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437
화물선 선장은 다크 크라이드가 회심의 미소를 짓자 그도 또한 무척이나 자랑스러워 했다.
“이 무기들이 바르디아 해방에 하나의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자랑스러워 하는 화물선 선장을 보고 다크 크라이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기만 충분하다면······에이센놈들 따위야.”
자신의 앞에서 둔탁한 빛을 내며 쌓여져 있는 무기들 앞에서 다크 크라이드는 나직이 에이센인들을 향해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리하르트 황제력 267년도 이제는 10일 정도 밖에는 남아 있지 않은 12월 20일 일요일 03시 30분 아나베 행성계의 주성 아나베 행성의 중심 도시 아나베 시티의 교외 우주항 쪽에서는 수많은 군인들이 졸린 눈을 부비며 밖으로 빠져 나오고 있었다. 냉방장치가 되어 있는 우주항을 빠져 나와 아나베 시티의 건조한 대기를 폐속으로 들어 마시자 마자 크리스틴 제스 하버마스 중위는 미간을 잔득 지뿌리며 잔기침을 몇 번 하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투덜거리기부터 시작했다.
“빌어먹을 동네······나오자 마자 왜 이렇게 숨이 탁탁 막히는 거야.”
코속이 건조해 지는 것 같은 불쾌한 느낌에 하버마스 중위는 자신도 모르게 과장되게 행동을 하며 짧게 투덜거렸던 것이다. 그렇게 하버마스 중위가 투덜거리고 있자 내심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그녀의 동료들이 은근하게 하버마스 중위를 다독여 주었다.
“이봐 크리스틴, 그런 소리 말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들은 파일럿이라서 나름대로 지내기 좋은 곳에서 있을 수는 있지 않냐. 지금 저곳에서 나오는 보병 친구들은 이런 공기를 계속해서 마시고 있어야 하지 않겠어?”
동료 파일럿들은 왼손을 들어 잔뜩 군장을 꾸려 우주항 밖으로 빠져 나오고 있는 보병들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을 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돌린 하버마스 중위는 언뜻 보기에도 엄청나게 무거워 보이는 군장을 짊어지고 우주항 밖으로 열을 맞춰 나오는 보병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문득 길리엄 메즈를 떠올렸다. 그 보병 중대장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렇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자신이 용기를 내어서 그에게 고백하려 했지만 메즈는 자신을 매몰차게 몰아낸 것이다. 그간 잊어 버리려고 노력하고는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보병들만 보면 그 사람 생각이 자꾸 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의 생각을 자주하는 이유는 짧게나마 살아오면서 그만큼 무안을 당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만큼 이제는 자신과는 상관없는 사람인 것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한동안 보병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그들의 모습이 멀어져 가자 시선을 하늘로 돌렸다. 어스름하게 밝아져 오는 하늘은 더없이 맑고 청량한 것 같았지만, 아직 이른 새벽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날씨와는 이율배반적으로 덥고 건조하여 짜증스럽기까지 한 공기는 여지없이 그녀의 폐를 가득 채웠다. 그 불쾌한 느낌에 하버마스 중위는 자신의 폐에 가득 들어차 있는 공기를 다시 한번 더 한숨을 내쉬어 내보내야만 했다.
“어이~ 제스! 뭐하냐?”
그때 파일럿들을 태울 버스가 도착했는지 그녀를 부르는 동료 파일럿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퍼뜩 정신을 차린 하버마스 중위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버스쪽으로 뛰어갔다. 버스에 올라타자 에어컨에서 나오는 시원한 공기가 그녀를 감사안았고, 다시금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빨리 숙소로 돌아가서 짐을 풀고 싶다는 생각에 냉큼 자리에 앉았다.
“돈 없고 뒷 배경이 없으면 우리들은 어디를 가도 이렇게 전방 뿐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저기서 땀을 흘리고 계시는 보병님들 보다는 낫지.”
버스에 올라탄 파일럿들 중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투덜거림을 섞어서 말했고, 열을 맞추어 정렬하고 있는 보병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파일럿들의 낮은 웃음소리가 버스를 가득 채웠다. 다른 동료들과 같이 살짝 웃던 하버마스 중위는 버스가 출발하자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물론 아직 어두웠기 때문에 밖의 풍경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우주항의 근처에 주둔해 있는 군부대에서 나오는 불빛만은 군데군데 보이고 있었다.
