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421
다이레아는 무엇인가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말끝을 흐리고 있었다. 잠시 고요한 시간이 지나 살짝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팔을 움직여 자신의 눈가를 문지르는 것 같은 느낌이 그녀가 안고있는 팔을 통해 크라우프에게 전해져 왔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는 그대로 자는 척을 했다.
“······칫!”
다이레아는 살짝 코웃음을 치면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녀는 작게 웃고는 크라우프의 배려가 고맙다는 듯 뺨에 살짝 키스를 해 주었다. 그리고는 나직이 혼잣말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요즘 나요······어머니하고 아버지가 보고 싶어요······그런데 말이죠······젠장맞을!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더라구요······그리고······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망할······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고·····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도······코프······당신은 나 버리면 안돼요.”
크라우프는 다이레아가 옆에서 혼잣말을 계속하는 것을 들으며 조금 깊게 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이제까지 크라우프는 자신의 생각만 했지 다이레아가 가족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 때 시에나에게 기울였던 것처럼 그녀의 가족들이나 친부모를 찾아 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후회했다.
‘나도 한심해······’
다이레아는 한동안 훌쩍이다가 잠이 들었는지 등을 보이며 돌아누운 채 침대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크라우프는 자신이 다이레아에게 원한 것이라고는 그녀의 몸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레아를 너무나도 쉽게 생각했는지 모른다는 기분이 들자 크라우프는 스스로가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에휴······’
그는 다이레아가 자신의 가족들을 증오하는 만큼 그 자신들의 가족들이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크라우프는 조용히 눈을 감으면서 이제 그대로 잠이나 자둬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조금 더 다이레아에게 신경써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무신경함을 반성했다.
‘좋아 뭐······’
그는 순간 돌아서서 다이레아를 안아 버릴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오히려 그녀와의 사이가 서먹서먹해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켠으로는 자신이 그래서 안 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다이레아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된 것은 우연찮게 바르디아인 매춘부에게 휘말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는 일도 그 사람이 끄집어내고 싶지 않은 기억을 그대로 되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크라우프는 잠이 든 다이레아의 몸을 부드럽게 끌어 안으며 그녀의 귓불에 키스를 건네었다.
“······잘 자. 다이레아······”
============================================================================================
에…그 바르디아인 여성은 신 캐릭이 아니었습니다…^_^;;;
기대를 가지셨다면 죄송합니다….m(_ _)m
…뭐…다이레아의 일을 끄집어내기 위한 것이었다는…물론 현재 바르디아 지역의 상황을 알리려는 목적도 있었구요…현재 바르디아의 상태는 에이센에 협력하려는 사람들과…옛날의 영광을 잊지 못해 에이센과 에이센에 협력적인 사람들을 증오하는 사람들로 나뉘어져 있지요…즉…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라는…
