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419
에르바 행성계 에르바 시티에서의 8월 17일 월요일의 13시는 나들이 가고 싶은 마음이 매우 간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쾌청한 날씨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날씨와는 전혀 상관이 없이 총독부 지하의 자료 보관실의 옆에 마련되어 있는 방에서 서류와 눈싸움을 하고 있던 카레나는 서류 작업을 하다가 잠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는 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 들었다.
카레나는 에드라 요새 주변에 몰려 있는 150만 척의 전투 함대와 더불어서 에르바 행성계에서 북적이고 있는 200만 척이 넘는 함대들을 생각해 보았다. 한마디로 이야기 한다면 완전히 그곳은 혼란스러움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사실 어디라도 한꺼번에 400만 척이 넘는 배들이 몰려들면 엉망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기는 했다.
베르베라에서 온 200만 척이 넘는 함정이 비록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몰려들었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단기간에 200만 척에 몰려든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에드라 요새의 선박 수리 시설과 조선소에서는 이들이 재정비를 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끝도 없이 밀려드는 요구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구책으로 행성계 외각에 건설되어 있는 조선시설을 동원하고 수리함들을 대대적으로 끌어 모아서 베르베라에서부터 에르바 행성계에 1년 가까이 이동해온 전투함들에 대한 재정비 작업을 완료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사실 이렇게 호들갑을 떨면서 전투함들을 재정비하는 것은 규정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규정들 보다도 바르디아에 도착해 있는 이상 언제 전투에 투입될지 모르니, 할 수 있을 때 전투함들의 성능을 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 최대한의 정비를 받게 해 두는 것이 당연하고도 옳은 일이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한꺼번에 200만 척이 넘는 배들이 조선시설로 몰리니 제대로 그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였고, 그런 일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우왕자왕하고 있을 뿐이었다.
‘엉망이군······엉망이야.’
카레나는 겨우 200만 척 정도가 늘어났을 뿐인데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좌우로 저은 뒤 자신의 앞에 놓여진 보고서를 펼쳐 들었다. 그것은 발바이스 내부의 소문 비슷한 것들을 모아들인 것이었다.
그 정보 서류를 꼼꼼하게 검토해 보고 있던 카레나는 무엇인가를 발견했는지 잠시 눈을 감으며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흐음······’
카레나는 자신이 받아든 보고서를 책상위에 내려 놓으면서 고민에 빠져들었다.
‘발바이스 놈들이······가능할까?’
그녀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숙인 뒤 오랫동안의 서류 작업 때문에 뻐근해진 목을 다시 뒤로 젖히면서 오른 손으로 목 부분을 문질르기 시작했다.
‘어떤 가능성이든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상대를 얕잡아 본다는 것은······’
어느정도 굳은 부분이 푸린 듯 하자 카레나는 조금 눈을 내리 깐 뒤 다른 보고서들을 읽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비슷비슷한 내용들이었다. 그녀는 그것들 중에서 보고서 하나에서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는 다시금 꼼꼼하게 보고서를 읽어 보았다.
“뭐야?”