지난 10월 하버마스 중위는 중립 지대 내부에 위치해 있는 안나펠 행성계에서부터 후방으로 배치 전환을 명령 받았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에드라 요새로 배치 전환된 후 다시 이곳 아나베 행성계에 배치된 것이다. 비록 아나베 행성계가 안나펠과 같이 중립 지대 내부에 위치해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에이센의 입장에서 보자면 발바이스와의 최전선임에는 틀림없는 곳이었다. 아까 누군가가 푸념하듯 말했듯이 힘이 없는 자들이 오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임에는 분명해 보였다.
‘쓸데없는 생각 말자.’
하버마스 중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두눈을 감으며 의자에 몸을 깊숙이 뉘였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말고 버스에서 잠깐 눈이라도 붙여 두겠다고 여겼던 것이다.
12월 22일 화요일 크라우프는 아나베 행성계 방어 사령관에게 지난 12월 1일의 전투로 피해를 입은 자신의 함대 전투함들의 수리와 더불어 병력을 보충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했다. 어딘지 모르게 지난 12월 1일 전투에서 파손된 크라우프 함대의 전투함들이 수리 시설을 이용하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 있었고 병력 보충 건도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박의 수리에 대한 것은 그렇다고 쳐도, 아나베 행성계에서는 크라우프 함대의 병력 보충에 관한 요청에 대해서는 특히 그다지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일단 이런 식의 함대 병력 보충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응해 줘야 하는 것이었지만, 아나베 행성계에서는 행성경비대도 아닌 수도 방어 사령부 소속의 크라우프 함대에게 굳이 병력 보충을 해줘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굳혔다. 그렇지 않아도 적은 자신들의 인적 자원을 언제 떠나갈지 모르는 크라우프에게 배속시키면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시 자칫 전력의 누수가 염려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다.
그러한 아나베 행성계 사령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엇보다도 크라우프를 어이없게 만든 것은 그들이 내세운 또다른 이유였다. 아나베 행성계에서 보유하고 있는 군장비들 중에서 주력 바리스타로 자카운이 사용되고 있었는데 비하여 크라우프 함대는 최신형 바리스타인 스부타이를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정비 및 파일럿의 숙련도 문제로 인하여 병력을 보충해 줄 수 없다고 행성계 사령부가 통보해 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이유 때문에 아나베 행성계 방어 사령부에서는 수도 방어 사령부 소속인 크라우프 함대에게 은근하게 반감을 품고 있었다. 장비도 휠씬 우수하고 모든 것에서 최신예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수도 방어 사령부 소속의 함대가 이런 변경의 아나베 행성계에서 전력을 보충하려 한다는 사실이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변경 지역 행성 방어 사령부가 수도 방어 사령부 같은 중앙의 함대에게 가질 수 있는 불만이 이상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러저런 이유에 의해서 아나베 행성 방어 사령부 내부에서 어딘지 모르게 크라우프의 함대를 배척하는 경향이 커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크라우프 함대가 요청한 전투함의 수리 요구나 병력 보충에 관한 요구를 완전히 거부할 이유도 명분도 없었기 때문에 크라우프 함대가 요청한 전투함 수리는 물론 병력 보충에 대해서 우선 순위를 낮추어 주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이대로 크라우프 함대에게 서둘러 보급을 완료시켜 다시 에르바로 보내 버리는 것이 더 옳은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크라우프 함대가 12월 1일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였고 그에 따르는 조사 때문에 대기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것이 아나베 행성계 방어 사령부의 전체적인 판단이었다.
이것은 12월 1일 있었던 사건이 생각보다 그 파장이 매우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2월 1일 사건을 대략적으로 요약해 보자면, 아나베 행성계를 위시로 한 중립 지대에 근접한 5개의 구 바르디아 행성계에서 징병된 징병자들을 훈련소가 위치한 사르메스 행성계로 수송하기 위해 집결한 수송 함대에게 정체가 불분명한 2,500척 규모의 함대가 기습 공격을 가해 와, 수송함대의 호위를 위해 찾아온 수도 방어 사령부 함대에서는 전투함 500척을, 수송함대는 대략 1,000척 가량을 정체 불명의 함대에게 잃어 버린 사건이었다.