위에 나온 바르디아인 매춘부의 경우도 그와 같은 것의 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여성의 순결을 중시한다는 바르디아의 관념상…그녀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니까요…(뭐, 물론 아무리 여성의 정조를 중요시하는 사회라곤 하더라도 뒤로는 호박씨를 다 까는 것이 사실이지만요…^_^;)
…뭐…간단히 말해서…바르디아 지역은 지금…혼란한 상태라는 것이지요…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96…
● ‘가연을이’님…1타를 축하드립니다…^_^)/~ 어제는 조금 빨랐지요? 그래서 오늘은 좀 늦습니다…(…그게 말이 돼냐~!!! -_-+++)…핫핫핫…사실은 저녁을 조금 늦게 먹는 바람에…쿨럭~ 게다가 점심 먹은 것이 잘못 되었는지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보니…ㅠ_ㅠ;;;..억…또 신호가…(←…천둥이 치는 배를 움켜잡고 화장실로 뛰어가는 아뒤쥔장…)
● ‘검은묵시록’님…정통지온이라…쿨럭~ 저는 죽을힘을 다해 구형병기로 막으면서…제타랑 큐베레이를 만들 때까지 기다린다지요…그러다가 완성이 되면 뉴타입들을 태워서 다 쓸어버린다는…쿨럭~ 지상은 제타 12기랑 즈코크E 20부대면 끝이고…우주는 큐베레이 3부대면 끝이라는…쿨럭~
● ‘아이페르’님…가끔은 일찍 올려도 봐야지요…그런 재미라도 있어야…^_^;;; 뭐…어찌 되었든…‘조선왕조 실록-선조’의 전투가 매우 싱겁게 끝이 났다는 점 때문에 다소 황망해져 있었다는…뭐…총이라는 물건을 처음본 것이니 그러만도 하다고 생각하지만 웬지 아쉽더라는…조금 더 피가 튀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지요…^_^;;;
● ‘toyr’님…음…‘저 여자 누꼬?’ 라고 물으신다면~!!….질문에 대답을 해 드리는 것이 인지상정~!!!…(…포켓몬의 로켓단…-_-;;;)…쿨럭~ 암튼 질문에 답을 해 드리자면…‘엑스트라’입니다…앞으로 다시는 나오지 않지요…^_^;;;
● ‘우주인엘로힘’님…예…카레나건 디나건…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 입니다…-ㅅ-;;;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별로 상관을 하지 않는데…작가넘이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는 중이라…^_^;;; 최근에는 디네스도 안된다고 하더군요…물론 제가 막고 있습니다…이젠 아셨죠? 저는 본래 여러분의 편이었다는 것을…그러니 당사의 위치 좀 알려주실래요? 아~! 수상한 뜻은 없습니다…단지 ‘선물’ 좀 드리려고…흐흐흐…^_^;;;
● ‘휴식시간’님…으음…뭐…속옷차림으로 도망가는 경우가…없을 수는 없겠지요…뭐…간단히 생각해 보면…한참 영업중인 러브호텔에 불이 난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속옷차림의 남녀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는…흐흐흐…여탕이라면 금상첨화…^ㅠ^;;;
● ‘현돌’님…허허허…음…근친교배는 열성 유전자를 남길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안됩니다…얼마전에 흐릿하게나마 나오는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본 내용에 따르면…인간은 생물학적으로도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형질과 반대의 유전자 형질을 가지고 있는 이성에게 본능적으로 매력을 느낀다고 하더군요…^_^;;; 그러니…쿨럭~ 안됩니다…그나저나 ‘현돌’님게서 누님취향이었다니…다소 의외로군요…전 작가넘처럼 로…퍽~!!!
● ‘테르미도르’님…가장 좋은 보직이라…뭐…부정할 수 없군요…평소 놀다가 타이밍만 잘 잡으면 승진과 출세는 따놓은 당상이라는…-ㅅ-;;; 평소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보면 단지 ‘운이 좋은 녀석’일 뿐이지만요…^_^;; 그나저나…얀의 경우를 생각해 보니…은영전을 읽다가 책을 집어던지 것이 기억나는군요…8권에서 얀이 암살당했을때…쿨럭~젠장! 그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 ‘창세전쟁’님…음…저는 지금 모처에서 안전하게 있답니다…그러니 손에 들고 계시는 염장탄은 빨리 버리시지요…^_^;;; 저를 찾지 못하겠다고 아무데나 던지셨다가 애꿎은 분 복창 터지게 하지 마시고요…자자…살살 내려 놓으십시요…그거 터지면 ‘창세전쟁’님도 위험합니다…자~ 다 내려 놓으셨나요? 그럼 뒤로 10걸음 물러나세요…물러 나셨나요? 흐흐흐…얘들아 덥쳐~!!! *0*)/~
● ‘다크크라이드’님…으음…색깔에 관심을 가지시다니…으으음…역시 변…퍽~!!! 윽~!! <(#_ㅜ) 아니 제가 무슨 말을 했다고 갑자기 짱돌을 던지시는 것 입니까…ㅠ_ㅠ;…어흐흑…예? ‘ㅂㅌ’라고 말하려던 것 잘 안다고요?…흐에엥~…ㅠ0ㅠ 아닌데…아니었는데에~! 그러니까…변…변…변…으으음…-ㅁ-;;; 아, 아무튼 아니었단 말입니다~!
