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409
레나가 웃으며 말을 받으니 보디세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차분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실은 아직 잘 모르겠어. 결혼을 해 볼까 생각도 해 보았는데······지오 같은 무인들은 전쟁이 아닌 곳에서 살아남기 힘들거든······”
“아직 그런 것을 겪어 보지도 않았잖아······그리고 너 안나펠에서 말이야.”
레나가 뭐라고 말을 찾으려 하자 보디세아는 대수롭지 않은 투로 레나를 바라보았다.
“그때하고 지금은 다르지······그때 그 사람은 그래도 가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지키려는 마음이라도 있었지······하지만 지오는 지금 나하고 섹스만 하는 것이 즐거울 뿐이지 뭐······다른 남자들은 이런 곳에서 여자도 없이 지내고 있는데 자신은 그렇지 않다. 나는 보디세아라는 여자와 너희들과는 달리 섹스도 하고 지낸다. 뭐 그런 것 아니겠어?······남들 보다 자신은 더 조금 낫다는 자신감 같은 거라고 할까? 이런 곳에 있을 때 재미 보기에는 딱 좋은 남자지만 말이야······아마 내 남편으로는 안나펠에서 만났던 남자보다 못할 꺼야. 그리고 지오는 가정을 가질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을걸? 아마 결혼이라는 것을 나에게 얽매이는 것이라고 생각할 테지. 그리고 만약에 애라도 낳게 되면 오히려 정떨어진다고 할 테지······무골들은 그래서 싫어. 단지 재미나 좀 볼 상대로는 딱 좋지만 말이지.”
보디세아가 지오콘 다비토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본래부터 보디세아가 다비토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인지 몰라도, 레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는 뭐라고 말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처음 듣는 말이었기 때문에 황당한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다소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레나를 보면서 보디세아는 살짝 웃고는 왼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리고는 검은 묵시록호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면서 투덜거렸다. 더 이상 그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행동을 하는 보디세아를 바라보며 표정을 수습한 레나는 잘 모르겠다는 투로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에효 대충 그렇다고 해 두지 뭐.”
레나는 그렇게 작게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 사이에서 그 일에 대해서 더 이상의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리하르트 황제력 266년 12월 6일 베르베라의 크라펠 주류 기지를 출발한 크라우프가 속해 있는 함대는 스트링턴 요새 외각에서 며칠째 대기중에 있었다. 스트링턴 요새에서부터 자신들이 호위해 온 수많은 수송선들에게 많은 양의 물자가 적재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에이센은 이곳 스트링턴 요새가 위치한 카페테의 항행 불능 지역 이상을 진출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그때까지 확보했던 영토와 자원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새로운 지역에 대한 탐사시도도 간간히 있었지만 본격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이전까지 확보했던 영토가 점점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새로운 영토 및 자원의 확보를 위하여 카페테 지역을 벗어난 지역에 대한 탐사가 본격화 되었다. 이에 수많은 탐사선이 카페테 지역을 넘어서 광대한 지역에 대한 탐사를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본격적인 우주 지도가 만들어 지고 난 뒤 카페테 지역을 통과해 신 개발지역으로 대규모의 이주가 이어지게 되었고, 이 중간을 잇는 항로에 중간 보급 기지의 필요성이 증대 되었다. 따라서 처음에는 순수하게 중간 보급 기지의 역할로서 기지가 건설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스트링턴 요새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중간 보급 기지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했으나 차츰 군사적인 요새로서 변모하게 되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완전하게 군사 요새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물론 처음 개척이 진행될 당시와는 달리 카페테 지역을 우외하는 항로가 발견되어 그쪽을 이용하는 항로가 개발되면서부터 카페테 지역을 가로지르는 옛 항로의 명성이 다소 퇴색 되었지만, 현재까지도 베르베라가 속해 있는 샤이닝 힐 지역과 소위 사르메스 지역이라 칭해지는 신 개척지 사이를 잇는 최단 항로로서의 지위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군사적인 위치도 상당히 높아져서 별다른 대규모 전쟁이 없었던 20년 전쟁 전에도 1만 척이라고 하는 당시에는 그 규모가 매우 엄청난 정규 함대가 중장 계급을 가진 사령관의 통솔하에 상시 주둔하고 있었다. 당시 베르베라에 주둔하고 있던 에이센 제 1함대가 1만 5천척이었고, 크라펠 주류함대의 규모가 5만 척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스트링턴 요새에 1만 척의 함대가 상시 주둔중에 있었다는 것은 스티링턴 요새의 중요성과 규모를 실감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과거 20년 전쟁 초반 바르디아의 대군이 카페테 지역을 통해서 최단 시간 동안 샤이닝 힐 지역으로 돌파해 들어오려 했을 때에도 바르디아 정규 함대는 스트링턴 요새를 끝까지 무력으로 점령하지 못했었다. 