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39
위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자신은 아무 짐작도 할 것이 없었다. 자신이 아무리 무슨 상상을 하고 짐작을 해도 아무런 필요도 없는 것이다. 윗사람들에게는 단지 파일럿 얼마를 보충해 주는 것일 뿐이다. 병력을 끌어 모아서 보내 주는 것뿐이다. 운용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송선 안은 무척이나 무더웠다. 배안은 그래도 난방은 되지만 이곳은 화물칸을 개조한 것이라 잠만 자기 좋은 것이다. 쪄죽을 만큼 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군복을 입고 있기에는 무더웠다. 공기 순환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지만 이런 것은 언제나처럼 반복된 일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팬티만 걸치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앞으로 10일 정도 이 배를 더 타야 하는데 죽을 맛이로군……”
우즌 리베라중사가 침대에 배를 대고 누워 있는 디네스쪽으로 다가와 그렇게 말을 건넸다.
“맞는 말이에요……이러다 전쟁하러 가기 전에 더워 죽겠는데요?”
몸을 돌려 일어섰다. 디네스는 입술을 한번 빨았고 리베라중사는 핏 웃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얼굴이었던 것이다. 아직 나이가 16살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할 것이다.
“그래도 기운 내라……진짜로 죽으면 안되니까 알지?”
“네……”
빙긋 웃었고 리베라중사는 디네스의 어께를 두드려 준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
8월 11일 19시 30분 디네스 펜터 호리스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화물칸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전망대에 올라 있었다. 지루하게 항해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탑승해 있던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군복 바지에 상의에는 군용티셔츠만 걸친 채로 모두들 모여서 이런 저런 말들을 나누고 있었다. 시리나 제이나 마커스중위는 스티브 피럴 넥스중위와 무엇인지 몰라도 즐거운 듯 말들을 나누고 있었다. 하만 바이파를 출발해서 케네온으로 향하면서 보급기지에 3번 기항했고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옮겨 탔다. 파일럿들과 정비병을 비롯한 사람들이었다.
전망대에서는 음료수를 마시고 둘러앉아서 카드놀이를 하고 떠들고 있었다. 잠시 내시창 쪽으로 걸어가서 밖을 바라보았다. 호위로 붙은 경비함이 한 척에서 2척으로 늘어나 있었고 수송선이 3척에서 5척으로 되어 있었다. 은은하게 전함들이 운행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전함에서 내뿜고 있는 불빛들이 보였다. 저 배에도 사람들이 타고 있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내시창을 통해서 자신을 마주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보급이 대량으로 이루어지나 보네……”
그렇게 말을 하고 있던 그녀는 저 멀리에서 보이는 별빛들을 은은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었다. 저 빛을 보고 그 누가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군인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자신은 프로스베인행성을 벗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행성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있지만 자신이 태어난 행성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그렇지 많지가 않았다.
‘쩝……’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돌렸을 때 뒤쪽에서 크라우프가 서 있었다.
“디네스 뭐가 보여?”
조금 멀리 경비함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피식 웃으면서
“대위님……많이 지루하신가 봐요?”
“지루하기야 하지……앞으로 2,3번 정도 더 기지에 보급기지에 기항하게 될 것 같더구 만……”
디네스는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조금 앞으로 숙였다. 어린 나이였지만 무척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는 디네스였다.
크라우프는 그런 그녀의 옆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얼굴 옆선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나이가 16살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조금 나이가 들어 성숙해 보인다면 남자들이 줄을 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진짜……’
자신이 무슨 상상을 하는지 모르겠다 싶었다.
“아참 디네스는 부모님 모두 살아 계셔?”
“네? 예……프로스베인이 고향이에요.”
“가깝네……”
그의 말에 엷게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그렇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요. 가깝다고는 해도……눈으로 보이지 않고 또……”
“걱정마 디네스는 20살을 맞게 될 것이고 30살도 맞이하고 얼굴이 주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자신이 낳은 아이가 커 가는 모습도 보고 그 아이가 낳은 아이도 안아볼 테니까 말이야!”
“……말씀을 잘하시네요……그런데 저는 어려운 말은……”
핏 웃고만 있는 디네스였다. 좋은 말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크라우프가 부하들에게 이렇게 신경을 써준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나도 학력은 별 볼일 없어……사관학교 어떻게 겨우 들어간 거지……내 동생이 더 잘하거 든……”
그렇게 대답을 했다.
“동생요?”
잠시 생각을 했다.
“아참 그 미인이었던가요?”
굉장히 아름다운 여성이었다고 기억했다.