● ‘피르다룬’님…음…숙제라…학원이라…바쁘게 생활하고 계시는 군요…-_-;;; 하지만 내일은 빨간 날…푹 쉬세요…뭐…여친분께서 어딘가로 놀러 가자고 하신다면 문제겠지만요…흐흐흐…내일 차 엄청 막힐데니 말이지요…물론!!…여친이 없으시다면 저랑 같이 그냥 잠이나…쿨럭~ -ㅅ-;;
● ‘soulschaos’님…에…그렇습니다…쉐프턴…보기와는 다르게 잡혀살고 있다는…쿨럭~ -ㅅ-;; 음…그리고 10명이 빠져 나갔다곤 하지만…나머지 30여 명의 공간기갑병들 중 과연 몇 명이 크라우프 ‘만’ 을 보호하는 요원이었을까요? ^_^;;; 아마 20명은 가뿐히 넘을 것 입니다…게다가 대부분이 능력자일 것은 분명하지요…^_^;;;
● ‘제로나인’님…음…어째 대부분의 독자님들이 ‘속옷만 입은 아름다운 여성’에 관심을 두시는 것인지…뭐…사실은 저도 ‘엇~! 간만의 신 캐릭인가~’ 했지만 말입니다…^_^;; 하지만 오늘 수정하면서 보니 아니더라는…(←실망중…) 음…그리고 코프가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는 것은 맞습니다…^_^;;
● ‘chise’님…음…검은 양복의 사내…통칭 ‘그들’…쿨럭~ -_-;;; 그들은 어둠 속에서만 활동하며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모토(음…어딘가에서 본 듯 한…쿨럭~)로 활동하고 있다지요…그들의 주요한 활동 내용을 살펴 보자면…말 안듣는 아뒤쥔장 겁주기…연참하라 압력넣기…비축분 몰래 훔쳐보기…아뒤쥔장이 가는 길에 개X 묻어놓기…등등이 있다는…쿨럭~ -ㅅ-;;;
● ‘勇者’님…양날의 검…확실히 그렇습니다…‘가오가이거’라는 애니메이션에 대해 대충이나마 알고있는 저조차도 읽다가…‘응? 이게 뭔 소리지?’ 라고 가끔 느끼거든요…^_^;;; 패러디라는 장르가…대상 작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독자님들이 읽기에는 더없이 좋은 작품입니다만…쿨럭~ 전혀 모르는 독자님들은 금방 실증을 낼 수 밖에 없다는…암튼 힘 내시고…건필하세요~ ^_^)/
● ‘내멋대로할꼬야’님…시에나랑 티아라가 술먹고 헤롱대면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모 단체의 대원들이 ‘알아서’ 크라우프에게 배달해 줄 것입니다…쿨럭~ 물론 헤롱거릴 그녀들도 아니지만요…술먹고 실수(고의적이든 아니든)를 한다면 끝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테니 말입니다…^_^;;; 음…그리고 보내주신 사과는 잘 먹었습니다…제철이 아니라서 조금 퍼석거리긴 했습니다만 맛있더군요…접…헌데…차라리 ‘쩐’을 넣어 주셨으면 좋았을 것을…^_^;;;
● ‘키트릿지’님…음…카레나가 하렘에?…훗…포기하십시요…-ㅅ-;;; 절대로 불가능합니다…왜 그리 안된다는 것에 그렇게 열을 올리시는지 저는 잘 이해할 수가…있습니다만…쿨럭~ -ㅁ-;;; 암튼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 입니다…^_^;;; 음…그리고 작가넘의 성향은 저와는 달리 ‘일편단심’ 스타일이라는…쿨럭~ 물론 믿거나 말거나…
● ‘나만의천사’님…음…대단히 죄송합니다만…이번에 출연한 여성은 단순한 엑스트라 랍니다…^_^;;; 이거 어째 상당히 기대를 하신 듯…괜히 죄송스러워 지는군요…-ㅅ-;; 뭐…위의 쪽글에서도 말슴을 드렸지만 현재 바르디아 지역의 상황을 대변하는 캐릭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음…그러고 보니 엑스트라 치고는 상당히 비중이 있는 역할이라는…쿨럭~
● ‘정민철’님…^_^;;; 허허허…‘정민철’님 마저도 기대하고 계셨다니…쿨럭~ 약간 당혹스럽다는…(왜지?) 음…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별 볼일 없는 엑스트라 랍니다…아니지…비중은 있지만 다시는 나오지 않는 비운의 엑스트라…라는 표현이 더 좋군요…왠지 비장미도 있어 보이는 것이…^_^;;; 아무튼 오랜간만에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_^)/
음…늦었군요…빨랑 올리고 튀어야 겠다는…쿨럭~ -_-;;;
…아차차…소제목을 바꿨어야 했는데…^_^;;
다음날 이른 아침. 크라우프는 다이레아와 시에나, 그리고 티아라와 함께 사복으로 갈아입고 숙소의 밖으로 나왔다.