당시 빠른 진격을 위하여 정면공격을 계속하던 바르디아군은 피해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스트링턴 요새의 함락에 실패하자 결국 카페테 지역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진격로를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스트링턴 요새의 활약 덕분에 다소나마 시간을 벌게 된 에이센군은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게 되었고, 이것은 결국 차후에 벌어진 대 반격의 시초가 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어찌 되었든 전장을 우회해 온 바르디아의 대군에 의해 배후를 위협받게 된 스트링턴 요새의 수비함대는 어쩔 수 없이 요새를 포기하고 철수함으로서 요새를 적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벌어준 시간 덕분에 전열을 다소 수습할 수 있었던 에이센군은 로이드 행성계에서 수도를 함락시키고 그곳까지 밀고 들어왔던 바르디아 함대를 결국 패주시켰고, 에이센 전역에 흩어져 있던 함대를 모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긴 싸움의 끝에 다시 이곳 스트링턴 요새에서 바르디아군 수비대와의 일전도 벌어졌고, 결국에는 에이센군의 손에 다시 넘어오게 된 스트링턴 요새는 이후 다시 주인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베르베라에서부터 바르디아 쪽 전선으로 향하는 매우 중요한 길목에 위치한 중요한 요새로서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그러한 위치는 현재까지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어쨌든 현재는 에이센군이 유지하고 있는 스트링턴 요새는 영토 곳곳에 건설해 놓은 다른 요새들에 비한다면 그렇게 큰 규모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진한 회색을 띄고 있는 지름 120km의 구체의 모양의 이 스트링턴 요새는 20년 전쟁 전까지만 해도 크라펠을 제외하고 에이센 최대의 거점 중 한 곳이었다.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스트링턴 요새는 요새 자체에 주포를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적이 어느 방향에서 밀고 온다고 해도 요새 자체를 자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함께하고 있으니 5억 3천 2백만 메가와트의 출력을 가진 스트링턴 요새 주포는 스트링턴 요새의 존재감을 더욱 위협적으로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 무시무시한 주포가 실제적으로 적을 향해 발사된 경우는 20년 전쟁중에 바르디아 함대를 향해서 발사된 2번과 에이센 함대를 향해서 발사된 3번이 전부였다. 하지만 요새 가까이까지 접근해 들어온 양측 함대에게 막대한 타격을 입히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크라우프는 록시나 XI호의 함교에서 한참 동안이나 스트링턴 요새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그는 이곳 스트링턴 요새에 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요새의 모습을 대단하게 느끼고 있었다.
20년 전만 해도 스트링턴 요새에는 파일럿 양성 기관이 있어서 많은 수의 파일럿들이 스트링턴 요새를 거쳐 파일럿이 되었다. 그렇지만 현재는 크라펠에 대규모 파일럿 훈련소가 있었고 베르베라 근처에 위치한 데메로 행성계와 헤프리온 행성계와 같은 곳에 대규모 군사 훈련소가 위치하고 있으니 굳이 스트링턴 요새로 훈련을 받으러 가지는 않았다. 그러니 크라우프가 스트링턴 요새에 처음 오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크라펠에서 훈련을 마치자마자 파츠 베이스 쪽으로 배치되어 갔기 때문이었다.
크라우프가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스트링턴 요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정보 참모인 존 마르티네즈 테즈 중령과 업무에 관련된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다이레아가 일을 마치고 살짝 크라우프 옆으로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건넸다.
“요새에 가보고 싶으세요?”
다이레아가 조용히 말을 건넸을 때 크라우프는 비로소 자신이 멍청하게 스트링턴 요새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직까지 자신이 보아야 할 것은 많았고 스트링턴 요새보다 더욱 거대한 규모의 군사 기지도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도의 크라펠을 제외하고 변방 지역에서의 최대 군사 기지로는 자신들이 거쳐야 할 장소는 아니었지만 네므 주류 기지가 있었다. 네므 주류 기지는 소혹성을 파헤쳐 만든 우주 기지로 그 모양이 완전한 구체는 아니었다. 가장 두꺼운 곳의 지름이 3,800km에 이르고 가장 얇은 곳이 3,600km에 이르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고, 소혹성을 파헤쳐 만든 기지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기지의 외부에 독립형 요새포가 1문 설치되어 있었다.
네므 주류기지는 본래 요새포가 배치되어 있지 않았지만 20년 전쟁 중에 바르디아의 대함대가 네므 주류 기지를 공격하기 위해서 쳐들어 온 이후부터 고정 배치된 것이다. 그리고 스트링턴 요새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보고 겪어야 할 곳들이 많으니 그는 적잖게 흥분된다는 말을 건넸다. 다이레아는 살짝 웃어 준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꽤 많은 곳을 보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이곳 스트링턴 요새에 한 번도 와보지 못했으니 말이야.’
아직까지 크라우프는 에이센의 절반 아니 1/3도 다 가보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런 곳을 줄여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자신도 모르게 알 수 없는 흥분에 휩싸이게 되었다.
리하르트 황제력 265년 12월 15일 레나는 벌써 며칠 동안 쓰레기 더미 속을 검은 묵시록호가 항해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주변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 함정이 파괴되면서부터 흩어진 잔해들과 헤비호스들의 잔해 같은 것들이었다. 이런 쓰레기들이 끝도 없이 이어질 정도니 이 쓰레기 더미들이 얼마나 대단한 규모로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지 짐작하기 조차 힘들었다.
그간 레나는 지오콘 다비토와 보디세아, 그리고 검은 묵시록호에 탑승해 있는 다른 파일럿들과 함께 조종 시뮬레이션 훈련을 받았다. 이런 것들뿐만이 아니라 체력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레나는 계속해서 바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지오콘 다비토도 보디세아와 섹스도 자주 했지만 그 만큼 자신을 위한 운동도 열심히 했다. 웨이트 트레이닝 실에서 보디세아와 레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운동을 끝내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음료수를 마시고 있을 때 레나가 검은 묵시록 호가 운항하고 있는 장소에 대해서 물었다.