사건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적의 위장 함대에게 기습 공격을 받았는데 수도 방어 사령부 함대가 적절하게 반격을 가해 적을 물리쳤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사건은 그렇게 간단하게 치부될 수 있는 사건의 단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바르디아인들은 12월 1일 사건을 두고 에이센인들이 조직적으로 자신들의 젊은이들을 말살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었다. 이들은 에이센의 특수 임무를 맡은 위장 함대가 발바이스 함대로 여기도록 꾸미는 모종의 작전을 구사해 바르디아인 징집자들을 공개적으로 전사처리하기 위해 일을 저지른 것이라고 치부하고 있었다. 이것 때문에 바르디아인들 사이에서는 에이센인들을 위해서 에이센 군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운동이 조직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차츰 높아졌던 입영율이 다시금 곤두박질 쳐 바닥을 가리키게 되었고, 바르디아인들이 에이센 군대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목적의 징집 기피가 휠씬 심각해졌다. 심지어는 일단 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들이 집단으로 탈영하는 경우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중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의 일각에서 12월 1일 사건의 정확한 진상의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의 당사자인 수도 방어 사령부 소속 함대인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의 함대가 쉽게 본래 근거지였던 베르베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수도로 귀환시킴으로서 대충 일을 수습해 버리려 할 수도 있었을 것이겠지만,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12월 1일 사건을 취재하기 시작함으로서 크라우프 함대를 쉽게 베르베라로 귀환시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만일의 경우에 크라우프 페트릴 소장의 함대 자체가 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나베 행성계 방어 사령부에서는 크라우프 함대에 대한 모든 지원을 보류하고 있는 중이었다. 작금의 상황이 일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매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12월 25일 금요일 02시 10분 아나베 시티의 우주항에는 곡물인 밀을 가득 실은 에이센 선적의 화물선 3척이 기항하고 있었다.
3척의 화물선은 기항하고 난뒤 아나베 행성계의 항로국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제반 서류들을 모두 제출하고 통관 검사를 받은 뒤 싣고온 곡물을 하역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그것들 중 밀이 가득 담긴 곡물 컨테이너들은 까다로운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형 트레일러에 옮겨 졌다. 만약 통관 절차를 정식으로 밟아 컨테이너들을 자세하게 조사했다고 한다면 컨테이너 안의 공간에 숨겨져 있는 대량의 무기들이 발각되었을 것이지만, 까다로운 통관 절차를 밟지 않도록 에이센의 항로국에서 발행한 것으로 되어있는 가짜 서류를 꾸며 놓은 덕분에 별다른 절차없이 무사히 통과되었던 것이다. 반입된 컨테이너 수량만 확인하고 형식적인 개봉 정차만 거치는 것으로 통관이 완료된 것이다.
다크 크라이드는 어느새 화물선에서 내려 레나와 더불어 대형 트레일러에 올랐다. 다크 크라이드는 대형 트레일러의 출발을 체크하는 에이센인 관리와 유창한 에이센어로 농담도 나누었다. 관리는 처음 보는 다크를 보고 신입이냐고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크 크라이드는 자신의 옆에 앉은 레나에게 관리인이 관심을 표시하자 레나를 바르디아인 매춘부로 소개했다. 레나가 그 자신을 매춘부로 지칭하는 것을 알아 들을리 없었고 애써 레나가 바르디아인이라는 것을 감추려고 해도 에이센인들 사이에서 에이센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레나가 바르디아인이라는 사실은 금새 드러날 것이 번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장거리를 운행하는 트레일러 운전자로 변장한 다크 크라이드는 그녀를 트레일러와 화물 컨테이너 사이에 있는 침대칸에서 즐길 매춘부라고 관리인에게 소개한 것이다. 침대칸이 딸려 있는 장거리 화물 트레일러 운전자들이 매춘부를 데리고 일을 하는 것은 그다지 보기 힘든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관리인은 별다른 의심 없이 다크 크라이드의 말을 사실로 받아 들였다.
“데리고 다니면서 지루하지 않으니 정말 좋거든요.”
능글맞게 다크 크라이드가 관리인에게 말을 꺼내니 관리인은 부럽다며 다크 크라이드를 바라보았다.
“저런 물건은 쉽게 구하기가 힘든데 말이야.”
“운이 좋았죠.”
다크는 능글맞게 관리인과 대화를 나누었고 관리인은 즐겁게 일하라고 대답해 주면서 다크 크라이드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 후로 다크는 이곳에서 트레일러를 몰면 에이센 내부에서 트레일러는 모는 것 보다 많은 돈을 받기 때문에 이 일을 하게 되었다고 쓸데없는 말을 잔뜩 늘어 놓음으로서 바쁜 일에 쫓기고 있는 관리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역시나 잔뜩 밀려있는 일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싫어하던 관리인은 미미하게 인상을 찌뿌리며 서류를 대강 훑어 본 후 그들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사실 다크처럼 일을 찾아 변경으로 오는 것은 매우 흔하다면 흔한 일이었기 때문에 관리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다크 크라이드가 워낙 능란하게 대답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에이센어를 굉장히 능숙하게 하시네요.”