시에나와 티아라도 크라우프가 묵었던 곳에서 방을 잡았지만 크라우프가 다이레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뜻에서 그들의 방에 찾아가지 않고 근처의 다른 방을 잡고 거기에서 잠을 잤던 것이다. 이른 시간 같이 아침을 먹자고 찾아온 두 사람에 의해서 다이레아와 함께 침대에 누워 있다가 잠에서 깨어난 크라우프는,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시에나와 티아라를 보고 잠이 다 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크라우프는 배가 고프다며 아침을 먹자고 보채는 두 사람 때문에 잠에서 미처 깨지도 못한 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자신의 곁에 누워 여전히 잠이 들어 있는 다이레아를 흔들어 깨웠다. 시에나와 티아라가 자신들이 갈아입을 사복을 미리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크라우프는 샤워를 하고 외출 준비를 하면서 군복 대신에 시에나와 티아라가 준비해준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두 사람이 사복을 준비해 온 이유는 9월 15일 까지 계속되는 휴가 기간 동안 계속해서 군복을 입고 다닐 수 없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이지만, 무엇보다 소장 계급장을 달고있는 크라우프의 군복이 너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치안이 불안하다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 화려한 군복을 입고 돌아다니면서 괜히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소장 계급을 가진 사람이 그 보다 지위가 낮은 계급을 가진 여성 세 사람과 함께 공무가 아닌 일로 함께 다닌다면 남들의 의아로움을 살 수 있어 충분하게 가쉽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사복을 입고 다니는 것이 여러모로 이로웠다. 베르베라도 그러했지만 이곳에서도 애초에 눈에 띌만 한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부산을 떨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깔금한 모습을 유지하는데 성공한 네 사람은 체크아웃을 한 후 군복이 든 슈트케이스 두 개만 든 채로 나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서 에르바 시내로 나왔다. 본래는 이 숙소에서 휴가기간 동안 머물 예정이었지만, 시에나가 시내에 조금 더 근사한 곳을 잡아 놓았다고 하여 옮기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체크아웃을 해주던 주인은 젊고 아리따운 여자 세 명에게 둘어싸여 즐겁게 떠들고 있는 크라우프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어느 돈많은 고급 장교가 창녀들을 불러 밤새 노닥거린 것 쯤으로 여기는 눈치였다.
숙소에서 나와 에르바 시티로 들어서는 버스에 올라탄 네 사람은 시원스레 뚫려있는 도로를 질주하는 버스의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자신들의 생각과는 달리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량의 수도 엄청나게 많았고,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활기가 넘쳐 있었던 것이다. 자신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에르바 시티의 활기에 찬 아침의 모습에 크라우프와 그의 일행들은 자신들이 에르바가 아닌 다른 곳에 와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의아해 하였다. 이런 모습은 매일 같이 뉴스에서 보여지던 혼란스러운 에르바 시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껏 뉴스에서 비추어진 것만으로 에르바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네 사람은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에르바 시티의 풍경을 보고는 시골에서만 살다가 도시에 처음으로 와본 순박한 사람과 같은 푲정을 지었다. 처음으로 제대로 보게 된 에르바 시티는 언론에서 보여진 것 처럼 빈번하게 반 에이센 민중 폭동이 일어나며 바르디아인들은 전부다 에이센인들에게 매우 강한 적의를 품고 있는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은 TV를 통해서 민중 폭동이 일어나면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서 나선 보병들은 진압봉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구타하고 있고, 이에 성난 군중들은 에이센 보병들을 향해서 돌을 던지는 모습만을 보아 왔었다. 그렇지만 현재 버스의 차창 밖으로 보여지고 있는 에르바 시티의 모습은 그것과는 전혀 달렸다. 길거리는 무척이나 깨끗한 상태였고 사람들은 밝은 표정으로 활기차게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뉴스에서 보여주는 이미지 그대로라고 한다면 길거리에서는 언제나 성난 군중들이 뛰어 다니고,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군중들이 지른 불로 도로 옆에 서 있던 자동차가 불타고 있으며, 불타는 자동차 옆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반 에이센 구호를 외치는 모습들이 계속해서 이어져야 했다. 그렇지만 여느 에이센의 도시에서처럼 버스를 타고 마주치게 되는 에르바 시티의 모습은 평온함, 그 자체였다.