그녀는 보고서를 읽으며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는 살짝 눈을 감으면서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녀석들이······”
카레나는 짧게 혀를 차면서 보고서를 내려놓고는 잠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뒤 책상 옆에 놓여져 있는 전화기의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8월 20일이 되어서야 크라우프가 속한 수도 방어 사령부 함대는 에르바 행성계 외각에 위치한 제 8번 선박 수리시설과 다른 행성 경비대에서 지원한 수리함들을 통해서 전투함들에 대한 재정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크라우프를 비롯한 수도 방어 사령부 소속의 함대 장병들은 9월 1일부터 9월 15일 까지 기간 동안 포상 휴가를 받았다. 이번의 항해로 의무 복무 근무 기간이 만료되었거나 작전 때문에 전역이 연장되어 제대를 이제야 하게 된 하는 병사들에 대해서 9월 20일 일괄적으로 제대를 시키기로 결정이 내려졌다. 모든 일이 다소 늦었기는 해도 순조롭게 되자 크라우프는 이제 9월 1일부터 15일까지 어떻게 보낼까 하는 고민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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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쿨럭~ -_-;;;
작가야 뒤를 맡기마~!!! 텨텨텨~!!! ┌( ;ㅡ_-)┘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94…
…작가넘이 작성하고 있는 ‘독자와의 대화’는 잠시뒤에 올라오겠습니다…^_^;;;
아르바이트에서 돌아올 때 등골을 싸악하고 스치는 오싹함에 자신도 모르게 이번에는 핸드폰을 꺼 놓았습니다…혹시 아뒤 쥔장님의 검은 오러가…아닐지…~_~a
그런데…이번에는 컴터 앞에 작은 메모지가~~~~
이번는 아주 짤막하게
[네가 해라!]이 한마디 밖에는…ㅜ-ㅜ…그럼하는 수 없이…
●‘검은묵시록’님…1타…만세!!!!…(???)그나저나…프레셔라니요…그나저나 건담이시라면 무엇을 보시는 것인지…
●‘chise’님…저도 박카스를 마시면 이상하게도 힘이 불끈 솟는 다는…모내기는 저는 아르바이트 때문에 참가하지 못하고…아뒤쥔장님이 고생하셨습니다…아르바이트 가서 지루해 미치는 줄…아뒤쥔장님은 얼굴이 벌겋게 익어 버리셨는데…조금만 더 익으면…맛있게 소스칠해 먹을 수 있었을 텐데…조금 아쉽네요…@_@;;;
●‘아이페르’님…이런이런…3타이시네요…^_^;;; 조선 왕조 실록-선조를 빨리 올리는 재촉글을 쓰라는 아뒤쥔장님의 검은 오러의 압박 때문인지 제 등골과 목이 뻐근해 지고 있습니다…ㅜ_ㅜ…
●‘판타로드’님…4타…이시군요…그런데 앞의 세분이 전부 05-22/20:54…겨우 몇 초 차이일듯…아쉽습니다…아쉬워요!!!
●‘휴식시간’님…10,000번째…리플을 다시고…무엇보다도 크라우프를 읽어 주시니 삼가 감사 드립니다…뭐라도 축하 선물을 드려야 겠지만…(갑자기 귀를 막아 버리려는 작가넘)그 선물로 크라우프 녀석에게 새로운 여자를 하나 붙여 주는 것이 어떻지요…^_^;;; 어엇!!! (갑자기 작가넘이 귀를 막은 손을 덜덜 떨면서 아래로 떨어뜨리며)…뭐지? 이 오싹한 기분은??? 앗!!!! 사시미부대!!! 검은 양복의 사내들은 어디에 있는 거얏!!! 저기 디나 하렘 편입당원들이 나타났지 않은가!!! 빨리 나를 좀 보호해!!!(그러나 아무도 나타나는 이 없다.)…작가넘이 당황하며…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재빨리 도주를 위해서 운동화끈을 고쳐 멘다…그 러나 눈깜짝 사이 어느 사이 디나 하렘편입당원들에게 둘러싸인 작가넘…모두들 검은 오러를 내뿜으며…작가넘 주위로 모여드는데…
●‘창세전쟁’님…걱정이야…뭐…금일은 자격증 시험을 보러 시험장에 갔는데…저의 오른쪽 대각선 앞에 앉은 여자분이 골반에 걸치는 바지를 입고 계시더군요…그 주변이 전부 여자 분들이고 우연찮게 저만 남자였었죠…시험 보기 전…우연히 고개를 돌렸을 때…그 여자 분의 골반바지 뒤로…~_~;;;…솔직히 눈이 가지 않으려고 해도 그대로 가더군요…그대로 허리를 기울여 교재를 보시던데…앞으로 숙였을 때 숙여진 상체의 곡선도…~_~;;; 순간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시험이 끝나고 말이라도 붙여 보려 했는데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틈속에서…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으니…쩝…아쉽더군요…다만 은근슬쩍 감상은 다 했지만…속옷 비치는 것 같은 건 신경도 안쓰더군요…으으으…그나저나 요즘 여성분들…치마를 입고 다리를 좀 오므리고 앉지…다리를 그냥 쫙 벌리고 앉아서 대화를 나누시고…^ㅠ^…덕분에 색색으로 구경을 하기는 했지요…경기가 않좋으면 여성분들의 치마가 짧아 진다는데…그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뭐…애써 보고 싶어서 본 것이 아니라 그냥 보게 되니…원 참…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습니다…@ㅠ@..오히려 그냥 보게 되니…더 민망하더군요…
