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uff RAW novel - chapter 61
“디네스는 남자 친구 있어?”
“예? 아니요······아직까지는요······”
크라우프는 주변을 한번 주의 깊게 둘러 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없었다는 말에 크라우프는 피식 웃으면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었어?”
“예? 아뇨 아직까지는요······나 아직 한번도 제대로 사귄적 없어요······”
뜻밖의 말에 그는 고개를 돌려 디네스를 바라보았다.
“원 참 주변의 남자들이 능력이 없었군······디네스 같은 미인을 아직까지 홀로 두다니 말이야!”
“저 아직 16살이에요······법적으로 여자가 결혼할 수가 있는 최저가 18살이던가요?”
디네스가 볼멘 듯 말을 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렸다.
“가족들은 있어?”
“예? 예······부모님 하고 여동생요······”
그녀의 대답에 그러냐고 하면서
“여동생은 몇 살이야?”
“사라라고 14살요······”
“보고 싶어?”
당연한 질문이었지만 디네스는 순순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네······”
“나도 시에나도 보고 싶고 지금 군대 가 있다고 하는 디나도 보고 싶다······”
“디나요?”
다른 이름이 나오자 누구인가 싶었다.
“아? 여동생······”
“네······”
전에 들었지만 지금 다시 뭍게 되니 왠지 좀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둘은 다시 서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척이나 피곤했기 때문에 발이 아팠다. 샤워도 하고 싶고 폭신하게 잠이라도 자두고 싶었다. 소총이 어께를 짓눌러 왔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 남아야 했기 때문에 크라우프와 함께 서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살아 남는 것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09시 10분 렘셰이드기지 사령관 안드레아 도리안준장은 보안 통신을 통해서 다이아몬드광산지대를 탈환한 다니엘 허버크대령과 멜리사 코벨중령에게 수고했다는 전문과 함께 현재 크라우프가 행방 불명이라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지휘관이 없기 때문에 급히 코벨중령이 서북쪽 붉은 강 지역으로 가서 지휘권을 인수 받아 붉은 강지역을 확보하라고 했다.
“알겠습니다.”
비상시였기 때문에 코벨중령은 즉시 광산지대에서 수송기에 올라 서북부의 붉은 강 지역으로 향했다.
10시 20분 크라우프와 디네스는 지친 다리를 주저 앉았다. 더 이상 추격하고 있는 녀석들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두 사람 모두 지쳐 있었기 때문에 언덕배기의 아래쪽에 걸터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죽을 맛이로군 그래······”
자신과 함께 추락한 알리시나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싶었다. 차라리 자신도 그들과 함께 포로가 되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소총을 다시 손에 집어 들고 겉면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한번 쓸어 내렸다.
디네스는 수통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바리스타에서 탈출하는 거였다고 한다면 서바이벌키트에 무전기라도 있을 것인데 바리스타를 버리고 헬기로 탈출하다가 도주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전기도 아무것도 없었다.
새벽에 해치운 적들도 무전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짧게 혀를 차고 있던 크라우프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디네스를 보면서 수통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조금 입을 대어 마신 다음에 다시 건네 주었다. 술이라도 있다면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디네스가 조금 깊게 숨을 내쉬면서 피곤해 했다. 당연한 일이다. 작전에 투입되어서 한번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이렇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무전기를 확보해야 할 것인데······”
그는 파일럿슈트에 장착된 무전기가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디네스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만지고 있었다. 저런 나이 쯤에는 머리 손질하고 피부 관리하고 친구들 하고 수다 떨고 있을 나이인데 이렇게 어딘지도 모를 곳에 앉아 있는 것이다. 단지 서북쪽만을 확인하고 그쪽으로 달려 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불확실성에 목숨을 걸고 싶지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야 했다. 무전기를 확보하고 아군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연락을 취해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싶었다.
“다시 일어서자!”
그의 말에 디네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몸을 일으켰다.
