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79
이후 그 바르디아 게릴라 기지는 옛 바르디아군의 비밀 기지로 판명되었고, 기지가 통째로 날아간 이유는 기지내부에 수납되어 있던 구축함이 자폭해 버렸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무튼 이것으로 바르디아 게릴라들은 완전히 끝장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네이더 기지는 오히려 더 분주해 지고 있었다.
안나펠에서의 바르디아 게릴라들의 저항이 종식되었다고 판단한 에이센군 수뇌부들은 안나펠에 대한 적극적인 제압 작전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물론 발바이스 제국의 눈을 의식해 대규모 함대를 파견하는 대신 보병의 수를 압도적으로 늘림으로서 영향력의 확대를 꾀하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이곳 네이더 기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착륙을 하는 수송기와 수송함 때문에 매우 분주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시아 지겔마이어는 그런 것들과는 여전히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아직까지도 기지의 경비 중대 중대장으로서의 위치에 있을 뿐이었다.
토요일 저녁 시아는 비상 대기 상태 해제에 따라서 모처럼 만에 관사로 퇴근해서 그동안 밀린 빨래를 했다. 그리고 세탁물을 다시 관사에 가져다 놓은 뒤 밖으로 나와 술이나 한잔 하러 나갔다. 모처럼 만의 비상 대기 상태 해제 때문에 퇴근하게 된 장교들 때문에 관사와 바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는 중이었다.
시아는 어디 괜찮은 남자라도 얻어 걸릴까 하는 마음에 바에 들어가 앉았지만 다들 무엇이 그렇게 즐거운 화제거리가 있는지 신나게 떠들기만 하고 있지 시아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쩝······’
기다리다 못해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 보려고 했지만 근처에서 마땅히 마음에 드는 사람을 발견할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그녀는 브랜디만 석 잔째 비우고 있었다.
시아가 약간 취기가 올라 있을 때 누군가 털썩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슬쩍 살펴보니 아쉽게도 반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은 검은 머리카락의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는 조금 실망하는 듯한 기색을 띄는 시아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바텐터에게 브랜디를 병째로 주문했다. 중년의 남성 바텐더가 병째로는 팔지 않는다고 말하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자 그녀는 바텐더에게 소리를 질렀다.
“젠장! 잔으로 팔아도 몇 잔이면 한 병이잖아!”
바텐더는 규칙이라고 하면서 그 여자에게 잔을 내민후 브랜디 병을 들어 잔에다가 채워 주었다. 여자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작게 인상을 쓰며 투덜거렸다.
“쳇! 쪼잔하기는!”
잠깐 투덜거리고 있는 그 여자의 말을 듣고 있던 바텐더는 맞는 말이라고 능숙하게 맞받아 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쪼잔하지 않으면 바텐더를 할 수 없거든!”
그러자 그 검은 머리의 여성은 호탕하게 웃어 재꼈다.
“아저씨 마음에 드는데? 부인 있어?”
살짝 상체를 기울이며 물어 오는 검은 머리의 여성에게 바텐더는 그냥 웃어 넘길 뿐이었다. 상대가 진심으로 말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만나려면 한 100명 쯤 뒤에 서 있어야 할 텐데?”
그러자 검은 머리의 여성은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다시금 작게 투덜거렸다. 그리고는 독한 브랜디를 단숨에 마신 뒤 다시 잔을 내밀자 바텐더는 웃으며 잔을 채워 주었다.
“무슨 좋은 일 있나?”
두 번째 잔을 채워 주고 있는 바텐더의 물음에 검은 머리카락의 여성은 그냥 웃기만 했다. 그리고는 다시 브랜디 잔을 반쯤 비운 뒤 병원에서 오늘 퇴원했다고 대답했다.
“퇴원했으면 한 잔 더 해야지······브랜디로 몸안에 쌓여 있던 나쁜 기운을 모두 씻어내고 다시는 병원에 가지 말라고 말이야.”
바텐더는 이런 식의 군인들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검은 머리 여성 같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 여성은 감사하다면서 브랜디를 두 잔 째 마시고 세 잔째를 받았다.