●‘soulschaos’님…이제는 엘렌이 아니라 티아라입니다…(같은 인물이지만 마구 우겨대는 작가넘…)그리고…디네스는…디네스는 요!!!(올드보이의 유지태 가 최민식에게 소리 지르는 톤으로…)…이것으로 디네스에 대한 답변을 은근슬쩍 회피하는 작가넘…흐흐흐흐흐흐…
●‘toyr’님…우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똑 같이…맛이 간 작가넘…역시나 아뒤쥔장님의 검은오러의 위력은…)
●‘피르다룬’님…22시 30분에 무조건 취침이시라니요…그럼 새벽까지…유선 방송을 시청하면 나오는…므흣~한 (중요 부분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되기는 한)…동영상을 한 번도 보신적이 없으시다는…~_~;;; 그나저나 무조건 22시 30분 소등 후 취침이시라면…혹시…엄친(嚴親-맞나?-)이나 자당(慈堂-맞나?-)께서…그리고 유조아의 DB오류는…역시나…말썽이군요…가끔씩은 저의 인내심을 시험한다는…~_~;;;
●‘내멋대로할꼬야’님…저는 금일 자격증 시험 보고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가서…시험 때문에 낮에 출근 하지 못하는 바람에 저 대신 연장 근무해준 친구에게 감사를 표하고(금일 일당 기꺼이 줬습니다.)저녁 식사로 치킨과…피자를 점심 겸 저녁으로 먹었죠…16시 경…그리고 집에 와서 또다시…시장표 치킨을 가족들과 먹었다는…지금 김치가 엄청나게 먹고 싶습니다…닭을 무척이나 좋아 하지만…기름기가 너무 많으니…그나저나 전재산이시라면…^-^;;;갑자기 아뒤쥔장님의 눈치를 살피는 작가넘…
●‘가연을이’님…디나와 카레나는 안될 예정이기는 합니다만…(‘내멋대로할꼬야’님의 뇌물에 다소 결의가 늦어져 말끝을 흐리는 작가넘…)
●‘다크크라이드’님…군대에서는 어떤 일이든지…~_~;;; 솔직히 군대 다녀오고서 저도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그리고 세상에는 별 사람들도 다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그리고 사람됨이란 군대에서 겨우 조금 남보다 높아졌다고…아무 생각 없이 으스대는 사람들도 있구요…저의 경우는 이등병때 4개월 고참이 무척이나 잘 대해 줬습니다…그래서 그 고참 말이라면 어지간한건 다 들어 줬는데…그 고참이 정말로 바보 같았죠…나중에는 저 알기를 개 좃보다 못하게 알더군요…그러면서 은근하게 생각 없이 남들에게 으스대기만 하고…후임들에게 잘대해 주던 동기는 완전 개 무시하구요…그래서 한 번은 제 동기를 별것 아닌 걸로 구타하다가 성질난 그 녀석에게 맞받아 쳐 졌었죠…그 녀석에게 얻어맞았죠…그래서 일이 크게 되려다가 그대로 무마 된 적도 있었지만요…그러다가 그 고참과 제가 사이가 크게 틀어져서 초소에서 문걸어 잠그고 뒈져라 싸운 적도 있지요…솔직히 쌈도 지질이도 못하더니…저 한테도 못당하더군요…그 이후 저는 계속 그 중대에 남아 있을 수 없어서 전출 신청했죠…아무리 그대로 고참인데…고참을 구타하고는 기강이 서지 않잖아요…그리서 제대는 무척이나 편한 곳에서 했습니다…
●‘키트릿지’님…카레나는 크라우프와 디나를 갓난 애 때부터 키워 왔는데…그럼 자신의 남편이 될 남자를 키워 먹는다???가 되는 걸까요??? [내 남편은 내가 키운다!!!]…~_~;;;
●‘제로나인’님…발없는 말이 천리 가죠…솔직히 올드보이를 보고 나면…말 조심 행동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특히 한국이 좁다는 것이…고향에서 50년 넘게 살아오신 아버지께서 연고지가 전혀 없는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거나…저와 같이 대구에 내려가셔서…그곳에서도 아는 사람을 몇 사람이나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는 것 등등…한국…참 좁더군요…그리고 잘만 따져 보면…어떻게 집안들 끼리 이어져 있기도 하구요…사실 거의 남남이기는 하지만서두요…~_~;;;
●‘勇者’님…아뒤쥔장님은 결코 그럴 분이 아닙니다!!!!(뭘???) 꼭…[너 이 오빠 못 믿니???]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저 작가넘 뿐일까요???