다만 곳곳에 야전 장비를 갖춘 에이센 보병들이 서성이고 있는 모습들이 자주 눈에 띄고 있을 뿐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골목길의 후미진 곳에 장갑차가 정차해 있는 모습을 여러 번 볼 수 있었고, 주요해 보이는 교차로 마다 눈에 띄도록 기관총 진지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들이 계속해서 눈에 들었다. 이것만으로도 은근하게 흐르고 있는 에르바 시티의 무거운 공기를 실감하게 만들기는 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여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것이 아주 일상이 되어 버린 듯 아무런 신경도 쓸 것 없다는 식으로 마치 군인들이 없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크라우프가 세 명의 여성과 함께 시내에 나와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찾아 그곳에 들어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바르디아어와 에이센어가 뒤섞여 들려오고 있기는 했지만, 이곳에서 크라우프는 에이센의 여느 도시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들었다.
아침 식사를 위해서 인지 크라우프가 들어선 식당 안에는 여러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들어차 있었다. 적당한 자리를 잡아 자리에 앉자마자 시에나는 배가 고팠다면서 서둘러 메뉴판부터 찾아 들었다. 그리고는 메뉴판을 읽으면서 크라우프에게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물었다.
“아무거나 간단한 걸로 하지 뭐······”
그것을 시작으로 그들은 각자 메뉴판을 보고 주문하고 싶어 한 것을 결정하기 시작했고, 크라우프도 아무거나 라는 메뉴는 없다고 장난을 치는 시에나를 보며 피식 웃고는 야채 스프와 호밀빵, 샐러드, 그리고 따뜻한 우유를 주문했다.
요리를 주문한 이후 잠시 이야기를 하며 앉아 있을 때 시에나는 다이레아는 보고 어제 밤에 크라우프가 함대 참모들과 크게 벌인 술자리에 대해서 물었다. 시에나의 질문을 받은 다이레아는 씽긋 웃으며 그럭저럭 술자리를 좋게 끝이 났지만 끝나고 나오던 중에 조금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호기심이 동한 시에나가 무슨 일이었냐고 채근하자, 다이레아는 중간 과정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바르디아인 매춘부 때문에 헌병대까지 갔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다이레아의 말을 듣고 난 시에나는 눈을 크게 뜨며 놀라고 있다가 순간 입술을 반쯤 쑥 내밀면서 불퉁거렸다. 그리고는 나름대로의 상황에 대한 시에나의 생각을 그대로 흩어 놓았다.
“매춘부? 너무하네······다이레아가 곁에 있는데······매춘부를 샀다가 일이 꼬여서 헌병대를 간거야? 그럼 큰일인데? 어떻게 했어? 말 안 듣는다고 매춘부를 두들겨 패기라고 한 거야? 아니면 뭐 어떻게 한 거지?”
시에나가 속사포처럼 말을 늘어놓자 갑자기 상황은 이상하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크라우프는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이레아는 그저 웃기만 했다. 티아라는 시네나의 곁에서 조금은 한심스럽다는 눈으로 크라우프를 바라 보았다. 그러자 크라우프는 더욱 당황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건 아니야.”
하지만 시에나와 티아라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였고, 크라우프는 순간 당황해서 전후 사정을 재빨리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다이레아가 전후 사정을 쏙 빼버리고 말을 했으니 시에나가 오해하는 것이 당연했다. 다이레아는 재밌는지 살짝 고개를 돌리고는 소리를 죽여 가며 웃고 있었다.
당황해서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전후 사정을 설명하는 크라우프를 바라보면서 시에나는 이해했다는 듯 아랫입술을 살짝 내밀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군······매춘부라······에이구······난 전에 코프가 다이레아한테 함부로 못하겠다고 말했던 것 매춘부한테 해 보려다가 끌려 간거라고 짐작했는데 말이야.”