트레일러가 출발한 이후 다크 크라이드의 옆에서 다크와 에이센 관리인이 에이센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레나가 부럽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에이센어를 거의 할 줄 모르는 자신이 보기에 다크가 참 대단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뭘······통역기를 통하면 금방이기는 하지만······”
다크는 방금 자신이 관리인과 나누었던 내용을 굳이 설명하지는 않았다. 레나의 자존심을 건드릴 것이 분명한 내용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을 생각 없이 내뱉을 정도로 다크 크라이드는 무신경한 사람이 아니었다.
부끄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레나의 부럽다는 시선 때문인지 약간 얼굴을 붉힌 다크 크라이드는 에이센어로 쓰여져 있는 네비게이션을 작동시키고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를 입력했다. 그러한 작업을 하면서 다크는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레나와, 자신과 레나가 탑승한 차량의 뒷 차량에 마찬가지로 매춘부로 소개받기 위해서 태워져 있는 보디세아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처럼 에이센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그 트레일러의 운전자는 보디세아가 기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그녀에게 함부로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은 기사의 힘을 지니고 있었고 레나를 완력으로 충분히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크 크라이드는 이내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버렸다. 그리고 어찌 되었든 다크 크라이드는 레나에 대해서는 함부로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하자. 너무 서두르면 좋지 않아.’
그는 사이드 미러를 통해 뒤따라 오고 있는 떠 한대의 트레일러를 적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레나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트레일러를 움직였다.
12월 28일 월요일 에르바 행성계의 에르바 시티의 총독부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카레나 스쿠비는 정보원들이 올린 보고서를 바닥에 내던져 버렸다.
“빌어먹을! 또 카리드 작전이야! 지난번과 똑같아!”
카레나는 지난 12월 1일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그 사건이 바로 카리드 작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카리드 작전이 뜻하는 바를 대강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카레나와 그녀의 부하들은 12월 1일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지난번에 입수했던 카리드 작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에이센에게 징집되어지는 바르디아인 징집자들을 직접 공격함으로서 바르디아인들이 처음부터 의심스러워하고 있는 징병제 실시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키는 것이었고, 그런 증폭된 의심으로 인해서 에이센인들에 대한 바르디아인들의 적대감을 드높여 결과적으로는 에이센군으로의 징집 기피를 심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사건 이후 징집 기피자들이 거주지에서 도주해 잠적해 버리는 사태가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바르디아인 징집 기피자들을 일제 수색해서 잡아들이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미 다수의 젊은이들이 징집을 피해 도주를 하게 되었고, 그들이 대대적인 저항군을 조직하고 있다는 미확인 첩보까지 입수되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금 카리드 작전이 재개될 것이라는 첩보가 입수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카리드 작전이 재개될 것이라는 것에 대한 첩보는 지난번과 똑같이 카리드라고 하는 녀석에 대한 신상 정보만 입수 되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보고되지 않고 있었다.
보고서를 올린 에이전트는 카레나가 자신이 올린 보고서를 내던져 버리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카레나는 성난 목소리로 보고서를 가져온 에이전트를 한 번 노려보았다가 인터폰을 눌러 자신의 비서관을 호출했다.
“빌어먹을! 책임자들을 모두 불려 들여! 지금 당장!”
카레나가 성난 목소리로 말을 꺼내자 보고서를 가져온 에이전트는 더욱 목이 움츠려들 수 밖에 없었다. 카레나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12월 29일 화요일 14시 02분 에르바 시티의 중심 타운에서 카레나 스쿠비는 관용 승용차에 올라 바르디아 총독부 예하 우주함대 사령부에서 열리는 전략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거리를 가로질러 가는 중이었다.
카레나가 지나가는 길거리 옆에서 20년 전쟁 이후 에이센에서 지고신교가 바르디아에 들어오면서부터 급속하게 바르디아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게 된 고롤교 사제들이 길거리에서 설교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흥미로운 것을 본 사람처럼 잠깐 시산을 주었을 뿐 이내 시선을 돌려 버렸다. 개인적으로는 종교에 대해서 그렇게 관심이 없는 카레나였다. 에이센 황실도 마찬가지로 종교에 대해서 별다른 제약 사항 같은 것을 두지는 않았다. 물론 지고신교가 에이센 황실의 많은 비호를 받고 있는 종교이기는 했지만 현 황제 게르트 하우츠가 지고신교 신자는 아니었다. 비록 디나를 지고신교 수녀원에 보내 교육시키기는 했지만 황제 게르트 하우츠는 직접 지고신교를 믿지 않았다. 카레나도 마찬가지로 지고신교 신자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바르디아인들의 종교인 고롤교에 대해서도 별다른 편견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그들이 에이센에게 적대적인 행위를 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움직임만이 중요할 따름이었다.