겨우 독자분들과의 대화를 마쳤습니다…엥??? 벌써 올라 와 있다닛!!!!! ㅠ-ㅠ…갑자기 핸드폰에 왠 怪문자 메시지가…[올렸다…덧붙여라…]…헉…아뒤쥔장님께서…
늦었지만 덧붙여 올립니다…그럼 기분 좋은 일주일을 시작하십시오.
…아차차…소제목을 바꿨어야 했는데…^_^;;
리하르트 황제력 267년 9월 2일 화요일. 크라우프는 이 날부터 9월 15일 월요일까지의 휴가를 사용하기 위해서 에르바 행성에 나와 있었다. 이 기간 동안 크라우프가 지휘하는 함대는 조선소에서 일제히 배를 재정비 받게 되어 있었고, 그 덕분에 할일이 없어진 크라우프 이하 장병들도 일제히 휴가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본래 9월 1일부터 휴가가 시작이었는데 9월 1일 하루 동안은 에르바로 갈 배를 구하지 못해서 거의 대부분을 기다리다가 끝이 나 버렸다. 그렇지만 9월 2일 화요일에는 에르바 행성계의 주성 행성 에르바의 중심 도시 에르바 시티의 근교에 위치한 에르바 우주항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금쪽같은 하루를 전부 배를 기다리는데 써 버린 것이 안타깝기는 해도 나머지 시간 동안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으니 에르바에 도착한 장병들은 한껏 기분이 올라 있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 서있던 크라우프는 같이 휴가를 나오기는 했지만 계급 때문에 어울릴 수 없었던 시에나와 티아라를 마음에 걸려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크라우프는 사기진작의 차원에서 함대의 참모들에게 한턱 내기로 약속했었고, 지금 그들과 함께 하고 잇는 중이었다. 하지만 시에나와 티아라는 고급 장교도 아니었고, 더욱이 지금 가려는 곳이 그녀들과는 그다지 맞지 않는 듯 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들 두 사람도 게르하르트 바움 소령을 비롯한 바리스타 파일럿들과 어울려 한잔씩 하기로 미리 약속을 잡아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크라우프에게 찾아와 말을 꺼냈다.
“티아라하고 같이 놀다 와도 되겠지?”
시에나가 다소 머쓱한 표정으로 크라우프에게 허락을 구했다. 크라우프가 가지 말라고 한다면 가지 않을 것이 분명했지만 시에나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했기 때문에 크라우프는 다소 놀라면서, 동료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시에나와 그녀의 옆에서 크라우프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는 티아라에게 잘 놀다 오라고 대답해 주면서 살짝 허리를 숙여 두 사람에게 키스를 해 주었다. 크라우프가 의외로 쉽게 다녀오라는 말을 하자 두 사람의 표정이 이내 밝아졌다.
“고마워. 허락해 줘서.”
허락이 떨어지자 마자 이내 즐거운 표정으로 바뀐 시에나가 다시 한 번 크라우프의 목을 끌어안고 그에게 키스를 건네었다. 키스를 나누면서 살짝 눈을 떠보니 티아라도 안도의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이 너무 좋아하는 것 같자 크라우프는 다소 무안한 기분도 들었지만 그래도 환하게 웃으면서 두 사람의 기분을 더욱 좋게 만들어 주었다. 사실 이렇게 두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하게 해 준다면 나중에 더욱 큰 즐거움으로 보상 받을 수 있었으니 크라우프가 손해볼 것은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고 싶어 하는데 못 가게 하면 몸에 병이라도 날 것 아니야? 즐거운 시간 보내도록 해.”
크라우프가 시에나와 티아라에게 최대한 다정하게 말을 건네자 두 사람은 씽긋 웃으며 고맙다는 말로 크라우프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었다.
크라우프는 시에나, 그리고 티아라와 함께 잠시 동안 시간을 보낸 후 예전에 함대 참모들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발걸음을 옯겼다. 룸이 있는 술집에 간다는 말 때문에 함대 참모들이 매춘부들을 불러 질탕하게 놀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다이레아는 빠지고 싶어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억지로 그녀를 동석시켰다. 다이레아가 크라우프의 작전 참모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고 함대 참모들이 모두 참석하는데 다이레아만 빠진다는 것은 보기에 좋지 못하다는 것이 크라우프의 설명이었다. 사실 바리스타 파일럿 시절부터 크라우프와 오랫동안 근무했던 쉐프턴 대령을 제외하고는 크라우프가 함대를 가짐으로서 그의 함대로 배속되어 크라우프와 함께 일하게 된 함대의 참모진들은 크라우프의 애인이 다이레아 한 사람 뿐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레아가 함대 참모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빠지게 된다면 그녀가 사령관인 크라우프와 애인 사이라는 것만 믿고 제멋대로 행동한다고 좋지 못하게 보여질 수 있었다.