“지금 우리들은 어디를 통과해서 가고 있는 거죠?”
레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 보았지만 지오콘 다비토는 히죽 웃어 줄 뿐이었다. 대답을 피하려 하는 그에게 레나가 평소와는 달리 집요하게 물어 보았다. 오늘 만큼은 집요하게 늘어지는 레나를 보고 지오콘 다비토는 히죽거리며 웃고 있다가 레나가 궁금해 하는 것을 대답해 주었다.
“우리들은 무덤속을 지나고 있는 중이야.”
레나는 이곳이 옛 전장터 같은 곳이라는 것은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갑자기 무덤속이라는 말을 들으니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레나가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자 다비토는 의미 있는 표정으로 웃어 주기만 했다. 그리고는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이곳은 대단한 지역이지······옛날에 에이센과 우리 바르디아가 3번에 걸쳐 대규모 전쟁을 벌였다는 것 잘 알고 있지? 그중 첫번째 전쟁이 끝이 나고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반란이 일어난 적이 있었지. 그때 반란군과 바르디아 정규군이 정면으로 맞붙은 곳이 바로 이곳이야. 이 장소에서 얼마였더라? 한 50만 척 이상의 함정이 격침된 곳이기도 하지······”
지오콘 다비토는 검은 묵시록호가 항해하는 이 지역이 매우 넓고 조용한 해역이기 때문에 대규모 함대가 정면으로 맞붙기에는 매우 훌륭한 지역이었다고 자평하면서, 그 이후에도 에이센과의 두 번째 전쟁중에 이 지역에서 다시금 에이센 전투함 170만 척과 바르디아 전투함 98만 척이 파괴된 대전투이 벌어졌었다고 레나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레나로서는 상상이 가지 않는 엄청난 숫자였다. 그녀가 제대로 이해하기 전에 지오콘 다비토는 다시금 말을 이었는다. 그 두 번째 전투가 끝나고 이 지역에서 세 번째 전투가 벌어졌는데, 이것은 에롤드족과 바르디아 사이에서 벌어진 대규모 함대 전투였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서 현재 에롤드 자치구를 이루고 있는 에롤드 족의 전체 함대 함정 중 반수 이상이 궤멸 되었고, 에이센 전투함도 20만 척 이상이 격침되는 전투가 있었다는 것이다.
엄청난 숫자의 난무에 어안이 벙벙해진 레나와 보디세아의 표정을 보면서 의기양양해 하던 다비토는 놀라고 있는 그녀들의 표정을 애써 무시한 채 약간은 거만한 표정으로 다시금 설명을 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지역을 뛰어 넘어 바르디아 제국의 후신인 발바이스의 대대적인 반격이 있었고, 발바이스는 옛 수도인 에르바도 탈환하고 에이센군을 사르메스 지역까지 몰아 부치는데 성공을 거두었었지만, 결국은 힘에 부쳐 그 이상을 진격하지 못하고 사르메스 지역에서부터 재개된 에이센의 반격을 받아 처음의 영토로 까지 밀려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 지역에서 에이센의 진격을 겨우 격퇴하게 되었는데, 그때 에이센 전투함 35만 척과 발바이스 전투함 27만 척이 다시 이 자리에서 완전히 격침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전투로 더 이상의 에이센 함대의 진격을 저지할 수 있었고, 양측 사이의 휴전 조약과 더불어 중립지대 설정에 대한 조약을 에이센측으로부터 얻어낸 것이다.
어쨌든 계속된 전투 덕분에 이 지역은 계속된 대규모 함대 전투의 잔해물들로 가득 메워지게 되었고 이 전투의 잔해물들이 제대로 정리되기도 전에 계속된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 함대전이 연이어 벌어짐으로서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숨져간 무덤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음······고철 업자들이 좋아 하겠는데요? 주인 없는 고철들이 널려 있다구요.”
레나가 대뜸 이렇게 말을 꺼낸 것은 보디세아와 함께 우주를 떠돌아다닐 때 고철 업자들의 배를 탔던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철 업자들은 옛 전장을 돌아다니면서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잔해들을 끌어와 팔고 있었다. 이들에게 옛 전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숨져간 장소가 아니라 자신들의 보물 창고일 뿐이었다. 그러니 레나는 대뜸 고철 업자들을 이야기 한 것이었다. 그러자 다비토는 그렇지는 않다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이곳은 좀 특별하거든······우주 해적들의 소굴이기도 하고······그러니 고철 업자들도 함부로 이곳에 들어오지를 못해······고철을 한참 모으고 있을 때 우주 해적들이 갑자기 나타난 다면 어떻게 하겠어? 고철 업자들의 보물은 주변에 널렸지만······그 보물을 얻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니 말이야.”
우주 해적들의 소굴이라는 말을 듣고 레나는 깜짝 놀랐다. 우주 해적들 중 일부 규모가 큰 해적들은 에이센 경비함 한 두 척 정도로 이루어진 함대쯤은 대수롭지도 않게 여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결코 허약한 존재가 아니었다. 검은 묵시록호가 비록 전함 수준의 배라고는 하지만 우주 해적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단함으로 운항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레나의 걱정을 듣던 다비토는 웃으면서 다시금 설명을 이었다.
“뭐 다크와 테르를 믿도록 해! 그리고 이 검은 묵시록호를 말이지.”