시에나가 팔짱을 끼고 그런 일이라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니 이해했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다이레아가 무슨 말이냐고 고개를 조금 앞으로 하며 물었다. 다이레아가 의아함을 표시하자 크라우프는 허탈한 듯 웃으면서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만 있는 티아라를 바라보았다. 티아라는 말없이 모두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아니······다른 건 아니구요.”
시에나가 무엇이라고 설명을 하려 했을 때 크라우프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사실 그도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시에나에게 함부로 화를 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만해라 시에나······아침부터 그런 말은 삼가자······뭐 원한다면 오늘 저녁 때 너 혼자만 나하고 그짓을 해 볼래?”
크라우프가 살짝 웃으면서 말을 꺼내니 시에나는 살짝 불퉁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내리깔고는 살짝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러다가 짧게 입맛을 한 번 다신 후 고개를 들어 크라우프를 바라보았다 이내 체념한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코프가 원한다면야······못할 것도 없지······”
의외로 시에나가 크라우프가 요구할 것에 대해서 승낙하자 크라우프는 시에나와 더 이상 감정이 상할 말을 하지 않기도 했다. 적당한 선에서 끝을 내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농담이야······그런 건 안해······”
크라우프는 씽긋 웃어 주기만 한 후 조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시에나의 옆에 앉아 있던 티아라가 무슨 소리인지 몰라 의아해 하고 있다가 낮은 목소리로 무슨 말이냐고 물어왔고, 질문을 받은 시에나가 나직이 설명을 해 주기 시작하자 다이레아도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시에나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크라우프는 그 모습을 보고는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레스토랑의 창문 밖으로 비추어 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의 양 옆과 앞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연신 나직한 감탄성이 들려오고 있었지만, 그 내용을 짐작하고 있는 크라우프에게는 이미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아마 여자들은 그간의 오랜 항해로 인하여 알게 모르게 쌓여있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일런지도 몰랐다.
점원이 내어 온 커피잔을 들어 마시면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크라우프는 길거리에서 말쑥한 정장 차림의 한 여성이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전단지를 돌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대 중반 쯤 되었을까 곱게 자른 검은색 단발 머리카락에 고개를 돌려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누어 줄 때 마다 살짝 살짝 비추어 지는 얼굴이 짙게 화장이라도 했는지 무척이나 하얗게 보이는 여성이었다.
‘아침부터 무슨 광고라도 하나? 전단지를 다 돌리고 말이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레스토랑에 들어 올 때에는 저 여성의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는 여성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무엇인가 열심히 설명하며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버릇인지 그 여성을 잠시 관찰하던 크라우프는 이내 별다르게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하였고, 광고 전단지를 돌리는 것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하기야, 장사를 하려면 열심히 광고를 해야 하지.’
크라우프는 낮게 혼잣말을 하면서 열심히 전단지를 돌리며 구호를 외치듯 뭐라고 소리 지르고 있는 여성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크라우프는 자신의 양 옆과 앞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어느새 사라져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일행 쪽으로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다이레아와 티아라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다소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뭐······왜 그래?”
크라우프가 다소 퉁명스럽게 물으니 다이레아와 티아라는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왼족에 앉아있던 시에나와 정면에 앉아있던 티아라가 장난스레 살짝 몸을 움직여 크라우프와 거리를 두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의 옆에 앉은 다이레아는 크라우프에게서 떨어져 앉으려는 듯한 제스처는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살짝 손을 뻗어 크라우프의 손등을 매만져 주고 있었다. 크라우프가 무안해 지지 않으라고 배려해 주는 것이었다.
그녀들의 시선과 행동에서 크라우프는 시에나가 무슨 말을 했을지 충분하게 짐작이 갔다. 전에 못된 짓을 여러번 한 것을 시에나는 그때의 일을 그대로 말해 줬을 것이 분명했다. 그것 때문에 크라우프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창가 쪽으로 돌렸다.
창밖에는 아직까지도 전단지를 나누어 주는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헌데 잠시 후 그 여성의 옆으로 아주 평범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무엇인가 말을 건넸다. 그것과 동시에 그 여성은 뒤도 돌아볼 것 없이 전단지를 들고 그대로 전력 질주하기 시작했다.