11시 20분 다이레아로서는 난감한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적들이 방송을 통해서 내보낸 화면에는 기지에서 도주하면서 미처 회수 못한 부상당한 아군이 포로로 잡혀 있는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화면에는 크라우프와 디네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적 보병이 공격해 왔을때 교란공격을 하겠다며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그들이 시간을 어느 정도 벌어 주었기 때문에 구조대가 올 때까지 시간을 어느 정도 벌 수 있었다. 그럼나 그들은 구조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아마도 적의 추격을 피해서 전력으로 도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교전 중에 부상을 입을 수도 있고 만의 하나 사망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만 크라우프들이 사망했을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어떤 경로로든 소령이었기 때문에 포로가 되었다고 한다면 소령급을 사로 잡았다거나 사살했다면 시체라도 대대적으로 선전했을 것이다.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그가 있는 위치를 제대로 파악해 낼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구조대를 보낼 수가 없었다. 문제는 시에나였다. 적의 방수된 통신을 통해서 도주중에 있는 에이센병사들과의 교전으로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을 듣게 되자 몹시 흥분해 있었고 겨우 진정하는 듯 하면서도 이성을 잃고 있었다. 쉴새없이 막사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무엇인가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평소에 보이던 매우 침착하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마치 무엇인가에라도 홀린 사람처럼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현 위치를 고수하라고 하는 렘셰이드기지의 지시가 내려왔다.. 암호문으로 내려온 전문에는 코벨중령이 지휘관으로 갈 것이니 그때 까지 현 지휘관들은 위치를 사수하라고 하는 것이다. 사령부에서도 소령인 크라우프의 실종을 꽤나 심각한 사태로 보고 있는 듯 했다. 명령은 받는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 못했다.
‘젠장할······’
다이레아로서는 구조대를 내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이제 전투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 가고 있는 이때 다시 파츠 베이스군과 교전을 벌인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붉은 강 지역의 일부분을 차지했던 것이다. 비록 병력이 나누어 지는 것이라고 해도 점령한 많은 토지 전부를 파츠 베이스에 내어 주지 않겠다고 하는 사령부의 목적이었다.
‘점령된 토지와 포로들을 맞바꾸려는 걸까?’
알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일단 크라우프들이 무사하기만을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엠더 광산으로 철수한 파츠 베이스군은 12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병력을 완전히 재정비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정확한 간밤의 소식이 전해 졌다. 에이센군이 남부고원지대 정면까지 진출을 했고 파츠 베이스군의 최대 군사 거점인 셰어필드가 급습을 받아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하는 것이다.
“아군의 후방기지가 타격을 받았다고?”
자신들의 뒤가 완전히 유린된 것이라는 말에 많은 병사들을 동요하고 있었다. 카이저대좌가 광산지대에서 적의 대규모 폭격 이후에 벌어진 지상전에서 전투를 회피하고 후퇴한 이유가 분명하게 아군의 고립을 막기 위한 것이었구나 라는 말들을 했다.
엘레비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은신해 있던 아군 보병부대가 도주하고 있던 에이센군이 탑승한 헬기를 격추시키고, 또한 기지에서 미처 탈출하지 못한 에이센군 파일럿들을 생포했다는 소식은 뉴스 특보를 통해서 들을 수가 있었다.
“보병부대가? 대단하군 그래······”
그녀는 전투의 피로가 너무나도 크다는 생각과 함께 에이센군이 셰어필드기지를 공격하고 나서 도주하면서 중장비를 모두 내버리고 철수하려 했다고 하면서 지난 번에 보급기지 강습때의 그 녀석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설마······’
자신이 셰어필드에 있었다고 한다면 그렇게 쉽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샤워와 충분한 수면이라는 것을 느꼈다.
13시 25분 도주하고 있던 크라우프와 디네스 두 사람은 뜻밖에도 황무지에서 샘을 만날 수가 있었다.
“우와 물이다!”
둘은 그쪽으로 달려가서 작은 샘물 앞에 앉았다. 황무지 속에서 소규모의 초목들이 있었고 그 안쪽에 지하수가 솟아난 모양이었다. 깊이도 얼마 되지 않고 넓이도 10미터가 채 안되는 곳이지만 주변의 초목들과 자신들은 이 샘물이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그렇지만 이곳에 있는 샘물에 대해서 길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살았다 살았어······”
둘은 하핫 웃으면서 물앞에 엎드렸다.