사실 이제까지 다이레아가 크라우프의 애인이라는 사실이 참모들 사이에서 알려지면서 그녀는 단지 크라우프의 애인이라는 것만으로 함대 작전 참모 자리에 있다는 편견을 가지지 못하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했었다.
“그런 이유라면······알겠어요.”
다이레아는 크라우프가 차근차근 이유를 들며 참석하라는 요구를 해오자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알겠다고 승낙해 주었다.
이곳은 안전한 베르베라가 아니라 에이센인들에게는 다소 위함하다고 할 수 있는 에르바였기 때문에 크라우프를 비롯한 함대 참모진 전원이 참석하게 되는 모임에 30명 정도의 공간기갑병들이 경호원으로 따라 왔다. 크라우프는 경호원들이 따라 붙는 것에 대해서 번거로워 하며 그들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었지만 부사령관 후안 마티니 준장을 비롯해 전투 지휘관 쉐프턴 대령, 그리고 다이레아가 장군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크라우프를 위험에 노출시킬 수 없다면 위험 지역인 에르바에서는 규정상 30명의 경호 병력이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설득시켰다.
크라우프는 자신 때문에 30명 정도의 공간기갑병들이 경호 병력으로서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어 유흥 주점으로 들어가기 전 주점의 외부에서 대기하게 되어 있는 공간기갑병들에게 자신 때문에 고생한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어쨌거나 크라우프 함대의 참모들 전원은 에르바 시티에 나와 에이센 군인들이 자주 이용한다는 룸이 있는 술집에 찾아 들어갔다. 그 술집은 에이센인이 경영하는 것으로서 꽤나 내부 장식이 호화로운 곳이었다. 술집의 지배인은 에이센인이었는데 중령 두 사람에 대령 세사람, 그리고 장군이 두 사람이나 서 있는 것을 보자 한몫 단단히 잡았다고 여겼는지 매우 정중하게 이들을 안내했다.
“큰 테이블이 있는 방을 하나 주게나.”
정보 참모인 존 마르티네스 테즈 중령이 일행중 유일한 여성인 다이레아가 선뜻 주문하는 것을 거림직하게 여기자 그녀를 대신해서 유흥 주점에서 큰 방을 하나 주문했다. 지배인은 20세 전후로 보이는 남자가 소장 계급장을 달고 있는 것을 의아하게 여기는 듯 했지만 이내 신경을 끊고는, 장군이 두 사람이나 있으니 돈을 많이 쓸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그가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을 베풀어 이들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하면서 널찍한 테이블이 있는 룸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모두들 자리를 잡고 앉았고 돈을 내기로 되어 있는 크라우프가 주문을 했다. 식사를 할 사람을 물었지만 아무도 식사를 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자 식사는 제외하고 고급 브랜디와 함께 여러 가지 안주들을 푸짐하게 주문했다.
크라우프가 쏟아내는 주문을 열심히 받아적고 있는 웨이터의 옆에 서 있던 술집의 지배인은 다이레아의 모습을 살짝 바라보고는 조금 전에 방을 주문했던 존 마르티네스 테즈 중령에게 접대부를 부를 것인지를 물어왔다. 본래대로라면 요구하기 전에 알아서 데려오는 것이 기본이었지만, 군인들 특히 고급 군인들의 경우 유흥업소에서 종사하는 여성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에 물었던 것이다. 병사로 제대를 했던 지배인이었지만, 이유는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고급 군인들 중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손님들이 최대한 불쾌해 하지 않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기술을 습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지배인의 나름대로의 경험에 의한 것이었다.
“아가씨들은 몇 사람이나 들일까요?”
존 마르티네스 테즈 중령을 살짝 바라보며 지배인이 물으니 중령을 비록한 모두가 크라우프와 다이레아만 바라보았다. 다이레아만 홀로 여성인데다가 젊고 아름다웠고, 무엇보다도 두 사람이 연인 사이였기 때문이었다.
“5명 정도 불러 주십시오.”