무엇인가 자세히 말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지오콘 다비토 자신이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말을 건네니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레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기만 했다. 그렇지만 불안한 마음이 완전하게 풀어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모두 말을 꺼내지 않고 있는데 레나 혼자서 질문을 건네고 걱정스런 말을 계속하고 있으니 그녀는 조금 우습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어떻게 되어 가는지 모르는데 다만 믿으라고 한다면 믿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것이엇다. 최소한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 대충 어떤 일이라도 벌어지는지 알고 있어야 안심을 하는 것인 인간이란 존재였다. 이런 레나의 마음을 알아 차렸는지 지오콘 다비토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
드디어 크라우프가 중간 기착지(?)에 도착했습니다…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음…그건 그렇고…설명만 쭉 이어지니 별로 수정할만 한 건덕지(?)가 없군요…^_^;;
에…항행 불능 지역…에 대한 설정은 은영전과 거의 같습니다. 거기서 차용한 것이니까요…^_^;; 약간 다른점도 물론 있습니다…은영전에서는 항행 불능 지역이 거성(巨星), 왜성(矮星), 변광성(變光星) 등이 있어 위함한 곳…이라고 설정되어 있습니다만…(1권 25p 참조…) 여기에서는 가스성운, 블랙홀 등에 의한 이상 중력장, 대규모 운석군…등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뭐…그냥 그렇다는 것이지요…^_^;;;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83…
● ‘페르세이온’님…1타를 축하드립니다…^_^)/~ 으음…제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처음 뵙는 분 같은데요…아니라면 낭패…^_^;; 음…그리고 어제의 내용은…쿨럭~ 사실 저도 올리면서…‘이게 아닌데…’라는 말을 계속 되뇌었다지요…-ㅅ-;; 본 내용을 전개시켜야 하는 시점이었는데 난데없이 혼성 레슬링 중계라니…쿨럭~ -ㅅ-;;;; 하지만 가끔은 휴식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냥 밀어 부쳤답니다…^_^;;;
● ‘검은묵시록’님…음…저도 랜덤이 싫습니다…에효효…그래서 앞으로는 테러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시간에 올리도록 할 예정입니다…뭐…사정상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빠져나갈 구석을 만드는 중…) 음…그리고 소재의 고갈…이라기 보다는 시험 때문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개념으로 보시는 것이 더 나을지도…-_-;; 작가넘이 지난화를 쓸 때가 시험 막바지 였으니…음…그리고 굳이 범법행위를 저지르실 필요는 없습니다…‘제스’님께서 떠나신 것은 유감입니다만…크흑~ T^T)/
● ‘시지프스’님…처음 뵙는 분 같군요…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_^)(_ _)(^0^)/ 음…그리고 어제의 올린 부분은 읽기 거북하시다면 그냥 넘기셔도 무방합니다…그런 쪽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다소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었을 내용일테니까요…뭐…좋아하신다면…흐흐흐…저도 좋구요…^_^;;;
● ‘다크크라이드’님…흐미…위험했군요…약간의 행운 덕분에 다행히도 납치를 모면하기는 했습니다만…-ㅁ-;; 으음…5시경부터 잠복하고 계셨다구요? 흐흐흐…(←검은 오러를 슬금슬금 피워 올리는 아뒤쥔장…) 오늘은 상당히 늦게 올라갈 듯 한데…흐흐흐…잠복 근무…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 ‘테르미도르’님…으으음…그런 깊은 뜻이 있었을 줄은…-ㅅ-;;; 쩝…죄송하게도 주요 캐릭이 아닌지라 간략하게 설명을 했던 것이었는데…그런 맹점이 있었군요…하지만 테르 함장도 상당히 뒤가 구린…은 아니고 무언가 있는 사람이니…쿨럭~ 비록 많은 출연을 하지는 않겠습니다만…비중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캐릭이라지요…그러니 기대를 가지시는 것은 무리이겠으나 실망을 하실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_^;; 혹시 압니까? 엄청난 활약을 할지…흐흐흐…왜 음침하게 웃냐구요? 그냥요…^_^;;;
● ‘우주인엘로힘’님…음…아주 간단하면서도 ‘우주인엘로힘’님의 심정을 아주 명확하게 대변해 주는 코멘트를 남기셨군요…오타까지 내실 정도라니…-ㅅ-;;; 뭐…약간 엄한 내용이기는 합니다만…그다지 찐한 것은 아니었다고 판단되는데요…응? 설마…혹시…‘우주인엘로힘’님께서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그리 놀라신 것 입니까? 쿨럭~ -ㅁ-;;;
● ‘제로나인’님…쿨럭~ -ㅁ-;;;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참 거시기 하군요…-ㅅ-;; 음…그런데 의외로군요…레나를 좋아하시다니…레나가 분명 미소녀…이긴 하지요…(어디까지나 설정상의 일이지만…) 하지만 다소 유약한 면이 없지 않아 있고…다소 방황하는(?) 듯 한 모습도 보이고…잔걱정도 많고…응? 가만…오호~ 그렇군요…그랬던 것이었군요…‘제로나인’님께서는 병약한(?) 미소녀 타입이셨던 겝니까? 물론 레나가 그런 타입은 아닙니다만…보호해 주고픈 타입인 것은 확실하지요…^_^)/~