시아는 자신의 옆에 앉은 여성이 강습해병대원이나 파일럿이라고 생각했다. 전상을 입고 병원에서 퇴원할 정도라면 직접 전투에 참가했다는 뜻이었고, 이 안나펠에서 적과 직접 전투를 벌일만 한 병과는 그 둘이 제일 유력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다른 병과에 있다가 사고로 다쳤을 수도 있었지만 옆에 앉은 여성의 행동이나 말투로 볼 때 전투 경험이 많은 사람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기에 시아는 그렇게 판단했던 것이다.
“뭘 그렇게 봐요?”
그때 브랜디 잔을 반 쯤 비웠다가 머리가 아픈지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있던 여성이 고개를 돌렸다가 시아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자신을 관찰하는 듯 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시아에게 퉁명스런 어조로 물었다. 예전 초임 장교 시절이나 베르베라 근처에 있을 때만 해도 시아는 이런 식의 질문을 받으면 움츠려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아는 이곳에서 거친 강습해병들이나 전투에 참가한 파일럿들을 여럿 상대하다 보니 이런 식의 말을 받아넘기는 데 익숙해 져 있었다.
“왜? 내 눈 가지고 뭐 못 볼 것 봤냐?”
이런 식의 사람들은 까닭 없이 움츠려 든다면 계속해서 상대를 위압하려 드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시아는 처음부터 강경하게 나섰다. 예상했던 대로 검은 머리 여성은 호탕하게 웃으며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방금 말 들었는데 무슨 일로 병원신세 진거야?”
시아의 물음에 검은 머리 여성은 피식 웃기만 했다. 그리고는 다시 브랜디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런 뒤 게릴라들과 교전 중에 다쳤다는 대답을 했다.
“살아남아 있으니 다행이로군······”
시아가 은근한 말로 위로를 해 주자 검은 머리 여성은 쿡쿡 거리며 웃기만 했다.
“하긴 다행이지······”
서로 웃기만 했다. 검은 머리 여성은 브랜디 석잔을 마시고는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하다가 순간적으로 구역질이 올라오는지 양손을 입에 대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뒤 황급히 화장실 쪽으로 뛰어갔다. 병원에 있었으면 몇 달간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하고 있었을 것인데 저렇게 술을 급하게 마셔댔으니 몸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시아도 술이 조금 거하게 올라오는 것 같아 머리가 어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시아의 옆으로 건장한 체구의 젊은 남성이 다가와 앉았다.
“아까부터 봤는데 혼자에요?”
은근한 말투로 말을 꺼내는 젊은 남성을 보고 시아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금새 알아 차렸다. 잠시 상대에 대해서 가늠을 해 보니 별로 부담을 느낄 만한 상대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달 만에 건질 수 있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자 시아는 은근하게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살짝 그런 속마음을 감추고는 조용히 그 남자에게 대답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요?”
은근하게 퉁겨 보았지만 상대도 어지간한 사람이었다. 사실 상대도 시아와 상황이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뭐······그 사람이 방금의 그 여자는 아니겠지요?”
상대의 말을 받은 시아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동성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상대 남자는 이죽 웃음을 지었다.
“뭐 괜찮다면 기다리는 사람이 오기 전까지 말벗이나 하면 좋겠는데. 괜찮겠어요?”
은근하게 말을 건네자 시아는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자신이 나서려던 차에 이렇게 스스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으니 은근하게 기쁘기도 했다. 상대는 체격도 건장했고 얼굴도 잘생긴 편이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상대가 마음에 들자 그러라고 허락을 해 주었다. 시아는 모처럼만에 찾아온 주말이 결코 재미없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은근한 기대감을 가졌다.
안나펠 행성의 3개의 거대 대륙 가세날, 파타크, 아로멜의 사이에 펼쳐져 있는 거대한 대양의 중간 정도 지점에는 부저 섬이라고 하는 커다란 섬이 있었다.
부저 섬은 아나록스 시티라고 하는 안나펠의 중심 도시가 위치해 있는 곳으로서 실질적으로 에이센인들이 이주해와 거주하고 있는 도시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이곳이 행성의 중심이 된 이유는 교통이 편리했기 때문이었다. 행성의 북반구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고 파타크와 남극지방을 끌어안고 있는 아로멜과도 통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에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망망대해의 적도 부근에 불쑥 솟아 있는 섬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실질적인 이유만이 아니라고 해도 에이센인들의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곳이 바로 이 부저 섬이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아나록스 시티가 안나펠의 중심 도시가 되는 데에 크게 일조하고 있었다.