============================================================================================
…늦었습니다…^_^;;;
…방금 잠에서 깨었다는…입맛이 없어서 저녁을 넘기고 일단 올리기부터 하렵니다…
하지만 수정을 하는 도중에 배가 고파져 버렸다는…쿨럭~ -_-;;;
빨랑 올리고 밥먹으로 고고고~!!!
오늘도 한편 올립니다…Next-13…
아차차…금일은 제가(아뒤쥔장입니다…^_^;) ‘독자와의 대화’를 하겠사옵니다…
…설마 잊어버리셨다거나…-ㅅ-;; (이때 누군가가 스~윽~ 등장한다…) 응? 헉~!…그, 그대는 오대수~!! @0@;;;
…누구냐 너…쿨럭~
● ‘네라’님…1타를 축하드립니다~ ^0^)/~ 간발의 차이로 1타를 차지하시다니…크으~ 그 쾌감이 정말 짜릿~!! 하시겠군요…아무도 모른다지요…내가 올린 코멘트의 바로뒤에 따라 올라오는 “아싸~ 1타~”라고 적힌 코멘트를 보면서 미소를 짓는 그 느낌은 말이지요…우후후후후…
● ‘시지프스’님…아쉽게도 2타…^_^;;; 아마 ‘네라’님과는 달리 상당한 절망감을 낫보셨을지도…위로해 드리지요…^_^)/ 토닥토닥…응? 어째 위로해 준다면서 왜 눈이 웃고 있냐구요?…헙~!…음음…샤샤샥~ (←표정 수습중)…ㅜ_ㅜ…제가 어딜 감히…흑흑흑…
● ‘현돌’님…디나는 불가~!!…헌데 디나가 문제가 아닙니다…자칫하면 디네스도 힘들지도 모른다는…어쩌면 크라우프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작가넘이 디네스를 바렌부룩 대위에게 줄지도…쿨럭~ 응? 오싹오싹~!…컥~!! 누…누구십니까….갑자기 가공할 살기가…쿠럵~ -ㅁ-;;;
● ‘검은묵시록’님…음…의외의 결과로군요…시아가 바렌부룩과 맺어지다니…으음…으음…무언가 냄새가 나는데…작가야…너 설마~!!!…(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피우는 작가넘…)…쿨럭~ 으…아직 밥먹기 전이란 말이닷~!!…ㅠ_ㅠ;;; 아…멀어진 나의 식욕이여…
● ‘나만의 천사’님…음…후환이 상당히 두렵기는 합니다만…그렇다고 쫄지는 않습니다…작가야…나 떨고 있니?…형, 나도 무서워…ㅠ_ㅠ…음…사실 디네스는 초기에 크라우프의 하렘군단에 합류할 예정인 캐릭이었다는 것은 이미 말씀 드렸을 것입니다…하지만 제가 미루자고 우기는 바람에…크흑~!…T^T 그렇지요…다 제가 나쁜 놈입니다…그렇다고 진짜로 짱돌을 던지시면 낭패…
● ‘다크크라이드’님…뭐…사실 신혼 첫날밤에 X처녀, X총각이 아니라면 다 누군가(들)와는 다 ‘구멍동X’라는…쿨럭~ 요즘과 같이 성의식이 희박한 세상이면 뭐…20이 넘어서까지 경험이 없으면 천연기념물 취급을 받으니…쿨럭~ 그럼 난 국보급인 것인가…쿨럭~ ㅠ_ㅠ
● ‘마이트레야’님…부자동네인 에이센이 부대운영비에 신경쓰겠습니까…물론 농담이고요…부대 운영비가 많기야 하겠습니다만…‘나중에 줄께 그러니 좀 빌려줘라’하면 끝이라는…-_-;;; 그리고 돌아가지 않는 이유요? 뻔하지 않습니까…이대로 돌아가면 스토리를 전개시킬 수 없으니까…쿨럭~
● ‘soulschaos’님…음…디나라…잘은 모르겠지만 잊을만 하면 출연시키는 작가넘의 패턴 상…조만간 등장하지 않을까…합니다…^_^;;; 뭐…확실하지는 않지만요…-ㅅ-;; 하지만 그녀와 ‘연관되어’ 있는 캐릭 하나가 조만간 출연하지 않을가…싶습니다…^_^;;
● ‘휴식시간’님…그…‘피가 튀고 살점이 난무하지 않는’ 전투신이라는 것이…쿨럭~ 음…아마도 거시기를 뜻하시는 것 같은데요…으으음…여인네가 달거리를 하는 중이 아니라면 피도 튀지 않습니다마나…^_^;;; 그리고 주연과 엑스트라의 차이라…흠…으으음…허…(←마땅한 변명거리를 찾지 못하는 아뒤쥔장…)
● ‘내멋대로할꼬야’님…음…조루…아니 바렌부룩 대위는 아마 앞으로도 주구장창 나올 가능성이 있는 캐릭입니다…물론 그에 따르는 비난을 모두 감수해야 하겠으나…(←요즘들어 부쩍 가려워진 귀를 파고 있는 아뒤쥔장…) 반드시 필요한 캐릭입니다…^_^;;; 음…그리고 최근 작가넘이 살색이 난무하는 장면을 집어넣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시험대문에 바쁘거든요…근데 시험이랑 무슨 상관이 있더라? -_-a
● ‘toyr’님…황태자비라…으으음…아마 언젠가는-_-;;; 나오지 않을까…싶습니다만…솔직히 말씀드리자면…크라우프가 바르디아 지역으로 오기전에 쓸 예정이었습니다만…그랬다가는 내용의 전개가 한도끝도 없이 늘어질 것 같아서 뒤로 미루었습니다…뭐…언젠가는…먼산,,,( ‘.’)>