● ‘피르다룬’님…흠…어지간히 숙제가 많았던 모양이군요…저에게는 다행-_-;인 일입니다만, ‘피르다룬’님께는 불행한 일이었겠군요…흐흐흐…아이 조아~♡ 웃흥~♡ ^0^)/~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흐흐흐…(←어두운 오러를 뿜어내는 아뒤쥔장…) 아, ‘피르다룬’님께서 다치신 것을 기뻐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마세요…^_^;; 전 그렇게 나쁜놈은 아니랍니다…물론 믿지는 않으시겠지만…-ㅅ-;;;
● ‘휴식시간’님…음…읽는 분 조차도 대못이 박히는 기분일진데…크흑…그 장면을 상상하면서…아니 여러 매체(?)를 참고(?)하면서 써야 했던 저랑 작가넘의 고충은…크흑…예? 그딴 것은 알고 싶지 않다구요? 아 네에…-ㅅ-;;;; 사실…제가 수정하면서 느낀 것은…관안에 편히 누워 낮잠을 즐기던 중…갑자기 들이닥친 성직자들에 의해 심장에 나무 말뚝이 박힌 흡혈귀의 심정이었다는…(…어째 비교를 해도…쿨럭~) -_-;;;
● ‘chise’님…음…예상이 들어 맞아 기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쩝…왠지 죄송스러워 지네요…(←하지만 돌아서서 웃음을 짓는 아뒤쥔장…-_-;;) 역시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 아니라 함께 슬퍼해야 할 것이로군요…^_^;;; 하지만 선생님게서도 나름대로 황당하셨을 듯…열심히 필기중인 학생이 기특해서 몰래 다가가 보니…쿨럭~ 그래서 괘씸죄로…아니면 필기를 해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학생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다가가셨던 것일 수도 있겠군요…진실은 저 너머에?
● ‘soulschaos’님…으음…아마 주연 여배우(?)가 바뀌어서 그런 것일 수도…아니면 진짜로 크라우프의 힘(?)에 빠졌을 수도 있구요…아니면 자신의 처지를 비관…결국에는 체념했을 수도 있구요…뭐…엘레비아가 확실히 단순하게 변해 버렸지요…쩝…저도 아쉬워 하는 부분입니다…-_-)/ 하지만 신 캐릭이 등장하면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없더군요…쩝…
● ‘toyr’님…으음…오타 지적에 감사드립니다…헌데 수정하려고 보니 여기저기에 오타가 눈에 띄길래 그냥…남겨 두었습니다…왜 그랬는지 이유는 불명확…아마 단순히 귀찮아서 그랬을 수도…쿨럭~ -ㅁ-;;; 음…고문의 여파라…어쩐지 입과 손가락이 오므라드는 것 같더만…결국 오타를 내버렸군요…쿨럭~ -ㅅ-;;…에…그건 그렇고…오해가 있으신 듯 한데…제가 ‘제스’님께 신경을 쓰는 것은 ‘제스’님께서는 이 소설을 읽는 유일한(것으로 추정되는) 여성독자…라는 점 때문입니다…홍일점…쿨럭~ 챙겨야지요…그 분마저 없어진다면(이미 떨어져 나가신 듯 한 분위기지만…) 여기는 완전한 늑대들의 소굴…이 되어 버린다는…쿨럭~ -ㅁ-;;;
● ‘내멋대로할꼬야’님…음…여행중이시라구요? 비가 오는데 고생이 많으시군요…^_^;; 저는 따뜻한 방구석에서 과자를 먹으며 쉬고 있는데요…물론 철통같은 경호를 받으면서 말이지요…흐흐흐…음…농담은 이쯤에서 접고…‘내멋대로할꼬야’님께서 남기신 코멘트 중에…티아라가 싱글만 뛰고 팀플은 하지 않는 것 같아 그게 불만이다…라는 말을 하셨는데요…자세히(?) 읽어 보시면 팀플도 한다는 내용이 있을 것 입니다…흐흐흐..^_^;;;
● ‘하얀백작’님…으음…몰입도 부족…상황묘사 부족…심리묘사 부족…쿨럭~ 날카로운 지적…감사드립니다…m(_ _)m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작가넘이나 저나 연애 경험이 별로 없거나 아예 없으니…쿨럭~ 여자들의 심리 묘사나 연애를 할 시의 줄다리기…등을 잘 모르는 것이지요…그 때문에…T^T…에고고…왠지 비참해 진다…돈이 없으니 여자도 못 사귀고…에고고…-ㅅ-;; (←최근 인터넷에 올라오는…돈 때문에 여자랑 깨진 사연을 읽으면서 돈의 중요성을 깨달은 아뒤쥔장…) 언제 돈 벌어서 결혼하나…( ˙_˙)> 먼 산…
● ‘나만의천사’님…비가 주륵주륵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달리시는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려…^_^;;; 하지만 역시 우중충한 날씨 때문인지 참가 인원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이네요…어떻습니까? 이제 대중의 지지를 잃은 것처럼 보이는 하렘당응 해체하시고 우리 순결당으로 오시는 것이…따뜻한 잠자리와 식사 보장! 그리고 넉넉한 활동비도 지급해 드리겠습니다…^_^;;
● ‘용가리통뼈’님…재미없는 것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_^)(_ _)(^0^)/ 음…남겨 주신 칭찬의 말은 작가넘에게 전하겠습니다…(물론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요…작가넘도 같이 보니깐요…)…음…그리고…출판사와 협의한 대로 이번달 말경에 과거에 삭제되었던 부분을 모두 복구할 예정에 있습니다…그러니 다소 천천히 보셔도 무방할 듯 하네요…^_^;;; 하지만 시간 관계상 복구할 분량에 대한 수정은 크게 가하지는 않을 예정이니…쿨럭~ 다소 민망하네요…쩝…-ㅅ-;;;
에…간만에 정상적인 시간에 올립니다…이제 밥 먹으러 가야겠네요…저녁 맛있게 드세요~ ^0^)/~
…이미 드셨다면 뭐…^_^;;;
…아차차…소제목을 바꿨어야 했는데…^_^;;
리하르트 황제력 266년 12월 27일 바르디아 총독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로부터 직접 베르베라에 제출된 바르디아인들에 대한 징병제 실시 계획서는 에이센 전역에 큰 논란 거리를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지대지 미사일이 바르디아의 중심지 에르바 시티에서 발사될 정도로 혼란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는 직접 베르베라에 바르디아인에 대한 징병제 실시를 건의한 것이었고, 이것에 대한 논란은 생각 외로 매우 커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건의안이 베르베라에 상정되었다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자 마자 곳곳에서 찬반논쟁이 벌어졌으며 곧바로 사회를 뜨겁게 달구게 되었다.