이런 부저 섬 근처의 깊은 바다 속을 커다란 원통형의 물체가 조용히 항진해 나가고 있었다. 은밀하게 운행하고 있는 잠수함 속에서 레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잠수함의 하부에 격납되어 있는 헤비호스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난번 에이센군 1개 대대 병력을 성공적으로 공격하고 철수한 뒤 에이센군이 그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다크 크라이드로부터 기지를 버리고 철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헤비호스는 물론 기지의 하부에 있던 우주선마저도 그대로 내버려둔 채로였다. 에이센이 마음먹고 찾기 시작한다면 그 기지의 위치쯤은 손쉽게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 다크의 설명이었고, 그 기지의 위치가 알려진 상태에서 무의미하게 저항한다면 전멸해 버릴 것이라는 것이 다크 크라이드의 설명이었다.
아무튼 대부분의 장비를 그대로 버려둔 채 대원들의 몸만 빠져 나왔다. 대원들 중에서는 어렵게 얻은 장비들을 버린다는 것에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에이센에게 들키기 쉽다는 다크의 설명을 듣고는 이내 포기했다. 장비 따위야 언제든지 다시 구할 수 있지만 목숨은 하나뿐이라는 다크의 말은 대원 전부를 납득시키기엔 충분한 것이었고, 아쉬워하던 대원들도 그의 지시에 따라 신속하게 기지를 빠져 나왔다.
기지를 탈출한 이후 처음에는 말을 타고 이동했지만 나중에는 말도 모조리 근처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넘겨 버리고 무기도 권총류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처분해 버렸다. 그리고 다크 크라이드를 따라 해안으로 나왔고, 해안에서 이들을 기다리는 수상선을 만나 모두 옮겨탔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잠수함으로 옮겨 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전부 옮겨 탄 것은 아니었고, 지오콘 다비토를 비롯한 정예 게릴라 대원들만 잠수함에 타게 된 것이다. 이때 레나와 보디세아도 다크 크라이드의 지시에 따라 잠수함에 탑승하게 되었다.
잠수함에서 레나는 하얀 백작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하얀 백작은 잠수함과 함께 새로운 헤비호스를 다크 크라이드에게 공급해 준 것이다. 레나는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 헤비호스들은 모두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장비도 일정했다. 모두 한 곳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것을 헤비호스 기술자가 아닌 사람이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얀 백작은 에이센의 민간 경비용 바리스타를 입수해 이것을 최신 부품을 사용해 군용 크누트나 에이센의 자카운과 필적할 만한 성능을 내는 헤비호스로 개조했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개조하는데 들어간 비용이 크누트를 공장에서 빼돌리거나 에이센의 군용 바리스타를 입수하는 것 보다 덜 들어갔다고 설명을 했다. 그래서 그것을 듣고 있던 레나는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기만 말 뿐, 귀를 기울이지는 않았다. 레나는 모두 같은 모양의 헤비호스들 중에서 아직까지도 완성되지 않아 잠수함의 격납고에서 조립되고 있는 헤비호스에게 관심이 쏠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인지는 몰라도 기술자들이 열심히 헤비호스 주변에서 작업하고 있는 것을 힐끔거리며 보고 있던 레나는 다비토와 찰싹 달라 붙어서 작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보디세아를 힐끔 바라 보았다.
보디세아는 지오콘 다비토와 상당히 가까워진 상태였다. 그리고 가끔 함께 가끔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헤비호스 조종 기술을 가르쳐 주면서 두 사람이 가까워진 것이다. 보디세아는 다비토와 함께 가끔씩 창고 같은 데 들어가서 한참 동안이나 두 사람만 있다가 나오기도 하고 가끔 잠수함 내에서 개인실을 사용하는 다비토의 방에 놀러가기도 했다.