● ‘勇者’님…우오오오오옷~!!! 힘이여 솟아라~!!!…*0*)/~ 감사합니다…힘이 마구마구 치솟는군요…^_^;;; 하지만 힘이 치솟으면 뭐합니까…쿨럭~ 써먹을 곳(??)이 없는데…ㅠ_ㅠ…(←‘피시식~’ 이라는 맥주 김빠지는 소리를 내며 꺼져 버리는 아뒤쥔장의 에너지…) 에고고…배고파라…
● ‘럭셔리서연’님…음…제가 어제의 분량을 수정했더라면 조금 순화시켰겠지만…작가넘은 약간 과격한 것을 좋아해서리…(음…어째 써놓고 보니 뉘앙스가 묘하군요…^_^;;;) 에…그리고 특수기체라…건담처럼 전투가 몇 척 vs 몇 척 수준으로 이루어진다면 각령한 함재기를 탑재한 쪽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겠지요…하지만 이쪽은 한번 싸움이 최소 몇백 척이니…한가지 아주 중요하면서 커다란 문제가 항상 따라다니게 됩니다…바로 ‘보급’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지요…보급이 안되면 ‘특수한 부품’을 쓸 것이 뻔한 ‘특수한 기체’는 정비를 받지 못해서 격납고 한 구석에 홀로 외로이 남겨지게 된다는…물론 따로 보급을 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행정’에 관계하는 사람들의 귀차니즘을 무시하면 곤란하지요…(←물론 농담 반 진담 반 입니다…-_-;;;) 물론 그 이외에도 그 기체의 부품이 있는 배가 격침된다던가…부품을 싣고오던 배가 조난-_-;을 당한 다던가…아니면 부품을 가지고 왔는데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있다던가…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요…^_^;
● ‘판타로드’님…음…쿨럭~ 무어라 말씀을 드리기가 곤란하군요…^_^;;; 시아랑 바렌부룩…에에잇~!!!…그냥 입 다물고 있으렵니다…걔네덜을 이용한 스토리도 있기 때문에…쿨럭~ 아무튼 저랑 작가넘은 ‘조척모’의 결성에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왜냐구요?…본래의 목적을 그대로 유지하신다면 다행이지만…만에 하나 화살이 돌려지기라도 한다면…쿨럭~ -ㅁ-;;;
● ‘가연을이’님…데이트 신청을 받아드립니다…*-_-*…아…생애 첫 데이트…어떤 옷을 입고 나가야 그이가 좋아 할까나…웃흥~♡ *^_^*…아 거 겁나게 떨리누마이…쿨럭~ 농담인 것 다 이시죠? 진담으로 들으시고 진짜로 나오시면 낭패…쿨럭~ -ㅁ-;;;
● ‘피르다룬’님…뭐…에이센의 경우 덩치는 크지만 내부적으로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이런저런 문제를 안고 있지요…그러니 발바이스 측에서는 ‘이기지는 못해도 지지는 않을’ 자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뭐…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이지만요…^_^;;;
에…배고파요…ㅠ_ㅠ…라면이나 하나 끓여먹어야 겠네요…(←작가넘의 방귀냄새에 입맛이 달아난 아뒤쥔장…)
좋은 주말 되세요~ ^0^)/~
…아차차…소제목을 바꿨어야 했는데…^_^;;
카레나는 에르바 시티의 길거리가 매우 한산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카리드 작전이 재개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그녀는 무엇인가 대대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지 월터 부치 대장 같은 인물들도 참석을 하는 자리였다. 비록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베르베라에서부터 이곳 에르바까지 이동해온 부치 대장의 지휘 통솔 하에 있는 150만 척의 전투 함대는 발바이스에게 매우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150만 척의 전투 함대 때문에 발바이스가 카리드 작전이다 뭐다 해서 그렇게 부산을 떠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지만 카레나는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런 식의 병력 증강 같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발바이스의 계획적인 도발일 가능성이 커······”