물론 언론을 통해서 흘려진 내용에 구체적인 사항은 들어있지 않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시민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을 통해서 많은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었다. 대체적으로 바르디아인들에게 무기를 쥐어줘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반대 주장의 핵심이었지만, 이와는 반대로 이제는 바르디아인들도 에이센 시민권을 가지게 되었으니 이들도 에이센인으로서의 의무를 수행하도록 하자는 의견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현재까지는 바르디아인들에 대한 징병제 실시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었다.
과거에 바르디아인들로 구성된 경비대와 경찰을 운용했다가 이들이 반 에이센 투쟁의 중심 세력이 되어 많은 피해를 입었고 게릴라들의 전투력만 강화시키고 말았다는 점 때문에 부정적인 의견이 큰 힘을 얻고 있었다. 더욱이 현재도 바르디아인들은 에이센에 대한 무력 투쟁을 그치지 않고 있고 반 에이센 시위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바르디아인들로 구성된 경비대를 창설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인식이 에이센인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
당사자나 다름이 없는 국방 장관 지드 렐 프로트 원수는 처음에는 이런 논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관망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렇지만 베르베라에서 바르디아인들은 절대로 에이센군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시위까지 일어나고 무모한 계획을 중단하라는 시위가 벌어질 지경에 이르게 되자 태도를 바꿔야만 했다. 게다가 민회에서 조차 공개적으로 질의서를 보내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자 프로트 원수는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가 제안한 바르디아인에 대한 징병제 실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함과 동시에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극히 일부의 우려이기는 했지만 지겔마이어 원수가 바르디아인들을 이용해서 반란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돌게 된 것이 사실이었고, 이에 민심이 급속히 흉흉해 질 조짐이 보이자 수습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공식 발표를 서두르게 되었던 것이다.
리하르트 황제력 266년 12월 30일 금요일 10시 정각 베르베라의 국방부 공보실에서는 지드 렐 프로트 원수에 의해 바르디아 총독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가 제안한 바르디인에 대한 징병제 실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있었다.
그 발표를 통해 지드 렐 프로트 원수는 바르디아인들에 대한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가 공식적으로 징병제 확대 실시를 건의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 건의 내용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는 바르디아인들 중 징병 대상 연령대의 남녀를 징병하여 이들을 파츠 베이스 지역으로 배치시키는 것을 건의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록세비엔 일대 지역에서도 징병제를 실시해 이들을 바르디아 지역으로 배치시키자고 하는 의견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물론 바르디아인들과 록세비엔 일대 지역의 거주민들에게 징병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바르디아는 현재까지도 에이센에 적대적인 세력들이 많았고 록세비엔과 그 주변 일대인 옛 파츠 베이스 지역은 바로 얼마전까지 대규모 전쟁을 치룬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옛 파츠 베이스 지역의 경우 그 지역 출신 장교들 중 상당수가 베르베라로 끌려와 처형되었기 때문에 현재 에이센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바르디아 지역과 파츠 베이스 지역 모두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런 지역에 대한 징병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는 했다.
지드 렐 프로트 원수가 바르디아인에 대한 징병제 실시뿐만 아니라 파츠 베이스 지역에 대한 징병제의 실시가 제안되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자 순간 국방부 공보실은 모여든 수많은 기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기자들은 프로트 원수에게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의 공식 제안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프로트 원수는 살짝 웃는 얼굴을 띄며 조용히 대답했다.
“좋은 방향으로 고려할 것입니다.”
프로트 원수의 대답이 끝이 나자 여러 기자들이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 내었다. 하지만 프로트 원수는 이전과는 달리 공보부 부장에게 자리를 넘기지는 않았다. 그는 질문을 건네는 기자들 몇몇을 지목해서 차분하게 질문을 건네도록 요구했다.
지목을 받은 기자들의 질문은 간단했다. 확실하게 바르디아인들과 록세비엔 일대 지역의 거주민들에게 대한 징병제를 실시할 것이냐고 물어온 것이다. 그러자 프로트 원수는 종전의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좋은 방향으로 고려할 것입니다.”