“디네스도 디나 만큼 아름다워……어릴 때 나 동생하고 많이 싸웠는데……동생이 제일 예쁘 다고 디나하고 결혼한다고 말했었다고 했었는데 말이야……”
우스운 말이었다. 조금 웃긴다는 말을 하면서
“이제 좀 몸이 커지고 다른 여자도 알게 되니……친동생하고는 결혼할 수 없다고 알게 되 되더라……”
그는 그렇게 말을 했고 디네스는 핏 웃었다.
“동생 많이 생각하시나 봐요?”
“많이도……아참 디네스는 동생 있어?”
“예? 예……올해 14살이에요……여동생이죠……”
“디네스처럼 많이 아름답겠는데?”
그녀는 엷게 웃음을 지었다. 다른 감정 같은 것 보다 시에나가 전망대 위쪽으로 올라오자 손을 들어 불렀다. 그리고 먼저 자리를 피해 주었다. 크라우프가 다가와서 이렇게 말을 건네 주는 것이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크라우프는 시에나와 디네스가 뭐라고 말을 나눈 다음에 시에나가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 벽에 기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등을 기댔다. 시에나는 우습다는 얼굴을 했다.
“어린 여자만 좋은 거야?”
그녀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그렇지 않아……잘 키워 놓게 말이지……”
둘은 하핫 웃었고 시에나는 오른 손을 좌우로 내저으면서 질렸다는 투로 말했다.
“여자가 그렇게 좋아?”
“질투 안해?”
그의 물음에 시에나는 웃음만 터져 나왔다. 고개를 약간 앞으로 숙이면서 웃음 섞인 말로 대답을 했다.
“난 포기……그리고 난 크라우프 여자 좋아하는거 어떻게 막을 수가 없으니까……”
“그런가?”
“뭐……상관없어……어차피 섹스만 하고 싶다면 어느 여자든 다 골라잡을 수 있잖아?”
“……대단하다 너도……”
시에나는 엷게 웃음을 지었다. 크라우프의 손이 자신의 허리에 올라 왔다. 썩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같이 잠자리에 드는 사이였지만 남들이 보는 앞에서 이렇게 행동을 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슬며시 옆으로 떨어지면서
“나 먼저 내려가 있을게……”
그러면서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크라우프는 엷게 웃음을 짓고 있었고 그때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넥스중위가 다가왔다.
“대위……여자는 원래 그래요……다른 여자하고 말하는 것도 질투하니까요……”
넥스중위의 말에 그는 하핫 웃으면서 그의 팔을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달래줘야 할까?”
“당연하죠……결혼할 꺼라면서요……여자들 마음 상하면 꽤나 오래 가거든요. 나중에 이런 일로 싸울 때 빌미 만들어 주지 말아요.”
고개를 끄덕이면서 고맙다고 하면서 전망대의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8월 12일 10시 30분 케네피온의 만드레일 대륙에 위치한 파츠 베이스군 점령 지역 엠더에 임시로 설치된 군 전진 기지에서 셀리더 아르코중위는 셰어펠드기지의 부사령관 다니엘 카이저대좌의 호출을 받고 그의 지휘 차량으로 들어섰다.
거수 경례를 올리자 카이저대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 앉도록 권했다.
“예!”
중위는 자리에 앉았고 대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요즘 중위의 노고가 많네……”
“별 말씀을……저야 제 의무와 책임을 다할 뿐입니다.”
교과서적인 중위의 대답이었지만 대좌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자네를 이번에 대위로 승진시키기로 결정이 났네 거창하게 축하 파티라도 해주고 싶구만 하지만 상황이 이러니……그리고 이것은 이번에 승진하게 되는 자네 부하들 이네 지금 사정이 이렇게 되었으니 자네가 전달해 주게……”
그러면서 계급장과 정식 임명장을 내밀어 주었다. 갑작스러운 말에 아르코대위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감사합니다……”
아르코대위는 계급장과 임명장을 받아 들었다.
“그래 그래……계속 수고해 주게……”
대위가 된 아르코가 돌아 나갔다. 기분이 얼떨떨했던 것이다. 하핫 웃으면서 막사로 돌아온 그는 파일럿들에게 임명장과 계급장들을 나누어주었다.
“승진이라……우습네요……”
엘레비아는 승진이 올라가 있었던 것이 지금에 돼서야 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좀 우습다 싶었다. 모두 5명이 한단계씩 오르게 되었는데 중위가 된 엘레비아는 빙긋 웃음을 지으면서 계급장에 입을 맞추었다.
“승진하는게 좋니?”