게다가 크라우프는 돈을 내야하는 입장에 있었고, 쉐프턴 대령과 다이레아를 제외하고는 업무상의 관계일 뿐이니 모두들 그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크라우프는 이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주문을 했다.
크라우프가 지배인에게 말을 꺼내니 쉐프턴 대령이 손사래를 치며 자신의 옆에 여성이 앉는 것을 거부했다.
“아! 저는 되었습니다. 마누라가 알면 돌아가서 큰일나거든요.”
쉐프턴 대령은 아내인 발레리 때문에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과 함께 앉지 않겠다는 뜻을 다소 과장된 몸짓을 섞어 밝혔고, 약간 딱딱해져 있던 분위기는 쉐프턴 대령의 익살아닌 익살에 때문에 한바탕 웃음이 지나가면서 상당히 부드러워 졌다.
“하긴, 마누라가 바로 옆에 있으니 바람도 못 피우겠군!”
록시나 XI호의 함장 데이빗 워크홀 대령이 웃으며 말을 꺼내자 쉐프턴 대령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한 사람이 줄어들자 지배인이 다소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크라우프는 살짝 웃으면서
“그냥 5명으로 해 주시죠. 괜찮은 사람들 들여보내 주세요.”
크라우프는 다이레아에게 이런 자리에서 자신의 시중을 들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 두 사람만 있게 된다면 다이레아게 온갖 요구를 다했겠지만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크라우프의 함대 참모들 중 한사람으로 여기도록 행동했다. 물론 그는 다이레아가 이런 곳에 있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곤란해 할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려는 것이다.
곧이어 룸 안으로 주문한 술과 안주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모두들 오래 간만에 보는 술 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잠시 뒤에 5명의 여성들이 안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들 모두 바르디아인들로서 아무리 나이가 많아봐야 10대 중후반 정도로 보였다. 얼굴은 제법 아름다워 보였고 에이센어를 제법 잘 지껄이면서 장교들 옆에 앉아서 술시중을 들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기 전 크라우프는 다시 한 번 참모들에게 에르바까지 오는데 별 다른 사고가 없었음을 진심으로 감사했다. 크라우프는 특히 록시나 XI호의 함장 워크홀 대령에게 전함을 잘 이끌어 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고, 워크홀 대령은 황망해서 오히려 몸둘바를 몰라 했다. 모두들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주었기 때문에 무사히 에르바에 오게 되었다면서 모두에게 감사를 한 후 처음 두잔 정도를 다 같이 마신 후 그 다음 부터는 질탕하게 먹고 마시며 분위기에 젖어가기 시작했다.
다이레아는 크라우프가 옆에 1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을 끼고 앉아서 그녀에게 바르디아어로 말을 걸며 술을 따라 마시는 것을 보고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쓸쓸한 기분을 달래고자 그녀는 접대 여성없이 자리에 앉아서 술을 마시는 쉐프턴 대령의 말상대가 되어 주었다. 쉐프턴 대령은 아내인 발레리 미구엘을 생각해서 곁에 여자를 끼지 않았고 그 덕분에 다소 소외되어 있다시피 했는데, 다이레아가 발을 걸어오자 반색을 하며 응대하기 시작했다.그와 말을 나누면서 다이레아는 그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쉐프턴 대령은 자신의 아내에게 최소한의 신의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이곳에 있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나이가 많든 적든 간에, 자신이 인격이든 무엇이든 마음것 무시할 수 있고 법률에도 저촉되지 않는 여자들을 옆에 끼고 있으니 그 자신들의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군대에서 원칙적으로 섹스는 금지되어 있기는 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든지 동료 여군, 혹은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남자 동료에 대한 강간은 엄격한 처벌을 받았다.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가해자는 남녀를 불문하고 군대내에서 매장될 수 있었다. 그러나 상호 합의하에 관계를 가진 경우나 매춘부를 정당하게 대가를 주고 사서 관계를 가진다면 법률에 저촉되지 않았다.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남자들은 크라우프가 대가를 주고 봉사를 받도록 한 여성들을 상대로 마음껏 자신들의 욕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다이레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도 쉐프턴 대령과 이런 저런 말들을 나누었다. 오랜기간 잘 알고 지내던 쉐프턴 대령과 다이레아는 서로 술을 따라 주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쉐프턴 대령은 크라우프가 옆에 오랜 연인인 다이에라를 두고도 젊은 여성을 끼고 앉아 그 여성의 허벅지위에 왼손을 올려놓고 문지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상당히 못마땅해 했다. 가끔씩 크라우프는 젊은 여성의 유방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괜찮아요. 만약에 소장님이 술취해서 이런 자리에서 저한테 함부로 하지 않으려고 저러는 거니까 이해해요.”