프로트 원수의 대답이 끝이 나고 몇 가지 질문들이 더 이어졌지만 프로트 원수의 대답은 쿠르트 지겔마이어 원수가 제안한 바르디아인들에 대한 징병제 실시와 옛 파츠 베이스 지역에 대한 징병제 실시, 그리고 이들 두 지역에서 징집된 병력 자원에 대한 교차 배치가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들이었다. 사실상 이 현안에 대해서 국방부가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암시이기는 했지만 프로트 원수는 직접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고 좋은 방향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말을 반복함으로서 긍적적인 입장을 보이기는 하면서도 확실하게 실시된다는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리하르트 황제력 267년 1월 1일 크라우프는 스트링턴과 사르메스 지역의 중간 정도쯤에 위치해 있는 코넬 주류기지로 향한 항로 위에서 266년을 보내고 267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록시나 XI호의 함장 데이빗 워크홀 대령이 267년 00시에 근무조에 편성된 승무원들을 제외하고는 신년 축하 파티에 참석하는 것을 허락했기 때문에 록시나 XI호 안은 떠들썩한 분위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록시나 XI호의 식당은 신년 축하를 축하하는 장식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고, 지루한 항해의 무료함에서 활력소를 찾아 줄 수 있을 법한 여러가지 특별 메뉴로 채워져 있었다. 다만 함대 사령관인 크라우프가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에 메뉴에 술은 들어있지 않았다. 크라우프는 우주공간에서 신년을 맞는 병사들의 사기를 생각해 그가 지휘하는 함대에 신년 축하 파티를 여는 것을 허락하기는 했지만 현재 작전중에 있음을 들어 술의 배급은 절대로 허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던 것이다.
그리고 크라우프는 신년을 함께 배에 타고 있는 다이레아와 시에나, 그리고 티아라와 함께 보내고 싶었지만 현재 그들의 입장이 입장인 만큼 신년부터 세 사람과 한 방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다이레아는 함대 당직 사령 근무를 자청했고, 부산한 것을 싫어하는 시에나는 이런 자리에 끼지 않기 위해서 비상 대기 근무를 자청했다. 본래의 순번은 그녀가 아니었지만 이런 날에 비상 대기를 해야 했던 다소 불운한 중대장을 대신하여 시에나가 그 자리에 들어간 것이다. 이들 두 사람과는 달리 별다른 일이 없었던 티아라조차도 이런 자리가 내키지 않는다면서 부하들에게는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고는 의무대에 가서 드러누워 버렸다.
이제껏 다이레아는 남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 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했다. 사실 이런 버릇은 그녀가 크라우프를 만나기 전에 생겨난 것으로서,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몰리게 되었을 때 다이레아와 잠자리를 함께 했던 남자들이나 그녀에 대해서 좋지않은 감정을 가진 여성들에 의해 귀찮은 입장에 처하게 되거나 또는 매도를 당하게 되는 일을 종종 경험했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다이레아와 함께 잤던 남자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이레아에게 접근해 와서 그녀에게 다시 한 번 섹스를 하자고 하거나 다이레아와 헤어지고 나서 사귀게 된 애인이나 아니면 같은 동료들에게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다이레아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다이레아는 오히려 그런 자리에서 남자들 보다 여자들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 되었다. 같은 여자에게서 조차 어디 이런 자리에서 창녀와 같은 짓을 하냐는 등의 은근한 욕설이나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이런 일이 몇 번에 걸쳐 있게 되자 다이레아의 이미지는 매춘부 비슷하게 굳어져 버렸던 것이다. 그런 일 이후 심지어 돈을 주고 관계를 갖자는 사람까지 나오니 다이레아는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가게 되는 것을 자연스레 피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지금은 다이레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매도되는 일은 없을 것이지만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그녀는 지금도 여럿이 모이는 이런 자리라고 해도 자기 자신이 꼭 필요한 자리가 아니면 되도록 참석하는 것을 여전히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 여러번 신년 파티나 자신이 꼭 필요하지 않은 모임 같은 자리를 의도적으로 피하게 되니 그런 일에 참석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지게 되었다.
사실 이러한 옛 기억도 있었지만 다이레아는 이제 크라우프 이외의 남자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파티에 참석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크라우프를 만나기 전이라고 한다면 그런 자리에서 괜찮은 남자를 건지기 위해 참석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었고 그렇게 할 생각조차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귀찮게 여럿이 있는 곳에 나가서 불편해 하는 것 보다는 당직 사령 근무를 서는 것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더욱 좋은 일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청해서 당직 근무에 나서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번에도 다이레아는 본래 금일 당직 사령 근무를 하게 되어 있던 게리 쉐프턴 대령에게 부탁해서 대신 당직 사령 근무를 서게 되었다. 다이레아와 근무가 바뀌게 된 쉐프턴 대령은 아내인 발레리와 함께 신년을 보내게 되었다면서 그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시에나도 다이레아처럼 이런 자리에 거의 끼지 않았다. 크라우프와 단둘이 있는 것이나 다이레아와 티아라 같은 여자들만 있는 곳이라고 한다면 기꺼이 참석할 것이지만, 그 외의 사람들 혹은 평소 자주 마주치지 못했던 사람들과 어울려 즐겁게 떠드는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았다. 특히 파티장 같은 곳에 가기를 꺼려 하는 것은 시에나가 그렇게 사교성이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실제 그녀의 본마음은 그런 자리에 있다 보면 크라우프가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거나 가끔씩 그녀들과 구석진 자리에 가서 섹스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남들이 보는 앞에서 시에나를 못살게 굴기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부터 크라우프가 그런 자리에서 자신에게 못된 짓을 하기 전에 그를 피하는 것이 좋았다. 단둘이 침대 위에서라면 어떤 요구를 해오더라도 기꺼이 받아줄 것이지만 바로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서 곤란한 요구를 해온다면 시에나로서는 난감하기 그지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사실 크라우프가 요구한다면 무엇이든 거절하기 힘든 입장에 있는 그녀로서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크라우프에게 자존심이 상해가면서 그의 못된 욕심을 채워주느니 애초에 그런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다.
