것이네, 그나저나 이번에 자네에게 부탁할 것이 있네만······”
하얀 백작은 한숨을 내쉬고 있는 다크 크라이드에게 조용히 자신이 의도했던 말을 꺼냈다.
머리를 맞대고 하얀 백작의 말을 듣고 난 다크 크라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최종 목표를 듣고 난 후에는 고개를 좌우로 저어 버렸다.
“첫번째 것은 가능하다고 보지만 두 번째 것은······”
말끝을 흐리고 있는 다크 크라이드에게 하얀 백작은 엷게 웃음을 지어 주었다. 그렇게 나올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
다크 크라이드는 하얀 백작의 말을 받으며 잠시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자칫······”
“나는 가능 하다고 보네······내가 최대한 병력과 물자, 정보, 그리고 자금을 지원하겠네. 다크 자네라면 할 수 있을 것이야.”
하얀 백작은 자신감을 가지라는 식으로 다크 크라이드를 격려했다.
“······알겠습니다. 대신 파일럿들을 많이 구해 주십시오. 헤비호스가 주력이 될 것인데······파일럿이 없다면······”
다크 크라이드는 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말끝을 다소 흐렸다. 하지만 하얀 백작이 주문한 두번째 일이 너무나도 커다란 일이었기 때문에 다크 크라이드로서도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하얀 백작이 너무나도 자신 있게 말을 하니 다크 크라이드는 이제까지 그와 지내 오면서 겪게 된 신뢰감을 믿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는 모두에게 이 사실을 말해 주지는 않았다. 다크 크라이드는 어디부터 준비를 해야할까 걱정이 앞섰지만, 그래도 하얀 백작과 함께 그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목표까지 전진해 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헤비호스 훈련을 하고 있는 레나와 보디세아를 바라보면서 기사의 힘을 가진 파일럿이 생길 것이라는 은근한 기대를 가졌다.
‘저 둘······잘만 하면 그 일에······상당한 도움이 되겠군.’
하얀 백작은 레나와 보디세아를 보고 제대로 훈련을 마치고 실력을 갖추게 된다면 보통 파일럿 100명 분의 일은 할 것이라고 은근하게 다크 크라이드의 보는 눈을 칭찬했다.
“하지만 그 100명 분의 실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입니다.”
“알겠네······일단 자네는 내가 말한 첫번째 임무를 완수하도록 하게나.”
다크 크라이드가 군대 식으로 경례를 올리자 하얀 백작은 환하게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여 준 후 그에게서 멀어졌다.
‘일단······저 두 사람이 준비가 되면 나설 것이고······그러면 에이센 놈들은 어떻게 나오려나?’
그는 엷게 웃음을 지은 후 자신이 이곳에서 하얀 백작이 원한 첫번째 일을 완수해 준다면 두번째 일도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리하르트 황제력 265년 12월 21일 일요일 크라우프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아세라와 에이린과 더불어 베르베라 시내로 나와 저녁 식사를 했다. 두 사람 모두 6개월째로서 이제는 누가봐도 임산부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의 몸이 되어 있었다. 출산 예정일은 3월 말에서 4월 초순쯤으로 잡혀 있었다. 1월 중순 쯤에 아세라와 에이린이 출산 휴가를 내고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게다가 뱃속에 크라우프의 아이를 가지고 있으니 황실에서 두 사람에게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과 태아에 관한 검진을 받도록 해주고 있었고, 알게 모르게 신경을 써주고 있는 듯 하니 크라우프와 그녀들은 아이가 커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걱정을 할 것은 없었다.
세 사람이 자리 잡은 레스토랑에서는 한 남자와 임신한 두 여자가 앉아 있으니 사람들이 의아한 눈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외모적으로 크라우프는 아직까지도 20세 전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데 비해 아세라와 에이린은 나이가 휠씬 많아 보였기 때문에 각자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크라우르와 에이린, 아세라는 다른 손님들이 힐끔거리며 바라보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은 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저녁식사를 해갔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크라우프는 몸이 무거워졌기 때문인지 피곤해 하는 두 사람에게 어디를 가자고 하지는 않고 다시 저택으로 돌아왔다.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아세라는 여동생인 페넬로페가 266년 5월 쯤에 비스톡이라는 남자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말을 해 주었다.
“잘 되었네.”
크라우프는 페넬로페도 남편을 만나서 결혼을 하기로 했다고 하는 말을 듣고 축하한다는 말을 해 주었다.
“나 아이 낳고 난 이후니까······”
아세라는 히죽 웃어 주기만 했다. 페넬로페도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잘 되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크라우프는 황실에서 아세라와 에이린을 출산 때까지 자신들이 맡아 보호하겠다는 뜻을 보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이를 낳을 때 가족들 곁에 있고 싶어 했고 결국 황실에서는 두 사람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
지난 10월 23일 저격을 받아 사망한 스텍하우스 민회 의장의 후임자 선출을 둘러싸고 12월 21일인 현재까지 진통이 많았다. 스텍하우스 민회 의장의 저격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맡은 검찰은 그 사건의 배후에 대해서 아무것도 밝혀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공화주의자들이나 반전주의자들, 그리고 파츠 베이스 잔당들에 대해서 혐의가 주어 졌지만 뾰족하게 누가 범인인지를 설명해 내지 못했던 것이다.
TV화면에 찍힌 지극히 평범한 외모를 가진 사람도 누구인지 도저히 알아 낼 수 없었다. 범인은 스텍하우스 의장에게 총격을 가한 후 혼란의 와중에서 유유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도무지 누가 했는지 꼬리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스텍하우스 의원에 대한 조사는 물론 모든 것이 제자리 걸음이었다. 그리고 민회 의장이 갑자기 유고하게 되었으니 그 후임자 자리를 둘러 싼 진통도 끊이지 않은 것이다. 민회를 다르마당과 크게 양분하고 있는 디켄 다밀당에서는 민회 의장의 대리 체제가 아니라 차기 민회 의장의 선거에 의한 선출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국의 혼란은 가속화 되고 있었다. 스텍하우스 의장의 소속 정당이었던 다르마당에서는 다시금 다르마당에서 민회 의장 후임을 선출하겠다는 뜻을 견지하면서도 디켄 다밀당의 민회 의장 선거에 의한 선출 요구를 결코 무시하지도 못했다.
‘정치가들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