레나는 어쨌거나 보디세아가 다시 남자를 만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것은 보디세아가 스스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전에 마을에 있을 때에는 레나는 자신 때문에 보디세아가 억지로 마음에 맞지 않는 남자와 만나고 있다는 생각을 은근하게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 이곳에 와서는 그렇지는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의 마음으로 다비토를 만나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 때문에 최근 레나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헤비호스 조종술을 익히고 시뮬레이션으로 훈련을 거듭하고 있었기에 그리 외롭다거나 하는 감정을 느끼고 있지는 않았다. 보디세아 처럼 남자도 만나고 즐기기도 하고 싶었지만 그런 것에 시간을 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리하르트 황제력 266년 2월 17일 일요일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의 함대는 조용히 베르베라 행성계 외각을 초계하고 있었다. 그의 지휘하에 있는 약 3천척의 함대 장병들 중에서 디네스 펜터 호리스 소위는 다소 따분해 하는 듯한 표정으로 기함 록시나 XI호의 내부 통로를 걷고 있었다. 수도 방어 사령부로 배치 받은 후 그녀가 한 일이라고는 실상 거의 없다시피 했다. 훈련하고 정찰 비행에 나서고 다시 훈련하고 쉬고 정찰비행에 나서고 휴가를 받아 쉬고 하는 식의 일의 반복이었던 것이다. 수도 베르베라의 치안을 책임지는 것이 수도방어 사령부 함대의 임무이기는 했지만 너무나도 똑같은 생활의 반복이 디네스에게는 지루하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오랜 고참병들이 제대를 한 뒤였고 그들의 빈자리는 신병들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가까이 지낼만 한 사람이 거의 없어진 디네스가 지루해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사실 오랫동안 전쟁터에서 고생을 했던 사람들이 군대에 계속 남아 있을리 만무했다. 참혹한 전쟁을 오래 겪다보면 더 이상 군대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져 버리고 하나 둘 씩 제대를 희망하는 것이다. 이런 것 때문에 한 번 전쟁이 크게 벌어지고 나면 그 전쟁에 종군했던 병사들 대다수가 전역을 희망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고, 디네스의 지인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그 자신도 죽을 고비를 넘기다 보면 삶이 가치 있다는 것을 몇 번 씩이나 깨닫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고 군대를 나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없이 사회에 나가 자신이 그동안 바라 마지않았던 일들을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사실 디네스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녀가 사회로 나오려고 했을 때 그곳에는 실업자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디네스와 같이 바리스타 조종면허를 소지한 자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고, 오랜 경력을 가진 기술자들도 많았다. 사회에서 흡수할 수 있는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군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사회로 쏟아져 나오다 보니 사회는 일순간 넘쳐나는 실업자들로 가득차 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디네스는 제대를 생각했다가 이런 모습을 보고 다시 군대에 남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고향인 프로스베인에 남아 있는 것 보다는 수도인 베르베라에서 수도 방어 사령부에 들어오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부모님 곁을 떠나온 것이었다. 디네스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후회를 하지는 않았다. 수도 방어 사령부는 새로운 장비들을 가장 먼저 지급 받을 수도 있었고, 급여와 복리 후생도 매우 만족할 만한 수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디네스를 괴롭게 만든 것은 따분함이었다.
실제로 수도에서 직접적인 대규모 함대전투가 벌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과거 몇 번의 쿠데타가 있기는 했어도 그것들 대부분이 베르베라 행성에만 국한되어 진 것이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수도방어 사령부 함대 소속의 함대가 계속해서 수도 방어 사령부에 소속되어 있는 한 전투를 수행하는 경우는 없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하지만 수도 방위 사령부는 크라펠에 주둔하고 있는 크라펠 주류 함대와 우주 공격군 함대와 더불어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3개의 대규모 함대 사령부 중 하나였다. 수도 방어 사령부 함대는 지방에 대규모 병력 동원이 필요한 경우 우주 공격군 함대와 함께 공동 작전에 나서기도 하는 등 지방 출정 임무가 종종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임무가 없었기 때문에 따분하기만 했다. 이러니 현재 아세라와 에이린도 지휘관 보충 교육을 받고 난 이후에도 무슨 이유를 붙여 휴가를 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워낙에 한가한 곳이다 보니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력이 가장 많은 시에나와 니콜라스 라티시드 중위가 대대를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둘 말고 형식적으로 대대장 대리 임무를 맡은 대위 두 사람이 있지만 그들은 전투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경험 많은 시에나와 라티시드 중위가 대대를 통솔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디네스는 따분함 때문에 미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록시나 XI호의 통로를 걸었다. 기분이 이상해서 마음을 다잡지 못할 것 같으면 이렇게 어디론가를 걷는 것이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전쟁을 여러번 겪으면서 긴장되었던 모든 것들이 이러한 한가함 속에서 점점 나약해 지려 하는지 디네스는 이상하게 기분이 뒤숭숭해 짐을 느꼈다. 그것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지금 이렇게 걷고 있는 것이었다.