베르베라에 있을 때에도 크라우프가 아세라와 에이린의 집에 있는 자신의 딸들을 보러 갈 때 시에나에게 동행할 것을 요구했었고, 그 때 그녀는 싫다고 거절했지만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크라우프를 따라 나설 수 밖에 없었고, 종국에는 그녀들의 집안 식구들에게 거의 밤새워 신음소리를 들려주게 되었다. 아세라와 에이린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녀 자신들의 침대 아래쪽에서 두 사람이 담요를 깔고 섹스를 하는 장면을 보아줬지만, 그녀들의 가족들까지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다음날 아침 크라우프는 태연하게 아세라와 에이센의 가족들과 식사를 했지만 시에나는 부끄러워서 제대로 얼굴도 들지 못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에나는 이런 자리에서 크라우프를 피하게 된 것이다.
물론 시에나가 비상 대기 근무를 자청 하겠다고 말을 꺼냈을 때 크라우프가 신년 파티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면 시에나는 자신의 뜻을 거두었을 것이지만, 크라우프는 의외로 순순히 시에나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그녀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 다만 나중에 침대에서 자신이 하고싶은대로 하겠다면 크라우프가 장난기 어린 겁을 주었지만, 그것은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시에나는 기꺼이 그의 요구를 받아들여 주었다.
마지막으로 티아라는 이런 에이센 병사들이 벌이는 축제가 달갑지 않았다. 게다가 에이센군으로 전향한 이후 처음으로 신년을 맞이하게 되자 부쩍 고향 생각이 났고, 그 덕분에 그런 자리에 참석하고픈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리하여 애써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대고 의무대에 가서 드러누워 버리는 일을 택했다. 티아라로서는 이런 자리에 함께 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기 때문이었다.
세 사람 모두 크라우프를 피하게 되자 혼자가 되어 버린 크라우프는 다른 함대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병사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신년 축하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맥주 대신에 맥주 보리를 원료로 만든 음료가 다량 보급 되었지만 함대 장병들은 이를 아쉬워 하지 않은 채 나름대로 축하의 말을 계속하면서 현재를 즐기고 있었다.
크라우프도 간단하게 신년 축하의 말을 해 준 후 병사들과 어울려 식사를 했다. 그리고 게르하르트 바움 소령을 비롯해서 함대로 배치된지 오래지 않은 장교들과 자리를 함께 하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 자리에서 크라우프는 특히 자신의 함대에서 바리스타 대대를 맡고 있는 바움 소령에게 바리스타 부대에 남아 있는 고참 파일럿들을 믿으라는 당부를 했다. 크라우프 자신도 바리스타 파일럿으로 시작했었기 때문에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당부였고, 바움 소령은 사령관의 이런 요구를 별다르게 고까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순순하게 받아 들였다. 사실 일개 소령인 바움 소령에게 함대 사령관인 소장 계급장을 지닌 크라우프가 당부하니 바움 소령으로서는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크라우프의 나이가 올해 26세로서 그렇게 많지가 않다는 것을 잘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크라우프와 바움 소령의 사이에는 계급이라는 메우기 힘든 차이가 있었다.
“명심하겠습니다. 각하.”
바움 소령에게는 크라우프의 이런 참견이 지나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는 사령관이 이렇게 각별히 신경써서 자신에게 당부하는 것은 그만큼 바리스타 전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기 때문에 소령은 크라우프의 당부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크라우프가 술도 마시지 않고 맨 정신으로 꺼낸 말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어쨌거나 이런저런 몇 건의 사소한 일들을 제외하고는 신년 축하 파티는 매우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사람들은 맥주는 아니지만 맥주 보리로 만든, 알코올이 없는 음료를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디네스 펜터 호리스 소위도 별로 어려울 것 없이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그녀의 소대원들과 함께 특별히 나온 음식들과 음료수를 마시고 다른 중대 사람들이나 신병들과 어울렸다.
디네스는 하사로부터 출발해 소위로 임관한 경우였기 때문에 일반 병사들에게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 것은 당연했다. 이것은 그녀가 그 만큼 경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전투 경험이 없는 신병들은 은근하게 디네스에게 달라붙어 실전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디네스로서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신병들은 디네스를 둘러싼 채 그녀가 첫 전투에 나섰을 때의 경험이라던가 처음으로 적을 격파했을 때의 느낌 등을 물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경험에 대해서 물어 보기도 했는데, 디네스는 그 경험만큼은 남에게 말해 주지 않았다. 그녀가 크라우프와 함께 서바이벌에 나섰었다는 것은 제대로 알려진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처음 디네스는 직접 사람을 향해 총을 쏘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