“응? 뭐야?”
전단지를 돌리던 여성의 갑작스러운 행동 때문에 크라우프는 무슨 일인지 하마터면 자리에서 일어설 뻔 했다. 하지만 아직가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다이레아의 손 때문에 몸을 잠간 움찔하는 정도로 끝났다. 갑작스러운 크라우프의 행동에 시에나와 티아라는 물론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젊은 사람들 중 몇몇이 창밖으로 시선을 주면서 웅성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창밖으로 완전 무장한 에이센 병사 다섯 명 정도가 큼지막한 발자국 소리를 내며 뛰어가는 것이 보이자 몇몇은 일어서서 밖을 살펴보기까지 했다.
“무슨 일이지?”
갑작스레 에이센 병사들이 뛰어가자 상황 파악이 잘 되지 않았던 사람들은 식사를 하면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고, 그것은 크라우프가 앉아있는 테이블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몇가지 상황만 가지고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묘하다면 묘한 일이 있었지만, 크라우프와 그의 애인들은 아침 식사를 하고 잠시 길거리를 걸었다. 그러나 그런 산책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내 시내에 세워진 대형 쇼핑센터를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쇼핑센터를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살 것이 많다면서 쇼핑을 하고 싶다고 밝히는 세 사람의 일관된 주장 때문에 크라우프는 어쩔 수 없이 쇼핑센터에 들어가 여자들을 따라 다니게 되었다.
쇼핑센터에 들어선 세 사람은 잠시 안내판을 보면서 무엇인가를 상의하더니 곧바로 속옷 매장으로 직행했다. 세 사람 모두 군용이 아니라 민간에서 파는 속옷 세트를 입고 싶어 했던 것이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뒤를 따라가는 크라우프의 귀에 착용감이 틀리다는 세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 나직히 들려왔다.
그녀들은 보름 이상은 입고 다니기 힘들 것이 뻔한 겉옷에는 일절 관심을 두지 않은 채 함대에 복귀한 이후에도 각자가 따로 입게 될 속옷 세트를 중심으로 물건을 고르기 시작했고, 그 외에는 귀금속 판매점을 찾아가 귀걸이 등 몇 가지 장신구를 사들였다. 많은 돈을 쓸 것을 걱정한 크라우프는 세 사람이 그 정도 밖에는 사들이지 않자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하는 일 없이 세 여자의 뒤를 다라다니면서 짐을 들어준다거나 하는 것만 했던 크라우프는 내심 지겨워하고 있었다. 베르베라에 있을 당시에도 가끔 시에나나 다이레아, 에이린, 아세라와 쇼핑을 다니고는 했던 크라우프였지만, 여전히 여자들과 쇼핑하는 것에는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았다. 따분하여 더 피곤해진 것 같은 다리를 이끌며 그녀들의 뒤를 따라 다니던 크라우프는 에르바에서도 이렇게 대형 쇼핑센터가 유통되고 있고 가격도 에이센 내부에서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로 마음 먹었다.
간신히 쇼핑센터를 나온 크라우프 일행은 시내를 구경하다가 다시 점심 식사를 해야 할 때가 다가오자 근처에서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러나 그렇게 많아 보이던 레스토랑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옷가게나 기타 잡화들을 팔고 있는 상점들이 많은 곳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레스토랑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가 눈에 띈 것이 상점들 사이에 있는 커피숍이었고 힘든 다리도 쉴 겸 해서 그곳으로 들어 가기로 결정했다. 조금 더 걸으면 레스토랑을 찾을 수 있을 것이겠지만 지금은 쇼핑센터를 나돌아 다니며 피곤해진 다리의 피로를 푸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지친 다리를 잠시 쉴 수 있게 되자 앞장서서 커피숍을 향해 걷고 있던 크라우프는 뜻밖에도 아침 식사를 할 때 보았던 검은색 단발 머리카락의 여성과 다시 한 번 마주칠 수 있었다.
“응?”
크라우프는 세 사람에게 이끌려 커피숍으로 들어가기 전 검은색 단발 머리카락의 여성이 오른손을 굳게 쥐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돌리며 외치는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아침에 보았던 모습과 똑같았다. 그러나 그녀가 열심히 목소리 높여 외치는 것은 무슨 상점의 선전 같은 것은 아니었다.