쉐프턴의 시선과 생각을 눈치 챈 다이레아가 속마음과는 다른 말을 꺼내자 쉐프턴 대령은 대단하다고 대답하면서 다이레아를 바라보았다.
“발레리도 당신 같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녀는 겉으로는 대범해 보여도 은근하게 질투가 좀 심하거든.”
쉐프턴 대령은 다이레아에게 발레리가 꼭 자신을 소유하려고만 드는 것 같다고 은근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의 말을 들은 다이레아는 발레리가 쉐프턴 대령에게 무엇인가 불안한 구석이 있으니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는 등의 대답을 해 주면서 쉐프턴 대령의 고민을 들어 주고 그에 대해서 조언을 해 주었다.
이러는 사이에도 크라우프는 옆에 끼고 앉은 여성의 유방을 만지고 옷속에 손을 집어넣는 등의 짓을 했고 서로 술을 나누어 마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자네한테도 저렇게 해?”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있어 다이레아를 바라보아야 하는 쉐프턴 대령은 그녀의 곁에 앉아 있는 크라우프의 행동이 계속해서 눈에 띄었다. 그는 크라우프가 옆에 끼고 앉은 여자를 만지고 있는 것 보고 살짝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그러자 다이레아가 힐끗 뒤돌아보더니 살짝 웃어 주기만 했다.
“뭐 남자란 다 똑같죠. 대령님도 미구엘 소령한테 저렇게 하실 것 아니겠습니까?”
다이레아가 은근하게 웃으며 물으니 쉐프턴 대령은 웃기만 했다.
“그것이야 그렇지만······자네도 참 대단해. 보통은 이럴때 화를 내거나 할텐데 말이야.”
그가 신기하다는 듯 나직이 다이레아에게 말을 꺼내자 다이레아는 슬쩍 웃으면서 조용히 그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있다가 같이 자게 될 때 혼내 줄 꺼에요.”
다이레아가 조용히 자신이 생각했던 말을 꺼내자 쉐프턴 대령은 소리 죽여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리고는 그렇게 하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뒤 그들은 웃으면서 서로를 바라보면서 술을 한잔씩 따른 후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잔을 들어 마셨다.
거나게 술을 마시고 오래 간만에 젊은 여자들과 질탕하게 놀고 마신 참모들은 그 모든 것을 계산해 준 크라우프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다. 여자를 끼지 않았던 쉐프턴 대령을 비롯한 모두는 술이 좀 거나게 오른 상태였다. 그렇지만 다이레아는 많이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어지럽기만 할 뿐 정신은 멀쩡한 상태였다.
9월로 접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에르바의 밤은 무더운 편이었다. 부사령관 후안 마티니 준장을 비롯한 참모들은 술에 취한 몸 때문에 모두들 잠시 동안 술집의 앞에서 서서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몸을 주체하느라 진담을 빼야 했다. 하지만 술을 적게 마신 다이레아와 룸안에서 옆에 여자를 끼고 꽤 많이 마신 것 같은 크라우프는 생각 외로 별로 취한 것 같지 않았다. 잠시 서서 크게 숨을 들이 마시며 체내의 알콜을 몸 밖으로 내보내던 크라우프는 갑자기 고개를 위로 젖혀 밤하늘을 한참 동안이나 올려다 보았다. 그러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
“이 곳······에르바에서 보는 밤하늘도 베르베라에서 보던 밤하늘과 별로 달라 보이지는 않는군요.”
그가 조용히 말을 꺼내자 다이레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술기운에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해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다이레아는 그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예전에 크라우프는 어디를 가도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곳은 똑같은데 왜 이렇게 서로 죽고 죽이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라우프는 베르베라에서 부터 출발해서 에르바에 도착할 때까지 에르바가 어떤 곳인지 무척이나 궁금해 했었다. 그는 매일같이 뉴스에서만 보아 왔던 것과 현실의 에르바가 얼마나 다른지 궁금해 했었고, 다이레아에게 자주 에르바가 어떤 곳인지 스스로 상상하던 말을 해 주고는 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