“하하······”
디네스와 크라우프는 물을 마셔야 겠다 싶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서로 쳐다보면서 웃음 밖에는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이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후후후!”
크라우프는 소총을 옆에다 내려 놓고 주변을 살펴 보았다.
물을 손으로 떠서 마셨다. 땀과 먼지에 젖은 자신들이었다. 몸을 씻어 내면서 시원함을 한껏 느끼고 있었다.
“우와 참······”
얼굴을 씻고 난 둘은 입고 있던 탄띠를 풀었다. 그리고 서로 물어볼 것도 없이 파일럿슈트를 벗었다.
땀과 먼지에 잔뜩 쩔어 있는 두 사람이었다. 물속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들어가서 마구 뛰어 다녔다. 마치 어린애 같이 뛰면서 서로 크게 웃었다.
“이런 곳에서 참 이런 것들을 만나네요······”
웃고 떠드는 두 사람이었다. 크라우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허리를 굽혀 물속에 몸을 담갔다. 시원한 느낌과 함께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자신들이 지금 적진 한가운데 있다는 생각을 잠이 접어 버릴 수가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런 곳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 디네스도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샘물에 몸을 담근 채로 있었다. 크라우프의 앞쪽에 앉으면서
“이런 곳이 마치 낙원 같아요······”
“아? 응······”
서로 피식 웃음을 지었다. 크라우프는 엷게 웃으며
“디네스 이번 작전 끝나면······휴가라도 갈래?”
“예? 아니요······”
생기가 돌아온 얼굴이 아주 보기 좋다는 생각을 했다. 디네스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나이가 아직 16살이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크라우프를 야릇하게 흥분시켰다.
그때 두 사람의 눈이 크게 떠졌다. 작은 말소리들과 함께 소총의 노리쇠를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낭패감이 번져왔다.
“젠장!”
…복구합니다…^_^;;;
크라우프와 디네스는 샘물에서 목욕을 하다가 소리없이 나타나 총을 겨눈 사람들에에 꼼짝없이 그대로 멈칫하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소총을 손에 들고 겨누고 있는 사람들은 첫눈에 봐도 파츠 베이스군 정규병사는 아니었다.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때 원주민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거야······”
자신들에게 선 3명 모두 아무리 많아야 13,4살 정도 되었을까 아니 그 이하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어린 애들이었다. 소총을 손에 들고 무엇인가 알 수가 없는 말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이 지역 방언일지 모르지만 대부분이 표준어를 사용할 수가 있는 지금 이렇게 알수 없는 말로 떠들어 대니 두 사람은 전혀 뭐라고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젠장할 표준어로 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크라우프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혔다. 디네스는 흠칫 놀랐다. 상대가 놀라서 총을 마구 쏘아대면 어떻게 할까 싶었다. 이런 상대는 갑작스러운 행동을 쉽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대는 손을 덜덜 떨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오히려 그런 상대가 더 무서운 것이다.
뒤쪽에서 몇 사람이 더 걸어 나왔다. 사람들이 더 나오자 두 사람은 당혹스러웠다. 이들은 모두 자동 소총을 손에 들고 있었다. 이들 중에서 중년의 남자가 걸어 나오면서 두 사람이 벗어 놓은 파일럿슈트와 소총을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약간 방언이 섞인 표준어로 물었다.
“어디 소속인가?”
“······에이센군입니다.”
크라우프가 낭패라는 생각과 함께 목소리를 최대한 절제하면서 착실하게 대답했다. 중년의 남자는 따라온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을 했고 이들은 두 사람의 무기를 집어 들었다.
“마을의 우물에서 뭐하는 건가!”
순간 자신들이 들어와 목욕했던 곳이 마을의 우물이라는 말에 민망함이 먼저 들었다.
“미안하오······우리들은 그런 것을 몰랐소······미안하오.”
상대는 소총을 들고 있었고 두 사람은 무기도 무엇도 없는 알몸일 뿐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나가도 되겠소?”