바리스타 스부타이 1기가 방향을 바꾸며 록시나 XI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 스부타이가 순간적으로 분사한 추진제의 잔상이 조금씩 흩어지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함교에 올라와 그 장면을 보고 있던 크라우프는 지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형식적으로 베르베라 주변을 초계하고 있는 것이 단순함의 반복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걱정할 것이 많았다. 이제 다음달 말이나 그 다음달 초순쯤에 출산을 앞두고 있는 아세라와 에이린 뿐만이 아니라 자칫 바르디아 쪽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생각 보다 바르디아의 상황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것들 때문에 크라우프는 씁쓸히 웃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자신의 아이를 출산할 아세라와 에이린을 걱정해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바르디아에 가게 되는 것은 나중의 일이지만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바로 두 달만 지나면 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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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설명이 2% 부족한 듯…쿨럭~
에…다크들이 손쉽게 기지를 버린 이유도…음…다 작전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안나펠에는 에이센군의 잠수함이 없느냐? 저렇게 커다란 것이 싸돌아 다니는 데도 모르느냐?…하는 질문이 있을지 몰라 변명을…^_^;;
굳이 말하자면 안나펠에 에이센군의 잠수함은 있기는 합니다만…숨어다니지요…즉, 협정에 의거하여 공식적으로 ‘중장비’…아니 ‘함정’에 속하는 잠수함을 배치할 수 없으니까요…그리고…레나들이 타고 있는 잠수함은 구 바르디아군의 것으로서…하얀 백작이 비밀리에 운용하고 있는 것이구요…
안나펠의 상황은…음…뭐랄까요…한마디로 ‘땅개 vs 땅개’의 상황입니다…쩝…별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그리고 ‘검은묵시록’님…아쉽게도 다크들의 비밀기지에 있던 함정은 ‘전함’이 아니었군요…저도 깜빡 속았답니다…영락없이 ‘검은 묵시록 호’인줄 알았건만…쿨럭~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46…
‘무적동방불패’님…뭐…실질적인 1타를 축하드립니다…^_^;;; 음…그리고 식목일인 오늘…저도 놀지 않고 몇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감나무, 무화과 나무 등등이요…비록 작은 묘목이었지만 언젠가는 맛있는 열매를 주겠지요…뭐…빨라도 4~5년 후 라는 것이 문제이지만요…ㅡ_ㅡ; 음…그리고 기분전환이라…흠…얼마전에 술마시러 간 것은 알고 계시지요? 그때 결혼한 친구도 한명 나왔는데…쿨럭~ 그 자슥이 짓던…‘모든 것을 다 아는 듯 한 미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요…ㅡ_ㅡ; 음…그리고 책은 5권까지 나왔습니다만…뭐…출판사에서 더 직어 내려는 의지는 없어 보입니다…조만간 절판될 듯…
‘피르다룬’님…쿨럭~ 음…하긴 제가 보아도 그리 보인다는…쿨럭~ -ㅅ-; 근데요…그 ‘변신전 변신후’라는 것이 말입니다…‘좋은’ 쪽으로 ‘변신전 변신후’라는 것이겠지요? 그쵸? 변신 전에는 별로 였는데 변신 후에는 미남*^.^*으로 변했다던가…하는 것 말입니다…므흣~♡ 그건 그렇고 FF7과 8이라…추억의 게임이로군요…7탄은 2번인가 플레이했고…8탄은 하다 때려 치웠고…그 이후는 아예 장만을 하지 않았다는…쿨럭~
‘horizon’님…아, 오늘 출연한 검은 머리 여성이 ‘호라이즌 상사’라는 것…알고 계시지요? 흐흐흐…거 보십시요…전향하시라니깐요…이름조차 언급되지 않는 분신 캐릭이 불쌍하지 않습니까? 흐흐흐…(실제 원고(?)에도 저리 되어 있었으니 제가 고의적으로 저렇게 한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물론…믿거나 말거나…) 음…그리고 추천해 주신 소설은 이미 다 봤습니다…쩝…겜 소설 치고는 색다르고 재미도 있긴 하지만…결국은 렙업…아이템…숨겨진 직업…비슷비슷…음…‘그러면 네가 함 써봐!’라 하신다면 낭패…-ㅅ-; 아무튼! 다른 좋은 작품도 많이 추천해 주세요~