아르코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아르코중위는 그런 엘레비아를 보고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한 전투 공적이 있었고 진급 상신이 올라가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굳이 전선에서 자신들을 승진시키는 이유를 짐작할 만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 그만큼 성숙한 사람은 아닐 것이라 싶었다.
엘레비아는 자신이 어디에 있다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이번에 중위로 승진했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을 하지 말라는 편지를 쓰고 있었다. 언제 집에 도착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보급 부대 편에 보내면 될 것이었다. 검열을 받게 될지 모르지만 그런 것을 상관할 것은 아니었다. 가족들이 보게 되고 잘 지내는 것을 안다면 그것으로 안심일 것이라 싶었다.
‘저런 아이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르코대위는 에이센군에 대한 대규모의 공격이 감행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에이센군이 지난번에 변방 보급기지를 급습한 사건은 아직까지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정전 협정을 완전히 무시한 에이센군의 행동에 이번 작전이 계획되어 지고 실행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망할 놈들……이제는 적의 렘셰이드기지를 공격할 속셈인가?’
짧게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걱정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아주 가까이에서 향수 냄새가 풍겨 오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보니 엘레비아가 자신 쪽으로 바짝 다가와 앉아 있었다.
“대위님 무슨 걱정 있으세요? 안색이 별로 좋지가 못하네요.”
엘레비아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군복 바지를 입고 위에는 군용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웠다.
“다른 것은 아니고……다시 또 전투가 시작되면 보다 책임이 커질 것 같으니 말이야!”
그는 패배주의자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태어났을 때에는 에이센인 국적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러하지가 않았다. 파츠 베이스의 엄연한 군인이었던 것이다. 거대한 에이센에 대항해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현재의 상황이 미묘했기 때문에 서로 대규모의 군대를 동원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엘레비아는 빙긋 웃으면서
“걱정 마세요. 대위님……사령부에서 다 생각이 있겠죠. 우리들은 사령부에서 하라고 하는 대로하면 되니까요.”
놀란 눈으로 엘레비아를 바라본 아르코는 하핫 웃으면서
“맞는 말이야……하기야 내가 뭐……걱정한다고 해봐야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 이지!”
그는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죽지말아야지……않그래?”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그 애가 손자라고 제 품에 안겨 줄 때까지 죽을 생각 없어요.”
엘레비아의 대답에 아르코중위는 핏 웃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있어?”
“예? 아직요……”
그럼 내가 해줄까 하는 말을 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너무나 저속해 보인다 싶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한심하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결혼 잘해……되도록이면 한번만 하고……”
그의 말에 그녀는 엷게 웃음을 지어 보여 주었다. 알겠다고 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참 바르디아라는 곳 한번 가보고 싶지 않아요?”
“바르디아? 작은 아버지 2명과 고모 한 명을 잃은 곳?”
에이센에 징병되어 바르디아 원정 전쟁에 참가했고 아버지 형제들 중에서 3명이 전사했던 것이다.
“글쎄요……”
크림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면서
“언젠가 한번 가보고는 싶어……하지만 평생 가보지도 못할지 몰라……”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둘은 웃고 있었고 엘레비아가 간략하게 경례를 올리자 그는 받아 주면서 그녀가 돌아서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웠다.
…복구합니다…^_^;;;
12일 21시 30분 에이센군의 군기지 렘셰이드 비행장에는 대형 수송기가 착륙을 하고 있었다. 조명등을 비추면서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착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송기가 착륙을 해서 일도 많이 있을 것인데 저녁 식사 때부터 조금씩 흐려지던 날씨가 이제는 비를 조금씩 뿌려대고 있었다가 쏟아지는 양이 꽤 많아지고 있었다.
다이레아는 조금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이렇게 쏟아지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기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은 건기와 우기가 나누어져 있었기 때문에 우기가 시작되면 비가 몇 일이고 쏟아져 내리는 것은 보통이었던 것이다.
“원 참……”
짧게 혀를 차고 있던 다이레아는 다리를 조금 길게 뻗어 앉았다.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든 그녀의 숙소 창문 넘어로 수송기의 컨테이너 출입구가 열리고 밝은 조명 아래 수많은 작업원들이 달려들어 하역 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사람들은 모처럼 만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부드럽게 자신을 뒤쪽에서 감싸오는 손길을 느낄 수가 있었다.
“으응……”
살며시 자신의 등을 감싸 안고 있는 정비반장에게 어께를 기대면서 머리카락을 부벼 주었다. 그는 한손으로는 다이레아는 감싸 안고 있었고 다른 한손으로는 똑같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다이레아는 좀 춥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브랜디에 커피를 타서 마셨다. 따뜻한 것이 목을 타고 넘어 가니 몸이 참으로 포근해 진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