카레나는 어딘지 모르게 불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이번에는 이곳 에르바 행성계가 곧 주된 전장이 될 것이라는 확신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카레나가 탑승한 승용차는 정체가 심한 에르바 시티의 중앙로를 피해서 다소 교외로 도는 노선을 택했다. 현재 시간이 14시였고 사람들이 한창 바쁘게 일할 시간이었기 때문에 정체되는 시간을 피한 것이다. 이번 카레나의 움직임은 공무였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총독부에서 제공해 주는 호위가 붙어 있었다. 카레나가 탑승한 승용차와 똑같은 모양과 색깔의 승용차 4대가 동시에 질주하고 있었고 교통 통제를 맡은 헌병과 경호를 위한 강습해병대원 30명이 군용 차량에 탑승해 따라 붙고 있었다.
카레나는 이런 식의 경호가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었다. 어딘지 모르게 너무나도 소란 떠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규정상 어느 지역에서든지 중요 인사가 제공 받게 되는 경호였기 때문에 카레나는 어쩔 수 없이 그런 경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녀는 살짝 시트 깊숙이 허리를 숙여 앉았다. 다소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크라우프가 아나베 행성계에서 발이 묶여 있다는 생각이 났다. 카레나가 힘을 써준다면 크라우프가 베르베라로 돌아가는 일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카레나는 크라우프가 아나베 행성계에서 재보급을 받는 일이 지연 된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 편의를 봐 주려고 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게르트 하우츠 황제가 직접 크라우프 함대에게 편의를 봐주지 말라고 카레나에게 단단히 일러 왔다. 그렇기 때문에 카레나는 크라우프에게 편의를 봐주지 못하는 것이다.
‘원참······’
카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이 지어졌다. 기엽란 황후가 낳은 크라우프를 처음 안아 보았을 때 너무나도 작고 귀여웠는데 이제는 하루라도 여자 없이는 잠을 못자는 녀석이 되어 버린 것이다. 더욱이 어느새 딸도 둘이나 낳아 가지고 있었다.
‘나도 그세 나이가 들어 버린 걸까?’
그녀는 베르베라의 황궁에서 크라우프가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디나에게 간식을 빼앗기고 카레나에게 징징대며 뭐라고 칭얼거리던 때가 떠올랐다. 많이 나약했던 녀석인데 이제는 어엿하게 두 딸의 아버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 카레나는 자신도 상당히 나이가 들어 버렸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외양적인 모습이야 20세 전후로 보이지만 실제로 카레나가 살아온 세월은 오래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게르트 하우츠나 두 황녀에 비한다면 그들의 1/3 정도 밖에는 인생의 길이를 살지 못했다. 그러나 카레나는 자신의 질곡이 많은 삶을 떠올리며 지금 이곳에 이렇게 앉아 있는 자신이 참으로 우습다고 생각 되었다. 그때 카레나가 어릴 적 양부인 클라우스 스쿠비의 팔에 안겨 아버지로부터 글자를 배울 때에는 자신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카레나가 처음으로 아버지라고 인식한 사람은 클라우스 스쿠비였다. 그는 카레나의 친부는 아니었고 지방에서 제법 이름 깨나 있었던 우주 해적이었다. 그는 합법적으로는 무역선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적으로는 우주 해적질을 본업으로 하던 사람으로 변경을 떠돌며 무역선들을 급습해 그 재물을 털어 먹고 살던 사람이다. 그가 카레나를 만나게 된 것은 어느 우주 공간에서 발견한 승무원들이 모두 죽어 버린 채로 떠돌던 이름 모를 유령선 속에서 동면 상태로 잠들어 있던 카레나를 찾아내고 나서 부터였다.