‘마이트레야’님…응? ‘금선탈각지계’가…뭐지요? 좀 알려 주세요…저는 전혀 모르겠는데요? 그리고…모르는 것을 쓸 만큼 작가랑 저랑의 머리는 좋지 않답니다…그리고 실제적으로 벌어지는 사건들도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거창하기는 커녕..쪼잔하기까지 하지요…그러니 큰 기대는 하지 말아 주시길…납득 하셨나요?…휴우…이로서 ‘도망칠 구멍’은 만들어 둔 것인가…먼산…( ‘.’)>
‘휴식시간’님…음…게임…하니까 생각나는데요…제 지인중 하나가 WOW(World Of Warcraft)의 클로즈 베타 테스터를 하고 있더군요…쩝…쥑이더만요…렙 노가다도 심하지 않고…오히려 엄청나게 많은 퀘스트로 인하여 손을 뗄 수 없는…그 엄청난 퀘스트가 아직 개발단계의 것이라는 것에 경악…뭐…저사양에서도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인지 그래픽이 약간 구리지만…나쁘지는 않더군요…그것을 하는 것을 보면서 수없이 속으로 되뇌어야 했다는…‘저걸 하면 안돼. 폐인에의 지름길이야’ 라고 말이지요…쿨럭~ 음…그리고…결국 연휴동안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훗훗훗…T^T…뭐, 제 필살기에 맞으셨으니…흐흐흐…애도의 묵념을…
‘yaiddasya’님…뭐…봉인된 필살기를 쓸만큼 긴박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뭐, 덕분에 지금은 한결 나아졌지만요…흐흐흐…그리고 하나씩 하나씩 상대를 줄여 나가는 재미란…흐흐흐…(←어두운 오러를 슬금슬금 피워올리는 아뒤쥔장…) 음…그리고, 뭐 화끈하게 저지르는 것에는 일단 동의합니다만…그 대상이 디나라는 것은…쿨럭…절대 불가!!! 기각!!!
‘soulschaos’님…우선 오타지적에 감사드립니다…m(_ _)m…음…그리고 역사적으로 진실이 정확하게 밝혀진 적이 과연 있을까요? 적절하게 왜곡되고 입맛에 맞게 편집된 것이라면 흔하게 널렸습니다만…^_^;;; 언제나 ‘진실은 베일 속에’…입니다…쿨럭~ 뭐, 그건 그렇고 디네스가 출연했군요…비록 많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만…흐흐흐…외로워하는 것이…꿀꺽~ 조만간 크라우프의 시야에 포착될 듯…
‘판타로드’님..뭐…그렇게 화내지 마시고요…허엇~ 지, 진정하세요…자자~ 릴렉스~ 릴렉스~ 손에 들고 계시는 짱돌은 살포시 내려 놓으시고요…^_^;; 음..배경을 까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음…뭐 한두번 있는 일도 아닌데요 뭐…냐하하핫~!! 퍽~!!! 윽…<(#_ㅡ) 음…그리고 파티나 크세의 경우는 작가넘이 머리를 쓰고 있으니 어찌어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글고…크라우프의 승진이라…쿨럭~ 그나이에 소장이 된 것도 에이센군 역사에 2번째인가 인데…쿨럭~ 별다른 공적도 없는 마당에 승진을 바라는 것은 조금…^_^;;; 음…그리고 이제 겨우 50%밖에 차지 않으셨다니…흐흐흐…조금 더 끌어도 되겠군요..한 99.999%정도까지…흐흐흐…
‘검은묵시록’님…으음…확실히 비상금은 턴 것 만으로는 부족하신가 보군요…으으음…아무래도 작가의 비상금도 털어야 하나…쿨럭~ 흐흐흐…동생아 니가 거시기 해야 쓰겄다…in 황산벌…글고 책 자체는 5권인가까지 나왔습니다만…인세는 3권까지만 받았지요…그것이 작년 9월…쿨럭~ 쩝…뭐, 돈이 궁한 것도 급한 것도 아니지만…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뭐, 이쯤 하고요…일부러 디나의 하렘 편입여부에 대한 이야기를 끌지는 않는데요?(…정말?) 애초부터 편입시킬 생각 자체가 없습니다…물론 믿거나 말거나…쿨럭~ ^_^;;;
‘파란강아지’님…음…그러셨군요…하긴 사람이 너무 기뻐하다 보면 그럴수도 있지요…그만큼 1타를 하신 것이 기쁘셨다는 것으로 알아듣겠습니다…^_^;; 그런데…오늘도…아니 어제도 상다히 짧게 남기셨군요…쩝…다시 작가 궁극스킬! ‘혼자 북치고 장구치기’를 발동해야 하는 것인가…쿨럭~ 덩기덕~ 쿵! 더러러러~ 쿵! 기덕~ 쿵!~ 더러러러~…(←굿거리 장단…-ㅅ-;)