중년의 남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을 볼때 나이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았다. 열 두셋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과 함께 그것보다 더 어려 보이지만 소총을 들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중년의 남자는 총구로 그렇게 하라고 손짓하듯 움직였고 그것을 허락으로 받아 들인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린애들 중에서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있는 디네스의 벗은 몸을 보고 깜짝 놀라거나 얼굴을 붉히는 애들도 있었다.
‘치······’
이렇게 남들 앞에서 알몸이 되어 부끄러웠던 적도 별로 없었다는 생각을 했다. 조용히 다가가서 속옷을 입고 파일럿슈트를 걸쳤다.
이제 조금은 민망함이 사라졌다. 크라우프도 파일럿슈트를 걸치고 다시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우리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민들이다!”
총구로 한쪽 방향을 가리키면서 앞서 걸으라고 했고 두 사람은 낭패감과 함께 순순히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어떻게 반항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상대는 긴장하고 있었고 만약에 조금이라도 잘못된 움직임을 보였다가는 그대로 총탄 세례를 받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얌전하게 따라 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이들과 함께 약 20분 정도 걸으니 꽤나 규모가 큰 마을이 나왔다. 집이 약 20여채 정도 되고 중앙에 무슨 종교적 집회의 장소인가 싶은 큰 건물이 서 있었다.
주변에는 닭과 양 같은 가축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앞장서서 걷고 있던 두 사람을 보자 마을 주변에 있던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모두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버렸다.
땟국이 줄줄 흐르는 누추한 옷차림의 아이들은 신기한 듯한 눈길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마치 어딘가의 외계인을 보는 듯 한 눈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이런 사람들의 눈길 가운데는 자신들에 대한 공공연한 적의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지켜보던 아이들을 마을의 아낙들이 데려가 집안에 들어가 버렸다. 둘은 곧바로 마을의 가운데 서 있는 종교 집회의 장소로 보이는 건물로 끌려 들어 갔다.
그곳에서 그는 남루한 회색 장삼을 걸친 노년의 사내를 만날 수가 있었다. 흰 수염을 엄숙하게 기르고 있는 그 노인은 붙잡혀온 두 사람을 보고는 안쪽의 거실로 끌고 들어 오라고 손짓했다.
둘은 아무런 저항 없이 순순하게 이들의 지시에 따랐다. 무기도 하나도 없고 사방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었기 때문에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 노인은 두 사람의 무기가 거실의 테이블에 놓여지는 것을 무표정하게 내려보고 있었다. 아무런 표정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가 없었다. 노인의 옆에선 중년의 남자가 낮은 톤으로 알아 들을 수가 없는 말로 두 사람과 무기를 번갈아 가리키면서 열심히 설명을 해주었고 그 노인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자네들은 누구인가?”
이윽고 노인이 입을 열었을때 내 뱉은 말은 또렷한 에이센 표준어였다. 크라우프는 그 노인의 기세에 주눅이 들어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미묘하게 끝이 떨렸다. 다소나마 겁이 났기 때문이다.
“예······저는 에이센군 파일럿입니다. 임무를 수행하고 귀환중······헬기가 피격되어······추락했고 저희들은 아군 지역으로 후퇴중에 있습니다.”
상대가 자신 보다 연장자였고 또한 이 마을에서 가장 영향력에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공손하게 대답했다.
노인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가만히 크라우프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나직히 목소리를 이었다.
“자네들이 마을의 우물을 더럽혔다고 하는데······”
“몰랐습니다. 그런 곳이었는지······”
어쩔 수가 없는 변명 같은 것이지만 당연한 대답이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들어가 몸을 씻은 곳이 우물일 것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 마을 사람들은 그 물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지······그래서 더 할 수가 없이 소중하게 생각을 하고 있네······”
노인의 목소리에는 분노 보다는 오히려 한심하다는 생각이 담겨져 있었다.
“실례지만 저희를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크라우프가 이때 당돌하게 물었다. 노인의 표정에서 전혀 자신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알 수가 없었고 또한 주변의 사람들이 쓰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기 때문이다.