바르디아어로 크게 외치고 있는 말쑥한 정장 차림의 여성은 실랄하게 현재 세태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침에는 몰랐는데 지금 다시 보게 되니 두어 명이서 모금 같은 것도 하고 있었다.
“······이제껏 바르디아에 제대로 된 교육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 바르디아 민족을 노예 상태로 떨어뜨리게 된 것입니다. 여러분! 교육이라는 것은 수백년 아니 수천년을 이어 나갈 우리들의······”
정장 차림의 여성이 외친 바르디아어를 이해할 수 있는 크라우프는 그녀의 외침을 듣고 살짝 눈살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왜 인상을 지부리고 고개를 저었는지 깨닫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도 영락없는 에이센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오래 생각하고 있을 것도 없이 팔장을 끼고 당기는 다이레아에게 이끌려 커피숍에 들어갔다. 자리를 잡은 후 자리에 앉아서 각자 진친 다리의 피로를 풀었다. 커피를 시켜 마신 후 여유가 생기가 여자들은 각자가 산 장신구를 몸에 달아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밖에서 모금 활동을 하던 정장 차림의 여성이 커피숍 안으로 들어와서 테이블을 돌며 성금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이런 행위를 제지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한참동안 설명을 듣던 사람들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지폐를 꺼내서 모금함에 넣고 있었다.
“······저 사람들 뭐하는 거야?”
바르디아어를 몇 마디 밖에는 하지 못하는 시에나가 크라우프에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사람들이 들어와서 모금 활동을 하고 있으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에나는 슬그머니 무릎위에 권총을 꺼내 총구를 밖으로 하게 해서 얹어 놓았다. 다이레아도 마찬가지로 권총을 꺼내 무릎위에 얹어 놓았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그런 두 사람의 행동에 티아라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애써 태연한 체 하고 있었다.
크라우프가 시에나와 다이레아, 그리고 티아라에게 저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려 하고 있을 때 어느새 모금함을 든 사람들은 크라우프 일행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바르디아인들의 미래를 위해서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부디 저희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서두를 꺼낸 그들은 유창한 바르디아어로 자신들이 모금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바르디아어 실력이 부족한 다이레아와 바르디아어를 하지 못하는 시에나와 티아라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단지 다이레아와 시에나는 크라우프를 바라보지 않고 자신들의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의 동작을 날카롭게 살폈다. 여차하면 방아쇠를 당길 태세였다.
잠시 그들의 설명을 듣고있던 크라우프는 말없이 주머니속에서 1다르크짜리 지폐를 꺼내 들었고 티아라에게 건네주라고 손짓했다. 크라우프에게서 지폐를 받아든 티아라가 상체를 일으켜 건네주는 돈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었다. 크라우프의 양 옆에 앉아 있는 시에나와 다이레아는 무릎 위에 올려져 있는 권총 때문에 몸을 일으킬 수 없었고, 만약을 위하여 크라우프가 직접 건네 주는 것은 위험했기 때문이었다. 돈을 받아 든 키아라는 말없이 모금함에 지폐를 넣어 주었다.
비록 1다크짜리 지폐였지만 그것을 받아든 사람들은 무척이나 고마워했다. 곧바로 환하게 웃으며 바르디아어로 열심히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네 명이서 겨우 1다르크를 냈을 뿐이었지만 그래도 고맙다고 대답해 주는 것이다.
“아! 감사합니다. 훌륭하신 분이십니다. 지금 여러분이 내신 성금은 바르디아인들의 미래를 위한 한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들의 말을 받은 크라우프는 조용히 에이센어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여러분 같은 사람들이 많다면 어느 민족이든 희망이 보이는 것이겠지요.”
순간 크라우프가 에이센어로 대답하니 일순간 모금을 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돌변했다. 이들은 자리에 앉아 있는 크라우프 일행이 바르디아인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다가 에이센인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니 당황한 것이다. 잠시 굳어져 있던 이들 중 정장을 입은 여성이 크라우프를 무척이나 차갑게 내려 보며 또렷한 에이센어로 말을 꺼냈다.
“에이센인들이 우리들을 동정하는 건가요? 아니, 우리를 어떻게 이해한다는 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