‘다크크라이드’님…저런…친구분께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쩝…저도 작년에 친구 아버님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돌아가셔서 거길 다녀왔는데요…관이라는 것…의외로 엄청 무겁더군요…마치 그 분 인생의 무게를 느끼는 것 같았다는…그 당시에는 인생에 대해서 이것저것 생각도 많았습니다만…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참…뭐랄까요…허무의 한 끝자락을 본 듯 하다고나 할가요…허허허…
‘테르미도르’님…음…코멘트를 남기신 시간이 01:48…상당히 늦게 주무시는 군요…늦게까지 공부를 하셨다거나 하신 것이라면 다행이지만…쿨럭~ 여친과 그 시간까지 ‘쉬고’ 계셨던 것이라고 한다면…부르르…(←상상하면서 주먹을 떠는 아뒤쥔장…)…빙긋~♡ 설마 배신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배신은 곧 방법입니다…-_-+
‘無偉’님…으음…각성에 기적이라…흐음…그럼 이쪽은 탈력에 철벽, 집중, 번뜩임, 혼, 행운을 미리 걸어 놓은 후…분신과 베어내기, 방패 방어가 나올 때까지 리셋 노가다를…응? 이게 아닌가? 쿨럭~ 음…그런데 적 기체가 네오 그랑존이라면…으음…낭패인데…쩝…할 수 없군…이쪽은 그간 비밀리에 양산해 온 아스트로나간과 즈피루드를 대량으로 투입하는 수 밖에…쿨럭~ 용호와왕은 반격용으로 남겨두고 말이지요…흐흐흐…
늦었습니다…낮동안의 노동(…그게?) 때문인지 허리가…쿨럭~ 확실히 나이가 들은 듯 하네요…ㅠ_ㅠ
…고민끝에 변경치 않기로 한 소제목…<(-_ㅡ*
리하르트 황제력 266년 2월 26일 화요일 시아 지겔마이어 대위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지난 2월 2일 바에서 만난 건장한 체구의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시아는 그 남자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 때문에 그날 이후 거의 20일 가까이 매일 저녁 퇴근을 서두르게 되었다. 그 남자는 체격도 좋았고 시아를 즐겁게 해주는 일에도 아주 능숙했다. 그 덕분에 시아는 20일 동안을 아주 즐겁게 보냈다. 하지만 이제 20일 동안 매일 저녁 관사에서 나오지 않고 침대위에서만 보내다 보니까 슬슬 그 남자도 질려 버렸다. 시아는 그 남자와 일주일 째까지는 그의 여자 친구가 되고 싶어 했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이 자신의 본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결국 얼마전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여자 친구가 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섹스만 하기 위해서 만나다 보니 쉽게 질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거의 20일 동안 정신없이 남자와 지내고 난 이후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이제는 남자도 별로 생각나지 않았다. 한동안 남자를 만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녀는 중대장 사무실에서 자신의 자동 소총을 수입했다. 사격 훈련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쓸 일이 없는 총이었지만 주기적으로 손질해 두어야만 했다. 군인이라는 것이 어떤 일을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노리쇠를 들어내어 그것을 완전 분해해 부품 하나하나 완전히 먼지와 오랜 기름기를 닦아 내었다. 처음으로 이 총을 하사 받은 후 적을 향해서 총을 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상기한 시아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뭐 그럴 수도 있는 거겠지······’
시아는 자신이 보병 장교로 들어온 이상 하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대대 행정관이 들어오더니 살짝 경례를 올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대대 행정관인 릭스 볼 아이작 준위는 올해 50세가 조금 넘은 사람이었다. 아마 올해가 52세 쯤일 것이었다. 나이가 많은 고참 이었으니 계급이 위인 시아도 존칭을 써주고 있었다.