카레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하던 클라우스에게 그의 부하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클라우스 스쿠비에게 유령선에서 발견한 카레나가 신이 내려준 딸이라고 그녀를 양녀로 거두어 키울 것을 권했다. 에이센인으로서 고향에서 어떤 일로 인해서 가족들을 모두 잃어버린 클라우스는 카레나를 자신의 양녀로 받아 들였다. 그는 자신의 양녀가 된 카레나에게 자신의 성을 물려주고 신이 자신에게 내려준 딸이라고 여겨 직접 낳은 딸 이상으로 정성껏 그녀를 키워 냈다.
클라우스에게 카레나의 존재는 실로 그 자신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카레나는 클라우스를 무척이나 즐겁게 많이 해 주었다. 어릴 적부터 애교가 많고 귀여웠으며 특히 여러 가지 면에서 보통의 아이들 보다 매우 빠른 모습을 보였다.
클라우스와 그의 부하들은 어릴 적부터 천재적인 모습을 보이는 카레나를 신이 내려준 아이에 걸맞는 재능이라고 치부하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카레나는 3살 때부터 글을 읽기 시작했으며 4, 5살 정도가 되면서부터 영특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문득 클라우스는 카레나가 또래의 아이들 보다 신체적으로 매우 뛰어남을 깨닫고는 그녀가 기사일지 모른다는 의심을 해 보았다. 그래서 그는 카레나에게 매우 조직적인 전투 훈련을 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은 카레나를 우주 해적으로 만들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 자신이 우주 해적으로서 삶의 미래가 없음을 깨닫고 있던 클라우스가 카레나는 우주 해적이 아니라 그녀가 할 수 있는 재능을 키워 앞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카레나가 할 일을 찾아 주기 위해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준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결과적으로는 카레나가 자신과 같은 우주 해적 같은 것이 되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다. 카레나에게 무술과 검술 같은 기술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클라우스는 당시에도 매우 진귀한 존재였던 숨어 지내는 뛰어난 기사들에게 카레나를 그들로부터 매우 훌륭한 무예를 배워 갖추도록 하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여 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우주 해적일을 하면서 경험하게 된 소규모 전투 지식과 클라우스가 가지고 있던 실전에서 사용되는 전투 기술등 그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었다. 이 덕분에 카레나는 나이 16세가 되었을 때에 매우 뛰어난 무술과 검술 그리고 전투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 어지간한 기사 이상의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
한편으로 클라우스를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카레나의 영특한 두뇌였다. 그녀는 무술과 검술을 배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아이들 보다 일찍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12세 때 대학교에 들어가 15세에 대학교를 마치기도 했다.
클라우스는 카레나가 보여준 뛰어난 신체적인 능력과 우수한 두뇌를 이용해 그녀가 자신과 같은 우주 해적이 아니라 다른 훌륭한 길을 택하기를 진정으로 바랬다. 하지만 이런 클라우스의 기대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카레나가 선택한 것은 아버지인 클라우스를 돕는 일이었다. 클라우스는 온갖 말로 카레나가 자신과 같이 우주 해적이 되는 것을 반대했지만 카레나는 그녀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자신을 그만큼 키워준 클라우스에 대한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말로 클라우스를 따랐던 것이다.
이 덕분에 클라우스는 자신이 결국 한 일이라고는 카레나를 한 사람의 우주 해적으로 키워낸 것뿐이라며 몹시 괴로워하게 만들었다. 예전에 클라우스는 자신의 수양딸인 카레나가 매우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자 그녀를 비싸게 줄테니 고급 창녀로 팔라고 하는 해적 동료들을 그 자리에서 죽여 버렸을 만큼 카레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료들을 죽이고 난 클라우스는 카레나가 그녀의 신체적인 능력과 영특한 두뇌 그리고 빼어난 미모를 이용해서 자신과는 다른 일을 선택해 훌륭하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해 마지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카레나가 우주 해적이 되어 자신과 같은 길을 걷게 되었을 때 받았던 클라우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카레나는 문득 자신을 발견하고 이렇게 키워준 클라우스 스쿠비가 보고 싶어 졌다. 자신과는 달리 클라우스는 보통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보고 싶어도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