“아······총기 수입하는 중이었습니까.”
아이작 준위는 살짝 웃으며 시아 쪽으로 다가왔다. 시아의 계급이 더 높으니 아이작 준위는 딸과 같은 나이인 시아에게 존댓말을 써 주고 있었다. 시아는 그를 바라보며 능숙한 솜씨로 총기를 다시 조립하기 시작했다.
아이작 준위는 시아가 소총을 조립하는 것을 보고는 가스 조절관을 조금만 손보면 소총의 작동상태가 좋아진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하지만 총이 적절히 작동하게 되는 정확한 가스량을 맞추기는 어렵다면서 오랜 군 경험으로 습득한 가스 조절관을 손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렇군요.”
시아가 처음 듣는다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저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신이 나 총에 대해 설명을 늘어 놓던 아이작 준위는 퍼뜩 자신의 방문 목적을 상기했는지 시아가 지휘하는 중대의 중대원들 중에서 기지 보수 작업에 필요한 인원을 차출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아이작 준위는 대대장의 사인이 담긴 명령서를 주머니에서 꺼내 시아에게 넘겨 주었다.
“당연하신 말씀······그나저나 무슨 일인데요?”
대충 명령서를 살펴 본 시아가 자세한 내용을 묻자 아이작 준위는 자신도 잘은 모르는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 별것 아닙니다. 기지 주변에 새로운 병력이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그 막사를 세우는 작업인데······한 120명 정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2개 소대 병력이라······차라리 소대 두 개를 보내는 것이 좋겠죠?”
“뭐 그런 것이야 중대장님께서 하실 일 아니겠습니까?”
아이작 준위가 으쓱한 표정으로 말을 받자 시아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를 하든 그렇지 않든 어쨌거나 최전선이었기 때문에 시아는 완전 편성된 300명의 보병들을 지휘하고 있었고 그중에서 2개 소대를 작업에 동원하는 것은 별로 큰일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작 준위가 내일 아침에 120명의 작업원이 타고 갈 차량을 보내 주겠다고 약속해 주었고 시아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시아가 소총을 모두 조립하고 나자 아이작 준위는 한 번 만져 보고 싶다고 청했고 그녀는 소총을 확인해 준 후 건네주었다.
아이작 준위는 자신이 넘겨 받은 소총이 처음 받은 것처럼 깨끗하자 조금 알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 보병들이 소지하고 있는 소총은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물품이고 전역을 하더라도 군대에 반납하지 않고 예비군 사단으로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매우 소중하게 다루고 있었다. 하지만 시아의 총은 마치 새것과도 같았기 때문에 아이작 준위는 전투에 한 번도 나서지 않고 있는 시아의 처지를 알아차렸다.
“손질 잘 했는데요?”
준위는 자신의 생각을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은 채 시아를 칭찬해 준 후 그럼 부탁드린다면서 자리에서 일어섰고, 시아는 살짝 웃으며 행정실을 거쳐 밖까지 아이작 준위를 배웅해 주었다.
그를 배웅하고 손에 묻은 기름기를 닦아낸 시아는 전투에 나설 일이 없어진 아이작 준위를 포함한 자신들이 행복한 것인지 아니면 불행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군인으로서 전투라는 것이 없고 자신의 몸을 지킬 총이 한 번도 사람을 향해 불을 뿜지 않았다는 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잘 구별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같은 시각 에르빈 비케르트 소령이 주재한 간부 회의에 참석하게 된 길리엄 메즈 대위는 아르민 호라이즌 상사가 대대로 복귀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퇴원했나 보네?”
그녀의 모습을 본 메즈 대위가 반갑게 말을 건네자 호라이즌 상사는 웃으면서 메즈 대위의 말을 받았다.
“이번 달 2일에 퇴원했어요.”
“그래? 난 모르고 있었네······”
머쓱해 하는 메즈 대위에게 호라이즌 상사는 빙긋 웃으며 그의 어색함을 풀어 주었다.
“같은 기지 내에 예전에 소속해 있던 대대가 있으면서도 말이죠. 보충대에, 대기소에, 적응기간에······그런것 때문에 이제까지 있다가 왔죠. 그냥 이전 소속 대대로 보내주면 괜찮을 텐데 말이죠.”
“맞는 말······무슨 절차가 그렇게 복잡한지······”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비케르트 소령이 주재하는 간부 회의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